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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5, 2021 324 tweets >60 min read Read on X
란마1/2 설정으로 뜨슨물 뒤집어쓰면 여자가 되는 문대

보고싶은데 아무도 안 써줄꺼같으니까 내가 계정파서 저렴하게 써보는 큰세문대
(란마 본 적 없음 날조주의 퇴고없음)
처음 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 걸 겪은 건 <바로 나> 찍고 와서 일 듯. 문대로 빙의전에도 보일러 가스비 아깝기도 하고 뜨겁게 씻는 건 갑갑하니 불호라서 몰랐는데 촬영 끝나고 돌아오니 좀 으슬으슬하니 감기 걸릴까 싶은거지.
그래서 평상시 미온수가 아니라 목욕탕만큼 뜨끈하게 물 틀어놓고 샤워기 아래서 물 맞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가슴이 뙇 생기고 있어야 할 게 사라지는 걸 보면서 식겁해서 소리 지르는데 목소리도 여자 목소리야.
그대로 멘붕하고 뛰쳐나와서 쌍욕을 바가지로 하다가 그래도 생각보다는 금방 받아들임. 빙의도 시스템도 말이 안 되는데 새삼 TS(?!)가 말이 안 될 건 또 뭐야.
결국 앓는 와중에도 열 오른 머리 팽팽 굴리면서 생각 해봤음. 내가 얘 몸에 빙의하기 시작하면서 여자로 변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몸의 소유자한테 들어온거 같다 라고.
만약 내가 빙의하면서 생긴 특이점이라면 시스템이 상태이상이나 특성에 성별스왑에 대한 것도 써줬지 않을까 싶은거지.
이런 체질을 가진 이 몸 주인도 딱하고 부모도 딱하고. 그 와중에 남성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도 이 와중에도 그나마 다행(?)이고. 여러 생각 했을 듯. 아무튼 몸이 좀 낫고 나서 어느정도 온도에서 변하는지나 성별차이 말고도 얼굴이나 체형이 얼마나 바뀌나 수십번 실험 해봤음.
몇번 스왑해가며 양쪽 몸을 관찰한 결과 박문대는 좀 아깝다 생각함. 데팔하면서 돌을 몇년이나 봐온 결과 객관적으로 여자일 적 외모나 몸매가 미션을 깨기에 더 적합하다 싶었거든
남자일 땐 아마 못 먹어서 너무 마른 몸매랑 키가 조금 아쉽나 싶은데 여자일 땐 평균보다 좀 작아도 신경 안 쓰기도 하고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말랐는데 가슴만 자기주장 장난 없음.
그래도 같은 사람이니 얼굴이 똑같긴 하지만 눈과 얼굴형이 여자일 때 미묘하게 더 동글동글 해진 게 애교상이라 좀 밋밋해도 남자일 때보단 여자일 때 더 셀링포인트가 될 것 같은거지.
하지만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민증도 남자고 아주사 남자판 나가서 곧 방송도 앞두고 있는데 어쩌겠음. 아쉬워 할 시간에 덤벨 한번 더 드는 게 도움되겠지 생각하면서 번민을 끝냄.
되려 가끔 이용하기도 했음. 미온수 정도로 변하는 게 아니면 목욕탕만 안 가면 되지않나. 시간 지나서 그 상태에 익숙해 졌을땐 숙소에 아무도 없으면 누가 알아보는게 귀찮아서 뜨겁게 씻고 편의점 나가기도 해보고, 몸 지지고 노곤하고 싶을 때 가끔 그러고 있었을 듯.
옷 같은거도 머릿 속 기저에 언젠간 불가피하게 여자인 모습을 쓸 데가 있지 않을까 싶어 가슴 사이즈 생각해서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사이즈 오버핏 후드 같은 거로만 살 듯. 남들은 그게 취향인 줄 알고 우리 문댕이는 옷도 지 같은거만 입어, 자기가 큰 줄 아는 쟈근 댕댕이 기믹 밀겠지.
하지만 이건 큰문이니까 위기를 만들어봅시다.
겨울에 낼 앨범작업 전에 휴가 받고서 혼자 숙소에 있으려는데 또 아플까봐 걱정하는 애들 스케쥴 다녀온 날 저녁부터 다 보내버리고 늘어지게 자려고 했음. 근데 평소 생활패턴이 있어서 그런가 새벽에 깼는데 잠은 또 안 와서 런닝뛰고 올까 하고 새벽에 집밖으로 나감.
해도 다 안 뜨고 안개도 좀 끼고, 사람도 없어서 혼자 산책로 전세 낸 기분 만끽하는데 갑자기 비가 떨어지는거지. 비가 올거라 생각 못해서 우산도 없음.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사서가는거 보다 그냥 숙소까지 뛰는게 더 빨리 들어가겠다 생각한 문대가 대충 후드 뒤집어쓰고 뒤돌아 뛰었음.
갈수록 비가 더 세차게 쏟아져서 숙소 도착했을 때는 그냥 완전히 옷 입고 샤워한 듯 푹 젖었음.
숙소 들어오자마자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 현관이랑 방 들어가는 길에 옷 다 벗어서 던져놓고 맴버들 올 때까지 안 아프고 멀쩡히 있을거라 큰소리 쳐놔서 설마 이 잠깐으로 비 좀 맞았다고 감기걸릴까 싶은데 혹시 모르니 간만에 뜨숩게 씻고나서 찬물 안 끼얹고 여자 상태로 나왔음.
바지는 허리때문에 안 맞으니 잠옷 상의만 대충 뒤집어 쓰고 방에서 나와 벗어놓은 옷들 주워다 새벽에 돌리면 민폐니 세탁기 물만 받아다 옷 담궈놓음. 그러고 잘까 싶다가 아직도 잠이 안 와서 다 못 한 모니터링이나 할까 싶어 맥주 꺼내다 TV앞에 앉아서 출연했던 예능이나 틀었음.
그러고 20분정도 보니까 너무 재미없어서 졸린거임. 공중파라고 나가긴 했는데 원래도 오래 해먹었다는 이름빨로 간신히 편성에서 살아있는 프로라. 이걸 모니터링 하고 있는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꾸역꾸역보다가 기어이 이대로 누워 잠들기를 택했음.
지금 여자 몸이라 찜찜하긴 하지만 누가 휴가 첫 날 아침부터 돌아오겠나 싶어서 좀 방심하고 잠 듬. 하지만 돌아왔지. 세진이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3 동생을 둔 큰세가 집에 갔다가 가족들이 다 수능 앞 둔 동생 신경쓴다고 예민한 상태인데 자기만 푹 퍼져서 쉬고 있으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일 것 같아 뭐 가지러 잠깐 들렀다고 여사님 보고싶어서 왔지~ 둘러대면서 등교하는 동생 배웅 한 뒤 바로 숙소 돌아옴.
해는 떴지만 휴가 첫 날이니 아직 문대도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조용히 들어오는데 복도 지나서 거실오니 TV는 광고화면으로 켜져있고 소파 아래로 까만 뒤통수만 빼꼼 나와있어. 보나마나 휴가인데도 모니터링 하겠답시고 밤새 보다 잠들었겠지, 하고 큰세가 생각함
장난치려고 잠은 들어가서 자라 문대문대 할까, 문대문대 세진이 올 때까지 기다린거야? 할까 여러 문구를 떠올리면서 발소리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세상에 왠 여자애가 문대 잠옷입고 누워있어. 큰세 소름 쫙 돋으면서 식겁하겠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름.
전에 살던 숙소도 사생이 집 안까지는 못 뚫었는데 비싸고 보안 철저해서 연예인 많이 살기로 유명한 곳으로 이사왔건만 사생이 집 안까지 뚫었어.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일단 폰에 112 눌러놓고 신고해야하나 어쩌나 오만생각 다 하는데 옷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문대가 깼음.
문대 일어나자마자 놀라서 스프링마냥 벌떡 몸을 일으켰음. 굳어있는 큰세를 보면서 ㅈ됐다 생각했겠지. 왜 이 놈은 휴가 첫날부터 돌아와서는. ㅅㅂ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빠르게 머리 굴리는 사이에 새우잠 자다 몸을 일으킨 여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음.
진짜 식겁했는데 좀 진정하면서 가만보니까 문대랑 완전히 판박이인거야. 자기도 화들짝 놀라고 일어나서는 나를 보면서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 보듯 당황스러워 하는 게 팬도 사생도 아닌 반응이라 혹시나 싶은거지.

🐻문대 동생...?
말하면서도 얘 분명 가족 아무도 없댔는데, 친척마저도 아무도 얘를 찾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떠올렸지만 앞에 있는 여자가 너무 말도 안 되게 쏙 빼닮았거든. 그 와중에도 아무 대답도 없어서 아닌가 생각하게 될 즈음에서야 여자가 네... 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했음.
문대는 자기가 여자도 될 수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되나, 이거 말하면 믿긴 하는건가. 머리 하얗게 돼서 온갖 생각 다 하고 있었는데 큰세가 문대 동생이냐고 묻는 말을 듣고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함. 일단 대답부터 해놓고 실시간으로 소설쓰기 시작했음.
둘이서 이러고 있기 뻘쭘해진 큰세가 자기 동생 거실에서 재워놓고 얘는 어디갔냐고 문대 방에 가서 찾으려니까 문대가 후드 주머니에 손 넣고 휴대폰 끄고 따라가면서 급하게 대답했음.

🐶그게, 제가 비 맞고 들어와서 오빠가 입을 거 사오겠다고...
여자 몸으로 있는건 익숙하지만 목소리를 이렇게 길게 내는 건 처음이라 소름이 쫙 돋았는데 보는 큰세는 얘 얼굴이 허옇게 질리니까 지 오빠도 없이 모르는 남자랑 그런 차림으로 있으려니 불편해서 그러려니 하고 팬 대하듯이 한 톤 높여서 말함

🐻그렇구나~ 괜찮으니까 편하게 있어요
하고 큰세 자기 방 들어가서 문대한테 바로 전화 때리는데 당연히 꺼져있음.
방 안만 뺑글뺑글 돌면서 손님만 거실에 두는 것도 예의는 아닌데 싶기도 하고, 자살시도하고 기억이 없다는 애가 동생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지. 까지 생각하다 우뚝 멈춰었음. 자기 얘긴 죽어도 안하는 문대 대신에 동생한테는 슬쩍 물어서 캐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침 문대도 없겠다 동생만 잘 구워 삶아보면 되지 않나, 큰세가 문 밖으로 나감.

🐻그러고보니 손님왔는데 아무 것도 안 줬네.
🐻동생이라고 했지, 오빠 친구니까 말 편하게 할게?
🐻커피라도 타줄까?
🐶(ㅅㅂ집에 커피가 어딨다고)
문대가 아무거나 괜찮다 대답하곤 슬슬 얘기 좀 해보려고 밑밥까는 큰세를 보며 머릿속에 한 500타 타속으로 쓴 써내려본 부모없는 남매 대서사시 소설 설정을 점검해보고 이정도면 있을 수 있는 얘기지. 하고 자신만만해졌음.

🐶(어디. 와볼테면 와봐라)
나이는 두 살 어림. 헤어진 건 부모님 돌아가시고 생계가 어려워 종교시설 통해 입양 감. 가서도 연락은 가끔 주고 받았는데 자퇴한다더니 연락 끊기고 번호도 없애더니 갑자기 TV나오고 아이돌이래서 놀랐음. 다시 연락을 하게된 건 몇 달 안 됨. 왜 그간 연락 안했냐 물으니 사고로 기억이 없다더라
그러고 가끔 카톡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끔 만나서 옛날얘기나 좀 하고 그랬는데 어제는 문자로 양부모님이랑 싸운 얘길 했더니 내가 기분 상해서 있는게 보였는지, 자기 휴가라고 와서 밥 먹고 얘기나 좀 하다 가라길래 새벽같이 가출해서 나오다 갑자기 내린 비 다 맞고 이렇게 됐다 하소연 함
거기까지 들은 큰세는 문대 얘가 오래 누워있을 때 기억을 더 떠올리고 유일하게 있는 가족 챙기려는구나, 생각하고 문대는 큰세가 그리 생각하는 걸 노린거. 여기까지 들었으면 더 물어보지 않을 듯 했는데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거야. 설정도 바닥났는데.
그냥 즉흥으로 막 쳐내다가 이러다 말실수 하겠다 싶어서 일단 얘를 피해서 나가야겠다 싶어진 문대가 간밤에 도망쳐나오고 비도 너무 많이 오는데 돌아가지 않으면 슬슬 부모님이 걱정을 넘어 신고 하실 것 같다고 오빠는 안 왔지만 먼저 가봐야겠다 둘러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남.
문대가 자기방에 가면서 내 옷은 일단 두고 오빠 옷 좀 빌려입고 돌아가겠다고, 카톡은 남기겠지만 오면 전달해달라 하고는 적당히 두꺼운 후드랑 트레이닝 복 바지 고무줄 꽉 조여입고 너도나도 다 가지고 있는 유명 캔버스백에 나가서 갈아입고 돌아올 옷가지를 챙겨서 메고 나옴.
옷 갈아입고 나오니 큰세가 비 많이 온다며 택시 어플로 잡아놨으니 타고 가라고 택시비까지 쥐여주더라. 의외로 이런 매너가 있네 싶으면서도 이 놈이 여자라고 잘 보이려고 하나 싶어서 떨떠름해짐.

🐶안녕히계세요...
🐻그래, 나중에 또 언제든지 편하게 와도 돼~
🐶네. (다신 못 볼꺼다)
그러고 자기 신발 중 좀 작게 나와서 불편해 안 신는 신발 질질 끌면서 큰세한테 택시 앞까지 배웅받고 인사하고 탔음.
어디로 갈까요 하고 묻는 기사님 말에 일단 앞으로 직진해달라고 하고 아파트에서 멀어지며 자주 런닝코스로 도는 산책로 중간에 있는 공원 지나기 전에 세워달라해서 내림. 거기 간이 화장실이 있었거든. 마침 아직도 비가 장대비처럼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기껏 씻고 몸 뎁혀놨는데 결국 다시 쫄딱 젖어야 해서 가방 안 젖게 끌어안고 속으로 욕하면서 한참 밖을 떠돌다 화장실로 들어와 남자로 돌아온걸 확인한 뒤 가방에서 수건 꺼내서 대충 닦고 옷 갈아입음. 그러고 핸드폰 켜서 어플로 택시 잡았는데 아까갔던 그 택시가 다시 와서 심장이 쫄깃했겠지.
가방에 넣어둔 쇼핑백을 꺼내서 이번엔 반대로 쇼핑백에 가방을 쑤셔넣고, 올라와서 놀란 얼굴을 만들어 본 다음에 집에 들어와서 큰세를 보며 놀란 얼굴을 했음.

