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냐냔 Profile picture
Oct 14, 2021 126 tweets 16 min read Read on X
한 나라의 명장이었던 류건우... 근데 이제 환생해서 전생 기억 그대로인데 박문대로 아이돌함.

-우리 집안이 좀 그래. 울엄마 신내림 받았고 다른 동생들은 괜찮은데 나만 약간 그런 기운 있거든. 저번에 박문대 실제로 봤는데 기운 진짜 장난아니더라 그 뒤에 뭐 장군? 있었는데...
ㄴ구라같지만 좀 흥미 돋는다 더 말해줘 어케 생겼음?
ㄴ박문대랑 완전 반대야. 류청우랑 오히려 더 비슷할 것 같은데 키도 엄청 크고 좀 피곤해보이는 냉철한퇴폐미남... 아이돌해도 될 것 같음
ㄴ야 무슨 장군이 그렇게 생겨 구라진짜 오지네
ㄴ러뷰어 망상질이죠?
ㄴ진짜라니까?ㅠ 다시 생각하니 장군 맞는듯 박문대 조상 중에 장군있나? 화살 맞고 죽은 건지 심장 부근에 화살 꽂혔던데 화살맞고 죽은...
ㄴ응 없음

신기 있는 러뷰어 좀 억울했지만 그냥저냥 묻힘. 그러다 사극에 단역으로 박문대 출현하는데
부잣집 도련님 역할. 말타고 들판 달리다가 괴한들한테 쫓기는 여주 보고 활 쏘고 칼 써서 구해내는 역할임. 약간 츤데레같은 캐릭터인데 큐! 하자마자 보이는 건... 눈빛이...

명장임. 박문대 순한 인상인데 한순간 진짜 어디 전쟁 몇십년간 구르고 그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의 느낌이 풍김
근데 그거보고 감탄한 감독과 현장보고 있던 작가. 잠시만요! 하더니 박문대 캐릭터 다 때려고침. 무사로 고침...
스탭이 와서 말함.

"문대씨 말 타본적 있으시댔죠?"

"네."

"그럼 그 씬 오늘 찍을게요. 마침 말도 준비됐고."
원래 처음 박문대 등장씬은 꽃가루에 샤랄랄라 시장구경온 씬이었음. 작가가 안 맞는다며 빼버리고 말고삐 박문대한테 쥐여줌 류건우일적 탔던 운풍(말이름)이랑 비슷해서 괜히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나는 박문대건우. 저쪽에서 온 말 전문가가 말 등을 두드림

"타는 거 도와드릴까요? 데한아 앉아."
괜히 말 귀찮게 왜 시켜.

"괜찮습니다."

말이 앉기도 전에 발끼우는 곳에 발넣고 가볍고 능숙하게 한번에 올라탐 박문대로 말할 것 같으면 전생에 말 등 위에 서서 활로 적들 대가리 꼽고다닌 전적있음 말 타는 거? 걸음마임 그냥
"와~ 그림 좀 나오겠는데? 이래야지~! 저번에는 말 무섭다고 덜덜 울던 친구도 있었어~ 문대씨는 아주 잘 할 것 같아요~!"

약간 꼰머 기질있는 감독이 박수치며 만족해함. 박문대 대강 고개 끄덕이며 예...예 이러고는 말 등 느릿하게 토닥이며 쓸어줌. 그러면서

"데한아. 오늘 달려볼까?"
이러는데 알아들은 데한이 아직 말린이 아기임 한창 달리는 게 좋을 때. 개신나서 콧김 벌써부터 킁킁거림 어쨌든 한옥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 넓디넓은 갈대밭. 그쪽까지 적응도 할 겸 말 타고 가라해서 말 타고 천천히 감.
그렇게 도착한 탁 트이고 드넓은 갈대밭. 갑자기 작가가 찾아오더니 말함.

"저 문대씨, 속력 좀 낼 수 있을까요? 데한이는 휘파람소리에 뛰어요. 말 탈 줄 안다하셔서... 무사니까, 약간 그런 거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있었음 좋겠는데."

박문대 잠자코 고개 끄덕이면서.

"할 수 있는 것 해볼게요."
"막 다칠 것 같으면 그냥 바로 그만두시고요."

별 걸 다 들은 박문대 피식 웃으면서 걱정말라고함. 옆에 있던 주변 스탭은 지가 잘 다룰거라 자신만만 생각했다가 말 위에서 울던 놈도 봐서 또 그런 꼴 나겠구나 머리 붙잡았음.
그렇게 스탭들 멀찍이 떨어지고 드론 여럿 띄우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큐!"

박문대 근처에 꼽혀있던 창 낚아채고 말 옆구리 발로 툭툭 침. 적당히 달리던 말, 별로 안 걸어서

["휘익-"]

박문대 높은 휘슬소리 내는 걸 시작으로 땅이 음푹 패일 정도로 힘차게 발돋음하는 데한이.
어어, 창 들때부터 위태위태하며 발동동 구르는 스탭들. 근데 등 뒤로 창 비스듬히 든 박문대에서 무슨 명장의 기운이 느껴져서 말리지는 않음. 그렇게 좀 몸 낮추고 능숙하게 달리나 싶더니 갑자기 박문대 도로 상체를 일으키더니 창을 높게 듦. 던질 것 같이.
드론 조종하는 사람들 다각도에서 박문대 찍고있음. 어쨌든 그렇게 높이 들어진 창은 유려하게 한바퀴 돌더니 저 멀리 촬영용으로 가져다놓은 과녁 중간에 정확히 가서 꽂힘.

스탭 감독할 것 없이 입이 떡 벌어짐

쟤 무슨... 아이돌이 아니라 조선시대 장군아냐?
이어서 한바퀴 빙 돈 박문대 메고있던 활 꺼내고 데한이가 달고있는 화살통에서 화살꺼냄 근데... 화살 두개 꺼냈음. 두개를 같이 잡고 쭈욱 겨냥하더니,

팅,

손을 놓는 것과 함께 박문대 뺨에 붉으스름한 자국을 남기고 줄이 튕겨짐.
그렇게 날아간 화살은 서로 떨어진 허수아비 미간에 각자 날아가 꽂힘. 진기명기가 따로 없었음 쟤 진짜 뭐하는 얘인가 어디서 굴러먹은 놈인지 궁금해짐. 박문대도 오랜만에 말 타고 신나서 자제가 안됐음. 감독은 문대가 칼도 빼들기 전에 확성기 들고

"컷! 커엇!"

