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Profile picture
Dec 28, 2021 271 tweets 39 min read
몬스타 이민역 x 몬스타 순덕(인데 짹 팔로워 2만의 지옥에서 온 나페서) 예능작가 유기연으로 댕햄

몬스타 나페스판 탑시드 연성러 유기연 어느날

“내 남편이 나를 좋아합니다..?”

요런 제목으로 썰푼 거 캐해 역대급으로 리얼해서 알림창 폭발했는데 사실 그 썰 실화 기반이래 ImageImage
“항상 고생하시는 저희 라이프메이트 팀 너무 감사드리고, 덕분에 제가 이런 상도 받아보는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시청자 여러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리고요. 어.. 또 늘 곁에서 격려해주시는 제 담당 유기연 작가님, 진짜 최고인 거 아시죠. 사랑합니다.” Image
연말 연예대상에서 예능 부문 신인상 수상한 이민역 수상소감이 온갖 SNS며 커뮤에서 난리라는데 얘네 대체 어떻게 된 거래?
올해로 31살이 된 10년 차 방송작가 유기연.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타고난 글발로 중딩 때부터 고딩 때까지 온갖 청소년 문학 대회 휩쓸고 다니다가 예술 꿈나무들 꿈의 학교라는 예대 문창과에 실기로 한방에 합격함. 근데 한 학기도 채 못 다니고 자퇴서 던지고 군대로 런함.
사유 : 문학 뽕에 과하게 취한 례술충 집단 알레르기 ㅋㅋㅋㅋ 20살에 일찍이 머리 밀고 군대 다녀온 유기연 문학 너무 사랑하지만 업으로 삼으면 주변에 허례허식 례술충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겠구나 싶어서 방송 쪽으로 진로 틀었음.
바로 방송 아카데미 수료하고 22살에 얼레벌레 막내 작가로 방송판에 발 들여놓은 유기연 군대나 다름없는 지옥의 여초 집단에서 남자 작가로 살아남기 상당히 험난했음. 그래도 성격 서글서글해서 학창 시절부터 여자애들이랑 살갑게 지내온 짬바도 있고 센스도 좋아서 예쁨 깨나 받으면서
굵직한 프로그램 엮여다녔을 듯. 남자 작가 특유의 허세나 군부심 없이 곰살맞게 사회생활 잘하다가 예능 작가치곤 엄청 이르게 4년 차 정도에 입봉해서 막내 떼고 서브롤 맡음. 그렇게 쭉쭉 안정적으로 쌓아온 연차가 벌써 10년. 22살 갓기 막내 벌써 31살 됐음.
지금은 지상파 간판 관찰 프로그램 라이프메이트 개국공신 멤버로 일하는 중. 왕작가 한 명, 메인 작가 한 명, 팀메인 4명, 서브 4명, 막내 2명. 작가 팀 꽤 큰 프로그램일 듯. 유기연은 이제 팀메인 중에 연차로 셋째 정도? 설명 길었다.. 각설하고, 라이프메이트 이제 레귤러 된 지 3년 정도 됐고
연예인들 일상 관찰하는 프로그램. 처음에야 일상 공개 부담 때문에 섭외 엄청 어려웠지만 이젠 대세 중에 대세라서 옆에 음방이나 다른 프로그램 인사 온 매니저들 꼭 한 번씩 라이프메이트 작가실까지 들러서 회사 달력이랑 소속 연예인 프로필 돌리면서 인사할 듯.
적성에도 잘 맞고 본인 일에 자부심 느끼면서 살아가는, 일 잘하는 후배이자 성격 좋은 선배 유작가에게 말 못할 비밀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데뷔 7년 차 정상급 남자아이돌 몬스타의 데뷔 팬이라는 거? 그것도 그냥 팬도 아니고 순덕 중에 순덕..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샘솟으심.
그리고 더 큰 비밀은 나페스 연성러라는 거.. 심지어 뭔 연성계가 팔로워 2만이나 찍었을 만큼 탑시드이자 고인물. 유기연 연성 보고 입덕하는 뉴비도 꽤 많음ㅋㅋㅋㅋ 장르나 멤버 안 가리고 연성하는데 최애 이민역으로 쓴 글이 항상 제일 반응 좋음. 당연함.. 진짜.. 진심임..
유작가 녹화 전날 대본 터느라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샜어도 연성 남기고 가는 나페스 공무원임. 근데도 사생활 관리 엄청 철저하셔서 주변에서 연성은 무슨 몬스타 팬인 것도 모를 듯; 아무튼 만족스럽게 일과 취미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유작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 번도,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몬스타 만난 적 없음ㅋㅋ 몇 번 성사될 뻔했지만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서 어그러진 순간만 5~6번 될 듯 ㅠ 온갖 배우, 가수, 아이돌, 탤런트들 다 만나봤어도 진짜 딱! 몬스타는 절대 못 만남.
일할 때 같은 방송사 다른 스튜디오나 라디오에 몬스타 오면 지나가는 척 구경하는 게 다였음. 라이프메이트에서도 역시나 이미 초반에 몬스타 컨택 시도했지만.. 숙소 생활&사생활 노출 불가를 이유로 반려 당함. 시발.. 그래, 내 새끼들 슈스다 슈스야ㅠ 눈물만 훔치던 유작가..
그래도 몬스타 매니저한테 꾸준히 연락하면서 친분 쌓음ㅋㅋ 관심도 없는 걔네 소속사 연예인 다른 프로그램에 소개도 시켜주고 라이프메이트 출연자들 동반 출연에도 꽂아주고 하면서 나중에 저희한테 몬스타 한번 주시죠~ 넉살 떠는 게 일상.
근데 사람이 한 우물만 파면 결국 터지게 된다고 결국 유작가 몬스타 만나게 되지 않겠음? 그것도 최애 이민역이랑 만나게 된다.
7년 차 접어들면서 숙소 생활 청산하고 독립할 몬스타.. 마침 멤버들이랑 매니저 다 모여서 숙소 계약 관련 회의하고 마치던 중에 유작가 또 매니저한테 카톡 갈겼겠지.. [날씨가 참 좋네요^^ 몬스타 찍으면 더 좋을 날씨~^^] 이런다 ㅋㅋㅋㅋㅋ
그거 보고 매니저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답장으로 보내놓고 멤버들이랑 저녁 먹으러 감. 평소랑 다른 톤의 답장에 유작가 심장 철렁하는 것도 모르고ㅠ
평소 같았으면 아유 그럼요~ 작가님이 만들어주시면 우리 애들 더 예쁘게 담길 텐데~ 하면서 쿵짝이나 맞춰줄 사람이 웬일로? 이거 뭐 되는 거 아냐? 촉이 선 유작가 [그럼요~ 언제든지 편하게 하세요] 답장하고 손톱만 까드득..
사실 방금 회의에서 이제 숙소도 독립하는데 몬스타도 대세에 맞춰서 다양한 콘텐츠 시도하는 걸로 하자는 얘기 나와서 멤버들 각자 음악 외에 도전하고 싶었던 분야 말하고 그랬을 듯 연기, 뮤지컬, 라디오 뭐 다양했는데 이민역은 그중에서도 예능하고 싶다고 함. 워낙 사람 좋아하고 장난기 많아서
촬영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인데 팀 자체가 아티스트적 면모 말곤 크게 소비를 안 하는 팀이라 방송에 갈증 좀 느꼈을 것 같음. 마침 월드투어 끝내고 팀도 휴식기라 시기도 나쁘지 않아. 홍보물이나 이슈 안 들고 나가도 몬스타의 이민역이 출연한다는 거 자체가 화제일 테니까
이민역이 나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서든 환영해줄 거란 거 본인도 잘 안다 ㅋㅋ 아무튼 그래서 유작가한테 내용 공유하려고 통화하자고 했겠지. 소속사 다른 연예인도 많이 불러주고 이젠 꽤 친해지기까지 해서 나름 의리..란 게 있으니까.
이민역 예능 뚫으면서 유작가 안 걸쳐가면 극대노해서 분노의 장문톡 보낼 게 눈에 빤함ㅋㅋ 아무튼 저녁 먹으면서 이민역한테 슬쩍 라이프메이트는 어떠냐고 얘기 흘려보는 매니저.. 잠깐 고민하던 이민역 독립하면 나가보고 싶긴 했다고 대답함.
잘만하면 예능 쪽에서 캐릭터 만들기도 좋고, 또 라이프메이트 한번 나와달라고 하는 팬들도 많아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음.

“너 이사 언제지?”
“나? 한 3주 남았을 걸? 계약금은 벌써 다 걸어놨어.”
“어엉, 그럼 라이프메이트 연락해본다? 거기 팀에서 몬스타 한번 달라고 파일럿 때부터 줄서고 있었어.”
“ㅋㅋ그러든가~”

이민역 폰으로 인테리어 용품 슥슥 훑어보면서 대답함. 꽤나 대단한 이사를 하게 될 이민역.. 팬들 엄청 좋아하겠네~ 리더형 말에 입꼬리 뾱 올려서 웃음ㅋㅋㅋㅋ귀엽다..
밥 먹고 나오는 길에 유작가한테 바로 전화 거는 매니저.. 작가님 안녕하세요~ 하기도 전에 대뜸 뭔데요!? 왜 저 설레게 하시는데요?! 버럭 큰소리 내면서 묻는 유작가 ㅋㅋㅋㅋ 번호 뜨자마자 냅다 작가실 탈주해서 와다다 복도 끝 전화 부스로 들어옴.

“아 왜 다짜고짜 화를 내세요 ㅋㅋ”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갑자기 나긋해지는 유작가 ㅋㅋ 이 통화 심상치 않다고 온몸의 세포가 말해주는 중;

“제가 또 언제 김실장님한테 화내는 거 보셨어요~? 아유, 섭섭하다~”

능청 조지게 떨어주는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다 들리니까 주차장 같이 걸어가던 멤버들도 힐끗 한 번씩 쳐다볼 듯
“아니 작가님 이거 대외빈데, 저희 애들이 이번에 소속사 재계약을 하면서 숙소를 정리하게 됐거든요.”
“아~ 정말요?”

내 새끼들 재계약 했구나. 오래 가자 몬스타ㅠ 우리 애들 잘해줘라.. 만감 교차하는 유작가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유작가 심장에 폭탄 던지는 매니저
“네네. 독립도 하고 저희 애들도 이제 방송 좀 나가고 싶다고 해서,”
“아이구~ 라이프메이트로 모셔야죠 우리 몬스타~ 지금 1층부터 예능국 있는 4층까지 쭉 레드카펫 깔려있는데 와보실래요?”

그 말에 매니저 바로 옆에서 걷던 이민역 풉, 웃음 터짐.
친화력 좋은 작가님들 많이 만나봤지만 목소리 들어보니까 남자인 것 같은데 무슨 넉살이 저렇게 좋아 ㅋㅋㅋㅋ 비굴한 톤도 아니고 딱 사람 웃게 하는 유쾌함ㅋㅋㅋㅋ

“레드카펫 확인하러 가야겠네요 또 ㅋㅋ 아무튼 저희 민역이 어떠세요? 라이프메이트 팀에 말씀 한 번 해주세요.
저희 스케줄 조율하고 싶어한다고”
“네???”

