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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4, 2021 239 tweets >60 min read Read on X
청려문대

🔨 후배님. 저랑 결혼할래요?
🐶 ....보통은 사귀자는 말부터 하지 않냐?

박문대는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냅다  청혼부터 갈긴 청려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연애보단 결혼 쪽이 더 좋아서요."라고 답했다. 결혼도 이혼하면 끝 아닌가?
🐶 뭔 수작이냐.
🔨 수작 아닌데.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는 청려를 보고 있자니 절로 주먹이 쥐어졌음. 점점 힘이 들어가는 박문대의 손을 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청려가 종이 한 장을 앞으로 밀었음.

🔨 신혼집은 여기로.
「 ~우리 같이 살아요~
첫 번째 미션
동거인과 함께 장을 보고
우리 하우스에 입주하세요. 」

빠르게 종이에 써진 글자를 읽어내린 문대는 같이 프로그램 하나 찍자는 말을 해도 거지같이 하는 녀석이라 생각했음. 기왕 주먹 쥔 김에 한 대만 때리면 안되나?
'우리 같이 살아요'
친한 연예인 두세 명이서 미리 준비된 집에서 2주 정도 같이 지내는 방송인데 예능엔 잘 나오지 않는 배우 둘이 나와 의외의 친분을 보여준, 그리고 의외의 허당미를 보여준 덕에 최근 주목 받는 중이었음.

🔨 참고로 이거 찍고 있어요.
🐶 ..뭐?
청려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작은 카메라가 하나 보임. 시x. 어쩐지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집에 오라고 하더니. 문대는 한 대 때리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었음.

🐶 왜 접니까?
🔨 갑자기 존댓말이네.
🐶 다른 친구분이랑 가세요.
🔨 말 편하게 해도 되는데.
🐶 혹시 다른 친구 없으십니까?
🔨 후배님도 테스타분들 외엔 없잖아요.
🐶 ....
🔨 저랑 같이 사는 거 싫어요?

재밋다는 듯이 시종일관 미소 짓고 있던 청려가 눈썹을 뉘우며 시무룩한 척 연기함. 가증스러운 놈. 문대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얕은 한숨을 뱉었음.
🐶 콩이는 어쩌시게요.
🔨 콩이도 같이 가야죠.
🐶 그럼 같이 살아 드릴게요.
🔨 고마워요.

이미 카메라가 돌고 있는 마당에 거절해봤자 득 볼 건 없다. 나중에 영상 폐기든 비하인드든 나오면서 무슨 말이 나올 줄 알고..
문대는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반말했던 것을 친한 척 장난치는 모습으로 바꾸자, 싶었음.

[ 다음주 우같살 엋려 예고 뭐임? ]
🔨 후배님. 저랑 결혼할래요?
??? ....보통은 사귀자는 말부터 하지 않냐?

누가봐도 박뭔데 아님? 지금 엋려가 박뭔데한테 프로포즈한거임?
- 엋려가 후배님 하는 사람 박뭔데밖에 더있음? 모자이크 의미 있냐ㄱㅇㄱ
- ???????담주부터 엋려 나옴??
- ㅅㅂ 예고만 보면 선결혼후연애 하자는 엋려랑 선연애후결혼하자는 박뭔덴디;
ㄴ 곰머야 나는 선결혼후연애도 좋다고 본다
ㄴㄴ 2222일단 결혼하고 연애해도 늦지않아
- 근데 곰머 지금 엋려한테 반말하는거임?; 한참 선배한테;
ㄴ 둘이 친함
ㄴ 불편무새;
ㄴ 전에 엋려가 말 놓으라고 했댔음 꼽ㄴㄴ

촬영이 시작되고, 문대는 자신의 숙소 앞으로 찾아온 청려의 차를 타고 마트로 향했음. 차에 타면서 카메라가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음.
[ 우같살한다 ]
🐶 혹시 다른 친구 없으십니까?
🔨 후배님도 테스타분들 외엔 없잖아요.
🐶 ....

ㄱㅇㄱ 친구라곤 멤버가 다인 두사람...

- ㅅㅂ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 곰머 속으로 욕하는거 여기까지 들림ㅋ ㅋㅋㅋ ㅋ ㅋㅋㅋㅋㅋ
[ 역시 문댕댕 친구 챙기는거봐 ]
🐶 콩이는 어쩌시게요.
🔨 콩이도 같이 가야죠.
🐶 그럼 같이 살아 드릴게요.

엋려 콩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냐

- 곰머 엋려 친구가 아니라 콩이 친구라는게 학계의 정설
ㄴ 아무래도 엋려는 선배고 콩이는 친구니까...
- 저러고 엋려가 고맙다고 말한게 더 웃김 고마울 일이냐 이게
ㄴ 고맙지. 친구 챙기는 김에 자기랑도 놀아준다는데
ㄴ 곰머가 엋려 놀아준다는 말 안했는데
ㄴ 눈치챙겨ㅡㅡ
🐶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십니까?
🔨 후배님이 하는 거라면 다 좋을 거 같은데요^^
🐶
🔨 근데 계속 존댓말 하게요? 2주 동안 같이 붙어있을 텐데. 그냥 편하게 해요. 평소처럼.
🐶 괜찮습니다.
🔨 편하게 해. 문대야.
🐶 예.
- 아ㅠ 누가 후배를 저렇게 달달하게 불러요ㅠ
- ㄴㅇㄱ상상도 못한 달달함
- ㅈㄴ우같살이 아니라 우결 아니냐
ㄴ 우결찍는 엋려 vs 친해지길바래찍는 곰머
- 편하게 해. 문대야. 드르륵 탁.... 편하게 해. 문대야. 드르륵 탁.... 편하게 해. 문대야. 드르륵 탁.... 편하게 해. 문대야. 드르륵 탁....
마트에 간 두 사람은 문대의 지휘 아래 빠르게 카트를 채워 넣기 시작했음. 날이 좀 쌀쌀하니 전골을 할 생각이었음. 조금 칼칼하게 할까 싶어, 고추도 썰어 넣을까 하다가 매운 걸 못 먹는 청려 때문에 그냥 내려놓았음.

🔨 조금 정돈 괜찮은데.
🐶 전처럼 물 한 통 다 비우시게요?
🔨 🥲
어느새 카트가 가득 채워졌음. 중간에 들린 애견코너에서 콩이 간식도 야무지게 챙겨 넣었음. 머릿속으로 오늘 사용할 식자재와 내일 사용할 식자재를 정리한 문대는 빠르게 계산하러 감.
- 곰머 대체 얼마나 사는거임? 어디 가게라도 열어?
- 우결에 이어 이번엔 박식당이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엋려 몰래 과자 넣다가 걸림ㅋㅋㅋㅋㅋㅋ
- 계란과자ㄱㅇㅇ

한 아름 장본 두 사람은 마트를 나오면서 받은 미션지에 적힌 주소로 갔음.
이번 우리 하우스는 한적한 시골 마을 내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집임. 다른 집들과도 꽤 떨어져 있는 데다 산으로 조금 들어가야 하는 집이었음. 아무래도 사전 인터뷰때 둘 다 조용한 곳이 좋다고 해서 정해진 거 같았음.

🔨 일단 친해지세요가 생각나네요.
🐶 그러게요.
통나무로 지어진 집을 보니 둘이 처음 같이 찍었던 예능이 생각 나는 듯했음. 그땐 진짜 미친놈 같았는데. 흘끗 청려를 쳐다본 문대는 금방 시선을 거두고 차에서 장 봐온 것들을 챙겨 집으로 들어갔음. 청려 역시 남은 짐들과 콩이를 챙겨 따라 들어감.
먼저 집에 들어온 문대는 장 봐온 것들을 식탁 아래에 내려놓았음. 그리고 부스럭거리며 봉투 안에서 물티슈를 꺼냄. 100매짜리 두툼한 물티슈를 들고 다시 현관으로 간 문대는 신발장 앞에 우뚝 서서 꼬리를 살랑이는 콩이를 보고 살짝 웃었음.

🐶 콩이 똑똑하네. 기다리고 있는 거야?
밖에 나갔다가 안에 들어가야 할 때는 발을 닦아야 한다는 걸 아는 콩이였음. 문대는 작게 짖는 콩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똑똑하다며 칭찬해주곤 제게 척 내미는 콩이의 발을 닦아주었음. 콩이와 함께 서 있던 청려가 무릎을 굽히곤 "저도 잘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고 말했음.
옅은 웃음꽃을 피웠던 문대의 얼굴이 순식간에 티벳이 됨.

🐶 아. 예.
🔨 칭찬 안 해줘요? 저 잘 기다렸는데.
🐶 콩아. 이제 들어와도 돼.

네 개의 발을 다 닦아준 문대가 콩이를 한 번 쓰다듬곤 집안으로 들여보냈음. 그러는 동안에도 청려는 뭔가 바라는 눈치로 문대를 쳐다봤음.
콩이 발에 이어 캐리어 바퀴를 닦던 문대는 계속되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결국 한숨을 내쉬곤 청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음.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잘하셨어요." 함. 놀릴 생각으로 계속 버티던 청려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음. 쓰다듬는 건 예상 못 했는데.
청려는 왜. 뭐 또. 하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문대에게 사르르 미소 지었음.

-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우같살이라며 우결아니라며!!!!!
- 미친거아님? 싡쟇혅 존나유죄
- 팬 아니라서 잘 모르는데 청려 원래 저런 성격임?
ㄴ 나 n년차 티칸데 저러는 거 첨 봄;
ㄴ 나도 티칸데 저런 엋려 ㅈㄴ초면임;
- 콩이한테 웃어주는 곰머때문에 머리깨고 곰머한테 웃어주는 엋려때문에 무덤팜
- 오늘부터엋려문대 판다
ㄴ (링크)(링크)(링크) 이거 꼭 봐라
ㄴ (링크) 이거도

두 사람은 부지런히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음. 옷 정리를 마친 문대가 먼저 부엌으로 가 식자재를 정리하는 동안
청려는 콩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거실 한쪽에 놓고 챙겨주었음.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제작진은 새 미션지를 줬음.

「 ~우리 같이 살아요~
두 번째 미션
우리 하우스에 입주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무엇을 하든 자유입니다.
2주간 우리 하우스에서 휴식을 즐겨주세요. 」
소리 내 미션지를 읽은 문대가 제작진을 쳐다봤음.

🐶 진짜 그냥 쉬기만 하면 돼요?
👤 네~
🐶 진짜요?
👤 그냥 푹~ 쉬시면 돼요~ 하고 싶은 거 있으시면 저희가 다 준비해드립니다!

문대는 여전히 의심쩍다는 시선을 보냈음. 그러자 감독이 억울하다는 얼굴로 호소했음.
👤 문대씨. 저희가 막 출연진 속이고 괴롭히는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 문댕댕 왜케 의심함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당연함 아주사 출신임 쉰다는 미션을 받아본 적이 없음
ㄴ 받고 자컨에서 편히 놀라고 해놓고 갑자기 돈 벌라 함
- 그와중에 엋려 손 콩이한테 먹히고 있음ㅋㅋㅋㅋㅋㅋ
겨우 의심을 거둔 문대가 부엌으로 향하자 청려와 콩이가 그 뒤를 따라갔음.

🔨 도울 거 있어요?
🐶 딱히...
🔨 돕게 해줘요.
🐶 ..그럼 이거 씻어주세요.

나란히 서서 청려는 채소를 씻고 문대는 무와 양파를 썰어 육수를 준비했음.
버섯도 잘게 찢어 준비하고 마트에서 한 아름 사 온 고기도 준비했음.
재료 준비가 끝나고 문대가 전골냄비에 정갈하게 다듬은 재료들을 차곡차곡 넣었음. 청려는 심심하다는 듯이 제 다리에 꽁! 머리를 박는 콩이를 한 번 쓰다듬어주곤 식탁에 그릇과 수저, 젓가락을 놓았음.
전골이 보글보글 끓고 문대의 먹어도 괜찮다는 고갯짓과 함께 둘은 조금 늦은 저녁을 먹기 시작함.

