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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6, 2021 431 tweets >60 min read Read on X
두근두근 추잰 미연시♡ ImageImage
스물여섯살 김지추. 연애 안한 지 일 년 넘었지만 한창 일하기 바쁘다보니 연애할 생각도 굳이 안 들었을 것 같음. 분명 그랬는데 어느 날.. 핸드폰 바꿨다가 알람 끄고 있어서 있는 줄도 모르고 살던 어플에서 알람이 쏟아진 거지. 지추 스무살초반에 몇 번 써보고.. 마지막 애인이랑
헤어졌을 때 홧김에 다시 깔아서 들어가본 이후로 들어간 적도 없을 만큼 관심 없었는데 알람 와있는 거 보고 계정 동결시키기 전에 한 번 궁금하니까 봐본다고 알람 온 거 쭉 봤을 거야. 그런데 그 중에 사진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겠지. 뒷모습에서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리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진인데.. 사진 속 여자의 분위기가 어쩐지 마음에 들어서 지추 계정 동결 안 시키고 그 여자만 남겨서 어플로 연락 보내보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올해로 서른세살이 된 김잰이였으면.
지추 자길 잰이루븨재인킴으로 소개한 여자와 며칠 어플로 연락 주고 받다가 카톡으로 넘어가선 사진도 주고 받았겠지. 지추 먼저 잰이 사진 봤는데.. 흠칫했을 듯. 얼굴 제대로 나온 사진 보니까 더.. 자기가 좋아하게 생겨서.
지추 그 전에는 그냥 정말 가벼운 호감으로.. 요새 일도 좀 한가해졌으니까 연락 주고 받던 건데 사진 보고선 잰이가 더 궁금해졌을 거야. 그래서 지추가 잰이를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단 생각하고 있었는데 잰이가 먼저 한 번 만나는 게 어떠냐고 그랬을 것 같음. 지추 신중한 성격이라
원래 같았으면.. 며칠 더 조금 연락해보고 만나보잔 식으로 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좋다고 해버렸겠다. 그렇게 해서 정말 그 주 금요일 저녁에 잰이 쪽에서 고른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되는 추잰. 지추 잰이 본 첫인상은 사진으로 봤을 때랑은 또 달랐을 듯. 사진보다 얼굴은 자기 또래 같이
아니 오히려 더 어리게 생각될 정도로 어려 보이는데 하고 있는 악세사리나 입고 있는 옷 따위에서 또래 같진 않은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겼거든. 그리고 지추는 원래 진한 향 별로 안 좋아해서 향수도 잘 안 뿌리는데 잰이한테선 만나자마자 조금 진하게 나는 향수가 왠지 싫지 않았을 거야.
오히려 그 향수 냄새가 더 잰이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았겠지. 어쨌든 그렇게 둘이 저녁 먹으면서 얘기 나누는데 연락할 땐 꽤나 쿨하게 말하던 사람이 얼굴 마주 보고 있으니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는데 그게 꼭 꼬시는 것 같이 느껴져서.. 지추 정말 오랜만에 간질거리는 느낌 느꼈을 듯.
아무튼 그렇게 저녁 다 먹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신 추잰. 사실 지추 원래는 저녁만 먹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잰이랑 더 얘기하고 싶단 생각에 발걸음이 괜히 안 떨어지는 거. 그리고 그런 지추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잰이가 지추한테 먼저 와인 한 잔 더 하자고 그랬으면.
지추 당연히 좋다고 했는데 잰이 자기가 아는 데가 있다며 (지추는 택시 타고 옴) 자기 차 타고 가자고 그래서 얼결에 지추 잰이 차에 타게 됨. 지추 스무살에 따고 차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장롱면허라.. 차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잰이 차는 딱 봐도 외제차라는 것정돈 알겠는 차였을 거.
아무튼 그래서 차에 탔는데 차에서 되게 좋은 향기 나겠지. 잰이 딱 처음 만났을 때 나던 향이랑은 또 다른데 분위기는 비슷하고.. 지추 제가 이렇게 향에 민감한 사람이었나 생각하며 안전벨트 매면 잰이 차 부드럽게 출발함. 그리고 평소에 듣는 건지 작게 팝송 틀어두고 가는데 잰이가 이러는 거.
"면허 있어요?"
"있긴 한데.. 장롱면허예요."
"..그래서 그런가?"
"네?"
잰이 갑자기 묻고 또 약간 웃더니.. 마침 신호 걸려서 고개 돌려 지추 쳐다보면서 왜 그렇게 쳐다봐- 이럴 것 같지. 지추 그제야 자기가 차가 출발하고서부터 계속 잰이를 너무 대놓고 빤히 쳐다보고 있단 거 알았을 듯.
지추 또 좀 간지러운데 다 알 거 알지만 안 쳐다본 척 괜히 눈 굴리고 머쓱한 웃음 지으며 정면 봤을 거다. 그러면 잰이 짓궂게 지추 더 쳐다보다가 신호 바뀌어서 어쩔 수 없이 차는 다시 출발했겠네.
그렇게 도착한 와인바. 지추 보자마자 비쌀 것 같은데.. 생각드는 와인바였을 거. 사실 와인 잘 모른다는 지추에는 잰이 그러면 자기가 살 테니까 좋아하는 와인 같이 마시자며 골랐겠지.
"지스씨가 술 잘 못한다고 그래서 도수 많이 없는 거로 골랐어요."
지추 찡긋 웃으며 말하는 잰이에는 고맙다고 했는데.. 정작 나온 와인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지추 얼굴에 열기가 확 오르는 기분이었을 거야. 분명 빨개졌을 것 같은데.. 지추 좀 신경 쓰여서 결국 화장실 가서 얼굴 확인함.
다행히 화장해서 티는 덜 나는데 좀 빨개지긴 했겠지. 아까 보니까 정말 도수 몇 없는 거던데.. 와인은 오랜만이라서 더 그런가.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조금 빨리 마셨더니 그런가.. 아무튼 지추 일부러 도수도 약한 거로 시켜줬는데 얼굴 새빨개져있으면 민망하니까 화장 좀 고치고 돌아갔을 거.
그리고 다시 앉아서 잰이가 하는 얘기 듣고 있었는데 잰이 갑자기 지추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어, 빨개졌어? 하면서 웃었을 거야. 기껏 화장도 고치고 왔더니 바로 들킨 거엔 지추 민망해서 괜히 아닌데.. 이러면 잰이 바로 맞는데, 빨갛잖아 하더니 좀더 가까이 다가와서 지추 쳐다보는 거지.
"목까지 빨개졌네.."
그리곤 하는 말에는 지추 좀 부끄러워지는 기분에 괜히 목 한 번 제 손으로 쓸곤 고개 돌려서 와인 대신 물 홀짝 마심. 그런데 아까부터 쳐다보던 잰이 시선이 계속 느껴졌겠지.
"왜 그렇게 쳐다봐."
"예뻐서."
거기엔 지추 잰이 힐끔 쳐다보곤 말하는데
잰이 바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을 거야. 전혀 안 취한 것 같더니.. 취했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 답변엔 지추 얼굴에 열 확 오르면서도 고개 돌려 잰이 쳐다보면 눈 마주치겠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할 땐 언제고 정작 지추가 쳐다보니까 잰이 얼마 못 마주치고 시선 슬쩍 돌려서 피해.
그런데 지추는 그런 잰이의 입술이 눈에 들어올 것 같음. 빨갛게 바른 레드립이 와인잔에 묻어서 살짝 지워진 입술을 바라보고 있는데.. 키스하고 싶다. 생각들 지추.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나 진짜 취했나? 지추 그렇게 생각하니 더 취기 오르는 것 같은데 잰이 그런 지추 힐끗 보더니 이럴 거.
"너 방금 내 입술 쳐다봤지."
"...응."
어떻게 알았는지 정곡 찌르는 잰이에는 지추 살짝 시선 피하며 지추도 그냥 솔직하게 답해버렸을 거. 아 진짜 취했나보네. 지추 얼굴 더 빨개지는 거 느끼며 물 한 번 더 홀짝 마심. 은근슬쩍 잰이가 계속 지스씨, 이러다가 너, 라고 한 것 때문에 더 그렇겠지..
그런 지추를 잰이 아까 시선 피할 땐 언제고 다시 빤히 쳐다봤을 거. 그리곤 웃더니 와인 한 모금 마셨겠지. 그후론 잰이 와인 한 잔 다 마실 때까지 조금 더 얘기하다가 일어났을 거. 그러는 동안 지추는 와인 더 안 마시고 정신 차리려고 하면서 얼굴만 여전히 좀 붉지 술은 좀 깼는데
되려 잰이가 좀 취했으면 좋겠다. 사실 잰이도 마찬가지로 술이 전혀 세진 않았거든.. 취했는지 아까보다 더 웃으면서 은근슬쩍 팔짱 끼고 몸까지 기대는 잰이에는 지추 괜히 숨 한 번 골랐을 듯.
"대리 불러줄까요?"
"..아니, 자고 가려구."
"네?"
지추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으면 잰이 웃으면서 이래.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서 자고 가면 된다고 자기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다시 한 번 말해주는 잰이에는 지추 머릿속 하얘..지는 게 아니라 빨개지며 심장 쿵쿵쿵 빨리 뛰는데
그런 지추 가까이서 보다가 웃으면서 잰이가 너는 택시 타고 갈거지? 하는 거. 그러면 지추 자기가 오해했구나 생각에 민망해서 괜히 잰이 시선 피하며 작게 네.. 했을 거다.
그리곤 지추 잰이 어쨌든 취한 것 같으니까 데리고 호텔로비까지 같이 가줄 것 같음. 뭐 이따가 호텔 앞에서 택시 부르는 게 편하기도 했으니.. 마찬가지로 또 비싸보이는 호텔에 지추 부자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다가도 술 좀 취해선 흐트러진 자세로 호텔 방 잡고 있는 잰이 보면 기분 이상해짐.
그런데 지추는 원나잇 안한단 말이야. 또 쉽고 빠르게 자는 걸 먼저 했던 관계들은 끝이 안 좋았어서.. 그러니까 지추는 잰이랑 오늘 한 번으로 만남을 끝내긴 싫으니까 오히려 더 망설여지는거. 하지만 이대로 그냥 보내기도 싫은데... 그렇게 지추 혼자 생각 중인데 잰이가 지스씨 하고 불렀겠지.
지추는..
잰이가 이만 가보라고 말하기 전에 지추 호텔 방까지 데려다준다고 하고 정말 잰이 호텔 방문 앞까지 왔겠지. 고맙다고 잰이 인사하고 받은 키로 들어가려고 방문 열었는데 지추가 그 방문 잡더니 그대로 고개 내밀어서 잰이한테 입술 맞출 것 같음.
지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단 끌리는대로 생각한 거겠지. 그렇게 방문 잡고서 키스 이어가다가 잰이가 지추 어깨 살짝 잡곤 떨어트렸을 거다. 지추 고개 뒤로 하고 떨어져선 눈 마주치는데.. 지추 바라보는 잰이 취기가 싹 달아난 얼굴이겠네.
그러면 잰이 지추 한쪽 볼 그러쥐고 입술에 짧게 키스해줬으면.
"취했어."
"......."
"안 어울리는 짓 안해도 돼."
그리곤 잰이 옅게 웃으면서 말하고 지추 볼 톡 치더니 방에 들어가버리는 거. 지추는 그렇게 잰이가 방에 들어갈 때까지 멍하니 있었을 것 같음.
지추 그날은 그렇게 닫힌 방문 멍하니 보고 있다가 옆방에서 다른 사람들 나오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 차렸을 것 같지. 지추 정신 차리고선 제가 너무 급했구나 생각들었을 듯. 아니면 안 어울리는 짓 할만큼.. 잰이한테 이미 푹 빠졌거나. 어쨌거나 지추 그날은 그냥 그리고 돌아갔을 거.
그런데 그날 이후로 지추 잰이 답장이 조금 느려진 느낌 들었겠지. 그날 그래도 분위기 좋지 않았나.. 아니 역시 붙잡았어야 했나... 지추 잰이 답장 기다리며 그런 생각 했을 거다. 그러면서 지추 일할 때도 잰이 생각에 자꾸 핸드폰 들여다 보고 그럴 것 같음.
그래서 지추가 궁금해하는 잰이의 사정은 어땠냐면.. 그러니까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면 잰이는 딱 느낌이 오는 거잖아. 대충 지추가 어떤 사람인지. 어플 같은 데 흔하디 흔한 그런..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과는 지추가 전혀 다른 과의 사람이라는 걸.
루븨재인, 그러니까 김잰이는 평생 사랑에 치여 산 사람이었거든.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유학 가서 지낸 잰이.. 화려한 연애 경력을 갖고 있었음. 어렸을 땐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연애하고 섹스하고..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을 만났을 테고 그만큼 많이 상처 받고 반대로 자신도 상처를 줬을 거다.
그런데 지추는 그런 자신과 딱 다른 과였다는 거지. 제 감정도 제대로 정리 안됐으면서 지추랑 연락 중인 자신과는 달리.
잰이 정말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잰이는 그렇게 만난 모두를 사랑했음. 비록 그들은 믿지 않았어도.. 잰이 얼마 전까지 만나던 전애인도 마찬가지였고. 잰이 원래 연애주기가 짧은데 그래도 전애인과는 꽤 오래 만났지만 그러는 와중에 헤어졌다 만났다 반복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러다 이번에는 진짜 헤어진 거지. 정말로. 그리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잰이 조금 홧김에 어플에서 본 지추한테 연락한 거였을 듯. 잰이 지추랑 연락 주고 받으면서 얘도 가볍게 생각하는 거겠지 싶었으니까 잰이도 정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자고 했겠네.
사실 잰이는 그냥 하룻밤을 함께 보낼 사람이 필요한 거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전혀 안 그럴 것 같았던 지추가 그렇게 다가오니까 잰이가 한걸음 물러서게 됐을 거. 되려 취기가 확 달아났겠지. 자기를 바라보는 지추의 눈빛이 잰이에겐 너무 뜨겁고 무겁게 느껴져서.
그런 잰이를 알리 없는 지추는 마냥 애탔을 거다. 보고 싶은데.. 만나고 싶은데.. 다음에 언제 만날지를 안 정하고 헤어졌으니 연락해서 정해야하는데 지추 제가 너무 급한가 생각에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약속 잡기 망설여지는 거. 지추 분명 그랬는데.. 밤에 혼자 있으니 더 잰이 생각이 났을 거다.
뭐하는지 하루종일 답장이 없는 잰이가 밉기도 했고..
[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추 홧김에 1이 사라지지 않는 메세지들에 보고 싶단 말을 쌓아 올렸겠지. 그런데 지추 보내놓고 좀 후회돼서.. 망설이다가 5분 안에 안 보면 그냥 삭제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때 1이 딱 사라졌을 듯.
지추 화면 보고 있다가 1 사라진 거 보고 심장 쿵쿵쿵 빨리 뛰는데 그때 잰이한테서 답장이 아닌 전화가 왔겠네.
[이쪽으로 올래?]
지추 전화 받자마자 잰이 조금 나른해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을 거. 목소리도 그렇고.. 반말하는 거 보면 취했나 하고 지추 생각하는데 곧이어
잰이가 자기 어디 바에 있다고 말해줬을 듯. 그리고 지추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잰이 전화 끊어버림. 지추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핸드폰 바라보다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을 거. 바로 방금 잰이가 말해준 곳으로 가려고.
잰이는 오늘따라 좀 외로워서 혼자 칵테일바 가서 술 마시고 있었을 거다. 그러다 조금 취했는데.. 지추한테서 보고 싶단 카톡이 온 거였겠지. 잰이 지추 연락 안 보고 있었으면서 보고 싶다고 온 카톡은 바로 보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지추한테 전화한 거겠다. 아까도 말했듯 잰이는 오늘 외로웠거든.
그리고 정말 얼마 후 지추 잰이가 있는 바에 도착했을 거. 문 열고 들어가면 잰이 혼자 앉아서 술잔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보였겠지. 지추 잰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서면 잰이 그제야 시선 올리고 둘이 눈 마주침.
그렇게 눈 마주치고선 잰이가 곧 살풋 웃겠네. 그리곤 앉아, 이러는 잰이에 지추 잰이 맞은 편에 앉음.
"뭐 마실래?"
"술은 괜찮아요."
지추 잰이가 취해보이니까 자긴 안 마시려고 괜찮다고 하는데 잰이는 직원 부르더니 자기가 마시던 술이랑 같은 거 시킬 거다.
"마시라고 시킨 거 아니야. 마시는 척만 해줘."
혼자 마시면 외롭잖아. 그리곤 이러는 잰이에 지추 그냥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였겠지. 그리고 정말 곧이어 나온 술 지추는 안 마시고 그냥 마시는 척 들어서 잰이랑 짠만 해줬겠다.
잰이 많이 취한 것 같았는데 막상 말은 잘할 것 같음. 저번에 만났을 때처럼 방긋방긋 웃기도 하고.. 그런데 지추는 엄청 신경쓰이겠지. 아까 자기랑 눈 마주쳤을 때 잰이 표정이 어딘가 서글퍼 보였거든. 금방 웃긴 했지만.. 지추는 신경 안 쓰일 수가 있나. 그런데 그런 지추를 아는지 모르는지
잰이 술 한 모금 마시곤 진짜 올줄 몰랐는데.. 하고 중얼거릴 것 같음. 지추 그 말 듣곤 괜히 마시지도 않는 술잔 만지작거리다 입 열 거.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나랑 하고 싶어?"
"...그러려고 온 거 아니야."
그런데 대뜸 하고 싶냐고 묻는 잰이에 지추 입술 잘근 물곤 대답함.
"그쪽은.. 그러려고 나 불렀어요?"
"...아니."
지추 애써 차분하게 물으면 잰이 조금 뜸들이다가 아니라고 하겠지. 지추 살짝 시선 내리고 있는 잰이 빤히 쳐다보는데...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을 거다.
"그쪽 말대로 저번엔.. 안 어울리는 짓 한 거 맞아요. 하지만.."
"......."
"잰이씨를 보고 있으면 자꾸.. 안 어울리는 짓을 하고 싶어져."
지추 잰이 바라보고 말 잇다가 끝내 고개 옆으로 돌려버림. 방금 거의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지추 시선 내리니 손 끝에 닿은 술잔이 보였겠지.
지추는
지추 목이 타서 그냥 손에 잡힌 술잔 원샷 해버림. 그리고 술잔 내려놓는 지추를 잰이 빤히 쳐다보다가 옅게 웃겠지.
"하기 싫다며."
"..하기 싫다고 한적 없는데."
지추 놀리듯 말하는 잰이에는 불퉁한 표정으로 대답함. 그런 뜻으로만 한 말은 아니었는데 잰이는 그런 뜻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건 왜 혼자 마셔. 같이 마시자니까."
"......."
"얘기나 해줘. 재밌는 얘기."
그런데 잰이는 비어있는 지추 잔에 혼자 짠하고 한모금 마시더니 이러는 거네. 말 돌리는 잰이에 지추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지추 그 장단에 맞춰줄 것 같음.
그렇게 다른.. 이런저런 얘기 하고 있다가 지추 아까 마신 술기운이 뒤늦게 확 올라와서 완전 취할 듯. 사실 잰이가 시켜준 술 양은 적어도 도수는 높은 칵테일이었거든.. 지추 가뜩이나 술 못하는데 도수 높은 술을 원샷했으니.. 당연히 취하고도 남지. 지추 얘기하다가 갑자기 잠깐만요.. 하더니
머리 핑 돌고 어지러워서 앞으로 쓰러져 테이블에 그만 머리 박을 뻔할 것 같음.
"아 나 왜 이러지.."
"왜 이러긴. 지스씨 취했어."
잰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하더니 조금 남아있던 술 마저 마시겠지. 그리고 일어나더니 계산하고 와선 정신 못 차리고 테이블에 거의 엎어져 있는 지추 일으켜 세움.
당연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지추 겨우 잰이한테 매달려서 서있는 걸 잰이가 바로 옆에 있던 호텔로 그냥 데려갈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지추 정신 없어서 자꾸 혀는 꼬여서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했거든.
"언니.. 진짜 예쁘다.."
그러니까 이런 말들.. 힘들어서보단 얼굴은 새빨개져선
정신 못 차리고 그러는 지추 때문에 얼굴 좀 붉어졌을 잰이. 어쨌든 잰이 어찌어찌 호텔 방에 마지막에는 지추 끌고 들어와 침대에 일단 눕혔을 거. 잰이 지추 여기까지 데려오는 거 힘들어서 벽 짚고 헥헥 거친 숨 몰아쉴 듯. 얘 진짜 힘들었는지 술도 거의 다 깼을 것 같지..