심상치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거 진짜라고? 유작가 너무 놀라서 입 틀어막음; 사실 방금 통화 너머로 들린 웃음소리가 너무 최애의 것이라 이미 심장 저 바닥에 떨어져서 기어다니는 중이었는데.. 지금 어레스트 직전임.
유작가 아무 말도 없으니까 잠깐 갸웃한 매니저가 멤버들 먼저 차에 타라고 손짓하는데 민역은 마침 흡연 구역 앞이라 담배 한 대 태우겠다고 옆에 남을 듯. 그리고 자기 얘기하는데 안 궁금할 사람이 어딨어요.. 담배에 불붙이면서 귀는 쫑긋 세움.
“왜 말씀이 없으세요? 민역이 다른 데다가 먼저 넘기면 타십 앞에서 1인 시위 하신다면서요 ㅋㅋ 나 그거 무서워서 유작가님한테 제일 먼저 전화했잖아.”
“어우, 아니요. 저 꿈인 줄 알고 뺨 좀 때리느라요. 너무 황송한 존함이셔서..ㅋㅋㅋㅋ
제가 무조건 민역이,가 아니라 민역 씨 메이드 할게요. 당연히 다들 환영하겠지만 누가 반대해도 강행할게요. 제 출연자 시청률 제일 높은 거 아시죠?”
“그럼요. 유작가님이 스타 만들어준 사람이 몇이야~”
유작가 들뜬 게 느껴지니까 매니저도 웃겨서 한껏 띄워줌. 사실 실제로도 아이템 신박하고 재밌는 거, 출연자랑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찰떡으로 어울리는 거 잘 찾아서 찍는 덕분에 화제 됐던 vcr만 수두룩빽빽임. 여돌한테 먹방 컨셉 잡아서 대한민국에 곱창 품절 대란 일으킨 것도 유작가 작품이었음.
“오늘은 안 빼고 비행기 좀 탈게요 ㅋㅋㅋㅋ 저 회의 들어가서 민역 씨 섭외했다고 잘난 척도 해야 되고 레드카펫도 한번 싹 쓸어놔야 해서 바쁘니까 이만 끊겠습니다! 미팅 일정 미리 빼놓으세요~”
“네네~ 일정 조율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인사 나누면서 통화 마치면 유기연 입 틀어막고 소리 없는 비명 꽥꽥 지를 듯ㅋㅋㅋㅋㅋ 와 씨! 이게 되네? 신나서 전화 부스 열고 회의실로 발랄하게 걸어갈 10년 차 작가님.. 한편 통화 끝까지 들으면서 담배 피우던 이민역은 장초가 다 짧아지도록 끅끅대는 중임.
솔직히 연예계 생활하면서 어떻게든 연예인 사생활 한번 팔아먹으려고 안달인 사람들 투성이라, 붙임성 좋게 먼저 다가가면서 환멸도 꽤 느꼈는데 오랜만에 그냥 진짜 인사치례가 아니라 몬스타 이민역을 좋아해서 방방거리는 밝은 기운이 느껴지니까 기분 좋은 거지.
게다가 말하는 것도 여간 주접이 아님ㅋㅋㅋㅋ 진짜 팬이든 아니든 저 사람이랑 하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은 민역이.

"거기 팀 작가님이야? 엄청 웃긴 사람이네."

웃으면서 말하는 민역 보고 실소 흘리는 매니저

"어우, 말도 마. 대단해, 대단해. 너랑 결이 좀 비슷하기도 한 거 같고.."
사람 좋아하고 신나면 붕방거리는 게 똑같긴 할 듯ㅋㅋㅋ 이건 만나봐야 아는 거고 이민역은 아직 뭔 소린지 몰라서 웃음기 남은 채로 담배 비벼 끄고 향수만 칙칙..

"아무튼 일정 정해지면 알려줘. 나 이사 전까지 별 거 안 잡을 거니까."
그 후로 진짜 모든 일정들이 물 흐르듯이 짜여짐. 제작팀이야 당연히 이민역 나온다니까 쌍수 들고 환영하고 유작가 약간 영웅 대접 받음ㅋㅋ 몬스타 좋아하던 후배들도 선배 너무 멋있어요! 해주고 메인 작가랑 메인 피디도 기연이가 또 한 건 했다며 칭찬해줌ㅋㅋ
이민역 편한 시간에 미팅 잡으라는 말에 유작가 진짜 감개무량하다.. 내가 드디어 이민역이랑 비즈니스로 엮여보는구나.. 이런 일은 망상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덕계못 유작가 코 살짝 훌쩍이면서 바로 매니저한테 연락할 듯.
[김실장님 미팅 가능한 날짜 주시면 바로 날 잡아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들 민역 씨 환영하셔서 ㅎㅎ]

그렇게 바로 3일 뒤로 미팅 날짜 잡히고 나페스 공무원 연성 폭주함. 오래전에 연재 끊겨서 마음만 몇천 개 찍힌 썰도 끌올해서 타래 이어줌ㅋㅋㅋㅋ
이민역 만날 생각에 세상이 아름답고 영감이 샘솟으심. 오랜만에 노딱도 갈겨줌. 원래도 성실했지만 더 폭주하는 유작가 덕에 소비러들 흐-뭇. 유작가 지난 3주간 지옥의 스케줄로(연예인 놈들 짠 것처럼 저 주간에만 촬영 가능해서) VCR 4개나 말았기 때문에 여유가 생겨서 더 가능한 일이기도 했음.
여기서 잠깐 정리!!! 라이프메이트 한 회에 VCR 보통 2개 나감. 스튜 녹화는 2주에 한 번, 2회차씩 몰아서 하기 때문에 녹화 때 플레이하는 VCR은 총 4개. 초반엔 일정 정리가 안 돼서 작가 4팀이 몽땅 일주일에 한 번씩 촬영 나가고 당연히 피디 모자라고 그러느라 편집 시간도 부족하고 제작팀 걍
갈려 나갔는데 안정기 접어들고 스페어 VCR도 꽤 쌓이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루틴이 안정적으로 정해짐. 지금은 별일 없으면 각 팀당 보통 2주에 한 번 VCR 녹화 나가면 된다. 기본 설정은 다 공유해야 안 헷갈리실 것 같아서 함 정리했어요..
암튼 유작가팀 지난 3주 진짜 그냥 좀비처럼 살았음; 원래 절대 일정 이렇게 안 잡는데 심지어 지난주에는 스튜 녹화하는 날 VCR 촬영 스케줄 잡혀서(대단하신 배우님이 가능한 일정이 이날뿐이라) 스튜 대본(본인 담당 VCR 녹화는 각 팀 작가가 써서 합본해서 회의함. 근데 재수 없게 하필 또 이날
유작가 담당 VCR이 2개였음.. RIP..)이랑 VCR 구성안 터느라고 유작가 진짜 죽을 뻔해서 진지하게 퇴사 고민한 적도 있음; 아무튼 대본-촬영-대본-촬영 무한 반복에 잠도 못 자고 찌들었던 지난날은 모두 잊었는지 이거 완전 신이 내린 운명? 이민역한테만 집중하란 계시?
긍정 에너지 발산하는 유베베.. 유작가 대본 쓸 때 아니면 원래도 예민한 일이 잘 없는데 이민역 미팅 잡히고 나선 그냥 아예 하루종일 기분 좋기만 해. 다른 팀 구성 회의 중에도 아이디어 툭툭 잘 던져주고 컨디션 좋은지 섭외도 잘 물어와. 다들 유작가가 이번 주 촬영이 없으니까 컨디션
좋은가보다 하는데 그것도 있지만 인간 자양강장제가 지금 유작가 각성하게 했거든요.. 그리고 대망의 미팅 날. 메인 작가, 메인 피디, 유작가, 유작가팀 서브 작가까지 해서 미팅 들어감. 주접 떨지 말자.. 너 프로다.. 밤새 연성 갈기면서 무대 영상 돌려보느라 사랑 맥스인 상태면서
속으로 본인 단속해본다ㅠ 떨리는 마음 꾹꾹 누르면서 미팅실 문 여니까 매니저랑 미리 도착해있던 이민역이 먼저 일어나서 밝게 인사함.

“안녕하세요, 이민역입니다.”

다들 이민역 인사하는 거 받고 같이 인사하면서 들어가는데 유작가 지금 약간 선 채로 기절한 기분일 듯ㅋㅋㅋㅋㅋ
애매하게 “유기연입니다.” 자기소개만 하고 뚱땅뚱땅 자리에 앉는데 자기 귀 뜨거워진 거 느껴짐ㅋㅋㅋㅋ 프로페셔널 유작가 딱히 연예인 보고 설렌 적 없는데 아무래도 최애가 앞에 있다는 건 말이 다름. 겨우 정신 차리고 매니저한테 따로 목례하고 이민역이랑 눈 맞춘다.
다들 출연 결심해줘서 감사하다고, 벌써 대박난 것 같다고 으레 하는 말들 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 하는데 이민역 서글서글 대답 잘하면서도 계속 힐끗 유작가 쳐다봄. 라이프메이트 메인 피디까지 여자라 미팅 들어온 제작팀 중에 남자가 유기연 딱 하나라 바로 저번에 그 통화 주인공이구나, 알아챔
통화보단 차분하신 편인가? 그런 생각 들었음. 그게 아니라 극도의 흥분 상태라 말을 조심하는 거예요.. 암튼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하면 그래도 유작가 프로 모드 돌아옴. 메인 작가랑 메인 피디도 막내들이 해준 이민역 자료조사 페이퍼 보면서 이것저것 계속 질문하긴 했는데
어쨌든 유작가 담당이라 유작가가 주도적으로 분위기 이끌 듯. 유작가 워낙 꼼꼼한 거 아니까 믿고 맡기는 것도 있고..

“독립하신다고 하던데. 멤버들 아예 다 숙소 독립하는 거예요? 이사는 언제 가요?”

자연스럽게 미소 걸고 질문 툭툭 던지면서도 표정 이상하진 않을까 계속 신경 쓰긴 했음ㅋㅋ
“이번에 다 독립해요. 혼자 사는 거 처음이라 좀 떨리는데 어릴 때부터 자취 로망 있었거든요. 연습생 시절이 길어서 맨날 숙소 생활만 해서.. 지금 이사 3주 조금 안 남았어요.”
쁘앱에서 자취 로망 있다고 몇 번 말한 적 있어서 이미 알고 있지만 눈앞에서 들으니까 자취할 생각에 들뜬 최애 너무 귀엽잖아요; 그렇게 앙글거리면서 웃고 니가 아기야? 니가 강아지야? 어? 나만의 아기강아지냐고! 소리치고 싶은 거 애써 참느라 주먹만 꽈악 쥠.
손에 들린 볼펜 살려달라고 비명 지르는 중; 유기연도 다른 때처럼 출연자 자료조사 페이퍼 들고 왔으면 그거라도 쥐고 의지해보겠는데 그런 거 안 봐도 머리에 이미 데뷔부터 최근까지 데이터가 다 있으니까 펜이랑 수첩만 들고 왔는데 조금 후회 중.. 손이 갈 곳을 잃어서요..
근데 이민역은 혼자 자료 파일 안 가지고 자기 답변만 간결하게 수첩에 적고 있는 유작가 보면서 뭔가 더 호감이라고 생각할 듯. 지금이야 본인 눈앞에서 <이민역 자료조사>라고 제목 달린 페이퍼 훑어보는 사람들이랑 마주 앉아 있는 게 익숙하지만, 데뷔 초만 해도 좀 꽁했을 듯.
저렇게까지 내 정보가 타인에게 다 있는 것도 이상하고, 게다가 그걸 본인 앞에서 보는 것도 좀 성의 없다고 느껴서. 지금은 페이퍼 틀 예쁘게 만든 팀이랑 미팅할 때면 저도 그거 한 부 주실 수 있냐고 넉살까지 떨 정도지만ㅋㅋㅋㅋ암튼 기업 광고 미팅이 아니고서야 방송팀이랑 미팅하는데
그 흔한 자료 페이퍼 하나 없이 앉은 사람이 처음이라 좀 좋아.. 어쨌든 같은 팀이니 저걸 보긴 봤을 텐데 다 외운 건지 예의 차리느라 빈손인 건지는 몰라도 마음에 들었음. 저 작가님 진짜 내 팬이라서 다 알고 있는 거면 웃기겠다 ㅋㅋ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이민역. 네네, 그게 사실입니다.
“이번에 활동 끝나고 오랜만에 휴식기잖아요. 보통 여가시간엔 뭐해요? 취미라거나, 자주 가는 곳 있어요?”
“아, 저 생각보다 집돌이라 주로 숙소에 있어요! 누워있는 거 좋아해서 ㅋㅋ 누워있거나 애들이랑 TV 보고 게임하고 그래요. 근데 집돌이도 집에서 완전 바쁜 거 아시죠?
집에서 가끔 커버곡 영상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ㅋㅋ”
“맞아요. 사실 밖에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더 바쁘잖아요 ㅋㅋ 할 일이 많단 말이에요. 집안일도 하고 ㅋㅋ”
“어! 맞아요. 그래서 저도 집돌이지만 게으르진 않거든요!”
맞장구 잘 쳐주면서도 유기연 머릿속은 바쁘다 바빠. 민역이 공카에 종종 올려주는 방구석두소절 콘텐츠랑 그림들, 기연이 연성에 자주 써먹은 숙소 침대 셀카들까지 주르륵 머릿속에 지나감. 또 애꿎은 볼펜만 세게 꾸욱..
그러지 않았다간 이 자리에서 이마 팍 치면서 하.. 귀여워.. 이딴 말이나 하게 될 테니까 아무래도 볼펜 쪽이 희생하는 게 낫긴 함..
“그리고 혼자 쇼핑하는 것도 좋아해서 종종 다녀요. 혼자 영화도 잘 보러 가고. 아니 제가 친구가 없는 건 아닌데 또 혼자서도 뭘 잘하고 그래요.”
“아유, 발 넓으신 거 알죠. 다른 연예인분들 SNS에 인증도 자주 올라오시던데요~ 이번에 콘서트 축전 영상 보내신 분들 라인업도 엄청 화려했잖아요!”
“어? 그런 것도 아세요?!”
“ㅎㅎ..워낙 몬스타 분들 행보마다 화제니까요~”

