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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1, 2022 35 tweets 5 min read Read on X
#젠런
황읹준 하나 두고 살벌한 신경전 벌이는 두남자를 봐야겠어요

남사친 vs 남친 ImageImage
1. 남사친 이재노 Image
- 싸웠어?
- 응? 뭔 소리야 갑자기.
- 눈이 빨갛길래.
- 뭐래.
- …
- 싸웠지.
- 신경 꺼.

이젠 변명도 안 하네. 보나 마나 그 새끼겠지 또. 이번엔 뭔데. 맨날 별 거 아니라 해놓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탈 나지.

이재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 꼴통이 뭐가 좋다고.
황읹준의 10년 지기 남사친 이재노.
늘 황읹준 옆에 꼭 붙어있는 이재노.
황읹준 남친이 항상 못마땅한 이재노.
데이트 땜에 먼저 가보겠다는 황읹준을 뒤에서 끌어안고 오늘은 나랑 놀면 안 돼? 물어보는 이재노.
남사친 이재노는 조용하고.. 무뚝뚝하고… 파워 I.

시끄러운 거 질색.
약속 안 지키는 거 질색.
황읹준 남친 질색.

숫기 없던 어릴 때부터 파워 E 읹준군의 챙김을 받아온 분으로서 한없이 폭이 좁은 인간관계의 중심에는 늘 황읹준. 언제나 황읹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재노만 어미새처럼 챙기던 황읹준의 시선에 다른 놈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저번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고 했을 때부터 벌써 느낌이 안 좋았어. 근데 봐봐, 또 울렸잖아. 충혈된 황읹준의 눈을 노려보던 재노는 혼자서 그 망할새끼를 한참 씹다가 그냥 접었다. 이런 말을 하면 황읹준의 반응이 뻔해서. 넌 도대체 걔가 뭐가 좋아서 만나냐.
황읹준의 애인이라는 놈은 진짜 이상했다. 딱 봐도 날라리 같은 면상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사귀고 난 뒤 일주일도 안 돼서 싸웠다고 저한테 울면서 전화한 황읹준에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는데.
하루는 강의 도중 황읹준한테서 나는 낯선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얘한테서 이런 냄새가 날 리가 없는데.

[걔 담배 펴?]

노트 모서리에 꾹꾹 눌러서 적으면 당황한듯한 손짓으로 대답을 적는 황읹준.

[끊는대 곧]

[그걸 믿어?]
[진짜!!]
[너 있는데서 펴?]
[아니?]

진짜 최악이다.
이재노 23년 인생 살아오면서 제일 자신할 수 있는 건…바로 저보다 황읹준을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너 잔뜩 취해서 걷지도 못할 때 집까지 업어준 사람은 나였잖아. 너 마라탕 주문 외운 사람 나밖에 없잖아. 어머니가 너한테 연락이 안 되면 제일 먼저 연락하는 사람 나잖아. 내가 널 제일 잘 알잖아. 근데 왜 그런 놈한테 못 매달려서 안달인데.
걔는 너에 대해서 뭘 아는 게 있긴 할까. 여자밖에 안 만나본 놈이.
2. 남친 이준오 Image
읹준아.

읹준아.
왜 전화했는데.
보고싶어.

가도 돼?

어젯밤 대판 싸우고 아침부터 뻔뻔하게 전화 걸어온 웬수에 황읹준은 까치집 머리만 벅벅. 오던지.
10분후에 초인종을 누르면서 나타난 애인은 잔뜩 포장해온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 화났어?
- …
- 한번만 봐줘.
- …
- 응?
읹준은 뒷머리만 만져대다가 땅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 내 친구가 그러는데.
- 응.
- 이번엔 진짜로 끝내는게 좋을거같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이준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걔가 뭔데.
- 우리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말에 그렇게 휘둘리는 사이였나?
- 그냥…짜증나.
- 뭐가. 응? 뭐가 짜증났는데.
남친 이준오.
군필.
전직 헤테로.
여사친이…꽤나 있음.
전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감. 그리고…여사친 인*스토리에 특별출현하심.
울컥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는 읹준에 핸드폰을 들어보이는 준오다.

- 기분 풀어, 응? 나 어제 싹 다 차단했어.
- 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난 네가 걱정되니깐…
- 알지, 그럼. 나 생각해주는 사람 너밖에 없잖아.
- …
- 암튼 나 이제 완전히 외톨이다. 네가 책임져야 돼.
- …
- 어? 웃은거지?
- 뭘 차단까지 해.
- 네가 싫다고 하면 우리 친형도 평생 안 볼 자신있어.
- 오바.
- 진짜.

