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하게 뭐에 그렇게 목을 맸는지. 류건우로 돌아가서도 난 왜 결국 다시, 내 발로 돌아왔는지.
막혀오는 숨을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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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순간 감긴 눈이 트였다. 숨을 다급하게 들이마쉬고 나서 나를 짓누르던 압박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차유진이 날 끌어안고 울고 있더라. 새하얀 천장에 몰려든 맴버들이 입을 뻐끔거렸다. 다들 절박한 표정으로 금붕어마냥 뻐끔거리다가 참다못한 이세진이 내 손을 끌었다.
[-너, 박문대.]
낭패였다. 다 들켰군. 어떻게 알게된 경로는 지금 별로 중요하지 않지.
"상태창."
[ Enjoy your happy life! ]
※오류 보상 선택 강제까지 30초
‼️상태이상 지속! : 삭제 대상 박문대
...error 정상화 거부 대상 [ 류청우 배세진 선아현 이세진 차유진 김래빈 ]
->받기
->백업
다들 벙찐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시간이 별로 없네. 재볼 것도 없지. 결정은 이미 났으니까.
"상태창...?"
"나 잊기 싫어요!"
"지금 어디보고있,"
쏟아지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백업 버튼을 눌렀다.
[띠링-]
[백업까지 10...9...8...]
"잊어."
"난 시,싫어 문대야!"
"어? 문대문대! 목소리가 나와!"
[7...]
차유진 위로 둘이 더 날 압박해왔다. 죽일셈인가? 이세진이 코를 훌쩍이며 날 쥐어짤듯 끌어안았다. 가슴팍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게 느껴지더라.
"문대야! 진작 ...다 말하지, ...그랬어."
류청우, 너도 우냐?
"그,그래! 말도 안 하고 너..!"
옆에 있던 배세진이 울다 소리를 빽 질렀다.
[6... 5...]
"비록 몸은 건우형이지만 저는 문대형이 살아돌아와서 기쁩니다! 현실성이 없어 다소 믿을수 없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
난 김래빈을 뒤로하고 방금 막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모님을 바라봤다. 다급하게 숨을 고르며 흐트너진 옷무새로. 신발을 짝짝이에다 꼴이 볼품없었다. 마지막이겠지. 비록 진짜 내 엄마 아빠는 아니더라도. 돌아가시기 전보다 주름이 늘었네.
들러붙은 이세진의 뒷통수를 내쪽으로 끌어안으며 침대 근처까지 온 부모님에게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정신없이 날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 맴버들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하시더라.
웃는 내 얼굴에, 내게 머리를 파묻은 차유진과 이세진을 제외한 다른 맴버들이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봤다.
순간 이어지는 정적 속,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짧게나마 아들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잠자코 듣던 어머니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어루만졌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기를 마지막으로... 시야가 소용돌이 치듯 꼬이더니 밑으로 훅, 끌어당기는 기분에 꺼져가는 정신을 완전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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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진은 박문대가 사줬던 간식과 똑같은 걸 방바닥에 늘여놓고 선아현은 제 무릎을 끌어안고 쭈그려앉았다. 아마 박문대와의 기억을 곱씹고, 되짚고, 다시 되새김질 하는 것 같았다.
김래빈은 아마 박문대의 파트인 듯 한 가사를 죄다 줄줄 읊고 있었고 배세진도 머리를 붙잡고 박문대와 있었던 일들을 열심히 뻐끔거렸다. 류청우는 조용히 앉아있는 듯 했지만 그 답지않게 극도로 불안해보였다. 그리고, 이세진은.
노트에 박문대의 이름을 계속 써내려갔다. 장수는 넘어가지 않았다. 쓰자마자 흐릿해진 글자가 사라지는 건 단 1초. 끊임없이 생겨나는 빈공간에 미친듯이 쓰고 또 썼다. 땀인지 눈물인지 턱끝에서 타고 내려온 물방울이 노트를 적셨다.
초인적인 힘으로. 그렇게 버틴게 5시간.
견딜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이 숙소를 무겁게 깔고 앉았다. 그러던 중, 울리는 전화벨소리.
그건, 류건우가 깨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류청우가 차키를 집어들었다. 다들 퀭해보이는 낯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모두 뛰쳐나갔다.
보이는 게 없었다. 신발이 서로 뒤섞였다. 이세진은 배세진의 신발을, 배세진은 차유진, 차유진은 선아현의 신발을 구겨신고서 차를 타고, 병원에 달려가는 내내 맴버들은 똑같이 빌었다.
박문대를 잊지 않게 해달라고. 그가 깨어나면 해결책이 있기를.
잃기 끔찍하게 싫었다. 잃을 수 없었다.
병원으로 무작정 달려가서 남은 자리에 차를 대자마자 빠르게 걷던 맴버들은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어?"
"테스타아냐?"
"뭐야, 뭔데?"
따라붙어오는 시선들, 주변에 하나 둘 켜지는 카메라. 모든 걸 무시하고 뛰었다. 물에 잠긴 것처럼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어져갔다.
