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뭐? What? 아아아 잠만 동엯아 그러니까 뭐라고?
- 좋아한다고. 내가 형을
- 오..어.. 잠만잠만 Wait wait,,, 너 지금 술 마셔서 그럴 수 있어
- 맥주 한 잔이야 뭘 취해
- ..미안 동엯아

이동엯은 오늘 이막그한테 고백했다. 그리고 대차게 까였다.
#맠동
일단 결과는 까였다. 그것도 대차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과제 폭탄이 떨어지기 전. 날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그 날 난 이막그한테 고백했다. 거창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언젠간 전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오늘 실행할 마음도 없었다.
잠깐의 변명을 해보자면 오랜만에 마신 생맥 한잔과 집 가는 길에 굳이 데려다 준다고 하는 이막그의 행동 정도? 이건 오늘만의 일이고 사실 이막그의 행동은 오해를 사기 딱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은 대차게 까인 오늘에서도 변함이 없다.
쪽팔리고 구질구질한 이 고백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첫 만남에 있다. 아는 형의 소개로 친해진 이막의 첫 인상은 단순히 '잘생겼다'였다. 그 후에 친해지면서 원체 가지고 있는 베이스가 다정과 매너인 사실을 알았고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이게 나한테도 해당되는지 몰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될 줄도 몰랐다. 성격 좋은 이막그 곁에는 늘 끊이지 않고 여자친구가 있었다. 알게 된 지 3년 쯤 됐는데 연애 공백의 기간이 3개월을 채 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가지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 그때는 친한 동생이라는 명분하에 말이다. 그 거지 같은 동생이라는 단어 동생이라는 단어로 남들에게 말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때 깔끔히 접었어야 했다. 정확히는 이막그를 향한 내 마음을 말이다.
천성이 다정한 사람을 짝사랑한다는 사실은 꽤나 힘들었다. 이렇게 고백할 마음은 없었지만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한마디 하자면 대화하면서 사람 뚫어져라 쳐다보는거, 자꾸 귀엽다고 말하는 거 하나하나가 본인은 의식하지 않고 그냥 한 행동일지 몰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꽤나 당황스러운 말이라는 거 이막그는 멍청해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다음 문장은 듣지도 않고 뒤돌아 걸어왔다. 따라오지 않는 이막그에 매번 눈치 없다고 한 소리 들었으면서 왜 이럴 땐 눈치도 빠른지 그것조차 오늘은 거지같았다.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도 했겠지만 그렇게 거절을 바로하냐 이막그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거 보니 아직 나도 깔끔히 끝내기엔 글렀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미 멋도 없고 무드없이 고백한 마당에 다시 달려가서 붙잡고 그 땐 왜 그렇게 행동했냐고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이막그 한테서 나오는 말이 또 미안해일까봐 내가 고백을 한 사실이 왜 형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게 하는지 그 뜻을 알고 싶지 않아서 다시 뒤 돌아가 물어보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나 멍청하다. 아마 나쟤믽이나 황읹줁이 보면 답지 않다고 한 소리 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는 말 한번이라도 더 들으면 애써 부정하고 있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와 좆같음을 알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꾸역꾸역 앞으로 걸어간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에 골목에는 개미 한 마리 없는게 편히 울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괜히 손이 노는 게 싫어서 의미 없이 쌓인 카톡만 보고 있었는데 흐려진 시야에 누가 보면 평생 놀림감으로 나중에 술 먹으면 나오는 안줏거리로 딱 이었다. 타이틀로는 '이동엯 3년 짝사랑에 거지같은 고백으로 까이다?'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한 두방울을 기점으로 들어가는 길에 질질 짰다. 누가 보면 사연이 깊은 사람인 줄 알 것 같은 얼굴로 말이다. 고작 거지같이 고백해서 까여 놓고 완전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뭐 별 수 있나.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Keep Current with 햄ㅣㅇ

햄ㅣㅇ Profile picture

Stay in touch and get notified when new unrolls are available from this author!

Read all threads

This Thread may be Removed Anytime!

PDF

Twitter may remove this content at anytime! Save it as PDF for later use!

Try unrolling a thread yourself!

how to unroll video
  1. Follow @ThreadReaderApp to mention us!

  2. From a Twitter thread mention us with a keyword "unroll"
@threadreaderapp unroll

Practice here first or read more on our help page!

More from @Haming00_00

8 May
이렇게 주변에 왼들의 옷가지들이 널려 있으니 오메가 둥지로 동른 보고 싶은 마음만.... Image
일단 기본베이스를 주저리 말을 좀 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내 멋대로... 세계관에서는 각인은 보통 결혼하면 다들 하는 정도고 각인을 한 오메가는 알파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거나 장시간 알파의 페로몬을 느끼지? 못하면 심적으로 불안해지는 그런 걸로 합시다.
알파의 존재가 호르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보통 각인을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함. 그리고 동른베이스의 기본은 모든 왼들은 기본적으로 동엯이를 굉장히 귀여워 함. 각자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굉장히 귀엽고 팔랑거리는? 그런 느낌으로..
Read 27 tweets

Did Thread Reader help you today?

Support us! We are indie developers!


This site is made by just two indie developers on a laptop doing marketing, support and development! Read more about the story.

Become a Premium Member ($3/month or $30/year) and get exclusive features!

Become Premium

Too expensive? Make a small donation by buying us coffee ($5) or help with server cost ($10)

Donate via Paypal Become our Patreon

Thank you for your support!

Follow Us on Twi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