🐶너... 왜 벌써 와 있냐.
🐻문대문대 한참 전화했잖아~
🐶배터리 나가서. ...너 혼자야?
🐻동생 말하는거지?
그러고 큰세가 자기 본가 갔다가 돌아와서 자고있는 문대 동생보며 사생인 줄 알고 진짜 식겁했다며 호들갑 떠는 걸 그랬냐, 미안하다 하면서 받아주는데 이 놈이 자기가 실컷 머리 굴려 말한 가정사 얘기는 쏙 빼놓고 말하는거야. 그래서 옷 좀 빌려 입고 돌아갔다는 얘기까지 들어주고 문대가 물음.
🐶걔가 뭐... 더 말한 거 없었어?
🐻으음, 딱히 없었는데.
🐶...그래?

더 말할 것 같진 않아서 아무튼 괜히 걱정 사기 싫으니 오늘 있던 일은 멤버들한테도 말아달라 하고 방에 돌아와 가방 던져놓고 일단 씻는데 생각할 수록 좀 꽁기한거지.
남의 가정사이니 함부로 말하기 그래서 숨기나 했는데 어차피 그 가정사가 자기얘기잖아. 내가 동생한테 물어보면 금방 들킬 텐데 그게 뭐라고 별 것도 아닌 걸 거짓말을 하지, 얘가 여태 말을 안 한건 있어도 거짓말 한 적은 없는거 같은데. 왜?

그리고 이 생각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음.
큰세 본인은 별 생각 없었음. 워낙 곁도 잘 안주고 어디 의지하는 데도 없이 홀로 꼿꼿하다 생각한 ‘그’ 문대의 개인 가정사를 자기만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거든.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는데 고작 이것 좀 알았다고 나만 알고 독점했다는 느낌까지 받았음.
거기서 좀 더 나아가면 문대 보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알게 된거잖아. 허우대 멀쩡해서는 휴가때마다 아프고 심지어 수술할 때 자기가 사인할 뻔 했는데. 위급 시 부를 수 있는 가족이 생겼다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다음에 만나면 비상연락처라도 받아놓을까 생각했지.
그래서 눈치빠른 큰세가 언짢아보이는 문대를 못 알아챘고 그사이 문대는 그냥 묻고 넘어가려고 했음. 그게 아니라도 모니터링을 비롯해서 다음 앨범도 그렇고 생각할 게 많았거든. 근데 기껏 묻으니까 얘가 같이 밥 먹을때나 거실에 앉아 있으면 옆에 붙어서 살살 긁는거임.
🐻문대문대, 동생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더라
🐻머리도 숏컷이라 멀리서 보면 문대인 줄 알겠어~
🐶어. (어쩌라고)

그러고 다음날에 다다음날 까지도 동생 얘기 꺼내면서 이제 다음주부터는 휴가 끝나고 녹음하랴 연습하랴 시간 없을텐데 동생 옷은 안 갖다줘도 되냐며 묻는거야.
기껏 내가 그냥 동생한테 물어봐도 금방 알 수 있는거니 그냥 대충 대답 한거겠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 끝냈는데 한번 본 남의 동생 안부를 왜 자꾸 물어봐, 얘가 묘하게 친절하게 굴더니만 걔가 마음에 든건가 까지 생각이 뻗어간거야. 걔 얼굴이 몇년이나 봐왔던 내 얼굴인데 어디가? 새삼 왜?
큰세는 그냥 문대한테 문제 생기면 연락할 비상용 연락처를 확보해두자는데 꽂혀서 살살 찔러본건데 머리를 너무 굴린 문대는 자기도 왜인지 모르게 그냥 좀... 화가 났음. 얼굴 빼면 몸매일텐데 얘도 남자라고 밝히는건가, 똑똑한 녀석이 고작 그런데에 정신 못 차리나 실망스럽기도 하고.
🐶너 걔한테 관심있냐?
🐻뭐? 그런 거 아니야.
🐻(나중에 너한테 무슨 큰 일 생기면 연락할 일 생길까봐 비상용으로) 혹시나 해서 그냥 전화번호만 알아둘까~ 하고.
뭐라고 이 새끼야? 일단 열 좀 받은 문대 입장에선 완전 사심으로밖에 안 보이는 거지. 그 쯤 되어서야 큰세가 자길 꼬라보는 문대를 눈치챘음. 그런 거 아니라곤 했지만 이제보니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뒤늦게 더 변명하려고 했는데 문대가 대뜸 그제 얘기를 꺼냄.
🐶안 그래도 통화했는데 걔 입양 간 거부터 해서 연락은 자주 하고 만나는지, 너 엄청 캐물어 봤더라.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문대의 가시 돋은 말투에 큰세도 좀 황당했겠지. 사실 처음엔 좀 캐보려고 했긴 했지만 동생이 자길 경계하는 거 같아서 그냥 몇살이냐 물어보고 문대 어릴 땐 어땠었냐 같이, 친구의 가족을 만나게 됐으니 물어볼 만한 걸 스몰토크 용으로 물어봤는데 동생이 알아서 와르르 쏟아냈거든.
🐻아니... 문대는 평소에 자기 얘기 잘 안하니까, 동생이라고 하니까는 만난 김에 물어본거지.
🐻문대야 화 났어?
🐻당사자도 없는데 얘기해서 그런거면 미안해~
내가 그래도 얘랑 친구사인데. 친구 어릴 적 얘기 좀 물어봤다고 이렇게나 화를 들을 정도인가, 어쨌든 자기한테 말해준 것 때문에 동생이 문대랑 싸우거나 곤란해질까봐 큰세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먼저 굽혀줬음. 막상 그렇게 나오니 문대는 할 말이 없는거야. 그러면서 빠르게 진정했지.
그땐 들키면 안될 걸 들켜서 너무 멘붕해있었던 터라 뭘 물어올지 긴장해서. 그래, 내가 별 것도 아닌데 예민하게 굴었다. 한참 어린애한테 어른스럽지 못 했네. 정말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통찰하자면 ...친구경험이 적은 것도 한 몫 했을거고. 문대가 생각을 마치고 속으로 한숨을 참았음.
🐶나도 미안하다.
🐻어?

다시 생각하니 정말 6살이나 어린 놈한테 유치하게 뭐냐. 아니라 했지만 여자에 관심있는 것도 당연하지. 솔직히 한창 그런 나이 아닌가. 문대가 민망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음. 얘는 끝까지 큰세가 친절하고 사람 좋게 군 게 지 동생이라 그렇게 한 거라곤 절대 생각 못 할 듯.
아무튼 문대가 저러고 일어나서 큰세 홀로 거실에 남겨짐. 방금 한 대화가 문대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반응이라 좀 멍했음. 콕 찝어서 뭐가 이상하다 말하긴 그런데 동생이니까 걱정되어서 오빠로서 할 만한 걱정이다 생각하려다가도 곱씹을 수록 걔한테 관심 있냐고 화내던 얼굴이 계속 걸리는거지.
묘하게 이게 걱정이 맞나 싶으면서 뭐랄까... 그래, 굳이 비슷한 말로 표현해보자면 질투... 비스무리한? 근데 이게 말이 되냐고. 큰세는 잘 못 생각했다고 느끼겠지.

그렇습니다. 이거슨 자각도 못 한 둘의 맞관삽질 이었던 겁니다!
일주일 정도 되는 휴가 내내 아무도 안 오고 둘만 남아서 몇번 그런식으로 삽질 하다가 자각은 문대가 먼저 하지 않았을까? 계기도 별 거 아닐 듯. 자면서 꿈을 꿨는데 왠 얼굴도 모르는 인상 흐릿한 여자랑 큰세가 나왔는데 둘이 장난치면서도 키득키득 웃는 게 되게 사이 좋아 보이는거야.
그리고 개입하지 못 하는 시점에서 그걸 보며 문대는 되게 기분이 나빴음. 잠에서 깨고서도 일어나지 않고 팔짱끼고서 왜 나는 그렇게 기분이 나빴나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봄. 의외로 결론은 일찍 나옴. 그런거 보고 기분 나쁜거면 답이 하나뿐이지 않겠음?

🐶(내가 이세진을 그런식으로 좋아하나)
여태 남자들끼리 붐비고 사니 몰랐는데 여자를 상대로 하고 나니 알겠는거지. 근데 여태껏 살면서 한번도 내가 게이라곤 생각한 적 없는데. 류건우 일 적에도 짧지만 여자친구 있었음. 긴가민가 했는데 일주일 전에 그런거 가지고 화가 났던 게 갑자기 떠오르고, 그걸 맞물려보니 맞는 것 같겠지.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 이세진을 좋아하는 걸 인식했다고 뭐가 달라지나. 고백할 것도 아니고 사귈 것도 아닌데. 같은 그룹 안에서 미친 짓이지. 내심 그런 감정을 가진게 골치 아플 듯. 오히려 숨겨야 할 것이 더 늘어났잖음. 문대가 심난한 얼굴로 있다가 밥이나 먹자고 일어나서 나왔음.
현대인의 습관처럼 소파에 걸터앉아 TV켜놓고 폰 좀 보다 마침 밍기적거리며 나오는 큰세를 보고 오늘은 밥 뭐 먹을래 하고 물었음. 어제 먹다남은 찌개도 있고 그게 질리면 시켜 먹어도 되고. 시킨다면 뭐 시키지 하고 배달어플 보려니까 큰세가 대답함.

🐻아, 나 이따 약속있어서
🐻나가서 먹을거야
🐶약속?
🐻문대문대~ 형도 사회생활 좀 해야지.

그러고 바닥에 앉아서 줄창 카톡하는데 남녀동창들이랑 만나는 것 같은거지. 아주사때 지가 친구는 아니지 그래놓고 카톡으론 친한 듯이 구는데 방금 그런걸 꿈에서 보고 일어나서 그런가 좀 속이 답답해진거지. 갑자기 생각도 못 한 말이 튀어나옴.
🐶야. 몇시에 끝나냐?
🐶나가는 길에 옷 좀 전달해줘라.
🐻...어??

뇌가 썩었나. 미친 거 아냐. 문대가 지 입으로 뱉어놓고 놀라서 식은땀이 났을 듯. 속으로 거절해라, 거절하라고 염불 외는데 큰세가 순순히 그럴까? 하고 이유도 안 묻고 대답함. 큰세는 아직 동생 전화번호에 미련이 있었거든.
그거보고 문대는 더 속이 깝깝해지는거지.

🐶(쟤가 거절도 안 하네 ㅅㅂ)

왜 직접 안 가고? 나, 내가 만나도 돼? 라던가 어쨌든 한번 되물을 법도 하잖아. 근데 냉큼 저러니까 좀 울컥 했음. 그런 거 아니라며, 관심 있는 거 아니라며! 문대가 번민하는 사이에도 큰세는 지 방 가서 나갈 준비 했음.
이미 쏟아진 물이고 뱉어진 말인데 어쩌겠어. 문대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침대 밑 리터박스에서 나중에 혹시라도 입게 될 일이 있을까 몇 벌 사놨던 여자로 있을 때 사이즈에 맞는 여성복을 꺼내들어 쇼핑백에 따로 챙겼음. 기분이 복잡하겠지. 기어이 여장을 하고 만나는 일이 생기나.
방에서 나오는데 마침 준비 마치고 나온 큰세랑 마주쳤음. 쇼핑백을 건네니까 받아들었음. 이따 늦거나 엇갈릴까봐 그러니 번호도 알려달라는 말에 문대가 없다고 대답함.

🐶재수생 공부하라고 폰을 안 사준다더라 집에 노트북만 있대.
🐶그러니까 약속시간 지켜
🐶카톡계정은 있으니까 단톡 파줄게
지난번에 전화번호 얘기 하고나서 생각해놓았던 설정이었음. 쟤가 오늘 말고 동생 쪽이랑 카톡할 일이 생길까 싶긴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무때나 카톡하진 못 한다는 밑밥은 깔아두려고. 동생한테 전화번호가 없다는 말에 큰세가 미묘한 얼굴을 했지만 문대가 보지 못 했음.
여하튼 그래서 큰세 약속시간 맞춰서 숙소 나가자마자 문대 부랴부랴 준비 시작 했을 듯. 뜨거운 물로 씻고 나와서 아까 침대 밑 리터박스에서 브라랑 속옷도 꺼내 입고 통가발도 꺼냈음. 역시나 혹시나 해서 비싸게 주고 사뒀던 것. 두피 쉬게 한다고 염색 안 해서 천만다행이었지.
큰세는 얘가 친구관계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는 목격담 같은거 하나 만들어 둘까 싶어 평소같으면 안 나갔을 자리에 나와서 동창들 밥 사먹이고 적당히 어울려주다가 헤어지고나서 근처 편집샵에서 옷 사고 한번 싹 다 갈아입을 듯. 큰세 똑똑하자나? 문대 동생이랑 목격담 나면 안 되니까.
모자랑 안경까지 야무지게 쓰고 택시타고 벗어나서 문대가 지정한 곳에서 만날 듯. 아마 아주사때 살던 그 근처 아닐까. 자기가 잘 아는 동네니까 어디가 사람 없는지 잘 알겠지. 애들은 안 오고 남자들이 담배나 피러 나올 듯한 작은 놀이터 그네에 걸터앉아 문대가 초대해주고 나간 단톡을 돌려봄.
이름이나 물어보는 거에 대답만 하고 쓸데없는 얘기는 안하는게 참 문대같다 생각함. 툭 치면 와르르 쏟아내던 처음 봤을 때가 오히려 신기할 지경으로. 아무튼 놀이터 낮은 화단 위로 숏컷 한 문대 동생이 지나가나 살펴보는데 단발머리 한 여자가 다가오는거야. 날 알아보고 오는건가 곤란했는데
다가와서 인사하는 목소리가 자기가 아는 목소리인거야.

🐻어어?? 머리가...
🐶가발이예요.

큰세 좀 놀라서 얼떨떨하게 인사할 듯. 처음 봤을 땐 동생이 머리도 짧고 남자인 문대랑 똑같이 생겨서 보이쉬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원피스입고 가발쓴 걸 보니 닮긴 했는데 여성스럽고 귀엽게 생긴거지.
문대가 옷만 받고 갈 기세로 손 내미니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음.

