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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4 36 tweets 6 min read
클리셰5 #해성석호

주행성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지 일주일쯤 됐을까. 비서형은 충격받은 얼굴로 읊어댄다.

- 니가 하도 범생이라길래 그런줄로만 알았더니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쳐서 불려온거라던데?
-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 주회장이 참다 참다 한국으로 소환했다나봐. 어린게 맨날 쌈박질에 무면허 운전에 여자 문제에 도박까지 안 하는 게 없었다더라.
- 바쁘게도 노셨네.
- 주회장이 아무것도 안 물려주겠다고 선포했대. 흠 하나 없이 졸업해야 되나봐. 쌤들한테 학교생활 하루하루 보고 받는 거 같더라고.
교우관계며 행실이며 리더십이며 영향력이며 학업기여도까지.
- 피곤하게 사는구만?
- 야자 빠지는 것도 너랑 같이 다니는거라서 봐주는 건가봐. 아무래도 너희가 친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형 말을 종합해보면 내 폰에 있는 이 영상이 절대적으로 학교에 알려져선 안 된다는거네? 흐음, 좋았어.
- 야, 방학하면 여행가자.
- 내가 뭐라고 대답할 거 같냐?
- 혼자 가, 씹새야?
- 잘 아네.

주해성이 학교에서 외톨이를 자처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됐다. 지난 한 달간 자잘한 변화들이 생겼는데 우선 첫번째로, 이제는 이미지 관리 할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주해성은 동그리 안경을 버렸는데 꼬라지가
영 내 심장에 해롭다. 둘째. 우리는 생각보다 친해졌고, 또 생각보다 안 친하다. 무슨 말이냐면 주해성은 나와 매일 야자를 째긴 하는데 매번 마치 일일퀘스트 깨는 양 잠깐 같이 있다가 '간다'하며 혼자 사라진다. 그래도 내가 뭐 하자, 뭐 하자 하면 흔쾌히는 아니더라도 곧잘 따라오고, 지가 먼저
뭐 하자, 뭐 하자, 하면서 집에다 내 핑계를 대고 일탈을 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친한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난 아직도 취향떡칠한 이 놈을 보고 있기만 해도 흥미로우니까. 특별한 것 없이 이렇게 주해성 방에 나란히 누워 만화책이나 보고있어도 시간이 순삭이다.
- 간만에 협박 좀 해줘? 주회장님 오실때까지 나 계속 기다릴까?
- 까분다?
- 안 까불테니까 여행 가자고.
- 언제쯤 얘기할래?
- 뭘?
- 영상 운운하면서 나 귀찮게 구는 이유.
- 영상 운운 안 하면 니가 안 놀아주잖아. 지우고 싶냐? 지워줘? 지워주면 나한테 뭐 해줄건데?
- 요점만 말해 새끼야.
내게만 보이는 무심하고 무성의한 태도도, 한번씩 서늘해지는 표정도, 때로는 애가 탈 만큼 나른하게 늘어져있는 몸뚱아리마저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게끔 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이 놈은.

- 키스해봐.
- 누구랑.
- 나한테.
- ?
- 키스해 보라고 나한테.
잘은 몰라도 지금껏 봐 온 주해성 멘탈은 보통이 아니다. 대체로 크게 반응도 없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고 웬만한 일에는 마치 본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덤덤하다. 그렇다해도 보통 충격받을법도 한 지금의 내 말에 놀라는 척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평소처럼 한결같은
시선으로 한 3초쯤 덤덤히, 무심히, 가만히 날 쳐다보더니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던 몸을 살짝 틀어 옆에 널부러져 있던 내게로 조금 다가온다. 그래서 내가 더 당황했다.

- 내가 못 할 거 같지?
? 왜 이래. 소름돋는다며 쌍욕을 하는 주해성을 상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런 반응은 1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 지우기로 한거다?

