같은 과 선후배 왕샤오. 늘 붙어다니는 절친 사이...지만 알고 보면 한 명이 짝사랑 중임. 그러다 만우절이라서 하게 된 농담 하나로 씨씨 놀이 시작해버린 두 사람.
다른 선배랑 인사 나누고 자리에 돌아온 연상이 노트에 펜 쾅쾅 찍어 누르며 짜증내는 연하보고 웃으면서 머리 쓰다듬으면,
ㅡ 아, 머리 망가져요.
라고 틱틱 대면서도 금세 기분 풀리는 연하.
ㅡ 야 너넨 매일 그렇게 붙어있냐. 어째 너네 씨씨 느낌이다?
그 말 듣고 연상 뭐래, 하고 연하 보는데 어라? 연하 귀 왜 빨개져있는데.
ㅡ 어 몰랐어? 내가 왕2보 완전 열렬히 짝사랑 중인데.
다들 하하하하 웃는데 연하만 굳었잖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은데 옆에 다른 선배2가 연하 툭 치면서 놀리고.
아... 만우절. 몰랐던 연하 그제서야 긴장 풀고. 그게 또 웃겨서 연상 막 웃으면서 잡고 있던 손 풀려고 하는데 연하가 꽉 잡고 안놔주잖아. 어? 왜이래. 하고 연상이 이상하게 쳐다보는데도 연하는 묘한 시선으로 그냥 웃고만 있거든.
너네 오늘 만우절 기념 씨씨 놀이중? 선배들 낄낄거리고 난리인데, 연하 혼자 끄덕끄덕. 쟌 선배랑 씨씨 놀이? 좋네. 속으로만 생각하던거 실현해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연하 사실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고 겉으로는 티 안나지만 내심 신났음.
ㅡ 싫은데 자기야.
연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자기, 라는 호칭에 모여있던 여자 선배들 뒤집어지고. 평소에는 대답이나 몇마디 하지 농담같은거 절대 안하던 연하인데 자기들 농담에 장단 맞춰주니 선배들 전부 웃겨 죽으려고 하잖아.
진지한 얼굴로 묻는 연하랑 눈마주친 연상, 놀릴려다 되려 당하니까 부끄러워서 볼 빨개지고. 그게 또 엄청 귀여워서 연하 괜히 더 놀리고 싶은데 마침 수업 시작함. 수업 중에도 절대 손 안놔주는 연하. 오른쪽에 앉은 연상, 붙잡혀있는건 왼손이니 필기는 어찌저찌 하는데,
ㅡ 응.
수업 끝나고 나서야 깍지꼈던 손 풀어주는 연하. 얼마나 꽉 쥐었던지, 저릿하기도 하고. 게다가 손이 엄청 뜨겁다. 손바닥에 밴 땀 슥슥 문질러 닦는 연상. 둘이서 시간표도 다 맞춰놔서 공강도 똑같으니까, 평소처럼 밥 먹으러 갔는데 오늘따라 둘 다 말없음.
ㅡ 왜?
말 없이 티슈 뽑아와서 연상 쪽으로 팔 뻗는 연하. 연상 입가에 양념 묻은거 직접 닦아줌. 평소에는 절대 안그러던 애라 엄청 놀란 연상.
ㅡ 헐, 왜이래.
ㅡ 만우절이라서.
ㅡ 만우절 기념 씨씨놀이 중.
그제서야 아아아아. 하고 납득한 연상. 아 아까 그거. 아니 근데.
ㅡ 근데 여긴 애들 없는데?
ㅡ 무슨 상관이야. 선배랑 놀자고 하는거지.
ㅡ 자, 여기 선배꺼.
연하가 내민 잔 보고 놀라는 연상. 오늘 딱 먹고 싶던 메뉴 사온거.
ㅡ 어떻게 알았냐 이거 먹고 싶은거?
ㅡ 졸릴 거 같으면 선배 늘 이거 마시잖아.
아니 내가 무슨 니 여친도 아니고. 그러다 생각해보면 이 구도가 익숙한거. 늘 그랬음. 연하는 자기 왼쪽에서 걸었거든. 생각해보니 이렇게 걸을 땐 늘 자기가 안쪽이었던 거 같음. 정신 차려보면 그랬는데 새삼 연하가 이렇게 붙잡고 티내며 자리 옮겨주는거 느끼니까 좀 묘한 연상.
ㅡ 팔 안아파? 나 잠 다 깼어.
ㅡ 괜찮아.
그리곤 연상이 조느라 놓친 부분 필기 밀어서 보여주잖아.
수업 마치고 집 가는 길, 마주친 선배들이 술 마시러 같이 가자고 둘 붙잡잖아. 평소 같으면 연하가 먼저 거절의사 밝혔을텐데 아무 말도 안해서 연상이 옆구리 쿡쿡 찌름.