항상 술 취해서 부축받는 건 원래 잰이 몫이었으니.. 이렇게 누굴 부축하고 챙겨서 데려온 건 거의 처음이었거든. 정작 이렇게 잰이를 힘들게 만든 지추는 세상 모르고 침대에 누워서 잠든 것 같았지만...
잰이 그렇게 숨 좀 고르고나서 술 취해서 자는 거면서 얌전하게 정자세로 자고 있는 지추 옆으로 다가갈 듯.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서 자고 있는 지추 빤히 쳐다볼 잰이. ..아 진짜 따먹고 싶다. 잰이 그렇게 지추 빤히 보고 있다가 작게 중얼거릴 거.
"미안.. 상처주기엔 너무 예쁘다, 네가."
뒤이어 잰이 옅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남. 그리곤 짐 챙겨서 호텔 방 나가는 잰이. 지추만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잠들어있었겠지.
지추 일어나보면 잰이 없었을 거. 일어났더니 덩그러니 혼자 호텔에 남겨진 거 확인하곤 지추 한숨 푹 내쉬며 머리 쓸어넘겼겠네. 어제 기억은 잰이가 저를 침대에 눕혔던 것까지 다 나는데.. 마지막에 잰이가 뭐라고 했는지는 안날 듯. 그래도.. 실수한 건 없겠지? 지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나감.
그런데 그날 이후로 잰이한테서 연락이 아예 없을 것 같음. 고백이나 다름 없는 말을 했는데 그후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차였구나 싶을 지추. 그래서 지추도 굳이 연락하지 않았을 거. 그냥 빨리 마음 정리하자고 지추 생각했겠지. 어차피 두번밖에 만나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지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가끔 잰이 생각이 나긴 할 거다. 지추 자신이 생각보다 더 잰이에게 진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 하지만 그러면 뭐해.. 그 여잔 전혀 아니었는걸. 지추 그렇게 생각하며 연락하고 싶어질까봐 차단하고 잰이 번호도 지웠을 듯.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지추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가끔 어플 들여다보기도 하며 지내고 있는데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도 다가왔겠네. 젤 친한 친구니까 지추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부케를 선물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함. 그런데 이왕이면..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거.
그리고 마침 지추 집 주변에 플라워카페가 있었거든. 전에는 그냥 빠르게 지나쳐서 잘 몰랐는데 저번에 친구가 거기서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걸 받았다는 얘기를 했던 게 지추 생각났겠다. 그런데 부케 만드는 것도 하려나.. 지추 곧 한 번 찾아가봐야겠다 생각했을 듯. 그리고 마침 오늘 딱 칼퇴를 해서
지추 퇴근하고 집 오는 길에 있는 플라워카페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 뒤로 누가 봐도 커플처럼 보이는 어떤 여자랑 남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중에 여자가 잰이랑 너무 닮은 거야. 그 여자가 왜 여기에..? 지추 벙쩌서 여자랑 남자 쳐다보다가 여자가 이쪽 쳐다보려는 거에
당황해서 빠르게 플라워카페 지나쳐 가버렸을 거. 그리고 그대로 집까지 와버린 지추.. 지추 집 도착하고나서야 점점 정신이 들었겠지. 분명 그 여자였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엔 잰이 같이 생긴 사람은 잰이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런데 지추 생각할수록 빡칠 것 같네.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나랑 그런 거야? 그러니까 찬 거네. 자긴 그냥 가볍게 하룻밤 즐기고 끝내려고 했는데 내가 진지하게 나오니까. 그러면 처음 만난 날은 왜 돌려보냈는데? 설마 만나보니 내가 노식이었다 이거야? 그런 말도 안되는..
지추 이런저런 생각들면서 너무 화나고 어이없는 거. 진짜 더러워서 어플 다신 안해야지 생각하며 지추 그래도 그후로 종종 괜히 들어가보던 어플 아예 계정까지 탈퇴함. 그리곤 매운 거 시켜먹으며 지추 그 플라워카페도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생각해보니 왜 자기가 피해야하나 싶은 거지.
자긴 잘못한 게 없는데 말이야. 지추 그런 생각으로 플라워카페 인스타 들어갔다가 그날 바로 홧김에 원데이 클래스 예약해버렸으면. 다시 마주치면 그땐 절대 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지추였겠다.
그리고 며칠 후 예약한 원데이 클래스 들으러 다시 플라워카페 방문한 지추. 지추 정말 홧김에 예약한 것도 없지 않아 있어서.. 당일 되니 이런 건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하는 걱정이 들긴 했을 거다. 그래서 조금 긴장한 채로 저번엔 그냥 보고 지나쳤던 문 드디어 열고 들어갔는데
"어, 클래스 받으러 오신 거 맞죠?"
그런 지추를 반겨주는 건 저번에 봤던 그때 그 여자야. 지추 잰이를 똑닮은 그 얼굴 보고 그대로 살짝 굳는데 여자는 씽긋 웃으며 지추한테 여기 앉아주시면 된다고 안내까지 해줌. 아무리 다른 사람들도 있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굴 수 있지?
지추 여전히 웃고 있는 여자 힐끔 보며 생각하는데 때마침 여자랑 눈 마주치고 지추도 애써 옅게 웃었을 거. 마음 같아선 나 왜 모른 척하냐고 하고 싶은 거 다른 사람들도 다 있으니까 지추 표정관리 하는 거지. 아무튼 그렇게 어찌어찌 클래스가 시작되고 지추 일단 시키는대로 따라서
꽃꽂이 하는데 아무래도 좀 이상한 거야. 그러니까 저번엔 제대로 못 봐서 몰랐는데 사실 이 여자가 이 카페의 주인이자 플로리스트였다는 건데.. 분명 전에 들었던 거로는 잰이는 무슨 로펌에서 일한다고 했었거든. 다 거짓말이었나..? 하긴, 남친 있는 것도 숨겼는데 직업 정도 거짓말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지. 지추 이런 생각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봐주고 있던 여자가 자리 옮겨서 지추 봐주러 왔을 거. 지추 옆에서 이렇게 하라 하는 말은 대충 들으면서 가까이 다가온 여자 제대로 쳐다보는데.. 이상한 게 또 있음. 전에 봤을 때랑 분위기가 너무 달랐거든. 말하는 투나 스타일은
그렇다쳐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딴판이란 말이지. 생긴 건 분명 똑같은데.. 아니 자세히 보니 생긴 것도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설마 쌍둥이..? 그런데 나이는 이쪽이 볼수록 더 어려보이는데....
"지금 듣고 계시는 거 맞죠?"
"네?"
지추 설명 안 듣고 이런저런 딴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알았는지 살풋 웃으면서 이랬을 여자. 지추 괜히 민망해져서 어색하게 웃으면 여자 더 씽긋 웃으면서 다시 설명해줬을 거야.
"부케는 친구분한테 선물하시는 거예요?"
"아, 네.. 그런데 너무 어렵네요. 그냥 사야할까봐요."
"아니에요. 너무 잘하고 계시는데요?"
여자 이러면서 해맑게 웃는데 그 웃음도 잰이랑 닮은 듯 또 다른 느낌임. 진짜 그 여자가 아닌 건가..? 지추 그런 생각 드는데
"부럽다- 제 친구들은 이런 거 절대 안 해줄 것 같은데.."
"..네?"
"결혼식에서 난리나 안 치면 다행인 정도라니까요."
여자가 이런 얘길 하는 거잖아. 뭐? 결혼식? 지추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면 여자는 왜 그러냐는 듯 상냥한 웃음 짓겠다.
"저 혹시.. 결혼하세요?"
"아, 아직 정한 건 하나도 없어요.. 얼마전에 프로포즈를 받긴 했지만.."
여자 좀 민망한지 손으로 입 가리며 수줍게 웃는데 그 손에 누가 봐도 커플링처럼 보이는 반지가 껴져있을 듯. 빛나는 반지 힐끔 쳐다보며 아무래도 지금 제 앞에 있는 여자는
잰이가 아닌 것 같다고 지추 생각함.
"아, 제가 너무 티엠아이를 말했죠?"
"아니에요.. 그런데 혹시.."
"네."
"저 기억 안 나요?"
"네?"
지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자 떠보는데 여자 지추 질문에 음.. 하면서 기억 되짚어보는 표정이 진심인 거잖아.
"죄송해요. 잘 모르겠네요.. 이상하다... 고객님 같은 분을 제가 기억 못할리는 없는데."
그리고 좀 고민하던 여자 이렇게 말하더니 다른 사람이 불러서 그쪽으로 다시 갔을 거. 어쨌거나 지추는 확신할 수 있었겠지. 잰이가 아니구나, 하고.
하지만 그후로도 지추 자꾸 꽃보다는 여자 훔쳐보기 바빠 부케는.. 완성은 했는데 상태는 영 그랬을 듯. 그냥 사야겠다.. 지추 속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 다 나갈 때까지 잠시 기다림. 그리고 혼자 남은 여자가 아직 안 간 지추 발견하고 다가오면 말 걸 지추.
"아까 제가 했던 말은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헷갈렸나봐요."
"아.. 그쵸? 저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란 건 무슨 뜻이에요?"
"네? 아 그건.. 고객님처럼 예쁜 사람 처음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말해놓고 민망한지 잰이 들고 있던 꽃 뒤로 살짝 숨는데
거기서 웃음이 났을 지추.
"선생님, 전 김지스예요."
"...전 김재니예요, 지스씨."
지추가 먼저 말하면 수줍게 웃으며 말했을 재니겠다.
*
서른세살 김잰이와 스물일곱살 김재니. 똑닮았지만 나이도 다르고 분위기도 딴판이 두 사람은 사실 이부자매야.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는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닮았냐 하는 것은.. 어머니 취향이 소나무라서 전남편과 현남편이 정말 비슷하게 생겼거든. ImageImage
하지만 잰이와 재니 두 사람이 친하진 못했을 듯. 잰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재니의 아버지와 재혼하고 재니가 태어나게 된 건데 그리고 몇년 후 잰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거든. 그렇게 유학 간 잰이는 고등학교까지 뉴질랜드에서 졸업해
대학을 미국으로 진학하고 이후 취직도 미국에서 한 반면, 유학 가기 싫었던 재니는 한국에서 쭉 산 덕에 잰이가 가끔 한국에 돌아올 때나 얼굴 보는 사이였을 둘. 그것도 잰이가 취직한 후론 바빠서 한국에 거의 못 와서 얼굴도 못 봤을 거. 그나마 몇년 전부터는 잰이도 한국에서 지내게 되긴 했지만
얼굴도 제대로 못 본 기간이 긴 만큼 절대 친하지 못한 자매였겠네. 그리고 그중 동생인 재니. 언제나 무난한 사랑만 해왔을 재니 얼마 전에는 꽤 오래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했겠지. 그러던 중에 재니 요근래 부쩍 친해진 손님이 한 명 생겼을 거. 그게 바로 지추지.
저번 원데이 클래스 때 이름은 튼 두 사람.. 그리고 얼마 후 주말 낮, 지추가 다시 플라워카페를 찾았을 거다. 어색함에 커피만 쪼로록 마시고 있던 지추 옆에 앉아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재니였을 듯. 사실 재니 플로리스트 일하며 많이 극복하긴 했지만 그래도 낯을 꽤 가리는 성격인데
지추랑은 친해지고 싶어서 용기내 말 건 거였겠다. 아무튼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두 사람은 그후로도 지추가 퇴근하고 거의 매일 플라워카페에 들르면서 말도 까고 꽤 친해지게 된 거였을 거. 그리고 오늘은 카페 문 닫고난 후에 클래스도 없는 날인데
재니가 먼저 자기가 다시 알려주겠다고 해서 부케 한 번 더 같이 만들어보기로까지 했을 거. 사실 지추 그날 만든 부케는 그냥 그대로 제 집에 뒀거든. 친구 결혼식까지 좀 남기도 했고.. 그래도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좋은 걸 해주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알고 재니가 더 아쉬워하다가 결국
이렇게 한 번 더 알려주겠다고 한 거였겠네.
"언니도 만들 거야?"
"응, 같이 만들자고 그랬잖아."
그런데 이번엔 클래스도 아니니 재니 자기도 같이 만들겠다며 두개분을 준비했을 거. 부케에 쓸 꽃은 재니 자기껀 자기가 알아서 고르고 지추껀 재니가 옆에서 도와줘서 같이 골랐을 듯.
그리고 다른 사람도 없어서 저번과 달리 오늘은 단둘이 나란히 앉았을 거. 이것저것 알려주려면 아무래도 나란히 앉아있는 게 편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지추 재니 때문에 부케 만들기에 한 번 더 도전하게 됨. 그리고 재니가 뭐 알려준대로 지추 하고 있는동안 재니는 다 하고 기다려주고 있는데
지추 낑낑 혼자 하다가 안되니까 옆에 재니한테 주면서 찡찡댔으면 좋겠네. 재니 지추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어어? 하고 당황했다가 지추가 빨리 봐달라고 한 번 더 앙탈부리면 일단 봐줄 것 같음. 그러면 지추는 못한거 재니는 뚝딱뚝딱 한 번에 바로 했겠지.
"왜 난 안되지.."
"안되면 언니가 해줄게."
지추 시무룩해져있으면 재니가 옆에서 이러는데 지추 됐다는듯 치, 바람 빠지는 소리 낼 거. 그런 지추 재니 엄청 귀엽다는 듯 쳐다보다가 슬쩍 뭐 하나 물어볼 것 같다.
"그런데 지스야, 너는 언니나 오빠 있어?"
"응,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는데."
막내야, 나. 당당하게 자기 가리키며 말하는 지추에 재니 너무 쉽게 웃음 터질 듯.
"언니는?"
"나도 막내야. 언니 있어."
아아- 지추 재니 대답엔 고개 끄덕였다가.. 괜히 여전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혹시 쌍둥이? 하고 물으면 재니 고개 저으며 아니라고 나이 차이도 꽤 난다고 그랬겠지.
지추 지금은 괜찮은데 처음엔 재니가 잰이랑 너무 닮아서 어색했을 정도였을 듯. 같은 사람인가 착각될 정도로 닮았으니까. 사실 지금도 신기해서 자꾸만 나이 다른 것도 알면서 쌍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 거였겠지. (자매가 그렇게 닮았을 거라곤 생각 못하는 지추...)
물론 지금은 두 사람을 같이 두고 봐도 당연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라고 지추 생각했을 거.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정말 닮아서...
"왜 그렇게 쳐다봐?"
지추 자기도 모르게 하던 거 멈추고 쳐다보고 있으면 재니 민망한지 지추 힐끔 쳐다보며 이러는 거네.
지추 그 말에 더 뜨끔해서 아무것도 아니야, 하며 널부러져 있는 꽃 만지작거릴 것 같음. 그리곤 지추 괜히 머리 쓸어넘기며 재니 힐끗 보는데 재니 입술 삐죽이고 있겠지.
"언니 나 이거 알려줘."
지추 피식 옅게 웃곤 물으면 재니 또 금새 웃으면서 뭔데? 이럼. 재니 항상 이런 식으로
별것도 아닌 거로 입술 삐죽대고 잘 삐졌는데 그럴 때마다 지추가 먼저 다가가기만 해도 재니 지금처럼 또 금방 풀렸거든. 아무튼 그렇게해서 재니 지추가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거 알려주려는데 시범 보여주려다가.. 재니 자기꺼는 이미 해서 지추 꺼로 알려주는 거. 그런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둘의 손이 맞닿았으면 좋겠다. 지추 맞닿은 손 한 번 봤다가 눈 흘겨 재니 쳐다보면 재니랑 딱 눈 마주치겠지. 재니 지추랑 눈 마주치고 뭐라도 들킨 사람처럼 움찔하곤 시선 돌릴 것 같음. 하지만 지추는 그러지 않고 계속 재니 보고 있는 거. 그런데 저절로 종알종알 말하고 있는 재니 입술에
시선이 갔을 지추. 그리고 지추 자기도 모르게 그때 했던 키스를 떠올릴 것 같아. 그러니까 잰이랑 했던 키스를.
"왜?"
지추가 자꾸 자기 쳐다보고 있으니까 재니 못 참고 힐끔 지추 쳐다보곤 물으면 지추는 그제야 그냥 어색하게 웃으면서 맞닿은 둘의 손에 시선 고정하겠다.
그러면 재니 이번엔 입술 삐죽이면서 볼까지 빵빵됨.
"아 뭔데에-"
"뭐, 그냥 쳐다본 건데?"
"..나 설마 뭐 묻었어?"
재니 걱정스러운 투로 물으면 지추 웃으면서 그런거 아니야- 하며 재니 볼 톡 쳐줄 것 같음. 그리곤 지추 자연스럽게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거라고? 하면서 말 돌리는데
재니는 그 작은 터치에 귀 좀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면 좋겠다. 재니 애써 부끄러운 티 안 내며 다시 알려줬겠지. 어쨌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둘 다 완성은 했는데.. 지추 이번에도 그닥 마음에 들진 않을 것 같음. 이번엔 일부러 친구가 좋아하는 꽃으로 신경써 골랐는데도 말이야.
지추 옆에 전체적으로 보랏빛의 예쁜 재니가 만든 부케 봤다가 자기가 만든 부케 보니 더 초라해보여선 시무룩해질 거. 그렇게 지추 시무룩해져서 입술 툭 튀어나와있는 걸 힐끗 보던 재니..
"지스야."
"응?"
자기가 만든 부케 지추한테 건네줄 것 같음. 지추 물음표 띄운 표정으로 Image
재니 보고 있으면 재니 멋쩍게 웃으면서 주저리주저리 이러는 거지. 어차피 나는 이거 가지고 있어봤자 쓸데 없어 등등.. 결국 지추 보고 그냥 가지라는 거였는데 지추가 이걸 어떻게 그냥 가져. 이런 게 하나의 얼만데..
"아니 이게 왜 쓸데가 없어."
"쓸데 없는데?"
"여기서 팔면 되잖아."
"아 됐어, 팔려고 만든 거 아니야."
하지만 괜찮다고 고집 부리는 지추보다 재니의 고집이 더 쎘을 거다.
"너랑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래."
재니 결국 이러면서 아예 지추 품에 꽃다발 쥐어줬을 거. 어우, 진짜.. 지추 어이없다는 듯 한숨 옅게 쉬면서도 그러면 그냥 받을 수밖에 없지.
그러면서 속으론 친구 주려고 만드는 부케인데 나랑 어울리는 게 무슨 상관이지? 하고 생각하고..
"정그러면 이거 나 줘. 그럼 됐지?"
그래도 지추가 미안한 표정 짓고 있으면 재니 지추가 만든 꽃다발 뺏어가면서 이럴 거. 물물교환이 안되는거 이건.. 지추 작게 중얼거리면 재니 된다면서
지추가 혹시라도 돌려줄까봐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지추 빨리 집으로 보내버릴 거야. 그렇게 어쩌다보니 재니가 만든 예쁜 부케 들고 집에 온 지추. 금방 다 말라버린 저번에 제가 만든 부케 옆에 일단 세워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그냥 받긴 좀 그렇잖아. 사실상 클래스도 무료로 해준건데..
그래서 지추 재니한테 보답해야겠다 생각했겠다. 그래서 지추 재니 카페 일찍 문닫는 날에 저녁 사기로 함. 둘이 항상 카페에서 봤던 게 다라서 카페밖에서 보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처음일 것 같음. 카페에서 항상 단정하게 입고 있던 재니였는데 배가 다 드러나는 흰색 크롭티 입은 거 보곤
지추 괜히 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을 듯. 아니 그러면 뭐해.. 결혼할 남친도 있는 사람인데. 지추 새삼 그 사실이 떠올라 재니 왼쪽 손 보는데 항상 네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오늘 하필 없는 거잖아.
"반지 안 꼈네?"
"어? 으응.."
반지 안 낀 건 처음 봐서 지추 재니 손 슬쩍 가져와
보며 물었는데 재니 지추 눈치보며 대답하는 거잖아.
"헤어졌어?"
"아, 아니 그건 아니구 그냥...."
재니 말끝 흐리며 말하는데 지추는 그런 재니 힐끔 보곤 딱 봐도 싸웠네 생각함. 헤어졌으면 더 좋았을 텐데.. 거기에 더해 이런 생각도 해버렸을 지추.
