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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기념 #왕샤오 💚❤️

같은 과 선후배 왕샤오. 늘 붙어다니는 절친 사이...지만 알고 보면 한 명이 짝사랑 중임. 그러다 만우절이라서 하게 된 농담 하나로 씨씨 놀이 시작해버린 두 사람.
여초과에, 하필 남자 동기도 없는 학번에 입학한 연하라서 선배인 연상이 챙겨주다보니 계속 붙어다니게 됨. 연하는 넓은 캠퍼스 안에서 의지할 곳이 연상밖에 없으니까. 이미 인문대 온미남으로 유명했던 연상 옆에, 뉴페이스 냉미남 연하까지 붙으니까 쳐다보는 주변 시선이 장난 아니고.
사실 연하 낯 많이 가려서 여자 동기들이 말 걸면 어어어, 하고 도망갈 궁리부터 하는 사람인데. 너 쟌 선배랑 많이 친하냐고, 괜찮음 소개 시켜주면 안되냐는 소리에 가던 걸음 멈추고 선배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선배한테 그런 말 못한다고 단호하게 거절함.
당연히 소개시켜주기 싫지. 원래 남자 좋아하는 연하는 연상 처음 보자마자 얼굴이 너무 자기 취향이라 완전 반해버렸는데. 거기에 연상은 아무 생각 없이 옛날 입학했을 때 본인 생각나서 연하 불쌍한 마음에 다가가 챙겨준거. 게다가 좀 친해져보니 연하가 낯을 너무 가리고,
어쩌다 보니 연상밖에 모르는(?) 애가 되버렸다고 생각하겠지. 연하는 처음엔 얼굴이 너무 취향이었는데 다니다보니 연상이 너무 좋아저서 옆에서 선배, 선배, 하고 매달리는 건데. 두고 보는 것만도 좋은데 소개를 어떻게 시켜주냐고. 꼬시진 못해도 자기 손으로는 죽어도 못이어준다고 생각하겠지.
앞에서 순둥이처럼 구는 후배가 알게 모르게 자기 소개팅 들어오는거 막는 것도 모르고 연상은 연하 챙기기에 바쁘고, 연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선 무표정이다가 연상 앞에만 가면 실실 웃는데. 거기다가 연하 독점욕까지 심해서 연상이랑 다른 선배랑 친하게 지내는거 보면 괜히 심술나서 툴툴대고.
ㅡ 펜도 하나밖에 안가지고 다니면서 그거 망가지면 어떻게 하려고?

다른 선배랑 인사 나누고 자리에 돌아온 연상이 노트에 펜 쾅쾅 찍어 누르며 짜증내는 연하보고 웃으면서 머리 쓰다듬으면,

ㅡ 아, 머리 망가져요.

라고 틱틱 대면서도 금세 기분 풀리는 연하.
연상은 이미 잘 알고도 남았지. 자기한테만 잘해주는거 좋아하는 연하 성격. 그래서 이렇게 보란듯이 심술 부릴 때면 마냥 귀엽다고 생각하거든. 그런거 있잖아. 남들한테는 안그러는 사람이 자기한테만 다른 반응 보이면, 괜히 좀 우쭐해지기도 하고 특별한 사람 된거 같은 기분. 연상이 딱 그랬거든.
게다가 연상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연하는 이렇게 자기한테 잘해주는 연상 볼 때마다 괜히 얘랑 더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들어서 기분 붕 떴다가도 스트레잇한테 이렇게 공들여서 뭐하나 싶어져서 좀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게 1년 지나고, 이제는 자기 동기들보다 연상 친구들이 더 편해진 연하.
그 틈에 껴서 나름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 봄날 강의실에 둘이 또 나란히 앉아있는거 보고 선배 중 한명이 그러겠지.

ㅡ 야 너넨 매일 그렇게 붙어있냐. 어째 너네 씨씨 느낌이다?

그 말 듣고 연상 뭐래, 하고 연하 보는데 어라? 연하 귀 왜 빨개져있는데.
조금만 부끄러우면 금방 귀 빨개지는거 알고 있는 연상, 그게 웃기고 귀여워서 장난 좀 쳐볼까 싶어서 연하 손 잡고 들어올리기.

ㅡ 어 몰랐어? 내가 왕2보 완전 열렬히 짝사랑 중인데.

다들 하하하하 웃는데 연하만 굳었잖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은데 옆에 다른 선배2가 연하 툭 치면서 놀리고.
ㅡ 야 오늘 만우절이잖아.