이준오는 읹준을 품에 와락 안고 갈색 정수리에 볼을 부비면서 말한다. 알지? 나 너한테 밖에 안 서는 거.
——

- 나 뽀뽀.
- 싫은데.
- 왜애…약속 지켰단 말이야.
- …진짜?
- 웅.

귀척쩔어, 이준오. 이준오는 황읹준이랑 예전에 약속을 하나 했었다. 담배 끊기. 대신 보상으로 한번 참을 때마다 뽀뽀 세번해주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던 읹준은 결국 애인의 두귀를 붙잡고 쪽쪽 입술 붙이는데
세번째로 입술을 들이미는 순간 갑자기 읹준의 뒷통수를 붙잡고 깊게 입술을 섞어오는 준오에 눈만 땡그래졌다.

야, 야!
어느덧 숨이 차 어깨를 퍽퍽 때려도 무아지경인 이준오. 아우 괘씸해. 한참 후에 입술을 떼고 홍당무마냥 빨개진 제 애인을 보면서 눈웃음을 짓는다. 담배 끊을맛 나네.
이 둘이 만나는 계기...? 바로 이재노가 황읹준 자취방에 아침 강의 듣기 전 늘 그랬듯 깨우러 비번 치고 들어갔을 때.

신발을 벗는데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처음 보는 발렌시아가 스피드 러너. 하, 진짜.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침실 문을 열면 이불 밑에서 아직 잠들어있는 불청객이 보인다.
혀를 깨물면서 저 이불 밑으로 빼꼼 흘러나온 금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뒤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재노?

뒤를 돌아보면 요리를 하던 중이었는지 후라이팬 하나를 들고 서있는 황읹준이 입을 벌린다. 너 여기서 뭐해?
여기서 뭐하냐니. 난 항상 오잖아. 내가 여기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잖아. 근데 왜 내가 불청객이 된 기분이지?

- ...오늘 9시 강의.
- 어? 어, 벌써 갈 시간인가?
-응.
- 알았어, 나 금방 준비하고, 어...준오도 깨우고,
- 줁아...
황읹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언제 깼는지 어슬렁어슬렁 나와서 눈도 못뜬채 조그만 몸통을 뒤에서 껴안아오는 불청객.

- 왜 이렇게 시끄러워...
- 준오야, 너 집 좀 보고있어? 나 수업 듣고 올게.
- 안 가면 안 돼?
나랑 좀 더 자...
바로 앞에 서있는 재노는 안중에도 없는지 황읹준의 목덜미를 쪽쪽거리면서 투정부리는 개새끼에 헛웃음만 지었다. 막 나가네. 그런 재노 눈치를 보던 읹준은 안된다면서 헐레벌떡 화장실로 향한다. 금방 나갈게!
- 아침부터 무단침입은 좀 그렇지 않나? 남친도 있는 사람 집에.
- 남친? 둘이 깨진 거 아니었나?
이준오는 싱긋 웃으면서 눈썹을 긁는다. 아닌데.

대답이 없는 재노에 커피라도 드릴까요? 묻는 준오에 어이가 털렸다. 네가 뭔데 날 손님 취급하는데. 마찬가지로 무시하고 읹준이 씻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취방이나 둘러보던 재노의 시선에 못보던 향수병 하나가 걸린다.
- 아, 저거? 우리 기념일 선물.
- ...
- 어제 100일이었거든요.
- ...
- 그나저나 오늘 줁이 피곤해서 어떡하냐. 오랜만에 밤샜는데.
- 저거 황읹준 취향 아닌데.
- 네?
- 저런 느끼한 향 황읹준 취향 아니라고.

계속 웃는 얼굴이었던 준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 알아요. 내가 쓰는 거거든. 근데 울 애인님이 좋다고 하셔서 똑같은 거로 사드렸지.
- 부담스럽네요.
- 하하. 읹준이에 대해서 잘 아시나봐요?
- 십년넘게 봤으니까요.
- 우와, 되게 친한가보다.
재노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친하죠. 고작 삼개월 정도랑은 비교 안될만큼.

이게 지금 해보자는 건가. 준오는 화장실 쪽으로 시선을 잠깐 뒀다가 커피잔을 식탁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 너 황읹준 좋아해?
- ...
- 이것봐, 대답도 못하잖아. 고백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지 꼴릴때만 내 욕이나 하고. 어줍잖게 남친행세나 하고 지랄이야.
- ...
- 십년? 그래, 십년이면 충분한 시간 아니야? 근데 아직까지도 간만 보고있냐, 넌.
- 너같은 새끼들 때문에.

가만히 듣고 있던 재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천천히 가방을 멘다.

- 난 걔 옆에서 오래오래 붙어있으면서 너 같은 새끼들 걸러낼거거든.
- ...
- 애초에 너랑 나는 달라. 황읹준한테 네가 처음인줄 알지?
- ...
- 착각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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