그렇게 뛰어 도착한 병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들어가자, 류건우는 침대 위에 고요히 잠들어있었다. 그 넓은 vip 병실도 6명이 들어서자 좁게 느껴졌다. 맴버들은 류건우가 누워있는 침대를 애워싸고 가만히 그가 쉬는 숨소리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가슴팍을 빤히 바라봤다.
울컥이는 감정이 솟구쳤다. 류건우가 박문대라는 걸 알고 난 뒤, 호흡하는 작은 소리가. 멈추지 않고 울리는 심장이. 평소와 다르게 와닿았다.
멍하니 있던 류청우가 손을 뻗어 류건우의 뺨을 쓸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 쓸렸다. 살아있다. 분명 생김새는 박문대랑 다른 것이 분명한데
류건우 위로 박문대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단정하게 입혀진 병원복 위로 류청우의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아, 넌 이렇게 살아있었구나.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먼저,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어 선아현이 조심스레 류건우의 손끝을 건드렸다. 피가 돌아 선분홍빛으로 물이 든 손톱을 매만졌다.
박문대가 흰 천에 덮인 그 날. 안식보 바깥으로 아주 조금. 튀어나왔던 손끝을 생각했다. 미동도 없는. 바깥으로 나온 손끝은 온기가 제일 빨리 식어 싸늘해보였다. 손톱의 푸르스름한 색을, 선아현은 기억한다.
다시. 박문대에 관한 모든 기억들을. 수십번, 수백번도 더 생각했던 너와의 일들을 되감는다.
그렇게 눈을 감은 선아현 옆으로 차유진은 별안간 덥썩 상체를 눕혀 류건우를 끌어안았다.
두근, 두근-
울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진동이 차유진의 모든 삶의 순간들 중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다.
장례식의 그 날, 김래빈을 끌어안았지만 차유진이 안아주고 싶었던 건. 박문대. 이별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떠나보냈어야 했던 박문대에게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었다면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아줬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 박문대를 온몸으로 느꼈을 텐데.
그때 차유진이 할 수 있었던 건 작고 딱딱한 유골함을 끌어안는 것 뿐이었다. 차유진의 머릿속에, 타고 남은 하이얀 뼛가루 위로 드문드문 다 타지 못한 굵직한 뼈조각을 직원들이 부숴 가루를 내는 무자비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박문대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걸.
작은 항아리에 담긴 재가 박문대라는 걸 차유진은 믿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류건우의 어깨죽지가 축축히 젖어갔다. 다들 그렇게 박문대의 죽음에 관한 기억들을 곱씹고 있었을 때.
"허억-!"
류건우가 발작하듯 숨을 들이쉬며 눈을 떴다.
깨어난 류건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맴버들은 똑같은 이름을 외쳤다.
'문대형!'
'문대야!'
'박문대!'
류건우가 깨어나도 박문대의 이름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건 여전했다. 이세진은 박문대의 손을 끌어잡고 손끝으로 글을 적었다.
[-너, 박문대]
맞지? 라고 글을 쓰기도 전에 류건우가 허공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상태창"
"...상태창?"
차유진을 제외한 모든 맴버들이 머릿속으로 물음표를 띄웠다.
그도 그럴게, 게임에서나 나오는 것이지 않나.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차유진이 빽 외쳤다.
"나 잊기 싫어요!"
그래도 허공을 바라보는 류건우의 모습에 배세진이 멍하게 물었다.
"너 어디를 보는 거야?"
그 말도 씹고 류건우는 허공을 누르더라. 뭐가있나 싶어 다들 실눈을 뜨고봐도 보이는 건 없었다. 쟤 눈에만 보이는 건가?
류건우가 차유진에게, 모두에게 단호히 말했다.
"잊어."
잊으라고. 뭘? 맴버들 모두 지독한 반발심이 마음 속으로 빗발쳤다.
"난 시,싫어 문대야!"
선아현이 눈물을 흩뿌리며 소리쳤다. 저가 말해놓고 문대라고 내뱉은 단어에 놀랐는지 선아현은 눈을 크게 떴다.
"어? 문대문대! 목소리가 나와!"
이세진이 박문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름 부른 게 대단한 난제를 해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벅차고 서러운 감정에 복받친 이세진은 차유진 위로 박문대를 끌어안고서 눈물을 질질 흘렸다.
그 위로 선아현이 엎어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해결될 거라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간단히 될 줄은 몰랐는데. 마음 속으로 되씹던 이름을 류청우가 내뱉었다.
"문대야! 진작... 다 말하지 ...그랬어."
네가 어딘가에서 잘 살아있다는 이야기만 해주지 그랬어. 류청우의 목이 메인 목소리가 혼탁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울다가 정신을 차린 배세진이 한 마디를 얹었다.
"그,그래! 말도 안하고 너...!"
