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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6 #해성석호

- 넌 나랑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냐..? 그냥 형, 동생이 되냐?! 난 죽어도 못해, 이제와서 내가 너랑 어떻게 그딴 걸 해! 사업 파트너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어정쩡한 관계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
- 일방적인것도 알고, 흥분하지 말고 들어달라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근데, 언젠가는 끝이 있을 수 밖에 없잖아 우린.
- 왜 니 맘대로 끝을 정해 새끼야. 오지도 않은 끝을 니가 뭔데 정해!

언성이 높아지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줄곧 탁자만 보고 있던 주해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언제부터 생각해왔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혼자 결정을 내린 후 내게 통보를한 녀석의 미동없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이 날 더 미치게 한다.

- 양석호. 하나만 묻자.
- 넌 지금 나한테 묻고싶은게 하나밖에 없냐? 백개 물어봐, 다 대답할테니까.
- 니가 지금 게이라고 해서 결혼도 안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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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5 #해성석호

- 열 받은 건 좀 풀렸냐?

학교에서 보자마자 단정히 앉아있는 주해성을 쿡 찌르며 조용히 물었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난 너한테 거짓말은 한 적 없다.
- 어? 어, 알지.. 근데 갑자기 웬..?
-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둘 다.
뭔가 주해성답지 않은 말을 해대니까 나도 답지않게 주춤하게 된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답답하고 어딘가 막힌것 같은.. 어제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린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고, 그만큼 편하기만 했었는데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벽이 세워진 느낌.
- 과외 끝나고 집 근처로 갈테니까 얘기 좀 하자 주해성.

우리 사이에 세워진 벽이 어색해 이걸 어떻게 부숴야하나 고민이 된다. 차라리 싸워서 냉전상태였다면 2차전이라도 벌일텐데 그런것도 아니고.. 이대론 안되겠어서 원흉을 제거해야 할 것 같아 과외를 취소한채 선배와 잠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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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4 #해성석호

- 아는척하긴 좀 그런가..? 난 그냥 반가워서.
- 난 선배랑 꽤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 한 번 안 하더라?
- ..알잖아, 자퇴한 이유.
- 아는데, 뭐.
- 아무렇지도 않았어?
- 어. 조금도.

기분이 이상하다. 몇 년 전 기억들이 머릿속에 사정없이 뒤엉켜서 속이 울렁거린다.
- 그때는 모든게 무섭더라. 누구한테도 연락을 못 할 만큼.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친구의 아는 형이었을 뿐이던 3학년 선배와 안면을 트게 됐다. 제멋대로 살아온건 지금이나 그때나 별 다를 게 없었지만, 그래도 선배 앞에서는 꽤 얌전한 편이었던 거 같다. 내가 먼저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친해지고 싶어서 선배 주위를 괜히 맴돌기도 했었다. 그렇게 친해질수록 깨달았다.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혼란스럽다기 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주해성에게 집착하고 찝쩍거리기 바빴던 것과 달리 그때는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도 괜찮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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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3 #해성석호

- 우주 사조야 하는데..

평소에도 느릿한데 훨씬 더 느릿느릿하고 어눌한 말투로 우주타령을 하는 여섯 살 주해성은 귀엽고도 어렵다.

- 갑자기 뭔 우주야.
- 우주 갖고싶다고 했잖아.. 커서 돈 마니 벌면 꼭 사주께. 아라찌?
- 알긴 뭘 알아, 내가 언제 우주 갖고 싶..다고 했었구나.

‘ 우주 사줘. ’
‘ 우주는 안 팔아 병신아. ’
‘ 나도 알아 병신아. ’

며칠 전 지나가듯 했던 대화가 생각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대화는 기억하면서 여섯살이라고?

- 내가 우주 사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 몰라. 근데 우주 갖고싶댔어..
허허. 지금의 주해성에겐 우리가 나눴던 대화는 기억에 없고 그저 내가 우주를 가지고 싶어하는 놈일 뿐인 거 같다.

- 우주는 안 팔아, 병신아.

