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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5 40 tweets 7 min read
클리셰10 #해성석호

자고 일어나니 전날의 후유증으로 누구는 온 몸이 비명을 질러대서 갤갤대고 있는데 주해성은 쌩쌩하다 못해 얼굴이 반지르르해선 어딜 가려는건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우리가 한 번 뒹굴었다고 뭔가가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라진 게 없다. 어제는 넋을 좀 놓고 있어서 멍했다지만 제정신으로 돌아 온 오늘은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진다.

- 같이 지칠때까지 해놓고 넌 왜 멀쩡하냐?

주해성은 별 걸 다 궁금해 한다는 듯, 체력 좀 길러라. 짧게 대답하며 아이스초코를 휘휘 저어댄다.
- 나도 줘.
- 알아서 마셔.

싸가지 어디 안 가지.. 근육통은 움직여야 풀린다는 생각에 꽁무니를 쫓아다녔고, 주해성은 초코라떼를 마시며 성의없는 대답만 내놓았다.

- 야, 그.. 너도 어제 좋았냐..?

슬쩍 본론을 꺼내니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컵을 만지작거리며 날 힐끔 쳐다본다.
매사가 느긋하고 그만큼 행동도 나른한 주해성이 오늘따라 더 얄밉다.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곤 얼음을 씹어대며 피식 웃길래 뭐, 왜? 하며 쳐다봤다.

- 너도 좋았냐고 묻는 거 보니 넌 좋았나보다?
- 뭐?
- 그만하라고 울고불고 염병하더니.

아니 그런 얘긴 왜 하는 건데 매너없는 새끼야.
내가 아닌 것만 같았던 어제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말에 짜증이 나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대답이나 하라며 신경질을 내다가, "그래 좋았다, 그래서 뭐." 했더니 컵을 내려놓고 최근들어 한 번씩 보이는 흥미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 넌 뭐가 그렇게 항상 솔직하냐?
- 솔직해야 니가 알아 쳐 먹을 거 아냐. 그래서 좋았냐고, 안 좋았냐고.
- 뭐, 나쁘진 않았지.

정말 짜증나는 건 선심쓰듯 툭 던진 그 대답에 괜히 떨린다는 거다.

- 진짜..?
- 재밌었거든. 안 까불겠다고 찡찡대던 거.
- 아니 시발 그럼 죽을 거 같은데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못해, 미친아.
- 근데 게이들은 원래 이런 거 하나 하나 다 물어보냐?
- 아니.
- 근데 왜 물어, 씹새야.
- 아 몰라. 궁금한 걸 어떡하라고.

초코라떼를 다 마신 주해성이 질답놀이는 이제 끝이라는 듯 일어나려 하길래 손목을 붙잡고 늘어젔다.

- 또 뭐? 할 말 있음 빨리 말해. 헬스 갈 거야.
- 너 나 안 싫다며.
- 그게 왜?
- 혹시 조금이라도 나 신경쓰여서 어제 연고 챙겨주,
- 꿈 깨시고 계정 삭제나 해.

단호한 새끼. 사실 기대를 하고 물어본 건 아니어서 실망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었든 저런 일이 있었든, 확실한 건 주해성이 남자인 내게 마음이 움직일리가 없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도 하나 짚어두고 싶은건 어제 노아 왔다는 내 카톡에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온 거나, 싫어하면 기어오르는데 봐 주고 있겠냐는 말을 했던 거나, 짐을 싸서 나가려던 날 붙잡던 거. 그런 건 어떤 마음일까 하는 거였는데,

- 미운 정.

주해성의 짧은 대답에 실실 웃고 말았다.
무심한 그 대답이 지나치게 현실적인데 그래서 더 좋은 거다. 그래, 싸가지 없고 무심해 보이지만 주해성도 사람이니까 미운정이라도 들긴 드는 거겠지?

- 같이 가. 나도 운동 좀 해야겠다.

룸을 나서는 주해성을 따라 헬스클럽까지 졸졸 따라갈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흰반팔티를 입고 소매를 어깨까지 걷은 채 스트레칭을 하는 놈 옆에서 같이 스트레칭 하는 척 꼬물댈 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었다.

- 운동한다며.

한량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는 내게 한심하단 표정으로 말 해오는 주해성에게, "니가 어제 하도 굴려서 운동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듯?" 했더니,
니가 그럼 그렇지. 눈빛으로 날 무시하곤 근육운동을 시작하는 주해성을 구경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 난감하네..