🐻이렇게 물건만 주고 바로 가버리면
🐻문대한테 밥도 안 사먹이고 들여보냈냐고 혼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나온 문대가 고민하는 척 하다 이 근처는 주택가라 먹을 데가 없어서 김밥XX같은거 밖에 없는데 괜찮냐고 묻고 그리 감.
동네장사 특유의 음식만 달랑 갔다주고 TV만 보는 그런 분위기에서 큰세가 더 비싸고 맛있는거 사주고 싶었는데 하고 괜스레 울상지으며 속닥이니 문대가 괜찮다고 고개를 저었음. 오히려 누군지도 못 알아보고 대화내용은 신경 안 쓸 듯 했거든. 문대가 따라온 건 묻고 싶은 게 있었음. 이 모습으로.
재수생이라며~ 하고 자기 동생도 고3이라고 큰세가 스몰토크 하면서 동생이 문대한테 다 일러바쳤다면서? 나 문대한테 엄청 혼났어 하고 찡찡거리기도 하고. 능숙하게 대화를 이끄는 걸 보고 역시 난 놈은 난 놈이라고 생각함. 먹으면서 적절하게 대화를 이끌어서 편하게 대답도 하고 그랬음.
밥 먹고 나와서 좀 걷다가 골목에 있어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 편의점 바깥 테이블에 맥주 한 캔 씩 들고 앉아서 계속 얘기를 이었음. 둘은 잘 아는 사이가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얘깃거리도 박문대가 되는거지. 자신을 타자화 해서 말하는 건 어렵지만 괜찮았다고 느꼈음. 마치 상담받는 기분?
문대가 전에 이랬었다, 이런 적이 있다 하고 큰세가 말하면 오빠가 어떤 성격이라. 아니면 이랬던 적이 있어서. 하면서 그래서 그랬던거 아닐까요 하고 대답하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때 내가 왜 그랬었는지 느끼기도 하고. 큰세가 그런가? 해주면 묘한 기분을 느꼈을 듯.
문대는 편하게 대화했는데 큰세는 동생 얘기 들으면서 점점 속이 뒤집어질듯. 문대를 제일 잘 아는 건 그룹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자기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이라지만 몇 년이나 떨어져있다가 만난지도 몇달 안 됐다는 여자한테 완벽한 문대 캐해석을 들으면 어쩐지 열받는거지.
안다. 가족한테 질투나는 게 말이 되나. 문대를 나만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웃긴 거 알아. 그래도 스무살 이전 기억 거의 없으니까 기억이 있고부터 계속 부대끼고 산 건 나잖아. 근데 얜 당사자도 아닌데 뭘 안다고 싶으면서 또 하는 말은 문대 판박이야. 근데 그 판박이인 점도 열 받아.
오빠가 그래서 이랬을 거라고 나라도 이랬을꺼다 공감하는 부분이, 그러니깐 큰세가 문대를 걱정하는 부분이 아주 똑닮은거야. 똑똑하게 이득만 골라 챙길 듯 하면서도 여차하면 별 거 아닌 일에 지 몸이라도 불사를 것 같은 점을 공감하는 게 문대 여동생 아니랄까봐 똑같아서 위태하고 아슬해보여.
문대는 그나마 자기 갈아서 급발진하려고 하면 그룹에서 어떻게든 커버하고 챙기기라도 해보려하지 얘는 누가 챙겨...? 가족이라고 하나 있는 오빠라는 사람은 사고방식이 똑같아서 교묘하게 하라며 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고 말리진 않을 것 같아 보인단 말이야. 왜... 왜 이런 게 둘이나..?
그러니까 정리하면 얼마 만난 지도 안 되는 애한테 질투 나면서도 걱정되는 게 열이 받는거지. 근데 이유가 문대랑 똑같아서야. 둘이 똑같은 게 난 대체 왜 열이 받냐고. 문대 동생 솔직히 타인이잖음. 누가 친구 동생한테까지 걱정을 하냐고. 오지랖인거 알아. 아는데... 큰세 속이 아주 혼란스럽다.
큰세 속도 모르고 이와중에 문대는 쥐어짜낼 거리도 슬슬 바닥나서 나중에 또 물어볼 때 설정이나 꼬이지 말라고 어릴 적 물어보면 적당히 류건우 어릴 때 얘기 했을 듯. 그리고 큰세는 문대 자기도 아마 모를 어릴 적 얘기들 머리에 잘 적립해 두면서도 이 감정이 뭘까 생각 하느라 정신 나가 있었음.
전화번호 없다고 들었을 때부터 목적을 잃고 속으로 앗... 했지만 알았다고 뱉은 말이 있으니 별 수 없이 그냥 문대 심부름으로 가서 자기 친구 동생이니 좀 잘 챙겨준다고 밥도 사먹였는데 얻어가는 것도 별로 없이 찜찜한 고민거리만 끌어안고 돌아가게 될 것 같은 기분이야.
해는 아까 애진작에 졌고 이제 완전히 깜깜해지려고 하니까 슬슬 들어가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그 즈음 되어서 경계심이라곤 완전히 풀어져서 한껏 너그러워진 문대가 그간 오빠얘기도 듣고 좋았다고. 예의상 언제든 카톡하라고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진짜 해도 투넘버 써서 들킬 일 없었음.
그리고 인사하고 큰 길가 나가서 재빠르게 택시부터 잡음. 쟤보단 일찍 들어가야 되니까! 기사님한테 따블로 드릴테니까 빨리 가달라고 한 결과 어떻게든 큰세보단 일찍 들어 왔겠지. 숙소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씻고 남자로 나왔는데도 한참이나 안 와. 그러고 자기보다 두시간이나 늦게 왔음.
쟤는 거기가 초행길이니까 택시 늦게 잡고 오는 길이 막혔나 정도 생각하고 말았는데 사실 큰세는 집 근처 도착하고도 머리 좀 식힌다고 아파트 단지 공원 좀 돌다가 늦게 온 거 였음. 큰세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문대가 긴가민가로 끝낼 걸 얜 머리 깨지게 고민하겠지.
들어왔냐? 어어... 밥은 먹었냐? 어어... 이러고 각자 방에 쳐박혀 누워서 생각에 빠졌음. 큰세가 조심히 잘 들어갔냐고 먼저 카톡해주고 예의상으로라도 나중에 또 보자고 문대 얘기 많이 해서 좋았다고 매너있게 마무리 하는거 보면서 문대는 어린애가 그렇게 구는게 가소우면서도 좀 귀여웠겠지.
휴가 끝나고 모두 모여서 컴백할 준비를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들 보기에도 미묘하게 큰세가 넋이 나가있어. 해야할 일을 소홀히 하냐면 그건 절대 아닌데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고 리액션 봇인 애가 회사에서만 멀쩡하고 숙소 오면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있는거지.
내내 둘이 있는 거 다 아니까 문대한테 와서 세진이랑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 데 문대가 제일 답답할 듯. 쟤가 저러고 있을 만큼 뭐 대단히 유의미한 대화를 했던 건 딱히 아닌데. 속내를 다 터놓고 얘기하는 건 서로밖에 없는거 아니까 얘기 좀 해보라고 다들 부추기는 통에 배세랑 하루 또 방 바꿈.
큰세, 문대가 자기 방 문 열고 들어오니까 일단 움찔했지.

🐻...문대문대~ 무슨 일이야?
🐶그냥 하루 바꿨어.
처음엔 맥주나 가지고 들어가서 얘기할 판 좀 깔아볼까 했는데 사실 싸운 것도 아니고 누가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풀자고 그러는 것도 웃기잖아. 그래서 작전을 좀 달리했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 가만히 누워만 있을 건데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 분위기로.
큰세도 당연히 알았겠지. 근데 그렇다고 말은 못 하겠어. 비밀이라 그렇다기보다 하도 생각하다 이제 나조차도 뭐가 고민이고 뭐가 그리 불편하고 화 났던건지 모르겠거든. 말로 표현이 안 되는거야.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는 큰 덩어리같은 날 것의 감정이 있어.
그러고 가만히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문대만 보고 있어서 그냥 방 구석에 쳐박혔던건데 당사자가 자진출두 했지. 큰세 가만히 옆으로 누워서 벽지만 보고 있다가 일단 내가 계속 이러고 있으니 혹시나 동생이랑 뭔 일 있던거 아닌가 동생 걱정할까 싶어서 그건 확실히 하려고 입을 열었음.
🐻문대야 나 그 친구랑 무슨 일이 있고 그랬던 건 아니야
🐶어, 알아.

그게 나니까 당연히 잘 알지. 문대도 누워서 대답했는데 큰세가 안다고? 하고 대답했음. 겁나 살벌하게.
문대가 놀라서 일어나 앉아 큰세를 보는데 등 돌리고 가만히 누워있어. 부스럭 거리며 앉는 거 들었을 텐데 대꾸도 없이 가만히 있으니까 문대가 첨엔 잘 못 들은 줄 알았음.
이세진. 하고 부르는 소리에 크게 움찔 거리니까 잘 못 들은 게 아니구나 알았지. 작전은 취소하자.
🐶...
🐻왜~ 불러놓고 말은 안 해?
🐶나한테 할 말 있어?
🐻내가~?

삐딱선 탔네. 왜 저러는데. 문대가 미간을 살풋 찡그리며 뭐라 더 하려다 그냥 고개 돌리고 한숨을 참으며 도로 누웠음. 뭐가 아니꼬운거지.
코로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은 큰세가 더욱 가라앉았음. 이러면 안 된다는거 알아. 문대는 이유도 모르고 자기 꼬장 들어주고 있는 거니까. 근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문대가 불 끄고 누워서 깜깜해진 시야 속에 큰세가 몸을 바로 누으며 눈을 떴음.
무슨 일이 있었냐면 그렇진 않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냐면 그건 아닌 거 같아.
큰세 솔직히 인정은 금방 했을 듯. 문대에게 있어서 그룹 중에서 가장 도움되고 필요로 하고 싶은 마음이 우정과 동료애인지 알았는데 걔한테 가장 특별하고 싶었던 애정의 한 갈래였다는 걸. 그런데 이걸 사랑이라고 말 할 정도의 유성애적인 의미냐 물으면 잘 모르겠는거지.
상대가 남자라서 더 그랬음. 좋아한다는 감정은 생각 하는 것 만으로도 자신에겐 ‘주제도 모르고 배때지가 불렀지’ 하고 생각되는, 연생 길게하고 데뷔가 간절했던 자기한텐 말도 안 되는 염치없는 감정이라 정말 꿈에도 생각 본 적 없는 주제인데 심지어 남자야. 조금 충격이었던거지.
그런 감정을 들키면 안되는 연예인이란 부분을 떼어놓고 생각해도 동성애에 대해 싫다는 반응이라던가 그런게 있던 건 아닌데 내가 그 당사자라고 생각하니 남들이 평범이라고 말하는 보통의 범주는 아닌 것 같아서 사실 좀 두려워. 머리랑 이성이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해버리니 돌아버리겠는거야.
아 솔직히 문대를 좋아하는 게 아닐 수 있지 않나. 원래부터 난 문대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내가 좋아하는건데 그런 성격을 가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문대라서 문대가 좋은거 아닌가. ...근데 문대와 똑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를 알아. 심지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어.
다 지나고 이때를 큰세는 인생에서 제일 멍청했던 베스트 탑 5 안에 꼽음.
이 감정에 있는대로 반항해보기 시작했음. 지금 하는 짓도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짓이라 생각하는데...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하면서도 큰세는 이미 문대 동생한테 카톡보내면서 밤마다 대화를 주고 받는 걸 멈출 수 없는 상태였음. 그냥 잡담이나 주고 받았는데 말도 잘 통하고 잘 맞는 거 같아.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됐지. 얘가 나를 좋아하나. ...그러니까 여자쪽을. 문대는 굉장히 심란해졌음. 얘가 여자쪽의 나를 좋아하게 된 건 100% 내 잘못이야. 부주의하게 숙소에서 그러고 있다가 들킨 것도 그렇고 옷을 갖다 주라고 멍청한 짓을 한 것도 그렇고. 그치만 기분이 나빴어.
내가 어떤 여자의 인격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오빠라고 호칭을 바꾼 것 말곤 나일 때도, 여자일 때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었으면 이틀 본 걔가 아니라 날 그렇게 생각해야지 왜 내가 아니고 그쪽을... 문대가 큰세한테 대답하던 폰을 내려놓았음.
이렇게나 서운한 걸 보면 얘가 알아줬으면 생각 했던거구나. 주고 받고 싶었구나 내가. 처음엔 숨길 게 더 늘었다고 귀찮다 생각한 주제에... 문대가 왼팔을 올려 눈을 가렸음. 책상에 앉아 또 사부작사부작 뭔가 뜨고 있던 아현이 문대를 보고 불 끌까 하고 세심하게 물었지만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음
일단 내 문제는 뒤로 하고, 얘가 동생 쪽 나한테 카톡을 하기 시작했을 즈음 부터 다들 휴가 때 둘이 무슨 일 있었냐 물을 정도로 넋 놓고 멍 때리다가 정신 차리고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정말 동생 쪽 모습에 반...해서 그걸 본인이 인정하고 받아 들인 뒤 멀쩡해진거라면.
직업정신 투철하고 똑똑한 얘가 어련히 알아서 털어내고 마음 정리 할거라 생각하지만, 고백같은 걸 해온다 해도 그 모습으로 계속 만날 수 없으니 당연히 거절할 생각이었음. 이러나 저러나 접어야 할 마음이야. 그럼 얘가 다시 정신 놓는걸 바깥에 티가 나지 않도록 옆에서 잘 커버해줘야 하겠는데.
일단... 만나서 무슨 생각인지나 좀 들어볼까. 문대가 다시 폰을 들여다 보았음. 카톡으론 쓰잘데기 없는 대화나 나눴거든. 내가 생각하는 게 맞긴 한지 부터 알아보고 싶은데. 일정과 해야할 일이 적힌 스케쥴표를 보다가 다음주에 체력안배 한다고 안무연습이 없고 녹음도 둘이 빠지는 날이 있었음.
룸메인 선아현도 녹음 나가고 없으니 김래빈만 잘 속이면 안 들키고 몰래 나갈 수 있을 것도 같음. 맨날 방에 컴퓨터 앞에만 있으니 난이도 최하에 가깝다. 그렇게 정리하고 문대가 영화얘기를 하며 밑밥을 깔다가 약속까지도 순조롭게 잡았음. 너무 순순히 그럴까? 대답해서 기분 상했던 건 별개였음
약속 날, 큰세 나가는 거 어디 나가냐 예의상 한번 물어봐주고 부랴부랴 씻고 나와서 타이트한 니트에 모직 원피스를 꺼내 입었음. 가발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얼굴이 닮았는데 사생한테 본인이란 오해를 안 받으려면 여자인 티를 팍팍 내야 했음. 역시나 래빈이한테 안 들키고 쉽게 나왔음.
오빠 만날 때 이렇게 파티룸 빌려서 만났다고 찍어준 오피스텔 주소로 이미 가있을 큰세한테 택시 막힌다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톡 보내놓고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거리 사서 들어갔더니 큰세 자기 나이답게 여기저기 놓여있는 보드게임에 정신 팔려있다가 머쓱하게 돌아보는데 좀 웃겼음.
🐻오늘은 가발이 아니네?
🐶공부하러 가는 척 나왔거든요.
🐶가발쓰면 놀러나가는 것 처럼 보일테니까...
🐻누구 닮아서 그런지 철저해~
맥주 까놓고 승부욕 불태우며 보드게임 좀 하다가 노래방 반주기 틀어놓고 노래도 좀 때려주고. 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본 적은 처음인데 가창 s는 이 모습으로도 적용 되는지 큰세한테 노래 잘 하는건 유전이었냐고 재수 하지말고 아이돌 하라는 말까지 들었음. 끔찍하다고 쏘아봐줬지.
아무튼 두어시간 실컷 놀다가 재수생이라 눈치보여 영화도 못 본지 한참 됐다는 말에 만난 약속대로 영화 보자고 tv앞에 앉았음. 자연스럽게 담요를 챙겨주는 모습에 살짝 기분상할 뻔했지만 큰세가 이미 골라온 영화가 있다며 iptv에 검색하고 있던 터라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음.
받은 담요를 다리에 덮어주고 정리하다 영화 시작해서 뭔지도 모르고 한참 보다보니 동성애에 대한 자전적 영화인거야. 그때부터 영화는 하나도 안 보이고 머리가 복잡해졌지. 진짜 이걸 보고싶어서 골라왔다고? 뭘 알고 이러는건가. 안 들켰다고 자신하는데. 내 반응 보려고 일부러 이런걸?
문대가 표정이 굳은 채로 큰세를 돌아보니 큰세는 이미 내쪽을 보고있던 중이었음.