자료에도 없는 내용 뇌에서 막 꺼내는 유작가 ㅋㅋㅋㅋㅋ 이민역이 놀라니까 당황했지만 방송밥 먹은 놈들치고 능구렁이 아닌 놈 없다고 우리 유작가 10년 찬데 이 정돈 자연스럽게 수습 쌉가능.
암튼 이 와중에 친구 없는 거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최애 너무 귀여워.. 기록용으로 지금 미팅 영상 녹화 중인데 파일 꼭 소장하리라 생각함.
“그 정돈 아닌데 그런 걸로 하겠습니다. 인싸 컨셉 좋아하거든요 ㅋㅋ 근데 말하고 보니까 특별할 건 없네요. 기대하셨으면 어떡하죠 ㅋㅋ 사실 활동적인 취미가 딱히 없어서.. 멤버들 중에도 저만 운동 안 하고 그래요.”
“유작가가 밖에 데리고 다니면서 고생 좀 하는 아이템 좋아하는데 괜찮겠어요?”
제작진들 이민역 말에 다같이 리액션 해주고 하다가 불쑥 메인 피디가 끼어들어서 말함. 사실 약간 고생 전문이긴 했음ㅋㅋㅋㅋ 근데 그만큼 콘텐츠를 잘 뽑아내긴 해서 방송 나가면 몇몇 불만 있던 출연자들도 별말 없거나 한 번 더 찍고 싶다고 역으로 연락 오고 그랬음.
“저 완전 출연자 맞춤입니다. 저 아시잖아요. 싫단 거 안 해요~ 섭섭하게 또 그런 말씀을 하세요~” Image
한편 이민역은 이제 아예 대놓고 유작가만 보고 인터뷰하는 중. 유작가가 리드하는 중이라 그런 것도 있는데 자기가 말하는 것마다 다 공감하고 넉살 좋게 맞장구 쳐주니까 당연히 기분 좋음. 방송국 관계자들 넉살 좋은 거야 하루 이틀 겪는 거 아니지만 가끔 인터뷰 못하는 팀이랑 마주 앉아 있으면
진짜 지루하거든. 오죽하면 민역도 할 말 없어서 어색하게 웃을 정도.. 암튼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유작가한테 호감도 착착 쌓아가는 민역임.
“저희 애들이 하자는 건 또 안 빼고 잘해요. 밥시간만 제때 맞춰주세요~”

우리 애 식사 시간 절대 지켜. 다른 출연자면 몰라도 최애 굶길 생각 눈곱만큼도 없는 유작가 열심히 고개 끄덕임. 유작가 사실 이민역 허상 벌크업 시절 사랑함. 마른 이민역 당연히 좋음. 근데 살 오른 이민역? 너무.. 좋음.
그 시절 이민역 볼따구 떠올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수첩에 동그라미 슥슥 그릴 유작가..

“촬영 전까지 저랑 조율하면서 의견 말씀해주시면 반영할게요 ㅋㅋ 걱정 마시구요!”
“네에, 이상하게 작가님 신뢰 가는 스타일이신데요?”
그 말에 다들 웃음 터지고 메인 피디는 오, 유작가~ 이러면서 놀리기까지 한다 ㅋㅋㅋㅋ 그럼 최애한테 신뢰 간단 말을 들은 유작가는요? 이번엔 진짜 손에 힘주다 못해 볼펜 날아감ㅋㅋㅋㅋㅋ

“어이쿠”

그것도 이민역 옆으로요.. 바로 옆에 떨어진 볼펜 직접 주워서 건네줄 이민역.
유작가도 놀라서 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 뻗어 볼펜 받는데 손끝 살짝 스칠 듯. 유기연 이제 진짜 그냥 기절하고 싶음. 표정 관리하면서 감사하다고 하는데 볼펜 이거 오늘부터 가보임 ㅠ 정신줄 잡으려고 노력 많이 함.
“TV 보시는 거 좋아하면 저희 방송도 보신 적 있으세요?”
“그럼요! 얼마 전에 라이프메이트 때문에 곱창 대란 났을 때 저희도 한동안 열심히 먹었어요 ㅋㅋㅋ 전에 차박하는 거 보고 저 차량용 텐트 샀잖아요. 아직 가진 못했지만ㅋㅋ”
“그거 우리 유작가 건데 어떻게 그걸 딱 얘기하세요? 잘 맞네~”
메인 작가까지 나서서 분위기 띄움. 일련의 과정들이 다 출연자 비위 맞추고 그런 거긴 한데.. 유작가도 자주 저러는데.. 덕후 자아 켜진 유작가는 이게 자꾸 망상으로 이어져서 곤란함; 오늘 연성 100타래 써야지.. 이러고 있음ㅋㅋㅋㅋ
“사실 유작가님이 저희 애들 잡으려고 안부 연락도 자주 주시고 해서, 저희도 제일 먼저 컨택드린 거예요. 또 민역이가 활발해서 케미가 좀 있을 것 같더라고요.”
“몬스타 팬입니다 ㅋㅋ 특히 민역 씨는 소문도 워낙 좋으시고 누가 싫어하겠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술술 대답하면서도 이민역한테 덕후인 거 들킬까 봐 전전긍긍; 같이 일할 사람이 데뷔 때부터 팬인 걸 알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하는 순덕 유기연.. 인터뷰는 엄청 화기애애하게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슬슬 막바지일 듯.
“아, 그럼 만약에 이사 가실 때 촬영 팀 가도 돼요? 일정 조율을 해봐야겠지만 시청자들도 그렇고 민역 씨 팬분들도 아마 다들 궁금하실 것 같아요.”

특히 제가요.. 속마음 숨기면서 아이템 때문인 척 태연하게 물어보는 기연. 아니 사실 아이템 때문도 맞긴 맞음. 시청률 실패 없는 소재니까.
“저 사실 집 완전 다 옮기면 어느 정도 공개해볼까, 생각하고 있었어서.. 이건 고민 좀 더 해봐도 되나요??”
“그럼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날짜나 아이템 관련 따로 조율할 점, 추가 인터뷰 필요한 점 슥슥 메모 갈긴 유기연이 수첩 탁 덮으면서 미팅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될 거 같음. 자리에서 일어난 이민역 제작진 한 명 한 명이랑 악수하는데 유기연하곤 유독 길게 함. 원래도 사람 좋아하는 편이지만 특히나 유작가가 마음에 들었다.
인디언 보조개 뾱 들어가게 웃는 것도 좀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ㅋㅋㅋㅋ

“연락드릴게요, 작가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한바탕 유작가 정신 쏙 빼놓은 민역네가 떠나고 작가실로 복귀하는 라이프메이트 팀. 어땠냐고 물어보는 다른 작가들한테 칭찬 일색 내놓는다.

“애가 말귀도 잘 알아듣고 분위기도 잘 띄우더라고. 그 연차 아이돌 시건방짐이 없어. 똑똑해.”
메인 작가의 최애 칭찬에 샐쭉 웃는 건 유작가.. 기특한 내 새끼ㅜ 거의 학부모임 지금ㅋㅋㅋㅋ 미팅이 저녁 시간이라서 촬영 나간 팀 말고는 다들 슬슬 일하던 거 마무리하고 짐 쌀 듯.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 저녁 먹을 생각에 신난 유작가 오늘 기분 최고조로 퇴근함.
와중에 유작가가 담당하는 스튜디오 출연자한테 연락 와서 물어보는 거 대답해주는데 원래 밝긴 했어도 유작가 오늘 텐션 개높고 유독 친절하니까 형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어? 뭐야 무섭게 왜 이렇게 친절해 ㅋㅋ 출연자가 물어볼 듯. 기연보다 어린 데다가 합류 초반에 이것도 하기 싫다,
저것도 하기 싫다 땡깡도 많이 부리는 거 유교 보수 유작가가 가르치면서 사람 만들어 놓은 애임. 이거 해야 반응 좋다니까요? 자꾸 이러시면 저 속상해요? 아, 그냥 해요! 이거 별로면 제가 진짜 사표 쓸게요. 어르고 달래고 혼내가면서 친해지기도 많이 친해져서 이젠 말 트는 사이..
으응,, 세담 씨만 내 말 잘 들으면 나야 항상 기분 좋지.. 확인 다 했음 끊어! 최애 아니면 (게다가 친하면) 가차 없는 유작가.. 세담이도 익숙하게 한바탕 웃고 전화 끊어줌. 출연자랑 연락한 김에 유작가 민역네 매니저한테도 전화 한번 걸 것 같지. 신호음 몇 번 가다가 통화 연결된다.
“아이고~ 김실장님~ 먼 길까지 걸음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또 넉살 오지게 조져줌. 방금 통화한 세담이가 들었으면 억울해할 정도ㅠㅋㅋㅋㅋ 유작가 넉살에 매니저도 바로 웃으면서 받아줌.

“작가님ㅋㅋㅋㅋ 작가님도 고생하셨어요. 드디어 저희가 같이 해보네요.”
“그러게요.. 그동안 김실장님한테 사드린 커피가 효과 있었던 건가요?”
“아니라곤 못하죠?ㅋㅋ 바깥 소리 들리는 거 보니까 퇴근하시나 봐요.”
“네네. 일개미 유작가 오늘은 일찍 퇴근합니다~ 식사하셨어요?”
운전하느라 스피커로 틀어놔서 옆에서 매니저 통화하는 거 듣던 민역이 매니저 톡톡 쳐서 입모양으로 유작가님? 하고 물어볼 듯. 마침 신호 걸렸을 때라서 그거 본 매니저 기연한테 대답해주면서 고개 끄덕일 듯.
“민역이 데려다주고요~ 유작가님도 작가님도 아직이시겠네.”
“그렇죠, 뭐. 새나라의 노동자들끼리 끼니는 잘 챙깁시다. 조심히 들어가시구요. 감사드려요, 민역 씨 설득해주셔서.”
매니저가 딱히 열심히 설득한 건 아니고 거의 반쯤은 민역 의지였던 것도 모르는 유작가ㅠ 가만히 듣고 있던 민역이 불쑥 통화에 끼어들 듯ㅋㅋㅋㅋ

“저 제가 나가고 싶다고 한 건데요!”
데려다주는 중이랬으니 매니저 옆에 민역이 옆에 있겠거니 하긴 했지만 통화 듣고 있던 줄은 몰라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합, 숨 먹는 기연.. 놀라서 대답 못하고 있으니까 작가님, 저 민역이에요! 방금 인사드린!“ 이런다.. 한 100명이 동시에 소리 질러도 이민역 목소리 바로 찾아낼 유기연인디요..
넋 나가도 최애 인사 씹을 순 없어서 바로 대꾸하는 유작가.