사실 지추 예상과 달리 재니 남친과 싸우진 않았을 듯. 그냥 요즘 잘 안 보고 있긴 했는데.. 재니 항상 끼던 반지 씻을 때 뺏다가 옷 입을 때 끼려고 했는데.. 그냥 다시 내려놨겠지. 그냥... 오늘은 별로 끼고 싶지 않았거든.
어쨌든 둘이 저녁은 재니가 전에 먹고 싶다고 얘기했던 데에서 먹었을 거다. 재니는 괜찮다고 했는데 지추가 그냥 카드 긁어버렸을 거고.. 그런데 재니 끝나는 시간 때문에 밥을 좀 늦게 먹기 시작했더니 다 먹고나니 뭘 더 하기엔 애매해서 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차를 가져온 재니가
지추 데려다준다고 해서 같이 차에 타게 됨. 이 사람은 차에서마저 꽃향기가 나는구나.. 지추 조수석에 타선 속으로 생각했을 듯. 플로리스트라서 그런지 재니 딱히 향수도 안 뿌린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항상 재니한텐선 꽃향기가 났거든.
아무튼 그렇게 차 타고 지추 집 앞에 도착했는데 재니 뭐 할 말 있어보이는 게 지추 눈에 딱 보였을 것 같음. 그래서 지추 일부러 도착했는데도 안 내리고 재니 빤히 보고 있었겠지.
"안 내려?"
"언니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결국 지추가 이러면 재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묻겠네.
"이대로 헤어지긴 좀 아쉬워서.."
"......."
"우리 맥주나 한잔씩 더 할래?"
재니 수줍은 얼굴로 지추 쳐다보며 이러는 거. 지추 순간 또 마음이 간질거렸겠지. 하필 핸들 살짝 잡고 있는 재니 손에 반지가 없었으니까.
"맥주? 어디서?"
"그냥.. 뭐 편의점도 괜찮구."
지추 꿍얼꿍얼 말하는 재니에는
옅게 웃곤 그래, 했을 것 같다.
"대신 편의점에서 마시면 모기 물리니까 사서 들어가자."
"응? 어디로?"
"저기가 우리집이잖아, 바로."
지추 이렇게 말하곤 그제야 차에서 내리면 재니도 차 시동 끄고 바로 따라 내렸겠네.
그리곤 바로 집 앞에 있던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거리 사서 지추 집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지추 재니 잠깐 문 앞에 세워두고 집 후다닥 치웠을 듯. 지금 마땅히 다른 어딜 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집으로 데려온 건데 어쨌든 갑자기 데려온 거니 정리는 안되어있었어서.. 지추 차마 못 치운 옷들
침실에 집어넣고 재니 들여보내주면 재니는 기대된단 얼굴로 집에 들어와. 그리곤 사온 맥주 같이 소파 앞 작은 테이블에 두고 둘이 나란히 일단 소파에 앉긴 했는데.. 맥주 보니까 영화가 생각나잖아.
"영화나 볼까?"
"그럴까?"
"응. 언니 뭐 보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너 보고 싶은 거 보자."
지추가 고른 영화는
지추 고민하다가 넷플 키면 찜해둔 작품에 정통 로맨스 영화가 있는 거지. 이거 볼래? 하고 물어보면 재니 그러자고 고개 끄덕끄덕.
"너 로맨스 영화 좋아해?"
"응."
"어벤져스 이런 거 좋아할 줄 알았어."
"나 어벤져스 본적도 없는데?"
지추 웃으면서 영화 재생시킬 듯.
로맨스 좋아한단 말이 정말이었는지 영화 시작하니까 지추 제법 진지한 얼굴 될 것 같음. 그러면 덩달아 재니도 애써 집중해서 영화 보려고 할거. 사실 재니는 의외로 그닥 로맨스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 영화관에서 로맨스 영화 본 것도 남자친구랑만 봤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걸까.
재니 괜히 좀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었을 거야. 나 왜 그러지.. 덕분에 재니 목이 좀 타서 맥주 한모금, 두모금 마심. 그러면서 지추 슬쩍 쳐다봤는데 지추는 여전히 영화에 집중하고 있겠지. 그런데 재니 그런 지추의 옆모습을 감상하듯 쳐다보게 될 것 같음. 영화 본다고 어둡게 거실 불을 꺼서
더 그런걸지 티비 화면의 빛이 지추 얼굴을 비치는데 그게.. 진짜 조각 같았거든. 지금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여배우보다 지추 얼굴이 예쁜데 화면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 잰이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조목조목 감상하고 있는데 시선 느낀 지추가 힐끗 재니 쳐다볼 거. 그러면 재니 황급히
안본 척 시선 돌리면서 손에 들고 있던 맥주 남은 거 다 원샷해버릴 듯. 그리곤 일어나서 냉장고에 넣어놨던 맥주 두 캔 들고 와서 자리에 앉더니 한 캔은 바로 따서 한모금 또 마시는 거지. 훔쳐보다가 들킨적은... 사춘기 시절에도 없던 것 같던 재니.. 지금 불꺼서 다행이지 사실 귀 새빨개졌거든.
"너무 빨리 마시지마."
"..맥준데 뭐 어때."
"맥주도 술이거든? 그러다 진짜 취한다, 언니."
"취하면 네가 책임져야지."
재니 얼굴까지 뜨거워지는 기분이라 볼에 차가운 맥주 대고 지추 힐끗 쳐다보며 이럼. 책임은 무슨 책임.. 지추 헤녀인 재니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목 뒤부터 뜨끈해지는 느낌 들 것 같지. 진짜 헤녀들이 더 하다니까. 지추 속으로 그런 생각하면서 맥주 한 모금 마심. 하지만 지추 그래봤자 맥주 몇 모금 안 마셨는데 그 한 모금에 취기가 훅 오르는 기분인 거야. 취하긴.. 내가 취했나. 지추 작게 중얼거리며 힐끔 재니 쳐다보면
아까부터 계속 지추 훔쳐보고 있던 재니랑 눈 마주쳐.

'I love your eyes.'
'I love the rest of your face, too.'
'I haven't even looked further down and I'm sure it's all fantastic.'

그런데 그때 마침 이런 대사가 들리는 거지. 오늘따라 별이라도 박은 듯이 빛나는 지추의 눈을 마주하고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하트 모양의 입술에 시선이 내려갔을 재니. 그런데 지추가 먼저 시선 돌리고 맥주 한 모금 더 마실 것 같음. 그러면 재니도 그제야 시선 돌리고 영화 보는 척하며 맥주 한 모금 마셔. 지추도 재니도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거다.
그렇게 몇 분은 영화만 얌전히 보고 있었나.. 그러다 재니가 지추 어깨에 폭 기댔을 거야. 여긴 팔걸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떨어져 있는게 재니는 마음에 안 들었거든. 지추 재니가 제 어깨에 기대면 재니 힐끗 쳐다보곤 자세 잠깐 고쳐 앉은 뒤 다시 영화 볼 거다.
그후엔 재니 말문이라도 터진 건지 종알종알 영화 보면서 얘기하면 지추도 같이 얘기하면서 영화 볼 두 사람.
"너는 저런 능력 가지면 어떡할 거야?"
"복권 번호 미리 보고 돌아가서 복권 살건데."
"치, 재미없어."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현실적인 지추 대답에 재니 실망이라는 듯 이러겠지.
"그럼 언니는 어떡할 건데?"
"난.. 몰라."
"뭐야, 시시하게."
재니 속으로 오늘 하루를 한 번 더 반복하고 싶단 생각 했다가 대답 얼버무렸을 거. 재니 오랜만에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좋았거든. 지추랑 있는 시간이..
그런데 그렇게 영화 잘 보다가 끝에 가선 재니 살짝 졸 것 같음. 지추가 손 톡톡 쳐줘서 재니 다행히 영화 결말은 안 놓치고 봤겠지.
"영화 재미없었어?"
"아니 재밌었어."
"졸았으면서."
"..그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재니 민망한지 볼 빵빵하게 부풀리고 얘기하면 지추 귀엽다는 듯 피식 웃음.
그런데 영화 다 보고 나니까 문제가 생겼네. 재니 차 가져왔는데 맥주 마셔서 이제 운전 못하는 거.. 대리라도 불러줘야 하나 지추 생각하고 있는데
"나는 자고 가도 되는데.."
"응?"
재니가 지추 눈치 보면서 이러는 거지. 아 진짜.. 내가 자기 보고 아까 무슨 생각을 한 줄 알고....
지추 아까 눈 마주쳤을 때 순간 들었던..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충동 다시 생각나서 괜히 혼자 얼굴 좀 붉어질 것 같음. 하지만 재니가 이런 걸 알리가 없잖아. 남자친구까지 있는 사람인데 뭐..
"그래, 그럼 자고 가."
괜한 오해하지 말자고 지추 생각하며 그러라고 했을 거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갑자기 지추 집에서 자고 가게 된 재니.. 다행히 둘이 체격도 비슷해서 잠옷 같은 건 지추가 다 빌려줬을 듯. 하지만 침대는 하나라.. 지추 옷장에 있던 이불 꺼내서 바닥에 깔아주려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데 재니 기분 좋아진 건지 씻고나와선 지추한테 찰싹 달라붙는 거.
그대로 지추 껴안고 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정말 어쩌다보니 지추 재니랑 둘이 같이 침대에 눕게 됐겠네. 그나마 다행인 건 침대가 아주 작진 않단 거였는데 그러면 뭐하냐고.. 재니가 여전히 찰싹 달라붙어있는 걸. 지추 애써 괜한 생각하지말자.. 생각하며 뒤늦게 취기 좀 올라서
조곤조곤 얘기하는 재니 얘기에 집중했을 거. 그런데 재니 자기가 얘기하다가 졸려서 말 느려지고 눈 느리게 깜빡이는 거지. 그래서 지추 손 뻗어 무드등까지 꺼버리면 재니 졸리다는 듯 눈 비비더니 다시 지추 꼭 안아.
"잘자, 지스야."
그리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지추 볼에 쪽 하고 뽀뽀하고 떨어지는 재니. 지추만 놀라서 재니 쳐다보는데 정작 재니는 애기처럼 눈 감고 색색 고른 숨 내쉬고 있을 것 같음. ...진짜 너무해. 자긴 책임도 안 질거면서. 지추 그런 재니 쳐다보며 속으로만 생각하곤 곧 눈 감았을 거다.
그날 이후로 며칠.. 지추 플라워카페에 가지 않을 것 같음. 야근이 잦아져서 갈 수가 없기도 했고.. 좀 여러모로 헷갈려서 지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사실 지추는 며칠 더 안 가려고 했는데 재니가 너 안 오니까 심심하다는 둥, 너 보고 싶어서 꽃도 다 졌다는 둥.. 핑계 대면서
자꾸 오라고 그러길래 결국 주말에 들르기로 했겠지. 재니 어차피 항상 가면 있으니까 굳이 말 안 하고 찾아갔는데 카페에 재니가 없는 거잖아. 뭐지.. 지추 일단 커피 시키고 앉아서 힐끗힐끗 둘러보다가 자주 가서 얼굴 익은 알바생한테 사장님 어딨냐고 물어보니 하필 오늘 낮동안 외출하시고
아직 안 돌아왔단 거야. 그래도 언제 돌아오냐고 물으니까 곧 오실 것 같단 말엔 지추 그냥 커피 마시고 책 읽으면서 기다려야겠다 생각했겠지.
그래서 오늘 하필 재니 무슨 일이 있어서 외출한 거였냐면.. 재니 어쨌거나 남자친구가 있잖아. 결혼까지 약속했고.. 비록 아직 계획된 건 하나도 없지만 공식적인 상견례 전에 그래도 한 번 남친이랑 가족들이랑 만나보게 식사자리를 꽤 전부터 미리 얘기해 잡아놨었겠지.
그리고 그 자리에 누구도 있었냐면 재니의 이복언니인 잰이도 있었음. 잰이가 재니랑 친하진 않았어도 어쨌든 가족이었으니까. 그렇게 만난 식사자리에선 별일 없었을 듯. 그냥.. 무난한 자리였겠지.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도 오갔는데..
"일단 더 생각해보려구요.."
남친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재니가 선수쳐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음. 재니 요즘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았거든. 아직 재니 나이가 스물일곱밖에 안됐는데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나 싶기도 했고..
어쨌든 그렇게 식사자리는 마무리 됐고 남친은 주말인데도 일이 있어서 따로 갔고 부모님도 집에 갔는데 재니랑 잰이 둘이 어쩌다보니 같이 차에 타게 됐겠네. 재니 차댈 때 애매해서 택시 타고 왔는데 잰이가 데려다주면서 한 번도 안 가본 플라워카페도 구경할겸.. 뭐 겸사겸사.
둘이 친하지 않다 뿐이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었으니까.
"언니 오늘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마워."
"아니.. 이런 걸로 뭐.."
하지만 그래도 플라워카페로 가는 차 안은 어색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겠네. 그나마 재니가 먼저 말을 건넸을 거야.
"너는.. 카페는 어때? 이상한 손님은 없고?"
"응. 괜찮아. 이상한 손님은 없구 친해진 손님은 있어."
그러다 재니 지추 얘기엔 혼자 조금 들떠서 이런저런 얘기도 좀 했을 것 같음. 원데이 클래스로 처음 오셨는데 그후로 쭉 자주 오셨다고. 친해져서 얼마전엔 둘이 주말에 저녁도 먹었다고 등등...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카페 앞이야. 잰이 어차피 금방 보고 나올 거니까 카페 앞 골목에 차 대고 재니랑 같이 내림. 그리고 재니가 문 열고 들어가는데
"어, 지스야!"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던 지추 바로 발견하고 지추 부름. 그러면 책 보고 있던 지추 고개 드는데 표정 순간 굳을 것 같지. Image
그리고 마찬가지로 지추 보고 표정 굳은 재니 뒤따라 들어오던 잰이. 그런 줄도 모르고 재니는 지추 오랜만에 봤다는 거에 신나서 바로 쪼르르 지추한테 가. 그러면 지추 뒤에 잰이 슬쩍 보곤 일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재니 반겨줌.
"왜 말도 없이 왔어?"
"응? 아 그냥.. 언니 놀래켜주려고.."
지추 재니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또 잰이 힐끔 쳐다봄. 그 여자 맞지..? 그런데 왜 두 사람이 같이 있지..? 지추 이런 생각에 굳어서 있는데 재니가 김지스- 하고 말꼬리 늘리며 불렀을 것 같음.
"너 뭐야. 나 오랜만에 봤는데 표정이 왜 그래?"
"응?"
"나 안 보고 싶었어?"
재니 입술 삐죽이면서 이러면 지추 그제야 좀 정신 차리고 웃으면서
"아니, 보고 싶었지.."
재니 손목 자연스럽게 잡는데 안 보는 척 그거 다 보고 있었을 잰이. 그리고 재니는 보고 싶었단 지추에 금세 또 빵싯 웃으면서 지추한테 살짝 기댔다가 제 뒤에 있는 잰이 발견하곤 아! 하더니 소개할 거야.
"아, 지스야. 저번에 말했던 우리 언니야."
재니의 소개에 지추 애써 재니 보고 있던 시선 다시 잰이한테 돌리는데 잰이는 옅게 웃고 있을 거임.
"안녕, 우리 오랜만이네?"
그리고 이렇게 인사하는 잰이에는 지추 다시 눈썹 움찔했겠지.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우리? ..그럼, 잘 알지."
"뭐? 어떻게 아는 사인데?"
중간에 낀 재니 어리둥절해선 잰이랑 지추 번갈아보는데 지추는 당황한 듯 입술 앙 다물고 있고 잰이는 아예 씽긋 웃는 거.
"글쎄? 지스씨한테 물어봐."
그리곤 잰이 이러더니 재니한테 안녕 인사하고 카페 나갔으면.
남겨진 재니와 지추.. 재니 지추 표정 보고 뭔가 있는 것 같단 생각이 확 들었겠지.
"둘이.. 뭔데?"
재니 순간 자기도 모르게 불안해진 표정으로 지추한테 물어. 그럼 지추는 살짝 굳어있던 표정 애써 풀고 재니한테 처음에 언니 보고 다른 사람인 줄 착각했었지 않냐고..
그때 그 사람이 저 여자라고 그렇게만 설명할 거야.
"아.. 둘이 아는 사이일 줄 몰랐어."
"..나도 둘이 자매일 줄 몰랐어."
재니 뭔가 더 있단 직감 들었지만 일단은 더 묻진 않고 이렇게 말했을 듯. 하지만 재니보다 더 놀란 건 지추였거든.. 아니 사실 왜 이 생각을 여태 못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지추였겠지. 재니가 언니가 있는 줄은 알았는데.. 상식적으로 그렇게 닮았다면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 가족일 텐데 왜 그걸 이제야 안 건지. 지추 머리 쓸어넘기며 한숨 옅게 후, 내쉬면 재니는 힐끔 지추 눈치 봄.
"언니 난 이제 가볼게."
"응?"
"커피 잘 마셨어."
하지만 지추 지금 상태에서 재니랑 하하호호 대화하진 못할 것 같단 생각에 이렇게 말하곤 카페 나갔을 거야. 남겨진 재니만 어쩐지 불안한 얼굴로 걸어가는 지추의 뒷모습을 바라봤을 것 같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지추. 지추 침대에 손등으로 두눈 가리고 누웠겠지. 아무래도 복잡해진 마음에 지추 그냥 좀 심란할 것 같음. 얼핏보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닮은 두 여자.. 그런데 그중 한 명은 제가 불나방처럼 끌렸던 여자고 나머지 한 명은 요즘 저를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여자라니.
게다가 그 둘이 알고보니 자매였다는 거잖아. 지추 생각할수록 한숨만 깊게 내쉬게 되는 거지. 그렇게 복잡한 마음에 잠도 못 자고 침대에 누워있던 지추인데 갑자기 전화가 왔을 거야. 지추 진동 소리에 끄응 몸 일으켜 협탁에 올려뒀던 핸드폰 들어보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오고 있는 거.
분명 모르는 번호인데.. 어쩐지 뒷자리가 익숙한 기분일 지추. 지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일단 전화는 받겠지. 그런데 전화 받았더니 잔잔한 노래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말소리만 조금 들릴 뿐, 정작 전화를 건 상대방은 아무말도 없는 거잖아.
"...잰이씨?"
지추 혹시나 싶은 생각에 그 이름을 말하면 그제야 상대방이 옅게 웃는 소리가 들렸을 듯.
[어떻게 알았어?]
"...왜 전화했어요?"
그리고 정말 곧이어 들리는 잰이의 목소리.. 지추 머리 쓸어넘기며 물으면 탁, 잔 내려놓는 듯한 소리 들리더니 잰이가 이럴 거야.
[그때 우리 마지막으로 봤던 거기로 와.]
"내가 왜요."
[왜, 오늘은 나 보기 싫어?]
"...장난칠 거면 그냥 전화 끊을게요."
[잠깐만..]
지추 한숨 후, 내쉬곤 전화 진짜 끊으려는데 잰이가 붙잡았겠지.
[할 얘기 있어서 그래.]
그리곤 하는 말에는 지추 잠시 핸드폰 들고 있다가 전화 끊음.
이제 와서 뭔.. 지추 전화 끊고 작게 중얼거림. 잰이랑은 그때 이후로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다가 오늘 우연히 마주치게 된 거였으니까. 그러니까 지추 무작정 오라 그러는 잰이의 말을 들어줄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결국 나갈 준비를 하게 됐을 거다. 그 할 얘기란 게 뭔지 궁금했으니까.
여기서 잠깐 시간을 돌려서.. 지추와 잰이가 함께 술을 마셨던 그날, 지추를 호텔방 에 데려다주고난 후 택시 타고 혼자 집으로 갔을 잰이. 다음날 늦게 잰이 일어나서 핸드폰 한 번 확인하곤 연락 없는 거 보고 그냥 툭 핸드폰 침대에 던져뒀을 것 같음. 자기가 차놓고 연락을 기다린단 건
웃기긴 했지만.. 잰이는 원래 그만큼이나 변덕적인 사람이었거든. 진지하게 다가오는 지추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아 밀어낸 거였지만.. 잰이도 지추가 싫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며칠내내 지추한테서 연락은 오지 않았고 잰이도 거기서 끝이구나 생각했을 거.
