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이라는 것은 참 징그러운 감정입니다.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분출되느냐에 따라 사람이 징그러워질 수 있고 건강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분출하지 못하고 열등감을 영원히 안고만 있다면 그건 그냥 종기가 됩니다.남을 해치게 하고,남만 해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스스로를 훼손한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그 대상에 몰두해 스스로를 잃는 것은 얼마나 꼴사나운 일인가요?단언하건대 부러움과 열등감은 다릅니다.누구나 부러움을 가질 수 있고 열등감을 가질 수 있지만 부러움은 찰나고 열등감은 깁니다.그리고 가장 오래 자신의 내면에 남아 좀먹죠.
열등감과 부러움이 원동력이 되어,남이 낸 좋은 결과물을 뛰어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부지런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습하게 하는 것은 제법 건강한 분출입니다.그 분출 직후에 열등감이란 고름이 제거되어 자신은 발전하고 열등감은 사라지죠.
회귀 전 한유진이 가진 '열등감'은 기실 자신을 탓하고 좀먹는 종류입니다.모두 화살표를 스스로에게 돌리고 '내가 S급이었다면!'이라는 문장에서 더 나아가 '동생이 고등학생의 나이에 전장에 내몰리지 않을거고....'하는 문장으로 끝나죠.
그러니까 한유진의 열등감은 음습하게 곯아터져 헌터중 S급만 골라 악플을 다는 종류가 아니라,비록 전부 건강히 분출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갈고닦는 동기가 되는 쪽이었습니다.한유진의 열등감은 애초에 진짜 남을 미워하는 쪽이 아니었어요.정확히는 스스로가 미운 거였지요.
한유진이 가진 열등감은 결국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미운 게 아닙니다.한유진은 보통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형으로,한 명의 성인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는 진취적인 인물인데 처음으로 던전이 생기자 특정한 힘을 가진 인물만이 이 어려움을 파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이전과 다르게요.
한유진은 수도요금 문제,세금 문제,보험 문제,유현이 대학 갈 등록금 문제는 성실히 일하고 주변 동료 어른들에게 여쭤보고 검색하고 상담 서비스를 통해 해결해왔습니다.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어느날 당신은 선택받은 자가 아니니 앞으론 아무것도 하지 못할테고 당신 가족은 고통받을거라고
말한다면 어떤가요?참으로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나요?한유진은 결국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없자 '내가 각성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각성한 후에는 높은 등급이 아니라는 것으로 고통받았을 거고요.한유진이 가진 열등감은 그래서 슬픕니다.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한유진의 앞에 S급,그야말로 만능키인 성현제가 나타나자 한유진은 분노한 것입니다.억울한 것이지요.내게 저 기회가 돌아왔다면....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도 한유진은 그게 성현제 탓도 아니고 자기가 놓친 기회도 아니란 것을 잘 압니다.그러니 인터넷에서 음습하게 악플다는 것이 아니라
각성 방법을 찾아보는 거죠.말하자면 범재라도 되고 싶은 둔재 앞에 천재가 나타난 것입니다....성현제를 향한 감정을 이해해요.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우주비행사를 준비하던 성현제,
별을 사랑해 언젠가 달로 가겠노라는 다짐을 이루기 직전 망원경으로 달을 본 순간 달은 눈을 깜빡였습니다.
은백색,가운데엔 깊고 검은 구멍이 있는-둥글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성현제가 그것을 인지하자 밤하늘을 산산조각내고 손을 뻗어 원래의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나를 달로 데려가줘요,
저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 줘요....
목성과 화성의 봄을 내게 보여주세요....
고장난 축음기처럼 갈라진 음성이 귓가에서 노래를 불렀고 성현제는 그것을 따라 불렀습니다.달로 떠나기 하루 전,달이 그를 찾은 것입니다.참을성도 없으시군,성현제는 생각했습니다....
성현제는 밀려드는 기억과 저 멀리,
성현제가 언젠가 우주 비행선을 타고 탐험하기를 꿈꾸었던 달에 대한 사랑이 저 멀리로 떠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에 대한 사랑은 떠나가고 성현제에게는 권태가 남았습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괴로운 친우만이 늘 그러하듯 성현제에게 남은 것입니다.
회귀 전 한유진은 성현제의 세계를 모릅니다.들어서 아는 것과 회귀 후 한유진처럼 초승달과 직접 마주하고 구르고 애원하고 설득하고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성현제를 사람으로서 사랑하여 그를 이해하고야 마는 것은 그 차이가 무척 큽니다.이 과정이 있기에 회귀 후 성현제는 한유진을
놓지 못한 것입니다.그를 사랑한 거지요.그를 사랑하여 기억과 감정을 싹 버리는 대신 심장이 터질 때까지 감정을 밀어넣고 잠가놓은 후 문에 기대앉아 있는 것입니다.그를 사랑해서요.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생을 사랑해서요.그 과정,성현제와 한유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관계가 된 것인데 회귀 전에는 그렇지 않았죠.회귀 전 성현제는 모릅니다.한유진의 사랑이 무슨 일을-불가능하다고 여기지는,성현제도 그렇게 확신한 일을 해내고야 만다는 것을 모릅니다.한유진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성현제는 이후에 한유진의 기억을 지우고 스위스로 가겠지요.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