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 와 g; 를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g; 을 더 많이 씀. g; 은 스택 기반으로 점프하므로 히스토리를 타고 쭉쭉 이동 가능. gi 는 따지고 보면 g;i 또는 `.i 와 똑같아서 사실 굳이 알아둘 필요도 없는 명령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걸 쓰는 이유는 3번 누르는 게 묘하게 귀찮기 때문. 걍 gi.
이야기하는 김에 . 도 얹어보자. vim에서 . 은 "가장 최근"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normal에서 . 은 방금 한 작업을 반복하는 거고, '. 는 마지막에 편집한 장소를 기억하는 mark 이고, ". 은 INSERT 모드에서 마지막에 입력한 문자열을 저장하는 레지스터가 된다.
이제 퇴근했으니 이어서 써보자. 이렇게 . 은 vim에서 반복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종종 쓰인다. 3. 하면 방금 한 걸 세 번 반복. 100. 하면 100번 반복. 그런데 플러그인을 통한 동작은 이게 잘 안된다. 기본 동작만 반복하기 때문. 그래서 쓰는 게 팀 포프님의 vim-repeat. github.com/tpope/vim-repe…
반복하면 빠질 수 없는게 <C-a>랑 <C-x>. <C-뫄>가 별거 아니고 control+뫄 를 말하는 것. 즉 <C-a>는 컨트롤 a, <C-x>는 컨트롤 엑스. vim에서 숫자 위에 커서를 놓고 <C-a>를 하면 숫자가 증가하고, <C-x>하면 감소한다. 물론 숫자 조합도 가능. 37위에 커서를 놓고 1763<C-a> 하면 1800.
간단한 덧셈,뺄셈은 vim에서는 <C-a>, <C-x>로 걍 해버린다. 12423832에 1899 더하는 상황이라면 암산으로 따져서 고쳐도 되겠지만, 나는 이럴 때마다 자신이 미덥지 못하고 좀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커서를 위에 놓고 1800<C-a> 하면 끝. 계산기 열어도 되겠지만 vim에서 되니까 굳이.
그런데 이걸 쓰다보면 기능이 아깝다. 숫자에 대해서만 돌아가는 게 아깝다. 다른 것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쓰는 게 axring github.com/tenfyzhong/axr… 비슷한 플러그인 여러개가 있지만 난 이거로도 충분해서 이걸 쓴다.
이런 게 된다. <C-a>,<C-x>로 사전에 설정한 문자열을 회전시킬 수 있음. 만족스럽게도 (편집하고 있는 파일 확장자에 따라)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그냥 글을 쓸 때에도 활용할 곳이 있는데, 월화수목금토일 같은 것도 돌릴 수 있고, 마크다운 헤더도 가능.
2022년 연말 내내 건강 생각만 했다. 건강문제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건강문제들이 더 잘 드러나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휴식을 잘 취하지 못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항상 잠을 잘 때에만 눕는데,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니 누워 쉰다는 것의 효과를 체험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난 십 몇년 간 주말에도 휴일에도 휴가중에도 누워서 쉰 적이 거의 없었다. 보통 그런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거나 했다. 나는 누워서 쉬는 걸 생각을 못하는 지점까지 이르렀던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누워서 쉬는 것 = 진짜로 쉬는 것"이라면?
그러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진짜로 쉬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진짜로 쉴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았는데도 그러지 않은 것. 3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고, 이후 진통제를 며칠 먹고 잠을 푹 잔 다음 몸 상태가 굉장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자학은 이 정도로 하고. 생각해보면 원인은 뻔한데, 그냥 재미가 없으니 생각이 자꾸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특성을 하나 하나 뒤집어가며 아하 이거 때문이구나 오 이것도 원인이겠네 하고 있는 셈인데, 어느 정도 유효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다 보면 모든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만 수집하고 탐색을 종료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만 비롯되나.
이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 TV가 왜 고장났나?를 파고들다 리모콘을 소중히 다루지 않았던 나 자신의 경솔함과 돌머리스러움을 발견하고 꺼이꺼이 울어봤자 나 혼자만 아프고 TV는 고쳐지지 않는다. 이럴 땐 그냥 고객센터 전화해서 예약을 잡고, 잠시 우울한 다음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것이 낫겠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나는 놀고 쉬는 것도 잘 못한다. 뭘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그러면서도 재미가 있을까. 요즘은 재미있는게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2019~2020년에는 회사 일이 아주 재밌었다. 거의 매일 다음날이 기대됐고 출근이 즐거웠다. 퇴근 후에도 다음날, 다음달을 위해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건강이 꽤 상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아주 재밌었다. 동료들과도 굉장히 친해져서 다같이 힘을 합쳐 전진하는 느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