🐶 간은 괜찮습니까?
🔨 누가 한 건데요. 맛있어요.

청려는 익힌 고기를 한 점 집어 물에 살짝 헹구고는 잘게 찢어 콩이에게 건넸음. 문대 역시 식사하는 틈틈이 고기를 찢어 콩이에게 먹였음.
두 사람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닌지라 딱히 대화가 오가진 않았지만 그리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었음. 적당히 포근했음.

- 둘이 나란히 서서 요리하는데 부부인줄
ㄴ 엋려가 결혼하자고 했는데 곰머가 승낙해서 지금 신행온거잖음 당연 부부지;
- 뭐지 나 크오페스 안 산다고 했는데 뭉탱이로 사와서 먹고있네
ㄴ 야너두? 나두ㅎ
- 싡쟇혅 말 되게 예쁘게 한다... 사랑받는 남편 재질
- 근데 둘이 먹기엔 양이 좀 많은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
- 곰머 손 큰가봐 제작진 다 불러서 먹어도 될듯ㅋㅋㅋㅋㅋㅋ
ㄴ 그 말 하는 순간 덜어서 제작진 주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곰머 요리 잘한다더니 진짜 맛있나봐 자막에 하트 날아다님ㅋㅋㅋㅋㅋㅋㅋㅋ
둘째 날이 되고 화면은 부엌을 비췄음. 오늘의 요리 담당은 청려. 일찍 일어난 청려는 커피를 내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음. 아침 식사라고 해봤자 그리 거창한 건 아니었음. 애초에 요리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못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냥 빵을 굽고 적당한 크기로 찢은 양상추와
모양이 박살 난 토마토, 그리고 살짝 태운 계란 후라이 정도가 들어간 간단한 샌드위치였음.

조금 부실한가, 싶어 냉장고를 살피던 때였음. 얌전히 식탁 옆에 앉아있던 콩이가 꼬리를 살랑이더니 타닥탁 발소리를 내며 거실 오른편의 방으로 들어갔음. 일어났나보네.
냉장고 문을 닫은 청려가 콩이를 따라 방으로 갔음.

방에 들어가자 잠이 덜 깬 듯 멍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있는 문대가 보였음. 콩이는 침대 주변을 빙글 돌다가 매트리스 위로 턱하고 얼굴을 올려놨음. 그 모습이 퍽 귀여웠는지, 문대가 피식 웃으며 콩이를 쓰다듬었음.
🔨 잘 잤어요?
🐶 ...응... 넌...아니...선배님은...

아직 잠에 취했는지, 문대는 띄엄띄엄 느리게 말했음. 오락가락하는 그의 존댓말을 듣고 빙긋 웃은 청려가 "그냥 편하게 말해요." 전날 했던 말을 다시 했음.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 만 건지 몰라도 문대가 고개를 끄덕였음.
🔨 샌드위치 했는데 커피랑 주스 중에 뭐가 좋아요?
🐶 ....우유..
🔨 알았어요. 세수하고 나와요.
🐶 응....
🔨 콩아. 후배님 씻게 이리 나와.

- ☆떴! 다! 그 부부의 아침...!☆
- 엋려 토마토 썰다 뭉개먹고 당황하는거 ㅈㄴㄱㅇㅇ
- 저 얼굴로 요리 못하는거 왜 이렇게 좋지....
- 이게 신혼일기가 아니라고? 내가 알던 우같살이 아닌데??(저번게스트웃짤)
- 곰머 콩이 보고 웃는거 ㅈㄴ발린다....극락....
- 뭔데 반말 오락가락하는거 존나귀여워ㅠㅠㅠㅠㅠ
ㄴ 한참 선배한테 넌 ㅇㅈㄹ하는데 그게 귀여움?ㅋ
ㄴ 예 존나 귀여우니까 니 갈 길 가세요~
ㄴ 싡쟇혅이 말 편하게 하라고 한 건 어따 팔아먹음? 남이야 반말을 하든 말든 신경꺼;

문대가 세수하며 잠에서 깨는 동안 청려는 거실 왼편의 방에 들어가 콩이 짐에서 강아지 우유를 꺼냈음.

🔨 콩이도 우유 마실래?
🐕 왕!

다른 물그릇을 꺼내와 강아지 우유를 붓고 잠시 식탁 위에 올려두었음.
그리고 다시 냉장고로 가 우유를 꺼내 문대가 마실 우유를 컵에 따랐음. 제 몫의 커피도 따르고 식탁 위에 내려놓자 뽀송뽀송하게 세수하고 나온 문대가 다가왔음.

샌드위치 상태를 확인한 문대는 그냥 먹기엔 크다고 생각하며 칼을 가져와 반으로 잘랐음.

🐶 잘라줘..요?
🔨 그래 줄래요?
청려는 어색하게 말을 놓으려는 문대를 보고 살짝 웃었음. 분명 잘라줘? 하려다가 급하게 요 자를 붙인 거 같았음. 귀엽네. 문대의 손에 샌드위치가 반으로 잘리는 동안 청려는 아까 놔둔 우유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았음.

🐶 잘 먹을게요.
🔨 입에 안 맞으면 안 먹어도 돼요.
🐶 ....일단 먹어보고요.
🔨 그래요. 콩이도 맛있게 먹어.

샌드위치는 그런대로 먹을만했음. 비록 한입 베어 물 때마다 뭉개진 토마토가 이따금 떨어지기도 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음. 전날 저녁을 먹었을 때처럼 조용한 식탁 아래로 콩이가 우유를 먹는 챱챱 소리가 들렸음.
- 누가 콩이 우유 먹는 소리 좀 따와봐라 ASMR 저리가라다
ㄴ (.mp3)
ㄴ ㅁㅊ개빨라 ㄱㅅㄱㅅ
- (사진) 엋려 샌드위치 하는 거 보면서 나도 샌드위치했당!
ㄴ ? 걍 망한사진 콘테스트같은데
ㄴ 너나 엋려나 토마토에 원수짐?
ㄴ ㅅㅂ둘다 옥상으로 따라와
간단히 아침을 먹은 두 사람. 식사가 끝나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음. 어차피 점심때부턴 또 문대씨가 요리를 다 할 테니 아침에만이라도 내가 다 하게 해 달라와 아침은 네가 차렸으니 설거지는 내가 하게 해달라 싸움이었음.

🔨 설거지할 게 뭐 얼마나 있다고... 그냥 제가 한다니까요?
🐶 아니. 그러니까 뭐 얼마나 있다고 못 하게 합니까?
🔨 없으니까 제가 하는 거죠.
🐶 많아도 선배님이 하실 거잖아요.
🔨 원래 차린 사람이 하는 거예요.
🐶 어제는 요리 안 한 사람이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 네. 근데 점심, 저녁 다 문대씨가 요리 할 텐데 아침 정도는 제가 다 해도 되지 않나요?
🐶 하.....

정말 쓸데없는 싸움임. 이럴 시간에 설거지 다 했겠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뱉은 문대는 피곤하단 얼굴로 "예. 선배님이 하세요." 졌다는 시늉을 했음.
이긴 청려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문대는 소파 앞에 앉아 콩이를 쓰다듬었음. 달그락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한 건데 어쩐지 자꾸만 부엌으로 시선이 갔음.

콩이를 쓰다듬으며 이따금 부엌에 시선을 주던 문대는 청려가 수건에 물기를 닦으며 나오자 시선을 돌렸음.
잠시 문대와 콩이를 쳐다보던 청려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갔음.
다시 방에서 나온 청려는 대체 저런 걸 어따 넣어 온 거지? 싶을 정도로 조금 큰 캔버스를 들고나왔음.

🐶 ...?
🔨 같이 할래요? 채율이가 이거 촬영한다니까 챙겨준 건데.
🐶 이게 뭡니까?
🔨 색칠 놀이? 물감통에 써진 숫자랑 같은 숫자 칸에 색칠하면 된대요.

어느새 문대 옆에 나란히 앉은 청려는 떨떠름히 캔버스를 쳐다보는 문대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음. 청려의 웃음소리에 티벳이 된 문대가 옆으로 조금 움직여 청려와 떨어졌음.
🔨 잡념도 없어지고 생각보다 좋대요. 같이 해요. 문대씨랑 하라고 일부러 챙겨준 채율이를 봐서라도.

거절했다간 반말에 이어 선배 성의를 무시한다고 난리 나겠군. 문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음.
이 나이 먹고 하는 색칠 놀이는 생각 외로 괜찮았음. 큼직큼직한 칸도 있지만 세밀함의 요구하는 아주 작은 칸들도 있어,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이 안 들었음. 청려도 꽤 집중했는지 별다른 말 없이 색칠하는 것 외엔 여념이 없었음.
- 이거 ㄹㅇ 신혼일기 아님? 맞는 거 같은데? 서로 힘들까봐 자기가 설거지하겠다고 싸우는데? 설거지 못 하게 하니까 토라진 남편 달래려고 재롱거리 들고와서 하자고 애교부리는데 부부가 아니라고? 친구라고? 부부같은데? 신혼일기같은데? 내 말이 맞는거같은데?
ㄴ 너애말이맏다
ㄴ 저게 친구면 난 친구가 없다 쟤네는 부부가 맞다
- (17:07) 박뭔데 부엌 흘끔거리는거 왜케 좋지..?
ㄴ ㄱㄴㄲ엋려 ㅈㄴ신경씀 개설레;
- 저거 나도 가끔하는데 잡생각 버릴때 좋음 단점은 작은칸하다가 성격버림
- 다 큰 남자 둘이 모여서 하는게 색칠놀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ㅇㅇ
- 아ㅠ 엋려는 집중하니까 입 일자되고 곰머는 입술 삐죽 나오네ㅠ 존나귀엽다 둘이 걍 사궈라
ㄴ 이미 부분데요;
ㄴ 이미 결혼해서 애가 하난데요;
🔨 ..눈 안 아파요?

몰두해서 색칠하던 청려는 심심한지, 자꾸 보채는 콩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온 참이었음. 이런 산골은 처음이라 잔뜩 신난 콩이가 평소보다 더 오래 주위를 킁킁거린 탓에 산책은 평소보다 배로 걸렸고, 당연히 시간 또한 오래 걸린 터라 지금쯤이면 그만하고 쉬고 있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문대는 아직 색칠 중이었음. 심지어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이제는 제법 칠해진 상태였음.

맞은편에 앉아 빤히 쳐다봐도 눈치채지를 못하길래 말을 걸자 문대는 그제야 청려를 인식했음.

🐶 왔냐.

그래봤자 아주 잠깐이었지만.
흘끗 청려를 보고 툭 말을 던진 문대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고 색칠에 집중했음. 무심한 말에 청려는 살짝 웃었음. 떨떠름해 할 때는 언제고 색칠 놀이에 얼마나 빠진 건지 제가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거 같았음. 재밌네.
청려는 몇 분을 더, 색칠하는 문대를 구경하다가 톡톡 탁자를 두드렸음.

🔨 배 안 고파요? 점심 지났는데.
🐶 ...뭐?

아침부터 시작된 색칠 놀이가 드디어 멈췄음.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든 문대는 시간을 확인하고 기겁했음.
청려가 산책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본 시간이 11시였는데, 어느새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음.

🐶 아니, 야. 넌, 왜 말을, 아니. 하..... 얼른 밥해줄게.
🔨 전 괜찮아요. 저보단 문대씨 배고플까 봐.
🐶 별로 안 배고파. 괜찮아..요.
🔨 그냥 말 편히 하라니까.
🐶 예.
🔨 고집부리긴. 시간도 애매한데 간식이라도 먹을래요?
🐶 괜찮,
🔨 잠깐 기다려요. 과자 있는데, 가지고 올게요.

