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건우 엋건
청려 일반인남친 류건우
동거하는데 프리랜서라 맨날 컴퓨터앞에만 앉아있느라 집에서 블루라이트안경 달고삶
일 안 할 때도 안경 벗는걸 깜빡해서 그냥 그러고 삶

무슨뜻이냐면 청려가 류건우 시력 안좋은줄 착각하고 있다는 뜻임
류건우는 처음에 그걸 몰랐음.
유독... 키스할때나 잘때 안경부터 벗기길래 그냥 걸리적거리는게 싫은가보다 했음

이걸 어쩌다 눈치채게 됐냐면
어느날 건우가 안경 잠깐 벗고 눈가 꾹꾹 누르면서 마사지하고 있었는데
문틈에서 청려가 건우 형, 하고 부르길래 돌아봤었단말임
근데 그때 청려 표정이 처음 보는 표정이었음
그전까지는 갓 태어난 어린 짐승마냥 예쁘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약한 척만 했었는데
그땐 갑자기 발톱 숨긴 맹수처럼 쎄하게 쳐다보고 있던 거야

악의가 느껴진 건 아니고 뭐랄까...
류건우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적당한 단어를 찾아냄
소유욕. 독점욕.
애정이 커질수록 그림자처럼 붙어 따라오는 질척이는 감정들.
이때껏 티를 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저런 얼굴도 할 줄 아는 모양임.
그래봤자 제 손바닥 안이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우는 왜, 하고 대답하며 다시 안경을 썼음
근데 안경을 쓰고 다시 돌아보자마자 청려 표정이 바뀌어 있었음
평소에 보던 그 방긋방긋 예쁜 표정으로.
류건우는 잠시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움.
뭐지? 잘못 봤나? 이중인격자도 아니고 뭔 표정이 저렇게 갑자기 바뀌어.

그 의문은 청려가 슬슬 다가와 건우 안경을 뺏어들었을 때 풀렸음
"형은 시력 얼마나 나빠요? 알은 별로 안 두꺼운 것 같은데."

그래놓고 자기 눈가에 대보려는 듯이 안경을 들어올리던 그 0.3초 동안 류건우의 머릿속은 매우 빠르게 돌아감

...뭐? 이 새끼 이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인 거 모르나?
나 시력 나쁜 줄 아나?
...재밌겠는데?
그리고 빠르게 청려한테서 다시 안경을 뺏어들고 자연스럽게 중얼거림.

"내놔. 눈 나빠진다."
"음."
"왜 불렀는데."

화제를 바로 바꾼 탓에 청려는 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원래 하려던 말이나 꺼냄.

"저녁 뭐 먹을지 물어보려고요."
"...네가 하게?"
"배달 시킬게요."
그 이후부터 류건우는 안경 착용 여부에 따른 신재현의 표정변화를 면밀히 살핌

예상이 맞았음.
이 새끼 이거 안경 쓰고 있을 때는 얌전한 척 속눈썹 내리깔고 살살 웃으면서 안경만 벗었다 하면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지 이따금 소유욕을 드러냄.
류건우는 그게 굉장히... 기꺼웠음.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거나, 청려 나오는 방송 모니터링을 놓치거나, 기껏 청려가 스케줄 없어서 집에 있어도 건우가 일하느라 같이 시간을 못 보내거나,

서운할 만한 일이 있을 때에도 매번 팬들한테 하는 거랑 똑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웃기만 하길래 '얜 나한테 바라는 게 없나?' 싶기도 했었거든
그 왜, 연예인들은 팬들이 주는 사랑이 너무 크니까 막상 연애를 하면 싱겁게 느끼기도 한다잖아
그런 것처럼 얘도 역시 나랑은 그냥저냥 가볍고 적당하게 만나는 건가 싶기도 했었음
너무 다정하기만 해서 오히려 불안하다니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아무튼 그랬다고.
근데 그게 그냥 소유욕을 자기 혼자 참고 있는 거였다니
앞에서는 방긋방긋 가증스럽게 아양떨고 웃으면서 속은 독점욕으로 들끓고 있었다니
그게 지 딴에는 나한테 안 들키려고 몰래 숨기는 거였다니

콩깍지 낀 건우 눈에는 연하애인이 마냥 귀엽기만 했음
어쩐지 밤에 자꾸 눈을 가리더라.
그냥 취향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안경은 벗었어도 거리가 가까우니까 표정 이 보일 거라 생각해서 그랬던 모양임.

이게 뭐라고 숨기지? 내가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며칠 그 상황을 즐기던 건우는 슬슬 대화를 시도할 타이밍이라고 느낌
"야."
"네."

그렇게 둘 다 시간이 맞아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건우는 직구를 던짐

"너 내 앞에서 내숭 떠냐?"

청려는 순진한 척 눈을 깜빡이며 되물음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얌전한 척하지 마라. 다 들켰으니까."
"네?"

이거 뭐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던 건우는... 그냥 안경을 벗어서 그걸 재현이한테 씌워줌
계속 눈만 깜빡깜빡거리던 재현이는 한 3초쯤 뒤에야 상황을 파악함

"...형 시력."
"2.0인데."
얼빠진 청려를 두고 류건우는 확인사살을 함

"그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야. 도수 없어."
"...왜 얘기 안 했,"
"네가 내가 못 볼 줄 알고 몰래 눈깔 돌아가는 거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발뺌하려던 신재현은 건우 안경을 쓴 채로 멈칫 굳음.
...잘 어울리네. 그냥 이거 얘 주고 새로 하나 살까.
그건 좀 이따 생각하고. 류건우는 하려던 말을 계속 함.