내 뒷통수를 가볍게 감싸는 주해성이 나른한 눈빛으로 입술을 바라보는데 순간 멍해졌다. ..설마 진짜 하려고?
곧 내리 깐 눈이 다시 내 눈을 향해 올라오는데 그 시선에는 흔들림 하나 보이지 않아 오히려 내 눈이 갈 곳을 잃고 어딜봐야 할지 헤매고 만다. 실제로 주해성이 천천히 다가오는건지, 내 느낌이 마치 슬로우를 걸어놓은 듯 천천히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느리게 보일 정도로 천천히 가까워져 온다.

- 약속 지켜라.

고개를 살짝 틀어 금방이라도 입술이 맞물릴 것 같아 손에 땀이 슬 차오른다.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 한다고?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켜졌다.

- 막상 진짜 할까봐 쫄리냐?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닿을듯한 거리. 나만 느끼는 것 같은 긴장감. 내 심장의 요동을 알 리 없는 주해성과 눈을 마주봤다. 아.. 진짜 존나 당장이라도 내가 먼저 달려들고 싶다..

- 할 거면 빨리 해.
- 천천히 하자, 왜. 천하의 양석호 쫄아 있는 거 꽤나 볼만한데.
- 못 할 거면 쌍판 치우던가.
- 크큭, 오기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엿먹이려고 아무말 한거였다고 인정하면 봐 줄게.

봐주긴, 씨발. 제발 입술부터 박자, 속 타니까. 아무래도 제가 못할 걸 일부러 시킨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오산이다 새끼야.

- 할 거면 빨리 하라고.
- 왜 이렇게 급하실까?
- 왜는 병신아, 떨린다고..
- 떨리,ㅋㅋㅋ 미친, 염병은. 분명 니 입으로 지운다고 했으니까 두 말하면 뒤진다. 후회하지 말고 눈이나 감아 씹쌔야.

내가 눈을 감기도 전 입술에 느껴지는 말랑함에 등골에 소름이 쫙 올라온다. 무식하게 들이받을 줄 알았던 주해성은 생각보다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손가락하나 꼼짝하면 안 될 것처럼 집요하게 입술을 물어와 기분이 이상하다. 나른하면서도 제압당하는 양가의 느낌. 성격과는 다른 유연함에 머릿속은 경보음이 울릴 지경이다. 너무 좋아 시발, 어떡하지?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어 본 적이 없다.
하필 장소가 주해성 침대여서 더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주해성이 야하게 키스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입술이 닿아있는 동안, 혀가 섞이는 동안 머릿속에 섹스할 때의 주해성 얼굴을 나도 모르게 상상했다. 개 야할 거 같아, 미친... 상상만해도 허벅지가 저릿한 느낌이 드는 그때,
입술이 떨어지며 여운도 채 느껴보지 못했는데 날 현실로 잡아끌어내리는 목소리.

- 지워.

야릇함은 나 혼자만 느낀건지 심드렁한 주해성이 존나 얄밉다.

- ..다 지운다고는 안 했다. 백업해 놓은 거 세개 있는데 하나는 지워줄게.

인상이 구겨지는 주해성은 내 알 바 없고, 아쉬운 마음으로
클라우드 계정 자체를 아예 삭제했다. 이렇게 고민도 없이 바로 키스를 해올지도 몰랐지만 혹시나, 아주 만에 하나라도 하게 된다 한들 애초에 다 지울 생각은 없었다. 이 아까운 걸 어떻게 키스 한 번에 다 지워, 말도 안 되지.

- 삭제했잖아. 왜? 표정이 띠껍다?
-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개새끼라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을 뒤적거리더니 옷을 갈아입는 주해성 등짝을 보고 다시 한 번 침이 꼴깍 삼켜진다. 그러고보니 벗은 거 처음보네.

- 야 너 운동하냐?
- 어.

훌렁 벗고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은 주해성의 앞태가 궁금해지려던 순간에,
가자. 하며 지갑을 챙긴다. 어딜 새끼야. 말 좀 해주고 움직이던가..

- 나 오늘 외박. 양석호네서 잘 거니까 아버지한테는 엄마가 잘 말씀드려줘.

이 새끼는 맨날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지 멋대로 내 이름을 판다. 툭하면 내 핑계대고 놀러가거나, 오늘처럼 외박을 하면서도 정작 나랑 놀지는 않는다.
여자랑 놀 게 뻔해서 따라가봐야 난 심심하기만 할테니 굳이 같이 다니지 않았는데 오늘은 베알이 뒤틀린다.