- 곰머 당황하니까 반말 튀어나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놀랬나봄ㅋ ㅋㅋㅋㅋㅋㅋ
- 싡쟇혅 이 유죄남아ㅠㅠㅠㅠㅠ 누가 후배를 그렇게 쳐다봐ㅠㅠㅜㅜㅜㅜㅜ
- 곰머 아니부터 뱉는거 보니까 한국인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박곰머 5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저거만 한거임?
- 저거 전날 장볼때 마지막에 몰래 넣다 걸린 과자 아님? 결국샀나보넼ㅋㅋㅋㅋㅋㅋㅋㅋ ㅋ
- 색칠놀이에 이어 계란과잨ㅋㅋㅋㅋㅋㅋ싡쟇혅 너 너무 귀여운거아니냐ㅠㅠㅠㅠㅜ
저건 지치지도 않나.... 콩이도 콩이지만 청려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음. 3시간이 걸친 산책을 갔다 와서 뻗은 콩이를 앞뒤로 살살 굴리며 빗질을 해주기 시작했음. 문대는 장시간 한 자세로 있었던 탓에 뻣뻣하게 굳은 목덜미를 주무르며 그 모습을 구경했음.
빗질이 기분 좋은지, 아니면 산책으로 지쳤는지, 콩이는 빗질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음. 졸리면 그냥 자면 될 텐데 뭐 할 게 있다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참는 콩이를 보고 문대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음.

🐶 콩아. 그냥 자.
청려의 맞은 편으로 자리를 옮겨간 문대가 손을 뻗어 꾸벅거리는 탓에 팔락거리는 귀를 살살 문지르며 말했음. 그러자 콩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문대의 손을 치워냈음. 하는 행동이 꼭 수업 중에 잠을 쫓아내려는 학생 같아, 문대가 조금 전보다 큰 소리를 내며 웃었음.

🔨 예쁘네요.
🐶 예?
🔨 웃는 거요.
🐶 뭔...
🔨 콩아. 빗질 끝났어. 자도 돼.

청려가 꼬리를 내려놓으며 엉덩이를 톡톡 치자 콩이가 자세를 잡으며 잘 준비를 했음.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빗질할 땐 안 자려고 하더라고요. 전에도 그렇고.

청려가 말하는 전이 지난 회차를 뜻하는 걸 이해한 문대는 그냥 말없이
콩이를 쳐다보다 몸을 일으켰음.

🐶 저녁 준비할게요.
🔨 벌써요?
🐶 고기 좀 재울까 해서...
🔨 그래요. 이건 제가 치울게요.
🐶 예.

- 아!!!!!!!!!!!!11 아!!!!111!! 싡쟇혅!!!!!!!11
- 예쁘네요. 웃는 거요. 드르륵 탁.... 예쁘네요. 웃는 거요. 드르륵 탁.... 예쁘네요. 웃는 거요. 드르륵 탁...
- 이게진짜신혼일기가아니라고?최소연애의맛인데이게그냥우같살이라고?둘이그냥친한선후배라고?
ㄴ 진정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내가지금진정하게생겼어?!이미친놈들(좋은뜻)이지금전국민이보는앞에서연애를하잖아!!!!1
- ㅁㅊ (37:23) 곰머 입 가리는거 뭐임? 부끄러워서 저러는거 맞지????????
ㄴ (캡처) 돌앗다 둘이 연애한다 곰머 귀보셈 빨개짐;;;
ㄴ ㅁㅊ
ㄴ ㅁㅊ.... 빨개진거 들킬까봐 자리 뜨는거였네
방송은 순조롭게 진행됐음. 조용한듯 하면서도 의외로 웃긴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이라던가, 자컨에서도 귀하다는 청려의 허당미라던가, 문댕댕과 콩이의 케미로 보는 재미가 있다는 말도 많았음. 드문드문 노잼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애초에 우같살은 팬을 위한 프로그램에 가까워 노잼이면 어떠냐 팬인 난 재밌는데ㅎ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음.

오늘은 카트레이싱을 체험하기로 함. 맨날 우리 하우스에 있거나 산책만 하긴 뭐하고.. 문대가 제작진에게 근처에 활동하러 갈만한 거 없냐고 물어서 정해진 거였음.
라디오 게스트 스케줄이 있어서 잠시 서울에 다녀온 청려는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문대에게 끌려 나왔음. 콩이도 잔뜩 신이나 꼬리를 흔들며 따라 나왔음.

🔨 근처에 패러글라이딩하는 곳이 있나 보네요.
🐶 어어.. 별게 다 있더라.

이제는 그냥 말 편하게 놓은 문대였음.
아니나 다를까 예의 없다는 둥 싸가지가 없다는 둥 어그로가 나타났지만 티카들이 우리 애가 놓으라고 했다고ㅡㅡ 후배님이 말 안 놓으니 선 긋는 거 같다잖아. 우리 애 친구라곤 곰머 하나뿐인데 친구 잃으면 니들이 책임질겨? 하고 처단했음.
참고로 티카가 한 말은 우리 하우스에 입주한 지 나흘쯤 됐을 때 청려가 한 말이었음. 문대는 너무 황당했지만 처연한 얼굴을 하고 정말 섭섭해요. 하는 청려를 이기지 못하고 전처럼 말하겠다고 했음.

🔨 그건 안 하나요?
🐶 그건 좀...

왠지 떨어지는 건 하면 안 될 거 같아, 다 제외한 문대였음.
브이틱 자컨에서 번지점프 하는 걸 본 적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그랬음. 눈에 빤히 보이는 생각에 청려가 입꼬리를 올렸음. 이젠 그럴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그래도 저를 꽤 신경 쓰는 거 같아 기분 좋았음.
반면 문대의 생각을 알 턱 없는 러뷰어는 우리쫄보문댕댕♡ 하고 놀리고 부둥거리기 바빴음.

간단히 안전 교육을 받고 동의서를 작성한 두 사람은 보호구를 착용했음. 콩이는 잠시 개를 키우는 스텝이 돌봐주기로 함.

🔨 기왕 하는 거 내기 어때요?
🐶 굳이..?
🔨 아. 면허 없으셔서 운전 잘 못 하려나?

류건우는 면허 있었다, 새끼야. 그리고 이건 면허가 필요한 것도 아닌 거든? 문대는 실실 웃는 얼굴을 한 대 치고 싶다고 생각했음.

🐶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어때?
🔨 하하. 소원 생각해 둬야겠네.

시x. 무조건 이긴다.
카트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동안 청려는 슬쩍 문대의 옆에 붙어 서며 입을 열었음.

🔨 정말 괜찮겠어요? 후배님 운전해 본 적 없잖아요. 잘못해서 차가 뒤집어지거나 코스 이탈해서 후배님 다치면 어떡해요.
🐶 예. 면허도 없는 놈한테 지는 선배님이 보고 싶어서라도 잘하려고요.
🔨 저 보고 싶었어요? 많이 보세요.

- 아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보니 싡쟇혅 평소엔 문대씨 문대야하더니 박뭔데 놀릴땐후배님거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곰머 짜증났나 갑자기 존댓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많이 보라면서 꽃받침 하는거 뭔데?!????!?!? 저거 지금 애교부리는거임??????
ㄴ (사진)(사진)(사진) 극락이네....
ㄴ 와... 저 와꾸를 후배 놀릴 때 써먹네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곰머 주먹쥐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메라 설치가 끝나고 청려는 카트에 탑승하며 문대를 향해 말했음.

🔨 후배님.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기에요.
🐶 나중에 딴말이나 하지 마세요. 선배님.
박문대는 이를 으득 갈며 무조건 이기리라 다짐했음.

카트는 재밌었음. 차체가 낮고 사방이 뻥 뚫려 있어서 달리는 대로 바람이 느껴져 더욱 속도감이 느껴졌음. 속이 빵 뚫릴 정도로 시원하고 재미있었지만 그런 감상은 한순간이었음. 코너를 돌며 제 앞을 막는 청려에 문대의 얼굴에 일순간
짜증이 스쳐 갔음. 핸들을 돌려 옆으로 빠져 추월할 틈을 노렸음.
다섯 바퀴를 돌면서 둘은 엎치락뒤치락했음. 문대가 추월하면 청려가 금세 쫓아와 추월했고 그런 청려를 노려보며 문대가 다시 선두를 잡았음. 그리고 청려는 다시 추월해 문대의 앞을 가로막았음.
- 와 이게 뭐라고 손에 땀을 쥐게 하냐...
- (사진) 곰머 입 앙 다문것 좀 보셈 ㅈㄴㄱㅇㅇ
- 쟇혅아... 한참 어린 후배 그렇게 이기고 싶어...?
ㄴ 내기에 선후배가 어딨음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지
ㄴ 졌는데 곰머가 소원으로 절교하자고 하면 어캄... 이겨야지...
ㄴ 소원으로절굨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가능성 있네... 믕대야 한 번만 봐주자

- (청려사진) 엋려 이기고 활짝 웃는 거 봐... 천사가 따로 없다...
ㄴ (문대사진) 우리 애는 표정 썩어들어가는데 엋려 너는 활짝 웃고 있어..

그렇다. 박문대는 졌다. 결승선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둘, 마지막에 아슬아슬한 차이로 청려가 먼저 들어갔음. 청려는 헬멧을 벗으며 아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문대는 허망한 얼굴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음. 시x......

헬멧을 벗고 카트에서 내린 문대는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음.
청려는 생긋생긋 잘도 웃으며 문대의 신경을 긁었음.

🔨 제가 이겼네요?
🐶 (x발...)
🔨 후배님이 제 소원 들어줘야겠네요?
🐶 하아......
🔨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기로 했죠?
🐶 대체 뭘 시키시려고...
🔨 저희 메보로 들어오는 건 어때요?
🐶 미ㅊ, 운전하다 머리 다치셨습니까?
🔨 아하하. 장난이에요. 소원은 좀 더 고민해 볼게요.

- 박뭔데 지금 미친이라고 하려고 한거 맞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믕대... 존댓말 한다고 다 같은 존댓말이 아니지요
- 나 티카... 우리 쟇혅이가 저렇게 잘 깐족거리는지 여태 몰랐네...?
- 엋려 무슨 박뭔데를 놀리기 위해 태어난 거 같음;
- (사진) 농담을 하는 눈이 아닌데 완전 진심인데 일단 난 찬성
ㄴ ㅅㅂ 너 티카지 눈독 들이지마라
ㄴ 아 왜. 우리도 메보 좀 갖자 계약도 얼마 안남았잖아
ㄴ (링크) 재계약했거든? 넘보지마ㅡㅡ
ㄴ 탐난다...이 메보....!
ㄴ 아 넘보지마라고~~~
공연할 때도 이만큼 피곤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문대는 역시 마지막에 콩이와 산책하는 건 조금 오버였나, 생각했음. 방까지 갈 힘도 없어 그냥 소파에 기대 눕듯이 앉자, 콩이가 문대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허벅지에 얼굴을 턱 올려놓았음. 촉촉한 코가 손가락에 닿았음. 그래. 개가 그렇게
좋아했는데 뭐 어떠냐..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대는 바람 새듯 웃으며 콩이를 쓰다듬었음.

🔨 피곤하지 않아요?

부엌에서 부산스럽게 달그락 소리를 내던 청려가 두 개의 컵을 들고 다가왔음. 곧이어 컵 하나가 문대에게 내밀어졌음. 콩이의 콧등을 살살 긁어주며 받아든 문대가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봤음.

🔨 꿀차에요. 피곤할 때 한 잔 마시면 좋아요.
🐶 ...고마워.