”안녕하세요~ 숙소로 가는 중이시죠?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근데 저 진짜 형이 설득해서 나간다 한 거 아니고 제가 관심 있어서 나가겠다고 한 거예요! 형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괜히 삐쭉 입 내밀면서 말하는 거 유기연이 봤으면 진짜 기절했을 듯. 사유 : 최애가 미쳐돌아가지고 귀여운 얼굴로 심장을 조졌기 때문.

”아 ㅋㅋㅋㅋ진짜요? 그럼 민역 씨한테 고마워해야겠네요?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이쿠 불러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처음 통화한 거 맞냐고요. 갑자기 쿵짝 맞추는 거 보면서 좀 떨떠름한 표정 지을 매니저.. 내가 더 감사하네, 아니네 내가 더 감사하네, 우리 서로 감사하네, 이딴 말로 몇 번 티키타카 주고받가 갑자기 이민역 충동적으로 유기연한테 식사 제안할 듯;
사람이 한마디 한마디 해볼수록 호감이니까 사람 좋아 댕댕이 이민역 특유의 친화력 발동한 거겠다.

”작가님 아직 식사 전이시면 저랑 같이 드실래요? 매니저 형도 약속 있고 멤버들도 다 나가서 저 혼밥 예정이거든요.“
”...예?“
여태 10년 차 작가 자아 빡세게 잡고 민역 대응했는데 밥 먹잔 말 듣고 제정신일 수 있는 덕후 있을 리가.. 어리바리하게 예? 한마디하고 대답을 못함. 지금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생각 정리 안 돼서 걷던 걸음도 우뚝 멈춰서 있는데

”혹시 약속 있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곤란하게,“
”아니요!!!“

근데 아무리 제정신 로그아웃해도 내 새끼 입에서 죄송 곤란 어쩌구라는 단어가 나오는 건 못 참아. 물론 그 이전에 애초에 거절할 수가 없음. 당연함..
”아 ㅋㅋㅋ다행이당. 아직 상암이세요? 저 여기 숙소 근처 거의 다 와가서 청담인데. 그쪽으로 갈까요?“ Image
”어어.. 아니요? 주소 찍어주시면 제가 갈게요. 저희집이 논현 쪽이라 거기서 뵙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정말요? 우와, 신기해요. 그럼 제가 제 맛집 소개시켜 드릴게요! 이쪽 오시면 연락주세요~“
”네네~“
최대한 자연스럽게 통화 마친 기연이 입 틀어막고 멈췄던 숨 천천히 몰아 쉼ㅋㅋㅋㅋㅋ Image
근데 이걸 팀에다가 말해야 하나.. 출연자랑 식사 잡혔다고..? 미팅 개념으로 외부에서 출연자랑 밥 먹는 일이 아예 없진 않은데 지금은 자기 혼자잖아ㅠ 고민하다가 일단 만나보고 얘기하든 말든 해야겠다고 생각함. 인터뷰 계속할 분위기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아니 그럼 왜 만나는 건데?
유작가 자아 오지게 충돌하는 와중에,

[작가님, 저 민역이요☺️ 위에 보내드린 주소로 오셔서 연락주세요!]

모르는 번호로 주소랑 카톡이 옴. 근데 그게 이민역이야. 원래 촬영 전까지 출연자랑 이것저것 조율할 게 많으니까 보통은 다 직접 연락하는 게 맞긴한데 상대가 이민역이니까..
유작가 심장 남아나질 않음. 심지어 이거 숙소 앞 아니냐.. 물론 한 번도 찾아가 본 적은 없지만 알음알음 이미 유명한 그 숙소 주소였음. 성덕도 이런 성덕이 없는데 어디 말할 데가 없어 그저 답답.. 유기연 덕질 인생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작가 하길 잘했다. 근데 카톡 말투 개귀여워.. 혼자ezr
[네 :)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바로 답장 갈기고 주차장까지 냅다 뛰어서 차에 올리탄 유작가. 운전 시작한 이래 최고 속도로 밟을 것 같음. 이민역은 답장받고 괜히 신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는 중ㅋㅋㅋㅋ통화 뺏긴 것도 모자라서 졸지에 유작가 연락처까지 털린 매니저만 멍.. 이거 뭔데?
** 써방 문제로 아래 타래부터 몬스ㅌ ㅏ → MX로 명칭 교체할게요!
퇴근길인데 상암에서 강남까지 40분 컷으로 끊은 유작가 집에 가면 딱 좀 날아와 있을 듯ㅋㅋ

[민역 씨 저 도착했는데 가게 주소 찍어주시면 거기로 갈까요?]

문자 한자 한자에 최애 부담 주고 싶지 않은 덕후의 마음이 담겨 있음.
난 스스로 어른이라 혼자서도 잘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 마음 몬주알지..

[여기 저희 숙소라서 제가 나갈게요!]

너 진짜 내가 나쁜 마음 먹으면 어쩌려고 숙소니 뭐니 그런 말을 하니?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요ㅠ
[네 :)]

난리 난 마음과 다르게 차분히 답장 보낸 유작가 차에서 내려서 발끝만 톡톡 두드림. 광광 울면서 뛰어다닐 순 없으니까 흥분한 마음 순화시켜봄.. 와중에 민역이가 자기 못 찾을까 봐 얼굴 빳빳이 들고 주변 두리번.. 얼마 안 있어서 저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모자랑 마스크 썼어도
나 연예인이다 광고하는 민역이가 걸어나옴. 여기 사생 없나? 두리번거리던 유작가가 작가 손 흔들어줌. 아까 봤어도 얼굴 까먹었을 수도 있잖아!!! 물론 우리 애가 팬싸 한 번 온 사람 얼굴도 다 외워주는 짱강아지긴 한데..

“작가님!”
본인 발견하자마사 신나서 손 붕방 흔드는 민역이 보고 좀 눈물 날 거 같음. 혹시나 방송판에서 만날 일 있을까 봐 공방이나 콘서트 말곤 오프 뛸 엄두도 못 낸 유작가.. 최애의 저런 모습은 썰에서나 존재했는데 감격 그 자체..

“우와, 작가님 운전하세요? 전 면허도 없는데.”
“아 정말요? 의외시다. 운전 잘하실 것 같은데~”

유기연이 운전 못하는 이민역 설정을 얼마나 써먹었는데 모르겠음. 운전 못하는 이민역 좋못사면서 비즈니스 자아 꽉 잡아본다.

“나중에 가족 생기면 딸까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더라구요.”
“아.. 정말요?”
졸지에 팬싸 고인물 동태 눈깔 남돌처럼 아 진짜요만 남발하게 된 유작가.. 가족.. 그런 말은 하지 말지 그랬어.. 난 니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되도록 혼자였으면 좋겠어..

“넹. 저 타도 돼요? 안 그래도 걸어가기엔 거리가 좀 있어서 택시 부르려고 했거든요.”
“어어, 그럼요. 타세요! 제가 운전할게요.”

차가 깨끗하던가? 커피 말곤 뭐 잘 들고 타지도 않으면서 괜히 그런 걱정해보는 유작가. 옆자리에 최애 태울 거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유기연 괜히 핸들 잡은 손에 힘 들어감.
“차에서 좋은 향기 나요. 작가님 엄청 깔끔하시구나?”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네비에 주소 찍어주는 이민역 진짜 남친 같아서 어떡하지? 맘 같아선 차 던지고 나가서 소리나 빡빡 지르고 오고 싶은 유작가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응하며 차 출발시킴.
“제가 갑자기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부담스러우시면 어떡하죠?”
“전혀요! 저도 오늘 혼자 밥 먹을 뻔했는데 같이 먹으면 좋죠.”

고깃집에서 고기도 혼자 2인분씩 야무지게 시켜먹는 혼밥대장 유기연 자아는 청담 오는 길에 다 뒤졌음.
“다행이당. 근데 일식 좋아하세요? 제가 메뉴도 안 묻고 멋대로 결정한 것 같아서.. 싫어하시면 다른 데도 있어요!”
“아니에요, 저 일식 좋아해요. 민역 씨가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가요 ㅎㅎ”
니 옆에 남자는 너와 함께라면 지옥에도 간다 민역아.. 과속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이민역 말에 뭐든 맞장구 쳐주던 유작가 부드럽게 주차까지 마치고 시동 끄자마자,

“운전도 엄청 멋있게 하신다. 작가님 애인이 운전하시는 거 보고 또 반할 것 같아요.”
실컷 신나게 여기까지 와놓고 웬 애인 타령..? 그거 아니야 민역아.. 물론 그동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 연애를 해도 애인<MX 이 상태라 그리 길게 만나본 적이 없음. 근데 헤테로 강국 대한민국에서 여친 말고 애인이라고 언급해주는 사람 처음 만나봐서 좀 의뭉스러울 유작가.
당장 성향 오픈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배려받은 기분이라 소소하게 기분 좋아짐.

“애인.. 애인 없어요! 요즘은 일이랑 연애하는 것 같아요~”

안전벨트 풀면서 괜히 애인이란 단어에 힘줘서 말해봄. 유작가 연애 세포는 아직 건재하기 때문..
솔직히 속으로 온갖 주접 떨면서도 초면에 이렇게 사적인 만남? 긴가민가 할 수밖에 없으니까. 연예인 이민역만 아니었어도 이건 높은 확률로 썸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확실하잖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여지 남겨보는 유작가. 물론 우리 민역이가 이쪽이 아니면 와장창이지만..
최애 직업 고려해서 민역 씨는 애인 있냐는 물음 애써 꾹꾹 눌러보는 순덕의 순정..

“그러시구나. 되게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비록 지하 주차장이지만 눈 마주쳐주면서 웃는 이민역이 꼭 대가리 팍팍 치면서 리트윗 갈겼던 팬싸 영상 속 그것과 비슷해서 유기연 또 어레스트 직전임 ㅅㅂㅋㅋㅋㅋ
이거 누가 찍어줬으면 좋겠다.. 인간 유기연과 엠비븨 유기연 자아 쉴 새 없이 온 오프 중.

“에이, 저 재미도 없고,”
“아닌데???”

엘리베이터 누르면서 평이하게 대답하던 기연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부정하는 민역..
“에?”

덕분에 유작가 눈 동그랗게 뜨고 멍청한 리액션 갈김.

“유작가님 배려도 잘해주시고, 위트도 있으시고, 웃으실 때도 눈 이렇게- 되시잖아요. 인상 엄청 좋아요.”
손으로 마스크 위에 자기 눈가 주욱 늘리며 유기연 눈웃음 따라하는 민역.. 내가 저래? 좀 수치스러워져서 갈 곳 잃은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전에 다행이 엘리베이터가 와서 살았음;

“좋게 봐주시니까 좋네요. 민역 씨야 말로 인기 엄청 많으실 것 같은데~”
받아치는 말에 그냥 씨익 웃고 마는 이민역한테서 존나.. ㅅㅌㅊ의 향기가 나서 너무 좋으면서 좀 죽고 싶어짐. 인기 많구나 내새끼..

“저도 사람 안 만난 지 좀 됐어요. 작가님 앞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요즘은 그런 게 좀 힘들더라구요.”
갑자기 마주친 최애의 진심.. 그리고 애인 없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이민역이 먼저 내려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유기연 광대까지 올려서 웃는 거 다 보여줄 뻔했음. 본인 이름으로 예약했는지 민역이 짤막하게 이름 말하니까 두 사람 금방 룸으로 안내받음.
겉옷 걸어두면서 둘러보니까 확실히 조용한 곳이다 싶었음.

“조용한 곳이라 대화하기는 편할 거예요”
“네, 좋은데요?”

이렇게 마주 앉으니까 아까 사무실에서 보던 거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음. 지금도 일적인 사이인 건 변함이 없는데 뭔가 괜히 사적인 기분?
모자랑 마스크 벗은 민역이 부스스한 머리 털어내면서 민망하게 웃음.