아... 만우절. 몰랐던 연하 그제서야 긴장 풀고. 그게 또 웃겨서 연상 막 웃으면서 잡고 있던 손 풀려고 하는데 연하가 꽉 잡고 안놔주잖아. 어? 왜이래. 하고 연상이 이상하게 쳐다보는데도 연하는 묘한 시선으로 그냥 웃고만 있거든.
ㅡ 사실은 제가 쟌 선배 짝사랑 중인데요.

너네 오늘 만우절 기념 씨씨 놀이중? 선배들 낄낄거리고 난리인데, 연하 혼자 끄덕끄덕. 쟌 선배랑 씨씨 놀이? 좋네. 속으로만 생각하던거 실현해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 연하 사실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고 겉으로는 티 안나지만 내심 신났음.
ㅡ 뭐야 놔!
ㅡ 싫은데 자기야.

연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자기, 라는 호칭에 모여있던 여자 선배들 뒤집어지고. 평소에는 대답이나 몇마디 하지 농담같은거 절대 안하던 연하인데 자기들 농담에 장단 맞춰주니 선배들 전부 웃겨 죽으려고 하잖아.
ㅡ 자기야 왜그래?

진지한 얼굴로 묻는 연하랑 눈마주친 연상, 놀릴려다 되려 당하니까 부끄러워서 볼 빨개지고. 그게 또 엄청 귀여워서 연하 괜히 더 놀리고 싶은데 마침 수업 시작함. 수업 중에도 절대 손 안놔주는 연하. 오른쪽에 앉은 연상, 붙잡혀있는건 왼손이니 필기는 어찌저찌 하는데,
연하는 오른손 풀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수업 듣고만 있음. 연하는 늘 이렇게 손 오래 잡고 있어보고 싶었거든. 자기보다 손 작은거 느낄 때마다 이렇게 잡고 안놔주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기회가 없었으니까. 연상도 사실 풀려면 풀 수도 있을텐데 어쩐지 좀 민망해서 가만히 있는거.
붙어있는 책상 아래에 내려진 두 손, 깍지낀 채 연상 허벅지 위에 가만히 놓여 있고요. ‘손 놓으면 안돼?’ 연상이 노트 구석에 삐뚤삐뚤 적으면 연하 ‘안.돼’ 라고 입 벙끗거리고는, 재미없는 교수님 쳐다보고 연상한테 절대 눈길도 안줌. 또 놓으라고 할까봐.
ㅡ 야야, 이제 풀어 이거.
ㅡ 응.

수업 끝나고 나서야 깍지꼈던 손 풀어주는 연하. 얼마나 꽉 쥐었던지, 저릿하기도 하고. 게다가 손이 엄청 뜨겁다. 손바닥에 밴 땀 슥슥 문질러 닦는 연상. 둘이서 시간표도 다 맞춰놔서 공강도 똑같으니까, 평소처럼 밥 먹으러 갔는데 오늘따라 둘 다 말없음.
그러다 갑자기 연하 숟가락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연상 밥 먹다가 응? 하고 쳐다보는데.

ㅡ 왜?

말 없이 티슈 뽑아와서 연상 쪽으로 팔 뻗는 연하. 연상 입가에 양념 묻은거 직접 닦아줌. 평소에는 절대 안그러던 애라 엄청 놀란 연상.

ㅡ 헐, 왜이래.
ㅡ 만우절이라서.
만우절이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연상 놀라서 안그래도 큰 눈 더 커지고.

ㅡ 만우절 기념 씨씨놀이 중.

그제서야 아아아아. 하고 납득한 연상. 아 아까 그거. 아니 근데.

ㅡ 근데 여긴 애들 없는데?
ㅡ 무슨 상관이야. 선배랑 놀자고 하는거지.
그러게, 놀자고 하는거긴 한데. 연하의 딱 부러진 대답에 그런가보다 납득하고 마는 연상. 밥 다 먹고 배부르니 분명 졸릴 것 같아 커피 사서 강의실 돌아가려는 둘. 연상한테 자리에 앉아있으라고 하고는 커피 사러 간 연하. 카페 테이블에 앉아 주문 중인 연하 뒷모습 멍하니 바라보는데
어, 나 메뉴 이야기 안했는데 싶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귀찮아진 연상은 아무거나 사오겠지 싶어 가만히 앉아있고.