금세 펌핑되는 팔과 가슴 근육이 울끈불끈 해 질수록 어째 내 아랫도리도 울끈불끈해지는 기분이..? 그나마 헐렁한 옷 덕에 가릴 수는 있다지만 아무래도 괜히 따라 나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줄 때마다 찌푸려지는 얼굴에 조금씩 땀이 맺혀가고 팔뚝은 핏줄이 불거져 자꾸만 어제를 떠올리게해 낭패를 보고 있다가,

- 넌 내 말을 콧구멍으로 듣냐?
- ?
- 아 시발 내가 나 변태라고 했어, 안 했어?

괜히 다가가 짜증내는 날 어이없단 표정으로 쳐다보며 바벨을
내려놓고선, 또 뭐가 문젠데 또라이야. 한다.

- 운동하는 거 존나 보는 사람 꼴리게 한다고.
- 하.. 미친놈이 하다하다 별..
- 하여튼 존나 짜증나 주해성. 그 놈의 운동 실컷 하다 골병이나 들어라 새끼야.

솔직히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심신의 안정을 위해 황당해 하는 주해성을 뒤로하고
룸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한번 잤다고 우리에게 변화는 없다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내게만 생겨났다, 젠장. 아랫도리가 가라앉길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멍하게 시간만 떼웠다. 몸은 여전히 바스라질 거 같아서 꼼짝도 하기 싫은데 가만히 있으려니 더 뻐근한 거 같기도 하고...
오후가 되어 선상파티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주해성을 늘 그랬듯 뒤따라 나섰다. 뭔 작당들을 한 건지 노아와 속닥거리더니 한결 표정이 편해보인다. 제시카라는 요다같은 여자의 거대한 요트에서 펼쳐지는 파티에, 제시카만 즐길 수 없게끔 노아를 통해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인 거 같았다.
짜증나게 들러붙는다 어쩐다 하더니 귀찮은 요소를 제거한 주해성은 맘 편히 파티를 즐겼고 아는 사람 없던 난 노아와 심심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 어제 너한테 쓸데없는 소리 했다고 해성이한테 한소리 들었다는 거 아냐.
- 무슨 쓸데없는 소리?
- 왜, 너한테 약 탄 술 먹인 놈 해성이가 쥐어팼다는 얘기. 어지간히 너 신경쓰이나 봐.
- 주해성이? 그럴리가.
- 쟤가 괜한 일에 나서는 놈이 아니니까.

듣자하니 노아는 주해성의 가장 오래 된 친구인 듯 했다. 어릴때부터 낯선 미국에서 서로 의지하며 끈끈하게 이어 온 우정이라고 해야하나.
평생 잃고싶지 않은 친구라고 표현하는 노아 말에 좀 씁쓸해진다. 내겐 그런 친구가 없으니까.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의 친구라는 게 내게 있긴 한가 생각해보면 단 한명이 없다. 나도 주해성에게 잃고싶은 않은 사람이고 싶은 건 욕심인 거 같고..
- 오래 봐왔으니까 넌 잘 알겠다. 주해성은 대체 뭐 좋아하냐?

내 질문에 노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너도 친하니까 알 거 아냐." 하는데 순간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안 친하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쳐먹는거야 이 새끼는.

- 해성이는 여자를 좋아하지.
- 하루만 겪어봐도 알 수 있는 그딴 거 말고 호로새끼야. 다른건?
- 예쁜 여자?
- 뒤질래? 여자 말고 다른 건?
- 글쎄.. 아, 의외로 귀여운 거 좋아하던데?
- 예를 들면?
- 병아리 같은 거? 새끼 토끼?
- ..뭐래.

내 반응에 노아는 웃음을 터트리며, "안 어울리지?" 하더니,
예전에 작고 노란 병아리 보면서 세상 자상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조심스레 손 위에 올리고선 미소 짓던 걸 본 적이 있었다며 다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도 했다. 노아가 굳이 거짓말을 할 거 같진 않지만 딱히 상상이 되진 않는다. 그 작은 생명체를 보며 따스하게 웃는 주해성이라니.
- 그럼, 싫어하는 건?
- 못생긴 여자.

..도대체 주해성 관심사에 여자를 빼면 뭐가 남는 거야.