“죄송해요. 지금 별로 안 예쁘죠.”
“어? 아뇨? 되게 멋있는데?”

덕밍아웃 유도 질문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대답한 유기연이 머쓱하게 뒷목 살살 문지름. 다행이라면서 또 히히 웃는 최애 보면서 이제 아무렴 어때, 싶음.
똑똑, 노크하고 서버가 들어와서 메뉴 받는 동안에도 이민역은 유기연 취향 세심하게 물어가면서 주문함. 테이블 하나 사이에 두고 제법 가까운 거리라 애가 쓰는 향수 냄새까지 확 느껴짐. 난 오늘 뭐 뿌렸더라.. 괜히 소매 들어서 냄새 맡아보는 유기연..
“반주 한잔 하실래요?”
“아녜요. 저 차도 가져왔고, 민역 씨 술 못 드시잖아요.”
“어? 아시네요? 맞아요. 사실 전 술 잘 못해요.”
이제 입에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오는 말을 포기하기로 한 유작가.. 그래 될 대로 돼라, 사랑한다고 소리만 안 지르면 되지 뭐.. 술 없이 거의 유기연 취향으로 주문 마치고 서버 나가니까 몸 기울여서 테이블 가까이 붙여선 턱 괴고 유작가 빤히 바라볼 이민역.
“작가님 향수 뭐 쓰세요? 되게 좋은 냄새 나요.”
“그래요?”

향수 냄새 맡은 거 들킨 건가 싶어서 찔려가지고 다시 소매 킁킁 냄새 맡은 유기연.

“약간 달달한데 시원한 느낌?”
몸 일으켜 유기연이 향 맡던 손목 쪽에 아예 상체 기울여 얼굴 가까이하는 이민역 덕분에 유기연 순간적으로 흡, 숨 참음.

“하하.. 민역 씨 향이 더 좋은데요?”

향기 맡도록 손목 한 번 팔랑여주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작가.
그러면 이민역은 한껏 상체 기울인 상태에서 자기 손목 유작가 얼굴 가까이 내밀어줌.

“작가님 만날 거라서 향수 다시 뿌리고 나왔는데. 괜찮아요?”

이쯤 되니까 진짜 얘 뭐지? 의구심 들지.. 아이돌력 만렙인 건 아는데 원래 사석에서도 이런 타입이냐고.
스탭한테 잘한다는 소문은 들었어도 끼 부린다는 소문은 이 바닥에 고여있으면서 들어본 적이 없단 말임 ㅜ

“으응. 좋은데요? 잘 어울려요.”

눈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서 애매하게 눈 내리깔고 향 맡아볼 유작가. 속은 시끄럽고 난리났음.
사실 이민역도 스스로한테 놀라는 중. 분명히 밥 먹자고 제안한 건 다분히 충동적인 제안이었는데, 본인 지금 하는 짓이 너무 개수작 같다는 의식은 있어서. 나 유작가님 그쪽으로 마음에 들었나? 혼자 의문 가지면서 고개만 갸웃..
유기연 따라서 손목 팔랑 흔들어주고 히히 웃은 민역이 다시 자리에 앉고 기연은 잡생각 떨치려고 다른 말이라도 걸어봄.

“근데 저희 프로그램 어떻게 나올 결심 하게 되셨어요?”
“저 사실요, 매니저 형이랑 유작가님 통화하는 거 들은 적 있거든요.”
“아~.. 아?”
“ㅋㅋㅋㅋ전에 저희 독립하니까 출연하겠다고 통화했을 때요. 엄청 유쾌하셔서 그때 딱 이거 진짜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하겠다고 말은 했어도 미팅에서 엎어지기도 부지기수인데 그냥 정말 그 통화 듣고 딱 마음 굳혔음.
“어어, 정말요? 저 그때 되게 아무 말이나 한 것 같은데!”
“그게 좋았는데요?”

아 제발 그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마. 아이돌은 아무 뜻 없어도 덕후는 얼굴 공격에 맞아 죽어.. 그리고 제발 오해할만한 뉘앙스로 말하지 말아줄래? 망상이 지나쳐서 미친 건가 싶다고..
“그리고 아까 미팅할 때도 뭔가 계속 인상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저 예뻐해 주신다고 해야 하나? 좋게 봐주시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우리 애 사람 잘 보네. 돗자리 깔아야겠네. 누른다고 눌렀는데 그게 티 안 날 리가 없지.. 이미 체념한 기연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젓가락만 만지작..
부끄러워하는 티가 나는 유작가 빤히 보던 민역이 문득 깨달아 아, 나 지금 저 사람 궁금해졌구나. 더 알고 싶구나.

“이상하네. 저 진짜 작가님이랑 친해지고 싶나 봐요.” Image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거지만 익숙한 말투고, 또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람 좋아하는 이민역인데, 좀 새침하게 보여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민역은 처음이라서 유작가 조금 당황한다. 친구처럼 편한 이민역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사석에서의 이민역은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는구나.
갑자기 아이돌 이민역 아니고 남자 이민역이 훅 느껴져서 좀 얼떨떨함. 유작가가 꼼지락,, 대답 안 하고 있으니까 이민역이 다시 말을 걸겠지.

“작가님은요? 저 어때요?”
“네? 어...”
말 잘하는 유작가 잠깐 할 말 고르느라 망설일 듯. 오늘 처음 봤고, 이상하게 좋은 느낌이 들었고, 또 더 이상하게 지금 같이 마주 앉아있기까지 한 이 순간에 내가 이민역한테 어떤 대답을 해야 돼? 어떤 의도로 물어본 건데?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저야 민역 씨가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너무 영광이죠? 민역 씨 첫 관찰이신데, 친해지면 더 좋은 그림도 찍을 수 있고...”

당연히 출연자로서 어떻냐고 물어본 거겠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팬이기 전에 일단 애초에 이민역이 너무 취향인데다, 그 취향의 남자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긴 했지만, 착각은 하지 말자 유기연. 처음 보는 이민역 모습에 잠깐 당황한 유작가가 그래도 빠르게 생각 정리 마치고 능숙하게 답변을 내놓는데,

“그거 말구요. 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작가님 생각이 궁금해요.”
“아...”
애써 밀어내려고 했던 착각이 자꾸 다시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오늘 미팅 차 처음 만났는데, 걔는 나 때문에 일을 하겠다고 한 거래. 의식은 안 하려고 했지만 미팅 내내 내 쪽을 보던 걔가 대뜸 첫 만남에 밥 먹자고 하더니 갑자기 나랑 친해지고 싶대.
심지어 자길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대. 진짜 뭔데? 이민역이 아이돌이라는 것만 빼면 모든 문장의 결론이 하나로 연결되는데... 근데... 그럴 수가 없지 않나? 말이 되나? 유작가 잠깐 나가서 소리 한번 지르고 오고 싶음. 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멍청해지는 느낌이야.
“제가 너무 부담스러운 질문을 했을까요?”
“어어, 아뇨!”

또 생각보다 반응이 앞서. 반사적으로 손사래까지 치면서 부정하는 유작가 보면서 작게 웃음 터트리는 이민역. 그제야 유작가도 긴장 좀 풀고 턱 만지작,, 뒤죽박죽 머릿속 생각 정리하는 건 뒤로하고 일단 대답한다.
“저 개인적으로도 민역 씨 엄청 좋아해요. 민역 씨 출연시켜달라고 김실장님한테 사드린 커피만.. 어휴 ㅋㅋㅋ 근데 오늘 뵙고 출연 안 하겠다고 결정하셨어도 전 상관없었을 거예요. 민역 씨 되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저 오늘 되게 신났잖아요~”
나오는 대로 뱉었어도 과장되거나 진심 아닌 말은 없어서 유작가도 그냥 편하게 배시시 웃어버림. 어쨌든 팬으로서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냐? 근데 그거 다 듣고, 보고 있던 이민역 기분 묘해지겠지. 애정이 눈에 보인다는 말을 가끔 체감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인 것 같은 거야.
곡선으로 휜 눈 밑 볼에 접힌 보조개에서 애정이 퐁퐁 새어나오는 것만 같아. 예쁘다, 잘생겼다 그런 말도 물론 좋은데, 좋은 사람이라 좋다는 문장 자체가 이상하게 마음에 콕, 와닿는 느낌. 저 사람한테 기본적으로 호감 베이스가 깔려버려서 이렇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몽글몽글,,
아무튼 진짜 신기한 사람. 사람 홀리는 재주가 연예인 못지 않다고 생각함.

“정말?”
“네, 정말.”
직업 특성인지 애정을 확인하려는 버릇이 있는 민역이 되물으면 눈 맞춰 고개 끄덕이면서 대답할 유작가. 같이 밥 먹자고 하길 잘했네. 오늘 하루가 나중에 생각해도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고 생각한 민역이 대뜸 손을 척, 내밀어.
“그럼 우리 친하게 지내요.”
“좋아요, 친하게.”

이민역 커다란 손에 통통손 폭 감겨서는 악수하는 유작가.. 이민역은 또 작가님 손 되게 작으시다, 이러면서 귀엽단 듯이 웃어버림. 지금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출연자와 스탭 간의 텐션이 아니란 걸 이제 확실히 서로 느끼고 있을 듯.
다만 유작가만 자꾸 착각하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는 중ㅋㅋㅋㅋ ㅠ 사실 연예인한테 대시 받은 경험이 없는 건 아닌데도 그냥, 지금은 그래.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 않음. 진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순정인 걸요..
음식 들어오면서 이어진 식사 자리는 묘한 텐션은 잠깐 넣어두고 미팅 자리처럼 즐겁고 유쾌했을 듯. 일단 유기연이 이민역 말이라면 전부 맞장구 쳐주고 신나서 반응해주니까 이민역은 당연히 즐거웠음.
그리고 이민역도 유기연을 계속 유심히 보게 되니까 칭찬도 해주고, 사소한 질문들도 해보고 계속 말을 걸게 되잖아. 유기연 신난 건 말할 것도 없지.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저 이거 한다고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아니면 유작가님 못 만날 뻔 했잖아. 매니저 형한테 밥이라도 사야겠는데요?”
“제가 커피 많~이 샀어요. 김실장님 다이어트 하신다던데?”

최애 지갑 절대 지켜. 덕후 자아 사라진 건 아님. 게다가 이미 방금 카운터에서 한바탕 했어. 서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유작가를 아예 자기 뒤에 밀어서 앞을 막아선 채로 계산해버린 이민역 덕에 기연이 졌음. 그러니까 최애 지갑 지켜.
“아 ㅋㅋ맞아요. 형 다이어트 하긴 해야 돼.”

아까부터 한 번씩 짧아지는 말꼬리를 느끼고 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 유교보수 유작가.. 엄하게 자랐지만 최애를 엄하게 다룰 순 없음. 지금 야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어봤어도 오브콜스 당장 허락일 듯..

