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애니메이션 업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선 ‘잘 그리는 사람이 진리’ 같은 게 있는 기분. 그런데 제작진행 출신들은 얼마나 말을 잘해야지 애니메이터들에게 눌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거지…
미야자키 하야오 • 안노 히데아키 • 유아사 마사아키는 ‘애니메이터’ 출신 애니메이션 감독. 움직임이라던가 작화에서 재능을 드러내어 연출가에 이르게 된 케이스. ImageImageImage
다카하타 이사오 • 이쿠하라 쿠니히코 • 토미노 요시유키 • 오시이 마모루는 제작진행 출신 감독.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공정의 전반을 관리하면서 연결해주는 역할로 시작하여 그 이해도를 바탕으로 연출가에 이르게 된 케이스. ImageImageImageImage
남의 업계 이야기보다는 제가 몸 담은 한국의 영화 업계 이야기를 해봅시다. 감독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일까요? 대단히 모호합니다. 감독들도 감독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신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뷔 후 새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거고요. Image
사실 감독이 하는 일이라는 게 쉽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스토리는 시나리오가 담당하고 있고(*1) 카메라는 촬영감독이 맡아서 운영하고, 연기는 배우들이 하는 데다 소품이나 미장센은 미술감독이 맡아서 꾸미는 걸요. Image
그래서 저는 감독이라는 직업을 ‘일관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그 주안점이 연기 지도에 있고 한국에서는 시나리오에 있어서 해외에선 연기 지도력, 한국에서는 시나리오 작성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되기는 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감독들은 ‘일관성을 줄 수 사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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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Nov
나기사 카오루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Image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본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영향을 받은 기획이었기 때문에 <세일러문>의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를 공동 연출자로 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본인의 성미에 맞지 않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Image
참고로 안노 히데아키가 얼마나 <세일러문>의 광팬이었냐면, ‘어떤 장면’을 본 안노 히데아키는 감동을 받아서 울었다고 합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왜 감동을 받아서 울었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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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ov
다음 타래는 드디어 대망의 작품. 제 오랜 근원. 제 오랜 고향. 이쿠하라 쿠니히코 버전의 <은하철도의 밤>, 바로 <돌아가는 펭귄드럼>입니다.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과 달리 어디서 구해 볼 곳도 마땅치 않고 가독성도 좋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니 이 타래 때문에 보시는 건 비추합니다. ImageImageImage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소녀혁명 우테나>를 만든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복귀작입니다. <우테나> 이후 ‘함께 하기 어렵단’ 평을 받으며 후원이 끊겼고, 이쿠하라 본인도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잃고 은퇴해버려 오랜 공백기를 가졌죠. 복귀작이란 타이틀만으로 화제가 됐어요. Image
‘백합’이라는 하위장르를 대중매체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면서 ‘백합의 아버지’로 거론되기까지 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실 이쿠하라는 애니 업계에 돌아오려고 꽤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우테나> 때 보여줬던 난해한 스타일이 도리어 독이 되어 돌아왔죠.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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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ov
제가 언제나 말하지만 이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의 기대도는 엄청나게 높아져 있는 상태라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가 엄청 망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대단하지도 않게 끝나고 찝찝한 상태에서 관객들이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로 “하지만 다음 번에도 서비스 서비스!”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란 란 라란 란 란 란”
나우시카 레퀴엠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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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ov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를 만들기 위해 코믹스 <나우시카>를 그려야 했습니다. 원작이 없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없다는 애니사 임원들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원작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겁니다. ImageImage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나온 후 나우시카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우시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과장된 자연의 힘, ‘메시아’에 기대는 스토리가 영웅주의적으로 보인다는 것 등등.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련의 비판들을 피드백하여 코믹스 연재를 재개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게 있었습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힘을 감춤’이었습니다.

“엥 그 사람이 무슨 힘을 감춰요.”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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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Nov
미야자키 하야오와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같은 정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같은 궤에서 탄생했기 때문일 겁니다.
“제 생각에 우리 세대나 어쩌면 다음 세대는 상상력이 부족한 듯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자살을 하는 거겠지요. 제 생각에 그들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좀 잔인하게 말해서 부모의 시야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모티베이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행복해보이지 않죠. 아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겁니다. 아이들이 교류하는 어른이란 게 부모나 선생 정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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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Nov
오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작품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지브리 타래는 끝이라고 말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질문이 넘치기도 하고. 도입부만 지금 써두고 일하고 와서 저녁에 마저 쓰겠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옥의 강행군이었습니다. 후배가 만들던 작품을 죄다 갈아엎어 다시 만드느라 히사이시 조가 상영 직전까지 촉박하게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요,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까맣게 불타올라 한동안은 단편에 집중하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극장 다음으로 영화의 수요가 높은 장소가 어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비행기입니다. 비행기는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영화 감상의 장소였고 지금도 비행기와 영화는 관련이 깊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같은 경우엔 <국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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