그러고 며칠.. 잰이 갑자기 큰 일이 들어와서 그거 바쁘게 해결하면서 보내고 잠깐 여유 생겨서 혼자 침대에 누워있는데 지추 얼굴이 생각났을 것 같음. 그 전에 사귀었던 애인이 아니라. 아니 그 전 애인 생각은 그냥 나지도 않았을 거. 대신 그때 뜨거운 눈빛으로 제게 키스하던 지추가
생각났을 잰이. 이제 와서? 라고 잰이 생각했지만.. 홧김에 핸드폰 들어서 지울 생각은 한 적 없던 지추 번호로 전화해봤는데 첫 수신음 울리자마자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단 메시지가 들렸겠지. 잰이 바로 알았을 듯. 자기가 차단 당했다는 거. 잰이 헛웃음 한 번 짓고 그대로 핸드폰 내려놨겠네.
잰이 크게 후회도 미련도 안 가졌을 듯. 사랑은 정말 타이밍이었으니까. 그냥.. 바쁘게 일하다가 가끔 밤에 지추가 생각나는 정도였겠지. 하지만 그러다가 오늘 재니의 카페에서 지추를 만나게 된 거였고...
이렇게 다시 그때 그 바에서 다시 만나게 된 지추와 잰이. 잰이 그때와 하필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었을 것 같음. 그리고 지추 문 열고 들어왔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고개 들고 있던 잰이랑 눈 마주쳤겠다. 지추 자기 보고 옅게 웃으며 손짓하는 잰이에 후.. 숨 괜히 크게 들이마시곤 자리로 갈 듯.
"할 얘기가 뭔데요."
지추 일단 자리에 앉아서 말 없이 잰이 잠깐 마주 보고 있다가 물어. 그러면 잰이 술잔에 조금 남아있던 술 한 모금 마저 마시더니 직원 부르는 거지. 그리곤 술 시키는데 자기거랑 지추거도 같이 시킬 것 같네.
"네건 도수 약한 거야."
잰이 턱 괸 채 웃으면서 말해주면
지추 그때 한 잔 원샷하고 완전 취했던 생각에 민망해서 괜히 고개 숙여 뒷목 슬쩍 쓸겠지.
"안 올 것 같더니."
뒤이어 말하는 잰이에는 지추 고개 들어 잰이 쳐다봄. 그리곤 후우.. 약간 빡친 거 참듯이 한숨 쉬는 지추.
"그냥.. 연락 먼저 씹어놓고 이제 와서 부르는 건 뭔가 싶어서."
지추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면 잰이는 옅게 웃겠지.
"그땐 내가 좀 바빴어서."
그리고 하는 말에 지추 대놓고 헛웃음 지을 것 같음. 진짜 뻔한 변명인 걸 아는데..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찬 거면서. 지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술 나와서 짠도 안 하고 한 모금 마실 거다.
"오늘은 취하지마. 그때 나 너 챙기느라 힘들었어."
"..그럴 생각 없으니까 걱정마요."
지추 정말 취할 생각은 없었어서 한 모금만 조금 마시고 술잔 내려둠. 잰이는 그런 지추 빤히 쳐다보며 자기 술 크게 한 모금 마시겠지.
"그래서.. 얘기 좀 해봐."
"뭘."
"동생이랑 너. 둘이 어떻게 된 건지."
"...뭘 어떻게 돼. 아까 봤잖아요."
할 얘기는 자기가 있다더니 갑자기 얘기 좀 해보라는 잰이에 지추 퉁명스럽게 답함. 그런데 잰이는 여전히 궁금한 게 많다는 듯 좀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잖아. 하.. 지추 괜한 오해 만들긴 싫어서 말 덧붙이게 될 것 같네.
"그냥.. 집 앞이라 카페 자주 가다가 친해진 거예요. 그쪽 동생인지는 나도 방금 안 거고."
지추 사실대로 말했는데도 잰이 표정은 여전하겠지.
"그게 다야?"
그리고 묻는 말에는 지추 말 대신 그럼 또 뭐? 하는 표정으로 잰이 쳐다봐. 그러면 잰이 술 한 모금 또 마시고 좀 머뭇거리더니 이러는 거.
"남자친구 있는 거 알고 꼬셔?"
"뭐?"
잰이 물음에 지추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는데 잰이 표정 보면 전혀 아니잖아. 무슨 말도 안되는... 지추 어이없어서 헛웃음 지으면서 중얼거리겠지.
"아.. 남자친구 있는지 몰랐던 거야?"
"아니, 알거든요?"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는 말엔 지추 자기도 모르게
조금 발끈해서 이럼. 거기엔 잰이 그런데도? 하고 묻는듯한 표정으로 지추 쳐다볼 것 같음. 내가 무슨 자긴 줄 아나? 지추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유난히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 목타서 술 한 모금 마시는 거.
"너 나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런데 갑자기 이러는 잰이엔 지추 사례 걸릴뻔할 듯.
그런 지추엔 잰이 웃으면서 물 따라 줄 것 같음. 지추는 콜록, 기침 한 번 하곤 잰이가 따라준 물잔 손에 들겠지.
"누가 누굴 좋아해.."
지추 작게 중얼거리는데 잰이 말 대신에 손짓으로 네가 날? 하고 지추랑 자기 번갈아 가리켰으면 좋겠다. 그럼 지추 허, 어이없단 웃음 지으며 물 한 모금 마시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지추 이쯤 되면 이런 생각도 들어서 잰이 쳐다보면
"왜? 또 키스하고 싶어?"
잰이 장난스럽게 이러는 거지. 거기엔 지추 어이없다 못해 살짝 미간 찌푸리며 시선 돌리는데 이와중에 그 또.. 라는 말에 저번에 했던 키스가 생각날 것 같음. 그리곤 힐끔 잰이 쳐다보는데
오늘은 좀더 옅은 색을 바른 입술이 눈에 들어와서 지추 옅게 한숨 내쉴 거다.
"어디 가."
"할 말 끝났으면 가게요."
그리곤 지추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 더 같이 있으면 안되겠단 생각에 자기 빤히 쳐다보는 잰이에도 지추 나가려고 걸어가는데 잰이도 지추 따라 일어나겠지.
그리고 지추가 먼저 술집 나왔는데 잰이 계산하고 있는 거 불투명한 유리너머로 보고 있다가 잰이 나오려고 하면 휙 돌아서 다시 걸어가는 거야.
"잠깐만.. 야!"
"야?"
그런 지추 따라가려다가 잰이 소리치면 지추 멈추고 뒤돌면서 어이없단 목소리로 이럼. 그러면 잰이 지추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데 오늘따라 굽 높은 신발 신어서 휘청하는 거 지추가 잡아줄 것 같음.
"아니.. 혼자 술 마시면서 이렇게 취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혼자 안 마셨잖아. 너랑 같이 마셨는데."
취한 주제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는 잰이에는 지추 한숨이 절로 나와.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잰이 일어나서 걷는 꼴 보니까 여간 취한 게 아니었거든. 하긴.. 취했으니까 그딴 소릴 했겠지. 지추 속으로 그런 생각했을 듯.
"대리 불러줄게요."
"..나 차 안 가져왔는데."
지추 그래도 취한 사람 혼자 두긴 그래서 대리 불러준다고 했는데 잰이 술 마실 거라서 차 안 가져왔다 하는 거네.
지추는 잰이를
지추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데려다주려다가.. 저번에 했던 키스가 생각났을 거. 괜히 거기 가면 그때 생각에 실수라도 할까 싶어 지추 그냥 택시 불렀겠지. 잰이한테 택시 불렀다고 말해주면 잰이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끄덕만 해. 잰이는 벽에 기대 서서 담배 피우고 지추는 그런 잰이 옆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림. 그러다 곧 택시 오면 잰이 기대있던 몸 일으켜서 택시 타러 가는데 지추도 따라오는 거. 잰이는 사실 술 취했으니까 지추가 따라오는 줄도 몰랐는데 지추가 옆에 같이 타는 거잖아.
"넌 왜 타?"
"취한 사람 혼자 보낼 정도로 생각 없진 않아서요."
잰이가 물으면 지추 그냥 툭 대답하지. 그냥 가도 되는데.. 잰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건 무시하고 창문이나 살짝 여는 지추. 그렇게 뒷좌석에 둘이 떨어져 앉아서 가는데 밤이라 차가 없어서 그런지 운전이 좀 험한 거. 안 그래도 취한 잰이 휘청거리다 거의 지추 무릎 위에 누워버렸는데
지추 계속 그냥 무표정으로 있다가 거기에서 푸흡 웃음 터져버림. 그러면 잰이 민망하다는 듯 몸 일으키는데 누웠다가 일어나니까 급 더 어지럽잖아. 그래서 잰이 미간 찌푸리면
"괜찮아요?"
지추 웃을땐 언제고 잰이 보면서 이러는 거네. 잰이 굳이 대답 안 하고 대신 옆으로 자리 좀 옮겨서
지추 옆에 앉으면 좋겠음. 그리고 어지럽다는 듯 지추한테 기대는 거. 지추 자기 어깨에 기대는 잰이 슬쩍 보곤 그냥 창문에 시선 고정하겠지.
"너 나 차단했더라."
"...어떻게 알았아요?"
그렇게 또 다시 말없이 가고 있는데 잰이가 먼저 정적 깨트림. 지추 무심한듯 잰이 힐끔 쳐다보며 물으면
"전화해봤으니까.."
잰이 어지럽다는 듯 숨 후 뱉으면서 이러는 거지. 전화? 지추는 의외라는 표정 지으며 잰이 쳐다보는데 잰이는 아예 그냥 눈 감아버릴 듯. 그런데 지추는 정말 안했을 줄 알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아예 그냥 차단해버린 거였고... 자기가 차놓고 전화는 왜 한 거지..
지추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 그새 잰이 집 앞에 도착함. 지추가 먼저 내리고 잰이 잡아줄 것 같네. 그리고 택시 바로 휭 가버리면
"저거 안 타?"
"이미 갔는데 뭘 타."
잰이는 떠보듯 묻고 지추는 한숨 옅게 쉬며 대답함. 잰이 그런 지추 힐끔 보곤 이만 가봐.. 하고 혼자 걸어가려는데
굽 높아서 또 휘청이지. 그러면 지추 잰이 팔 붙잡고 그냥 부축해줌.
"너..."
"...왜요."
"...아니야."
잰이 지추 빤히 보면서 뭐라고 말하려다가 말아. 지추 무슨 말 하려고 그랬는지 굳이 물어보진 않겠지. 그냥 그대로 공동현관 앞까지 잰이 데려다줄 지추.
"들어가요."
그리곤 지추 잰이 팔 놓고 이만 가보겠다는 듯 인사할 거야. 잰이는 여전히 취해서 조금 풀린 눈으로 지추 쳐다보는데 지추는 그냥 그대로 뒤돌았으면 좋겠다. 아까부터 잰이한테서 나는 술냄새에 자기는 마시지도 않았는데 지추 괜히 취한 기분이었거든. 어차피 오늘 아니면
또 볼일도 없을 텐데. 지추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택시 불러서 자기 집으로 가는데 그래놓고 전에 차단했던 잰이 번호 차단 풀었으면 좋겠음.
지추 그러고 집에 가서 일요일은 푹 쉬겠지. 집에서 그냥 게임하고 밥 먹고 영화보고 하면서 쉬는 지추인데 오늘따라 핸드폰이 조용한 거네. 원래 요즘엔 매일같이 재니가 조금 귀찮을 정도로 연락 자주 했었는데.. 어제부터 재니한테서 연락이 없는 거잖아. 안읽씹 중인 게 분명한데..
아무래도 어제 일 때문에 좀 삐진 것 같다고 지추 생각함. 아니 근데 그게 삐질 일인가? 싶은데 재니라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도 들어. 재니는 질투심도 소유욕도 많아보였으니까. 분명 남친 반지도 절대 못 빼게 하겠지. 자기는 빼도.. 지추 혼자 잠깐 이런 생각 하다가 잠들었을 듯.
그리고 다음날인 월요일, 지추 아무래도 신경 쓰이긴 해서 재니 풀어줄겸 퇴근하고 플라워카페 들를 것 같음. 지추 평소처럼 퇴근하는 길에 들렀는데 딱 들어갔더니 재니가 혼자 꽃들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 거야. 원래 누구 봐주고 있을 때 아니면 항상 안녕하세요 하면서
손님 반겨주던 언니가 그러고 있으니 지추도 일단 괜히 조용히 커피 시키러 카운터로 감. 그러고 늘 마시던 아아 시키면 그 목소리 듣고 그제야 정신 차려서 고개 드는 재니. 마침 지추 주문하고 고개 돌렸더니 고개 든 재니랑 눈 마주쳤을 거. 그런데 재니가 먼저 휙 시선 피해버리는 거네.
그것도 꽤나 불퉁한 표정으로.. 아 진짜 삐졌네. 지추 혼자 생각하며 옅게 웃곤 재니 있는 쪽으로 갈 것 같아.
"언니 뭐해, 여기서."
"...뭐하긴. 나 일해야돼."
재니답지 않게 틱틱대며 말하면 지추 웃음 터질 것 같은 거 일단 참음. 그리고 지추 앉아있는 재니 옆에 쭈그리면 재니 뭐햐나는 듯
지추 쳐다보는 거지.
"뭐하는 거야?"
"나? 꽃 구경하는데?"
지추 뻔뻔하게 말하면 재니 입술 삐죽이다가 또 휙 고개 돌려버려. 누가 봐도 나 삐졌어요. 하는 얼굴에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올라있는 게 지추 꼭 만두 같다.. 생각 들었을 듯. 그대로 손 뻗어서 재니 볼 살짝 잡으면 재니 지추 쳐다보겠지.
"왜 연락 안했어?"
"넌 왜 그날 그냥 갔는데?"
"내가 먼저 물어봤거든?"
"아 됐고, 네가 먼저 대답해."
그러면 재니 표정 좀 풀리는 듯 싶다가도 지추 물음엔 또 삐진 만두 돼서 이래. 거기엔 지추 살짝 곤란하단 표정 지으며 웃는데 마침 그때 지추가 시킨 아아가 나옴. 그래서 지추 읏짜 일어나선
나 커피 받아올게, 하고 가면 재니는 입술 삐죽이며 지추 뒷모습 쳐다보는 거. 하.. 재니 한숨 옅게 쉬고 일어나선 커피 받은 지추랑 얘기하려고 늘 앉던 테이블 쪽에 앉겠네.
"그래서 대답해, 빨리."
"아, 뭘."
"그날 왜 그냥 그렇게 갔냐구."
"그냥 좀.. 피곤해서 집 간 게 다야."
재니가 취조하듯 물으면 지추는 왜 그러냐는 듯 대답함. 이 언니 진짜 뭐 바람피운 남친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지추 이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겠지.
"너 우리 언니랑 뭐 있는거 맞지."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재니 이 질문엔 바로 대답 못해. 그거야 자기도 뭔가 있는 것 같단
그게 뭔지 재니가 알 순 없었으니까. 거기에 지추가 그냥 웃으면서 커피만 쪼로록 들이키면 재니 입술 삐죽이면서 계속 생각하더니 이러는 거.
"혹시 엑스.. 그런 거야?"
"뭐??"
지추 재니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놀라서 커피 뿜을뻔했을 듯. 그런데 재니가 주저리주저리 말을 덧붙이는 거지.
"아니 그냥.. 둘이 좋은 일 있던 것 같진 않아서.. 그래서 혹시 네 전남친이랑 우리 언니가 사귀는 사이 그런건가..? 생각이 들었거든.."
재니 완전 헛다리 짚어놓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지추 참다못해 웃음 빵터짐. 진짜.. 내가 헤녀한테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지추 키득키득 웃으면서 일부러 장난치려고 글쎄? 이러네. 그런데 재니 진짜? 진짜?? 이러면서 안 믿는 눈치더니 또 혼자 잠깐 심각한 표정돼서 믿는 것 같은 거잖아.
"아니, 설마 이거 믿는 거 아니지?"
그 모습 보곤 지추가 이러면 그제야 지추 휙 째려보곤 하, 한숨 내쉬는 재니.
"네가 글쎄라며어. 그래서 난 진짠줄 알았잖아.."
"그냥 언니 놀린 건데."
"아 진짜, 김지스."
재니 짜증난다는 듯 말해도 지추는 별타격 없이 아아만 쪼옥 들이킴.
"그런데.. 언니의 언니.. 그니까 김잰이씨 사귀는 사람 있어?"
"어? 아, 아니 나도 잘 모르는데.. 그냥 언니는 늘 있던 것 같아서."
지추 그러다 은근슬쩍 떠보듯 물으면 재니 자기도 사실은 잘 모른다고 이럼. 뭐야, 그런 말도 안되는 오해 하길래 그 여자 남친은 아니더라도 여친은 있나 했는데. 지추 재니 대답엔 안심했다는 듯 한숨 옅게 쉬는 거. 그리고 재니는 여전히 뭔 사인지 궁금하다는 듯 지추 쳐다보는데
지추가 그걸 말해줄리가 없지.. 대신 지추 이렇게 말 돌릴 듯.
"언니 오늘도 반지 안 꼈네."
"어? 어.. 그냥... 까먹었어."
지추 무심결에 재니 손 봤는데 오늘도 반지가 없는 거 보고 말한 거겠지. 재니 그제, 그러니까 지추랑 재니랑 잰이랑 처음 삼자대면 한 날 퇴근하고 집에 가서
씻기 전에 반지 탁 빼고 딴생각하느라 반지 끼는 거 까먹었을 것 같음. 그리고 오늘까지도 그냥 그대로 반지는 화장대에 있고 안 끼고 온 거였을 재니. 지추는 저번에도 그렇고 항상 끼던 반지를 안 끼고 있으니까 요새 자꾸 싸우나? 생각하고 있는데
재니가 대뜸 자기 좀 일찍 끝나는 날에 시간되냐고 물어보는 거네. 지추 야근만 안 하면 자긴 상관 없다고 하면 재니 그날 저녁 같이 먹자고 할 것 같음. 저번에 둘이 저녁 먹었을 때 저기도 뭐 맛있는 게 있다며 나중에 같이 먹자고 한 게 있었거든. 재니 거기 가자고 하는 거엔 지추 알겠다고 함.
그리고 약속한 날, 지추 오늘따라 칼퇴해서 기분 좋게 플라워카페로 향했단 말이지. 그런데 카페 옆에 남자랑 여자가 둘이 서있는 게 보임. 이거 뭔가 데자뷰 같은데.. 생각하며 자세히 쳐다보니 재니랑 남친이 맞음. 재니 남친은 그때 이후로 두번째로 보는 건데 지추 당연히 한 눈에
알아봤겠지. 둘이 하는 꼴이 누가 봐도 연인이었으니. 그런데 사실 재니 남친 달래주는 중이었음. 그러니까 원래는 오늘 일 있다고 했던 남친이 서프라이즈로 재니랑 데이트하려고 찾아온 거였는데 재니는 이미 지추와의 약속이 있었으니.. 오늘 데이트 못한다는 재니에 남친이 궁시렁대는거
대충 받아주고 있었을 재니. 우리 요새 데이트도 잘 못했는데 진짜 이럴거냐, 아님 셋이 보면서 오늘 만난다던 이참에 소개해주면 안되냐, 반지는 또 왜 안 꼈냐 등등.. 삐진 티 팍팍 내는데 재니 자기도 조오금 미안하긴 해서 대충 받아주며 틱틱대다가도 스킨십 한 번이면 풀어지는 남친이라..
몸 붙여주면 또 좋다고 은근슬쩍 허리 만지작거리는 거엔 재니 찌릿 째려보며 남친 손 탁 쳐냄. 여기 우리 카페 앞이잖아. 그러곤 재니 까칠하게 말하는데 마침 저 앞에 있던 지추를 이제 발견함.
"이제 빨리 가봐, 오빠."
"나 그럼 너희 집에서 기다린다?"
"아 진짜 헛소리 말구우."
재니 헛소리 작렬하는 남친 빨리 보내고 지추 있는 쪽으로 총총 가겠지. 카페는 미리 다 마감 해놨었거든.
"오늘은 빨리 왔네? 나 기다렸어?"
재니 애교섞인 목소리로 물으며 지추한테 팔짱 끼는데 지추는 입술 앙 다물고 있다가 물어봐.
"남친 데이트 하러 온 거 아니야?"
"아- 괜찮아."
지추 딱 봐도 남친이 데이트 하러 온 건데 재니가 보낸 것 같아서 물은 거겠지.
"뭐가 괜찮아. 삐진 것 같은데."
"괜찮다니까아. 그리고 자기가 삐지면 뭐 어쩔건데?"
"언니 남친이잖아."
그리고 지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말하는 재니에 일부러 더 틱틱대며 이럴 것 같음.