ㅡ 왜, 술 먹고 싶어?
ㅡ 음..
ㅡ 그럼 1차만 하고 갈까?
ㅡ 모르셨어요? 저 오늘부터 쟌 선배랑 사겨요.
연상 맥주 먹다 사레 들려서 켁켁 대는데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휴지 연상 입가에 갖다대주는 연하. 진정하라고 큰 손으로 등도 토닥토닥 거리는데, 연상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요.
ㅡ 만우절 만우절! 오늘 하루종일 너네 덕분에 씨씨 놀이 중이잖아.
연상 대답에 아 그럼 그렇지, 하면서 다들 납득하는데. 너네 하도 붙어다니길래 진짠줄 알았잖아, 하고 선배 하나가 중얼거림. 그러거나 말거나 연하는 꿋꿋하게 연상 어깨에 손 턱 하니 올려 끌어당기고.
얼떨결에 연하 품에 안긴 연상, 대꾸하는 연하 얼굴 올려다보니 너무 태연한거지. 이쯤 되니 될대로 되라 싶기도 하고. 얘가 즐겁다는데 뭘 못하겠어. 안겨있는 모양새가 어떤 줄도 모르고 그저 너그러운 선배의 마음으로 연상은 연하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음.
ㅡ 그나저나 둘 중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는데?
ㅡ 제가요.
ㅡ 오?
ㅡ 입학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쭉 좋아했는데요.
ㅡ 쟤 어디가 좋은데.
ㅡ 다 좋아요, 다.
ㅡ 어우, 뭐야 왕2보 쟤 원래 저랬어?
ㅡ 그러니까 쟌 선배 다들 포기해요. 제 거예요.
ㅡ 왜?
ㅡ 응?
ㅡ 왜 자꾸 나 쳐다봐?
ㅡ 어? 아니.. 내가 언제.
ㅡ 왜, 뽀뽀라도 해줘?
ㅡ 야...
ㅡ 얼른. 나 팔아파 자기야.
안주까지 집어서 입 앞에 대령해주는 연하가 기가 막힌 연상. 그거 보고 또 박수치며 웃는 선배들.
간단히 먹겠다는 모두의 다짐은 물거품이 되고, 먹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자정이 다 되어가고.
ㅡ 데려다 줄게.
ㅡ 야 뭘, 됐어. 얼마 안걸려.
ㅡ 밤이라 위험해.
ㅡ 아니 괜찮다니까.
ㅡ 원래 애인 집에 데려다주고 그러는 거잖아.
애인. 이라는 단어에 또 연상 할말 잃고 입만 벙긋벙긋 하겠지. 오늘따라 연하의 단어 선택이 심상치 않다.
ㅡ 어지러워?
ㅡ 아니 괜찮아.
ㅡ 오늘 좀 많이 먹는 거 같던데.
ㅡ 진짜, 괜찮아.
ㅡ 야, 누가 봐.
ㅡ 괜찮아 아무도 없어.
연하는 절대 연상이 못빠져 나가게 단단히 품에 안고, 느리게 걷겠지.
ㅡ ..그럼, 들어가볼게.
ㅡ 응, 얼른 들어가요.
ㅡ 너도 조심히 가.
매일 그랬듯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연상 뒷모습 보고 서있는데, 연하 문득, 정말 딱 한 번만 더 욕심 내보고 싶잖아.
ㅡ 쟌 선배.
ㅡ 응?
뒤돌아선 연상한테 다가간 연하. 너무 가까워 당황한 연상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려는데 연하가 어깨를 붙잡고.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연상 볼에 닿았다 떨어지는 몰캉한 입술.
ㅡ 야, 너.. 뭐...
ㅡ 애인 사이에 굿나잇 키스 정도는 해야죠.
이건 키스 축에도 못끼지만, 볼 정도는 괜찮잖아요. 놀란 연상 표정 보며 애써 자기합리화 해보는 연하. 그렇지만 너무 했나 후회도 되는데.
ㅡ 만우절이잖아요.
그러니까 봐줘요, 라고 다급하게 덧붙이는 연하. 만우절이라서 그랬다고? 그 말을 곱씹던 연상, 돌아서는 연하 팔을 붙잡겠지.
왜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하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연상 입술. 이번엔 연하가 놀라서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데.
ㅡ 선배?
ㅡ 이건 씨씨 놀이 마지막 기념이야.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뱉은게 분명해보이는 연상 대답에 연하 웃음 터지고.
ㅡ 헉..
ㅡ 애인 사이에 이 정도는 되야지. 안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뽀뽀한거, 거짓말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