슬쩍 냄새를 맡은 문대는 컵을 입가로 가져가 슬쩍 홀짝였음. 너무 뜨겁지도, 너무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적당히 따듯했음. 문대가 한모금 홀짝이는 걸 보며, 청려도 제 몫으로 타온 차를 홀짝이며 옆에 앉았음.
- 우리아기갱얼쥐.. 별로 안 뜨거우니까 미간 확 풀리는거봐....
- 엋려가 갑자기 얼음 넣고 다 녹을때까지 젓길래 뭐하나 했더니 곰머 뜨거울까봐 그랬던거...?
ㄴ 난 진짜 뭐하나 했어... 싡쟇혅 이 유죄남아.......
-곰머 뜨거운거 못마심? 엋려거는 김 폴폴 나는데
ㄴ ㅇㅇ 고양이혀래 밥 먹는 영상 보면 그릇에 덜어놓고 한참 있다가 먹음
ㄴ 엋려는 한여름에도 뜨거운거 마시고 곰머는 한겨울에도 아이스 마심
- 콩이 주인 안따라가고 곰머만 쫓아다니는거 왜이리 그 짤같지.. 안사귄다더니 댕댕이가 바로 달려가서 들키는거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새 밖은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음.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앉아 쉬던 두 사람은 졸린 콩이가 자기 위해 자리를 옮기자 저녁을 먹기 위해 일어났음.

오늘은 분식을 먹기로 했음. 청려도 먹을 수 있게 순한 떡볶이와 몇 가지 튀김을 할 준비를 했음.
문대는 뭐 도울 거 없냐는 청려에게 방울 토마토를 건네며 꼭지를 따달라고 했음.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달라며 파도 건넸음. 요리하는 문대와 옆에 서서 보조하는 청려의 모습도 이젠 제법 익숙해진 풍경임.
숙소에서 매일 많은 양의 음식을 했던지라, 몇 번 양 조절에 실패했던 문대는
이젠 아예 제작진 몫까지 하고 있음. 빠르게 칼질하고 양념을 만들며 분주히 움직이는 문대와 느릿느릿 토마토 꼭지를 따는 청려의 모습이 번갈아 나왔음.

🔨 문대씨. 다 했어요.

청려가 튀김을 튀기며 동시에 떡볶이를 하던 문대에게 각각 가위로 자른 파 덩어리와 토마토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음.
문대가 튀김을 건져내며 답했음.

🐶 그건 필요 없어.
🔨 네?
🐶 그냥 시키고 싶어서 시켜봤어.
🔨 문대씨...?
🐶
🔨 저 열심히 잘랐는데...
🐶 큽...
🔨 꼭지도 진짜 열심히 땄는데...
🐶 큭...크흡.... 잘했, ㅋ....잘했어...ㅋㅋ...ㅋㅋㅋㅋ.ㅋ...
청려는 허망한 표정을 짓고 문대는 입술을 꾹 깨물며 웃음을 참았음.

- 아 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 엋려 표정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야 난 파는 그렇다치고 토마토 꼭지 따라길래 샐러드라도 하려는 줄 알았거든? 근데 시키고 싶어서 시켜봤다는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ㅅㅂ둘이 안친한데 친한척한다고 하던 사람 누구냐 존나친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곰머가 후배라 억지로 맞춰준다고 했던 사람도 나와라 저게 선배가 시켜서 억지로 친한척하는 사람의 얼굴이냐 ㅈㄴ즐거워보이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안친한사람한테 누가 저런 장난을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엋려 허망한 얼굴로 토마토 먹는닼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문대는 토마토와 파를 나무 꼬치에 끼워 적당히 구운 다음 후추를 살짝 뿌려줬음. 그리고 먹을 몫의 음식을 덜어내고 나머지는
제작진에게 나눠주었음. 자막으로 문대씨 감사합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가 띄어졌음.

🔨 잘 먹을게요.
🐶 순하게 한다고 했는데.. 매우면 튀김하고 같이 먹어.
🔨 적당하네요. 맛있어요.

저녁을 먹던 중간에 깬 콩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모습을 끝으로 한 주가 마무리되었음.
[ 알괘스는 음지에서 파라 ]
근데? 엋문은 리얼이니까? 음지에 가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

- 엋문은 ☞찐☜이다.
- 엄마가 쟤네 사귀냐고 물어봄; 그래서 결혼했다고 했어 아무래도 엋문은 우같살이 아니라 신혼일기를 찍고 있으니까...
ㄴ ㅁㅊ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내 동생도 우결이냐고 물어봄;
[ 우같살 청려문대편 평생 해주면 안되냐...]
나 진심 얘네 때문에 부장 죽이고 싶은것도 참고 살아... 깜빵가면 쟤네 연애하는거 못보니까...

- 제목 써방 좀
ㄴ ㄱㅆ 이걸 왜?
ㄴ ㄷㅆ 연애때매
ㄴ ㄱㅆ 아 ㅇㅋㅇㅋ 수정함
- ㄹㅇ.. 나 맨날 봤던 클립 또 보고 재방 챙겨봄 평생 찍어주라...
한 주를 여는 월요일 아침.. 화면은 아직 자는 청려와 문대를 번갈아 보여준 뒤 우리 하우스를 보여줌. 그리고 천천히 길목을 비추더니 검은 벤 한 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음.

? 두 사람 아직 자나? 재현이 형은 일어났을 거 같은데.
? 문대형 아직 자요! 잘 시간이에요!
? (삐-)! 조용히 해!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 what? 나 안 커! (삐-)이 더 커!

- 삐처리 의미가 있냐? 눈감고 들어도 차윶이랑 김랩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헐 채율이??? 채율이 목소리 아님????
- ㅂㅇㅌ이랑 ㅌㅅㅌ 같이 차 타고 온거??? 한 대뿐인데???
ㄴ 되는 애들만 온 거 같은데? 저거 하나에 다 탈 수 있을리가...
ㄴ 멤버들끼리도 친한가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시끄러운 조합으로 온 거 같은데 엋문 어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조용하던 신혼집에 웬 날벼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먼저 낯선 인기척을 눈치챈 건 콩이였음. 벌떡 일어나 고개를 든 콩이가 타닥타닥 발소리를 내며 창문 앞을 배회했음. 몇 번 컹! 헝! 짖기도 했음. 짖음 소리에 잠에서 깬 청려가 잠긴 목소리로 콩이를 불렀음.

🔨 콩아. 왜 그래.
이불을 걷고 바닥에 발을 디딘 청려가 콩이에게 다가가 달래며 밖을 살폈음.

🔨 ...?

몇 번을 눈을 깜빡여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검은색 차량은 브이틱의 벤이었음. 저게 왜... 의아한 눈으로 차량을 쳐다보던 청려. 곧이어 문이 열리고 내리는 인물들을 확인하곤 아... 작은 탄식을 뱉었음.
차례로 차유진 채율 주단 김래빈이 내렸음. 청려는 그나마 채율 신오 조합이 아닌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음. 제 멤버들도 멤버들이지만 차유진은 좀... 제가 다루기 꺼리는 쪽에 속해서 곤란했음.
테스타쪽이야, 문대씨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채이까지 끼면.... 벌써 귀가 따가운 거 같았음.

청려는 팔짝팔짝 뛰는 콩이를 진정시키고 거실로 나왔음. 타이밍 좋게 초인종이 울렸음.

🐯 Hi~!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청려 선배님!
🍒 혀엉~!
🍊 잘 지냈어요?
문을 열어준 청려는 도로 문을 닫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며 비켜섰음.

🔨 하하.. 어서 와요. 연락도 없이 웬일이에요?
🍒 문대 후배님이랑 둘이 심심할까 봐 놀러 왔어!

당당하게 장난감 박스를 들어 보이는 채율을 보고 청려가 말없이 그저 미소를 지었음.
- 콩이 팔짝팔짝 뛰는거 구ㅣ여워ㅠㅠㅠㅠㅠㅠㅠ
- 엋려 애들 확인하자마자 한숨 쉬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채륭 브루마블 갖고온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주낟은 할리갈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ㅌㅅㅌ애들 홍삼 들고왓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아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배들은 게임 챙겨오고 후배들은 건강식품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선후배 바뀐거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엋려 은은하게 웃는거 왜케 웃기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그대로 갖고 돌아가라고 하고 싶은 얼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의 손님 대접으로 청려가 차를 내올 동안 채단윶랩은 집을 구경했음. 구경한다고 해봤자 침대와 옷장만 덩그러니 있는 게 다인 청려의 방과 거실, 부엌이 다였음.

🐯 문대형 언제 일어나요?
🔨 어제 늦게 자서 아마 좀 늦게 일어날 거예요.
🐯 ok~ 저 배고파요!
🐰 오자마자 실례야 차유진!!
🐯 여기 온다고 아침 굶었어요! 문대형 밥 먹고 싶어요!
🍒 문대후배님이 요리를 그렇게 잘한다며! 형 어때?!

청려가 진지하게 이 불청객들을 쫓아내면 안 되나 고민하던 순간,

🐶 왜 이렇게 시끄러운.....

소란스러움에 잠이 깬 문대가 비척거리며 문을 열었음.
문대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눈을 껌뻑였음. 분명 휑해야 할 거실이 네댓 명의 장정으로 그득했음. 잠시 상황을 인지하던 문대가 조용히 문을 닫았음.

🐰 문대형. 잘 주무셨,
🐯 no!!!! 문대형 일어났어요! 문 닫는 거 아니에요! 나와요!
🍒🍊 후배님! 나오세요!
그 사이 문을 잠근 문대는 쾅쾅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소리치는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음.

다시 문을 연 문대는 차유진의 품에 안기게 되었음.

🐯 배고파요! 많이 먹어요!
🐰 차유진 바보야! 형이 힘들어하시잖아! 떨어져!
🐯 나 배고파! 김래빈이 바보야!
🐶 떨어져라....
부쩍 피곤해진 얼굴을 보고 청려가 살짝 웃었음.

문대는 눈뜨자마자 식사를 준비했음. 아침부터 전날 재워둔 불고기를 구웠음. 우같살을 하면서 아침부터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이었음. 등 뒤로 래빈과 유진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림. 이런 시끌벅적함도 오랜만이다 싶어 피식 웃은 문대가 둘을 불러
고기를 한 점씩 먹였음. 기웃거리는 채율과 주단에게도 한 점씩 주었음. 부엌이 바글거리는 동안 청려는 콩이의 사료와 물을 챙겼음.

🐯 잘 먹어요!
🐰 잘 먹겠습니다 갰지! 잘 먹겠습니다. 문대형!
🔨 잘 먹을게요.
🍊 후배님. 잘 먹을게요!
🍒 우와. 문대 후배님 짱! 잘 먹을게요!
- 박뭔데 문닫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곰머고 엋려고 애들 오니까 급 피곤해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 신혼일기에서 갑자기 육아일기됐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사진) 곰머 막내즈 사이에 껴서 짜부된거봐ㄱㅇㅇㅠㅠㅠㅠㅠㅠㅠ
- 엋문 첨으로 아침에 밥 먹는거 아니냐 맨날 풀떼기만 먹던데ㅋㅋㅋㅋㅋㅋ
ㄴ 곰머는 엋려 콩이 산책가면 밥 따로 또 먹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아기갱얼쥐.. 풀떼기론 안됐었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주단선배님 수상해요! 말 안 해요! 죽여요!
🍊 어? 나 시민이야!
🐰 아까부터 죽이라고만 하는 네가 더 수상해! 저는 차유진이 마피아라고 생각합니다!
🐯 김래빈 바보야?! 나 아냐! 김래빈도 수상해!

아침을 먹은 뒤 갑작스레 마피아 게임이 시작되었음. 차유진이 예능에서 한 번 하고 돌아온
뒤로 테스타 내에서 유행 중이었음. 사회자를 맡은 문대가 둘을 중재했음.