사실 지추 재니가 남친 있단 건.. 첫만남때부터 알았고 반지도 원랜 항상 끼고 다녔으니 당연히 늘 인지는 하고 있었는데 재니가 워낙 남친 얘길 먼저 안했단 말이야. 재니 티내는 스타일은 아닌지 프사나 배사, 인스타에도 남친 사진 안 올라오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방금 누가봐도
연인인 것 같이 구는 두 사람 보곤 지추 새삼스럽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을 것 같음. 맨날 속으로 저 언니 헤녀니까,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도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다르니.. 지추 순간 기분 확 안 좋아져서 그냥 이대로 집으로 갈까 하다가 마침 그때 재니가 자길 발견한 거였겠지.
"난 괜찮으니까 둘이 데이트 해도 돼. 언니 쉬는 날도 많이 없는데."
그리고 지추 좀 짜증나서 입술 삐죽이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할 것 같음. 그런데 재니가 그 말 듣고도 아무말이 없는 거야. 뭐지.. 싶어서 고개 돌려서 재니 쳐다보니 이 언니 완전 눈빛 초롱초롱함.
"지스야 삐졌어?"
"질투해, 너 지금?"
재니 초롱초롱한 눈빛에 잔뜩 들뜬 말투로 묻는데 지추는 어이없어서 하, 웃음. 그러면 재니는 개구쟁이 웃음 지으면서 지추 샤프한 볼 콕 하는 거잖아.
"뭐야."
"너 따라한 건데."
"뭐?"
"너가 나 삐졌을 때 항상 볼 만져주잖아."
지추 당당하게 말하는 재니에
어이없다 못해 웃음 터짐.. 그리곤 나 안 삐졌어, 하는데 재니는 이미 확신한 듯 우리 지스가 질투도 하냐면서 삐진 거 귀엽다는 둥, 한 살 차이면서 엄청 동생 취급 하며 귀여워하는 거.
"언니가 잘못했어, 응? 난 당연히 너랑 한 약속이 더 중요한데?"
그러면서 이러는 재니에는 지추가 져주듯
알겠다고, 빨리 밥이나 먹자, 할 것 같네. 그러면 재니 이제 그만 놀리긴 하는데 여전히 얼굴은 장난끼 가득 신나있음. 진짜 알 수 없다.. 지추 그런 생각 하면서도 신난 재니랑 같이 밥 잘 먹었을 듯. 그리고 저번엔 집에 가서 술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술 마시러 술집으로 간 추잰.
그렇게 술집 가서는 둘다 술 좀 들어가니까 더 텐션 높게 대화 나누고 있었겠지. 그런데 그때 지추 핸드폰에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 지추 핸드폰 엎어두고 있다가 진동 느껴져서 뒤집어 봤는데.. 발신인이 [잰이씨]야. 그러니까 저번에 차단 풀어둔 그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는 거.
지추 머뭇거리고 있으면 오히려 재니가 뭐해? 이럼. 그러면 지추 잠깐만, 하곤 전화 받으러 잠깐 일어나겠지.
"여보세요?"
[뭐하고 있었어?]
"저 지금 안돼요."
[뭐하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왜 안된다고 해?]
전화 받자마자 뭐하고 있었냐고 묻는게 지금 어디로 나오라고 그런 줄 알고
지추 대뜸 안된다고 한 건데 잰이는 지추 대답 웃기다는 듯 웃는 소리가 핸드폰너머로도 다 들려.
[누가 보면 내가 맨날 너 전화해서 불러내는 줄 알겠어.]
"아니.. 그럼 왜요."
[너 지금 밖인 것 같아서. 술 마시니?]
이런 건 또 어떻게 안 건지.. 잰이가 물으면 지추 굳이 그렇다고도 대답 안 함.
[누구랑 마셔.]
"오늘따라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데이트야?]
"그럼 뭐 어쩌려고."
[데이트야, 아니야. 솔직하게 말해.]
"..아니에요, 그런 거. 재니언니랑 있어요."
[뭐야, 데이트 맞는데?]
"아니라고오."
지추 웃으며 묻는 잰이에 어이없단 듯 헛웃음 지으며 이래.
그러면 잰이 또 푸흐 웃다가 드디어 본론 얘기하는 거.
[그럼 나랑 토요일 저녁에 봐.]
"내가 왜 그쪽을 봐요."
[저번에 챙겨준 거 고마워서. 저녁 사줄게.]
그날 그러고선 연락 없길래 그냥 별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고맙다며 저녁을 사준다니.. 그래도 은혜는 갚는다 이건가? 지추 혼자 생각하며
대답 안 하고 있으면 잰이가 그래서 되냐 안되냐 이러면서 재촉하는 거잖아.
"저 비싼 거 얻어먹을 거예요."
[그래, 나 돈 많아.]
지추 저번에 나온 택시값 생각해서라도 비싼 거 얻어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말했는데 잰이 반응 이러네. 그후엔 먹고 싶은 거 생각해두라는 잰이에
알겠다고 하곤 전화 끊었을 지추. 갑자기 전화한 것도 어이없는데 통화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이없다고.. 지추 생각하면서 하, 헛웃음 또 지었겠지. 그리곤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 생각보다 통화를 오래 했던 건지 재니 괜히 뒤적뒤적하며 입술 삐죽이고 있어.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해?"
"미안. 심심했어?"
재니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면 지추 멋쩍은 웃음 지으며 재니 짠에 괜히 짠~ 해줌. 그리고 같이 원샷하곤 재니 은근히 누구랑 통화한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엔 지추 은근슬쩍 시선 피하겠네. 사실 잰이랑 통화한 게
비밀까진 아니지만.. 재니가 좋아할 것 같진 않았거든. 그래서 지추 시선 피하면 재니도 굳이 누구랑 통화한 거냐고 물어보진 않음. 대신 재니 혼자 술 한 잔 더 따라서 마시려는 거엔 지추 재니 취할까봐 술병 뺏었으면. 덕분에 재니 볼까지 부풀려선 치이.. 삐진 얼굴로 술잔이나 돌리고 있는거.
그러면 지추 재니 눈치보며 재니가 재밌어할.. 무슨 얘길 꺼낼까 생각하다가 이참에 자기 혼자선 잘 모르겠던 걸 물어봐야지 생각함.
"언니."
"왜애."
"만약에.. 누가 언니를 좋아하는 걸 알고 언니가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어."
"..엉."
"그러다 우연히 다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연락할 수 있어?"
지추 잰이의 행동이 자긴 잘 이해가 안 가니까 웃기지만.. 어쨌거나 자매인 재니는 좀 알까 싶어서 물어본 거. 그런데 재니 지추 얘기 듣더니 싹 표정이 별로 더 안 좋아질 것 같음..
"연락을 어떻게 했는데?"
"그냥.. 뭐 술 마시자고."
지추 단순히 그렇게 설명하긴 좀 그렇지만 그냥 대답하면 재니 술잔 빙글 돌리더니 미안해서 그런 거 아니야? 이럼. 미안해서라.. 지추 저번에 잰이 생각하면 절대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어쨌든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임.
"네 얘기야?"
그런데 재니 그런 지추한테 조심스럽게 묻는 거. 지추 그러면 뻔뻔하게 내 얘기 아니라고 이러는데.. 재니는 그 말 안 믿는 눈치긴 할 듯. 그러면 재니 지추 눈 흘겨 쳐다보다가 지추가 뺏어서 가지고 왔던 술병 도로 가져가 술 따라 마시는 거.
재니 어째서인지 지추 얘기 듣고 기분이 별로 안 좋았거든. 지추는 아니라고 했지만 뻔히 자기 얘기인 게 보이는데... 그리고 아마 연락 끊은 쪽보단 좋아한 쪽이 지추인 것 같은데.. 재니 그동안 지추랑 이런 연애 관련된 얘기 한 적 없었는데 지추가 누굴 좋아한단 얘기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거.
"그런데.."
"응?"
"아까 그 얘기에서 그 사람은 아직 나를 좋아하는 거야?"
"어? 아.. 아닐걸?"
지추 애매하게 대답하면 재니 지추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래? 하곤 다시 술잔 만지작거림. 그리고 또 술 따르려는 재니에는 지추가 그만 마시라며 막겠지.
그러면 재니 입술 삐죽이다가 이만 가자고 그럼. 지추 별말 없이 알겠다며 짐 챙겨서 일어나는데 재니 여전히 텐션 가라앉아있는 거엔 그냥 취했나 생각할 듯. 재니가 계속 지추가 좋아한단.. 아니 적어도 좋아했던 그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해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재니 집까지 잘 데려다줄 지추지.
그리고 토요일 저녁, 지추는 잰이를 만나러 감. 어디로 오라 하는 건 잰이가 알려줬겠지. 잰이 정말 비싼 거 사줄 건지 딱 봐도 어디 호텔에 있는 비싼 레스토랑으로 오라했을 것 같음. 지추 자기가 비싼 거 사달라고 한 거긴 했지만.. 어쨌든 찾아가면 잰이는 저번에 봤을 때보단 더 편한 차림이야.
어쨌거나 미리 예약해뒀는지 들어가면 또 야경 잘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될 지추와 잰이. 지추 이런 데는 아무래도 잘 안 와봤으니 더 어색하겠지.
"이런 데 오잔 건 아니었는데.."
"네가 비싼 거 얻어먹을 거라며."
지추 자기가 한 말이긴 하니 할 말은 없지만.. 사실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신경 써주냐고 묻고 싶긴 할 듯. 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은 지추.. 일단 잰이가 이거 맛있다, 하는 얘기 듣고 같이 스테이크에 와인까지 시킬 거야. 가격 보고 나니 지추 이 사람 그날 나 몰래 뭐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 생각도 잠깐 들 정도였을 듯.
어쨌거나 식사는 그냥저냥 잘 하겠지. 지추는 여전히 잰이가 불편하긴 했지만.. 전에 만났을 때도 그랬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긴 했을 듯. 그렇게 밥은 다 먹었는데 와인은 아직 많이 남아있어. 지추는 잔으로 시키자고 했는데 잰이가 굳이 병으로 시켜선.. 잰이는 벌써 두잔째긴 했지만
지추는 취하기 싫어서 한 잔에서 반도 다 안 먹었으니 말이야.
"왜 이렇게 안 마셔?"
"알잖아요."
"뭐? 나랑 더 오래 있고 싶은 거?"
그런데 많이 남아있는 지추 와인 잔 보면서 잰이 장난스럽게 이러네. 지추 거기엔 헛웃음 짓곤 말하겠지.
"저 이거 다 마시면 취해요."
"취해도 되는데."
"...싫어요, 취하기."
거기엔 또 지추 빤히 바라보며 이러는 잰이에 지추 옅게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할 거임. 그러면 잰이 아쉽다는 듯 표정 지으며 잔 들어서 짠, 하자고 손짓하면 지추 마시진 않아도 잰이랑 짠은 해줌.
그리고 한 모금 또 마시는 잰이 보는데 지추는.. 그냥 잘 모르겠단 생각이 자꾸 들겠지. 아까부터 자꾸 은근슬쩍 사람 떠보기나 하고.. 이제와서 왜 그러냔 말이야, 정말... 그런 생각에 지추 잰이 와인잔 내려놓을때까지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잰이 왜, 하고 묻는 거.
"그냥..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서."
"..그래? 나 되게 뻔하단 말 많이 듣는데."
"누가 그래요?"
"그냥, 사람들이."
잰이 어깨 으쓱하면서 말하면 지추도 잘 모르겠단 표정 짓지. 뻔하다곤.. 생각 안해봤거든, 지추는. 오히려 볼수록 잘 모르겠단 생각만 했는데 말이야.
어쨌든 그러고 있으면 이번엔 잰이가 슬쩍 물어옴.
"데이트는 잘했어?"
"네?"
"재니랑. 얼마전에 술 마셨다며."
"아.. 네. 잘했죠."
저번에 통화로 했던 얘기 잰이가 또 꺼내면 지추 그냥 어이없단 듯 웃으며 답하지. 거기엔 잰이도 옅게 웃으면서 그래? 이럼. 지추 그런 잰이 힐끗 보곤 묻겠네.
"재니언니랑 친해요?"
"아니, 별로?"
"자매잖아요."
"그게 뭐. 너도 안 친해보여서 물어본 거 아니야?"
그렇지.. 지추 맞는 말이라서 그냥 입술 꾹 다물 듯. 생각해보니 저번에 둘이 같이 있을 때도 별로 친해보이진 않았거든. 그게 갑자기 생각나서 지금도 물어본 거였고..
"자매라고 다 친하니. 애초에 같이 산 것도 몇 년 안되는데."
잰이 덧붙이는 말에는 지추 전에 잰이 유학 갔다왔다고 했던 얘기 생각에 고개 끄덕끄덕임. 하긴.. 그리고 나이 차이도 좀 나니까.
"너는? 재니랑 친해?"
"네."
잰이 물음에 지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답하면 잰이 옅게 웃곤
대답이 바로 나오네.. 하고 혼잣말인냥 중얼거림. 거기에 지추 친하니까요, 하고 대답하면 잰이 지추 힐끗 보더니 이번엔 이렇게 물어.
"둘이 어디까지 나갔는데."
지추 또 이런 잰이의 질문에는 아까처럼 헛웃음 지으며 글쎄? 이러는데 이번엔 잰이 웃는다기보단 눈썹만 움찔했으면 좋겠다.
그리곤 잰이 그대로 와인 한 모금 마시더니
"이런 것도 못 알려줘? 키스도 한 사이에."
이러는 거에 지추 뭐 마시고 있던 것도 없는데 헛기침 나올 뻔했을 듯. 대신 지추 하, 헛웃음 섞인 한숨 내쉬곤 잰이 쳐다보는데.. 왜 아까 잰이가 자기 뻔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는지....
술기운이 오른 건지 살짝 눈은 풀려선.. 빤히 저를 쳐다보는 잰이 눈빛에 지추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 삼켰을 거야. 그런데 마침 그 타이밍에 전화가 와. 데자뷰도 아니고.. 이번엔 [재니언니] 하고 액정에 떴겠지. 이 시간에 이 언니가 왜.. 지추 그런 생각하면서도 전화 받으려고 했는데
잰이가 지추 오른손 딱 겹쳐 잡는 거지. 전화 받지 말라는 듯.. 그런데 지추 그냥 왼손으로 전화 받아버릴 것 같네.
"여보세요?"
[...지스야아..]
"...언니 술 마셨어?"
[으응...]
지추 누가 들어도 술취한 목소리에 물으면 재니 또 그렇다고 해. 그러면 지추 나가서 전화 받고 오려고
일어나려는데 잰이가 지추 손 잡고 안 놔줄 것 같음. 지추 어쩔 수 없이 잰이 힐끗 보곤 통화 그냥 자리에서 이어나감.
[너.. 지금 밖이야?]
"어? 어어. 그렇긴 한데..."
[..그럼.. 아니야, 됐어..]
그런데 되려 재니가 이렇게 전화를 끊으려는 거야.
지추는
지추 잠깐만, 하면서 전화 못 끊게 붙잡음.
"언니 어딘데."
그러곤 물으면 재니 잠깐 뜸들이더니 지추네 집 근처에 있는 어디 공원쯤이라고 말해주는 거.
"언니 지금 혼자야?"
[우웅..]
"..조금만 기다려, 그러면."
지추 한숨 옅게 쉬더니 결국 이럴 듯. 솔직히 걱정이 안될 수가 없잖아..
취해가지고 혼자 공원에 있다는데.. 제 집 근처라 전화를 해본건지 아닌건지 모르겠지만 지추 걱정되니까 그냥 데리러 가겠다 한 거지. 어쨌든 그러고 지추 전화 끊으면 여전히 손 겹쳐 잡고 있는 재니가 가야 돼? 하고 물어. 거기엔 지추 눈치 보면서 네.. 하고 중얼거리듯 대답함.
물론 식사는 이미 다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더 같이 있을 수 있는 걸 제가 먼저 가보겠다고 하는 거였으니까 지추 좀 미안하긴 해서..
"알겠어."
"......."
"대신 다음엔.. 이거 네가 다 마셔."
잰이 지추 대답엔 시선 살짝 떨궈 맞잡은 손 봤다가 그제야 손 놓아줌. 그리고 장난스럽게 이러는 거.
잰이 이러고 먼저 일어나면 지추도 따라 일어남. 원래부터 사주기로 한 거긴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 그리고 먼저 가본다 한 게 미안해서
"다음엔 제가 살게요."
지추 잰이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이럴 것 같음. 그러면 잰이 계산하곤 고개 딱 돌려서 지추 보더니 그래, 이러겠지.
그 뒤론 나와서 잰이는 대리 부르고 지추는 택시 부름. 지추 살짝 취한 듯한 잰이한테 집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하면 잰이 할말 있는 듯 지추 빤히 보다가 시시하게 알겠다고만 하겠네. 어쨌든 그렇게 잰이 대리 불러 가는 거 보고 지추도 택시 타고 재니 있다는 데로 갔을 거야.
지추 재니 있다는 공원쯤 도착해서 내려선 전화하는데 재니 뭐 하는지 전화도 안 받음.. 걱정되게, 진짜... 지추 어쩌지 생각하며 두리번거려보는데 다행히 저기 벤치에 무릎 끌어안고 앉아있는 게 재니 같은 거지. 가까이 다가가면 발걸음 소리에 고개 들은 재니랑 눈 마주칠 지추.
"뭐해, 여기서."
"왔어? 앉아, 여기.."
재니 지추 보면 베시시 웃으면서 앉으라고 자기 옆자리 탁탁 내려쳐. 지추 일단 재니 옆에 앉으면 재니 그대로 방향 바꿔서 지추한테 폭 기댈 것 같음.
"취했으면서 뭔 또 술이야."
"너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그런데 김재니 손에 이와중에 팩소주 들고있는..
지추 그거 보곤 미간 살짝 찌푸리며 뭐라 해도 재니는 술 제대로 취한지 웃으면서 팩소주 쪼옥 빨아마시는 거지.
"그럼 이제 나 왔으니까 그만 마셔."
지추 재니 손에 들고 있던 거 휙 뺏으면서 이러는데 거기엔 재니 흐잉 칭얼대더니 시무룩하게 입술 삐죽인다. 그런데 지추 팩소주 가벼운 거 보니까
이미 거의 다 마신 게 뻔하잖아. 다 마셔놓고 뺏는다고 시무룩해질 건 뭐야. 지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팩소주는 벤치 끝에 치워둠.
"뭐하다 왔어?"
"그냥 저녁 먹었어."
"누구랑?"
"..아는 언니랑."
그런데 재니 지추한테 계속 기댄 채로 이런 거 묻는다. 재니 고개 숙이고 있어서
무슨 표정인진 지추한테 잘 안 보이겠지. 그런데 괜히 지추 잰이 만나고 온 거 말 안 하는 게 찔려서 재니가 뭐라고 더 하기 전에 말 돌릴 것 같음.
"언니는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
"나? 나느은... 그냐아앙..."
재니 취한 사람답게 말꼬리 엄청 늘리며 말하다가.. 갑자기 힝, 이러네.
지추 갑자기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고개 숙이고 있는 재니 쳐다보는데 재니 또 말꼬리 늘리며 지추 불러.
"지스야아.."
"응?"
"...내가 진짜 왜 이러지?"
알다가도 모를 말을 하는 재니엔 지추 재촉하지 않고 재니가 뭐라고 더 하기까지 기다려주겠지. 그런데 재니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을 묻는다.
"너.. 정말 그냥 아는 언니 만난 거 맞아..?"
지추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좀 당황할 것 같음. 이 언니가 이런 걸 왜 묻지? 지추 이런 생각 들겠지. 그런데 그때 마침 재니 고개 들더니 헝클어진 머리 쓸어넘기곤 지추 힐끗 쳐다봐. 그 순간 지추 그렇게 물을 뻔했을 듯. 언니 설마.. 나 좋아하냐고.
하지만.. 이 언니는 남자친구 있잖아. 지추 그 생각하며 재니 왼쪽 네번째 손가락 보는데 오늘은 그 커플링이 끼워져있어.
"나.. 남자친구랑 싸웠어."
그런데 재니 그 손으로 괜히 머리 한 번 더 쓸어넘기더니 한숨 옅게 쉬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네.