“숙소까진 어떻게 가세요? 데려다 드릴까요?”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워서 용기 내 제안한 유작가.. 근데 이민역 고개 저으면서 괜찮다고 함. 여기까지 와준 것도 고마운데 자기 미안하다고. 유작가가 괜찮다고 해도 이미 날도 어두워졌고, 모자에 마스크까지 눌러써서 택시 타도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함.
사실 이민역도 더 같이 있고는 싶었는데 퇴근하고 와준 사람 더 피곤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음. 유기연 피곤할 때 이민역 영상 랜덤 플레이하면서 피로 회복하는 것도 모르고..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식사 감사해요.”
“저야말로. 연락드릴게요. 운전 조심히 하세요!”
그렇게 두 사람 첫 만남은 얼추 정리가 됨. 기분 좋게 집 돌아와서 뽀득뽀득 씻은 기연이 스킨케어 찹찹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해본다. 연성도 이 소재로 하면 망상질 과하다고 하겠네. 팩까지 야무지게 붙이고 핸드폰 집어들고 침대로 벌러덩 누운 유작가 오늘은 피곤해서 망상 못한다고
트위터에 글부터 남김ㅋㅋ 작가님 피곤하게 한 혐생 대신 욕해주는 멘션이랑 익명들 보면서 사실 그게 아니라.. 찔려하던 유작가 별안간 알림들 속에 뜬 카톡 보고 벌떡 일어남. 급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얼굴에 붙은 팩까지 떨어짐..
[잘 들어가셨어요? 저는 아까 도착해서 씻고 나왔어요!!]
[사진] Image
유기연 아까부터 소리 지르고 싶었던 거 지금 맘껏 지름ㅋㅋ 서른살 남자가 자기 씻었다고 보내는 카톡? 친구였으면 카톡방 바로 나감.. 애인 아니고서야 이게 말이 되냐고요.. 아이돌 이민역을 사적으로 알게 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심정지 위협 수시로 느끼는 거..
이민역은 원래도 멤버들이나 지인들한테 자기 셀카 잘 보내줄 듯 예쁜 척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일상에서 지금 여기서 뭐한다, 어디에 있다, 이런 거 말할 때? 팬카페에도 수시로 셀카 잘 올려주는 효자( ◠‿◠ )
방금 실물 보고 왔는데 사진은 또 다르잖아ㅜ 이거 어디다 주접도 못 떨고 그냥 소리 없는 비명만 박박 지르던 유작가 정신차리고 답장함

[저도 방금 씻고 나왔어요🙂]
[사진 이렇게 막 보내주셔도 돼요?😮]

유출할 마음도 없으면서 일단 그이부터 걱정하는 유작가..
근데 답장 보내자마자 바로 영통 걸려올 것 같아. 누구한테서? 당연히 이민역! 어버버 당황하던 유작가 우당탕 거울 앞으로 튀어가서 머리 꾹꾹 눌러 정리도 좀 하고 팩 때문에 맨들해진 피부도 좀 슥슥 닦아내고 곧 전화 받음. 분명히 한두시간 전에 본 얼굴인데 그새 반가워.
“작가님!”
“ㅋㅋ무슨 일이에요, 민역 씨” ImageImage
당황해서 묻는 밍숭맹숭 얼굴이 아까 봤던 유작가님 아니고 거의 뭐 유고딩이야.

“제 사진 유출할 거예요?”

뭐가 좋은지 배시시 웃으면서 물어보는 이민역.. 장난인 거 알아서 유기연도 고민 좀 해보고요? 하고 받아침ㅋㅋ
“아~ 작가님 무서운 분이시네~ 걱정하셨을까 봐 안부 남겨드린 건데 ㅋㅋ” Image
그렇게 말하는 이민역 얼굴 너무 용안이셔서 갑자기 좀 황송해진 유기연 눈 슬쩍 피함

“아휴 근데 저 지금 얼굴이.. 마스크라도 쓰고 받을 걸 그랬어요.”
원래도 화장을 진하게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기초 베이스 정돈 하니까 좀 무방비한 모습이 부끄러워진 거일 듯

“엥? 귀여운데요? 나보다 더 아이돌 같아.”
“아 무슨 소리예요 ㅋㅋ 천재아이돌이잖아요.”
방긋방긋 잘도 웃는 게 정말 아까랑은 다른 모습인데 이것도 엄청 귀엽다고 생각한 이민역 유작가 얼굴만 빠안히,, 몇십초간 약간 정적이라 렉인가? 잘 안 보이나? 싶어서 화면 가까이 다가가는 유기연,, 불쑥 다가온 말랑맹숭 얼굴이 지금 이민역한테 스트라이크 냅다 내리꽂음
“아.. 진짜 귀여워.”

큰 손으로 얼굴 한쪽 가리면서 중얼거리는데 그건 또 화면 가까이 다가온 유작가 귀에 다이렉트로 꽂힘ㅋㅋㅋㅋㅋ서로 얼굴 벌개져서 눈알만 도륵.. 이민역 자기도 모르게 한 말이라 좀 부끄럽긴 하지ㅠ 서로 좀 머쓱해하다가 유기연이 먼저 어색한 흐름 끊어내.
“어.. 민역 씨! 오늘 피곤하셨을 텐데 얼른 쉬세요. 고생하셨어요, 오늘.”
“작가님두 고생하셨어요.. 얼른 주무세요!”

손바닥 쭈욱 펼쳐서 야무지게 빠이빠이까지 마치고 통화 종료한 두 사람 침대에 엎어져서 이불 팡팡 차고 데굴데굴 구르고 난리도 아님.. 그리고 둘이 동시에 ‘좋다…’ 생각하기 ImageImage
유작가 직업 특성상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아서 출근 시간은 보통 회의 시간 맞춰서 유동적인데 대개 2시쯤에 출근함. 촬영 날 제외하며 나름 오전 있는 삶을 산다. 근데 아무래도 어제는 새벽까지 이민역 덕질하느라 해 다 뜨고 잠.. 근데 아침에 알람 울려서 비몽사몽 끄다가
[작가님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시면 연락주세요! 촬영 때문에 궁금한 거 있어서 ㅎㅎㅎ]
[저는 이사 전 마지막 스케줄 가요!]
[아침 라디오ㅜㅜ]
뭐지.. 민역이 웬일로 아침부터 U니버스 보내지.. 눈 완전 가물가물 잘 떠지지도 않는 와중에 U니버스 답장을 보냄.

[에구구 고생하네ㅠ]
[우리 강아지 조심히 다녀와♡]
오늘 U니버스 렉도 안 걸리고 민역이도 아침부터 웬일이냐.. 핸드폰 덮고 다시 잠에 빠지는 유작가.. 그 시간 혼란스러운 건 괜히 촬영 핑계 대면서 아침부터 연락 갈겨본 이민역ㅋㅋ 우리 강아지?? 하트?? 이거 뭔데?? 핸드폰 들고 답장만 빤히 바라보기,, 유작가님 아닌가? 나 잘못 보냈나?
다시 확인해도 유작가 맞음. 민역아 나가야 돼~ 매니저 말에 어어 하면서 멤버들 뒤따라서 나가는데 아직도 혼란스러움. 답장을 잘못 보내셨나? 유작가가 팬밍아웃해서 자기 어느 정도 팬인 건 아는데 공카에 U니버스에 온갖 걸 결제하는 ‘진짜’인 건 아직 모르니까 어리둥절..
[ㅋㅋ제가 강아지예요?]

일단 그렇게 물어봐 놓고 야무지게 강아지 이모티콘도 하나 보내놓음. 그렇게 이민역이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라디오 스케줄을 잘 소화하고 있을 무렵.. 유작가가 눈을 뜸.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 위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해준 유작가가 현대인답게 핸드폰부터 집어들어. 후배들 업무 보고 카톡 몇 개랑 친구들 몇.. 슥슥 확인하다가 당연히 눈에 띄는 건 이민역 카톡이겠지 ㅋㅋㅋㅋ
“어?”

ㅋㅋ제가 강아지예요? 미리보기로 뜬 한줄짜리 카톡을 보고 잠깐 멍해져서 뭐지? 갸웃.. 그리고 그거 카톡 눌러보자마자 진짜로 소리부터 지른다. 악! 우리 강아지 조심히 다녀와♡ ..미쳤나? 아까 잠결에 답장 갈긴 게 U니버스가 아니란 걸 이제야 깨닫게 됨 ㅜ
맨정신이었으면 아마 더 심한 주접을 떨었을 텐데 그건 아니라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뭔지 이 와중에 강아지 이모티콘 쓰는 이민역 귀엽네.. 이마 한번 팍, 짚기.. 근데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 막 일어나서 안 돌아가는 머리 팽팽 굴려보려고 노력하는 유작가.. 그때 마침 전화 한 통 울린다
이민역(MX)

좀 정없게 ㅋㅋ 저장한 최애의 이름이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에 떴는데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유기연..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전화 받겠지ㅜ 당연함 안 받는 선택지 같은 건 없으니까..
한편 이민역은 라디오 스케줄 끝나고 유작가 일어났나 싶어서 카톡방 한 번 들어갔다가 1 없어졌길래 냅다 전화해본 거다. 궁금하잖아 우리 강아지가 뭔지 ㅋㅋㅋㅋ 그리고 괜히 유작가님 사실 애인 있으신가..? 그런 생각도 좀 해봄..

- 여보세요?
- 작가님! 일어나셨어요?
- 네..
아직 잠 덜 깬 목소리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웃음 새나오는 거 큼큼 참아봄ㅋㅋ 머리 까치집 짓고 시골쥐처럼 뵤,, 앉아 있는 거 보면 더 귀엽다고 난리칠 이민역;

- 작가님네 강아지 라디오 끝났어요!
- 아!

냅다 비명 지르면서 으으.. 앓는 소리 내는 유기연ㅋㅋ
- 왜요 ㅋㅋㅋㅋ강아지 잘 다녀오라구 하셨잖아요!
- 아니.. 민역 씨 제가 아까 잠이 안 깨서어..

응응, 고개까지 끄덕여가면서 핸드폰 귀에 대고 웃는 이민역 이상하게 쳐다보는 멤버들.. 쟤 뭐 있어? 몰라; 자기들끼리 쑥덕 대화도 나눠본다

- 지금은 잠 깨신 거예요?
- 네에..
- 아까는 잠결이었구?
- 네에..
- 그럼 아까 강아지는 저한테 한 거 맞네요?
- 네에.. 네??
- ㅋㅋㅋㅋ아~ 맞구나~

이민역 덫에 고대로 걸려버림 ㅠ 맞다 내 최애 원래 말 잘했지 입 털어서 북극에 에어컨도 팔고 올 앤데.. 방심했다고 입 한번 촙촙 때리는 유작가
그 소리 다 듣고있던 민역만 웃겨 죽음ㅋㅋㅋㅋ

- 작가님 저 강아지라고 저장해 놓으셨어요?
- 어우 아뇨?
- 그럼 저 왜 강아진데요?
- 그거어.. 나중에 설명드려도 될까요.. 저 지금 잠깐 숨어야 될 것 같아요 부끄러워서 안 되겠어요
강아지라고 부른 건 쑥스러우면서 자기 감정 부끄럽다고 말하는 건 안 쑥스러운 솔직 유작가

- 알았어요 시간 좀 드릴게요. 난 또 우리가 어제 그만큼 친해진 줄 알았지~
- 그만 놀려요ㅋㅋ 스케줄은 잘 끝났어요?
- 넹 이제 숙소 가요! 이제 진짜 자유! 이사하구 작가님이랑 라이프메이트 하면 돼요!
- 으응, 좋네요. 이따 오후에 연락 한번 더 드릴게요. 뭐 하고 싶은지 물어볼 거니까 미리 생각해두시면 좋아요~
- 넹넹 강아지 이제 차 타러 가여! 이따 연락주세요!

유작가 마지막까지 한방 먹고 어버버 답도 못하는 사이에 전화 뚝 끊긴다
공허하게 화면만 바라보다가 홀린듯이 저장명 바꾸는 유작가..

[🐶]

실수한 건 한 거고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니까.. 차마 우리 강아지라고 부를 순 없잖아ㅜ 어젠 사실 출연자 이민역이니까 그렇게 저방한 건데 그래도 나랑 이민역 좀 가까워진 거 아닌가? 와 이거 뭔 연성 같은 대사냐
스스로 신기해하면서 바꿔놓은 저장면 괜히 슥슥 만지작.. 그때 공카 알림음 띠링 울린다

[몽배배 강아지 퇴근해욤🐶✌️]

“엥?”

????갑자기요? Image
원래도 이런 말 안 하는 애는 아니지만 하필 지금? 나랑 그 얘기를 해놓고? 이거 내가 보는 줄도 모를 텐데 이렇게 귀염을 떨어놓는다고?