ㅡ 자, 여기 선배꺼.

연하가 내민 잔 보고 놀라는 연상. 오늘 딱 먹고 싶던 메뉴 사온거.

ㅡ 어떻게 알았냐 이거 먹고 싶은거?
ㅡ 졸릴 거 같으면 선배 늘 이거 마시잖아.
내가 그랬나? 싶으면서도 새삼 연하가 자기 취향 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연상. 사실 연하한테 이런 연상의 취향쯤은, 너무 당연한건데. 강의실 올라가는데 연하가 자연스럽게 연상 어깨 잡더니 길 안쪽으로 옮겨주잖아. 또 응? 하는 표정 되서 쳐다보는 연상.
ㅡ 위험하잖아.

아니 내가 무슨 니 여친도 아니고. 그러다 생각해보면 이 구도가 익숙한거. 늘 그랬음. 연하는 자기 왼쪽에서 걸었거든. 생각해보니 이렇게 걸을 땐 늘 자기가 안쪽이었던 거 같음. 정신 차려보면 그랬는데 새삼 연하가 이렇게 붙잡고 티내며 자리 옮겨주는거 느끼니까 좀 묘한 연상.
그렇게 다음 수업 듣는데 역시나 연상 너무 졸린거지. 교수님 눈 피해 연하 쪽으로 턱 괴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데. 눈 감고 있는데도 눈꺼풀 위로 느껴지는 봄햇살이 너무 눈부신거. 저도 모르게 인상 찌푸리는데 어느 순간부터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한참 졸다가 일어나보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창문쪽으로 노트 들어서 자기 얼굴로 쏟아지는 햇살 가려주고 있던 연하랑 눈 마주침. 어? 뭐야. 연상 조금 당황스럽거든.

ㅡ 팔 안아파? 나 잠 다 깼어.
ㅡ 괜찮아.

그리곤 연상이 조느라 놓친 부분 필기 밀어서 보여주잖아.
뭐지, 오늘따라 너무 다정한데? 싶어서 연상 갸웃거리고. 연하 그런 연상 곁눈질로 지켜보고 웃겠지. 사실 이거 다 평소에도 하던 건데. 연상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했을 뿐이지. 어쩌다보니 씨씨 놀이 한답시고 연하 그동안 티내고 싶었던 만큼 조금 티내본 거 뿐인데.
연상 반응이 귀엽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잘 감췄나 싶기도 하고.

수업 마치고 집 가는 길, 마주친 선배들이 술 마시러 같이 가자고 둘 붙잡잖아. 평소 같으면 연하가 먼저 거절의사 밝혔을텐데 아무 말도 안해서 연상이 옆구리 쿡쿡 찌름.

ㅡ 왜, 술 먹고 싶어?
ㅡ 음..
ㅡ 그럼 1차만 하고 갈까?
그제서야 연하 끄덕끄덕. 그렇게 친구들이랑 다 같이 학교 앞 호프집 간 둘. 구석으로 연상 몰아 앉히고, 당연히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은 연하. 실은 연하는 이런 자리 별로 안좋아하는데, 같이 먹자고 한 선배 중에 한 명이 연상한테 호감 있는거 알고 있어서 온거.
오늘은 만우절 기념 씨씨 놀이 중이니까, 내 거인 척, 넘보지말라고 당당하게 선 그어보고 싶어서. 연하 보란듯이 또 연상 손잡고 턱하니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로 안놔주지. 연상 오늘 하루 손 좀 잡혔다고 그새 익숙해져 그러려니 놔두고. 그거 본 선배 한명이 물어보는거.
ㅡ 너네 왜이렇게 손을 잡고 있어.
ㅡ 모르셨어요? 저 오늘부터 쟌 선배랑 사겨요.

연상 맥주 먹다 사레 들려서 켁켁 대는데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휴지 연상 입가에 갖다대주는 연하. 진정하라고 큰 손으로 등도 토닥토닥 거리는데, 연상 얼굴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요.
ㅡ 헐 너네.. 진짜야?
ㅡ 만우절 만우절! 오늘 하루종일 너네 덕분에 씨씨 놀이 중이잖아.

연상 대답에 아 그럼 그렇지, 하면서 다들 납득하는데. 너네 하도 붙어다니길래 진짠줄 알았잖아, 하고 선배 하나가 중얼거림. 그러거나 말거나 연하는 꿋꿋하게 연상 어깨에 손 턱 하니 올려 끌어당기고.
ㅡ 진짜 맞는데.