외침.
정말 칼뽑고 가짜칼이라서 되지도 않을 허수아비 베려던 박문대 컷소리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 차려서 말 몰고 스탭이랑 감독있는 곳으로 감. 아, 좀 너무 나댔나 싶어서 식은땀 삐질삐질 흘리며 갔음. 바로 앞에 갔더니 감독이 엊그제 심었다던 금빛 어금니 다 보이게 활짝 웃고있음.
"문대씨~! 아니 이런 재주가 있었으면 말을 하지~!! 말 좀 탄다며. 그냥 타는 게 아닌데? 막, 어?, 날아다녀 막. 아니 화살은 어떻게 한거람?"

장면 하나는 기깔나게 뽑겠다며 감독은 막 신나하고 옆에서 스탭들도 박수침.

"난놈이네 난놈이야!"
그도 그럴게 좀 재밌어야 말이지. 잘생긴 아이돌이 저렇게 말타고 묘기 부리는 거 흔환 광경이 아님. 지루할 틈이 없었음.

저 새끼 정체가 대체 뭐지 싶기도 한데 뜻하지 않은 원석에 조감독 앞으로 차기 액션물에는 박문대 제일 먼저 부를 계획 세우고 있음. 연기력만 괜찮으면 콱 그냥...
내 거라고 침을 치덕치덕 바르고 싶어지는 조감독이었음. 박문대 쓸까말까 고민했던 처음의 자기자신을 아주 칭찬하고 싶었음. 사실 드라마에서 아이돌? 떴다하면 시청률, 관객 빵빵 터지는 이 조감독이?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라고 생각해서 쓸 생각이 일절 없었는데
꿈을 꾼 거야. 거센 빗물에 풀이 꺾여버린 대지, 흐리고 어둑한 하늘. 쏟아지는 장대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갑옷을 입은 남자.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핏물을 씻어내리는데, 피로 칠갑을 한건지 그 남자가 서 있는 흙바닥 주변이 새빨갛게 흥건했음.
얼굴에 묻은 핏자국이 지워져나갔을 때. 드러난 남자의 수려한 얼굴은 건조하면서 텅 비어있고. 또 괴로움에 찬 듯한. 느낌은 세세히 기억이 나는데 정작 그 남자 얼굴이 떠오르지가 않는. 조감독은 전부터 꿈에 대한 감이 좋은 편이라, 또 이번에 하는 드라마가 사극이라.
꿈속에서 본 남자와 비슷한 분위기의 배우를 찾으려 노력했었음. 그런데도 도무지 보일 기미가 없더라고.

'분명 찾으면 대박인데.'

감질맛만 느끼던 와중에 딸이 보던 티비에 아이돌 하나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 거. 전혀 다르게 생겨서 긴가민가 했는데 느낌이 그냥 꽂혔음. 그게 박문대였고
조감독의 감은 들어맞은 거.

지레 찔린 박문대가 조용히 말함.

"청우형한테...양궁을 좀 배웠습니다..."

박문대 씨알도 안 먹힐 변명 늘어놓는데 다들 그냥 고개 끄덕임. 아~ 그렇구나. 국대가 1대1 코칭으로 좀 빡세게 가르치고 운빨 좋아서 화살이 딱딱 맞았구나 말이 안되는 거 다들 아는데
이것밖에 결론이 안 나는 거지. 아~ 박문대는 만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영화에서나 보던 재능충이구나. 박문대가 아무렇지 않게 해내니까 이상하게 막 납득이 가고. 존경심과 경외심이 피어오르고, 박문대 말이 다 맞을 것 같음.
그리고 그 중에서 잡일당담으로 뽑힌 당일 알바 처음에는 박문대인지 박뭔대인지 관심도 없었는데 개멋진 액션에 지 혼자 속으로 문대형님이라며 동경하기 시작함. 박문대한테서 시선을 못뗌. 어쨌거나 바로 시작되는 씬 2. 이번에는 검써서 여주 구하는 씬임.
액션은 미리 합을 몇 번 맞춰봤었는데 상대 배우가 앵간하면 다 받아줄테니 즉석으로 동작 넣어보라고 함. 왜냐면 박문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서 더 좋은 씬이 나올 것 같았음. 솔직히 암만 그래도 잠깐 운빨 좋았던 저 비리비리한 아이돌한테 발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괜찮으시겠어요?"

잔디밭같은 곳으로 온 박문대 발로 몇 번 가볍게 두드려보더니 바닥을 짓뭉개봄. 어제 비가 내렸는지 땅이 수분을 먹어서 꽤 푹신하고 덮은 풀도 풍성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임.

'죽진 않겠네.'

이러고 고개 딱 들어올렸는데
액션 배우가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음.

"예. 뭐 별걸 다. 전 걱정마시고요. 문대씨 조심하세요. 아이돌은 몸이 재산이잖아요."

-"그쪽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제가요? 저야 뭐. 다쳐봤자죠. 튼튼해서 안 다칩니다~."
친절한 목소리로 비꼬는 말들이었지만 박문대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음. 우선 두들겨 패달라고 했으니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잖아. 뻘한 잡생각들 삼키며 박문대는,

"큐!"

녹화가 시작된 카메라에 여주를 등지고 섰음.
-"낭자, 어찌하여 쫓기고 있습니까?"

지켜보던 다른 배우들이 오,하며 속으로 감탄함. 사극이 다른 연기보다 허들이 높은 이유가 저 사극체 때문인데 박문대 원래 지 말투마냥 자연스럽게 내뱉음. 당연함. 류건우 저거 일상말투 중 하나였음.
박문대의 물음에 여주가 쓰개치마로 얼굴을 더 바싹 가린 채 고개를 떨어뜨림.

"말씀해드릴 수 없습니다."

여주는 조급해지는 마음에 뒷걸음질로 주춤거림. 신발에 풀이 꺾기는 소리를 기민하게 들은 박문대가 입술을 열음.
-"그렇습니까. ...뒤 돌아보지 마시고 뛰시오.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여주는 방금 처음 만났는데 뭘믿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음.

"제가 도망간 죄인이면 어쩌려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절 지켜준다 하시는 겁니까."