- 여성편력 존나 심해, 새끼가.
- 그렇긴 한데, 또 그렇지 않기도 하고.. 아무리 주위 여자들이랑 어울려 놀아도 진도 나갈때는 노력해서 꼬신 콧대높은 여자랑만 하잖아.
노력해서 꼬신.. 난 남자라서 예외인 거냐, 시발?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하는 건지 판단도 못 하고 있는데 노아는 열심히 떠들어댄다.

- 근데 생각보다 세상엔 콧대 높고 예쁜 여자가 많긴 해. 저기 봐.

노아의 고개짓이 가르키는 곳에는 주해성이 어떤 여자와 룰루랄라 걷고 있었고,
그들이 향하는 곳은 아마도 빈 객실인 거 같다.

- 풀파티때 번호교환 하더니 일사천리네.
- 하아.. 너도 이제 어디든 가서 좀 놀아라. 혼자 있고싶어졌다.

노아는 내 등살에 떠밀려 떨어져 나갔고 난 주해성과 여자가 자취를 감춘 객실을 떨떠름하게 쳐다보며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었다.
노아와 있을 때는 다가오는 사람이 없더니 혼자 있으니까 귀찮게 하는 여자가 몇 명이 생겼는데, 것보다 중요한건... 뭔데 주해성이랑 같이 객실로 들어간 여자가 벌써 나오는 거지?

***
객실의 작은 침대에 앉아 내게 섹시하다며 대놓고 분위기를 만드는 여자에게 입을 맞추며 천천히 그녀를 눕혔다.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내 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고 파여진 탑 가운데 입술을 묻다가..

- 큭,

순간 양석호가 지금 이 꼴을 보면 또 입에 거품 물고 지랄하겠단 생각이 들어 큭큭대고 말았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건강한 내 아들놈은 곧 있을 행위를 예감해 알아서
기립해 있는데, 정작 난 집중력이 흩어져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에게 미안하다며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다고, 딴 생각이 나서 집중이 안 된다며 솔직히 얘기하자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인양,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냐고 오히려 날 걱정한다. 굳이 길게 말 할 것 없이, 잠시 혼자 있고 있으니 다음에
보자며 그녀를 고이 돌려보냈다. 양석호 이 성가신 새끼, 여러모로 방해되네. 피식 웃으며 나도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며 그 성가신 새끼가 모습을 보인다.

- 쟤 뭔데 벌써 나가?
- 너야말로 뭔데 나가자마자 들어와? 문지기냐?

어떻게 10초도 안 돼서 이렇게 튀어들어오는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날 쳐다보기에 들어오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더니 금세 인상을 찌푸리며, "잊은 거 같은데 약점은 니가 잡혔지, 내가 잡힌 게 아니거든? 니가 와, 개새끼야." 하는데, 저건 어떻게 매일이 고슴도치 마냥 삐죽삐죽 한지 모르겠다.
- 얌전히 올래, 끌려올래? 너 때문에 좋은 시간 방해 받았으니 책임져야 할 거 아냐.
- ? 이번엔 방해 안 했거든? 저 여자 나가고나서 들어왔잖아. 뭐야, 너 까였냐? 맞네, 까였네, 이 새끼. 괜히 지가 까여놓고 아무짓도 안 한 나한테 화풀이야.
- 말 좀 들어라.
정색을 하는 내게, 안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음란마귀 껴서 죽을 맛이라며 그딴 표정 좀 짓지 말라는 양석호 머릿속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밖이다.

- 너 솔직히 니가 섹시한 거 알고 있지?
- 가끔은?
- 미친놈이 알고 있다니까 더 섹시하네 기분 나쁘게.
..이 새끼는 도대체 눈이 높은거야, 낮은거야. 평소 그렇게나 내가 귀찮아하는데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무턱대고 솔직하기만한 양석호는 제 입으로 말했듯이 그냥 변태인가 싶기도 하다. 마지못해 객실로 들어 온 녀석은 옆에 걸터앉아, 왜? 할 말 있냐? 묻는다.

- 할 말은 없고, 일단 좀 빼고보자.
- 뭘?