지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해줬더니, 마치 산타가 없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만큼의 충격과 공포인 양 눈빛이 흔들리는데, 존나 귀여워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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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2 #해성석호

게장과 피자의 조화롭지 않은 식사를 끝내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커피를 사 들고 벌써 어둑해진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아를 쪽쪽 빨아마시다가,

- 야.
- 왜.
-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씩 지금처럼 밑도 끝도 없이 표현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주해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 빈정 상할만큼 심심하게 대꾸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난 애초에 주해성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 ..어, 말고는 할 만한 대답이 없냐?
- 글쎄.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담백한 주해성 반응에 마음이 꼬깃꼬깃 구겨진다.
- 좋은데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다는 게 말이 되냐?!
- 그럼 좋다고 무조건 다 사랑하냐?
- 난 한다 왜.

귀찮다는 표정으로 날 보던 주해성은 며칠전 박살 낸 폰을 대체한 신상폰으로 게임에 접속하며 구겨진 내 얼굴에, 왜 또. 한다.

- 넌 아직도 내가 귀찮냐?
- 가끔. 근데 귀엽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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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1 #해성석호

- 야 씨발 주해성!

쾅! 소리가 요란할만큼 교실 문을 열며 소리를 질렀더니 당연한 듯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그 모두에는 주해성도 포함이고.

- 따라나와.

학교에서의 단정한 주해성은 그 나름대로 날 꼴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비서형 말로는 아직 연애초창기라
내가 지금 발정이 나서 그런 거라는데 그건 말도 안 된다. 왜냐면 주해성은 누가 봐도 존나 잘생기고 멋있고 귀엽고 꼴리게 생겨먹은 놈이니까. 옥상으로 앞장서는 동안 우리를 보는 눈빛들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저 죽일놈의 양석호가 또 착한 우리 모범생 괴롭히는 구나.
솔직히 난 관심도 없고 1도 상관없는데 주해성은 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이미지 관리 좀 하라고 종종 간섭을 한다. 자기도 처음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이미지 메이킹을 했던 거였지만 날이 지날수록 미래를 생각하면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뭐, 어쨌거나.

- 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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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주해성! 우리 1월 1일에..."
"싫다."
"뭐? 나 아직 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들어봐! 우리 1월 1..."
"그러니까 싫다고."
"아이씨...이새끼가!! 듣고 대답해!! 듣고!!"
"안들어도 뻔하지. 골치아픈거 하자고 할거잖아. 귀찮아."
".....내가 귀찮아?.."
"아니...그게 아니고...뭔데 말해봐."
시무룩해진 모습의 녀석에게 말려 다시 묻자 신나서 얘기를 한다.
"우리 1월 1일에 정동진 가서 해돋이 보자."
"아...이럴줄 알았어."
"뭐가? 그래서 싫다는 거야?"
"그날 그런데 가면 사람이 많겠니? 안 많겠니?"
"많겠지."
"그렇지. 그럼 차가 막히겠니? 안 막히겠니?"
"막히겠지."
"그런데도 가자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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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9 #해성석호

거실 테이블에 앉아 비서형에게 전화해 양주와 안주 좀 조달해달라 했더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딴 걸 요구하냐고 짜증을 내던 형은 5분만에 뭔가가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손에 들고 우리집으로 왔다. 비번을 누르고 들어 온 비서형도, 형을 본 노아도 서로 물음표 상태로
날 쳐다봤고 간단히 서로를 소개했다.

- 아래층에 사는 경호하는 형. 얘는 주해성 친구 정노아.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 후 비서형은, "갈수록 도련님이 늘어난다..? 적당히 좀 마셔 양석호." 하면서도 주방으로 가 챙겨온 것을 늘어뜨리며 안주거리를 챙긴다.
말려봐야 어차피 의미없는 걸 아니까 속이라도 좀 덜 상하게 하려는 형의 걱정을 알기에, "많이 안 마셔." 누가봐도 믿지않을 거짓말을 던졌다.

- 참, 해성이 넌 일본 안 가?
- 일본을 왜 가.
- 리조트 세우던 거 완공되서 내일 너희 가족 다 행사 참석한다는 거 같던데. 넌 아직 학생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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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8 #해성석호

아직 질투작전을 시작해보지도 못한데다 주해성은 절대 쉽게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예상치 못 한 시점에 너무도 빨리,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얼떨떨하다.