박문대 앞에 있던 검은 복면의 남자들이 점점 더 가까워졌음.
"허면 낭자는 도망친 죄인입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됐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달아나시오. 낭자의 걱정은 받지 않겠습니다. 하등 무용한 것이니."

여주는 그제서야 반대편 숲으로 뜀박질을 시작함. 해가 지기 전에 저 산을 넘어야 안전했음.
뛰는 와중, 불어오는 바람에 거세게 펄럭이는 쓰개치마를 놓친 여주가 뒤를 돌아봤다가, 우연히 같이 뒤를 돌아본 박문대와 마주침. 검은 비단에 은박으로 그림이 박힌 도포자락이 펄력였음. 짧게나마 서로 시선이 맞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림.
이어 박문대가 뽑은 칼날이 햇빛을 머금어 찬란하게 빛났음. 바로 카메라 밖으로 나온 여주 역할의 배우는 박문대를 지켜봄. 가짜라지만 칼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섬찟하게 들려왔고.

'원래 저렇게 복잡한 액션이 있었나?'

절대 못외울 것 같은 복잡한 합이 한순간에 스쳐지나감.
사방으로 칼이 약점을 노리고 달려드는데 박문대는 별로 힘 들이지 않고 흘려보내 지들끼리 동선을 엇갈리게 만들거나 가볍게 쳐냈음.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칼을 놓치지 않고 칼등을 밟고서 그대로 상대방 가슴을 발로 밀어 넘어뜨리고,
곧장 칼로 쓰러진 남자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이어지는 공격에 몸을 뒤틀은 박문대, 그대로 두 발을 땅에서 뗌. 공중에서 반 바퀴 돌아서 상대방 목을 치는데 배우가 간신히 타이밍 맞춰서 넘어감. 어쨌든 박문대는 날아다니고 있었음. 그냥 입벌리고 감탄 나올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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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박문대 뭐냐?? 무슨 액션 스쿨 다녔어? 아니 X발 서커스라도 했음? 아니면 국정원임?? 나 그믐달 일일 알바인데 거기 액션씬 있었거든 대타없이 말타고 묘기 부리고 싸우는 씬도 어쩐지 외울수 있는 수준도 아니더라니 합도 안 맞춰보고 원테이크로 했더라
진짜 아이돌 맞음?? 어디 무사 같던데 감독도 그렇고 스태프들 사이에서 기밀 스파이 이런 것도 나오고 있다;; 하여간 문대형님 전직이 대체 뭐냐??

-오바 금지
ㄴ(ㄱㅆ)야 아니 클립 뜨면 봐라 나 진짜 영화 액션 개구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가능하더라
-응 주작냄새 풀풀나죠~
-이런건 빠순희 갤에 가서 하셈 왜 여기서 난리냐
-아이돌들 다 개비리비리해서 젓가락도 못들 것 같던데ㅋ
-문대형님 이지랄~

-(ㄱㅆ)이 X발 새끼들 두고보자 개샹노무호러색이들아(화난 개구리짤)
.
.
.
-야 X발 저걸? 즉흥에서 했다고??
-화살은 cg지? 존나 말이 안되잖아
-창 미친 저게 사람이냐
-싸우다가 공중에서 한 바퀴 존나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니 것도 원테이크로?
-박문대 진짜 정체가 뭐냐
-카메라 기법 때문에 살아보이는 거지 별볼것 없을 듯
ㄴ네 문대형님한테 처맞을 다음 좆문가
-(ㄱㅆ) 내가 뭐랬냐 새끼들아;
-(ㄱㅆ) 저거 그대로 원테이크 찍고 몇 부분만 따로 뽑아서 다른 각도로 찍음 비하인드로 풀릴 걸?
ㄴ야 톰 크루즈 다 재끼고 한국에는 박문대가 있다 그리고 박문대의 오른팔인 박성환이 있지
ㄴ박성환은 누구냐?
ㄴ나임
ㄴX발 미친새낀가진짜
ㄴ난 왼손 마두찬이다
ㄴ그럼난 오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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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클립봤어? 그거 즉흥에서 한 거고 cg 없다매 박문대 뭐니 진짜?? 난 그냥 울애기 말랑찹쌀코촉촉사과떡인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나봐 사과떡 한입 베어물고 이빨 다 깨지는 중 누나 갠하나 무대햐

-나 그래서 틀니 맞췄잖아
-박문대 아방수 밀고 있었는데 지금 캐해 뜯어고치러 감
-아니 그런 힘을 가지고 우리 앞에서 무해한 말랑콩떡 강아지인척 내숭부린거임?
ㄴ박문대 유죄 징역 5년 내 남편이 되는 벌에 처함
ㄴ진짜 끔찍하다
-박문대 도랐냐고ㅠ 내 탐라 다 박문대 액션씬임 이도훈(작중 박문대캐)이 현대로 와서 테스타 맴이랑 엮는 커플링 연성만 오조오억개임
ㄴ링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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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너무 나댔어. 이건 운으로 커버칠 수 있는 수준인가?

"박문대 요원, 무슨 생각을 하고있지?"

당장 이세진만해도 옆에서 이 지랄이 났다. 난 바짝 들러붙은 이세진의 얼굴을 밀어내며 말했다.

"치워라 진짜"
일단 그것보다... 내가,

"형, 형! 나도 가르쳐줘요 so cool~"

생각을 잇기도 전 차유진이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고.

'돌겠네 진짜.'

아득해진 머릿속을 비웠다. 뭐 이런다고 내가 전생에 장군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
걸리는 건... 신청려.

'그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신청려는 전생에도 유명했더랬다.
당연하지. 그 새끼가 무려 왕세자였는데. 확실한 건 꼬인 실타레처럼 얽힌 류건우의 죽음에서 실의 끝을 붙잡고 있던 건 신청려였다. 전생을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와서 복수라던가, 전생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없다. 내 손에 쓰러져 꺼져 가던 셀 수 없는 생명들을 기억하자면 류건우는 그와 가장 어울리는 최후를 맞은 것뿐이다.

이미 지나간 전생, 믿어줄 사람도 없는데 하등 불필요한 마찰을 굳이 만드려 애쓸 필요는 없지.
“나도 하고 싶어요! 나 멋진 거 배워서 무대에서 써요!”

끈덕지게 조르다가 이제는 옆에서 반쯤 드러누워 들러붙어오는 차유진을 밀어냈다.