얼떨결에 연하 품에 안긴 연상, 대꾸하는 연하 얼굴 올려다보니 너무 태연한거지. 이쯤 되니 될대로 되라 싶기도 하고. 얘가 즐겁다는데 뭘 못하겠어. 안겨있는 모양새가 어떤 줄도 모르고 그저 너그러운 선배의 마음으로 연상은 연하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음.
그리고 연하는 자기 품에 폭 안겨 있는 연상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자꾸 입꼬리 올라가려는거 겨우 붙잡고 있음. 가끔 연상이 술 많이 먹었을 때나 가능했던 건데 이런건. 손 안에 들어오는 어깨를 괜히 꽉 쥐었다 토닥거리는 연하. 연상은 아는지 모르는지 앞사람과 얘기하며 웃고 있고.
계속 술잔 오고가고, 자리도 무르익었겠다, 평소에 장난이라곤 하나도 모르던 연하가 오늘 종일 연상 옆에 붙어서 씨씨 놀이 중이라고 하니 선배 중 한명 장단 맞춘다고 물어보겠지.

ㅡ 그나저나 둘 중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는데?
ㅡ 제가요.
ㅡ 오?
ㅡ 입학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쭉 좋아했는데요.
사실이니까.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연하. 그렇게 말하는 연하 목소리가 너무 단호하고 진지해서, 당사자인 연상 마저도 어 설마? 라고 0.1초간 의심하게 되잖아.

ㅡ 쟤 어디가 좋은데.
ㅡ 다 좋아요, 다.
ㅡ 어우, 뭐야 왕2보 쟤 원래 저랬어?
ㅡ 그러니까 쟌 선배 다들 포기해요. 제 거예요.
농담인데, 분명 농담인데. 너무 당당히 제 거라고 말하는 연하 때문에 연상 괜히 또 얼굴 빨개짐. 연하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힐끔힐끔 보고 있는데, 연하 씩 웃겠지.

ㅡ 왜?
ㅡ 응?
ㅡ 왜 자꾸 나 쳐다봐?
ㅡ 어? 아니.. 내가 언제.
ㅡ 왜, 뽀뽀라도 해줘?
얘가 진짜 미쳤나? 어이가 없어 웃는 연상. 그런 연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하. 때마침 티비에서 축구경기 골 넣어서 술집이 갑자기 시끄러워지고, 거기에 다른 선배들 정신 팔린 사이 갑자기 잡고 있던 손 들어서 연상 손등에 쪽, 하고 뽀뽀하는 연하.
너무 놀라 연상은 야! 하고 소리치고, 티비 보던 선배들은 왜그러냐며 쳐다보겠지. 연하는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어깨 으쓱거리고. 연상은 얼굴 빨갛게 달아올라서 잡히지 않은 손으로 손부채 파닥파닥 부치다, 목이 타는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ㅡ 술만 먹으면 속 버려. 안주도 먹어야지.
ㅡ 야...
ㅡ 얼른. 나 팔아파 자기야.

안주까지 집어서 입 앞에 대령해주는 연하가 기가 막힌 연상. 그거 보고 또 박수치며 웃는 선배들.

간단히 먹겠다는 모두의 다짐은 물거품이 되고, 먹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자정이 다 되어가고.
막차 시간이니까 파하자는 선배들과 헤어져 집 가는 길. 둘 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어서 같이 걸어가는데, 여전히 손은 꼭 잡은 채잖아. 학교에서는 연상 집이 더 먼저 나오지만, 술집에서 가는 길은 연하 집이 더 먼저 나오는거. 연하 집 앞쯤이라, 연상이 손 빼려는데 연하가 또 꽉 잡고 안놔줌.
ㅡ 왜? 집에 가야지 너.
ㅡ 데려다 줄게.
ㅡ 야 뭘, 됐어. 얼마 안걸려.
ㅡ 밤이라 위험해.
ㅡ 아니 괜찮다니까.
ㅡ 원래 애인 집에 데려다주고 그러는 거잖아.

애인. 이라는 단어에 또 연상 할말 잃고 입만 벙긋벙긋 하겠지. 오늘따라 연하의 단어 선택이 심상치 않다.
아니 애초에 얘가 이렇게 말이 많은 애였나? 이렇게 다정하게,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할줄 아는 애였나? 갑자기 혼란스러워 연상 고개를 젓겠지. 뜬금없이 도리도리 하는 연상을 보는 연하.