"비록 몸은 건우형이지만 저는 문대형이 살아돌아와서 기쁩니다! 현실성이 없어 다소 믿을 수 없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 현실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에...어, 그런데, 상태창이"
여태껏 말을 정리하던 김래빈은 거침없이 줄줄 읊어댔다. 류건우는 그런 김래빈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빗껴, 이세진을 끌어안으며 그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슬픔... 애절함 체념. 갖은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류건우는 어딘가를 쳐다봤다. 김래빈은, 선아현은, 류청우는 배세진은. 그런 류건우의 표정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웃는 미소에 무심코 모두 고개를 돌렸다.
병원을 오가면서 자주 뵈었던 류건우의 부모님이었다. 순간 류청우는 머리를 때리고 가는 생각에 입술을 멍하니 벌렸다. 그때, 류건우가 물었던 돌아가신 분은.
"감사해요. 짧게나마 아들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손을 뻗은 류건우의 어머니가 그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 순간을 끝으로 모두의 시야가 어그러졌고. 바닥이 없는 듯 순식간에 무언가가 몸뚱어리를 밑으로 끌어당기는 어지러운 기분에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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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박문대는 다시 숨을 들이쉬었다. 정말이지 좆같은 기분이었다. 그냥 얌전히 정신만 꺼지면 될 것을 가져다가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괴이한 느낌까지 주고 지랄이었다. 시야에 잡힌 건 익숙한 숙소 천장.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들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20XX년 XX월 XX일. 박문대가 심장마비로 죽었던 그 날이었다.
'자다가 죽었었지.'
멀쩡하게 아침을 맞은 박문대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우당탕탕-!]
불안한 소리가 방문 밖으로 울렸다. 여러개의 발자국 소리가 시끄럽게 찍혔고, 박문대는 불안한 기운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설마.'
방안으로 맴버들이 들이닥쳤다.
"문대 문대!"
"박문대!"
"문대형!"
"문대형님!"
"무,문대야"
"문대야!"
여섯명이서 동시에 내 이름을 외쳐대니 머리가 울렸다.
'나야 그렇다치고, 쟤네는 왜 다 기억하냐?'
눈짓으로 상태창을 켰더니 어이가 없더라.
[백업 완료!]
[‼️정상화 패치 불가 대상 : 류청우 배세진 선아현 이세진 차유진 김래빈‼️]
요컨데, 박문대가 잊혀져 가는 중에도 저 독종들이 부득불 날 기억한 탓에 아예 정상화 패치 불가 대상으로 고정됐나보다.
'이왕 들킨 거, 다 털어놓아야겠네.'
어디서부터 설명하지?
다 큰 성인 남성 여섯이 다짜고짜 날 끌어안아왔다. 나는 조용히 팔을 벌려 날 껴안은 놈들의 등을 토닥여줬다.
그래. 저 기분 알지.
죽었던 사람이 돌아온. 그것도 내 가족이 살아돌아온 그 기분을 느낀다는 건, 예상보다 훨씬 벅차고, 기쁘고, 행복하고 서러운. 복잡한 기분일 것이다.
한 번 겪어본 경험자로서.
‼️완결‼️
생각보다 긴 타레가 됐네요. 이 이후로는 모든 걸 털어놓고 박문대가 부모님 빈소를 찾아가서 사죄하고, 그 곁에는 테스타 맴버들이 같이 있구요! 전 이 썰로... 은근히 맴버들과 선 긋고 있던 문대가 테스타를 완전히 가족으로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건우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ㅠㅠ 문대가 다 말하고 나서 맴버들 한 번씩 상태창 외쳐봤다는... 다들 자기 스탯은 어떻냐고 눈 반짝거리며 물어보는 테슷까지 쓰고싶었는데 기력이 없네요 특히 차유진은
자기 특성 듣고 멋지다며 붕붕뛰고 이세진은 저런 얘를 내가 어뜨케 이기냐며 툴툴거리는 거 듣고싶었는데 ^^... 쨌든 긴 타레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니었으면 저 중도포기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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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현 난 무표정이면 차갑고 아름다운 남자일 거라고 생각함. 아현이 흑화시키고 싶은데 감히 선아현을?? 흑화해도 12세 이상의 나쁜 언어는 절대 안 쓸 것 같음 그래서 거따가 류건우 집어넣어보고 싶음((??
브이틱 류건우로 해서 어느날 테스타 선아현과 몸이 바뀐 둘.
진짜 들어가고 눈 뜨자마자 들통날 듯ㅋㅋ 류건우 어쩐지 포근하고 처연하고 아름다운 가녀린 나에 아기 종달새 엘프같은 표정이랑 분위기 풀풀 풍기고 선아현 이쪽은 존나 이쁜데 냉철하고 만만찮을 것 같고 까탈스러운 미인광공st 로 순식간에 변하는 거 생각만 해도 침 오톤질질처흘림
류건우 일러 없을 때 하는 적폐인데 몸 되게 탄탄하고 허리는 얄쌍한데 흔히 한국인들이 말하는 짐승돌st라고 밀고 있는데... 왜냐면 류청우랑 사촌이니까... 가슴도 크다고 밀래...난 그게 좋아 쨌든 박문대는 우리 강강쥐는 무대를 찢어.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