🐶 차유진. 김래빈. 적당히 하고. 다들 의견 취합해서 마피아 골라주세요.
🐯 김래빈 수상해요! 김래빈 죽여요!
🐰 난 시민이라니까! 저는 차유진 추천합니다!
🍒 으악 어려워! 나는 다수결!
🍊 저는 재현이형이요. 아까부터 너무 조용해요!

가만히 있다가 대뜸 지목받은 청려가 살짝 웃었음.

🔨 조용한 거로 지목하는 거면 난 단이 지목할게.

마피아 게임을 하는 청려는 진짜 안 어울리면서 어울렸음. 문대는 청려는 무슨 역할을 받든 수상해 보인다고 생각했음.
한바탕 마피아 게임이 휩쓸고 난 뒤에 채율과 주단이 가져온 게임들을 했음. 브루마블을 할 때는 청려와 문대가 은행을 자처하며 빠졌고 할리갈리를 할 때는 의욕이 넘치는 나머지 종을 박살 내는 일도 생겼음.

슬쩍 시간을 확인한 문대는 조커 뽑기에 빠져있는 인원들을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음.
지금부터 점심을 준비하면 적당할 거 같았음. 문대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청려가 콩이를 쓰다듬던 것을 멈추고 따라갔음.

🔨 점심 하려고요?
🐶 차유진이 국수 먹고 싶대서. 국수랑 전 하려고.
🔨 도와줄게요. 같이 해요.
🐶 그러던가.
- (힘빠진얼굴로앉아있는엋문사진) 나 키즈카페에서 일하는데 부모님들 다 이 얼굴로 앉아있음
- 주낟이 후배들이랑 같이 노니까 신났나 봐 오늘 ㅈㄴ하이텐션ㅠㅠㅠㅠㅠㅠㅠ
ㄴ ㄱㄴㄲ주낟이저렇게 신난거 오랜만ㅠㅠㅠㅠㅠㅠ
- 엋려 시민밖에 안했는데 은은하게 웃을때마다 마피아 지목당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곰머 지금 부엌으로 도망가는거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엋려도 바로 부엌으로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채륭차윶 조합 보는것만으로도 기빨린다....
청려에게 면 삶기를 맡긴 문대는 육수를 만들며 김치전을 준비했음.

🔨 너무 많지 않나요?
🐶 ...? 이게?
🔨 다섯 장은 족히 되는 거 같은데.
🐶 사람이 몇인데; 이 정도면 차유진 혼자 다 먹어.

청려가 흘끔 거실을 쳐다봤음. 게임에서 이겼는지, 차유진이 채율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 있었음.
🔨 관리 안 해요?
🐶 관리해서 다섯 장인데.
🔨
🔨 잘, 안 찌는 체질인가 보네요.
🐶 그런 것도 있겠지.

단순히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만. 문대는 어영부영 고개를 끄덕였음.

혼자서 김치전 다섯 장을 먹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음. 신나게 게임을 차유진은 아침보다 먹성 좋게 식사했음.
늘 문대형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요!를 외치던 유진답게 조금 서툴지만 빠르게 젓가락을 놀리며 국수와 김치전을 흡입했음. 채율과 주단이 먹던 것도 잊고 유진이 식사하는 것을 구경했음. 청려도 잠깐 봤음.

🍒 진짜 잘 먹는다... 어려서 그런가..?
🍊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요.
🐯 괜찮아요. 맛있어요!
🐰 문대형. 혹시 면 더 있습니까? 없다면 제가 삶아서...
🐶 있어. 그릇 줘. 덜어줄게.

사실 테스타 자체가 워낙 잘 먹는 편이어서 브이틱과 더 비교되는 것도 있었음. 잘 먹는 테스타 모음 영상이 있을 정도로 타 남돌 중에서도 잘 먹는 편이었음.
브이틱이야 뭐... 워낙 관리가 빡세다보니 그거 먹고 어떻게 춤춰? 소리가 나오는 양임. 그나마 제일 잘 먹는 신오가 테스타 내에서 가장 양이 적은 배세진과 비슷한 정도임.
브이틱이 구경을 하든 말든 차유진은 국수 세 그릇을 비우고 김치전도 여섯 장이나 먹었음.
점심을 먹은 뒤엔 콩이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와 제작진이 준비해준 노래방 기계로 놀았음.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기도 했고 속성과외로 춤을 가르쳐주고 페어로 미니 공연을 열기도 했음.

- 와... 진심 콩이 산책 3시간하고 춤추며 노는 저 체력들이 부럽다
ㄴ 암만 우리가 말랐다말랐다해도 체력 짱짱맨들인거같음
- 아ㅠ 콩이가 먼저 지쳐서 집가자 하는거 넘ㅠㅠㅠㅋ ㅋㅋ ㅋㅋㅋ
- 곰머조는데??
ㄴ (화면구석에서조는문대사진) 이말랑콩떡갓기갱얼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ㄴ (어깨기대게하는청려사진) ㅅㅂ나엋문러여기눕다
ㄴ 헐
ㄴ 헐
갑자기 찾아온 채주윶랩은 저녁까지 야무지게 먹고 떠났음. 다들 좀 더 있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지만 워낙 외진 산골이라 더 늦기 전에 내려가야 했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떠나는 네 사람을 배웅한 청려와 문대는 집에 들어와 소파에 몸을 뉘었음.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지친 기색이 여력 했음.
🔨 애는 하나로 만족해야겠어요.
🐶 ....?

한참 말없이 누워있는데 청려가 뜬금없는 말을 했음. 문대는 고개만 겨우 돌려 청려를 쳐다봤음.

🔨 사람이 많으니까 감당이 안 되네요.
🐶 뭔... 꼭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말한다?
🔨 이미 했는데요?
🐶 ....했다고? 누구랑?
🔨 문대씨랑요.
이걸 방송에서 말해도 돼? 편집해달라고 해야 하나? 미리 얘기된 건가? 고민하며 긴장했던 것이 우스워지는 순간이었음. 문대는 저걸 죽여 살려 하는 얼굴로 청려를 쳐다봤음. 청려는 졸기 시작하는 콩이를 쓰다듬으며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음.
🔨 결혼하자고 했잖아요. 여기가 신혼집이고.
🐶 ...헛소리 한 번 길게 하네.
🔨 아하하.

- 내가이거신혼일기라고했잖아!!!!!!!!!!
- 미친거아냐?!?!?!??!.!..!
- 엄마 나 실직당했어... 내가 파던 호모가 찐이야.....
- 왐마야... 엋려 넘 당연한걸 묻는 다는 듯이 쳐다보네.....
- (사진)(사진) 자세히보면 곰머 귀 빨개진거 보임 쌍방이네
ㄴ 헐
ㄴ 화질 깨져서 그래보이는거 아님?
ㄴㄴ (사진) 고화질로 복원한건데 진짜 빨개짐
ㄴㄴㄴ 미친...

[ 나만 좀 그렇냐? ]
엋려 곰머 좋아하는거 넘 대놓고 티내는거 같은데ㅋ 티카 사랑해요~ 이럴땐 언제고 방송에서 대놓고 꼬시네ㅋ
- 엋려 나이가 몇인데; 연애 좀 하게 냅둬;
- 뭐 어떰; 고작 3년차에 동태눈깔 장착하다가 속도위반 한 새끼도 있는데ㅅㅂ
- 쓰니 말 뭔지는 알거같음... 이해하다가도 좀 글킨함...
- 이새끼 백퍼 티카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쟇혅이가 평소 팬한테 얼마나 진심인지 알면 이소리못함
ㄴ (인증샷) 응 나 티카 1기~

[ 엋려 행동말야 ]
엋려가 지금까지 스케줄 펑크내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뭐 어떤가 싶음...
참고로 난 3집때부터 팬되가지고 2기때부터 쭉 신청한 티카임
(사진)
이건 인증샷.
막말로 구오빠처럼 음주운전이니 속도위반이니 사고친것도 아니고 지금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버블 하잖아.. 팬 생각도 엄청하고 디지털 별로 안좋아한댔는데 버블이랑 짹이나 인스스에 꾸준히 사진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메보 터졌을때 진심 탈덕말렸는데 엋려가 멤들 다독여서 새로 방향 잡았다는 거 보고 평생 파기로 맘 잡았음
그리고 엋려 나이도 나이잖아ㅋㅋㅋㅋ 벌써 데뷔한지도 십년 넘었고.. 난 충분히 연애해도 된다고 봄

- 티카들 자의식 애짐ㅋ 자기들이 뭐라고 연애해도된다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응 니네돌 속도위반~
- 니맘내맘.. 메보ㅅㅂ 그새끼 터졌을때 끼리끼리라면서 븨틱 존나 까이는 와중에도
그렇고 레티 수습하다 안되니까 손놓고 있을때 엋려가 애들 다독이고 잡아줬다잖아 동태눈깔만 안한다면 난 얼마든지 품을수있음
- 곰머한테 하는게 기만이라면 기만일수도있는데 엋려 지금까지 친구도 안만들고 븨틱에만 올인했잖아 첫 친구 생겨서 신나서 장난친다고밖에 안보임
[ 근데 엋려고 곰머고 ]
지네일에 진심이라 진짜 둘이 연애한다해도 동태눈깔 그없일거같음
난 걍 아이돌빠여서 사고 안터진 놈들이면 다 사랑하고 다니는데 얘네처럼 진심인애들 못봤음ㅋㅋㅋㅋㅋ

- ㄹㅇ나 러뷰어고 빅벋최애지만 곰머 얼결에 데뷔한거치곤 존나진심임
- 연애하면 또 모르지ㅋ 동태되서 아네진짜요봇될지도ㅋ
ㄴ 네~ 다음 망돌빠는새끼~
ㄴ 응 분탕 존나 티나~
- 나도 박애주의식 돌빤데 가끔 내가 다 부담스러울정도로 진심임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근데 엋려 곰머랑 있으면]
의외의 모습 많이 보이지 않냐? 지난회에 토마토 들고 허망하게 서서
열심히 했는데 어쩌구 했던것도 글코 생긴거만 보면 장난같은거 안치고 살거같은데 곰머랑 있으면 장난치고 놀리는데 진심인 사람같음 난 팬까지는 아니고 좀 호감있는? 그래서 종종 찾아보는데 저런 모습은 첨보는거같음

- 원래 애인이랑 있을때랑 멤버들이랑 있을땐 다른거임
- 나 데뷔때부터 좋아한 티칸데 나도 우같살 보면서 우리애 저런 모습도 있구나 첨 앎ㅇㅇ
ㄴ 좀 서운하지않음? 십년 넘게 같이 지낸 멤버들도 처음본다고 그러던데...
ㄴㄴ 별게 다 서운;
ㄴㄴ 멤버들이 아는 모습이 있는거고 친구가 아는 모습이 있는거지 뭔 서운
ㄴㄴ 이런 애들이 꼭 친구랑 애인 대하는거 다르다고 서운해라더라ㅋㅋㅋㅋㅋㅋㅋ
- 엋려 십년파면서 장난치는 엋려모음영상 2분을 넘어가는걸 못봤는데 최근에 곰머한테 친 장난만 보아보니까 30분임ㅋㅋㅋㅋㅋㅋㅋ
- 곰머가 편하긴한가봄 메보사건때도 곰머한테 조언받고 했다잖아
멤버들이 왔다 간 것이 제법 피곤했는지, 청려와 문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

그리고 다음 날.

아기처럼 볼이 빵빵하게 부은 문대가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었음. 나름대로 잠을 깨려고 하는 건지 눈을 껌뻑이다가 한 번씩 머리를 흔들었음.
조금 전부터 들리던 달그락 소리가 멎고
발소리가 가까워졌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들어갈게요. 청려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문이 열렸음.

🔨 문대씨. 소시지 굽고 있는데 몇 개 줄까요? 어제 애들이 가져온 건데.