ㅡ 어지러워?
ㅡ 아니 괜찮아.
ㅡ 오늘 좀 많이 먹는 거 같던데.
ㅡ 진짜, 괜찮아.
선배, 괜찮은거 맞아? 연상 이마에 손을 대보고는 열이 있는 것 같다며, 내친 김에 따끈한 뒷목까지 만져오는 연하 손 때문에 놀라 어깨를 조금 움츠리는 연상. 괜히 목이 잠기는 거 같아 헛기침을 해보고.
아무리 봄이라도 밤바람은 차가우니까. 연상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떠는데. 춥냐는 말대신 연하는 잡고 있던 손 다른 손으로 옮겨 쥐며, 대신 연상 어깨 끌어당겨 품에 안아주잖아.

ㅡ 야, 누가 봐.
ㅡ 괜찮아 아무도 없어.

연하는 절대 연상이 못빠져 나가게 단단히 품에 안고, 느리게 걷겠지.
이 길이 절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근데 두 사람 집 너무 가깝잖아. 연상 집 앞에 금방 도착해버린 둘. 겨우 연하 품에서 떨어져 나온 연상. 어서 들어가라고 이야기해야하는데 마주본 채 왜인지 둘 다 머뭇거리고 있잖아. 그러다 눈 앞에 놓인 연하 입술에 연상 시선이 멈추는데.
내가 왜 이럴까. 술을 너무 마셨나. 미쳤지 싶어 후다닥 눈 내리까는 연상.

ㅡ ..그럼, 들어가볼게.
ㅡ 응, 얼른 들어가요.
ㅡ 너도 조심히 가.

매일 그랬듯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연상 뒷모습 보고 서있는데, 연하 문득, 정말 딱 한 번만 더 욕심 내보고 싶잖아.
오늘 아니면 안될거 같아서. 오늘이면 장난이라고 얼버무리고 용서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

ㅡ 쟌 선배.
ㅡ 응?

뒤돌아선 연상한테 다가간 연하. 너무 가까워 당황한 연상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려는데 연하가 어깨를 붙잡고.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연상 볼에 닿았다 떨어지는 몰캉한 입술.
분명히 내 앞에 서 있는거 연하인데? 연상 놀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고.

ㅡ 야, 너.. 뭐...
ㅡ 애인 사이에 굿나잇 키스 정도는 해야죠.

이건 키스 축에도 못끼지만, 볼 정도는 괜찮잖아요. 놀란 연상 표정 보며 애써 자기합리화 해보는 연하. 그렇지만 너무 했나 후회도 되는데.
ㅡ 너, 왕2보, 너...
ㅡ 만우절이잖아요.

그러니까 봐줘요, 라고 다급하게 덧붙이는 연하. 만우절이라서 그랬다고? 그 말을 곱씹던 연상, 돌아서는 연하 팔을 붙잡겠지.

왜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하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연상 입술. 이번엔 연하가 놀라서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데.
사실 연상, 연하 입에서 나온 만우절이라는 단어에 오늘 하루종일 놀림 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충동적으로 저질러 놓고 지금 본인이 더 놀란 상태.

ㅡ 선배?
ㅡ 이건 씨씨 놀이 마지막 기념이야.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뱉은게 분명해보이는 연상 대답에 연하 웃음 터지고.
아 이 사람 진짜 어쩜 이렇게 귀엽지. 귀여우면 끝난 거라던데. 연하는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연상 입술에 다시 한 번 입맞추겠지. 이번엔 아까보다 좀 더 오래, 그리고 마지막엔 아주 살짝 혀 끝을 내밀어 연상 입술 맛도 보고.

ㅡ 헉..
ㅡ 애인 사이에 이 정도는 되야지. 안그래요?
더 바라면 큰일 나니까. 굳어있는 연상 오피스텔 현관 안으로 넣어주고 어서 가라고 떠밀어주는 연하. 연하가 시키는 대로 어찌저찌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연상 얼굴 불타오르겠지. 차가운 현관에 이마 댄 채로 미쳤어... 중얼거리는데 느껴지는 핸드폰 진동. 메시지 확인한 연상, 입 틀어막고요.
[선배, 12시 넘은지 한참 된거 알고 있었어? 우리 방금 뽀뽀할 때, 만우절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우리 뽀뽀한거, 거짓말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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