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를 준비하던 성현제,
별을 사랑해 언젠가 달로 가겠노라는 다짐을 이루기 직전 망원경으로 달을 본 순간 달은 눈을 깜빡였습니다.
은백색,가운데엔 깊고 검은 구멍이 있는-둥글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성현제가 그것을 인지하자 밤하늘을 산산조각내고 손을 뻗어 원래의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나를 달로 데려가줘요,
저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 줘요....
목성과 화성의 봄을 내게 보여주세요....
고장난 축음기처럼 갈라진 음성이 귓가에서 노래를 불렀고 성현제는 그것을 따라 불렀습니다.달로 떠나기 하루 전,달이 그를 찾은 것입니다.참을성도 없으시군,성현제는 생각했습니다....
성현제는 밀려드는 기억과 저 멀리,
성현제가 언젠가 우주 비행선을 타고 탐험하기를 꿈꾸었던 달에 대한 사랑이 저 멀리로 떠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달에 대한 사랑은 떠나가고 성현제에게는 권태가 남았습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괴로운 친우만이 늘 그러하듯 성현제에게 남은 것입니다.
열등감이라는 것은 참 징그러운 감정입니다.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분출되느냐에 따라 사람이 징그러워질 수 있고 건강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분출하지 못하고 열등감을 영원히 안고만 있다면 그건 그냥 종기가 됩니다.남을 해치게 하고,남만 해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스스로를 훼손한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그 대상에 몰두해 스스로를 잃는 것은 얼마나 꼴사나운 일인가요?단언하건대 부러움과 열등감은 다릅니다.누구나 부러움을 가질 수 있고 열등감을 가질 수 있지만 부러움은 찰나고 열등감은 깁니다.그리고 가장 오래 자신의 내면에 남아 좀먹죠.
열등감과 부러움이 원동력이 되어,남이 낸 좋은 결과물을 뛰어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부지런하게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습하게 하는 것은 제법 건강한 분출입니다.그 분출 직후에 열등감이란 고름이 제거되어 자신은 발전하고 열등감은 사라지죠.
회귀 전 한유진은 성현제의 세계를 모릅니다.들어서 아는 것과 회귀 후 한유진처럼 초승달과 직접 마주하고 구르고 애원하고 설득하고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성현제를 사람으로서 사랑하여 그를 이해하고야 마는 것은 그 차이가 무척 큽니다.이 과정이 있기에 회귀 후 성현제는 한유진을
놓지 못한 것입니다.그를 사랑한 거지요.그를 사랑하여 기억과 감정을 싹 버리는 대신 심장이 터질 때까지 감정을 밀어넣고 잠가놓은 후 문에 기대앉아 있는 것입니다.그를 사랑해서요.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생을 사랑해서요.그 과정,성현제와 한유진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관계가 된 것인데 회귀 전에는 그렇지 않았죠.회귀 전 성현제는 모릅니다.한유진의 사랑이 무슨 일을-불가능하다고 여기지는,성현제도 그렇게 확신한 일을 해내고야 만다는 것을 모릅니다.한유진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성현제는 이후에 한유진의 기억을 지우고 스위스로 가겠지요.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