한 번 붙은 불이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한 달 내도록 읊을 성 싶은데 그걸 견디느니 그냥 들어주는 편이 낫다.
“...그래, 가르쳐 줄 테니까 땡깡은 그만 부려라.”

내 말에 차유진은 눈을 빛냈다.

“진짜요? 나랑 약속했어요!”

어, 그래. 반쯤 죽여주마. 나는 선량하게 웃어보였다.

“중도포기는 못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차유진은 활짝 웃더라.

“네~!”

웃기는 놈. 대답은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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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며칠. 마침 차유진과 겹치는 휴식 기간이 있길래 차유진을 끌고 흐릿한 기억 속의 벌판으로 데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봉을 내던지고 나무 위를 타오른 차유진은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주변에 떨어진 도토리를 말없이 주웠다.
그리고, 차유진의 머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딱-!]

“악! 아파요!”

내가 던진 도토리가 정확히 차유진에게 날아가 꽂혔다. 나무 기둥을 껴안은 차유진이 한껏 몸을 웅크렸다. 그러더니 빽 소리를 내지르더라.

“나 죽어요! 형은 살인마예요!!”

“....맞는 소리네.”
헉!”

차유진이 기겁하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형 진짜 murder이에요?”

나는 그런 차유진을 올려다보며 도토리를 한뭉큼 주웠다.

“처맞는 소리.”
연이어 던진 도토리는 던지는 족족 차유진에게로 날아가 꽂혔다. 별로 아프지도 않을 텐데 엄살은 어디 다리 한짝 날아간 병사 같았다. 손이라도 베였으면 거품을 물고 기절을 했겠다, 아주.
결국 차유진은 견디다 못해 슬슬 올랐던 나무를 내려왔다. 다시 손에 봉을 쥐어줬더니 표정이 절망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보니 괜히 전생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그 뒤로는 해가 질 때까지 연습, 연습, 또 연습이었다.
"살려주세요!! help me!!!"

하늘이 점점 시커멓게 변해가자 차유진은 세차게 숨을 고르며 발랑 엎어졌다. 죽어가는 놈이 목청 하나는 끝내주는 걸 보니 끝장을 내버리게 더 굴려도 되겠더라.
“배우고 싶다며. 의지가 그렇게 약해서야 되겠어?”

이렇게까지 굴리려던 마음은 없었는데 시종일관 완벽을 외치던 건 차유진이었다.

엄살이 좀 심하긴 하지만 꽤 잘 따라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가르칠 맛도 났다. 차유진이 처음에 말했던 액션 영화 같은 한 편을 찍을 수준은 될 것 같았다.
난 땅바닥에 누운 차유진 옆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외쳐봤자 아무도 안 온다.”

저 멀리 노을이 꺼져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차유진과 내가 있는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옛날 옛적에는 이 맘때 쯤이면 갈대가 허리께까지 닿았었는데. 이제는 듬성 듬성 잔디만 남아있는 민둥한 언덕에 불과했다.
넓기는 또 더럽게 넓지, 거기다 지리도 외딴 곳에 있어 사람들은 여길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차유진이 죽겠다며 살려 달라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안 오지. 정말이지 사람 한 명 족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가만있어보자, 요즘 거슬리는 놈이 있었나....? 일단 옆에 시끄러운 한 명. ...
...그리고..,?

....?

가만히 손가락을 꼽고 있자니 위에서 그림자가 졌다.

“살려드릴까요?”

"oh...누구세요?"

뺀질거리는 낯짝이 익숙한데. 이 새끼는 거즘 냉궁으로 유폐됐었던 1왕자 아니냐? 박복하다고 해야 할지 내 연줄이 어떻게 꼬인 건지 귀하신 왕자님들을 이번 생에도 또 다시 마주치네
최도겸은 차유진의 말을 가볍게 씹고 나에게 인사했다.

“문대씨, 반가워요.”

“저 아세요?”

“팬이에요. 그믐달 보고 빠졌거든요.”

“아직 방영도 안했는데요.”

“촬영현장에 있었어요.”
능구렁이 같은 새끼. 속을 알 수 없는 저 얼굴을 보자 하니 찝찝한 기분이 밀려왔다. 촬영장에 있었다면... 행색을 보아하니, 언뜻 단정해 보이는 옷 같지만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입은 옷만 해도 적어도 몇 천. 시계까지 합치면 몇 배는 뛸 것 같은데. 허영으로 따라할 수준이 아니다.
앞에 이 놈은 진짜 재벌이라도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빠르지. 돈 많은 재벌이 드라마 촬영장에 올 이유는 딱 하나 뿐이다. 투자자군. 곧장 몸을 일으켜 손을 맞잡았다.

귀하신 분을 몰라 뵙고.

“팬이라니 영광입니다.”
드라마 퀄리티 높아지게 지갑이나 넙쭉넙쭉 열었으면 좋겠다. 최도겸은 그냥 웃으며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걸 옆에서 멀뚱히 지켜보던 차유진은 돌연 일어나더니 나와 최도겸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러더니 쌩뚱맞은 말을 하더라.
oh..... 나는요? 나 몰라요? 차유진이에요! 문대형 팬이에요? 몸이 큰 문대형 닮았어요. 나 알아요. 둘이 형제라고 해요.”

나랑? 얘랑? 밝은 머리카락 색이 비슷하긴 했다. 어쩐지 눈매도 좀 닮은 것 같고. 괜히 이상해지는 기분에 얼굴을 찌푸리자, 최도겸이 웃어보였다.
“그러게. 꼭 형제 같네요. 우리가 각별한 사이였긴 했죠.”

유려하게 올라간 입매가 어쩐지 불쾌해서 손을 뗐다. 아리송한 대답. 최도겸은 내가 류건우라는 걸 모를 텐데.

전생을 기억한다고 해도 모습이 바뀌었으니 날 알아볼 리가 없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최도겸이 눈썹 끝을 늘여뜨렸다.
“나랑 정말 닮았네요. 우리 꼭 쌍둥이 같지 않아요?”