- 수전증이냐? 손 존나 떠네.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이게 방금 고백 한 사람의 태도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주해성은 그저 주해성답다. 제 마음을 고백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왜 이 모양이지.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심장마사지를 하며 후하후하 호흡했다.

- 주접떨지 말고 일어나. 가자 좀.
팔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우는 녀석에게 매달리며, 몸에 힘 다 풀렸어어.. 했더니, 손 많이 가는 새끼. 하며 날 질질끌고 테이블로 간다.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럼에도 주해성의 인정은 어쨌거나 내 기분을 구름보다도 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 손 씻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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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7 #해성석호

우리는 예정대로 피자집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서야 제대로된 안부를 물었다.

- 내일 도착한다더니?
- 실장이 날짜를 잘못 말해 줬더라고. 근데 너희 되게 친한가보다. 불금에도 만나?
- 아주 각별하지 우리는.

따끈한 피자를 한 조각씩 들며 대화하다 주해성에게 넌시지 물었다.
- 노아한테 말해도 되냐?

뭘? 하는 질문 대신 표정으로 묻는 주해성에게 눈짓으로, '너랑 나.' 했더니 피자를 베어 문다.

- 나한테 할 얘기 있어?
- 주해성이 괜찮다고 하면.
-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의견같은 걸 물었냐?
- 그럼 말 한다?

이제 주해성의 방식이랄지 성격이랄지,
어렴풋이 알게 된 나로썬 꽤나 만족스럽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가 사귄다는 얘길 노아에게 해도 되는 걸까 나름 생각도 해 보고 '주해성이 질색 하겠지?' 로 혼자 결론을 내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 나 주해성이랑 연애해.
- 컥, 뭐,뭘 한다고? What? 둘이 뭘 한다고?!
-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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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6 #해성석호

내 성질이 스스로도 감당이 안돼 눈앞마저 핑 도는 것 같다. 주해성은 고개를 갸웃하고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 금방 입을 열었다. "아, 대충 감이 오네. 알겠으니까 차근차근 얘기해봐." 하는데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담담히 말하는게 너무 좆같아서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 ..다 때렸냐?

맞은 주해성은 여전히 차분한데 난 주먹에서 느껴진 타격감에 놀라 얼어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해성이라 당연히 피할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 했었는데 주먹이 얼굴을 치기도 전에 이미 눈을 감았던 것으로 보아 그냥 맞아 준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오히려 놀란 건 나였고
눈물조차 멈췄다. 손도 조금 떨리는 거 같다.

- 미,미쳤어? 왜 안 피하고 있어, 또라이새끼야!

입술이 터져 피가 맺히는데 주해성은 그저 볼 안쪽을 혀로 쓸어보다, "좀 가라앉았냐?" 묻더니 자박자박 걸어 쇼파에 앉아 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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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5 #해성석호

소각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놈들과 대충 인사를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는데 전화가 왔다. 얘가 누구더라.. 약사 아들이었나..?

- 어, 왜?
- 전에 너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깜박하고 오늘 생각나서 전화했지. 방학때 너가 보내준 사진 있잖아.
- 사진?
- 응. 사진이랑 같은 인물 보게되면 조용히 연락 달라고 했었잖아. 혹시 그거 아직도 유효해?

방학 시작했을 때 주해성 사진을 뿌렸던 게 생각났다. 그 덕에 심심찮게 제보를 받아 곧잘 주해성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그 후엔 함께 미국에 갔고, 또 그 후엔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보는
일절 끊겼기에 나조차 잊고 있었다.

- 왜?
- 주말에 비슷한 사람을 봤거든. 여자친구랑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 갔다가 우연히 봤는데 낯이 익길래 니가 보내 준 사진 다시 봤더니 비슷하더라고. 근데 동일인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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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4 #해성석호

지가 마시려고 주문했다는 말에 골이 나서 주절주절 틱틱댔다.

- 존나 단거만 마시더니 왜 갑자기 아아를 쳐마신다고,
- 자, 자, 마셔라 애새끼야.