[몽배배 강아지 퇴근해욤🐶✌️]
아침은 역시 힘드렁 졸려 멍망 ㅜㅜ ImageImage
일단 사진부터 저장한 유작가.. 한참을 방방 뛰었다. 착각하지마 유기연 자아와 아니 근데 쟤가 먼저! 자아가 치열하게 싸웠음. 쿵쾅대면서 존재감 어필하는 쟤가 먼저 자아를 애써 누르고 착각하지마 자아 손을 들어준 후에야 겨우 진정하고 출근 준비할 수 있었겠지 ㅋㅋ
출근해서는 티 내면 안 되니까 출근길 플레이리스트 MX 쭉 깔아놓고 혼자 미니콘서트 열면서 야무지게 출근했음. 오늘 촬영만 두 팀이 나가서 사무실이 좀 한산한 느낌이야. 우리도 오늘 최희연이랑 이민역 아이템만 정리하고 얼른 가자. 잔업 집에 가서 해.
메인 작가도 출근 안 하는 날이라 막내랑 자기 팀 서브작가한테 그렇게 말하면 역시 최고의 슨배릠.. 하고 띄워준다. 같이 사무실에 있던 다른 팀메인도 격하게 고개 끄덕임. 일퇴를 목표로 달리는 라이프메이트팀..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거랬지 아마..
한참을 여배우 최희연네 쪽이랑 통화하던 유작가가 전화 끊자마자 책상에 머리 쿵, 하고 박아.

“선배 왜 그러세요?”
“아니.. 아.. 나 그냥 죽을까?”

원래부터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까탈 부리던 출연자가 갑자기 다쳤다고 촬영 날짜를 미루자는 거야.
“다치셨댄다. 촬영 못하시겠대.”
“최희연이요? 엥 어제 트위터에서 목격담 봤는데? 골프장 갔다던데요? 걔 그냥 또 이번 아이템 힘들 것 같다고 까는 거 아니에요?”
“몰라아.. 일단 더 설득해달라고는 했는데 이거 엎어지면 나 그냥 얘네 소속사 앞에서 시위할게.”
“같이 가요. 몇 번째야? 선배 탈모 걸리겠어요!”
“그런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말고...”

엎어져서 앓는 소리 내는 와중에 자기 머리 매만질 유작가.. 다른 팀 작가들도 안쓰럽게 보면서 위로의 말 건네는데 위로가 되겠나요? 그냥 예의상 대답하면서 한숨만 폭폭 내쉬는데 갑자기 핸드폰 알림 울릴 듯.
시발, 또 최희연이냐? 발작하듯이 몸 일으켜서 폰 집어든 기연이 합, 입 가리면서 놀람.

[작가님!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강아지 이모티콘 하나로 저장된 민역이한테서 온 연락이야. 내 새끼 효자 맞다.. 어떻게 이 순간에 딱 연락하지? 좀 감동스럽기까지 해서 바로 답장 날림.
[그럼요 :) 편하실 때 전화주세요!]

기특해 내 새끼. 아무것도 안 했는데 기특해진 민역이 바로 전화 걸어옴. 나 잠깐 출연자 통화 좀. 핸드폰 흔들면서 팀 서브 작가한테 말해준 기연이 우다다 작가실 나가서 복도 끝 통화 부스로 뛰어감.
- 여보세요?
- 작가님!
- 민역 씨~ 안 그래도 민역 씨 스케줄 관련해서 김실장님한테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 저두 그거 때문에요! 그.. 저번에 이사할 집 촬영 얘기하셨잖아요~
- 네네. 민역 씨 고민해보신다구.
- 넹.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정리가 안 됐을 것 같아서 전체 공개는 어렵구.. 이사 다음 날쯤으로 날짜 잡으시면 어떠세요? 거실이랑 드레스룸이랑 제 방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 어? 진짜요? 저희는 완전 땡큐긴 한데.. 괜찮으시겠어요? 이사 다음 날이면 피곤하실 텐데.
- 사람 부를 거라 괜찮아요! 그래서 인테리어 소품 사는 거랑, 저녁에 저희 멤버들 초대해서 집들이 겸? 저녁 해주는 것까지 어떨까 해서요~

유작가 다시 한번 입 틀어막는다. 우리 강아지 진짜 효자. 이사 아이템 정석이잖아.. 집 공개에 멤버들 초대까지 유작가가 다 하고 싶었던 건데
솔직히 처음 관찰 찍는 이민역한테 좀 부담이라 어떻게 말을 돌려서 꺼낼까 고민하고 있었겠지.

- 멤버들도 괜찮아요?
- 물어봤는데 리더 형이랑 막내는 스케줄 될 것 같아용. 매니저 형한테도 미리 말은 해놨는데 형이 작가님이랑 통화해보겠다길래 제가 바로 말씀드리고 싶어가지구..
아 진짜.. 벽이라도 치고 싶은데 소리 들어갈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눈만 꽉 감을 유작가. 이민역 완전 기특해서 어떡하지? 뽀뽀 백 번 갈겨 진짜!!! 유작가가 이러고 있는 거 아는지 모르는지 민역이는 자기가 너무 월권한 건 아닌지 좀 걱정.. 유작가 아이템 욕심 있어 보였는데 이런 거 해도 되나.
- 근데 너무 노말하죠?
- 아뇨? 아이템도 좋고 집 공개 큰 결심일 텐데 너무 감사하죠. 자주 들리시는 편집샵이나 인테리어샵 있으시면 그쪽 위주로 동선 짜보고 아니면 저희가 몇 개 셀렉 해볼까요?

근데 유작가 그냥 땡큐임. 출연자가 까탈스럽게 굴어서 열 받은 상태에서 이런 전화? 더 땡큐임.
이사까지 열흘 정도 남아서 스케줄은 좀 밭게 달려야겠지만 원래 그런 거 전문이라 문제도 아님.

- 네네! 저도 찾아볼게요. 같이 얘기해요 ㅎㅎㅎ

말끝에 애교스럽게 달린 웃음소리 진짜 깨물어주고 싶다. 정신 아찔해져서 곧게 세웠던 몸 벽에 살짝 기대는 유작가.
- 민역 씨가 아이디어 주셔서 저희 팀 오늘 일찍 퇴근하겠어요. 나 고마워서 어떡해
- 어? 오늘 일찍 퇴근하세요?
- 아마도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민역 씨 만나고 계속 일찍 퇴근하네. 복덩이야 아주
- 어, 작가님 그러면요..
어? 어어? 이 심상치 않은 운 뭐지? 본능적으로 유작가 심장이 나대고 있음. 심지어 평생을 쌓아온 연애 데이터 베이스 쪽에서 시끄럽게 구는 거야. 이거 뭐 있다. 어? 유기연아 이거 뭐 있다고. 닥쳐 제발.. 또 두 개의 자아랑 싸우는 유작가 ㅋㅋ ㅠ

- 네?
- 일찍 끝나시면.. 저랑 만나실래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방금까의 MX 이민역이 아니라 어제 같이 저녁 먹던 그 이민역이야. 친해지자고 편하게 말하던 그 이민역. 아 진짜.. 자꾸 이러면 오해한다고. 이쪽 성향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내 최애가, 심지어 만난 지도 얼마 안 된 내 최애가 진짜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다고 착각한단 말이야.
유작가 심란해져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으면 마찬가지로 숨소리만 내던 민역이 다시 말해.

- 아우, 죄송해요. 방금 너무 바보 같았죠. 저는 그냥 작가님 보고 싶어가지구...
표현이 솔직하고 다정한 애라서 좋아하는 건데 그 상대가 내가 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유작가 진짜 뇌 정지되는 것 같은 기분 들 거야.

- 곤란하시면 그냥 다음에,
- 아니에요. 우리 친해지기로 했잖아~
- 그쵸! 맞아. 우리 친해지기로 했으니까.
유작가가 가출한 정신 끄트머리 붙잡고 대답하면 금세 다시 텐션 올라서 대답할 민역이지.

이거 진짜 뭐지? 내가 이민역 너무 만나고 싶어 해서 꿈꾸는 건가? 기연이 자기 볼 한번 꼬집어보고 입 꾸욱 다문다. 꿈 아니네. 제안한 민역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냐.
만나자고 먼저 말 꺼내면서도 혹시나 거절 당할까 봐 긴장돼서 발끝 꼼지락.. 잠깐 사이에 이 사람에 대한 호감이 이렇게 높아질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냥 이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궁금해. 마침 휴식기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인연일 수도 있는 거잖아.
- 민역 씨 나랑 더 얘기하고 싶구나?

유기연도 나름대로 승부수 띄운 거야. 이민역이 이 질문을 어떻게 받냐에 따라서 유기연 태도도 정해지겠지. 유작가로 이민역을 대할지, 유기연으로 이민역을 대할지. 유작가 질문에 잠깐 고민하던 민역이 금세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해.
- 응. 나 유기연 작가님 궁금해요.

저 말을 듣고 유기연 뭐 어떡해. 받아들이는 거지. 이게 그냥 착각만은 아니겠구나. 어떤 류의 관심인지 아직 확신은 못해도 이민역은 지금 인간 유기연한테 관심이 있다고 선언한 거다. 애초에 원래는 매니저랑 논의해서 출연자한테 스케줄 확인하는 거잖아.
아무리 관찰이 처음이라고 해도 이민역도 방송 짬이 얼만데. 그 절차 다 생략하고 저가 직접 전화한 것부터가 그래. 착각하지 말자고 단호하게 주의를 주던 유기연 자아가 백기 흔든다. 그래, 착각 좀 하면 어때. 아님 말지 뭐.

- 민역 씨 드라이브 좋아해요?
살짝 웃으면서 말하는 톤이 얘도 이제 유작가 아니고 유기연이야. 그거 눈치챈 민역이 씩 웃으면서(기연이 봤으면 당장 어레스트로 실려갔음) 대답할 듯.

- 네. 작가님이 운전해주실 거예요?
- 나 그냥 좋아하냐고만 물어봤는데요?
- 아 뭐예요~
- ㅋㅋ농담 농담. 그럼 나랑 드라이브 가요. 장소는.. 민역 씨 편한 곳으로?
- 정말요?
- 네에. 이따 퇴근할 때 데리러 갈게요.

완전 박력 있어. 유작가 첫 직진에 좀 심쿵해서 귀끝 붉어질 민역이야. 근데 면허 없는 게 괜히 좀 창피해져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유작가가 그냥 쐐기 박는다.
- 어제 거기서 이따 봐요. 퇴근할 때 연락할게요.

유기연도 경로 정하면 냅다 기어 밟는 편이겠지. 쟤도 직진인데 나라고 뭐.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 거야. 사고 나든 말든. 가벼운 호감 단계에서 밥 두어 번 먹고 아니다 싶어 그대로 끝낸 관계가 한둘도 아니고. 상대가 이민역이라 망설인 거겠지.
근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민역이라 짧게 망설이고 직진할 수 있는 거겠지. 왜냐면 이민역은 유작가 천년의 이상형이세요..
통화 마무리한 유작가 빠르게 작가실로 가서 아이템 수확 소식부터 전하고 축하의 박수 받는다 ㅋㅋ 바로 팀 단톡에도 소식 올리고 회의 거칠 것도 없이 카톡으로 컨펌 받았을 듯. 그거 하면 되겠네. 이민역이 기특하네. 그 말에 자기 어깨가 더 올라갈 기연이지.
최희연이는 설득해보고 안 되면 버리자. 다른 출연자 잡는 게 낫겠어. 깔끔하게 정리까지 해줘서 기분 더 좋아짐.

“출연자 리스트만 좀 정리하고 정시에 퇴근합시다. 촬영 팀 복귀해서 잡히기 전에 얼른 사라지자구요.”

기분 좋아진 유작가가 그렇게 말하면 다들 갑자기 사기 올라서 열일모드 됨ㅋㅋ
후배들도 신났지. 퇴근 일찍 시켜주는 선배 최고.. 6시 땡 하자마자 노트북 탁 덮은 유작가가 비장하게 말해.

“퇴근들 하시죠.”