재니 오늘 오랜만에 낮부터 남자친구랑 데이트가 있었거든. 이번 토요일은 마침 쉬는 토요일이라서.. 그런데 재니 며칠 전에 지추랑 저녁 먹고서부터 쭉 심란했단 말이야. 지추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지. 아직도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이걸 대체 왜 이렇게 신경쓰는 거지 하는 생각에
재니 처음 겪는 디나이얼에 많이 심란했겠지. 그래서 재니 지추한테 티는 안 내려고 했지만 연락도 전보단 드문드문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오늘 남친 만났다가 괜히 남친한테 화풀이를 해버린 거. 사실 재니 지금 신경이 다른 사람한테 다 가있는데 남친을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냐고..
그래서 데이트도 그냥 취소할까 싶던 거를 약속한 거니까 나간 건데 남친은 저번에 재니가 반지도 안 끼고 했던 거로 삐진 게 좀 남아있는지 오늘따라 툴툴대지 않나. 재니 여러모로 짜증나서 화를 내버렸는데 그러다가 두사람 다 그동안 쌓인 게 터져서 좀 크게 싸웠을 것 같음.
재니 그렇게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 망치고 집에 가려는데.. 집에 가면 또 지추 생각나고 우울할 것 같아서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그만 저녁 먹고 술도 마신거였고.. 지추 보고 싶은 마음에 지추 집 주변 서성이다 지추한테 전화도 한 거였겠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남자친구랑 싸웠다고 얘기한 재니. 그리곤 재니 고개 돌려서 지추 빤히 쳐다볼 것 같음. 그렇게 지추랑 눈 맞추면서.. 재니 힘 없는 손 뻗어 지추 볼 손가락으로 조심히 만지다가.. 살짝 그러쥐겠지. 그리고 재니 그대로 다가오더니 두 사람 입술이 맞닿았으면 좋겠다.
....어? 지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서 눈도 못 감고 살짝 굳어있는데 조금 벌어진 입술 틈새로 재니 혀가 들어오는 거지. 그러면 지추도 눈 감음. 그렇게 단순한 입맞춤에서 끝나지 않고 재니 지추 입술을 살짝 머금었다가 그 안을 휘젓기도 하고.. 그런데 그 행동들이 모두 다
조심스럽게 이어지다가 자기가 먼저 떨어질 재니. 천천히 떨어지면서 두 사람 다 눈을 조심히 뜨고.. 지추 좀 놀란 눈으로 재니 쳐다보는데 재니는 시선 뚝 떨구며 피할 듯. 그리곤 재니 괜히 머리 쓸어넘기고 어쩔 줄 몰라하는 듯 한숨 푹 내쉬었다가 일어날 것 같네. 지추는 여전히 좀 벙쩌서
재니 바라만 보고 있는데 재니 일어났다가 비틀거리더니 지추 쪽 쳐다보며 웃는 거.
"나 좀 잡아주라, 지스야."
그리곤 이러는 재니에 지추 일어나서 재니 손 잡아줌. 그러면 재니 이제 가자는 듯 혼잣말로 택시를 잡아야하나.. 이런다.
그뒤론 지추 일단 재니 챙겨서 택시 타고 재니 집까지 데려다주겠지. 둘이 별말 안하고 재니 집까지 어찌어찌 같이 들어왔는데 재니 신발 벗으면서 또 휘청이는 거 지추가 잡아줄 거야. 그런데 덕분에 다시 엄청 가까워진 두 사람의 얼굴.. 또 아까 같은 눈빛.... 지추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침 소리없이 삼키는데 이번엔 재니가 시선 피하더니 옆에 벽 짚고 일어서.
"오늘 고마워.."
"......"
"이제 가봐도 돼."
그리곤 재니 벽에 기대서서 이러는데.. 지추 어쩐지 발이 안 떨어져. 가봐도 된단 말이.. 가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거든. 아 그냥..... 지추 혼자 생각하는데
그때 시선 돌리다가 신발장 위에 올려진 액자가 눈에 들어왔겠지. 액자 속에 담긴 사진은.. 재니가 여행가서 남친한테 볼뽀뽀하며 찍은 사진이었을 거. 지추 그거 보곤 입술 꾹 다물었다가 알겠어, 한마디 함. 그리곤 자기가 챙겼던 재니 가방 내려놔주고 재니네 집 그냥 나왔을 지추.
그렇게 지추가 떠나고 혼자 남은 재니.. 재니 지추 나가고서 벽타고 스르르 주저 앉았을 듯. 재니 가뜩이나 술취해서 열 오르는데 지추 때문에 더 열 올라서 한숨 푹 내쉬겠지. 내가 왜 그랬지..하면서도 재니 방금 전 지추가 자기 쳐다보던 텐션 떠올리고 또 화르륵 돼서 무릎에 얼굴 박았을 것 같음.
반면.. 이 둘이 그러고 있는 동안 잰이는 진작에 대리가 운전하는 차 타고 집에 도착했었음. 잰이 아까 지추랑 헤어질 때 도착하면 연락하라 했던 거 기억하고 집 들어오고 바로 지추한테 도착했다고 연락 보냈을 거다. 그런데 정작 연락하라던 사람이 밤 늦어서까지도 연락을 안 보는 거.
자기가 연락해놓고 왜 답장이 없어? 잰이 답장 없는 지추에 조금 짜증나겠지. 잰이 처음에 다시 지추 만나고 연락할 때만 해도 단순히 괜한 미련으로 기회를 놓쳤다는 약간의 아쉬움과 자신과 연락 끊고서 재니와 친하게 지내는 지추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컸겠지. 그런데 잰이가 그렇게
잠수 타기 전에 지추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이 정말 다른 거잖아. 잘 받아주는 듯 싶다가도 잰이가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거나 하면 바로 선 긋는 지추에 잰이 오히려 안달나는 느낌이었을 거야. 그리고 저번에 지추가 술 취한 잰이를 집까지 데려다줬을 때는 그대로 같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는데 지추가 그냥 갔잖아. 뒤도 안 돌아보고. 잰이 그때 자존심 때문에라도 지추 안 붙잡았는데.. 지금은 전화 한 통 받고선 나랑 있었는데 남친도 있는 애를 데리러 간다고? 잰이 이렇게 비교하기 싫은데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에 자존심 엄청 상하는 기분일 듯.
또 지추가 자기한테 선 긋는 것에 반해 재니한텐 엄청 잘해주는 것 같으니까.. 사실 잰이 그동안은 반농담으로 하던 얘기였는데 지금은 쟤 진짜 김재니 좋아하나? 이런 생각 들겠지. 결국 잰이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계속 연락 없는 지추에 지쳐 일찍 잠들었을 것 같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제야 지추한테서 답장 와있음. 어제 그렇게 가서 미안하다고. 어제 잰이 잠들고나서 새벽쯤에 온 답장이었겠지. 잰이 답장 받고서도 기분 별로 안 좋았을 거. 새벽에 들어온 건가? 싶어서. 어젯밤에 재니랑 둘이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싶은 거지..
잰이 은근슬쩍 무슨 일 있던 건지 지추 떠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추 답장 한참 안하다가 저녁 쯤에 일은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평소같은 답장 왔겠지.
하지만 답장을 그렇게 했을 뿐이지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 있었잖아. 지추 전날 재니네 집 나와서 자기 집 돌아오고 그냥 혼란스럽고 정신 없었겠지. 그래서 잰이가 한 연락도 늦게 본 거였고... 아무튼 지추 재니가 자길 좋아하나? 싶다가도 남자친구랑 싸웠다니까 홧김에 한 건가 싶기도 하고
또 어쨌든 재니는 헤녀니까... 지추 이런저런 생각에 늦게 잠들고 오후 다 돼서야 일어났겠지. 그리고 일어나서 핸드폰 보니 잰이랑 재니한테 둘 다 연락이 와있었음. 지추 먼저 온 재니 연락부터 봤는데 어제 챙겨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톡이었을 듯.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말투였겠지.
지추 설마 기억을 못하는 건가.. 싶었겠네.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걸수도 있긴 하지만 어제 재니는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 충분히 기억을 못하는 걸수도 있겠다 싶었을 지추. 하지만 그게 뭐든 지추 어제 기억나냐는 말은 굳이 안했을 거. 차라리 기억을 못하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지추 재니한테 똑같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답장 보냈겠다. 그렇게 각자의 복잡한 일요일이 흘러가고 다시 월요일.. 지추 퇴근하는 길에 플라워카페를 들를까 말까 고민 됐을 것 같음. 괜히 어색해지지 않으려면 들르는게 나을 것 같긴 한데.. 그런 생각 하며 지추 일단 그 앞에 지나가는데
웬일인지 카페 안이 아니고 문 앞에 나와 서있었을 재니. 지추 지나가는 길에 바로 눈 마주쳤을 거. 지추 눈 마주치고 얼결에 멋쩍게 인사하는데 재니가 지스야, 하고 지추 불렀을 듯. 그리곤 자연스럽게 지추 데리고 안에 들어가는 거지.
"커피 마실 거지?"
"어? 어엉.."
"내가 사줄게."
그렇게 어쩌다보니 들어와서 커피 얻어먹게된 지추.. 지추 일단 최대한 평소처럼 굴려고 고마워, 하면서 웃는데 이상하게 되려 재니가 지추 눈 잘 못 마주치면 좋겠다.
"아 그리고 꽃도 가져가. 저번에 가져간 건 다 시들었겠다."
그리곤 괜히 이렇게 말 돌리는데 좀.. 이상한 거지.
평소 같긴 한데... 눈도 잘 안 마주치고 잘 웃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좀 화나보이기도 하는 재니에 지추 답지않게 조금 눈치를 살피게 됨. 어쨌든 지추 일단 커피 받고 꽃 포장하는 재니를 옆에서 기다림.
"너 토요일에 잰이언니 만났어?"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묻는 재니에 당황해 굳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지추가 퇴근하기 몇 시간 전... 잰이가 재니를 찾아왔으면 좋겠음. 잰이 지추가 알려줄린 없을 것 같고 무슨 일 있었는지 재니한테 물어볼까 하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또 재니가 지추한테 무슨 마음인지 궁금했으니까 마침 주변 지나가는 길에 들렸을 거다.
"언니가 무슨 일이야?"
"그냥, 이 주변 지나가는데 보여서."
재니 얘기도 없이 찾아온 잰이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이런 잰이 말에는 그냥 그렇구나 했을 거. 뭐 둘이 어쨌거나 자매인데 충분히 그런 이유로 찾아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무실 꽃병에 둘 꽃 좀 골라서 달라는 잰이에는
재니 알겠다며 잰이랑 어울리는 꽃들로 골라 정리하고 포장하고 있었는데.. 속은 좀 괜찮니? 하고 잰이가 물어왔을 것 같다.
"응? 괜찮은데.. 갑자기 그건 왜?"
"너 토요일에 술 많이 마신 것 같길래."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응?"
잰이 일단 지추 얘기 꺼내기 전에 운 띄운 건데
재니가 이런 반응인 거엔 잰이도 좀 당황했을 거야. 잰이도 몰랐잖아. 재니가 지추가 자길 만나는 걸 모른다는 건. 어차피 이미 셋이 만난 적도 있는데 지추가 굳이 그걸 얘기 안 했을 거라곤 생각못했으니까. 어쨌든 상황파악 마친 잰이는 당황한 재니 표정 살피다가 이내 웃으면서 말하겠지.
"그날 나도 지스씨랑 만났거든."
"뭐?"
"나랑 있었는데 네 전화 받고선 데리러 간다길래 술 많이 취했구나 생각했어."
잰이 웃으면서 얘기해주면 재니는 더 당황한 표정 돼. 아는 언니라더니.. 그게 언니였어?? 재니 전혀 그럴 줄은 생각도 못했어서 당황한 거지.
"지스씨가 얘기 안했나보네?"
"...응."
잰이가 물어보면 재니 좀 복잡해진 표정으로 답할 것 같음. 잰이 그런 재니 빤히 바라보다가 이거 다 됐어? 하고 꽃 가리키며 물으면 그제야 재니 다시 정신차리고 마무리해서 꽃 포장한 거 잰이 건네줌. 잰이 복잡해보이는 재니에 굳이 뭐라고 더 묻진 않고
그냥 그렇게 꽃 받아서 갔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잰이가 가고 남겨진 재니는 여전히 심란해. 사실 그날 재니는 지추가 만난 사람이 아는 언니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게 물어봤던 거였거든. 물론 지추가 자기한테 잰이 만나걸 얘기 안한 건 이상하지만.. 어쨌든
아는 언니를 만난 건 맞았으니 된 거 아닌가? 재니 생각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안드는 거. 오히려 더 수상하게 느껴지겠지. 자기 언닐 만나면서 굳이 얘길 안한 지추도 그렇고.. 처음 셋이 만났을 때 둘 사이에서 느껴지던 이상한 기류도 그렇고... 둘이 도대체 무슨 사인데??
재니 애써 신경 끄고 있었던 게 다시 신경 쓰이면서 더 혼란스러웠을 거다. 그래서 지추 퇴근하는 때도 맞춰서 기다리고 있던 재니였겠네..
그리고 다시 현재.. 지추 당황해선 굳어있으면 재니 꽃 만지다가 고개 돌려서 지추 쳐다보는 거. 재니 당황한 지추 보니까 더 화날 것 같음. 왜 이렇게 화나지? 싶으면서도 그냥.. 일단 화가 나는 거. 재니 아직 디나이얼이지만 본능적으로 둘이 어떤 사이인 줄 느껴서 그런 걸지도 모르는 일이었지..
"왜 얘기 안했어?"
재니 이미 둘이 만난 거 어차피 아니까 굳이 지추 대답 안 듣고 이렇게 또 물음. 그러면 지추 재니 시선 피하며 말할 거.
"그냥.. 언니가 신경쓸 것 같았어."
"....지금이 더 신경쓰여."
재니 지추 대답엔 입술 꾹 물었다가 말하며 포장 끝낸 꽃다발 지추한테 건네주겠네.
지추 재니가 확실히 화나보이니까 뭐라고 더 변명하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들어오는 다른 손님.. 재니 손님 응대하려고 지추 쓱 지나쳐 가면 지추도 뭐 어쩔 수가 없지. 퇴근 시간대에 사람 많은 거 아니까 지추 기다리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갔을 거다. 그리고 재니가 준 꽃다발
식탁 위에 올려놓고선 소파에 앉아 한숨 푹 내쉬었을 지추.. 신경쓰여할것 같아서, 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 말을 못한 건 아니었겠지. 일단 또 잰이를 만났다고 하면 둘이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재니는 분명 또 궁금해할 텐데 그런데 그걸 재니한테 설명해줄 수가 없잖아.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엔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지추와 잰이인 걸 알기도 했고 또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을 지추. 그래서 지추 굳이 말을 안 하고 있던 건데... 재니가 어떻게 알았나 싶은 거. 그런데 뭐 어떻게 알았겠어. 지추 그런 생각에 한숨 한 번 더 푹 쉬곤 잰이한테 전화 검.
[무슨 일이야? 네가 먼저 전화를 다 하고.]
"재니언니한테 나 만난 거 말했어요?"
곧바로 전화 받는 잰이에 지추 본론부터 물었겠지. 그러면 잰이 아~ 하더니 그것 때문이었어? 하곤 태평하게 그래.
[그래, 내가 말했어.]
"......."
[뭐, 재니가 왜 말 안했냐고 화라도 냈니?]
잰이 웬일로 먼저 전화를 했나 했더니 대뜸 재니 얘길 꺼내는 지추에는 자기도 모르게 비아냥거리고 말았을 거다. 거기엔 지추 한숨 옅게 쉬곤 대답은 안 하고 물어.
"더 다른 얘긴 안했죠?"
[..왜? 걔가 알면 안되는 거라도 있나봐?]
"당연히... 그 언닌 아무것도 모르는 헤녀잖아요."
[...정말 그뿐이야?]
지추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투로 말하는데 잰이는 멈칫하더니 묻는 거네. 네? 지추 무슨 뜻이냐는 듯 되묻는데 잰이 자기가 물어놓고 말이 없어.
[너... 걔 좋아해?]
그러다 정적 후에 물었을 잰이. 그리곤 다시 잠깐 정적이 이어졌겠지.
"...아니에요."
[.......]
"...끊을게요."
지추가 그 정적을 끊고 말하더니 정말 전화 끊어버렸을 거다. 지추 늘 아니라고 하던 말이지만.. 잰이 방금 전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는 걸 모를리가 없잖아. 잰이 가만히 핸드폰 보고 있다가 짜증 확 나서 핸드폰 내려놓고 마른세수했을 거다.
그리고 지추.. 괜히 잰이가 그런 소릴 해서 더 심란할 것 같음. 아니라고 대답하는데 오래 걸린 이유는.. 정말 아닌지 지추도 확신을 못해서겠지. 만약 잰이가 방금 그 말 정말이냐고 다시 물었다면 지추는 대답 못했을 거였거든.. 지추도 제 마음을 아직 잘 모르겠어서 답답할 것 같네.
지추가 그러고 있는 동안.. 카페에 남겨진 재니는 마침 온 손님 응대는 어떻게 하긴 했는데 표정관리는 잘 안됐을 듯.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는 재니도 몰라. 그냥 화가 나고 섭섭하고.. 복잡한 감정이 다 들 것 같음. 그런데 그러던 중에 남자친구한테서 걸려온 전화.. 재니 안 받고 무시하는데
그래도 전화가 계속 와서 나 일하는 중이야, 하고 문자만 보냈을 듯. 재니 이젠 남자친구도 다 짜증났겠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을 사랑하는 게 맞는지 헷갈리고 전혀 생각치도 못한 사람한테 신경이 계속 가고 있었으니까.. 재니 설마..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을 것 같음.
그러는 동안 재니 지추한테 연락은 하지 않았을 거. 지추 재니한테서 그러고나서 계속 연락 없으니까 당연히 신경쓰이지. 화 많이 났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언니가 왜 이렇게 화가 났나 그것도 신경쓰이고 여러모로.. 그런데 지추 제 감정도 정리 안된 채로 섣불리 연락을 못하겠어서
자기가 먼저 연락하지도 못할 것 같음. 그런 상태에서 또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됐는데 지추 오늘은 친구랑 약속 있는 날이야. 지추 오랜만에 친구 보는 거였겠지. 퇴근하고 친구 만나서 저녁 먹고 간단히 맥주도 마시고 하는 지추. 별생각 없이 너는 연애 안하냐고 묻는 친구에는
지추 안 그래도 복잡하니까 그런 거 묻지 말라고 했을 듯. 그덕에 친구는 무슨 사연인지 궁금해했지만.. 지추 차마 말을 해줄 수도 없었음. 여자 만나는 건 아는 친구긴 했지만.. 똑같이 닮은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긴 좀 그랬으니까.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거지..
지추 맥주 마시고 혼자 넋두리하듯 중얼거리기도 했겠다. 어쨌든 지추 머리 복잡한 상태에서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스트레스 좀 풀고 헤어짐. 그런데 지금 집에 가면.. 딱 재니네 카페 문닫을 때쯤인 거잖아. 어쩐지 지금 집으로 출발하면 재니를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 들 지추..
지추 재니를 마주치고픈 마음과 아직은 마주치지 못하겠는 마음 두가지 감정이 다 들어서 고민될 것 같음.
지추는
지추 무엇보다 오늘은 맥주라도 술까지 마셨으니 안되겠다 생각에 주변에서 시간을 좀 때우기로 했겠다. 지추 딱히 목적지는 없이 바람도 좀 쐴 겸 발길 가는대로 걷겠지. 그렇게 조금 걸었을까.. 별생각없이 안쪽 골목길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담배 피우고 있던 잰이랑 눈이 마주쳤으면.
한 명을 피했더니 한 명이 있네. 지추 정말 우연히 발생한 상황에 어이없으면서도 자신을 보고 좀 당황한 듯한 표정의 잰이엔 옅게 웃으면서 다가갈 것 같음.
"여기서 뭐 해요?"
"..보면 몰라?"
잰이 괜히 쌀쌀맞게 대답하며 방금 막 피우기 시작한 담뱃재를 털어. 지추는 그런 잰이 보고 피식 웃더니
"저도 한 대만 줘요."
이럼. 지추 담배 피우는 줄 몰랐던 잰이는 살짝 멈칫했다가 다시 가방에서 담배 꺼내서 지추한테 한 대 줄 거다. 그러곤 라이터로 직접 지추가 물고 있는 담배에 불도 붙여주겠지.
"너 담배 피웠었어?"
"옛날에 피우다가 끊은 지 좀 됐는데.. 지금도 가끔 술 마시곤 피워요."
지추 잰이가 준 담배 씁 들이켰다가 독한 거라 기침 콜록 한 번 했으면 좋겠음. 잰이는 그 모습 보곤 귀엽다는 듯 웃겠네.