한없이 온화한 표정인데, 소름끼치듯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감각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이렇게까지 경계할 필요는 없는 사람인데. 전생에도 최도겸은 그저 힘없이 무력하기만 한 남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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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태전의 처마 위로 가려진 달이 새붉은 핏빛으로 물들은 밤이었다. 궐 안의 공기는 긴장으로 팽배했고, 조용한 적막 속에 중전의 팔목을 짚은 어의가 식은땀을 흘리며 바싹 타오른 입술을 어물어물거리다 말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기씨의 맥이 두 개가 잡힙니다. 하나는 곧 꺼질 듯한데...”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은 탄식하듯 짧은 숨을 내뱉었다. 하늘은 잔인하기도 하지. 바깥을 보지도 못한 내 아이에게 삶을 빼앗아버리는 건.
“화련아.”

“예, 마마.”

“네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다.”

눈을 감은 여인은 생각을 정리하며 단편의 기억을 떠올렸다. 배가 만삭으로 부풀어 오를 때 쯤 찾아온 무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제 태몽을 알고 있었더랬다.
햇빛과, 달빛이 한 줄기씩 여인의 배를 뚫고 들어오던 감각이 선연하게 깨어났다.
[“한 명은 햇빛을, 또 한명은 달빛을 쥐고 태어나실 겁니다. 그 중 한 명이 본디가 탐욕스러운지라 궐안에 한바탕 피가 분탕치고 나서도 깊이 갈구하니, 멀리 떨어뜨려 놓으십시오.

소인이 감히 고하건데 그것이 최선책입니다. ...피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커지는 아기씨입니다.”]
왕은 특히나 무속을 철썩 같이 믿는 자였다. 본래가 년에 한 번씩은 꼭 무녀를 부르며 점괘를 보거나 굿을 치루기도 했었다. 무엄한 발언을 내뱉는 신녀를, 그녀로서는 막을 힘이 없었다.

신하와 수족들을 다 물렸다고는 했지만 궐 안에 비밀을 보장받는 방은 결단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말도 필히 다 새어나가겠지. 참담한 심정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걷잡을 수 없는 소문은 사실이 되고, 사실은 곧 저와 제 아기의 명줄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왕이 말했다.

[“자네 말이 맞다하면 둘 중 누구를 떨어뜨려 놓아야 하는가?”]
[“전하와 닮으신 분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달빛을 쏘아 멀리 떨어뜨리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삼킨 아기씨를 왕좌에 앉히시면 나라가 더 없이 평화롭고 풍요로울 겁니다.”]

신녀의 말에 왕은 그녀에게 속삭였다.
[“중전, 나는 그대를 믿겠소. 낮이면 해가 질 때까지, 밤이면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외다. 그대는 머리가 비상하니 알고 있겠지.”]

여인은 감았던 눈을 뜨고 잠시간 다물고 있었던 입술을 열었다.
----
그 날과 같이 붉은 달이 빛나던 밤, 기어코 쌍생아가 태어났더랬다. 한 아이의 머릿결이 햇빛과도 같이 밝았으니, 마치 태양을 삼킨 것 같았다. 그렇게 검은 머리 아기는 버려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화련은 이상하도록 울지 않는 아기를 품에 안고 보따리와 함께 거친 뒷산길을 올랐다.
[“만약 쌍생아가 태어나게 된다면 패물은 넉넉히 챙겨 줄 테니 넌 한 아이를 안고 뛰거라. 서북 최끝단에 봉우리가 가장 큰 설산이 있을게야. 그 아랫마을로 가면 박노인을 찾거라. 그럼 네가 할 일은 끝이다. 그 길로 곧장 배를 타고 떠나 모든 일을 잊고 살아라.”]
[“...전하께서 그리 쉽게 놓아줄리 없다. 필히 쏘아 떨어뜨리려 할게야. 그렇다고 해서 약속을 어기지도 않으실 테니 해가 뜨기 전까지 있는 힘껏 달리거라.”]

화련의 머릿속에서 중전의 목소리가 쉼없이 맴돌았다. 숨이 턱 끝에 치달았을 때, 나무뿌리에 걸린 화련이 넘어지면서
그만 아이에게도 충격이 가해지고 말았다.

뒤이어 켁,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가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목안에 걸린 핏덩이가 터져나와 흰 천을 새붉게 적셨다. 초조한 마음에도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앞선 화련은 달래듯 천 뭉텅이를 토닥이며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태양을 삼킨 아이. 중전이 전해준 말이 일순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말을 준비해 놨다던 장소까지 두 다리가 꺾일 정도로 걷느라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찝찝한 그 날이 지나고나서부터 최도겸은 매일 매일 촬영장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잠깐 촬영장에 앉아 쉬고 있었더니 휴대폰의 기사로 그믐달이 뜨더라.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에 기사를 클릭했다.
[드라마 그믐달 초호화 카메오!
-테스타의 박문대를 이어 유명 탑 아이돌의 맴버 중 한 명이 출현...]

내용은 제목이랑 다를 게 없었다.

'이 타이밍에? 그래서 누구냐고.'

"궁금해요?"
아 X발 깜짝아. 이 새끼는 무슨 기척이 이렇게 옅냐. 내 감이 다 죽은 것도 아닌데 매번 등장할 때마다 눈치를 못 채는거지 왜.

"놀랐어요? 제가 좀 문대씨처럼 태양같은 사람 옆에 가면 존재감이 흐려져요. 가려진다고 해야하나."
"아.... 예."

되도않은 쌉소리를 하길래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얜 전생에도 태양이니 달이느니, 하는 무당의 한마디 말로 냉궁에 갇혔다더니 그때 충걱으로 돌아버린 대가리가 현생에서도 돌아오지 않는가보다. 가늠하듯 날 바라보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자니 이 새끼가 실실 웃어댔다.
접힌 눈에 길게 그늘진 속눈썹조차 옅었다.

"왜 웃습니까?"

"문대씨랑 있는 게 즐거워서요."

"전 별로 즐겁지 않은데요."

"그거 아세요? 난 투자자로 온 건데 사람들은 문대씨 형인줄 알아요."

"기분이 심히 불쾌하네요."

별 거지같은 말을. 인상을 구기자 최도겸은 더 좋다고 웃어댔다.
"하하, 문대씨는 원래 이렇게 내숭이 없어요?"

"있는데 최도겸씨 앞에서만 없어요."

처음 한 두번은 예의상의 대답을 했지만, 투자자고 뭐고 체면이나 예의 차려봤자 이리저리 찔러대는 최도겸 말에 빡쳐서 예의를 가져다 버린지가 엊그제다.
아무리 떨어뜨려 놓으려해도 들러붙어오는 게 징글징글한 새끼였다.