- 같이 가.

주해성은 자연스럽게 내 차를 얻어타고 다니면서 내게 당당하게 유흥비마저 뜯어낸다. 부친한테 카드 뺐겼으면 얌전히 집에나 틀어박혀있지 왜 나한테 삥을 뜯어 이 새끼는..
화려하게 깜박이는 네온사인 사이를 걷다 어느 클럽으로 들어가는 주해성 뒤를 따랐다. 근처에 내가 가는 게이클럽도 있어서 재미없으면 그쪽으로 빠져야지 생각하며 룸으로 들어갔다.

- 민증 검사하면 어쩌려고 막 들어오냐?

지갑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주는데
학교에서 동그리 안경을 쓴 주해성과 싱크로율이 엄청난 민증사진을 보며, 얘가 형이 있었던가? 생각했다.

- 누구 민증이냐?
- 있어. 허우대 멀쩡하게 생겨선 맨날 치킨만 먹는 하찮은 사촌형.
- 이걸 왜 니가 들고 다니는데?
- 슬쩍 했지.
가족 뒷통수도 칠 새끼네 이거. 테이블이 세팅되는 동안 주해성이 아는 여자사람들을 몇 명 부르는 듯 했다.

- 여자랑 노는 게 재밌냐?
- 그럼 남자랑 노는 게 재밌겠냐?

실없는 소리 한다는 듯 잔에 양주를 따르는데, 학교에선 목끝까지 교복 단추 꽉꽉 채워놓는 새끼가 셔츠 단추를 왜 세개씩이나
풀어제껴서 내 눈길을 끄는지 모르겠다. 말라서 나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몸까지 좋고 지랄이야.

- 왜 맨날 여럿이서 봐~ 누나랑 데이트 하자니까. 전에 지현이랑은 데이트 했다며?

아 이 여성편력 심한 새끼. 옆에서 치근덕대는 누나들을 굳이 막지않는 주해성을 보니 생각보다 더 꼴사납다.
- 재미없다. 잘 놀아라, 간다.

게이바나 갈까 싶었는데 술도 오르는데다 아까 주해성이랑 키스하고 난 후 욕구불만 비스한게 생겼는지 아무하고나 놀게 될 거 같아서 그냥 비서형을 호출했다. 차에 타고 '그래서 여행은? 가는거다?' 톡을 보냈더니 웬일로 금방 답이 온다.

[자꾸 개소리 쳐 해라?]
내가 왜 방학때까지 너랑 놀아줘야 하냐는 뜻이 가득 담겨있다. 아 이 한결같은 새끼, 그래도 답 빨리 보냈으니 귀엽게 봐줘야지.

-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있어?
- 주해성이 나한테만 존나 까칠하다니까?ㅋㅋㅋ
- 하여튼 성격 희한해. 이쯤되면 그냥 걔가 뭘 하든 좋은 거 아냐?
- 몰라, 그딴 건 생각해본 적 없어서. 형, 편의점 앞에서 좀 세워봐. 콜라 좀 사 마시게.

술 때문인지 얼굴이 후끈한 느낌에 시원한 콜라를 사러 가면서 주해성에게 전화를 했다.

- 잘 놀고있냐?
- 니가 전화만 안 하면.
- 어디서 잘 건데?
- 어디서든 자겠지. 왜?
옆에서 재잘대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안주라도 받아먹은 건지 주해성은 맛있다, 먹어봐. 하며 대꾸를 해주기도 한다.

- 여행 가자고 주해성.
- 아 이 미친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지랄이야?
- 나 같은면 귀찮아서라도 간다고 하겠다 씨발.
- 끊어 새끼야.

괜히 전화했나보다.
여자들이랑 노는 거 뻔히 알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거슬리고 짜증나냐..