🐶...왜요?
🐻좀 그런가 내용이?
🐶동성애가요?
생각해보는 척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음. 남들 몰래 뒤에서 손을 만지작거리며 스킨쉽하는데 저게 중요한게 아니고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걸 보여주고 감상을 묻는건지. 긴장해서 땀까지 나는 거 같아. 문대가 침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릴 속으로 앓다가 대답했음.
🐶딱히 별 생각 없는데...
🐶나랑 관련 있는 게 아니라서요.

좋아.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문대가 맥주캔을 집어들어 조금 마셨는데 그걸 지켜보던 큰세가 자기도 캔을 집어 들더니 무슨 원샷이라도 할 모양인지 벌컥벌컥 들이마시다 캔을 내려놓았음.
🐶(뭐야. 얘 왜 이래)
🐻사실 할 말이 있어서 나왔는데.
🐶...예.

도대체가 숨 쉴 틈을 안 주네. 문대가 다시 바짝 긴장했음. 오면서 기껏 생각했던건 어쩌면 고백같은 걸 받을지도 모르겠단 생각 정도였는데 저런 영화 틀어놓고 이러니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건지 상상도 안 갔거든.
🐻내가 문대를 좋아해.
🐻...저런식으로.

뭐?? 문대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음.

🐶아니 저는... 그러니까.

ㅅㅂ이쪽이 아니라 저쪽을 좋아한다 고백할거라곤 진짜 상상도... 문대가 주저앉듯 스르륵 앉아서 얼굴을 쓸어내렸음. 언제부터? 아니 근데 그걸 왜 동생한테 말을... 아.
🐻그래서 미안해.
🐻...너한테는 말을 해야한다 생각했거든.

쟤도 착각을 한거구나. 내가 지를 좋아하는거라고.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혹시 몰라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둘러대니 큰세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음. 연하에 좋아한다는 사람 동생이고 차는 입장이니 막 대하기 힘들었겠지.
🐶...다 거르고 솔직히 말할게요.

문대가 생각을 가다듬으며 한숨을 참았음.

🐶우선, 오해부터 풀자면
🐶저는 그런식으로 생각한 적 없어요. 뭔가... 착각이 있던 거 같은데.
🐻...그래?
🐶오히려 저는...
🐶......
🐻아... 하...
그래 이 놈아. 나는 내가 고백받는지 알았는데 왜 너가 착각을 하냐. 까지 생각했다가 내가 이 모습을 쟤가 좋아하는거라 착각했던 만큼 쟤도 이쪽의 나한테서 뭔가 낌새를 발견했으니 그런 생각을 했겠지, 싶어졌음. 나도 어지간히 넋 놓고 긴장감 없이 살았다 참.
🐶그래서. ...죄송해요.

쟤가 저런 착각을 한 것 때문에 확실하게 안되는 이유를 말해주려고 박문대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만들었으니까 그 부분은 정말 사과해야 했음. 저런 걸로 여자 하나 떼자고 터무니 없는 거짓말 할 타입은 아니었거든.

🐶(대체 언제부터.)
가장 친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고 직업의식으로 떡밥 관리한다고 비게퍼를 아는 듯 한 나한테 유독 더 달라붙고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게 맞을수도 있겠지만. 그게 좋아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가니... 문대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복잡해져서 주둥이에 알콜을 꽂어넣었음.
큰세도 속이 말이 아니었음. 그렇게 부정했던 ‘내가 문대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성격이 어쩌고...’의 입덕부정기가 끝나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거든. 오늘 오전에 어딜 가냐며 지나가 듯 묻던 문대를 보고서 더 캐묻고 질투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야 확실해졌을 정도로.
문대한테가 아니라 동생쪽에 일부러 더 관심을 기울이며 아무것도 아닌 가십거리나 재수생의 지루한 하루에 과장되게 하하호호 해주다 문대 얘기가 나올때면 어김없이 문대에 대한 완벽한 해석을 보여줬는데 그러다 왜 처음에 열이 받았던건지 문득 깨달았음.

🐻(...문대한테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런 얘길 문대한테 듣고 싶었구나. 남의 입을 거쳐서 듣는게 아니라 문대가 재고 따지는 것 없이 허물없이 자기 속내를 나한테 보여주길 바랬구나. ...내가 정말 박문대를 좋아하는게 맞구나. 큰세가 옆으로 돌아누워서 한숨을 푹 쉬다 읽기만 하고 대답은 못 한 문대 동생과의 카톡창을 봤음.
내 헛소리에 계속 어울려줬던 동생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짓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 생각했음. 문대랑 성격도 똑닮았으니 정말 끔찍하게 귀찮았을텐데 별 말 없이 지금까지 계속 답 해준 걸 보면 나한테 어느정도 호감이 있었나본데 그럼 더더욱 이런 짓은 그만하는게 좋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차에 마침 오프날에 파티룸 빌려서 영화나 보자고 불러서 만나는 건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나온 참이었음.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 싸해질 상황도 조금 예상해보고 나온 터라 그리 충격도 아니었음.

🐶... 이제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문대같은 티벳여우 표정을 지으며 시니컬하게 묻는 동생한테 큰세가 어깨를 으쓱했음.

🐻이걸로 끝이야.
🐻원래도 말 할 생각은 없는데 ...거절 하려면 이유는 말해야 납득 할 것 같아서~
🐻오해라고 하니 민망해지긴 했지만?
큰세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장난스럽게 얘기했지만 문대는 있는대로 진지해졌음. 얘도 알아. 당사자를 포함해 절대 누구한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드러낼 생각 없으니 이대로 서로에 대한 건 이대로 묻어버리면 그만이건만 마음이 아주 불편했음.

🐶(...아마도 죄책감이겠지.)
이건 기만이잖아. 남들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방법이지만 어쨌든 얘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알게 된 거니까. 큰세가 동생의 아주 가라앉은 얼굴을 보며 왜 너가 그런 얼굴을 하냐고 털털하게 웃었지만 속은 타들어가는지 잠깐사이 벌써 네번째 캔을 따고 있었음.
이제 영화는 안중에도 없었음. 문대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뭔 내용인지 관심도 없고 장면이나 보다 새 캔을 집어들었음. 수습이 되나. 이걸 수습이라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한데.

당연히 비밀로 하겠지만...
오빠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애한테 잔인한 짓이란 걸 알면서도 말했지.
큰세는 드물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무표정한 얼굴을 짓다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가며 볼을 마구 문대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손을 내렸을 땐 힘들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음.

아니.

그렇게 말하는 큰세가 너무 지쳐보여서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영화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큰세 폰이 울리더니 잠깐 나왔다고 곧 들어갈건데 저녁은 먹었으니 나 빼고 먹으라고 하곤 끊었음. 아마 김래빈이겠지. 어플까지 미리 깔아놓고 다 와서 비행기모드로 해놓기 전에, 두시간 뒤 쯤으로 김래빈한테 운동 갔다온다며 저녁 뭐 먹을지 생각 해놓으라고 보냈었음.
작업하다 이제 카톡을 본 김래빈이 밥 먹기 전에 도착할 것 같은 놈들에게 전화해 저녁은 어떻게 할 건지 묻는 모양이었음. 꺼져있는 내 폰으로 텀을 두고 몇 번 전화해보다 문대형이 전화를 너무 안 받으시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기신 건 하며 일을 크게 만들기 전에 이 놈을 보내야겠다 생각 했는데
큰세가 알아서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음.

🐶저는 혹시 모르니까 시간 텀 두고 있다가 나갈게요.
🐻그럴래? 끝까지 미안할 일만 하네.

간단히 주변 정리를 마친 뒤 외투를 입고 현관으로 가는 큰세 뒤를 문대가 쫒았음.
🐶이런 걸로 위로가 된다면... 또 언제든 카톡해도 괜찮아요.
🐻하하, 뒷담메이트인가?
🐶그래서 마음이 편해진다면요.

큰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이라도 고맙다며 조심히 들어가라고 인사했음.
그렇게 배웅해주고 문대가 폰부터 비행기 모드를 끄고서 부재중 두개 와 김래빈의 언제 오시냐는 방금 도착한 카톡을 본 뒤에 이제 봤다고 뛰다가 꽤 나와버렸는데 한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대답해준 뒤 알았다고 대답까지 보고 빠르게 물을 끼얹고 나왔음.
오늘도 택시비를 따블로 쥐여드린 뒤 숙소에 도착해보니 녹음을 마친 멤버들은 이제 오는 중이라더라 말하는 김래빈밖에 없었음.

🐶큰세진은?
🐰저녁 약속이 있으셨는지 먹고 들어온다 하셨습니다!

아직 안 왔다고? 문대가 폰을 꺼내 시간을 다시 봤음. 왔어도 진작 먼저 왔어야 할 시간인데.
그러다 아까 본 지쳐보이던 얼굴을 떠올리고는 이젠 알겠는거지. 처음엔 차가 막혔다 생각했는데 바람 좀 쐬다 들어오는걸.

술도 나보다 못하는게 그리 마셔놓고. 날도 추운데 그냥 들어오지. 문대가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다 콩나물 봉다리들을 꺼냈음.

🐶김래빈. 와서 콩나물 대가리 좀 따.
큰세가 아무 생각도 없이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뱅뱅 돌다 발가락이 얼어 더 못 걷겠을 즈음 숙소에 돌아왔더니 문대가 혼자 거실에서 tv 틀어놓고 폰 하고 있다가 왔냐. 하고 큰세를 바라봤음.
🐶시간 늦었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고 씻어.
🐻나 먹고 들어왔어~
🐶약속 있대놓고 나가서 이 시간까지 안 들어온거보면 보나마나 마신거지 그게 먹은거냐.
🐻어...
🐶차려줄 때 먹어라.
부엌으로 향하는 문대 뒤를 멍하니 뒤쫒아 식탁에 앉으니 문대가 전기밥솥 탈탈 털어 국그릇에다 고봉밥 퍼주고 반찬 몇가지 접시에 덜어준 뒤 팔팔 끓은 콩나물국을 식탁에 올려주었음.

🐻이렇게나 많이? 나 머슴이야?
🐶누가 머슴한테 이렇게 밥 차리는데
🐶곧 식단관리니까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먹은게 없던 것도 맞지만 입맛이 없었는데 문대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큰세도 우연이겠지만 자길 위해 끓여진 것 같은 메뉴에 숟가락을 들었음. 문대가 앞에 앉아서 한숨을 참았음. 평소 같았으면 문대문대거리면서 세진이를 위해서? 감동이야? 이지랄 했을텐데 애가 넋이 나가서 말없이 깨작거렸거든.
🐶(나는 위로가 안 되나.)

쌍방 모두 고백할 생각도 없는 주제에 이런 생각하는게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동생 쪽으론 무슨 일기 마냥 꼬박꼬박 내 불평불만 다 하고 뭐 했고 어쨌고 다 시시콜콜 얘기 했으면서. 문대는 큰세가 이 악물고 동생한테 아무말대잔치 벌인 건 모르고 마냥 좀 서운했음.
얘나 나나 그룹 내에서 다 내려놓고 뭔갈 털어놓을 사람은 서로 밖에 없는거 알잖아. 숨기고 싶어하는 얘기 말고도 고민이나 피드백 곧 잘 주고받았는데 이제 그런 것도 전부 하지 않을 생각인건가. 그런 생각하며 지켜보고 있자니 큰세가 밥을 반공기 정도 비웠을 쯤 숟가락을 내려놓았음.
🐻박문대.
🐶...왜.
🐻알잖아. 그룹에 영향 끼치지 않을거야.
🐻요새 개인적으로 좀... 그럴 일이 있었어서 그래.
🐶...
🐻다음달 컴백 때는 멀쩡해질거야.
🐻그런걸로 걱정 안해도 돼.
그러면서 하얗게 질려있는 녀석이 아프게 웃는데 문대가 할 말을 잃었지. ...내가 이러는 게 컴백할 때도 이럴까봐 걱정하는 걸로 보였나.

🐶......

그룹... 때문이 아니었는데. 근데 그룹 위하자고 나는 너한테 숨기기만 하고 너는 나한테 아프기만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문대가 작게 피식 웃었음. 요샌 좀 바뀐 것 같다. 원래 그룹에 과몰입한 날 말리는 건 너가 하는 짓이었는데.

🐶알았다.