픽 웃던 주해성은 아아를 밀어주는데 기분이 묘하다. 아, 진짜 짜증나게 왜 자꾸 츤데레인 척 하고 지랄이야. 존나 좋게.
- 자꾸 비싼 척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내 앞으로 밀어 준 깔끔하고 시원한 아아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다 던진말에 주해성은 다시금 속 터질 만큼의 느릿함으로 눈만 깜박깜박 하더니 비싼 입을연다.

- 속 시원하게 니 마음 말해보라고.
- 비싼 척 한 적도 없고, 솔직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는데?
주해성이 너무 당당하게 반응해서 뭐라 대차게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웬만한 일에는 워낙 흥분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평소에도 느긋하기 짝이 없는 성격인 주해성이기에 그동안 있지도 않은 벽에 나 혼자 헤딩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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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3 #해성석호

영상 때문에 처음 엮이게 됐을 땐 양석호를 쳐 죽이고 싶었다. 그 후에는 그냥저냥 이상한 놈이려니 했다.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딱히 위협적인 짓도 안 하고, 뭣보다 계속 보다보니 그냥 양석호라는 놈이 좀 익숙해졌다. 이제는 미친 소리를 해도,
미친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게 되고 보면 볼수록 희한한 놈이라 솔직히 심심하진 않았다. 그래서 까불어도 봐주고 기어올라도 봐주고 말 한마디에 혼자 실실 쪼갰다가 빡쳐 했다가 약 올라했다가 부들부들 하는 게 웃기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매 초마다 오르락내리락 욹그락붉그락
파르르 변하는 감정의 변덕이었는데, 방학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도 그렇게 그냥 변덕을 부렸다.
내 침대에 누워 이제는 재미가 없다는 말을 툭 던지는 양석호에게 흘러가듯, 다행이네. 대답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이 짓도 그만해야겠다고 중얼대던 녀석은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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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석호

양석호 미용실 보조인데 일부러 석호 일하는 미용실에 머리하러 온 주해성

앞치마하고 머리에 삔꼽은 석호 놀리고 커피줘,물 줘,과자 더 줘 괴롭힐듯.석호가 입만 웃고 눈으로 욕하면서

손님 여긴 간식처드시러 오는 곳이 아닌데요

하면

어어,손님한테 눈빛이,어어?

하겠지.매니저가
지나가다 그냥 본건데 찔끔한 석호가 괜히 해성이 뒷목 마사지해주면 그것도 영업스킬이라 겁나 시원할거야.그리고 뭔가 척추가 찌르르 하겠지.

허억?!
변태새끼님 이상한 소리 내지 마시고요,중화제 뿌렸다가 머리 감으실게요

석호가 몰래 귀 잡아댕기고 다른 디자이너한테 붙겠지.해성이만 다리
사이가 좀 불편해져서 씌바;동해물과 백두…그러다가 좀 가라앉았나 싶으니까 다시 석호가 와서 해성이 광견 깔때기같던거 빼주고 머리 감는곳으로 데려가.

목에 힘빼 새끼야 더 힘들어
손님한테 반말 처하는거 봐라

뭔가 석호 손이 자기 뒤통수 감고있는 게 느낌이 어색해서 목에 힘주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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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2 #해성석호

딱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라 만화카페에 들어가 만화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떼웠다. 수업은 시작했을 테고 주해성은 3주만에 단정한 모범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반듯하게 앉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할 시간이었다.

- 아, 배고파..
라면을 시켜놓고 다음권을 보기 위해 만화책을 들었다가 무심코 폰을 먼저 들여다봤다. 앨범에 들어가 유일하게 하나 있는, 몰래 찍은 주해성 사진을 들여다보며, "폰에서 좀 나와봐 새끼야." 중얼거리다, "안 나올거면 됐다." 하고 그냥 사진을 삭제했다. 배터리도 별로 없네..
깜박하고 충전을 안 했더니 20%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배터리를 충전시킬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내버려뒀다. 오랜만에 일탈이 하고 싶어지는 날이라 저녁엔 게이바 가서 실컷 놀아야겠다 생각하며 만화책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 오후엔 갈아입을 옷을 사기위해 쇼핑을 했고, 저녁이 됐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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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1 #해성석호