- 금세 기분 안 좋아 보인다?
- 주해성이 나한테만 존나 까칠해.
- 그래서 좋다며?
- 아 몰라. 지금은 좀 좆같아.
- 변덕하고는.. 어째 요즘 니 기분은 걔가 결정하는 거 같다?
- 아까 형이 그랬잖아. 걔가 뭘 하든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런 거 같단 말이야?
- 그 도련님은 너랑 달라요, 게이도 아닌데 뭘 어쩔거야. 마음 접어.
- 고백할까봐.
- 아니, 접으라니까 뭔 고백이야?!
- 사실 고백까진 아니고, 진지하게도 아니지만 표현은 자주 했거든? 근데 그냥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 당연하지, 걔는 너 게이인 것도 모르는데.
- 커밍아웃할까? 어차피 까이겠지?
- 뭘 물어, 백퍼 까이지.

내가 주해성을 좋아한다고해서 뭘 어떻게 할 방법은 없긴하다.
꼬신다고 넘어올리도 없지만 나도 주해성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만큼 나 스스로도 그런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을거다. 근데 시발 억울하잖아.
그 새끼는 내가 지 좋아하게 된 것도 모르는데 제대로 뭐 해보지도 못 하고 접어야 한다는 건. 그러니까 뭐라도 좀 해 보고 접겠단거지 내 말은. 예를 들면 섹스라던가, 혹은 섹스라던가, 아니면 섹스라던가,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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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
첫사랑5 #서준지우

9월 16일. 윤달처럼 한번씩 생겨나는 날도 아니고 매년 있는 평범한 날짜일 뿐이다. 오늘따라 괜스레 기분이 쳐지는 건 날짜와 아무 상관없다고, 애써 오픈준비에 더 신경쓰고 형기 말에 집중하려 드는 내가 짜증난다.

- 예약제를 할까? 알바를 한명 더 뽑을까?
글쎄.. 우려감이 먼저 들었다. 강서준 지인들이 찾아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잘 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 요즘 매상 올려주는 거 솔직히 강서준 인맥빨인 거 알잖아.
- 무슨 소리야, 넌 왜 니가 만든 레시피에 이렇게 박하냐? 맛 없으면 아무리 빨 좋아도 소용없다? 시작은 서준이형 인맥빨이
맞긴하지. 그 인맥들 중 인플루언서들이 맛있다고 홍보해준 것도 맞아. 근데 맛 없었으면 홍보가 되겠냐고. 지금은 서준이형 지인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이 찾고주고 있잖아. 입소문 타고 있다는건데 자심감 좀 가져.

강서준이 한참 바쁠 시간인 점심때나 저녁때 가끔 도와주러 오기도 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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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
클리셰4 #해성석호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주해성은 다시 안경을 쓰고선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 쇼핑? 괜찮네, 그거. 생각해보니 니가 애들 앞에서 깝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뭐야. 뭔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는건데, 적응 안 되게.

- 앞으로도 종종 애들앞에서 꼴값 떨어주길 바란다.
잘 지내보자고 우리.
- 진심?

주해성은 고개만 한 번 대충 끄덕이곤 다시 교실로 향했다. 뭐야, 저 새끼. 묘하게 내가 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래도 주해성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거 같아 비서형에게 뒷조사를 부탁했다. 야자를 째고 나란히 교실을 나서는 주해성을 보는 반 녀석들의 시선이
나만큼이나 꼴값이다. 마치 지들의 평화를 위해 주해성이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르며 희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미안함과 측은함으로 쳐다들 보는데 같잖지도 않아서..

- 이거랑, 이거. 음.. 이것도 괜찮겠네. 야, 입어봐.
- 뭐 하냐?
- 보면 몰라? 니가 입을 거 고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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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30
첫사랑4 #서준지우

- 늦었네?

누구 덕분에 손님이 늘어서 마감이 늦어졌는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누구 때문에 피곤이 두배로 쌓이는 거 같다.

- 또 무슨 볼일이 남아서?
- 매일 십분씩 나랑 있어주기로 했잖아.

안 그러면 계속 레스토랑 찾아오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니까 그런거지.
- 일방적인 요구였잖아. 난 이제 너한테 1분도 나눠주고 싶지 않아.
- 오늘 레스토랑 찾아가서 화 난 거야?
- 하.. 그래, 그것도 싫고. 불편하고 몇번을 더 말해줘야돼? 다른사람 감정따윈 안중에도 없지?
- 애기야. 내 번호 차단했어?