문대가 큰세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는 방으로 들어갔음. 달칵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큰세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없이 울었음.
카메라 셔터음을 뒤로하고 문대가 엄지로 스크롤을 쭉쭉 내렸음. 사생이 홍보 스케쥴이며 촬영 스튜디오며 이동하는 걸 몰래 찍어다 올린 걸 보는 중이었음. 가장 말이 많은 건 큰세 다이어트 빡세게 하고 리즈 찍었단 말이었음. 남이 보기엔 리즈인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 앞에 있는 큰세를 봤음.
같이 사니까 알잖음. 다이어트 하겠다고 딱히 운동을 더 한 것도 아니고 식이를 조절한 것도 아닌데 실시간으로 살이 빠지는 게 보여. 마음고생 하느라고 초췌해진 게. 근데 저번에 곧 멀쩡해질거라고 한 말을 지키려고 멤버들한테 평상시처럼 찌르고 장난치고 그러는데 그게 더 안쓰러웠음.
지금 찍는 자켓촬영이 선공개곡의 컨셉포토와 앨범3종 중 하나인데, 쓸쓸한 모노톤 분위기의 이별노래라 가을 다 지나기 전에 이지리스닝으로 괜찮을 것 같아 처음으로 해보는 시도였음. 어쩌다 지금 자기 상황하고 맞아떨어진 탓에 더 몰입했는지 모니터를 보니 건지는 것마다 다 A컷이었음.
아마 다음주 선공개곡 디싱 나오면 팬들 보기에 자기 최애들 빼면 가장 반응 좋지 않을까 싶음. 그런 생각하며 좀 더 물 밑으로 파고들어 모니터링하는데 그렇게 붙어다니던 빅벋곰머 둘이 싸웠는지 스케쥴 내내 따로 다니더라 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걸 보면서 이건 좀 신경 써야하나 싶어진거지.
문대가 주변을 둘러보다 매니저한테 아까 그 캠코더 어디갔냐고 물었음. 단체촬영 후 나중에 위툽에 올라갈 비하인드 자컨용으로 셀프캠코더를 요청 받아서 촬영순서 정하다 가위바위보 개망한거 찍고 개인촬영을 6등으로 배정받아서 앞에 좀 자는 동안 멤버들이 대기시간에 잠깐 들고다니던 것 같은데
워낙 늦은 시간이라 일찍 찍은 사람은 먼저 가서 자자고 멤버들 둘셋씩 숙소로 간 탓에 자느라 지켜보질 못해서 캠코더에 뭐가 찍힌 게 있긴 한건지 잘 모르겠음. 소문도 잠재우고 마무리도 할 겸 캠코더를 켜서 마침 다 찍고 모니터 보러오는 큰세를 찍었지. 큰세 캠코더 보고 금새 능청스럽게 굴었음
자기도 살 빠진 걸 아는지 감량 열심히 했는데 사진이 잘 나와서 보람있다고, 문대씨는 이 고통을 모른다고 찡찡대며 셀프캠에 보이도록 들러붙어왔음. 뒤에서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묻은 큰세를 캠코더 화면으로 보며 쳐내는 것과 그냥 두는 것 중 뭐가 사이 좋아보일까 고민하다 머리를 쓰다듬었음
가뜩이나 초췌하게 말라서 딱한데 더 야박하게 굴지 말자. 머리를 쓰다듬으니 몸이 바로 바짝 굳어지는 게 느껴졌음. 헤어스프레이를 많이 뿌려서 뻣뻣하니 인형털같다 생각하며 사진을 띄운 모니터를 보는데 촬영한 게 만족스럽게 나와 더 찍을 필요가 없었는지 끝! 하고 작가님이 외쳤음.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외쳐대다 대기실로 돌아와 셀프캠에 대고 짧게 인사하며 마무리 지은 다음, 옷 갈아입고 차에 올라탔음. 큰세가 먼저 올라타 맨 뒤 구석자리 앉는 걸 보고 바로 옆자리에 앉았음. 둘만 있어서 자리도 많은데 옆에 앉으니 큰세가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도 웃었음.
🐻문대문대~ 너무 붙는거 아니야? 세진이가 그렇게 좋아?
🐶됐고. 다 상관없는데 이건 어떻게 좀 해.

매니저가 들을새라 조용히 문대가 아까보던 페이지를 열어서 큰세를 보여주니 스크롤을 내려보면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음.

🐶나한테 뭐 화났냐?
아니 이런말이 아니라.

🐶...미안.
🐶청우형처럼 의연하게 되기 쉽지 않네.

그 놈은 얼마나 성인군자라는거야. 문대가 한숨을 참았음. 숨기기 힘들어서 이렇게 말라갈거면 차라리 나한테 대놓고 고백이라도 해서 차이고 내가 미안하도록 짐이라도 떠넘겼으면 싶었지.
큰세는 요새 문대만 보면 미쳐 날뛰는 기분에 정말 환장할 것 같았음. 나한테 그렇게 굴지 말라고!! 열 받아서 악을 쓰고 싶다가도 나한테 그렇게 굴지 말라고... 울며 불쌍하게 보이고도 싶었음. 이러다간 곧 들키겠다 까지 생각했지만 지금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고 최대라 더는 어떻게 못하겠어.
문대 입장에선 휴가 끝나고부터 계속 내 태도가 이상했을테니까 사실 사과는 내가 해야한다는 것도 머리로는 아는데 내 상태가 엉망이라 문대한테 실수 할까봐 좀 떨어져 있었더니 여태 계속 붙어다녔던 것 때문에 불화로 보인데. 거기다 얘가 나한테 화났냐고 까지 물어.
좋아하면 진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큰세입장에선 지한테 돌아가려는 신경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건데. 걜 위해서 했던 행동들이 팬들한테 불화로 보이고 문대는 나한테 서운해하는 이런 결과를 가져오니 열이 화악 오르는거지.
쟤도 같은거 달린 남자새끼한테 좋아한다는 말 같은건 듣고 싶지 않을 거 아냐. 나도 안다고 내가 이상한거. 큰세가 마른세수를 했음.

🐻화 난거 없어~
🐻그냥... 상태가 안 좋아서 너한테 시비걸고 실수할까봐 그랬는데
🐻이걸 신경쓰자고 붙어있으면
🐻이번엔 ...내가 널 불편하게 할지도 몰라.
🐶넌 나한테 한번도 불편한 적 없어.
🐶가끔 귀찮은 적은 있어도.

내가 ㅈ같이 굴면 굴었지 저 녀석은 여태껏 한번도 팬들 실망시키거나 멤버들에게 민폐끼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진짜 뒤통수 쎄하게 구는 불편한 녀석은 따로 있지. 얘 정도는 뭐. 문대가 습관처럼 고개숙여 뒷목을 주물렀음.
큰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인지 충동인지 모를 감정에 주먹을 꽉 쥐었음. 내가 니 생각 때문에 불면증처럼 잠도 못 잤는데 넌 아무렇지 않은 게, 나로 하여금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게 열이 받아서. ...이러다 들켜서 내 감정 좀 알아줬으면 싶은건지, 숨기고 싶긴 한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문대야~ 세진이가 그렇게 걱정 된거야?

될 대로 되라지. 알아챌까봐 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모두 놓아보기로 했음. 큰세가 옆으로 쓰러져 허리에 팔을 꽉 둘러서 끌어안았음. 먼지냄새 밖에 나지 않았지만 일정간격으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니 토하고 싶어 술렁거리던 마음이 좀 진정됐음
끌어안는 강도에 문대가 몸이 튀어 오를만큼 놀랐다가 덩치도 큰 게 구겨져서 안기려는 큰세를 내려다보고 삐죽 솟아오른 머리카락이나 매만졌음. 최근에 봤던 얼굴 중에 제일 편안해보였거든. 괜히 밀어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음.

🐶(심장소리나 좀 작았으면 좋겠는데)

문대 귀 끝이 조금 붉었음.
큰세가 문대한테 구는 게 편해지니까 이제야말로 진짜 둘이 다 풀렸구나 멤버들도 다행이다 생각하고 회사는 눈물을 흘리며 안심했을 듯. 회사 모두가 알고있는 브레인 둘이 부딪쳐서 사리고 있으면 가뜩이나 전담팀에 멤버들 입김이 센데 둘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정해져 요구받은 방향은 솔직히 좀...
아무튼. 들킬까 무서워서 붙어서 치대지 못했던 걸 다시 하고있자니 큰세가 깨달았지. 지금껏 자기가 열 받았다고 생각했던 게 모두 문대를 어떻게 부추겨보고 싶다는 충동질이었단 걸 깨달았음. 가뜩이나 이루어질 리 없는 불쌍한 짝사랑을 하고있는데 나라도 나를 불쌍히 여기자 생각하고
너무 문대 눈치만 보고있던 걸 그만 뒀음. 내가 얘를 좋아해서 하고 싶은 행동 그냥 적당히 신경쓰면서 할 거 다 했음. 큰세는 자기만족 했지만 이제부터 문대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겠지... 활동계획 없었는데 월요일날 디싱 나가고 생각보다 곡 순위가 좋아서 이번주만 음방4사 돌기로 했음.
큰세는 누구에게나 베푸는 호의 속에 숨긴 진심처럼 남들에게 다 똑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대에겐 더 신경써서 챙겨준다는 느낌이 강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요새 돌들은 이제 자판기 시대도 지났고 그냥 카페 딜리버리 시킨다던데 마실 꺼 시킬 사람~ 하면 각자가 음료를 대충 말하는데
다들 커스텀에 신경 안 써서 유진이꺼만 좀 달게하고 다른 멤버들 다 기본맛으로 시키면서 문대꺼만 당도 덜 달게 얼음 조금 이런식으로 문대 먹는거 지켜보다 표정이 괜찮았던대로 시키는거지. 큼큼 거리고 있으면 슬쩍 따뜻한 걸로 권하고. 점심 메뉴도 아무거나라고 하면 그렇게 시키는 편이었음.
그걸 문대가 모르고 있을까? 당연히 아님. 큰세는 좀 내려놓고 문대가 내가 하는 짓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부러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몰랐지만, 전에는 남의 눈에 보이도록 계산해서 붙어있고 치대고 했다면 지금은 남들 모르게 사생활의 영역에서 묘하게 굴어서 곤란했지.
쟤나 남들이 말하던 짜게 식은 티벳여우 표정 지으며 꽁트라도 하는 것처럼 적당한 수위에서 까거나 또는 당하면 됐었는데 나 스스로는 막내들이나 배세진처럼 생각하는게 다 보이는 성격은 아니지 않나 싶었건만, 스스로 내가 이렇게 빈틈이 많은 사람이었나 느낄만큼 세심하게 챙기는거야.
정확하게는, 보여지는 공적인 자리에선 쾌활하고 말 많고 장난기 많은 모습을 보이면서 뒤에서는 멤버들이 모르거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만큼 자연스럽게 다정히 굴었음. 카메라 앞에서 치대면서 애같이 굴던 모습은 어쩌고 뒤에선 그렇게 구니 난 태도를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진거지.
맨날 저리 꺼져라 이럴 순 없잖아. 그리고 제일 곤란한 건 쟤가 저렇게 나를 생각하는 게 싫지 않다는데 있었음. 무조건 숨길거지만 일단... 나도 쟤를 좋아하거든. 계속 이러고 모른 척 하기도 이상할 것 같아서 한번은 붙잡고 물어보기까지 했음.

🐶너... 요새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내가 뭐~?
🐶나한테...
🐶...아니다.

말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 그러고 문대가 돌아서려고 하면 큰세가 잠깐 붙잡았음.

🐻내가 곤란할 거라고 했잖아.
🐶그게 무슨 뜻인데

문대가 어쩔 수 없이 물어보면서도 속으로 대답하지 말라고 조마조마 했음.
문대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자길 보는 데, 큰세가 내 감정을 내가 부정하는 것 같아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은 차마 못하고 그냥 뭐~ 별 뜻 없어. 하고 먼저 문대를 지나쳤음. 그러고 쓴 웃음을 짓고 큰세가 지나치면 문대는 또 문대대로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랬지.
그러고 큰세는 또 큰세대로 화내는 것처럼 보였을까봐 그런거 아니라고 문대문대~ 하면서 들러붙어서 잘 숨겨서 말하고. 한달을 그런식으로 서로를 떠보다 지나갔음. 그러다 불안하게 부딪칠 듯 안 부딪치던 관계가 변하게 된건 12월 되자마자 연말 분위기로 각잡고 가져온 미니앨범 활동을 하면서였음
그 해 유독 연말 분위기 가지고 앨범 가지고 나온 튀어나온 가수들이 굉장히 많아서 대기실이 모자라 테스타도 예외없이 대기실을 칸막이 두고 같이 썼었음. 이제는 신인때와 다르게 여기저기 방송하면서 얼굴을 알게된 선후배 가수분들도 많이 마주쳐서 이상한 소문 안 붙게 공손하려고 노력했지.
문대 그런 부분 때문에 좀 신경써서 모니터링 하는데, 큰세 해피프렌드 전에 있던 대형에서 이번에 낸 신인들보다 거기 나간 애들이 더 잘 나간다는 역바이럴 작업하는 계정 보고 무슨 작업하나 슬쩍 보니 역시나 큰세도 언급이 되는거야. 나가서 데뷔한 여돌 누구랑 큰세랑 또 남돌 누구랑 언급하면서
심지어 얘넨 지들끼리 친하기까지 함 이러는데 작업대상 뻔하지 뭐. 여돌이랑 남돌 둘 붙여서 친하다 그러면 욕을 누가 먹겠음. 겉만 보면 신인이랑 비교한다만 욕 먹는건 여돌이겠지. 음방 1위 발표 때 출연가수 전부 올라가면서 지나치다 안면이 있긴하니 모르는 사람보다야 더 인사한 정도였을텐데
그걸 주에 네번 있는 모든 음방무대를 다 따와서 짤의 양으로 승부하니 그럴 듯 해보였을 수 있다 싶지. 하지만. 다 아는데 좀... 성질이 나. 개인팬덤 성격이 강해서 꼬투리 하나 잡히면 우리 누구는 이렇게나 일에 진심인데~ 누구는 친목이나~ 이러면서 살살 긁는 애들 잘 나오는 편이기도 하고.
문대 선빵은 안 때려도 누가 우리 언급했는데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그거 절대 가만히 안두잖아. 당장은 어떻게 못해도 적립해놨다가 갚아줘야지. 일단 밖에서 이게 얼마만큼의 반응을 보이는지. 음습하다는 말을 감안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부정하는 다른작업을 해야할지
검색해가며 상황을 쭉 보는데 큰세 오늘도 옆에 붙어서 문대가 눈치 채지 못 하게 뭐하나 슬쩍슬쩍 보다가 어어 하면서 문대 폰을 빼앗았음.

🐶? 뭐야.
🐻자, 문대 심호흡~ 릴렉스~
🐶아니... 너 이거 알아?
🐻잘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큰세 태평한 반응에 확 고개 돌려서 보려하니까 근처에 아현이가 무슨 일 있냐며 신경쓰려고 하길래 그러면 멤버 전체한테로 번져서 시끄러워지는거 둘이 뻔히 아니까 빠르게 문대가 짜게 식은 얼굴로 얘가 개소리를 한단 표정짓고 큰세는 찰싹 달라붙어서 쟈가운 문대~ 하고 즉석 꽁트 하나 찍었지.
그러면 아현이에서 배세한테 관심이 번지려던게 원래 얘네 이러고 노니까 별거 아니구나 하고 고개가 돌아가고, 큰세가 새로 들어온 매점 신상 구경가자고 문대를 질질 끄집어냈음. 폰게임 하는 유진이의 나도 먹어요!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오자마자 말해보라고 문대가 올려다봤음.
🐻보기는 봤지.
🐶그런데 그 반응이냐?
🐻그렇다고 무슨 작업을 해야할만큼의 일도 아니고...

둘이 매점으로 걸어가면서 대답했음. 큰세는 이런 별 것도 아닌 일에 가뜩이나 이것저것 신경쓰는 문대를 더 바쁘게 하고 싶지 않았지.
그렇지만 문대한테는 그 반응이 좀 다르게 받아들여졌음. 그런 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도 안 보이고 그러니까 얘가 이렇게 보이고 싶었나 싶어진거지. 나라도 대형 나와서 더 잘나가고 있다 그런 말 들으면 좋으면 좋았지 기분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했지만.
그냥 싫었음. 내가 왜 싫어하는건지 뭐가 맘에 들지 않는지는 일단 차치하고서.