주해성은 선상파티 이후로 몇 번 혼자서 호텔밖을 나가 놀다 들어왔는데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지 잤는지 의외로 건전하게 놀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일이 쫓아다니기엔 나도 무리가 있다보니 주해성이 모르는 여자를 안는다던가 하는 애꿎은 상상력만 늘어난데다,
한 번 자봤다고 그놈이 섹시해 보일때마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자주 들어 힘든 것만 빼고는 그래도 꽤 수확이 큰 미국행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일주일을 붙어있는동안 알게 모르게 주해성과 많이 가까워진 거 같다. 그 전에는 한정적인 모습밖에 볼 수 없었는데
일주일간 조금 더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기도 했고 전보다 대화도 확실히 늘었다. 싸가지야 일관성 있게 없다지만 그래도 이제 말 걸면 대답도 그럭저럭 잘 해주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제 비웃음이긴 해도 피식 피식 잘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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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10 #해성석호

자고 일어나니 전날의 후유증으로 누구는 온 몸이 비명을 질러대서 갤갤대고 있는데 주해성은 쌩쌩하다 못해 얼굴이 반지르르해선 어딜 가려는건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우리가 한 번 뒹굴었다고 뭔가가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라진 게 없다. 어제는 넋을 좀 놓고 있어서 멍했다지만 제정신으로 돌아 온 오늘은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진다.

- 같이 지칠때까지 해놓고 넌 왜 멀쩡하냐?

주해성은 별 걸 다 궁금해 한다는 듯, 체력 좀 길러라. 짧게 대답하며 아이스초코를 휘휘 저어댄다.
- 나도 줘.
- 알아서 마셔.

싸가지 어디 안 가지.. 근육통은 움직여야 풀린다는 생각에 꽁무니를 쫓아다녔고, 주해성은 초코라떼를 마시며 성의없는 대답만 내놓았다.

- 야, 그.. 너도 어제 좋았냐..?

슬쩍 본론을 꺼내니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컵을 만지작거리며 날 힐끔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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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8 #해성석호

- 니가 이렇게 자극적인 꼬라지로 내 위에 올라타면 안 까불다가도 까불고 싶어지잖아.

느릿하게 내 손목을 놓으며 일어나려는 놈에게, "방심하지마, 새끼야." 하며 가운을 대충 움켜쥐고 팍 끌어당겨 무작정 입술을 맞댔다.
기습적인 행동에 대비하지 못해 무방비한 주해성의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아, 하는 앓는 소리만 작게 났을 뿐 주해성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열린 입술 사이로 좀 더 과감하게 혀를 밀어 넣고서야 고개를 빼려는 움직임이 느껴져 가운을 좀 더 힘주어 잡았다.
안타깝게도 나보단 주해성 팔힘이 더 세다는 게 문제지만. 인사만 하고 스쳐지나가듯 혀만 마주치고 떨어져나간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 왜 이렇게 앞 뒤 없이 직진이냐 넌.
- 잘못은 지가 해 놓고 남 탓은.
- 내가 뭐?
- 내 앞에서 섹시하지 말던가 시발 어이없네.
-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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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7 #해성석호

꽤 자주 들렀더니 이제는 주해성네 집도 편해졌다. 문제는 정작 집에 주해성이 없다는 거 하나 정도?

- 외출한지 얼마 안 됐는데 해성이한테 전화도 안 해 보고 온 거야?

해 봤죠. 안 받아서 그렇지, 싸가지없는 새끼가.
- 어디 갔어요?
- 쇼핑한다구 나갔어. 해성이 내일 친구들 만난다고 미국 가잖아.
- ..네?
- 몰랐어?

주해성 어머니는 별일이라고 웃으시며, "너희는 매일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대화는 안 하니?" 장난스레 말씀하시는데 괘씸하면서도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운하게 나한텐 말도 안 하고.
- 석호가 이해 좀 해 줘. 우리 해성이가 워낙 무뚝뚝하잖니. 집에서도 어쩜 그렇게 말이 없는지.

내 핑계대고 방학 보충수업도 패스했으면서 정작 내가 없는 곳에서 노시겠다? 내가 푸켓으로 여행가자고 그렇게 질척대도 꿈쩍도 않더니 미국으로 놀러를 가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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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6 #해성석호

- 야, 남은 계정 두개도 삭제해야 하지 않겠냐?