그런 유작가 보던 다른 작가들 빵 터지면서 짐 정리해. 그래그래, 오늘은 집에 가자. 가서 해. 이런 날 없다. 갈 수 있을 때 가자.
화기애애하게 짐 정리 마친 작가들이 사이좋게 퇴근한다. 유일하게 차 있는 기연만 지하로 가야 해서 다른 작가들이랑 찢어지면서 바로 이민역한테 메시지 남기겠지.

[저 이제 퇴근해요!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기분 좋게 MX 노래 흥얼거리면서 운전석 올라타는 기연.
같은 시각 이민역은 메시지 보자마자 게임하던 것도 잊고 바로 우당탕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부터 꺼내. 순식간에 바닥 채울 정도로 이것저것 늘어놓은 민역이 고민하겠지. 뭐 입지? 블라우스는 드라이브 갈 건데 너무 오바겠지. 후드는.. 너무 후줄근하잖아.
한참 옷 갈아입으면서 고민하던 민역이 얼마 전에 사진 예쁘게 찍혔던 니트 집어 들어. 입고 있던 옷 벗어던지고 다시 구상한 착장 착착 입은 민역이 거실로 달려 나가서 멤버들한테 물어봐.

“나 어때? 괜찮아?”
방금까지 방에서 게임하던 애가 갑자기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와서 물어보니까 어리둥절할 멤버들..

“어디 가냐?”
“엉. 어디 가. 아 어떠냐고!”

느릿하게 묻는 리더 말에 예민 강아지 돼서 대답이나 재촉함. 어엉.. 괜찮은데? 다른 멤버들한테도 괜찮다는 말 듣고서야 뿌듯하게 방으로 돌아갈 민역.
쟤 왜 저래? 몰라? 연애하나 봄? 남은 멤버들끼리 궁예하기..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향수까지 칙칙 뿌리고 나면 금세 한 시간 지나서 먼저 유작가한테 전화할 민역이야. 신호음 몇 번 가지도 않고 바로 받을 것 같아. 금방 들리는 목소리가 방금 들은 건데도 또 새롭고 기분 좋고 그래.
- 작가님 도착했어요?
- 으응, 마침 전화하려고 했어요. 거의 다 왔어. 내려와요.
- 네!

전화 끊자마자 간단하게 짐 챙겨서 우다다 내려감. 목 안쪽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춰보면서 마지막으로 점검 마치고 표정도 좀 관리해봄 ㅋㅋ 너무 들뜬 거 티나면 좀 부끄러우니까..
어제 유작가 만났던 곳에 도착해서 얌전히 기다릴 민역.. 이민역이 사생 워낙 극혐하는 거 여러 번 티 내서 이젠 집 앞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드무니까 안심하구 포커페이스 유지하기.. Image
그리고 그런 이민역 발견하고 다가오던 유기연? 지금 눈앞에 이민역이 현실인가 진지하게 고민함. 저거 저번에 갤러리에 100장 넘게 쟁여둔 이민역 레전드 착장 아니야? 애가 중요한 일 있을 때마다 나름대로 무드 고민해서 차려입는 버릇을 아니까 더 아찔해짐. 아 진짜 이민역..
사람이 너무 좋으면 말문이 막힘ㅋㅋ 크게 후우- 한숨 쉬고 마음 다잡은 기연이 민역 앞으로 부드럽게 차 세우고 창문 내림.

“타요, 민역 씨.”

창문 열고 대뜸 타라는 유작가 보고 심장 쿵 내려앉은 건 이민역도 마찬가지야. 흰 셔츠 입고 머리 예쁘게 넘긴 유기연 어제랑은 다른 분위기로 좋아서.. Image
머리 다 내린 건 엄청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셔츠 단추 풀고 머리 넘긴 유작가는 좀.. 좀 위험해. 입술 꼭 깨물었다가 손바닥으로 가슴께 슥슥 쓰다듬고 차에 탈 민역이지.

"제가 면허가 없어서 자꾸 작가님 고생시키는 것 같아요."
"에이, 저 운전하는 거 좋아해요. 민역 씨도 나 멋있다고 했잖아요."
기연이 씩 웃으면서 말하면 기분 미묘해질 민역. 어제는 한 발 뒤로 빼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유작가는 뭐랄까. 정면으로 상대해주는 느낌?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지. 작가 유기연 말고, 사람 유기연이.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으음, 사실 이번에 쉴 때 바다 가고 싶었어요. 작가님 바다 좋아해요?"
"바다?"
"네, 밤바다."
"응. 좋네요, 바다. 갈까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대답한 기연이 장난 아니고 진짜 좀 멋있어 보여서 민역 멍하니 보고 있을 듯. 잠깐 갸웃한 기연이 민역 쪽으로 몸 넘어와서 직접 벨트 묶어줄 것 같아.
갑자기 가까워지니까 좀 당황해서 어어.. 하고 있으면 유기연 오바했나 싶어서 다시 운전석 쪽으로 몸 옮기겠지.

"가만히 있길래 벨트 해달라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 작가님 진짜."
"왜요?"

어제랑은 너무 다르신 거 아니냐고요. 물론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좋아서 곤란할 민역이야.
어제가 아니라 오늘에야 진짜 사석의 유기연 마주한 이민역 좀 빨개질 것 같아. 이민역 부끄러워 하는 거 실시간으로 보면서 자기도 간지러워진 기연이 큼큼 괜히 헛기침 내뱉고 차 출발시킴. 목적지는 가까운 바다로 찍었는데 그래도 2시간은 밟아야 함.
"작가님 저녁 먹었어요?"
"으응, 아직이요. 민역 씨는요?"

뭘 물어보면 꼭 화답하듯이 질문을 덧붙이는 화법이 좋아.
"저도 아직이요.."
"도착해서 괜찮은 곳 있으면 저녁도 먹을까요?"

어떤 포인트에서 가드를 내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벽 낮아지니까 허물없어지는 것도 좋아.
"좋아요. 오늘은 작가님 먹고 싶은 거 먹어요."
"ㅋㅋ저는 치킨 좋아해서 어딜 가도 치킨만 사먹어요. 그냥 민역 씨 먹고 싶은 거 고르는 게 나을 걸?"

엉뚱한 포인트에서 웃음 터져서는 눈 밑 인디언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것도 좋아.
"저도 치킨 좋아하는데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차에 처음 탄 순간부터 유기연이 좋지 않은 순간이 없을 민역이야. 마음에 드는 점을 나열하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열 손가락 다 접어서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아.
"에이. 치킨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유명하잖아요. 같이 피자 먹고 싶은 남자 1위인가? 그거 한 거 봤는데."
"아니에요! 저 진짜 치킨도 괜찮아요."
"으응.. 그래요?"

말끝 늘이면서 으응..하고 서두에 다는 것까지 귀여워 보이면 이거 어떡하지. 기연만 보고 말하던 민역이 좀 당황해서 정면 응시한다.
방금 집에서 나올 때까진 막.. 이 정도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단 말임. 그냥 좀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고. 물론 불순한 마음이 없다곤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건 너무.. 진짜 좋아하게 될 것 같잖아.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 낯선데 싫지는 않아서 가만히 생각하던 민역도 기연이랑 똑같은 결론 내리겠지. 그냥 계속 가보는 걸로 ㅋㅋ 다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둘 다 어렴풋이 얘가 나한테 관심 있다는 건 눈치챈 상탠데 이쪽 성향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긴가민가하는 의문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서 차는 시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님. 저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작가님 나이 궁금해요. 작가님은 나에 대해 다 아는뎅..”
이민역 말 듣고 보니까 맞아. 팬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니었어도 유기연은 검색창에 이민역 이름 세 글자만 치면 온갖 정보를 다 알 수 있는데 이민역은 그게 아니니까.

“저 자기소개 해볼까요?”
“ㅋㅋㅋㅋ좋아요.”
되게 어른처럼 입고 운전도 멋있게 하면서 자기소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언발란스해서 웃음 터짐. 유기연 개의치 않고 자기소개 시작함.

“저는 유기연이고, 나이는 서른한 살. 어이구, 언제 이렇게 먹었죠. 직업은 작가고, 올해 10년 차 됐어요. 혼자 살고.. 치킨 좋아해요. 운전도 좋아하고.”
기연 말에 민역이 고개 끄덕이면서 다 외우겠다는 듯이 집중해. 그거에 이번엔 반대로 좀 웃음 터질 기연이지. 유기연이 사랑하는 이민역의 무수한 순간들 중 하나를 곁에서 나누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민역 씨 좋아하고?”
“아 작가님!”
집중해서 듣던 민역이 놀리는 톤으로 말하는 유작가한테 좀 발끈해서 불퉁해짐ㅋㅋ

“진짠데? 저 민역 씨 팬이라니까요.”
“작가님은 MX 팬이시죠?”
“이거 진짜 비밀인데 민역 씨한테만 말씀드린 거예요. 지켜줘야 돼요.”
비장하기까지 한 어투에 맥이 풀려서 앞으로 좀 기울었던 몸 등받이에 기댄 민역이야. 팬인 거 좋지. 처음에도 그래서 관심 갔던 건데. 근데 지금은 그냥 팬이라니까 왜 이렇게 서운한지.

“그냥 MX 이민역만 좋은 거예요?”

약간 소심해져서 중얼거리듯이 물어보면 유기연 브레이크 밟을 뻔..
운전 중이니까 귀염 떨지 마 이민역.. 뭔가 서운한 것 같은 게 눈에 빤히 보여 ㅋㅋ

“내가 아직 그냥 이민역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요. 민역 씨가 알려줄 거잖아요.”
“...작가님 조금 치사한 것 같아요.”
그렇게 대답한 이민역 기분 풀린 것도 바로 보임. 근데 사실 진짜 그래. 이민역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건 맞지만 다 일방적인 거니까. 옆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이민역은 초면이잖아.
이민역 말에 살풋 미소 지은 유기연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조금 조용하게 목적지까지 향했을 것 같아. 생각보다 이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비스무리한 생각을 하면서.
-
바닷가 도착한 두 사람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놓곤 모래사장 먼저 걸어볼 것 같아.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조용한 분위기에 파도 소리만 일정하게 들려와. 파도의 일정한 부서짐 때문인지,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 때문인지 콩콩, 심장 울리는 진동이 파도 소리랑 박자를 맞춰갈 것 같지.
“있잖아요, 작가님.”
“으응.”

민역의 부름에 고개 돌려서 바라볼 기연. 별말 아닌데도 집중해서 시선을 나눠주는 기연이 참 예쁘다고 생각할 민역이야. 어둠이 어슴푸레 내려앉았는데도 저 사람 얼굴만은 환한 것 같은 착각도 들어. 그 분위기에 이끌린 민역이 계속 속에 걸리던 물음을 던지기로 해.
이 나이에 이런 걸 말로 물어보는 게 없어 보이는 건 아는데, 이 사람한테 확답을 받고 싶어. 이를테면...

“작가님은 애인 없다고 하셨죠?”
“그랬죠?”
“...응. 나두요. 근데 있잖아요..”

남자인 내가 당신에게 연애 상대가 될 수 있다는 확답 같은 거.
잠시 입술을 축이는 민역이 뭘 망설이는지 유기연은 바로 알아챌 것 같아. 같은 질문이 제 속에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말을 먼저 꺼내기엔 이민역은...

“민역 씨. 나 남자 좋아해요.”

감수할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니까. 기연이 한발 선수 치겠지.
어떡하겠어, 이민역은 상상도 못할 만큼 유기연은 이민역을 좋아하는 걸. 그게 어떤 형태의 애정이든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야. 기연의 폭탄 발언에 민역이 걸음을 멈춰. 기연도 민역을 따라 가만히 서서 저를 내려다보는, 빚은 듯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겠지.
민역은 이 찰나의 순간이 신기루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바닷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면서 말간 얼굴로 그렇게 말하면,

“이게 궁금했던 거 맞죠?”
“반칙이야.”

진짜 반칙이잖아.
조금 굳어진 얼굴로 말한 민역이 조심스럽게, 천천히 기연의 손에 제 손을 끼워 넣고는 아프지 않게 힘을 줘.

“작가님이 먼저 반칙 했으니까, 나도 선 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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