이것봐. 대화자체가 안되잖아.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이
라도 해야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 나와, 피곤해.
- 차단한 거 풀어주면 비켜줄게.

무슨 자격으로 우리집 문 앞을 막아서서 버티고 있는건지..

- 애기야. 지금은 내가 진심이라고 말해도 못 믿는다는 거 알아. 그래도 나중에 내가 진심이라는 걸 니가 느끼는 날. 그때는 못 이기는 척 넘어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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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9
클리셰범벅3 #해성석호

- 진짜 원하는 게 뭐야?
- 말 했잖아. 내 개가 되어 달라고. 뭐해? 번호 안 찍고. 어려울 거 없어. 전화하면 받고, 부르면 달려오는 거 정도? 간단하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내 폰을 바닥에 툭 떨구고 발로 질끈 밟으며, "좆까, 미친새끼야." 조용히
읊조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뒤돌아 걷는다. 와, 이렇게 단호하다고? "그냥 가면 후회할텐데~" 터벅터벅 걸어가는 뒷모습에 대고 한 내 말에 뒤도 보지 않고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만 꺼내어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신 답하고선 골목을 빠져나간다.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 저 새끼랑 어떻게
하면 엮일 수 있을까.

- 어딜 간다고?
- 주해성네 집.
- 왜?
- 친해지려고.
- 뭔 소리야, 갑자기?

어제 결국 받지 못 한 주해성 번호는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있는 반장에게 전화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더불어 집주소까지 한큐에 말이다. 선전포고 좀 하러 가보실까?
Read 29 tweets
Oct 29
사랑과 우정 사이6 #8998 #서준지우

아하, 우리 선배님 캠핑 한 번 야무지게 다녀오셨네? 같이 캠핑 가자는 얘기 나눈지 오래 됐는데 혼자 신나게 놀다 오셨겠다?

- 놀다 오느라 피곤하실텐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 응? 아, 캠핑 간 거?
- 나랑도 가기로 했으면서.
- 앜ㅋㅋㅋ 너랑도 가야짘ㅋㅋ
- 이제 제가 그냥 '너'가 된 건가요?
- 아니아니, 지우야 그게 아니랔ㅋㅋㅋ

내가 한지우인지 한지우가 나인지 가끔 자아가 왔다갔다 하는데, 나별 촬영때나 방영 당시에는 팬들이 좋아하니까 메이킹 찍고 있으면 서로 더 챙겨주는 척 해가며 몰입을 유도하는 행동을 많이 했었다. 시즌1때는 내가
어색해할까봐 강서준 그 잡채였던 형이 일부러 장난도치고 먼저 말도 걸고 번호도 먼저 물어봐주고 다가와줬지만 열흘 남짓한 촬영기간은 낯가리는 내가 형과 허물없이 지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오히려 방영이후 같이 하는 스케줄도 많이 생기고 팬미팅 준비도 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던 거
Read 8 tweets
Oct 28
첫사랑3 #서준지우

사귄 기간보다 헤어진 기간이 더 길고 그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에겐 사랑도 미련도 그리움도 심지어 미움마저도,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는데 강서준을 다시 마주한지 고작 이틀째. 심란함이 날 덮쳐와 밤잠을 설쳤고 단정했던 내 생활패턴이 일그러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썩
좋지않다. 예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사라졌던 미움도 다시 고개를 든다. 니가 뭐라고 또 내 일상을 망치려들어..

- 일하다 다치지 말고, 시간나면 내 생각도 좀 해주고.

출근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집 앞에 츄리닝을 입고 서서 잔뜩 졸린눈을 한 채 벽에 기대어 웅얼대며 손을 흔들흔들 인사
하는 강서준에게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 돈 많이 벌어와여~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강서준이 저러고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한테 뭘 원해서, 제가 얻을 게 뭐 있다고 이런 수고를 하는걸까.

- 넌 진짜 왜 그러냐. 꼭 다칠 거 뻔히 알면서 다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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