"그쪽은 왜 여깄는데요?"
"응?"
"회사 이쪽 아니잖아요."
"아- 오늘 대검 가야할 일이 있었거든."
지추 잰이 대답엔 아, 하더니 잰이 옷차림을 한 번 더 쓱 훑어봐.
어쩐지.. 평소에도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더 각 잡힌 정장이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잰이 일 때문이었던 거지. 물론 지추 잰이가 변호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하고 난 차림으로 바로 본 건 처음이라 좀.. 멋있단 생각도 들 것 같음.
"그럼 일하고 지금 나온 거예요?"
"응. 왜 반했니?"
그런데 대뜸 묻는 잰이에는 지추 멋있다고 생각한 거 들킨 기분이라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헛웃음 터트렸을 듯. 멋있다고 생각할만 하면 저런다니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더 웃었을 지추.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었는데?"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혼자?"
"네."
잰이 수상하단 듯 쳐다보면 지추 방금까지 친구랑 있다가 막 헤어졌다고 얘기해줌. 그러면 잰이 뭐라고 더 묻고 싶은 표정 되는데 뭘 더 묻진 않겠지. 지추 그런 잰이를 힐끔 쳐다보곤..
"그런데 그쪽은 이제 일 끝난 거예요?"
"응, 끝났지."
뭐 묻고 싶은 게 있는 것마냥 일단 이렇게 떠봐. 그리곤 잰이 대답 듣더니 이렇게 제안하는 지추.
"그럼 나랑 술 마실래요?"
"뭐?"
"나 오늘 좀 집에 가기 싫은 날인데."
잰이 지추가 먼저 술 마시자고 한 건 처음이라 말 듣고서
조금 놀란 표정 짓겠지. 하지만 잰이 이내 씽긋 웃으며 그래, 했을 거다. 지추는 어차피 혼잔데 그냥 산책이나 좀 하고 들어가자고 처음에 생각했다가 잰이 만나곤 이참에 술이나 더 마시자고 생각한 거겠지. 어쨌든 그렇게 지추 잰이 데리고 근처에 있는 술집 가게 됐을 거.
지추가 잰이 데려간 곳은 무슨 전 집이었음. 지추 전에 친구랑 온 적 있던 데라 능숙하게 알아서 술이랑 전 시켰는데 잰이 표정이 좀.. 뾰루퉁 한 거잖아.
"뭐야, 왜 그런 표정이에요?"
"...여기 별로야."
잰이 그래도 누가 들을까봐 목소리 죽여 말하면 지추 푸하 소리내 웃음.
"아, 왜- 여기 안주도 맛있는데."
지추 능글맞게 말하면서 반찬으로 먼저 준 김치 냐암 얄밉게 먹어. 그러면 잰이 입술 삐죽이며 이러네.
"난 와인 파라구."
"소주 안 마셔요?"
"잘 안 마셔."
"그럼 소맥은?"
"안 마셔봤어."
지추 잰이 대답에 네? 하면서 깜짝 놀랄 듯. 아니.. 그렇잖아.
소맥을 안 마셔봤다니. 그건 좀 놀라울만한 일이긴 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지추 놀란 목소리로 물으면 잰이 꿍얼꿍얼 얘기하겠다.
"마실 일이 없었으니까.."
"회식할 때도 안 마셨어요?"
"응, 차라리 소주를 마셨지. 그렇게 안 섞어 마셨어."
"와.. 오늘 내가 말아줘야겠네."
"참나, 너 술도 잘 못 하잖아."
"술 못 해도 잘 말거든요? 그리고 대학생 땐 자주 마셨어요."
"아 그러셔?"
지추 자기 완전 알쓰 취급(ㅋㅋ사실 맞지만..) 하는 잰이에 괜히 울컥해서 이럼. 그런데 지추 진짜 예전엔 노는 건 좋아해서 술 열심히 다녔거든. 아니 마시진 않아도 술자리는 자주 나갔었지.
그리고 곧이어 술 먼저 나오면 지추 예전 기억 살려서 비율 맞춰 소맥 잰이거까지 제조해줌. 잰이한테 주면 잰이 의심의 눈초리로 지추 쳐다보는데 지추 빨리 마셔보라는 듯 자기 잔 가져가서 잰이 잔에 억지로 짠, 한다. 그러면 잰이 지추가 준 거니까 한 모금 마셔보겠지.
"어때요?"
"..뭐, 괜찮네."
잰이 이런 술 잘 안 마시지만 지추가 준 거라서 그런가ㅋㅋ.. 좀 괜찮은 것도 같았겠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마침 나온 전..
"그쵸? 이것도 먹어봐요."
지추 웃으면서 이러더니 젓가락으로 전 찢어줄 것 같음. 그리곤 잰이 앞접시에 놔주기까지 하겠지.
잰이 전도 잘 안 먹어봤는데 지추가 직접 주니까 그것도 또 냐암 먹음. 그런데 이건 진짜 꽤 맛있네. 안주 맛집이 맞나봐. 잰이 또 한 번 냐암 먹으면 지추 뿌듯한 표정으로 웃을 것 같음.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건.. 지추 얼굴이 벌써 시뻘게졌다는 거야. 지추 아까 친구 만났을 때
맥주 마신 것 때문인지.. 소맥 한 모금 마신 건데 벌써 술기운 올라서 얼굴 빨개진 거지. 지추 더워서 입고 있던 외투 벗으면 잰이 그런 지추 보고 피식 웃음.
"술은 왜 이렇게 못하는 거야."
잰이 놀리듯 말해놓고 속으론 그런 지추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 뻔했지.
지추 잰이 놀림에는 입술 삐죽이다가도 자기도 얼굴 빨개진 거 알아서 물 원샷함.. 그리곤 술 대신 전이나 잘라 먹는데 잰이가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지겠네.
"뭐.. 또 말아줘요?"
"아니, 됐어. 좀 이따 마실래."
지추 그 시선에 눈알 굴리다가 금세 한 모금 더 마셔서 비워진 잰이 잔 보곤
뻘쭘해서 괜히 이러는데 잰이는 또 안 마신대.. ...별로였나. 지추 자기가 말아준 소맥 아깐 괜찮다더니 사실 별로였나 싶어서 시무룩해진 말투로 중얼거리면 잰이 못 참고 웃음 터트릴 것 같음.
"별로 아니었어. 그냥.. 오늘은 안 취하려고."
그리곤 하는 말에 지추 의외라는 듯 잰이 쳐다보겠지.
"나까지 취하면 넌 누가 챙기라구."
그런 지추에 잰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한 번 더 웃곤 이럼.
"뭐야.. 갑자기 언니처럼 구네."
"원래도 그랬어."
지추 괜히 민망해서 중얼거리면 잰이 지추 찌릿 째려봄.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잰이 또 어이없는 게 있잖아.
"아니 그런데 너 나한텐 언니라고 왜 안 해? 재니한텐 잘만 하면서."
"..아니 그쪽은.. 원래 그렇게 안 불렀잖아요."
"그럼 불러봐, 이제부터."
잰이 핑계대는 지추한테 안 져주면서 이러더니 빨리 해보라는 듯 얼굴 가까이해서 쳐다보는 거. 지추 너무 빤히 쳐다보는 잰이에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 피해버렸으면 좋겠음.
"아 싫어요."
"왜?"
"...그냥 하라니까 더 못하겠어."
그런데 잰이는 그런 지추가 좀 평소랑 너무 다른 거야. 얘 원래 맨날 나한테 철벽치던 앤데.. 지금은 술을 마셔서 그런 건지 그 철벽이 없어진 것 같겠지.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도 그렇고....
그래서 잰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지추 옆자리로 가 앉았으면 좋겠다. 그리곤 아까보다 훨씬 더 얼굴 가까이 하는데 지추 힐끗 잰이 보다가 아예 고개 돌려버리는 거. 잰이 그런 지추가 자기 보게 하려고 지추 얼굴쪽으로 손 뻗는데.. 지추가 아, 쫌. 하더니 잰이 손 휙 내쳤으면 좋겠다.
지추 이미 귀까지 새빨개져있는데 잰이가 더 짓궂게 이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거지. 그런데 자기도 그러고선 아 실수했다 생각하고 고개 돌려보니 잰이 상처 받은 듯한 표정이잖아.
"너 내가 재니였어도 이랬을 거야?"
잰이 자기 손 내친 지추에 순간 울컥해서 말했을 듯.
그런데 자기가 말해놓고 또 재니랑 자길 비교해버린 게 자존심 상했을 잰이. 짜증이 확 솓구쳤겠지. 결국 잰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거. 그리곤 자기 가방 들고 아예 나가버리는 잰이에 지추 당황해서 잰이 쳐다보다가 뒤늦게 현금 오만원짜리 테이블에 두고 잰이 쫓아갈 거야.
지추 후다닥 나와선 두리번 잰이 찾는데 잰이 다행히 아직 얼마 가진 못했어. 지추 술취했으면서 뛰어서 잰이 쫓아가다가
"아, 김잰이!!"
안 멈추는 잰이에 소리지르면 잰이 그제야 멈춤.. 그리고 곧 그런 잰이를 따라잡았을 지추. 잰이 자기 뒤에 선 지추 숨소리 듣곤 뒤돌아볼 것 같지.
"미안해요, 방금은 실수-"
"너.. 내가 후회한다면 어떡할래?"
그리고 지추 아까 손 내친 거 사과하려는데 잰이가 말 씹고 이렇게 말했을 거다.
"그날 그냥 너 그렇게 두고 간 걸.. 내가 지금 후회하고 있다면 어떡할 거냐구."
지추 이어진 말에는 더 대답 못하고 당황했을 거다. 갑자기 잰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으니까.. 그날이란 건 그때 잰이가 술 취한 지추를 그냥 호텔방에 두고 혼자 가버린 날을 말할 텐데.. 그때 얘기를, 그것도 후회한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꺼내는 잰이가 지추는 잘 이해가지 않았겠지.
지추 당황한 표정으로 잰이 쳐다보다가 잰이가 아무래도 진심 같으니까 한숨 푹 내쉬었을 거야. 그리곤 잰이 시선 피하며 대답했을 거.
"이제 와서.. 왜 그래요."
"....이제 와서라고 해도."
"......."
"너 흔들고 싶어."
지추 처음 보는 눈빛으로 말하는 잰이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을 거야.
잰이는 복잡한 표정으로 자기 쳐다보는 지추한테 한 발짝 더 다가갔겠지. 그리곤 한 발짝 더 다가온 순간 지추 그제야 좀 정신 차리고 잰이 어깨 살짝 붙잡아. 아니면 이대로 잰이가 키스라도 해버릴 것 같아서.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
지추 고개 숙이고 이렇게 말한 뒤 뒷걸음질 침.
"알았어. 대신 오래 끌지마."
그리곤 잰이 말에 잠깐 멈칫했다가 고개 끄덕이곤 어깨 붙잡았던 손 떼는 지추. 그후엔 지추 고개 들어서 아까부터 자기만 쳐다보고 있던 잰이 힐끗 보고 뒤돌았을 거다. 저 눈빛을 보고 있으면 제 심장이 다시 이상해지는 느낌이라.. 지추 도망치듯 그 자릴 나섰겠지.
잰이가 제게 진심일 거라고 생각 못했던 지추는 당연히 혼란스러웠을 거야. 그동안 잰이가 제게 호감을 보이는 것 정도는 지추도 알았지만 그저.. 그냥 가벼운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을 지추. 그때처럼 되려 제가 잰이에게 진심이 된다면 상처 받을 게 뻔하단 생각에 여태 애써 더 선을
그어오려고 했던 거겠지. 그런데 아까 자신을 흔들고 싶다고 말하던 잰이는 정말 진심인 게 지추도 느껴졌거든. 그러니까 지추가 그어놨던 선을 더이상 그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지추 혼란스러운 거지. 하지만 지추 그렇다고 내가 아직도.. 잰이에게 마음이 많이 남아있나? 좋아하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그렇다고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단 말이야. 지추에겐 재니도 있었으니까. 재니에 대한 감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아팠는데 지추 이제 잰이에 대한 감정까지 생각해야하는 게 됐겠네. 두 사람 모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그래, 지추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지만 좋아하는 건 또 달랐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을 인정하고 이어나가는 것 역시. 그래서 지추 제 감정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을 거다. 그렇게 이틀.. 지추 열심히 혼자 생각해봤지만 정리가 쉽진 않았을 듯. 지추 갈팡질팡 갈 길을 못 잡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겠지.
그러다 금요일, 지추 자꾸 드는 딴생각 없애고 일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왔을 거야. 바로 재니한테서 온 카톡이었으면 좋겠음. 내용은 퇴근하고나서 잠깐 볼 수 있냐고, 언제 퇴근하든 기다리겠다고 하는 내용이었을 거. 지추 카톡 보고 나서 어떻게 답장할지 망설였겠지.
아직 제대로 정하지 못한 지금, 재니를 만나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그때 오래 끌지 말라던 잰이의 말이 떠올랐을 지추. 그래.. 오래 끌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어. 지추 결국 재니한테 알겠다고, 회사에서 출발하면 연락하겠다고 답장했을 듯. 지추 그냥 이젠 마음 가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음. 그리고 오늘은 칼퇴를 하게 된 지추 재니한테 약속한대로 연락하고 재니 만나러 재니네 카페로 향해. 아직 문 닫을 시간도 안됐는데 불이 다 꺼져있는 카페를 보고 지추 의아해하는데 재니 혼자 불 다 꺼진 카페에 앉아있었을 것 같지. 그리고 문 앞에 온 지추 보고 문 열어줄 재니.
"오늘 벌써 카페 닫은 거야?"
"응, 아까 닫았어."
혹시 나랑 얘기하려고 닫은 거냐고. 지추 물으려다가 말았을 거다. 며칠 만에 본 재니가 꽤나 수척해보였거든. 마음고생 심하게 한 것처럼. 만두 같던 볼살도 빠진 것 같고.. 물론 지추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어쨌든 문 닫은 카페 안쪽 불만 켜놓고 원형 테이블 사이에 둔 채 마주 앉게 됐을 지추와 재니. 지추 일단은 아무말 않고 재니가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꼭 쥐고 재니 바라보고 있을 거야. 그러면 재니 조금 뜸들이다가 입 열겠지.
"그동안 잘 지냈어?"
"난 그냥.. 지냈지. 언니는?"
"...난 잘 못 지냈어."
지추 시선 떨구며 말하는 재니에는 정말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아. 재니 말하고서 한숨 깊게 내쉬겠지. 할 얘기가 있어보이는데 쉽게 꺼내질 못하겠는지 재니 더 말은 못 하고 한숨만 내쉬는 거.
"천천히 해도 돼. 나 어디 안 가."
지추 그런 재니를 바라보다가 이럴 것 같음. 재니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거였지.
"지스야."
"응."
"...너는 나한테 할 얘기 없어?"
그런데 재니는 지추를 힐끔 보곤 묻는 거잖아. 재니 지추에 생각을 먼저 듣고 싶어하는 눈치인 거겠네.
"..당연히 있지."
"...뭔데?"
그런데 지추도 아직 준비가 다 된 건 아니었잖아. 하지만 지추 여기까지 온 이상 제 마음이 가는 대로.. 말할 용기는 있었거든. 그렇게 결국 지추가 먼저 얘길 꺼내게 되겠지.
"나는 그냥.. 미안해서."
"......."
이 다음 지추가 할 말은
"나는 그냥.. 미안해서."
"......."
"솔직하게 얘기 안했잖아, 언니한테."
지추 어쨌든간에 잰이가 충분히 신경쓰고 서운해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사과부터 할 거야.
"그냥.. 잰이씨와의 사이를 설명하기가 좀 어려웠어. 사실..."
"......"
"내가 잰이씨를.. 좋아했었거든."
지추 말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던 걸 끝내 입밖으로 꺼내겠지. 재니가 헤테로이긴 하지만 제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저를 미워할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야. 무엇보다 재니와 잰이가 그리 친하진 않다고 해도 자맨데.. 그리고 지추는 재니를 더 속이고 싶진 않았을 거.
그리고 지추의 말을 들은 재니는 머리에 망치라도 한대 맞은 것처럼 표정이 굳었을 거야. 많이 놀랐나.... 하긴 그럴만도 하지. 지추 그렇게 생각하며 재니가 생각을 좀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 재니는 표정이 굳은 채로 더 말을 붙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지추를 바라보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이내 시선이 방황하더니 입술까지 파르르 떨렸을 거야. 그리고 재니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지추한테 물었을 거.
"그때 얘기했던 사람이.. 잰이언니였어?"
"어? 아.. 응.."
재니 전에 지추가 자기 얘기 아닌 척.. 잰이와의 얘길 했던 거 기억하고 물었을 듯.
지추는 아니라고 했지만 당연히 재니도 그게 지추 얘기일 거라곤 생각했었으나 그 상대가 잰이일줄은 전혀 생각 못했었을테지. 어쨌든 그 상대가 잰이란걸 지금은 알게 된 건데.. ...그렇다고해서 둘이 사귀거나 한 건 아니잖아. 지추가 했던 얘기에 따르면 잰이는 지추를 이미 한 번 찼으니까.
재니 한숨 깊게 내쉬며 생각하겠지. 그리곤 재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지추에게 조심스럽게 물을 것 같음.
"그래서.. 지금은?"
"어?"
"...지금은 안 좋아하는 거지?"
재니 그때도 했던 질문이야. 그때 지추의 얘기를 듣고.. 재니는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그때의 지추는 아닐 거라는 대답을 했었지. 재니 이번에도 지추의 대답이 같길 기대했을 거다.
"...좋아해, 지금도."
하지만 지금의 지추는 이렇게 대답해. 재니가 방금 막 자신을 좋아한단 사실을 깨달은 줄도 모르고.
아.. 애써 표정관리하며 고개를 숙였을 재니. 그렇구나.. 그리곤 재니 작게 중얼거림. 지추도 복잡했던 마음을 입으로 꺼낸 건 처음이라 심장이 쿵쿵쿵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재니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피진 못했을 거야.
그러다 재니가 말이 계속 없으니까 지추도 살짝 불안해져 언니? 하고 재니를 부름. 그러면 그제야 재니 좀 정신 차려선 고개 살짝 들겠네.
"아니, 난 그냥.. 그냥 좀 놀라서 그래."
"...미안. 이렇게 놀랄 줄 몰랐어."
"아니, 네가 뭐가 미안해.. 정말 괜찮아."
재니 지추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알아서 변명하고 괜찮다고 그럴 것 같음. 사실 그 괜찮다는 말은 정말 괜찮다고 스스로를 체면시키듯.. 한 말이기도 했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괜찮아질리는 없었거든.
"오늘은.. 그만 가봐, 지스야."
"...언니 할 얘기 있는 거 아니었어?"
"...난 나중에 할게. 오늘은 좀.. 쉬고 싶어."
재니 결국 지추한테 그만 가보라고 할 거야. 지추 쉬고 싶다는 재니에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남. 분명 할 얘기가 있다고 한 건 재니였는데.. 그게 무슨 말이었을지 지추 궁금했지만... 놀라서 정신 없는 것 같은 재니를 재촉하고 싶진 않았을 거. 어쨌든간에 재니한테 자긴 친한 동생이고..
잰이는 언니니까.. 둘이 그런 사이였단 걸 갑자기 알았으니 재니도 그걸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할 것 같긴 했고 말이야. 지추 나중에 연락하라는 말을 뒤로 재니를 혼자 두고 카페를 나섰겠지.
그리고 혼자 남은 재니는 아까 지추와 같이 마주보고 앉아있던 그 의자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앉아선.. 그제야 엉엉 소리내 울었을 거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정말 서럽게 울었을 재니. 지추와 잰이가 원망스럽기보단.. 제 마음을 늦게 깨달은 게 너무 화가 나서 더 울었겠지.
사실 재니 며칠전에 남자친구랑 만난 날 바로 헤어졌거든. 그렇게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는데.. 그리고서도 재니 계속 지추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혼자 고민할바엔 지추를 만나서.. 지금 제가 이렇다 얘기라도 해야 뭐라도 될 것 같아서 오늘 지추를 부른 거였는데....
재니 잰이를 좋아한다는 지추의 말을 듣고나서야 자신이 지추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아버린 거였을 거다. 하지만 정작 깨달은 후에는 제 마음을 전할 수 없던 재니였던 거지.. 조금만.. 더 일찍 알걸. 지추가 아닐걸? 하고 대답했을 때만이라도.. 그때라도 알았으면....