걸터앉아 있는 녀석의 상체를 눕히고 바지를 벗겨 발목을 붙잡았더니, 뭐야, 뭔데, 왜, 하며 꼴같지 않게 당황해한다. 한 손으로 녀석의 발목을 잡고, 한 손으론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에서 콘돔을 꺼내 입에 물었다.
곧이어 나도 바지와 속옷을 내린 후 이로 콘돔껍질을 뜯었는데, 어제까지 그렇게 하자고 덤벼대더니 지금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채로, "이로 콘돔 뜯는 거 더럽게 없어 보였는데 이 새끼는 왜 야하냐고." 중얼거리는 양석호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겠다.

- 내가 꿩대신 닭이냐?!
- 안 넣어, 병신아. 움직이지마.

발목을 잡은 채 다리를 직각으로 세우니 근육 땡긴다고 바둥대길래 발목을 크로스로 만들고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고정시켰다. 원래라면 아까 그녀와의 정사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불발했으니 일단 대충이라도 빼고보자 싶어 양석호 허벅지 사이에 자리잡고 삽입하는
마냥 천천히 움직였다. 바둥대던 양석호는 느낌이 이상한지 몸을 움찔거리며 날 올려다봤고, "허벅지에 힘 줘라." 빠르게 허리짓을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흥분은 내가 해야 하는데 양석호가 더 흥분한 듯 얼굴에 열이 오르더니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빠지길 반복한다.
- 느슨하잖아, 새끼야.
- 힘이, 안 들어가는데 어떡하라고 시발.

어제도 느낀건데 양석호는 침대에선 꽤 고분고분하다. 이 지랄맞은 성격에, 찡얼대면서도 허벅지에 힘을 주려 애쓰는 녀석은, 뭔가 묘한 정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지금 이렇게 한 발 빼기위해 피스톤질을 하고 있는 행위 역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일테지만, 나도 뭐에 꽂혀서 이러는건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넌 어딜 꼭 쑤셔박듯이 해야되냐? 그냥 손으로 해결해도 되잖아.
- 이미 끝났는데 이제와서 지랄이야.
- 난 어떡하라고.
씩씩대는 양석호의 아랫도리는 뭐, ...알아서 하겠지.

- 잘 처리하길 바란다. 그럼 난 이만 파티 즐기러.

뒤에서 욕지꺼리가 들려오는 게 웃겨 키득거리며 객실을 나왔다. ..귀여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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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from @wbtlznf7

Nov 30
한번만4 #해성호성

- ..너 대체 무슨 영화를 선택한거냐..
- 몰라. 제일 야한걸로 달라고 했는데?

결국 지호성한테 끌려온 영화관에서 뭐 볼까 계속 물어보길래 심신이 지쳐 손을 휘적휘적 거리며 알아서 끊어와, 했던 결과가 이거다. 돈 주고 보기엔 아까운 삼류 에로작 느낌이랄까.
주인공이고 주변 인물들이고 살색이 만연한 영화를 지호성은 스크린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집중해서 보고 있다가도 간간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시고, 다시 영화를 보... 야, 씨발 그러고보니까 너 왜 자꾸 기분 나쁘게 나 보면서 입맛 다시는데.
- 저런거 너랑 같이 집중해서 보고 있으니까 기분 되게 야릇해. 그러니까 키스 한번만. 나 오늘 못 하면 몸져누울거 같아.

난 지금 몸져눕겠다 새끼야.

- 심야라서 그런지 사람도 없어서 꼭 우리 둘이 전세낸 거 같고, 뭐라도 해야할 거 같고, 아무것도 안 하고 나가면 삶의 의욕을 잃을것만 같고,
Read 40 tweets
Nov 29
첫사랑12 #서준지우

날이 밝았는데도 과음해서인지 일어나지 않는 지우의 팔베게를 해주며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깨려는건지 눈가가 꿈틀댄다. 이윽고 눈이 살짝 떠지며 비몽사몽으로 깜박깜박 하더니 제 얼굴 앞에 클로즈업으로 들이밀어져 있는 내 얼굴을 보고 기겁을하며 고개를 뒤로
훅 빼길래 손으로 뒷통수를 받치고 다시 내 쪽으로 끌어왔다.

- 잘 잤어?

잠이 덜 깬 듯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지우는, "어제 일, 기억나?" 내 질문에 멍하기만 하다. 왜 제 눈앞에 내가 있는지, 왜 같이 누워 있는지, 어쩌다 팔베게를 하고 있는지 상황파악을 하는 듯 하던 한지우의 표정이
서서히 변한다.