우리를 보고있는 애들은 없는지 슬며시 눈동자를 굴려보던 주해성이 인상을 살짝 쓰고선 날 쳐다본다. 표정 존나 박제해두고 싶게 좋네. 여튼 내가 원한것도 아니고 니가 멋대로 내 취향을 저격 한건데,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내 감정에 대한 보상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냐?

- 나랑 자자. 그럼 하나 더 지워줄게.

주해성의 언짢은 인상이 풀리나 싶더니 물음표가 덕지덕지 붙는다. 오, 처음보는 표정. 사진만 찍어놓을 수 있다면 처음보는 표정마다 찍어서 도감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 자자고?
- 어.
- 슬립?
- 아니, 섹스.

아무리 쉽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주해성이라지만 이 정도면 동공지진 정도는 보여줘도 될텐데 되려 지겹다는 듯한 얼굴로, "하나 지우더니 약이 좀 올랐나보다? 나중에 얘기하자." 하는데 아니 이런 문제를 나중에 얘기하자는 것도 웃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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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5 #해성석호

주행성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지 일주일쯤 됐을까. 비서형은 충격받은 얼굴로 읊어댄다.

- 니가 하도 범생이라길래 그런줄로만 알았더니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쳐서 불려온거라던데?
-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 주회장이 참다 참다 한국으로 소환했다나봐. 어린게 맨날 쌈박질에 무면허 운전에 여자 문제에 도박까지 안 하는 게 없었다더라.
- 바쁘게도 노셨네.
- 주회장이 아무것도 안 물려주겠다고 선포했대. 흠 하나 없이 졸업해야 되나봐. 쌤들한테 학교생활 하루하루 보고 받는 거 같더라고.
교우관계며 행실이며 리더십이며 영향력이며 학업기여도까지.
- 피곤하게 사는구만?
- 야자 빠지는 것도 너랑 같이 다니는거라서 봐주는 건가봐. 아무래도 너희가 친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형 말을 종합해보면 내 폰에 있는 이 영상이 절대적으로 학교에 알려져선 안 된다는거네? 흐음,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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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4 #해성석호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주해성은 다시 안경을 쓰고선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 쇼핑? 괜찮네, 그거. 생각해보니 니가 애들 앞에서 깝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뭐야. 뭔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건데, 적응 안 되게.

- 앞으로도 종종 애들앞에서 꼴값 떨어주길 바란다.
잘 지내보자고 우리.
- 진심?

주해성은 고개만 한 번 대충 끄덕이곤 다시 교실로 향했다. 뭐야, 저 새끼. 묘하게 내가 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래도 주해성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거 같아 비서형에게 뒷조사를 부탁했다. 야자를 째고 나란히 교실을 나서는 주해성을 보는 반 녀석들의 시선이
나만큼이나 꼴값이다. 마치 지들의 평화를 위해 주해성이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르며 희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미안함과 측은함으로 쳐다들 보는데 같잖지도 않아서..

- 이거랑, 이거. 음.. 이것도 괜찮겠네. 야, 입어봐.
- 뭐 하냐?
- 보면 몰라? 니가 입을 거 고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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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범벅3 #해성석호

- 진짜 원하는 게 뭐야?
- 말 했잖아. 내 개가 되어 달라고. 뭐해? 번호 안 찍고. 어려울 거 없어. 전화하면 받고, 부르면 달려오는 거 정도? 간단하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내 폰을 바닥에 툭 떨구고 발로 질끈 밟으며, "좆까, 미친새끼야." 조용히
읊조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뒤돌아 걷는다. 와, 이렇게 단호하다고? "그냥 가면 후회할텐데~" 터벅터벅 걸어가는 뒷모습에 대고 한 내 말에 뒤도 보지 않고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만 꺼내어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신 답하고선 골목을 빠져나간다.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 저 새끼랑 어떻게
하면 엮일 수 있을까.

- 어딜 간다고?
- 주해성네 집.
- 왜?
- 친해지려고.
- 뭔 소리야, 갑자기?

어제 결국 받지 못 한 주해성 번호는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있는 반장에게 전화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더불어 집주소까지 한큐에 말이다. 선전포고 좀 하러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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