🐶넌 그런 소리 듣는게 좋냐?
🐻그치만 그냥 헛소리잖아. 금방 가라앉을 걸.
🐻걔네는 내가 거기 나오기 직전에 들어온 애들이라 사실 본 적도 별로 없어.
아. 문대가 짧게 소리내곤 입을 꾹 다물었음. 그제야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알았지. 멤버들 외에 잘 모르는 곳에서 누구랑 가까이 붙어서 친하단 소리가 나오는게 싫었던거야. 그게 여돌이랑 연관 되어있어서 더. 순간적으로 실수했다 싶어서 심장이 확 떨어지는 감각을 느꼈음.
문대가 보인 짧은 동요를 알아차린 큰세는 내심 질투해주는 것 같아서 좀 기뻤음.

🐻박문대~ 날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내가 더 조심할게~

큰세가 나라도 나를 위로하고 싶어서 요새 습관처럼 입에 착 붙여놓고 쓰는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하면서 쿡쿡 찌르는데
그 말을 한달 넘도록 들으면서 알게 모르게 신경쓰고 있던 문대가 방금 한 말실수에 예민해져서 신경질적으로 저질러버렸음.

🐶너가 그런 말이나 하고 다니니까 그런 오해를...

큰일났다. 문대가 입술을 꽉 깨물었음.
🐻오해? 무슨 오해를

큰세 아무생각 없이 거기까지 말을 내뱉었다가 숨을 급하게 들이 삼켰음.

🐶나 화장실 좀.

큰세 얼굴은 보지도 못 하고 문대가 일단 아무데로 달려나가 도망쳤음.
🐶(ㅅㅂ 망했다.)

염병. 진짜 거기서 왜 도망쳤냐고. 뇌 진짜 썩었냐, 돌았어? 잘 둘러댈 수 있었는데 이러고 도망치면 진짜 빼박 알았다는게 되잖아. 쟤가 알았다는 것도 큰일인데 저걸 쟤가 알았으니 내가 한 말이 진짜 질투가 됐잖아.
문대가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일단 화장실에서 나와 매점으로 향했음. 이러고 튀었으니 걔도 걔대로 지금 멘붕왔을텐데 나라도 멀쩡히 굴어야지. 문대가 매점 가서는 아이돌로 보이는 화려하게 입은 누가 저거 신상이죠? 하면서 사가는걸 보고 같은걸 사서 대기실로 향했음.
쟤가 다른 뜻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사실 전혀 딴 얘기잖아. 실컷 바이럴 얘기하다가 갑자기 거기서 동생얘기가 나올거라곤 쟤도 생각 못할 거 아냐. 문대가 그런 도피성 생각으로 간신히 진정해서 복도로 나오는 비상계단 문을 열었는데 앞에 서있던 큰세가 그대로 다시 밀고 들어갔음
이 새끼 때문에 놀라서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네. 문대가 속으로 욕을 외치면서 못 벗어나게 벽에 밀치고 양 팔로 가두고 있는 큰세를 보았음. 잠깐 아무 말도 없이 있더니 곧 울리는 소리없이 조용해서 우리만 있다는 걸 알고는 큰세가 입을 열었음.

🐻미안해.
🐻...그 말은 꼭 하고 싶었어.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
큰세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음.

🐻나한테 시간 조금만 주라.
🐻금방... 평소대로 돌아올게.

큰세도 지금 당황해서 문대가 질투 비스무리하게 했단 걸 아예 인식하지 못 한 모양이었음.
내가 나보다 한참 어린 애한테 너무 가혹한 짓을 하고 있나. 애초에 여자 모습으로 동생인 척 한 내 잘못인데. 문대가 고개를 끝까지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봤음. 말도 안 되는 일을 거치고 저지르면서 양심은 그냥 흔적기관 된 줄 알았는데 콕콕이 아니라 콱콱 얻어 맞는 것 같았음.
이건 내가 박문대에 빙의와 시스템을 숨기는 것과는 다른 문제잖음. 내 의지도 아닐 뿐더러 그건 살려고 그랬다는 정당방위라도 되지, 이 짓은 내가 나 편하자고 잘못도 없는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농락하고 있는 거잖아.

🐶(그만 피하고 받아들일까.)
나도 얘 좋아하는거 맞잖아. 한참 어린애도 이렇게 나오는데 여섯살이나 더 쳐먹은 나는 그룹핑계 대면서 바로 마주하지도 않은 채 도망만 다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먼저 고백하지 못 할 망정.

🐶이세진.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누가 들을새라 문대가 가까이에서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렸음.
🐶괜찮으니까 ...나한테도 시간 좀 줘.
🐶어떤 결론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너한테 제대로 대답하고 싶어.
🐶그리고 사과하지마.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없으니까.

문대가 자기 양 옆을 짚고있는 큰세의 손을 잡아 내리면서 꽉 쥐었음.
당장 누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비상계단이고 당장 앞으로 시상식기간까지 한달 내내 바쁜 스케쥴을 소화해야 했음. 좀.. 일이 다 정리되고 제대로 얘기해 보고 싶었지.

비상구 계단 불빛 아래서 낮은 조도에 눈이 익자 제법 나쁘지 않은 반응에 큰세가 놀라서 눈이 흔들리는 게 보였음.
경멸이라도 당할 걸 생각했나. 툭 건드리면 눈물이라도 쏟을 것처럼 불안정한 모습에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해서 문대가 고개를 숙여 열이 오른 손만 꾹 잡았음.

🐶...애들 입에 이거라도 물려놓고 있을테니까
🐶좀 진정되면 돌아와.

문대가 큰세 손등을 작게 토닥이다 비상계단을 빠져나왔음.
샌드위치 건네면서 세진이는 어디갔냐는 말에 전화받고 온다더라 대답한 뒤, 큰세가 돌아온 건 15분 정도 지나서였음. 아까 있던 일이 뇌내망상인가 싶을 정도로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얘가 이제 옆에 앉아서 문대가 슬쩍 돌아보니까 시선을 훅 내리는 게 아까 있던 일이 진짜구나 느낄 수 있었지.
마침 사녹한 게 방송순서가 되어 다들 하던 걸 모두 내려놓고 모니터를 지켜봤음. 원래는 1위 후보로 나가야 해서 모니터링은 나중에야 할 수 있었는데 이번주에 연차가 높으신 선배님이 솔로데뷔를 하며 테스타 순서가 제일 뒤에서 좀 앞으로 빠져서 보고 나갈 수 있었음.
🐶(아이돌은 마른 게 최고인가)

쭉 모니터링 하며 큰세 마른 게 화면에 잘 받아서 다행인건가 안 된 일인가, 하면서 보는데 다들 비슷한 감상을 받았는지 큰세가 나올때마다 매니저와 코디도 함께 탄성이 작게 터졌음.

🐰오... 형님 다이어트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글쎄다~
스트레스로 갑자기 빠진 살이라 다들 큰세가 별로 한 게 없어보였는데 어떻게 뺐는지 신기해했지. 류청우만 급작스다며 좀 걱정했고. 문대가 옆에만 간신히 들릴만큼 피식 웃자 큰세가 놀랐는지 작게 떨었다가 메이크업을 뚫고 볼이 옅게 붉어졌음. 웃긴 자식. 그 덩치로 귀엽게 구네 놀리고 싶게.
음방에 안 나온 발라드가수랑 경쟁해서 둘째주 1위를 받은 뒤 돌아가면서 소감을 하고 앵콜무대를 한 뒤, 다들 숙소 도착하기 무섭게 씻고 엎어져서 잤음. 밤부터는 또 시상식 안무 연습하러 회사에 가야했거든. 뭘 진지하게 얘길 하고 싶어도 너무 바빴음. 그래도 문대는 꾸준하게 큰세를 놀려먹었음.
어차피 고백은 지금 당장 너무 바빠서 못하는 시간상의 문제였고 그냥 지금 아니면 못 느껴볼 썸같은 분위기를 좀 즐겨보기로 한거지. 그러면서 자신의 예의지키며 유머러스한 이미지 유지하는데 날 갖다쓰면서 여태껏 그리 귀찮게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음. 무뚝뚝한 애가 성내는게 재밌는 것처럼
안 그러던 놈이 뚝딱거리면 그게 그렇게 재밌었음. 큰세가 위툽 비하인드 카메라 앞에 두고 장난치겠다고 옆에 달라붙어오는걸 문대가 안 쳐내고 안겨서 받아줘버리면 우뚝 멈춰서 고장난 장난감처럼 굴었거든. 이 밈이 한동안 팬들 사이에서도 볼만한 예능거리였음. 갱얼쥐의 역습 느낌으로.
음방이며 시상식이며 이동 중에 자면 얼굴 붓는다고 깨어있던 아현이까지 지쳐서 잠드는데 문대가 뒷좌석 창가에 앉아 폰을 든 채로 어떻게든 실시간 반응 따라가보겠다고 모니터링하다 눈을 끔뻑이며 졸고 있으면 큰세가 폰을 빼앗아 문대 머리를 자기 쪽으로 기울여 자세를 편하게 만들었음.
문대가 살풋 잠에서 깨서 눈만 데굴 굴려 큰세를 봤지.

🐻이따 같이 볼테니까 조금이라도 자.

안 본다고 무슨 일 안 일어난다는 말은 문대한테 통하지 않으니까 큰세가 누구 깰새라 작게 속삭이니 문대가 그대로 눈을 감았음. 그러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큰세가 웃으려는 입을 꾹 다물어 참았음.
뭐가 그리 웃긴지 자기 놀리고 즐거워하는 문대를 관찰하는 걸 큰세는 요새 재미삼았거든. 물론 뭔지 모를 결론을 기다리느라 속이 타고 있지만, 워낙 숨기는 것도 쓸데없이 챙길 것도 많아 머릿속에 든 게 많은 박문대가 내 생각으로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요즘이 너무 좋았음.
내가 얘 머릿속 한구석에 뽑을 수 없는 못 하나 박아뒀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 박문대가 이렇게 구는게 날 불쌍히 여겨 어울려주는 거라고 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였거든. 한다는 대답이 적응해보려고 했는데 역겨워서 더는 못 버티겠으니 떨어져지내자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았음.
큰세는 나중에 데뷔하고 꼬투리 잡힐까봐 자기 좋다는 말에 미안하다는 말만 해보고 연애경험이랄게 아예 없는데다 지금 들키면 안될 걸 들켰다는 생각에 평소같은 여유가 없어서, 지금 문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있는 것도 확신 못 하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매일 자격을 시험받는 기분이겠지.
🐻문대야.
🐶왜.
🐻나 너무 떨려서 토할꺼같거든
🐻너 잠깐 이러다 나한테 모질게 굴면 나 울거야.
🐶울어봐. 볼 만하겠네.
🐻하...

시상식 맨 뒤에 나란히 앉아서 문대가 손을 의자 짚고있는 척, 뒤로하고 손가락을 엮어서 꼼질거리고 있으면 큰세가 겉으론 웃고 있으면서 속으로 울고 싶었음.
찍고있는 팬들 직캠에 안 걸리게 문대의 머리 뒤로 고개를 숙여서 큰세가 우는소리 하면 문대가 어림도 없다는 듯 입 가리고 작게 대답하며 큰세 한숨소리에 웃었음.

문대는 지금껏 작은 헤프닝은 있었지만 자기가 고백하기 전까지 계속 이러다 순탄하게 사귀게 될 줄 알았음. 정말로.
바쿠스를 사고 때 넥타르로 엿 바꿔먹고 이제 더이상 요행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체력을 기르는데 온 힘을 다했거든. 근데 살인적인 연말 스케쥴을 거치면서 조금씩 머리가 아팠음. 미니앨범 프로모션과 연말시상식 준비를 따로 떼어놓고 봐도 각각 워낙 하드코어한 스케쥴인데
프로모 중에 시상식 준비하고 둘을 연이어서 하려니까 회사에서도 피로회복제를 박스 채 사다놓고 먹으면서 스케쥴 다녔지만 그것도 한계가 왔음. 말일 쯤 되어가니 몸살감기 기운처럼 몸이 슬슬 무거워. 그래도 말일날 시상식 끝내면 삼사일 휴가 준댔으니까 좀 더 힘내서 버텼지.
매년 갈수록 눈이 안 온다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구전설화가 되겠다고 하더니만 올해는 왜그리 눈이 많이 오던지 야외 특설무대는 계속되는 눈과의 싸움이었음. 패딩 껴입고 펭귄마냥 서로 엉겨붙어 있다 무대 나가면서 겨울에 추운건 별수 없는 일이니 팬들 떡밥이라 여기자 다들 그랬는데
눈이 많이 오는 건 미끄러워 넘어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청우가 입에 안전소리를 달고 살았음. 멤버들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에 힘주고 무대하다가 내려오면 확 지칠 정도라 전반적으로 다들 상태가 모두 말이 아니었는데 큰세 맨날 문대만 보고 있으니까
얘가 아프려나 싶게 비실비실 해진 걸 먼저 알겠지. 큰세가 문대 모니터링하며 일하는 것도 막고, 둘만 있으려고 사심 조금 더 해서 휴가 때 자기가 제일 집이 가까우니 문대는 자기가 볼테니까 애가 숙소에서 쉴 수만 있게 유진이만 누가 맡아라 청우하고 의논해서 이미 얘기를 끝냈음.
그래도 오늘, 31일 행사만 끝나면 집 가서 간만에 잠 좀 푹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으쌰으쌰했음. 이 엄동설한에 무슨 한 여름 태풍마냥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서 그 탓에 모두 실내에서 무대하게 된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들 생각 중이었음.
브이틱이 해외스케쥴로 국내에 없어서 테스타가 자정이 넘어 거의 마지막으로 실시간 생방송 무대를 마치고 좀 대기하다 총출연진 합동무대까지 마치니 두시가 넘었음. 여기저기 인사돌리고 마무리하면서 숙소 돌아오면 아직도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고 있는 새벽아침이었지.
하루라도 집에서 편하게 쉬고싶은 멤버들이 하나둘씩 택시나 마중나온 부모님 차 타고 나가서, 해도 뜨기 전에 이미 숙소는 둘만 남아있었음. 문대 거실에 앉아서 나가는 애들 배웅하고 또 미련하게 실시간 반응 좀 본다고 꾸벅거려서 큰세가 뜨끈한 문대를 익숙하게 폰을 빼앗아 방에 밀어넣었음.
그러다 문대 동생 생각이 났음. 내가 동생이었으면 혈육이라곤 오빠 하나있는데 아픈건 제때 알고 얼굴 좀 보고 싶지 않을까. 큰세가 순식간에 머리를 굴렸음. 만약 연락해서 올 수 있다고 그러면 숙소에서 편히 보라고 하는 사이에 자긴 집에 갔다가 금방 오면 되겠다고.
그런 생각으로 몇달만에 동생 쪽으로 카톡을 남겼는데, 왼손에 쥐고 있던 문대 폰이 빛났음.
설마. 우연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오른손이 부지런히 움직여 보이스톡을 걸었음. 보이스톡에 대해선 별도의 무음설정을 안해놓은 문대의 폰이 벨소리를 울리며 화면이 이세진 이름을 띄우고 하얗게 불이 들어왔음.
벌컥, 문대가 다급하게 문 열고 나와서 큰세 손에 들린 자기 폰을 날카롭게 빼앗았음.