문대는 열린 문틈과 청려의 다리 옆을 비집고 들어오는 콩이를 쳐다봤음. 독일 어쩌고 소시지 그건가...
문대가 기억을 더듬는 동안 콩이는 익숙하게 침대에 얼굴을 얹어놓고 손길을 기다렸음.
크기가 어느정도 였더라... 아. 털. 부드럽네...

🔨 문대씨?
🐶 아...응...나 두 개...
🔨 알았어요.

청려는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잠시 콩이를 쓰다듬는 문대를 쳐다보다 갔음.
- 왜 자꾸 엋려만 장르가 바뀌냐
- 누우가 후배를 저렇게 쳐다봐요 누우가~!~!!!~!~!
- 나 크오페스취좃런데 자꾸 엋려가 크오 먹인다
ㄴ 그냥 즐겨 난 1화때 결혼할래요에 졌음
ㄴㄴ 그정도면 싸울 의지가 아예 없었던거 아니냐;
- 박곰머 볼따구 찹쌀떡같다 한번만 늘려봤으면ㅠㅠㅠㅠㅠ
ㄴ 한번만 찔러보자 곰머야ㅜㅜㅠㅜㅜ
- 콩이 이젠 자연스럽게 코 들이밀고쓰다듬어달라하네ㄱㅇㅇ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문대는 세수하고 부엌으로 갔음. 소시지 익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져 후각을 자극했음. 문대는 밥을 덜고 수저를 놓은 뒤 어설프게 계란 후라이를 하는 청려를 구경했음.
청려는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기 위해 제법 노력했지만 야속하게도 뒤집는 순간 터졌음. 말없이 계란 후라이를 쳐다보는 표정이 좀 웃겼음. 웃으면 안 될 거 같아, 문대는 몸을 돌려 괜히 콩이를 불러 쓰다듬었음.

그래도 두 번째는 성공했는지, 모양 예쁜 계란 후라이가 접시에 담겨 나왔음.
청려는 노른자가 터진 계란 후라이를 제 밥그릇에 올리고 접시를 문대 쪽으로 밀었음. 그릇을 미는 얼굴에 미약한 뿌듯함이 서렸음.

전날의 시끄러움이 꿈 같을 정도로 둘은 조용히 식사만 했음.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하고. 나란히 소파에 앉을 때까지 둘은 조용했음.
마치 전날에 이번 주 분량의 대화를 다 마친 사람들 같았음. 어제 너무 놀아서 그런가. 딱히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음.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둘 사이에 누운 콩이를 쓰다듬을 뿐이었음.

- 지난주랑 같은 방송 맞냐 원래 이렇게 조용했던가?
- 아ㅠ 채주윶랩 나온 거 고작 한 주 분량이었는데 조용한 엋문이 이렇게 어색할수가
- 보는데 자꾸 고기 찾는 차윶 목소리 들림;
ㄴ 나도..ㅋㅋ
- 되게 은퇴 후 강아지나 기르면서 남은 생을 즐기는 노부부같다
ㄴ 지금 엋문 미래 스포당한기분
- 지금쯤이면 원래 게임하자고 누가 뭘 들고 와야하는데
몇 분을 말없이 멍 때리던 중. 청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음.

🔨 그러고 보니 장 보러 가야 할 거 같던데. 오늘 갈까요?
🐶 그럴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전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 유자차에 휘핑크림도?
🔨 엇...
🐶 김치찌개에 크림치즈도?
🔨
🐶 볶음밥에 젤리도?
🔨 저 혹시 뭐 잘못했나요?

청려가 문대 쪽으로 몸을 틀며 고개를 갸웃거렸음. 정말 모르겠단 얼굴이었음. 모르겠지. 잘못한 게 없으니까. 슬쩍 눈치 보는 얼굴에서 옅게 서린 긴장감을 읽은 문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음.

🐶 그냥 장난 쳐봤어.
🔨 아.....
그제야 청려가 어깨를 툭 내리며 긴장을 풀었음.

🔨 진짜 저 잘못한 거 없는 거죠?
🐶 있겠냐.
🔨 혹시 모르잖아요.
🐶 없어.

문대는 쓰다듬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 지금 가자. 가면서 먹고 싶은 거 정하고.
🔨 그래요.

- 곰머도 엋려 엄청 놀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ㅈㄴ천생연분. 둘이 백년해로하세요
- 둘이 왜 친구(=부부)인지 알겠다
ㄴ ㄹㅇ 저런것도 코드 맞아야함 누구 하나 정색하는 순간 싸움임
- 그와중에 볶음밥에 젤리는 나름 맛있을 거 같은건 나뿐이냐?
ㄴ 난 김치찌개에 크림치즈
ㄴ 댓쓴이랑 윗댓 둘도 백년해로해라
ㄴ 왜ㅠ 김치찌개에 크림치즈는 좀... 김치치즈나베같고 괜찮지 않을까...?
ㄴㄴ 괜히 사람들이 모짜렐라 치즈를 쓰는게 아니지요?

우리 하우스에 입주할 때 그러했듯, 마트를 가는 길은 멀었음.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가고 40분 정도를 달려 시내 쪽으로 가야 했음.
🐶 요새 너무 고기만 먹은 거 같은데 야채 샤부샤부는 어때.
🔨 좋아요. 고기는 콩이거만 조금 살까요?
🐶 그래.
🔨 아. 기왕 나온 김에 점심은 밖에서,

그 순간 문대의 전화가 울렸음. 발신자는 촬영감독이었음. 감독님이시네. 무슨 일이지?
방송용 혼잣말이 다분한 말투로 중얼거린 문대가 전화를 받았음.

🐶 네. 여보세요?
👤 네. 문대씨. 저희가 방금 한 가지 소식을 들어서요.
🐶 소식이요? 어떤...
👤 오늘이 이 마을 장날이래요. 아직 점심 안 정하셨으면 장터 구경하시면서 외식하는 건 어떠세요?
🐶 아. 좋죠. 저희 막 점심 정하던 참이었어요.
👤 (아, 그래? 네 여기...) 장터가 마트랑 가깝대요. 저희가 주소 보내드릴 테니 그쪽으로 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대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날아온 문자를 확인했음.
그리곤 청려에게 전화 내용을 전달하며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음.

🔨 잘됐네요. 점심은 외식하자고 하려 했는데.
🐶 응. 샤부샤부는 저녁에 먹으면 되겠다.
차에서 내린 청려와 문대는 모자를 챙겨썼음. 그리고 콩이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걸었음. 카메라도 최소한으로만 움직였음. 사람이 많아, 몰리면 어떡하지, 걱정했지만 대부분 어르신이라 그런지 그냥 훤칠한 청년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음.
두 사람은 장터 입구에서 파는 붕어빵을 사, 하나씩 나눠 먹으며 장터를 구경했음. 지역 특산물로 만든 빵을 시식하기도 하고 중간에 발견한 잡화점에서 귀여운 손수건을 발견해 콩이한테 매주기도 했음.

이곳저곳을 누비며 구경하던 문대는 제법 맛있어 보이는 해물 파전집을 발견했음.
국수도 같이 판다고 쓰여 있으니 점심으로 먹기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리며 청려를 불렀음.

🐶 점심으로 저기,
🐶
🐶 ...어디, 어디 갔지.

당연히 옆에 있을 줄 알았던 청려가 없었음. 당연히 콩이도 안 보였음. 문대는 빠르게 눈을 깜빡이고 데굴데굴 굴리며 청려를 찾았음.
카메라 스텝분께도 물어봤지만 자기도 인파에 쓸려서 못 봤다는 대답만 돌아왔음.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청려를 찾았지만 대체 어디로 갔는지, 머리털 한 올 보이지 않았음.

👤 문대씨. 청려씨한테 전화해보는 게 어때요?
🐶 아.

스텝의 말에 뒤늦게 핸드폰의 존재를 자각했음.
문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동시에 떠올렸음. 핸드폰 차에 두고 내렸는데.... 어정쩡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다 멈춘 자세로 문대는 스텝에게 핸드폰을 빌릴 수 있냐 물었음.

👤 아.. 저도 놓고 왔는데...
🐶 ...어떡하죠..?

그냥 발로 뛰어 청려를 찾아다닐 수밖에...
문대는 청려는 키가 크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돌아다녔음.

대충 한 바퀴 돈 것 같은데 청려는 보이지 않았음. 길이 엇갈렸나... 제법 심각해진 얼굴이 된 문대. 청려도 저를 찾다가 차로 돌아갔을 수도 있으니 주차장으로 가야겠다고 발을 떼는 순간, 안내 방송이 크게 울렸음.
📢 아아. 미아를 찾습니다. 서울에서 온 박 문대 어린이. 박 문대 어린이. 지금 미아 보호 센터에서 형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박 문대 어린이를 보신 분은....

x발. 티벳이 된 문대는 힐끔힐끔 자신에게 닿는 시선을 애써 무시했음.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스텝도 무시했음. 문대는 청려를 찾아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미아 센터로 빠르게 걸어갔음.

미아 센터에 오는 내내 이를 뿌득갈며 욕했던 문대는 자신을 보고 활짝 웃는 청려를 보고 그래, 저 새끼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생각했음.

👤 어.. 박문대 어린이?
🐶 .................네.

직원은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부드럽게 웃으며 형이 많이 찾았어요. 말했음. 직원의 옆에서 청려가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는 게 보였음.
x발. 저 x같은 새끼. 문대는 잠시나마 청려를 이해해보려던 자신을 욕하고 지금이라도 청려를 한 대 칠까 말까 고민했음.
👤 저 근데... 혹시.... 테스타.....

고민하는 사이, 직원이 조심히 운을 띄웠음. 모자를 쓰긴 했지만 조금 전 이름과 모자를 벗고 있는 청려 때문에 거의 확신에 차 있는 목소리였음. 문대는 직원을 향해 살짝 웃어 보였음.

🐶 아. 네. 사인해 드릴까요?
👤 어어. 네! 아 어떡해. 저 진짜 팬이에요!
상기된 얼굴로 종이를 내민 직원에게 문대는 친절히 사인해주곤 사진도 같이 찍어줬음. 주위에 있던 다른 직원들에게도 사인해줬음. 센터 안은 작은 팬 미팅을 연상케 했음. 상황을 보아하니 청려도 이미 한바탕 팬 미팅을 치른 것 같았음. 청려와 문대는 몇 번이고 인사를 한 뒤에야 센터를 나왔음.
센터를 나와 점심이고 뭐고 그냥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청려가 손을 내밀었음.

🔨 이번에도 길 잃으면 안 되니까 손잡고 가는 거 어때요? 박문대 어린이?

역시 죽일까. 잠시 쳐다보던 문대는 청려를 뒤로하고 빠르게 걸어갔음.

🔨 또 길 잃으면 어떡해요. 문대 어린이. 같이 가요.
바로 옆에 따라붙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자신을 더 열 받게 했음.