'내 인생에서 꺼졌으면 좋겠다.'

저기 냉궁에 다시 가뒀으면 좋겠네. 난 촬영지로 온 궁궐의 구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귀찮은 놈을 피해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연못이 있었다. 내 기억에는 없는데, 죽고난 이후에 팠나보지. 가만히 수면 위를 들여다보니 익숙한 내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신청려도, 최도겸도 전생과 같은 얼굴인데 나만 다른 이유가 뭐지?

류건우일 적에는 거울을 쳐다보지도 않았더랬다. 어릴 때부터 앓던 병이 있어 목부터 왼쪽 얼굴의 반절을 덮은 시커먼 핏줄이 보기 흉해서 늘 반투명한 검은 베일로 가리고 다녔다. 병명은 몰랐다.
아마 부모가 날 버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까. 날 키워줬던 할아버지는 이 약을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먹지 않으면 전신으로 퍼질거라고 말했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
갑자기 깨질듯한 머리에 이마를 붙잡았다. 삐익, 높은 이명이 머릿속을 울렸고.

["형... 건우,형님,..."]

그 사이사이로 변성기도 안 지난 아이의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누구지?
앞에 있는 연못이 점점 흐려졌다. 인중을타고 턱끝까지 흘러내리는 미적지근한 체액이 느껴져 쓸어보니, 새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피. 유독 오늘따라 붉고...붉고. 순간 높이 들린 칼날 그 밑으로, 쓰러진 사람의 형상이 스쳐지나갔다.
높이 들린 칼날이 날카롭게 떨어졌다. 쓰러진 남자에게서 피가 솟구쳐나왔다. 대체 누구지. 내 기억은 완전하지 못한 건가? 그와 동시에 주저앉은 내 앞으로 서 있는 복면의 남자가 칼을 높게 드는 걸, 처음보는 기억을 시커멓게 변하는 의식 속에서 떠올랐다.
이어 뚝 끊긴 장면을 붙여놓은 듯 휘몰아치는 불길에 잡아먹힌 어떤 남자. 슬픔이 물밀듯 쏟아져나왔다.

감히 바라건데, ....

숨이 끊기기 전, 강한 염원.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아니, 류건우는 화살에 맞고 죽었어. 따지고보면 그 죽음에 관해서도 기억이 흐릿했다.
첫 발을 맞은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바로 즉사할 위치는 아니었지. 내쪽으로 다급하게 뛰어오던 신청려, 그리고 그 뒤의... 뒤의?

...

다급히 나를 받쳐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훅, 최근 익숙해진 머스크향이 끼쳐왔다. 최도겸이었다. 연못에 빠지지는 않겠네. 그대로 감겨오는 눈을 감았다.
****

"...네. 아버지께서, 감수하시고도 들이신다고요? ...의외네요. ...저야 좋죠. 문대가 정말 내 ■■이었다면요. 제가 어렸을 때 얼마나 예뻐했는지 아시잖아요. 이렇게 찾게 돼서 다행이죠."

최도겸은 차 안에 누워있는 박문대의 머리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자칫, 손에 힘을 주어 뽑아져 나온 머리카락 몇 가닥이 엉킨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머리카락을 한켠에 털어두고, 따끔함에 인상을 찌푸린 박문대의 미간을 살살 쓸어주는 손길이 퍽 다정했다.

"...다음에 뵐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 최도겸은 가만히 눈을 감은 박문대를 바라봤다.

"난 문대씨가 걱정돼요. 이번 생에는, 힘든 일 없어야 할 텐데."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처음 기억이란게 나기 전부터 내 옆에 있었던 아이. 한 살 터울로 나보다 늦게 태어난 그 아이도 나랑 똑같이 버려졌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그 아이가 태어난 날은 수없이 많은 유성우가 떨어져내렸다고. 별의 힘을 받은 아이라 운명을 바꿀 힘이 있다나 뭐라나.
"건우형님!"

카랑카랑하게 높고 앳된 목소리. 나와 정반대되는 그 애는 특히나 햇빛 아래 섰을 때 더 눈부시게 빛났다. 그 아이의 따스함이 좋아서. 그래서 아꼈던 것 같은데.

"오늘도 마을로 몰래 내려가면 안됩니까?"
자연과의 물아일체라느니 뭐라느니 운둔생활을 고집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거의 산속에 갇혀있다시피 한 처지가 불쌍해서 손을 붙잡고 자주 산밑을 내려가고는 했던 것 같다. 그래봤자 한 살 터울이지만, 얘는 나보다 훨씬 어린 동생처럼 느껴졌었지.
유독 사람을, 바깥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 산속을 나온 건, 그 아이가 원해서. 나는 그 날로 무과 시험을 치르러갔다. 어찌됐건,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산속에서 할아버지께 가르침 받았던 게 무술이고, 심심할 때 놀이하던 게 책보기라 그닥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어깨너머로 같이 책을 봤던 그 애는 몸 쓰는 것에 재능이 없어 떨어졌지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 아이에게는 굳이 어려운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과 대신 머리가 영특하니 과거를 치루면 되겠다 생각하고서 나는 돈을 더 많이 준다는 북쪽의 국경 최끝단을 지원했다.
거기서 굴렀던 세월이 8년. 내 지원허가가 떨어졌을 때는 북방의 유목민 중 새롭게 떠오른 세력이 여러 파로 갈라져있던 부족들을 잡아삼키고 그 부피를 늘려가던 때였다. 1년쯤 안되어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본래도 우수한 성적으로 무과를 통과했던 나는
아주 말단의 일병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다. 올라가기는 수월했다. 그러던 중 류장군의 눈에 들어 치열한 전투에서 그의 마지막을. 곁을 지켰다. 그가 죽음이 들이닥쳤을 때 나에게 준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름밖에 없는 나에게 "류"라는 성씨요, 또 다른 것은 그의 직급이었다.
그날부로 난 류건우가 됐다.