🐻이게 뭐야 박문대.

아무 말도 못 하고 불 꺼진 정적 속에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빗소리만 퍼졌음.
🐻문대야 해명 좀 해봐.
🐻너 아플 것 같아서 동생한테 말 좀 해놓으려고 했는데
🐻왜 네 폰이 울려?
🐶......
🐻야 박문대

큰세가 화를 못 누르고 이를 까득 깨물며 소파에서 일어나 고개 숙인 문대를 내려다봤음.
🐻너한테는 그냥 이 모든 게 다 우스웠겠지.
🐶...아니야.
🐻뭐가 아니야. 그럼 뭐가 맞는데.
🐶......
🐻내가 니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주물러지는게 그리 재밌었냐?

계속해서 자책하던 부분을 찔러오자 문대가 두 눈을 질끈 감았음.
🐻내가 어떤 다짐을 하고 너를 봤는지 넌 절대 몰라.
🐻알았으면 나한테 이렇게 못 해.

너 진짜 싫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문대를 밀쳤음. 멀어지는 발소리에 문대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현관 쪽으로 향하는 큰세가 보이고 곧이어 삐릭 하고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음.
큰세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 눈에 뵈는 것도 없이 무작정 아파트 밖으로 나왔는데 비는 말도 못 하게 쏟아지고 있고 그렇다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니 박문대 머리 털 끝도 보고싶지 않았지. 여기 계속 무작정 서있다간 이상한 소문만 퍼질꺼같아서 후드를 뒤집어 쓰고 일단 빗속으로 뛰쳐나갔음.
🐻(열 받아 죽겠는데 잘 됐네)

영하의 날씨에도 하도 열이 받아서 그런가 추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음. 한참을 씩씩거리며 진짜 미친놈처럼 뛰어다니다 날이 점점 어슴푸레하니 파랗게 밝아오는 걸 보면서 비가 안 드는 어느 조형물 아래에 서서 숨을 골랐음.
🐻(대체 왜??)

젖어서 번잡스러운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기다 인상 팍 쓰고 신경질적으로 쥐뜯었음. 머릿속에 계속 왜냐는 의문만 남았지. 처음부터 동생인 척 했던 카톡 자체는 괘씸하고 화나지만 오빠니깐 동생 걱정한다고 과보호 했다고 하면 이해가 갈 것 같다가도
그런 놈이 옷 가져다주라 그러고 단 둘이 영화도 보게 했냐고. 그 이후 과정을 생각하면 전혀 모르겠는거지. 아주 잠깐은 실제로 문대가 날 좋아해서 동생 이용해서 떠봤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가도 동생이 착각하고 있던 걸 보면 문대도 내가 지 동생을 좋아하는 걸로 알았을텐데
알면서 왜 동생을 내보낸건가. 다시 가로막히고. 걔 동생은 왜 이런 일에 협력했는지, 동생은 문대한테 뭘 듣고 어디까지 알며 문대는 또 동생한테 나하고 있었던 일을 얼마나 들은건지. 둘이 뭘 계획한건지. 열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 해보려해도 하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이 사태를 문대가 예상 안 해봤을까? 철저한 놈이니 이렇게 들킬 경우의 수까지 분명 예상해 봤을텐데 왜 내가 지 좋아하는 마음 가지고 놀았냐는 말에 아무말도 못하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 가. 아주사부터 지금까지 같이 함께 하면서 비밀은 많지만 그래도 문대성격은 이제 다 알겠다 싶었는데
어떤 득을 보는 것도 없는데 이유없이 이렇게 사람 하나 이렇게 병신 만들어놓고 되려 지가 상처받은 태도를 하는거냐고 왜.
큰세가 악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걸 참으며 얼굴을 쓸어내렸음. 애초에 박문대 그 놈은 나한테 무슨 대답을 하려고 했던걸까. 그 대답이라는 것도 지 좋다던 날 갖고 놀려먹으려고 그냥 한 말이었나. 박문대에 대한 신뢰의 근간이 무너지는 기분이야.
근데 이 와중에도 아파서 비실비실하던 박문대가 걱정되는 내가 웃기고 어처구니 없고. 큰세가 피식 자조섞인 웃음을 내뱉으며 고개 숙였음.
그러고 한참 빗소리 들으면서 주저앉아서 가만히 있는데 찰박찰박 뛰는 발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자 문대 잠옷차림이랑 똑같은 옷을 입고 투명 우산을 하나 더 들고 있는 사람이 보여. 박문대인가 싶어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다가오는 사람의 정체를 보곤 놀란 얼굴을 했음.
🐻어떻게...?

문대 여동생이었음. 아까까지 숙소 있던 문대랑 차림이 똑같아서 질끈 감았다 다시 떠봤지만 키며 체형이며 확실히 여자였음. 집도 멀면서 어떻게 그것도 이 시간에. 큰세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동안 다가와서 몸까지 수그려 숨을 고르다 고개를 들었음.
🐶이세진.

부르는 여자 목소리에 더 확신할 수 있었지. 해가 조금씩 뜨는 중이라 해도 아직 어슴푸레하니 어두워서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우산도 쓰고 있으면서 얘 머리가 너무 젖어있었음. 그러면서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있는데 큰세가 영문도 모르고 일단 몸을 일으켰음.
문대고 동생이고 둘 다 꼴 뵈기 싫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확연하게 몸 상태가 나쁜 걸 보니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은거지. 그래서 괜찮냐고 물으면서 아직도 숨을 거칠게 쉬며 휘청거리는 동생을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 손을 잡고 밀어냈음. 닿는 체온이 엄청 뜨거웠음.
🐶미안하다.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나도 그 말은 꼭 하고 싶었어.

큰세가 다시 부축하려다 우뚝 멈췄음. 자기가 문대 붙잡고 했던 고백 아닌 고백이었거든.
🐶우습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
🐶너가 그렇게 힘들어 하던 걸 아는데.
🐶내가 뭐라고...

대체 얘가 어떻게 알고 이 말을 하는건지. 큰세 아연한 표정을 지었음. 그 와중에도 집중하지 않으면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파묻힐 것 같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음.
🐶다짐. 각오...
🐶그런거 안 되어있는데.
🐶그래도 싫다는 말만은 하지마...

불안해보이더니 기어이 목소리를 흐리면서 우산을 떨어뜨리고, 빗속에 주저앉아 쓰러진 모습에 큰세가 놀라서 다가가 안아들었을 땐 자기가 잘 알고있는 사람이었음.
🐻이, 이게 어떻게....

잠깐 사이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일에 너무 놀라서 굳어있다가 겨울 옷 위도 느껴지는 높은 체온과 가파른 숨소리에다 샤워기 아래 있는 것 마냥 겨울 비에 벌써 흥건하게 젖어가는 걸 보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새벽에 어떻게든 혼자 아득바득 들쳐엎고 숙소로 뛰었음.
온 몸을 주먹질로 맞는 듯한 통증에 정신이 들어서 눈을 떠보니 여전히 비가 무서우리만큼 세차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창 밖은 푸르스름한데 어두워서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어. 바쿠스 반동 때문에 꽤 몇 번 앓아봐서 아는데 이건 약을 먹고 좀 나아진 상태의 몸이었음.
🐶(이세진...을 본 기억은 있는데.)

밖에 비가 그 지경으로 내리건만 우산도 안 들고 나가고, 폰도 두고 나가서 무의식적으로 쫒아나가려다 가뜩이나 내가 싫다고 쟤가 저렇게 뛰쳐나갔는데 이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뜨거운 물만 대충 끼얹고 닦을 시간도 없이 우산만 들고 무작정 나갔었음.
이 모습이건 저 모습이건 둘 다 보기 싫을텐데 대체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 폰이 없어서 어딨냐고 묻지도 못하니 무작정 정말 한참을 뛰어다니며 찾아 헤매다 날이 밝고서야 의외로 가까운데서 조형물에 기대 주저 앉아있는 놈들 발견했음. 우산만 주려고 가려고 했는데
우산도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서 넋 놓고 무너져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울컥해서...

🐻문대 일어났나...
🐻정신이 좀 들어?

옆에 있는 줄도 모르게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가 어떻게 숨소리만 듣고도 깬 걸 아는지. 큰세가 문대 쪽으로 몸을 기울였음.
🐻아직도 토할 꺼 같아?

열을 재보려는지 얼굴 위로 손을 뻗어오는데 이 놈 손도 나와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게 뜨거웠음.

🐶넌 또 왜...

말을 끝까지 다 할 기운도 없이 쓰려오는 목구멍이며 위장에 입을 다물었음. 끝까지 듣지도 않고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은 큰세가 기운없이 대답했음.
🐻너나 나나 이 빗속에 그리 뛰어다녔는데.
🐻뻔한 결과지 뭐...

그러면서 허리 쯤에 팔을 감아 끌어당겨 등에다 얼굴을 묻는데, 이러고 있다가 몸살감기 옮기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어차피 쟤도 걸렸으니 상관없나 싶어 내버려두고 간신히 눈만 굴려 주변을 살폈음.
🐶(안 봐도 상황 알 만하군)

당장 바로 저기 눈 앞, 방구석에 수건이 있는대로 꺼내져 쌓여있고 침대 옆 탁상 위에는 약국 봉투와 반 쯤 남은 물이 올려져있었음. 어떻게든 약을 먹였다가 다 토해서 몸 닦던 걸로 바닥도 닦고 저렇게 쌓아뒀겠지. 어떻게 와중에 용케도 옷을 갈아입혀놨네.
🐻문대야 너무 무섭더라.
🐻병원을 데려가고 싶었는데
🐻언제 또 갑자기 바뀔지 몰라서.
🐻열은 계속 안 떨어지고 토까지 하니까...

등 뒤에 울리는 먹먹한 목소리에 문대가 한숨을 삼키며 허리에 감겨진 뼈마디가 튀어나온 손등이나 매만졌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하나만 해.

자기도 아프다면서 힘들게 왜 계속 꾸역꾸역 말하고 있어. 문대가 손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옆으로 돌아누워서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부어있는 큰세를 올려다보았음.
그 와중에도 하나만 하라니까 고르느라 고민하는 듯 한 얼굴이 웃겨서 문대가 소리없이 작게 웃으면서 어깨에 기댔음.

🐶나한테 고백 한번만 해주라.
🐻...뭐?
🐶얼른.
🐻좋아해...?
🐶나도.
줄곧 말하고 싶었어. 미안해 말고.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 문대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다시 잠에 빠져버리니 큰세 혼자 열이 훅 올라서 원래 나을 시기보다 조금 더 앓고 고생했지.
fin.
+ 1. 정체성

둘 다 약 말곤 뭘 먹을 기력도 없이 서로의 체온에 기대 깨었다가 잠들다를 반복하다 저녁이 되어서야 몸을 일으킬 기력이 생겨서 문대가 샤워하고 나왔는데 방금 씻은 사람치고 그리 따뜻하지 않은거야.

🐻문대 설마 이 날씨에도 찬물로 씻는거야...?
🐻우리 환자인건 아는거지?
열이 많이 나니 더운 건 이해한다만 아무리 그래도 한겨울에 비 쫄딱 맞고 감기 걸린 환자가 찬물 샤워를..? 큰세가 서늘하기까지 한 문대를 만지작 거리는데 침대에 걸터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털다가 무덤덤하게 말하겠지.

🐶어쩔 수 없어.
🐶너도 봤잖아.
🐻...아~
큰세가 놀라서 조금 늦게 반응하며 울컥했음. 절대 말 안 해줄 것 같더니 의외로 쉽게 털어놓았는데, 워낙 비밀도 많고 자기 얘기는 잘 안하는 사람이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그럼 차가운 문대는 세진이가 품어줘야겠네~
그렇게 말하곤 문대의 허리를 끌어당겨서 오늘 내내 누워있던 그 자세로 돌아왔음. 문대가 쳐내고 일어날까 잠깐 고민했지만 얘가 자기때문에 미열로 저렇게 누워있는게 미안해서 그냥 포기하고 힘을 뺐음. 자기가 더 아픈건 생각 못 하고. 큰세는 금새 열이 오르는 살갗 냄새를 맡다가 입을 열었지.
🐻정확히 어떨 때 성별이 바뀌는건데?
🐶일정 온도 이상의 액체를 맞으면.
🐻목욕 같은 건 못 하겠네...
🐶아무도 없으면 해.
🐶그러다 들켰잖아.

문대의 말에 큰세가 처음 봤던 날이 생각나 푸스스 웃었음. 어쩐지 너무 닮았더라. 그렇게 잠깐 웃다가 물었음.
🐻문대는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해?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니까~

문대도 계속해서 생각했던 부분이었음. 부모님이 고민 많이 하셨겠지. 어쨌든 남자로 살다가 여자로 빙의하면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겠지 싶어 나한텐 다행인 일이었음.
🐶기억이 잘 없어서 모르겠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그렇지.
🐶애초에 주민등록이 남자고.
🐶왜, 아쉽냐?

게이가 아닐 수 있었는데 싶어서? 문대가 웃으면서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큰세가 어조를 강하게 하고 대답했음.
🐻문대야, 나는 너라서 좋아하는거야.
🐻아주사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달린 너라서.
🐻그런 너가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하면 여자를 좋아하는거고
🐻남자라 생각한다면 남자를 좋아하겠지.

오. 문대가 큰세의 진지한 말에 좀 감동했음. 큰세가 힘들어했던 과정을 알잖아.
거기엔 분명 자기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남자인 나한테 남자인 자기가 좋아한다는걸 들키면 경멸 당할까봐 두려워 했던 것도 있을거란 말이지. 정작 자긴 생각보다 별 고민 없었는데.

🐶...너 여자는 만나본 적 있냐?
🐻문대 미쳤어?
🐻아이돌 한다는 애가 뭘 한다고?
아~ 누구 만났던 적 있었을까봐 귀엽게 질투하는거야~? 큰세가 마르기 시작하는 문대 머리에 얼굴을 묻고 부비는 동안에 문대가 큰 결심을 했겠지. 있는대로 마음고생 시킨데다 저런 말까지 들었는데. 어쩔 수 없지.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지는거랬는데 포지션은 역시 내가 깔려줘야겠다(?)
그리하야 큰문이 되었답니다... #큰세문대 #큰문
+2. 고백 연습

비 그친 다음 날, 좀 더 기력이 있는 큰세가 문대를 챙겨서 병원 문 열기 무섭게 진료받고 둘 다 베드에 나란히 누워 링거를 맞았음. 환자라곤 둘 밖에 없는데 아닌 척 이쪽을 신경쓰는 듯 한 의료진 눈치에 큰세가 폰을 꺼내 들었음.