-아시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엋려진짜 즐거워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유치원모자합성사진) 박곰머 어린이(2n살)
ㄴ아ㅈㄴ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곰머 호로록 빨아먹음
- 야 근데 나만 여기서 흠칫했냐? (사진) 곰머 없어진거 알자마자 정색하고 주위 둘러보는거 존나...... ㅍㅌ 집착공도망수하나 뚝딱했다
ㄴ 새삼 엋려 무표정일때 쎄한 얼굴인거 존좋
ㄴ 존맛... 오늘밤엔 이거다
ㄴ 알괘스 얘긴 플텍걸고 해ㅡㅡ
- (사진) 새삼 오빠가 광공으로 알괘스판 쓸던 사람이란걸 깨달아요....
ㄴ 오빠가 맞긴함?
ㄴ ㄷㅊ잘생기면 다 오빠임
- (사진)(사진)(사진) 곰머 표정 3단변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사진) 그와중에 엋려보고 야무지게 쥔 주먹
ㄴㄴ 아곰머ㅈㄴ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사진) 곰머 없어진거 알고 콩이 쓰다듬으면서 어디갔을까...하는데 존나 잘생겼고 나는 오늘부터 엋문파기로 정함ㅋ
ㄴ (사진) 한쪽이 ㄹㄷ광공 ㅍㅌ 하나 뚝딱하고 있을때 한쪽은 주인 없어져서 동공지지난 댕댕이 같다는게...하..미치게하네
ㄴ ㅅㅂ 내새끼가 먹여주는 사약 크오페스 존나 달다
- (음성) 곰머어린이 하는 엋려 목소리가 넘 좋아서 따봤음
ㄴ 극락이네..
ㄴ 누가 저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놀리냐고요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은 문대가 봐뒀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음. 문대는 밥 먹는 내내 문대어린이, 문대어린이 하는 청려의 놀림을 참다가 결국 숟가락을 치켜들며 숟가락으로 맞아본 적 있으세요? 했음. 깜찍한 협박에 청려는 웃음을 터트리곤 알았어요. 이제 그만할게요. 항복함.
점심을 다 먹은 후엔 장터와 마트에서 식자재를 사고 집으로 향했음. 운전을 맡은 청려가 옆을 힐끔 쳐다봄. 제법 피곤했는지 문대가 꾸벅꾸벅 조는 게 보였음. 청려는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히터를 약하게 틀었음.

차에서 내리는 문대는 말랑사과떡 그 자체였음.
발그레한 뺨이 그 잠깐 새 부었는지 빵실했음. 청려는 콩이를 내려주고 장 본 것들을 챙겨 문대를 뒤따라갔음.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지 눈이 거의 반쯤 감겨 걷던 문대는 그만 문에 머리를 박을 뻔했음. 청려가 서둘러 손으로 이마를 감싸지 않았으면 박았을 것임.
화들짝 놀래 눈이 커다래진 문대를 보고 청려는 졸리면 들어가서 더 자라고 말했음.

🐶 혼자 뭐하게...

금세 다시 감긴 눈이 느리게 껌뻑였음. 살짝 웃으며 문을 열어준 청려는 문대를 방으로 이끌었음.

🔨 저도 좀 자면 되죠. 저 신경 쓰지 말고 자요.
문대가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걸 쳐다보던 청려. 새근 소리가 들리는 걸 확인하고서 방에서 나갔음.

청려는 짐을 정리하고 커피를 내렸음. 포트의 물이 끓는 소리가 울리고. 콩이가 청려 옆으로 다가와 꼬리를 살랑였음.

🔨 콩아. 아빠랑 간식 먹을까?
문대가 자는 걸 아는지 콩이가 작게 짖었음. 청려는 콩이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곤 콩이 간식과 조금 전 사 온 과자를 접시에 덜었음. 그리고 커피를 들고 소파로 갔음.

자막으로 '오랜만에 즐기는 커피타임'이 떴음. 그러면서 자료화면으로 타 방송이나 자컨 등에서
콩이와 커피타임을 즐기는 청려가 나왔음. 우같살을 찍는 동안은 문대와 차를 마셨기 때문에 혼자 이런 시간을 갖는 건 오랜만이었음. 청려는 꽤 오랫동안 조용한 시간을 가졌음.

-방금까지 예능이었는데갑분리틀포레스트
-콩이 간식 먹는 소리 좋다 마음 평온해짐
-(사진)곰머 볼 완전 찹쌀떡같애 귀엽ㅠㅠㅠㅠㅠㅠㅠ
ㄴ곰머야 한번만 찔러보게 해줘...
-엋려 ㅈㄴ잘생겼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문대는 여전히 꿈나라였음. 창밖을 확인하고 문대를 깨울까 잠시 고민하던 청려는 이번 저녁은 제가 준비하기로 함. 샤부샤부야 재료만 손질하고 육수만 우려내면 되니까 자기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음. 청려는 핸드폰을 찾아 샤부샤부 레시피를 검색해 괜찮아
보이는 영상 하나를 틀었음.

샤부샤부를 준비하는 청려의 모습을 비추던 화면이 문대 방으로 넘어감. 컴컴한 방 가운데 놓인 침대에 동그랗게 말린 형체가 나옴. 이불 밖으로 빼꼼 삐져나온 노란 머리카락.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이불이 꿈틀거렸음.
잠시 뒤척이는 거였는지, 다시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렸음.

다시 청려 쪽으로 화면이 돌아감. 채소를 다 씻은 청려는 물기를 털어내고 한데로 겹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있었음. 다년간의 샐러드 경력으로 채소 손질은 잘함.

🔨 음...

채소 손질을 끝내고 육수를 준비하던 청려는 고민에 빠짐.
레시피대로 따라 하고 있긴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조금과 적당량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는 거. 레시피 영상을 몇 번 돌려보고.. 다른 레시피도 검색해보고..

🔨 콩아. 5~8개면 중간인 6개가 좋을까, 7개가 좋을까?

콩이한테도 물어봤음.
어찌어찌 조금 맹맹한 육수를 완성한 청려는 문대를 깨우러 갔음.

🔨 문대씨.

조심히 열린 문 만큼이나 조용한 발걸음이었음. 청려는 침대 옆 스탠드를 켰음. 이불 사이로 동그란 이마가 빼꼼 보였음.

🔨 문대씨. 저녁 먹을래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살짝 흔들자 문대가 금방 눈을 떴음.
문대는 느리게 눈을 껌뻑이며 초점을 맞췄음. 그러는 사이 청려가 심각해진 얼굴로 잠시만요, 말하고는 문대의 목과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음.

🔨 열이 있는 거 같은데... 문대씨, 어디 아파요? 약 가져올까요?

머리가 멍했음. 물에 젖은 수건처럼, 누워있는데도 몸이 축축 처졌고 귀도 조금
먹먹한 거 같았음. 문대는 꽤 오랜 시간 눈을 껌뻑였음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는 시야에 눈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음. 바짝 메마른 입술이 순간 쩍하고 갈라져 따가웠음.

🐶 나 좀 일으켜주라..

쇳소리 가득한 작은 목소리를 용케 알아들은 청려가 조심히 문대를 일으켜 앉혔음. 물 마실래요?
걱정스레 묻는 말에 문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음. 찬기가 몸에 닿으니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음. 청려는 드러난 다리에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곤 물을 가지러 나갔음.

몇 분 뒤, 물컵을 들고 나타난 청려가 침대에 몸을 걸터앉았음.

🔨 이거 해열제예요. 같이 먹어요.
제작진에게 급히 받아온 비상약과 함께 컵을 건넸음.

컵을 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누가 팔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팔이 쉬이 들리지 않았음. 가만히 지켜보던 청려가 조심히 컵을 뺏어 들고 물과 약을 먹는 걸 도왔음.

🔨 열 말고 더 아픈 데 있어요? 병원 갈래요?

문대가 작게 도리질을 쳤음.
🐶 가끔 이래. 약 먹고 자면 돼.
🔨 정말 괜찮겠어요?
🐶 어. 미안한데 밥은 혼자 먹어야겠다.
🔨 전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요. 누울래요?

다시 청려의 도움으로 침대에 누운 문대는 금방 잠이 들었음. 약한 숨소리가 들릴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청려는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곤 콩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음. 혹시 모르니 문은 열고 갔음.

보일러를 좀 더 세게 튼 청려는 저녁으로 준비했던 채소들을 정리했음. 지퍼백에 잘 손질된 채소들을 집어넣고 조금 맹맹한 육수는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집어넣었음.

따로 빼놓은 채소들로 대충 끼니를 때운 청려는 콩이 물그릇을 채워주곤 다시
문대 방으로 갔음. 둥글게 말린 이불 덩어리 사이로 살짝 드러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어 열을 쟀음. 바로 해열제를 먹은 게 도움이 되긴 했는지 아까보다는 미지근했음. 숨도 한결 안정적이었음. 걱정으로 잔뜩 좁혀있던 미간이 판판하게 피었음.
그날, 청려는 수시로 문대의 방을 들락날락하며 상태를 살피다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음.
-울사과떡 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티원시발아 대체 애를 얼마나 돌리는겨ㅡㅡ
-ㅅㅂ울아기강쥐 아픈게 익숙해보여서 더 맴아퍼
-싡쟇혅 이 유죄남아...ㅠㅠㅠㅠㅠㅠㅠㅠ 밤새 후배님 걱정하다 겨우 자는거봐ㅠㅠㅠㅠㅠ
-엋려 혼자 저녁 준비하는거 흐뭇하게 보다가 곰머 아픈거보고 심장 뜯김 소속사 하는 일이 뭐임? 아티스트 건강 관리 안해?
-콩이도 사과떡 걱정되나봐ㅠ 엋려가 불러도 사과떡 방 앞에 있네ㅠㅠㅠㅠㅜ
ㄴ(사진)얼굴만 겨우 방에 내미는거봐.... 댕댕이는 다 천사다...ㅠㅠㅠ
이른 새벽. 문대는 한결 좋아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음. 곧바로 약을 먹고 다시 잔 게 도움이 됐는지 딱히 열은 없는 것 같았음. 땀에 젖은 머리칼을 정리하기 위해 손을 올리던 문대는 이마에 무언가 붙어있는 걸 알아챘음. 미지근하게 식은 냉 패치였음.
패치를 떼어내고 잠시 쳐다보던 문대는 주위를
둘러보곤 바람 빠지는 숨을 뱉었음. 협탁에 놓인 뚜껑 덮은 물컵과 옆에 놓인 약. 낯설고도 익숙한 울렁거림이 속을 어지럽혔음. 숙소에서 아팠을 때, 멤버들로 하여금 느꼈던 그런.
손을 뻗어 약을 집은 문대는 위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읽었음.

[눈 뜨자마자 먹어요. 빈속에 먹어도 되는 약이에요.]
다른 메모지도 있었음.

[죽 끓여놨어요. 빈속에 먹기 그러면 죽 먹고 약 먹어요.]

죽을 끓였다고... 문대는 메모지를 꽤 오랫동안 읽었음. 다시 읽고. 또 읽고.. 어쩐지 눈이 시큰해지는 것 같아 꾹 감았다가 타닥, 발소리에 눈을 떴음. 콩이가 반 정도 열린 문을 밀며 들어왔음.
🐶 ...콩이 안녕. 잘 잤어?

목이 잠긴 탓에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었음. 콩이는 살피듯 침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다가 조심히 침대를 짚고 올라섰음. 끙. 끼잉.. 한껏 낮게 낑낑거리는 소리에 문대가 콩이를 쓰다듬었음.

🐶 걱정했어? 괜찮아. 고마워. 걱정해줘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자, 콩이가 혀를 쭉 빼며 꼬리를 살랑였음.

메모지를 내려놓고 이불을 걷은 문대는 콩이와 함께 방을 나갔음. 이제 겨우 해가 뜨기 시작한 시간. 문대는 아직 자는 청려가 깰라, 조심히 움직였음.
제법 늦게까지 문대를 살폈던 청려는 점심이 되어서야 눈을 떴음. 환한 방안. 느리게 눈을 껌뻑이던 청려가 벌떡 몸을 일으켰음. 좀처럼 늦잠 자는 일이 없었던지라 당황한 듯 보였음. 곧장 침대에서 벗어나 문을 연 청려는 벌컥 열리는 문에 눈을 동그랗게 뜬 문대와 마주했음.

🔨 ...문대씨?
🐶 어... 지금 깨울까 했는,
🔨 몸, 괜찮아요?

놀란 가슴 진정시킨 문대는 갑자기 훅 다가온 얼굴에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뺐음. 빼려고 했음. 청려가 뺨을 감싸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것임. 청려는 이마를 맞대며 열을 가늠했음. 아직 조금 뜨끈한 거 같기는 한데 새벽에 마지막으로 만져봤을 때에
비하면 괜찮은 듯했음. 청려는 안도 섞인 숨을 뱉으며 떨어졌음.