제 마음을 전했을 텐데.. 이렇게.. 깨닫자마자 접어야하진 않았을 텐데.. 재니 후회가 되고 화가 나서 더 울었을 거야.
그리고 재니에게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은 지추는.. 이대로 집을 가려다가 잰이한테 전화를 걸 것 같음. 이제는 제 마음이 뭔지 지추 재니한테 말하면서 더 깨닫게 됐으니까. 그걸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잰이한테도 빨리 얘기해주고 싶어서. 그리고 지추가 전화 걸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화 받을 잰이.
"여보세요?"
[왜 이제 전화해.]
지추 전화 받고선 바로 애타게 기다린 목소리로 말하는 잰이에 자기도 모르게 살풋 웃음 터짐.
"내가 너무 오래 끌었어요?"
[엉. 넌 뭐 사람 피 말려 죽일 일 있니?]
참나. 지추 뭐라고 하는 잰이에는 헛웃음 짓겠지. 피 말린 사람치곤.. 성질은 여전한데.
지추 그런 생각 하면서 잰이한테 지금 시간 되냐고 물어봐. 그러면 잰이 된다고 하더니 부스럭 소리 엄청 날 듯. 일하고 있던 거 급하게 정리라도 하듯이.
"일하고 있었어요?"
[응, 아, 아니.]
"바쁘면 내일 봐도 되는데."
[안 바쁘다구. 너 어딘지나 말해.]
지추 다급한 잰이 목소리엔 크크 웃고선
자기 집 주소 말해줌. 그러면 잰이 알겠다고 하곤 바로 전화 끊겠네. 지추 평소랑 달리 어딘가 더 허당같은 잰이에 웃음 푸흐흐 지으면서 먼저 집으로 가있을 거야.
그리고 과속이라도 했는지.. 정말 빨리 지추 집으로 도착했을 잰이. 그런데 사실 얘도 엄청 긴장했거든. 설마 지추가 집에까지 불러놓고 자기 찰까봐. 그래서 여기까진 빨리 와놓고 초인종 못 누르고 있을 잰이.
"뭐해요? 초인종 안 누르고."
결국 기다리다 못한 지추가 먼저 현관문 열어선
이럴 것 같지. 아까 이미 차 들어오는 거랑 공동현관까지 다 열어줬으니 이제 집앞에 다 왔을 때가 됐는데 초인종이 계속 안 울리니까.. 지추 설마 싶어서 카메라로 확인해봤더니 잰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문앞에 계속 서있기만 한 거였을 거다. 그 모습 보곤 지추 어이없어서 헛웃음 짓다가
언제까지 그러고 있나 한 번 보고 있는데 이러다간 내일 돼서야 만날 것 같아서; 정말 기다리다 못해 자기가 먼저 현관문 열였을 지추. 그리고 잰이는 갑자기 열린 문에 당황해선 답지 않게 어버버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일단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됐을 듯.
"앉아요, 일단."
잰이 지추가 시키는대로 일단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이 긴장한 게 보여서 지추 웃음 나올 것 같은 거 꾹 참으며.. 준비해둔 커피 들고 일부러 더 진지한 표정 지으며 잰이 옆에 앉음. 그리고 커피 마시라고 건네면 잰이 일단 받아는 드는데.. 지추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보는 느낌이지.
결국 지추 살짝 터져나오는 웃음 못 참고 터트리며 물을 듯.
"왜 이렇게 긴장했어."
"...너 같으면 안하겠어?"
잰이가 지추 찌릿 째려보며 말하면 지추 이번엔 좀 미안하단 듯 웃음. 그리곤 잰이 빤히 보는데.. 눈 잘 맞추던 잰이 지추가 계속 쳐다보니까 먼저 시선 피해버릴 거야.
사실 지추 저번에 후회한다는 잰이 얘기를 듣고도.. 조금 믿기지 않았었는데 오늘의 잰이를 보니까 확실히 느껴질 것 같지. 잰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방금 재니언니 만나고 왔어요."
"...둘이 만나서 뭐 했는데?"
잰이 긴장한 눈빛으로 지추 쳐다보며 물음. 그러면 지추 막상 말하려고 하니
조금 긴장은 되는지 멋쩍은 웃음 지을 것 같네.
"그냥.. 얘기했어요."
"무슨 얘기 했는데."
"음.. 내가... 잰이씨 좋아한다고?"
지추 말꼬리 늘리다가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는데 잰이는 지금 제가 잘못들은건가 싶은 듯 지추만 빤히 바라볼 거야. 좋아한다고 얘기한 지추는 좀 부끄러워서
그런 잰이 시선 못 맞추고 있다가 힐끗 훔쳐보는데 어느새 잰이 지추 바라보며 웃고 있는 거지.
"왜 그렇게 쳐다봐."
"좋아서."
잰이 지추 질문에는 바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하더니 그대로 지추 양쪽 볼 붙잡곤 먼저 키스할 것 같음. 바로 키스부터 갈기는 잰이도 잰인데..
지추 예전에 둘이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대화가 생각나 키스하는 입술 새로 웃음이 새어나왔을 거.
"왜 자꾸 웃어."
"그냥, 우리 처음 본 날 생각나서."
잰이 지추가 자꾸 웃으니까 입술 떼고 묻는데 지추 대답에는 더 심장이 쿵쿵쿵.. 사랑이 벅차오르는 느낌들 것 같음. 생각해보면 그날도
지추는 정말 예뻤는데.. 지금 눈앞에 지추는 그냥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데 대뜸 키스부터 하는게 어딨어요."
"네가 내 입술 쳐다보길래."
지추 장난스럽게 하는 말에는 잰이도 둘이 만났던 첫날 생각하고 대답함. 그때 자꾸 자기 입술 쳐다보는 지추를 알고 굳이 짓궂게 물어봤던 잰이였으니까.
그리고 잰이 대답엔 헛웃음 짓더니 방금 전 키스때문에 립스틱 번진 잰이 입술 빤히 바라볼 지추.. 그러곤 이번엔 지추가 먼저 잰이 목 뒤로 두 팔 두르며 키스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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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잰이와의 오해도 풀고 서로 마음도 확인한 지추였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있었음. 바로 재니였지. 그날 재니 얘기는 끝내 듣지 못했으니까. 지추 재니가 좀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그날 못 들은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재니한테서 연락은 한달 내내 없었을 것 같음.
그동안 지추 재니 카페에도 몇 번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재니가 어쩐지 전과는 달리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아 거의 인사만 한 게 다였을 듯. 사실 그래도 그냥 할 얘기가 있다며 말을 걸면 되는 일이긴 했지만.. 이 부분은 재니보단 잰이 때문이었겠지.
'아, 맞아. 너 앞으로 재니랑 둘이선 보지마.'
'에? 왜요?'
'왜? 왜냐고? 넌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거니?'
'아, 아니 그러니까..'
'너라면 좋겠어? 내가 너랑 똑닮은 네 동생이랑 둘이 만나서 시시덕거리면? 게다가 네가 재니한테 흔들렸던 걸 뻔히 아는데 내가 그걸 그냥 두겠니?'
둘이 사귀기로 하고 바로 다음날에 둘이 이런 대화를 나눴었거든.. 그래도 지스가 어찌어찌 협상을 해 카페에 정말 들르는 정도는.. 허락 받긴 했지만 하여튼 잰이가 싫어할 걸 뻔히 아니 재니와 못한 대화를 이끌어가기도 좀 그랬던 지추였던 거지. 하지만 지추 이대로면 도저히 잰이와
마음 편히 만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것 때문이라도 재니와 얘기를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함. 그래서 지추 결국 고민하다 잰이한테 한 번 같이 재니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그랬을 듯. 잰이는 굳이..? 하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래도 지추가 자기 몰래 재니랑 보는 것보단 낫겠다 생각했는지 군말없이 알겠다고 해줬을 거. 그렇게 지추 잰이랑 둘이 같이선 처음으로 재니네 카페에 찾아갔으면 좋겠다. 지추 재니한테 미리 말하고 가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한가할 시간 맞춰서 찾아갔겠지.
"언니."
"...두 사람 다 오랜만이네."
지추가 꽃을 정리하고 있던 재니한테 먼저 가서 말 걸었을 거. 재니 지추랑 그 옆에 같이 서있는 잰이 보곤 이렇게 말했겠네. 지추도 안 온 지 좀 됐었거든. 재니 그래도 그 사이 꽤 괜찮아져 둘을 똑바로 마주볼 순 있었을 듯.
그동안 재니는 여러모로 바빴음. 일은 일대로 바빴고 마음은 마음대로 어지러웠지. 그나마 일이 바빠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재니 몸이 힘드니까 마음을 조금 덜 신경쓸 수 있었음. 어쨌든 재니는 처음 겪는 짝사랑에 열병이라도 난듯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니는 약한 사람은 아니었거든.
지금껏 무난한 사랑만 해온 것도 사실 재니가 안정적인 사랑을 하기 때문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재니 지추를 아직 전처럼 대할 자신은 없었기에.. 연락은 못하고 있는 거였겠다. 언젠간 전처럼 지추와 지내고 싶다고 재니도 생각했기에 그냥 마음 정리를 조금씩 해가는 중이었을 거.
그러던 중에 지추와 잰이가 재니를 찾아온 거였겠지. 그렇게 그날 이후론 처음으로 셋이 마주하게 된 지추, 잰이, 재니. 커피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은 그냥 요새 뭐하고 지냈냐 하는.. 스몰토크 주고 받았을 세사람이지.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지추는 재니한테 할 얘기를 언제 꺼내지 하고
타이밍 재고 있었을 거다. 그러고 지추 잰이가 잠깐 커피 가지러 갔을 때
"잠깐 시간 괜찮아?"
"...응. 괜찮아."
재니한테 물어봤겠지. 함께 찾아온 두 사람을 보자마자 마음을 더 단단히 붙잡았을 재니.. 이때까진 저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 지추를 계속 피해왔지만
오늘은 재니도 피하지 않았을 거. 그런데 지추 금세 커피 받아온 잰이가 제 옆에 딱 붙어있는 게 아무래도 신경쓰이잖아. 그날 재니가 하려던 얘기가 무슨 얘기인지 몰라도 잰이한텐 얘기 안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 어쨌든 이 부분은 둘만의 일이니까.
"잰이씨 잠깐만 먼저 나가있을래요?"
"뭐?"
그래서 지추 잰이한테 이렇게 부탁하는데 잰이는 당연히도 탐탁치 않은 표정이지. 아니 애초에 둘이 얘기할 거면 나한텐 왜 같이 오자고 한 건데? 잰이 누가 봐도 잔뜩 삐진 표정으로 지추 쳐다보는데 지추가 빤히 이래도 안해줄 거냐는 듯 얼굴 들이밀면.. 잰이 칫, 삐진 소리내도 일단은 자리 피해서
먼저 나가있을 거다. 그러면 그제야 지추랑 재니 둘만 남게 되겠지.
"할 얘기가 뭔데?"
"...우리 아직 못한 얘기가 있잖아."
"......"
"언니 그때 무슨 얘기 하려고 그랬던 거야?"
지추 질문에 눈빛이 살짝 흔들릴 재니. 하지만.. 이내 태연하게 대답할 거야.
"그거 계속 신경쓰고 있었어? 진짜 별거 아닌데.."
"...뭔데?
"그냥.. 그때 헤어졌거든, 남자친구랑. 그 얘기 하려고 그랬어."
재니 거짓말 아닌 거짓말 했겠네. 지추 재니 얘기에 아차 싶었을 거. 왜 이걸 진작 눈치 못 챘지 하고 말이야. 생각해보니.. 재니 지금도 반지 안 끼고 있었거든.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었네."
"아니야."
재니는 아니라고 웃어보였지만 지추는 마음이 안 좋았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헤어진 사람한테 지금 내가 누굴 좋아한다 이런 얘기나 늘어놓고 있던 거니까.. 지추 재니한테 미안해진 마음에 눈썹 축 늘어트리면 재니는 그런 지추를 보며
더 마음이 안 좋았을 거야. 내가 지금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건 너 때문인데.. 그걸 전남친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정말 순수한 감정으로 걱정해주는 지추의 마음 때문에 더 슬펐을 재니.
"진짜 괜찮은데.. 네가 미안해할 거 없어, 지스야."
"아니.. 난 그냥.. 언니 힘들때 같이 못있어준 것 같아서.."
지추 시무룩해져서 말하면 재니 애써 씁쓸하게 웃으며 지추 손 살짝 맞잡을 거. 이젠 이렇게 잡으면 안된다는 거 아는데도.. 마지막으로.. 다정한 지추의 손을 잡아보는 재니였을 거다.
"둘은.. 사귀는 거지?"
"어? 응.."
그러곤 재니 지추가 눈치 보며 꺼내지 못하고 있던 걸 먼저 물어봐줄 거. 지추 어차피 재니한테 말도 했었고 다 아는 눈치라서 금방 인정했겠지. 애초에 오늘 재니한텐 얘기할 생각이기도 했고.. 헤어졌단 말을 듣고 얘길 못하고 있던 거였지.
그리고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던 것의 대답을 들은 재니는.. 차마 축하한단 말은 못하고 그렇구나.. 작게 중얼거리며 잡고 있던 지추의 손을 놨을 거다.
"그래도.. 언제든 연락해."
"응?"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나도 자주 놀러올게."
지추 언제나 그랬듯 밝게 웃으며 그랬겠지. 그리고 그제야
지추를 따라 밝게 웃으며 그래, 하고 대답했을 재니. 언젠가 될지 몰라도 재니도 지추와 전과 같이 마음 편히 웃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재니와 대화를 다 나누고서 지추 나왔는데 잰이는 지추가 나오든 말든 시선도 안 줬을 거다. 삐졌구만, 완전히. 지추 그런 잰이 보곤 피식 옅게 웃고 잰이 손 먼저 잡았겠지.
"가요, 이제."
그리고 지추가 말하면 잰이 못마땅해하면서도 일단 같이 걸어 가는 거. 그런데 잰이 이럴 거면
나는 왜 데려온 거냐는 둥 꿍얼꿍얼댔을 것 같네. 지추 그런 잰이에는 더 잰이 쪽으로 붙으며 잰이 달래줄 거. 그런데 보통 이러면 잰이 곧잘 풀리는데 오늘은 여전히 입술 삐죽이고있음.
"내가 잰이씨라고 부르는 거 싫댔는데도 또 그러구.."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런 거라 지추 결국 웃음 살짝 터짐.
"그것때문에 삐진 거였어요?"
"그것때문에도거든?"
"그건 그냥 재니언니 앞에선 습관이 돼서 그게.."
"...또 재니만 언니라고 그러구.."
잰이 찌릿 지추 째려보며 이럼. 사귀기 전엔 그렇게 어른스럽던 사람이 사귀고나니 이렇게 자꾸 삐죽삐죽 삐지고 귀여운 부분을 자꾸 보여주니..
지추는 자기도 모르게 또 웃음이 터졌겠지.
"알겠어, 잰이 언니."
"이럴 때만 언니지.."
"이럴 때만 아닌 거 알잖아."
지추 눈 접어 웃으면서 이러면 잰이 삐죽이던 입꼬리.. 어느새 씰룩씰룩거리고 있을 거야.
"어, 웃는다."
"...진짜 이번만 봐주는거야."
"웅, 알겠어. 언니."
지추 강아지마냥 착 달라붙으면서 그러면 잰이 이젠 만두폭발할것처럼 함박 웃음 짓고 있었으면 좋겠다. Image
[두근두근 추잰 미연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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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7, 2022
메인은 썰타래로 해야겠어요 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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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5, 2022
"언니한테 쟤니씨 얘기를 조금 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한바탕 하고나서는 지추 잘랑말랑 하는 잰이 머리칼 만져주며 말해줬을 거. 잠결에 으응? 하고 묻는 잰이에는 조곤조곤 말 이을 지추겠지.
"그냥.. 하윤이 유치원 선생님이랑 어쩌다 친하게 지내게 됐다고 말했었어요."
"사실 그뿐인데.. 언니는 눈치가 빠르니까 오늘 보고 알아차렸을 수도 있고..."
지추 뒤이어 덧붙인 말은 혼잣말인냥 중얼거림. 쟤니씨가 원하면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해줄게요. 내가 요즘 만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지추 하는 말은 그새 잠든 잰이는 듣진 못했을 것 같음.
*
어느새 가을도 지나고 겨울을 맞았을 추잰과 하윤이. 날씨는 추워졌지만 여전히 뜨거운 잰이와 지추는 크게 싸우는 것도 없이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었을 거야. 여느때와 다름 없는 하루들이 반복됐겠지. 딱.. 한 가지, 요새 하윤이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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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 2021
그리고 먼저 일어나 나온 재니는 애써 씩씩하게 더 발걸음하며 걸었을 거야. 재니 아까 노력하겠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을 거다. 지스의 마음이 정말 그런 거라면.. 재니도 힘겹게 붙잡고 싶진 않았으니까. 제가 붙잡는다고 해서 지스가 흔들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
고집이 센 지스는 늘 한 번 결정한 걸 잘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재니는 알고 있었거든. 물론 그렇다고해서 괜찮은 건 절대 아니었을 텐데.. 차오르는 울음을 참는 건지 입술을 꾹 다물고 걷는 재니는 끝까지 눈물을 흘리진 않았겠지.
.
.
.
-언니가 무슨 얘기를 할진 어차피 대충 예상하고 있었어요. 언니한테 직접 듣고 나니까.. 오히려 속이 후련해진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정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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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 2021
캠레 추잰.. 할로윈에 친구들이랑 이태원 가서 놀기로 한 잰이한테 뭐 입냐고 물어봤는데 교복 입는다길래 감성교복 같은데서 빌려입을 줄 알았던 김지스.. 잰이 인스스에서 전신사진 보곤 두눈을 의심했을 것 같지.
치마가 뭐야? 저기 왜 트여있지? 김지스 잰이가 상체만 나온 사진 보내줘서 처음엔 몰랐다가 전신사진 보고나서야 저런 치마 입은 줄 알고 헛웃음 터트렸을듯. 아니 얘가 진짜...ㅡㅡㅋ 지스 이런 표정으로 사진 응시하는 중....
이태원이면 아까 사진 보니까 무슨 클럽처럼 그냥 거리에 사람이 엄청 많던데.. 저 차림을 그냥 사람들이 다 볼 것도 별론데 지나가면서 막 더듬고 그런 새끼들 있을까봐 생각할수록 빡치는 김지스씨(유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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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6, 2021
그렇게 설도 지나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금세 3월, 봄이야. 추운 날씨도 풀리고 꽃도 피고 설레야할 계절이지만 지추랑 잰이 둘한테는 봄이 된 게 그닥 좋지 않았겠지. 해가 길어지니까.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지추가 잰이 회사 앞으로 데리러 오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해가 길어져서
그러질 못하게 됐거든. 어쨌든 그래도 한여름도 같이 보낸 둘이니 별탈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중이었을 거. 그리고 꽃샘추위에 예상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온 어느날, 1층에서 엘레베이터에 타려는데 그 안에 한 중년여성이 서있었겠지. 잰이 별생각없이 피해서 타려는데 지추가 무슨 일인지
가만히 서있는 거잖아.
"언니?"
잰이가 지추를 부르면 그제야 지추 정신 차리고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탐.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아까 그 중년여성이 엘레베이터에 내리지 않고 그대로 같이 타고 있다는 거였음.
"아는 사람이에요..?"
잰이 중년여성과 지추 힐끔 번갈아 쳐다보곤 조용히 물으면
Read 61 tweets
Sep 26, 2021
+)

황실 막내 딸 김지추의 하루. 늦잠을 자고 싶어도 지치지 않고 깨우는 궁녀 덕에 어쩔 수 없이 일찍 기상해 하루를 시작해. 아침부터 소소하게 차리지 않은 아침을 먹고선 다시 제 방으로 돌아오는 지추. 사실 지추 이렇게나 넓은 궁전이지만 하루의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자기 방이야.
지추는 집순이..라기보단 방순이에 가까울 정도로 움직이는 걸 귀찮아했거든. 어쨌든 그렇게 여유롭게 방에서 게임도 하고 가끔은 들어온 일 처리도 하고..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그런 지추를 방밖으로 부르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잰이였겠다.
"아, 진짜 언니 궁에서 뛰면 안된댔잖아."
잰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가 저 멀리 방금 막 궁전으로 들어온 잰이를 보자마자 와다다 뛰어왔을 지추. 되려 잰이가 궁녀들 눈치 보고 뭐라 하면 지추는 베시시 웃으면서 정원에선 괜찮아~ 이러는 거네.
Read 55 t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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