말하자면 결단코 이길수 없겠더라는 전쟁에서 판도를 뒤엎어낸 업적으로 장군직을 받은 것이었지만 그가 살아있었다면 내 몫이 상대적으로 묻혔겠지. 작렬하게 전사한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랑캐의 피로 그의 원을 씻어내 주는 것 뿐이었다.
직급이 직급인 만큼 직접 움직이지는 편이 다른 병사들에 비해 많지는 않았지만 장군으로 치자면 적은 건 결단코 아니었다. 직접 선두를 선 적이 몇 번 있었다. 끝으로 가서는 수세에 몰리는 척 하면서 끄나풀을 심어 적진을 내부부터 천천히 허무러뜨리는 작업으로 재기불능하게 박살냈었다.
복수의 끝은 허무했다. 직접 적장의 목을 베어 류장군의 무덤에 가져갔다. 돌아가신 중전의 친척인. 높은 귀족 나으리라면서, 굳이 장군을 한 이유가 뭘까.

"그거 아십니까? 장군님 아들이 벌써 나이가 열셋입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일곱살 꼬마였는데."
"...청우가 많이 컸어요. ...■■도 장원급제 했답니다."

가져온 술을 무덤에 한 병 쏟아붓고 남은 한 병은 입으로 털어넣었다. 속이 홧홧했다.

"전 돌아가렵니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장군님도 가세요. 이제 뭐, 원수도 제 손으로 보내드렸잖습니까."
내가 무엇 때문에 전쟁을 굴렀는지. 흐릿해질 때쯔음 소식이었다. 그 아이가 과거에 합격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족했다. 8년이 아깝지 않았다. 그 뒤로는... 신재현의 호위무사로 있었다. 그러다 좌천돼서 1왕자(신도겸). 신재현은 내가 최도겸에게로 가고도 계속 날 찾아왔더랬다.
둘의 우애는 이미 유명했었지. (*편의상 최도겸) 최도겸이 왕위에 관심이 없었고 몸이 특히나 허약해서 신재현이 애초에 경계할 필요가 없었던 까닭이 크다. 그렇게 셋이서, 가끔은 그 아이와 넷이서. 하루가 멀다하고 붙어다녔다. 내 자의는 아니었고. 이 놈들이 틈만나면 나한테 붙었다.
그때 왕은 나이를 먹으며 걸렸던 지병으로 날이 갈수록 허약해졌다. 말년까지 다다르면서 깨달았던 거지. 신녀의 말이 개소리라는 걸. 왕은 자신과 닮은 아이라는 말에 날이 갈수록, 커질수록 자신과 외양이 닮아가는 왕자를 보고 신녀의 말에 신뢰가 갔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중전도 출산은 하고 몇 년 못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왕은 그걸 보고 제어미를 죽여 피를 빨아먹었다 생각해서 최도겸을 냉궁에 유폐시켰었다.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후궁이 낳은 신재현을 곧장 왕세자에 앉혔었다.
이제 죽음이 가까워지니 동정심이 솟은 왕은 최도겸을 냉궁에서 빼내고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줬더랬다. 그래도 왕세자 세력은 굳건했다. 최도겸이 워낙에 허약한 탓이었다. 허우대는 멀쩡하나 이주에 한 번은 피토를 해대는게 오늘내일 하는 썩은줄처럼 보였겠지.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에 끝내 말을 하고만다.

원래 중전은 쌍생아를 낳았었다고. 태양의 빛을 타고 내린 그 아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최도겸과 꼭 닮은 그 아이, 박문대에게로 모든 시선이 쏠렸다. 전부터 닮아서 자와자와 말이 많았었다.
출신도 모른다하고, 하물며 나이조차 뒤늦은 출생신고를 했다하며 성씨도 키워진 노인네의 성씨를 따랐다 했다. 나와는 의형제라는 것도 자명한 사실. 건강한 몸, 그리고 1왕자에 핏줄까지 중전. 완벽한 조건에 숨죽이고 엎드려있던 신청려의 견제 세력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순간이었다.
어지럽게 쏟아져내리는 기억들 속으로 신재현의 싸늘한 눈빛이 스쳐지나갔다. 잿빛 구름이 달을 가린 어두운 밤.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우르르 쓰러져가던 풀잎. 그리고 내게 칼을 겨눈 신청려. 잘 벼린 날붙이가 내 목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흐읍!"

눈앞이 새까맣게 암전되면서 몽롱한 기운 속 이질감이 덮쳐왔다. 꿈과 현실의 그 쯔음.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곧장 갈급하게 공기를 들이켜며 눈을 떴다. 점점 초점이 잡히면서 고급스러운 차 내부가 또렷해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더니 부축하듯 내 팔을 붙잡는 손길이 닿아왔다.

"어디야,"
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옆을 돌아보니 최도겸의 낯이 보였다. 퍽 걱정스러워하는 얼굴. 꿈 탓인지 순식간에 경계가 사그라들었다. 당장 어젯밤 차도겸 옆에서 호위를 섰던 것 같았다.

"제 차안이요. 문대씨가 갑자기 쓰러졌길래, 제가 데리고 왔어요."
전생이었다는 경계감이 이 꿈인지 뭔지를 꾸기 전에는 확실했었는데, 이제 그 선조차 흐려졌다. 다만 든 생각은,

내 기억이 온전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걸리는 게 있다면, 전생에서 내 동생이나 다름 없었던 아이를 깡그리 잊고, 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
머리를 붙잡았던 손을 내려 손바닥을 폈다. 류건우보다 비교적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곧게 뻗어있었다. 언젠가 그 아이와 손을 맞잡았던 기억과 똑같았다. 전생의 이름도 박문대였을까.

난 왜 그 애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설령 부질없는 일이라고 해도.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뭐든 알아 내야겠어.'

내 기억을 찾아야겠다. 반대로 그 얘는 내 모습을 하고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네.

"문대씨?"

한참 대답이 없자, 최도겸이 나를 불렀다.

"왜?"

"이제 촬영 들어가야 하는데요. 문자 왔어요."