🐶 약은 먹었어요?

문대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어어..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곤 빠르게 청려와 떨어지며 말했음.

🐶 점심 준비해 놨어. 얼른 씻고 와.
🔨 아. 고마워요. 세수만 하고 갈게요. 먼저 먹고 있어요.
문대는 고개를 끄덕이곤 빠르게 부엌으로 도망갔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문대를 쳐다보던 청려는 정강이에 닿는 코에 허리를 숙여 콩이와 인사하고는 화장실로 갔음.

-아!!!!!!! 싡쟇혅 이 유죄남아!!!!!!!!!
-문댕이 걱정하면서 보다가 입 떡 벌어져서 턱 빠짐
-싡쟇혅씨 왜 그렇게 열을 재세요...? 손도 있는데 왜 굳이 이마를...?
-엋문 is 찐. 반박은 엋문으로 받음.
-밤새 간호하는 것도 모자라 이마 맞대서 열 재는 친구? 너네가 친구면 난 친구없다
ㄴ박뭔데 맨날 직장 동료 같은 거라고 하더니... 저게 직장 동료? 나 실직했다
ㄴ(사진) 친구사이에 열재는데 이런 분위기? 나 졸지에 친구 없는 사람 됐다
-얘들아 알괘스는 음지.....하....됐다

인터넷이 난리 나든 말든... 빠르게 세수를 하고 나온 청려는 문대와 같이 점심을 먹었음. 전날 청려가 준비해놨던 샤부샤부였음. 맹맹하던 육수를 손봤는지 간도 적절했음.
문대는 먹는 중간중간 자길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피했음.

x발. 왜 자꾸 쳐다보는데. 지금 먹는 배추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음. 그냥 불편해 죽겠음. 기분 탓인지 몰라도 열이 더 오르는 거 같음. 더 먹다간 체할 거 같아, 젓가락을 내려놓았음.
🐶 뭐 할 말이라도 있어?
🔨 네?
🐶 왜 사람을 빤히 쳐다봐.
🔨 제가요?

청려는 자기가 문대는 쳐다보고 있었다는 자각도 없었던 모양임. 청려가 고개를 갸웃거렸음. 문대는 물을 들이켜고 식사를 중단했음. 자각 없는 걸 보니 식사내내 저럴 것 같았음. 그냥 일어나긴 인성이 어쩌고 소리가
나올 거 같아, 대충 청려 밥 먹는 거만 자리 지켜주다 일어날 생각임.

🔨 방금 밥 먹기 시작한 거 같은데.
🐶 ...?
🔨 그거 먹고 말려고요?

문대의 앞접시에 고기와 야채가 덜어졌음. 아픈데 잘 먹어야죠. 걱정 담긴 목소리에는 약간의 못마땅함도 베여있었음.
지금 사람 체할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본 게 누군데. 애초에 저게 풀떼기만 먹는 놈이 할 소린가. 문대는 좀만 더 먹으라는 채근에 다시 젓가락을 들었음.
밥 먹는 내내 청려의 감시인지 뭔지 모를 시선에, 문대는 결국 거하게 체했음.

💫 후배님. 몸이 너무 약한 거 아니에요?

x발. 누구 때문인데. 문대는 청려를 흘기며 소화제를 들이켰음. 옆에서 청려가 건네주는 약도 먹었음.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어쨌든 챙겨주는 거라 뭐라 하기도 그랬음.
녹화 중이기도 했고.

체하긴 했어도 전날 바로 약 먹고 잔 덕에 문대의 상태는 꽤 괜찮았음. 청려는 문대의 열을 한 번 재고는 혹시 모르니 콩이 산책은 저 혼자 하고 오겠다며 나갈 채비를 했음. 콩이가 같이 나가자는 듯이 문대의 바지를 물어 당겼음.
외투를 챙겨입고 나온 청려가 곧바로 콩이를 타일렀음.

💫 콩아. 안 돼. 후배님 아직 아파.
🐕 끄응.
💫 안 돼. 오늘은 아빠랑만 가자. 얼른 놔.

단호한 말투에 그때까지도 살랑거리던 꼬리가 아래로 축 내려갔음. 문대는 청려를 한 번 쳐다보곤 무릎을 굽혀 콩이와 시선을 맞췄음.
🐶 다녀와서 놀자. 알았지?

살살 턱 아래를 긁자 콩이의 꼬리가 금세 살랑거리기 시작했음. 청려에게서 몸줄을 받아 채워준 문대는 산책 가는 청려와 콩이를 배웅하곤 소파에 앉았음. 청려가 나가기 전에 챙겨준 담요도 끌어다 덮었음. 조용한 집안에 홀로 멍하니 앉아있으니 어쩐지 눈이 시큰했음.
아파서 그런가... 아닌 척 눈을 비비며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낸 문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음.
문대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너무 뜨겁지 않게 데우고 찬장에서 꺼낸 핫초코 가루를 우유에 탔음. 조금씩 달짝지근한 향이 올라왔음. 진하게 탄 핫초코를 들고 거실로 간 문대는 다시 담요를
덮고, 전날 청려가 그랬던 것처럼 바깥을 구경하며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음.

화면이 바뀌고, 콩이와 산책하는 청려의 모습이 나왔음. 콩이는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걸었고 청려는 줄을 살짝씩 당기며 진정시키고 있었음.

💫 콩아.

커다란 돌부리에 발이 걸린 콩이가 넘어질 뻔 하자,
청려가 놀래서 얼른 손을 뻗었음. 다행히 콩이는 금방 중심을 잡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혀를 내밀고 헤헥거렸음. 청려는 몸을 숙이고 가슴 줄을 다시 확인하곤 콩이를 달랬음.

💫 왜 이렇게 급해. 조금만 천천히 걷자. 알았지?
🐕 왕!

콩이가 짖고 다시 산책이 이어졌음.
다시 화면이 바뀌고. 두 번째 핫초코를 타 마시는 문대가 나왔음. 문대는 핫초코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레서판다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었음. 뜨거운 핫초코를 후후 불며 마시는 와중에도 시선은 화면에 고정되어있었음.

-ㅈㄴ귀여워 귀여운놈이 귀여운거 보고있으니 ㅈㄴ귀여워죽겠다
-(사진) 단호한 쟇혅아빠와 달래는 곰머아빠 그리고 떼쓰는 빈까지 완벽하다
ㄴ빈머임 콩이말하늑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하다하다 콩이까지써방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근데 곰머가 덮은 담요 이번 됏수다 썸패 굿즈 아님? 곰머사곾떡담요
ㄴ헐 그러네 그게 왜 엋려가방에서 나와...?
ㄴ엋려 사곾떡 담요 샀니...?
ㄴ곰머가 준거 아님? 둘이 친하잖아
ㄴㄴ(사진)그런것치곤 곰머도 좀 놀란거같은데
ㄴㄴㄴ왐마......

문대가 세 번째 핫초코를 타왔을 때, 창밖은 눈이 내리고 있었음. 작지만 선명히 내리는 눈을 보고 문대는 탁자에 컵을 내려놓고 시간을 확인했음.
청려와 콩이가 산책 나간 지 한 시간 반이 조금 넘어 있었음. 눈도 오니 슬슬 돌아올 듯 싶어,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버튼을 누른 문대는 보일러를 더 돌렸음. 거실 가운데에 놓인 난로도 켰음.
챙겨온 짐을 뒤적여 콩이가 덮을 담요도 꺼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담요를 들고 방에서 나온 문대는 그새 눈이 굵어졌는지, 콩이 털에 묻은 눈을 털고 있는 청려를 발견했음. 제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음. 문대는 눈을 다 털고 콩이 발을 닦아주려는 청려에게 다가가 눈을 털어줬음.

💫 아. 고마워요.
🐶 별로... 콩이 씻겨야 해?
💫 이 정돈 괜찮아요. 발만 닦으면, 콩아, 발 닦아야지.

얌전히 앞발을 닦던 콩이가 문대한테 다가갔음. 세차게 흔드는 꼬리가 청려를 툭툭 쳐냈음. 그 모습이 좀 웃겨, 살짝 웃은 문대가 콩이를 진정시켰고 그 틈에 청려가 얼른 뒷발을 닦았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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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0, 2022
엋문

리얼리티 이후 문대한테 좀 더 편하게 톡 할 청려 생각하니 넘 좋은 거 같음. 문대도 냅다 뭉개 사진 보내는 거 보면 아무래도....

💫 (정신없이 밥 먹는 콩이 사진) 사료 바꿔봤는데 잘 먹네요^^
🐶 애 굶겼냐?

💫 (날아다니는 콩이 사진) 잘 찍어보고 싶은데 어렵네요
🐶 저게 뭐야
💫 나중에 사진 찍는 거 가르쳐줄래요?
🐶 시간 되면
💫 카메라 사둘게요^^

이런 대화 나누면 내가 너무 좋을 거 같음ㅋㅋㅋ
문대 스케줄 끝나고 폰 확인하는데 청려한테 톡 칠십 몇 개 와있음 웃기겠다 톡 쌓인거 보고 뭐야?;;; 하고 확인하는데 톡으로 콩이 수제 간식 만드는 거 실시간 중계하고 있음ㅋㅋㅋㅋ

💫 (식탁 가득 쌓인 재료) 콩이 간식 만들어보려고요.
Read 8 tweets
Apr 10, 2022
엋문

콩이.. 문대가 뭉개랑 만나고 온 날엔 문대한테 안 다가가면 어떡하지.. 청려랑 산책 데이트하면서 이미 두 번째 아빠로 인식 끝났는데 다른 개 냄새 묻히고 와서 배신감 느낀 얼굴로 문대 쳐다보다가 콩아? 왜 그래? 하고 손 벌려도 꼬리 축 내리고 낑낑거리면 어캄ㅜㅋㅋ
청려 팔짱 끼고 가만히 쳐다보다가

💫 혹시 다른 개 만지고 왔어요?

하고 물어봄. 문대 ? 했다가 오기 전에 멤버 집에 좀 잠깐... 말 흐림. 청려 난감하단듯이 웃음.

💫 오늘은 안되겠네요.
🐶 ...진짜 잠깐 안고 있었는데...?

청려가 어깨를 으쓱임. 눈 데굴 굴린 문대..
다시 콩이 쳐다보는데 콩이 이젠 고개까지 팩 돌림.

🐶 콩아.
🦮 (흥)
🐶 콩아?

꼬리는 살짝 흔드는데 여전히 문대 개무시함ㅜ

청려도 청려지만 오랜만에 콩이 볼 생각에 간식이랑 장난감이랑 바리바리 사 온 문대..
Read 4 tweets
Nov 1, 2021
청려문대

공개연애하는 엋문,, 자필로 팬들에게 먼저 알리고 소속사 통해서 기사 내고 공개 연애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에 서포트 독식하는 청려를 곁들인.
연애사실 알려도 둘 다 본업에 진심인 만큼 팬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건 아닌데 신청려 이 남자... 휴식기만 들어갔다 하면 박문대 1인 서포터즈가 되어 온갖 조공 다 하고 다님.. 문대 개인 스케줄이라도 있는 날엔 스텝 밥차부터 해서 커피차, 간식.. 어떨 땐 매니저까지 자처함.
문대씨 1일 매니저 신재현입니다^^ 하면서 우리 문대 잘 봐달라고 인사하고 다님;
처음엔 그냥 간식 조공, 밥차 정도였는데 어느새 저러고 있음. 테스타 단체 스케줄이라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아니었음. 오죽하면 스텝들 사이에선 테스타랑 일하는 날엔 청려도 볼 수 있다고 소문이 있을 정도.
Read 30 t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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