"다시 묻는다. 너 내 앞에서 내숭떠냐?"
"...잘못했어요."

수긍이 빨랐음. 근데 사과는 왜 하는지 모르겠음.

"뭘 잘못했는데?"
"형 통제당하는 거 싫어하는데 그러고 싶어해서..."
"너 나 통제하고 싶었냐?"
"...아는 거 아니었어요?"
"왜 사과하는지 진짜 몰라서 물어본 건데."
"......하."

건우가 씌워준 모양새가 불편했는지 안경을 고쳐 쓴 청려가 체념한 듯이 중얼거렸음.

"근데 안 그럴 거예요. 지금까지도 선 안 넘으려고 참았던 거고."
"뭘 참아."
"형 통제하려고 하는..."
"그건 알겠는데, 왜 참냐고."
"네?"

얼빠진 표정이 제법 귀여웠음. 류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청려의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으며 대답함.

"뭘 얼마나 통제하려는 건진 모르겠는데, 선 넘으면 알려줄 테니까 마음대로 해봐."
"...기분 안 나빠요?"
"별로."
"내가 뭘 할 줄 알고?"
"니가 그래봤자 뭐 얼마나 하겠냐."
류건우는 씨익 웃으면서 안경 브릿지 부분을 툭 건듦.

"너 내가 네 뜻대로 안 돼서 나 좋아하는 거잖아."

그 바람에 안경이 또 살짝 삐뚤어짐. 신재현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 같아서 좀 웃겼음.

"...들켰어요?"
"어. 한참 전에."
건우는 다시 안경을 똑바로 씌워주고 자리에서 일어남.

"그건 너 가져라."
"뭐?"
"너 맨날 백스테이지에서 카톡 답장하잖아. 어두운 데서 핸드폰 보면 눈 나빠지니까 갖고 다니면서 쓰라고."

건우가 방으로 들어간 뒤에 신재현은 허탈하게 안경 다리만 만지작거리면서 한참 앉아 있었음
...다 알고 있었네.
뭐 참지 말라니까 좀 더 마음대로 해도 봐주겠지.

건우가 안경만 주고 안경집은 안 주는 바람에 재현이는 그 이후부터 그걸 쓰고다니거나 줄 달아서 목에 걸고다녔고
그걸 본 팬들이 안경줄 오천만개 선물해줘서 아예 코디의 일부가 됨
그리고 브이틱 자컨에서 백스테이지에서 진짜로 그 안경 쓰고 핸드폰 만지는게 찍혀서...
스탭이 '시력 안 좋으세요?' 하고 물어보니까 웃으면서 블루라이트 차단용이라고 대답함

거기까진 좋았음
근데 굳이 '제가 많이 좋아하는 형이 선물해줬거든요^^' 하고 덧붙이는 바람에 비계가 불탐
청려가 자필편지로 연애사실을 밝히는 건 그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Keep Current with 르멩🎶✨

르멩🎶✨ Profile picture

Stay in touch and get notified when new unrolls are available from this author!

Read all threads

This Thread may be Removed Anytime!

PDF

Twitter may remove this content at anytime! Save it as PDF for later use!

Try unrolling a thread yourself!

how to unroll video
  1. Follow @ThreadReaderApp to mention us!

  2. From a Twitter thread mention us with a keyword "unroll"
@threadreaderapp unroll

Practice here first or read more on our help page!

More from @LEUMENG_

5 Dec
문대한테 삐져서 개띠껍게 구는 신재현이 보고싶음

🐶 촬영은 끝났냐?
🔨 끝났으니까 지금 전화를 하고 있겠죠?
🐶 저녁은 먹었고?
🔨 굶진 않았어요.
🐶 ;; 언제까지 그럴 건데?
🔨 내가 벌써 귀찮아요?
🐶 아니 하.... 미안하다고 했잖아.
🔨 요새는 사과를 한숨 쉬면서 하나?
달래주려고 신재현 집 가면 굳이굳이 현관까지 나와서 문만 열어주고(특: 박문대도 신재현 집 비번 알고있음) 한참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거실 소파로 돌아가서 콩이만 쓰다듬음
절대 먼저 인사 안함
근데 콩이가 문대한테 달려가서 배신감느끼는 표정으로 그거 지켜봄
🐶 ...어, 콩이 안녕.
🔨 후배님은 지금 나보다 콩이한테 먼저 인사가 나와요?
🐶 니가 인사를 얘보다 먼저 하지 그랬냐.
🔨 나 달래주러 온 거 아니었어요? 말을 왜 그렇게 하지?
🐶 (참자...) 오냐 그래, 미안하다.
🔨 뭐가 미안한데요?
🐶 (tq...) 말 띠껍게 해서 미안하다.
Read 29 tweets

Did Thread Reader help you today?

Support us! We are indie developers!


This site is made by just two indie developers on a laptop doing marketing, support and development! Read more about the story.

Become a Premium Member ($3/month or $30/year) and get exclusive features!

Become Premium

Too expensive? Make a small donation by buying us coffee ($5) or help with server cost ($10)

Donate via Paypal

Or Donate anonymously using crypto!

Ethereum

0xfe58350B80634f60Fa6Dc149a72b4DFbc17D341E copy

Bitcoin

3ATGMxNzCUFzxpMCHL5sWSt4DVtS8UqXpi copy

Thank you for your support!

Follow Us on Twi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