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애니메이션 업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선 ‘잘 그리는 사람이 진리’ 같은 게 있는 기분. 그런데 제작진행 출신들은 얼마나 말을 잘해야지 애니메이터들에게 눌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거지…
미야자키 하야오 • 안노 히데아키 • 유아사 마사아키는 ‘애니메이터’ 출신 애니메이션 감독. 움직임이라던가 작화에서 재능을 드러내어 연출가에 이르게 된 케이스.
다카하타 이사오 • 이쿠하라 쿠니히코 • 토미노 요시유키 • 오시이 마모루는 제작진행 출신 감독.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공정의 전반을 관리하면서 연결해주는 역할로 시작하여 그 이해도를 바탕으로 연출가에 이르게 된 케이스.
남의 업계 이야기보다는 제가 몸 담은 한국의 영화 업계 이야기를 해봅시다. 감독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일까요? 대단히 모호합니다. 감독들도 감독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신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뷔 후 새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고요.
사실 감독이 하는 일이라는 게 쉽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스토리는 시나리오가 담당하고 있고(*1) 카메라는 촬영감독이 맡아서 운영하고, 연기는 배우들이 하는 데다 소품이나 미장센은 미술감독이 맡아서 꾸미는 걸요.
그래서 저는 감독이라는 직업을 ‘일관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그 주안점이 연기 지도에 있고 한국에서는 시나리오에 있어서 해외에선 연기 지도력, 한국에서는 시나리오 작성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되기는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감독들은 ‘일관성을 줄 수 사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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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트윗을 작성하신 분의 말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와 안노 히데아키는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다른 거지, 성실하다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성실함과 대비되는 진짜 라이벌(?)은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평생의 파트너인 ‘다카하타 이사오’입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빨강머리 앤>, <반딧불의 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 걸출한 작품들을 남기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발전에도 엄청나게 공헌한 다카하타 이사오였지만, 그의 유일한 약점은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나머지 상당히 게을렀다는 겁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연대표만 살펴 보아도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생산성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는 새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없는 데다가 일단 일에 들어가면 완벽주의 경향까지 강해져서 작업 속도가 엄청 느린 편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이야기 할 작품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 드립니다. 이 타래는 특성상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아직 작품을 보지 않았고 앞으로 볼 의향이 있는 분들은 타래를 뮤트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제작배경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에 앞서 그가 〈바람이 분다〉를 만들고 은퇴를 선언하게 된 배경을 하나 말씀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이 분다〉를 만들고 은퇴를 선언하게 된 것은 〈바람이 분다〉를 만들면서 기력을 모두 소진해버린 탓도 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73살이 되면 죽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의 어머니가 73살에 돌아가셨거든요. 이는 추측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벼랑 위의 포뇨〉를 만들 때부터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를 불러다 종종 불러다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사람들은 자기가 행복하게 사는 게 목적이라고 하잖아요.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의 목적이라니. 저는 그 말이 정말 납득이 안 가요. 정말로 사람이 사는 목적이 행복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평소에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보통 그렇지 않나요?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인생에서 기분 좋은 일도 별로 없었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런 걸 인생의 목적으로 가지며 살아간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있잖아요. 비행기의 설계자라던가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하는 일이 선이고,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시대의 풍파 안에서는 전쟁의 앞잡이가 되거든요. 자신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상처 받는 일은 생겨요. 인생은 그 자체로 저주받은 꿈입니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꿈을 꾸지만, 절대 의도한 대로만 이루어지지 않죠. 인간의 꿈은 아름답지만 전부 저주받은 꿈이에요.
이번 주말에는 <어드벤처 타임> 일타강사를 자청하며 어드벤처 타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정확히는 어떤 에피소드, 어떤 장면에서 버블검과 마셀린이 사귀기 시작했는지를 정확하게 밝혀낼 건데요, 놀랍게도 둘이 연애를 시작한 지점은 본편에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화면 밖에서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어요. 사랑을 고백한 순간은 화면 밖에서 이루어졌을 지언정,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은 어드벤처 타임의 본편 속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 주말에 뵈요!
[Chapter 1. 전설의 시작]
본격적으로 버블검 공주와 마셀린의 관계에 대한 타임라인을 정리하기에 앞서, 이들이 팬들 사이에서 엮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짚고 가야겠습니다. 이들이 엮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3x10 <What Was Missing>에서 시작됩니다. 정확히는 이 에피소드에 수록된 이 곡.
배드울프 스튜디오 내 의문의 계열사 ‘후니버스1’에 줄리 가드너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줄리 가드너는 러셀 T 데이비스와 함께 2005-2009년 이끌었으며, 닥터 후 부활의 숨은 주역이기도 합니다.
이 ‘후니버스1’이 앞으로 닥터 후 전반을 컨트롤하는 스튜디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작자 ‘줄리 가드너’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다면 닥터 후 출연진들이 만든 <닥터 후>의 성공을 기념하며 제작한 축하 영상을 보시면 대강 알 수 있습니다. 닥터 후를 가족 드라마로 부활시키자며 러셀 T 데이비스를 끌어들인 장본인.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노래에서 언급되는) 줄리 가드너의 업적들은 대체로 사실이며 러셀 T 데이비스의 자서전 <Writer’s Tale>에서 확인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닥터 후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던 깜짝 스타 도나 노블을 메인 컴패니언으로 데려오지 않나, 카일리 미노그마저 데려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