아 맞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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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8, 2021
선아현 난 무표정이면 차갑고 아름다운 남자일 거라고 생각함. 아현이 흑화시키고 싶은데 감히 선아현을?? 흑화해도 12세 이상의 나쁜 언어는 절대 안 쓸 것 같음 그래서 거따가 류건우 집어넣어보고 싶음((??
브이틱 류건우로 해서 어느날 테스타 선아현과 몸이 바뀐 둘.
진짜 들어가고 눈 뜨자마자 들통날 듯ㅋㅋ 류건우 어쩐지 포근하고 처연하고 아름다운 가녀린 나에 아기 종달새 엘프같은 표정이랑 분위기 풀풀 풍기고 선아현 이쪽은 존나 이쁜데 냉철하고 만만찮을 것 같고 까탈스러운 미인광공st 로 순식간에 변하는 거 생각만 해도 침 오톤질질처흘림
류건우 일러 없을 때 하는 적폐인데 몸 되게 탄탄하고 허리는 얄쌍한데 흔히 한국인들이 말하는 짐승돌st라고 밀고 있는데... 왜냐면 류청우랑 사촌이니까... 가슴도 크다고 밀래...난 그게 좋아 쨌든 박문대는 우리 강강쥐는 무대를 찢어.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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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9, 2021
청려문대 캐붕⚠️

부부싸움으로 개싸우다가 박문대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처돌아버릴 것 같은 거. 그래서

"아~ 할아버지는 모르시죠? 엊그제도, 그 전에도. 사귀기 전에도. 제가 그러지 말라고 말했는데. 어쩌겠습니까. 뇌가 늙으면 자주 깜빡하실 텐데. 제가 감안해야죠."

이렇게 비아냥 대는 거.
이래서 신청려 하던 말도 잊고 충격 받아서 멍하니 박문대 쳐다볼듯

"그거..말이 너무 심한 것,"

"뭐래...영감탱이가..."

신청려 말끊고 박문대 크리티컬로 또 중얼거림. 회귀 나이 삼백년 이상 신청려는 할 말을 잃었다가 진짜 밀려오는 설움에 입을 꾹 다뭄.
박문대 그거보고 코웃음 치는데 신청려 꾹 다문 입술 밑에 턱이 호두턱 되는 거. 신재현 저거 찌푸린 눈썹도, 그 끝이 점점 쳐짐. 어라? 싶은데 신청려 뿌앵ㅠㅠ 이런 말이 어울리게 울어버리는 거.

"...후배님 진짜 나빠요. ...너무해요..."
Read 19 tweets
Nov 24, 2021
숭하긴하지만 류청우가 부끄러워 하는 게 보고싶어서. 취미겸 작은 스케이트 보드를 산 박문대. 이세진과 덥앱 중이었음. 마침 오늘 스케이트 보드 배송이 와서 러뷰어분들께 보여준다고 주섬주섬 뜯었는데, 지나가던 류청우도 차유진 핫초코 타주고 커피잔 든 채로
옆에와서 조용히 구경했음. 화면에는 보이는데, 얼굴은 잘림. 의자가 없어서 문대 옆에 그냥 서있었음. [이세진 박문대 류청우] 이렇게.

🐶스케이트보드를 샀는데요, 심심풀이로 산 거라. 작고 싼 걸 일단 사봤어요.

깜찍한 강아지가 그려진 스케이트 보드를 꺼냈는데,
🐻문대문대~ 그거 애기들 거 아냐?

좀 사이즈가 작았음.

한참 들고 만지작거리던 박문대, 설명서 보다가 일단은 한번만 올라가 보기로 함.
그렇게 의자를 저쪽 구석으로 밀어두고 스케이트보드를 마룻바닥에 내려놨음.
Read 21 tweets
Nov 1, 2021
[띠링]

Wlive
-안녕 러뷰어. 저는 문대🐶

am3:00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정된 화면에는 검은 후드티의 박문대가 방에 혼자 있었음.

"안녕하세요. 새벽에 알림 갔겠네요. 죄송해요. ...제가 깨웠나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던 박문대가 주저하는 것 같이 미간을 찌푸리다가 툭, 툭, 툭. 간헐적으로 손톱이 책상 위를 치는 소리가 났음. 그리고 허공 어딘가를 유심히 보더니 입술을 뗌.

"오늘은 이야기가 무거울 수도 있어요."
"네. 제가 새벽 감성에 차서. ...최근, 주변 사람 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문대 옆에 있던 노트북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키보드로 치기 시작함. 마우스도 딸깍거리고, 그러면서 말은 계속 이었음.
Read 73 tweets
Oct 26, 2021
왜 흔한 클리셰... 동물 주웠더니 갑자기 사람으로 변했다!? 이거 원래 동물 맞았는데 갑자기 인간으로 변한 테슽 친구들.

차이는 이거지 박문대는 변하자마자 자기 손 내려다보고 손가락 다섯개.. 주인이랑 같은 신체군. 하면서 옷 껴입고 이족보행에다 내가 오면 청소에 밥까지 싹 해놓고 소파에서
폰만지면서 나 마중 나올 것 같고 차유진은 그냥 빤쓰도 못 입고 네발로 기어다닐 것 같은... 야옹야옹 거리는 거 한달은 가르쳐야 겨우 하는 말 응애일 것 같음ㅋㅋㅋㅋㅋㅋ
눈치껏 옷 다 입는 애들 : 이세진 박문대
간신히 바지만 : 류청우 배세진
상의만 : 김래빈(할머니가 쪼마난 니트 래빈토끼한테 입혀줬던 거 길들여져서)
옷 안 입을 것 같은 애 : 차유진

나중에 부끄러워 할 친구 : 김래빈

그건 모르겠고 다른 인간들보다 거기 크다고 자랑할 친구 : 차유진
Read 4 tweets
Oct 13, 2021
브이틱 류건우 이거 오백퍼센트 선아현 홈마다에 내 전재산 칠백오십이원 검

뭐 혜성같은 신인등장!
서바이벌로 성장한 괴물 신입 테스타 이런 거 뜨는데 견제겸 아주사 보는 류건우 처음에는 선아현 얼굴에 감탄함. 근데 있지 눈 감아도 아른거리고 떠도 벽 위에 선아현 얼굴이 보이고
선아현 파트만 계속 돌려보고 답답하네; 그래도 존나 귀엽다 이 생각 골백번하고 처음에는 얼굴은 ㄱㅊ은데 실력도? 좋네. 근데 그래도. 이러면서 입덕 부정하다가 어느새 덕질 필수인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버린 류건우... 정신차려보니 쉬는 날일때 어깨 구부정한 척 마스크 애워싸고 안경쓰고
개찐따찌질이 셔츠라며 청려가 박박 찢어버린다는 체크 셔츠 입고 대포들고 테슷 무대 찍으러감 거기서 선아현 개쩌는 사진 오백장 찍은 후에 밤 새도록 보정하고 감탄하는 류건우. 동생들이 방에 들어오면 존나 빠르게 탭 닫아버림 근데 류건우 맨날 방에 박혀서 있는 거 아니까 맴버들 눈치 못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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