🐻[우리 첫 야외데이트가 고작 병원이라니ㅠ]
누워있다가 울리는 진동에 문대가 폰을 꺼내서 카톡을 봤음. 버팅기는건 그만하고 받아들이자 생각했는데 얘가 또 이렇게 나오니까 좀 낯간지러운거지. 괜히 툴툴거리고 싶고.

🐶[누구 마음대로 데이트야]
🐻[문대 이러기야ㅠㅠㅠㅠ?]
🐻[남자친구 서운해ㅠ]

아, 얘 놀리는 거 왜 이리 재밌냐.
문대가 웃음이 나오려는 입술을 꾹 깨물고 오른손을 빠르게 움직였음.

🐶[누가 남자친구냐]
🐶[난 사귀자는 고백 같은 건 받은 적 없는데]

옆에서 육성으로 황당해하는 감탄사가 들렸음. 고개를 돌려서 보니 눈빛은 더 황당해보였지.

🐻[역시 난 놀아났던거야 ㅠㅠ??]
🐻[진짜 그런거야 ㅠㅠㅠ???]
문대가 ㅋ 하나 카톡에 남긴 채 무거운 몸을 못 이기고 눈을 감았음. 큰세가 카톡을 우다다 쓰다가 슬쩍 곁눈질로 문대를 보니 아닌 척 웃으면서 눈 감고 있는데 쟤가 이러고 장난을 치는 상대조차도 자기밖에 없다는 게 생각나서 문대랑 똑같이 웃으면서 폰을 내려놨지. 나도 너니까 봐주는거다.
간만에 병원 온 김에 비싼 비타민까지 쭉 다 맞고 상태가 좋아진 큰세와 다르게 문대는 아직 비틀거려서, 올 때와 똑같이 주워다 숙소로 돌아와 자기 침대에 눕혀놓고 생각에 빠졌음.

🐻(고백...)

엄청 마음에 걸렸거든. 얘가 장난친건 아는데 그래도.
몸이 좀 편해졌는지 눕혀놓자마자 눈이 가물가물 해지더니 고른 숨소리를 내는 문대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대뜸 고백하라길래 좋아해 사랑해 뭐 그런거 말하는거냐 같은 느낌으로 한 말이었는데 문대가 아파서 얼굴이 질려있는 와중에도 간신히 웃으면서 나도 하고 대답하던 얼굴이 계속 맴돌았음.
그땐 얼굴이 확 달아오를만큼 말도 못 하게 좋았는데 지금 곱씹어보면 미안하고 슬펐어. 이만큼 제정신이 아니게 아프고 궁지에 몰려서야 듣고 싶어한 말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미안해 말고 그 말이 하고 싶었다고 하던게. 나한테 듣고 싶어했던 ‘좋아해’는 내가 한 ‘너 진짜 싫다’의 반댓말이잖아.
앞에 너 진짜 싫다 하고 뛰쳐 나와서 지가 뭔데 그딴 얼굴을 하나 생각했는데 진짜 상처받은 게 맞았던거지. 얘가 곧 아플 걸 알면서 환자 상대로 모질게 내치고. 좀 차분할 수 있었는데 어른스럽지 못 했지. 내가 얘한테 못 하나 박아놓고 절대 못 잊겠지 하고 철없이 좋아했던 것도 생각나고.
큰세가 마음 속에서 결정했음. 역시 고백은 제대로 다시하자. 그 순간을 떠올릴 때 좋았으면 싶지, 생각할 수록 슬픈 건 원치 않았어.

그렇게 결정한건 좋은데 자기도 받아본 경험만 있고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아나. 큰세가 머리를 굴려보다 어디까지 굴러갔느냐. 포xx입 큰문 팬픽까지 뻗어갔음...
물 위 수준에서 좋게 말하면 케미라 말하고 수면 수준에서 비게퍼라 하며 물 밑 음지에서 cp로 파는 조합 중 저와 문대가 제일 메이저하다는 건 알고 있었음. 굳이 찾아보진 않았어도 누구와 붙어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은지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알았지. 그런 부분을 어느정도 노렸다면 노렸고.
그걸...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찾아보게 될 일이 생길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큰세가 큰문으로 1nnnn개나 뜨는 검색결과를 보며 조금 아연해졌다가 큰 맘 먹고 인기순으로 검색해서 상단에 있는 걸 한번 열어서 보기 시작했음. 다들 내가 할 법한 고백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만 확인하고 나오자고.
그러고 들어갔다가 아침드라마 서사급 엄청난 필력에 호로록 빠져서 스트레스 볼 마냥 한손은 문대머리에 한손은 폰을 들고 노빠꾸로 몇시간을 보내고 바닷가에서 다시 마주한 엔딩까지 다 읽었을 땐 큰문은 찐이다...까지 절로 나왔음. 그치... 큰문은 찐이지... 이제 뭐라 고백할 지 대사 수집 좀...
🐶뭐가 찐이라고?

방금 자고 일어난 사람이라곤 할 수 없는 명확한 목소리에 큰세가 깜짝 놀라서 팔을 받치고 있던 침대 위로 폰을 떨궜음.

🐻아니 언제

큰세 당황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문대가 이불밖으로 손만 뻗어서 큰세 폰을 집어들었음.
자다가 잠깐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면 눈 앞에서 제가 일어난 지도 모르고 폰을 보면서 머리를 만져대는 놈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눈을 감았다가 또 잠깐 깨서 눈 떠보면 아까랑 같은 자세야.

🐶(저 놈은 뭘 저렇게 보는거야)
잠은 이제 잘 만큼 다 잤고 쟤가 언제쯤 알아채나 싶어 가만히 지켜본지 한참이 지난 참이었음.

🐶잠금 풀어.
🐻아니 문대문대~
🐶얼른.
🐻진짜 별 것 아닌데...
🐶그건 내가 판단하고.

강경한 문대 반응에 큰세가 얼굴을 확 붉히면서 결국 잠금을 풀었음.
🐶......
🐻......
🐶넌 이런 것도 찾아보냐?

스크롤을 내려보며 문대의 황당해 하는 목소리에 큰세가 창피해서 손으로 자기 얼굴을 덮어 가렸음. 진짜 취미 한번 고약하다고 써있는 듯한 문대 얼굴에 큰세가 억울해져서 그런거 아니다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렸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다물었음.
내 고백이 참 멋 없었던 것 같아 다시 해보려고 남 것 배끼는 중이었다. 와 짝사랑하면서 그렇게 정신 못 차려놓고 이런 cp연성까지 즐기는 지독한 취미를 가졌다. 중 뭐가 덜 쪽팔린가 생각해보다 결국... 털어 놓았지.

🐻아니... 벤치마킹을...
말을 그렇게나 청산유수처럼 잘 하는 놈이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며 너가 사귀자는 말은 안 했다고 했지 않냐, 더듬더듬 하는 말을 조합해보다 하는 말을 이해하고는 몸을 말고 소리없이 들썩이면서 웃었음.

🐻...그리 재밌냐 문대야.
🐶어. 완전.
어찌 되었던 웃는 문대는 보기 좋았으니까 너가 좋으면 됐다 하는 심정으로 큰세가 볼을 긁적였음. 웃느라 계속 쥐고있던 큰세 폰을 돌려주면서 문대가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입을 열었음.

🐶자, 이제 해봐.
🐻문대문대 세진이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야~?
큰세가 흑흑 우는 소리를 해봤지만 문대가 여전히 아직도 장난기 도는 얼굴을 하고 보니까, 큰세가 일부러 크게 한숨쉬면서 부루퉁한 얼굴을 짓고 문대 머리를 거칠게 마구 쓰다듬었음.

🐻박문대, 좋아해.
🐶그래.
🐻...그만 웃고.
🐻너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좋아하고 있어 나.
🐻성별이 변하는 일 말고도 남에게 말 못 할 불합리한 비밀들이
🐻너한테만 왜 그리 많은지.
🐻그런 사람이랑은 개인적으로 더 엮여봐야 내 손해라는거 머리로는 잘 아는데
🐻알면서도, 그래도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싶네.

제법 진지한 고백에 문대의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이 풀어졌음.
🐻너가 지고 있는 짐을 나눠 들 수 있는 특별한 관계가 되게 해줘.
🐻내가 너의 도움이자 위로였으면 해.

큰세가 말이 끝났을 땐 얼굴 뿐만 아니라 목까지 완전히 붉어져있었음. 그래 쪽팔리겠지. 안 봐도 알겠다.
🐶너... 청우형이나 아무렇지 않게 할 법한 말들을 숨도 안 돌리고 잘도...
🐶이게 벤치마킹 결과냐?

저 놈한테 이런 말도 듣는 날이 오는군. 큰세가 솜방망이질 하는 거 문대가 몸을 일으켜 앉아 잡아 쥐었음.
🐶음, 우선 고맙다.
🐶너 충분히 지금도 도움이고 위로인거 맞아.
🐶내가 뭐 하나 제대로 말 해준 게 없어서 답답했을거고 앞으로도 답답할텐데.
🐻......
🐶고백하라고 우겨댄 말도 그냥 넘기지 않고 이렇게 해줘서 고맙고.
🐶그러니까 그만 울면 안 되냐? 이세진.
내가 뭐라고 계속 이렇게 우냐...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끌어안는데서 애정이 느껴졌음. 말에 별로 감정을 드러내는 편이 아닌 사람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 더.

🐻아~! 진짜 이번엔 안 울려고 했는데.
🐶그러냐.
품 속에서 웅얼거리는 말에 문대가 대답하곤 갈색 머리에 턱을 얹고 생각하다가 중얼거렸음.

🐶근데 애매하게 1월2일보다
🐶1월 1일이 1일인게 기념일 세기 좋으니까 1일은 어제로 하자.
🐻참나...

이 와중에도 그거 계산하고 있던 걸 큰세가 어이없어 하면서도 좋아서 슬쩍 웃었음.
+3. 무슨 일

휴가 마지막 날인 3일. 밤이 되니 잠깐사이 어딜 부모님하고 여행 갔다 온 건지, 기념품을 가지고 돌아와선 둘이 아팠는데 맘 편하게 여행이나 갔다와서 미안하다고 쭈굴해진 선아현을 달래는 걸 시작으로 언제 만났는지 강원도에서 몸에 좋다는 이것저것 들고 셋이 시끄럽게 들어왔음.
아주 지친 듯이 허허실실 웃으며 들고 온 걸 부엌으로 옮기는 류청우와 오는 사이에 또 무슨 일로 티격태격 했는지 서로 누가 바보네 하는 소릴 하며 부엌에 박스를 두고 2차전 하려고 김래빈 방에 처들어가는 차유진에 이어 본가에서 푹 쉬고 인상이 확 펴서 배세진이 마지막으로 돌아왔음.
🐹둘이 이제 괜찮은거야?
🐶병원 갔다오고 괜찮습니다.
🐹...아니, 그 말도 그 말인데.
🐹너네 분위기가 무슨 일이 또 있었나...
🐻예?
소파에 기대 바닥에 널부러져 앉아있던 둘이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아서 배세진을 올려다보자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는지 괜히 목을 가다듬고는 아니면 말고... 하고 중얼거리며 자기 방에 짐정리 하러 들어갔음.

🐻와 저 형님 눈치가 귀신이네.
큰세가 문대 가까이에 붙어 중얼거리자 문대가 닫힌 방 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음. 큰세도 누가 거실로 나오나 잠깐 부엌과 방 쪽을 보다 문대 어깨에 기대 찡찡거렸음.

🐻흡... 무슨 일이 진짜 있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충분히 많았거든.
어제 그러고 나서 아무도 없을 때 스킨쉽을 시도해보려다 그러다 몸살 옮아서 공동생활 하는 데 퍼질 수 있다고 문대가 너무 끌어안고 달라붙는 큰세를 떨어트려 놓은 참이었음.

🐻이제 계속 바빠서 둘만 있을 일도 없을텐데~
🐻우리 문대는 세진이 마음도 몰라주고~
🐶...
문대가 아직도 바보 소리로 시끄러운 김래빈 방이랑 계속 냉장고 문 닫으라는 소리와 부시럭거리는 비닐봉투 소리가 나는 부엌을 봐주고는 고개를 돌려서 어깨에 기대있는 큰세 쪽으로 몸을 숙여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스치듯 살짝 입 맞추고 고개를 들었음.
🐶됐냐?
🐻......
🐻...와 박문대.

잠깐 당황해서 입 벌리고 벙쪘다가 금새 큰세가 요란스러워 지려고 하니까 문대가 귀 끝을 붉게 물들이면서 자기 방에 들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큰세가 바로 문대를 쫒아 따라서 일어났지.
🐶시끄러워.
🐻예?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럼 계속 하지마.
🐻와 박문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나한테!

들어가서 문 잡고 방 안으로 안 들여보내려는 문대랑 들어가려고 미는 큰세랑 힘싸움하다 결국 큰세가 밀고 들어가고서는 이내 쾅 하고 문이 닫혔음.
진짜 fin. #큰세문대 #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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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4, 2021
퐁럽 설정으로 청려가 갇힌 세계에 빠진 문대로 청려문대

보고싶은데 아무도 안 써줄꺼같으니까 내가 저렴하게 써보는 엋문
(날조 매우주의!!!! 자료조사 1도 없음, 퇴고없음, 드랍할 가능성 높음)
#청려문대
물 속에서 평소와 다른 이질감을 느낀 건 덥앱 자컨으로 온수로 채워진 실내 미니수영장이 있는 펜션으로 와서 였음. 애들이 물에서 놀면서 분량 뽑아내는 동안 저 시끄럽게 부대끼는 데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자처해서 묵묵히 고기를 구웠고 나와 마찬가지 이유로 배세진이 보조를 자처했음.
그렇게 보는 사람이 진이 빠질만큼 첨벙첨벙 물 튀기면서 놀다가 저녁을 고기로 배 터지게 먹고 남들 다 뻗어자는 동안 무알콜맥주를 들고 발이라도 담궈보려고 수영장에 나온 참이었음. 난간에 걸터앉아서 종아리까지 담궈놓고 홀짝이면서 따뜻한 물의 노곤함을 즐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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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3, 2021
가볍게 손 풀어봅니다.

솔로활동 시작한 문대와 응원하러 왔다가 백댄서까지 하게 된 큰세로 큰세문대
#큰세문대 #큰문
재계약하고 각자 개인활동이 풀리는데도 문대는 꿋꿋하게 ost만 부르다가 멤버 중 제일 마지막에 개인활동 시작했음. 사실 가족같은 멤버들 따라서 재계약을 하긴 했는데 돈도 많이 벌었고 미션도 끝나서 죽기살기로 치열하게 할 이유가 없으니 개인활동은 전혀 욕심없이 그룹활동만 챙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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