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 할 사람은 '민주주의의 암살자'라 불린 전설적인 마케터, 에드워드 버네이스입니다. PR(Public Relations)라는 용어를 널리 퍼뜨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프로파간다'가 있겠습니다. PR은 프로파간다라는 용어를 거부하며 탄생했죠.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실로 악마적인 마케팅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머리망 PR'입니다. 머리망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의뢰를 받습니다. 버네이스에게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20년대에는 뉴욕 의류공장 화재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문제 인식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버네이스는 여성 노동자의 머리카락이 기계에 끼여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퍼뜨렸고, 이를 공적인 의제로 설정하여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을 위해 머리망을 끼게끔 법제화까지 했습니다.
베이컨 회사에서 베이컨이 잘 팔리지 않는다며 버네이스의 홍보 대행사에 PR을 의뢰하자 버네이스는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아침식사는 황제처럼 먹어야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게끔 의뢰했습니다. 그렇게 베이컨과 계란으로 구성된 '미국식 아침식사'가 완성되었지요.
이렇게만 보면 마케팅 천재일 것만 같은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왜 '민주주의의 암살자'라는 이명을 얻게 되었을까요? 사실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PR이라는 것은 정치 공작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업방식은 사실 대단히 음험했습니다.
하코보 아르멘스 구스만 대통령이 선거에 당선되면서 과테말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섭니다. 과테말라 정부는 유나이티드 프루트사가 소유만 하고 경작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어 민심을 자극하고 있던 땅 40만 에이커를 몰수합니다. (땅을 놀리고 있던 이유는 바나나 질병인 파나마병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유나이티드 프루츠 사는 아르벤스에게 여론조작을 의뢰했고, 아르벤스는 늘 그랬던 것처럼 PR이라 포장된 프로파간다를 실시합니다. 아르벤스의 목적은 단 하나: 과테말라의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르벤스는 기자와 취재원들을 모아 금전적인 후원을 시작했고, 이들에게 좌파 정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쓰도록 했습니다. 학자들을 찾아가 과테말라 정부 지도자의 언어를 분석하니 1만 7천개 단어가 소련의 프로파간다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도 만들었죠.
CIA의 지원을 받은 200명의 인원들이 국경을 넘어 쿠데타를 일으키자 버네이스는 이들을 '자유의 군인'이라 포장합니다. 그렇게 합법적으로 들어섰던 과테말라 정권은 무너지고, 친미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됩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분명한 기회주의자였습니다. 트렌드를 재빠르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반전주의가 팽배해 있었던 베트남 전쟁에서는 재빠르게 편을 갈아타기도 했습니다. 버네이스의 이념은 자본주의였고, 그는 실로 자본 시장의 확성기였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이런 선전 전략을 가장 열정적으로 이용한 아류 집단이 바로 나치이고, 괴벨스입니다. 괴벨스가 존경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에드워드 버네이스라고 전해지며,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선전의 제왕답게, 버네이스는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선전 이론을 담은 책들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괴벨스는 그의 책들 중 <공공 여론 결정하기>를 연구하여, '유태인 박멸 캠페인'에 응용합니다.
훗날 나치의 선전 전략이 자신의 아류였다는 것을 알게 된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유대계라는 사실입니다.
-끝
여기부터 실수로 아르벤스라고 쓴 부분들이 있는데 버네이스입니다. 글 쓰다가 머리에서 이름이 섞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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