- 기억 안나.
- 거짓말 하지마. 다 기억나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그라데이션으로 붉어지며 기억 안나, 하면 내가 믿겠냐고. 흥미롭게 쳐다보니 하나씩 하나씩 어제의 일들이 떠오르는지 터질 듯 얼굴이 빨개져선 쥐구멍이라도 찾고싶어 하는 거 같길래 얼굴을 끌어안았다.
Read 42 tweets
Nov 27
클리셰8 #해성석호

- 니가 이렇게 자극적인 꼬라지로 내 위에 올라타면 안 까불다가도 까불고 싶어지잖아.

느릿하게 내 손목을 놓으며 일어나려는 놈에게, "방심하지마, 새끼야." 하며 가운을 대충 움켜쥐고 팍 끌어당겨 무작정 입술을 맞댔다.
기습적인 행동에 대비하지 못해 무방비한 주해성의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아, 하는 앓는 소리만 작게 났을 뿐 주해성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열린 입술 사이로 좀 더 과감하게 혀를 밀어 넣고서야 고개를 빼려는 움직임이 느껴져 가운을 좀 더 힘주어 잡았다.
안타깝게도 나보단 주해성 팔힘이 더 세다는 게 문제지만. 인사만 하고 스쳐지나가듯 혀만 마주치고 떨어져나간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 왜 이렇게 앞 뒤 없이 직진이냐 넌.
- 잘못은 지가 해 놓고 남 탓은.
- 내가 뭐?
- 내 앞에서 섹시하지 말던가 시발 어이없네.
-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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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2
한번만3 #해성호성

밤에 하도 지호성이랑 옥신각신 하느라 늦게 잠이 들었는데, 잠이 들던 순간마저도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더랬다. "안고만 자자 안고만." 개소리 좀 작작해.. 생각하며 잠이 들었는데 하도 예민한 상태다보니 수시로 잠에서 깨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감사하게도 난 단잠에
빠졌고 더 감사하게도 꿈에서는 듣도 보도 못 한 절세미인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실컷 감상하기 까지 한 데다 그 쭉빵녀가 야살스럽게 웃으며 내 아랫도리를 지분거리더니 서서히 드로즈를 내리고선 입으로.. 꿈이라지만 이렇게 생생하면서도 짜릿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있을까 싶어
언제 깰지 모를 이 꿈을 한참 즐기고 있는데,

- ...와.. 크다...

네..? 방금 누님의 목소리가 마치 19세 남성 지호성 목소리와 매우 흡사하게 들렸다면 내가 미친걸까?

- 딱 봐도 안 들어갈 거 같애.

이때부터 이상했다. 자꾸만 쭝얼쭝얼 지호성 목소리가 들려서 무심코 눈을 떴는데,
Read 30 tweets
Nov 21
금사빠 #서준지우

- 도대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술 사달라더니 또 차이고 왔나보다. 그렁그렁한 눈에서 결국 뚝뚝 떨어지는 눈물만 보면 비련의 남주인공이 따로 없다.

- 금방 잊을거면서 또 울어?
- 형이 뭘 알아. 난 항상 진심이란 말이야.🤧
한지우는 금사빠다. 누가보면 세기의 사랑이라도 하고 헤어진 거 같겠지만 만난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놈이었다. 이쯤되니 슬슬 궁금해진다. 도대체 한지우의 눈은 어디에 달려있는 것일까.

- 눈 좀 높이면 안되겠냐? 만나려면 좀 그럴듯한 놈을 만나. 허접쓰레기 좀 그만 만나고.
- 내가 만난 사람들 욕하지마!

맨날 앵무새처럼, "형이 뭘 알아!" 뿌에엥 거리는데 알만큼 안다. 적어도 한지우 본인보다는 더.

- 좋다고 할 땐 언제고.. 내가 그렇게 질리는 타입이야?

이것봐. 본인에 대해 이렇게 무지하다 한지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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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0
첫사랑10 #서준지우

결국 한숨도 못 자고 출근했다. 엉망인 내 얼굴에 놀란 김형기는 왜 이렇게 퉁퉁 부었냐고 묻지만 대답할 기운도 없다. 어제 라디오를 찾아듣지만 않았어도 이정도는 아니었을텐데, 내 별이 돼주겠다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너무 버거웠다. 몸살도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온 몸이 저릿하게 경련할만큼 오열했으니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 어제 TB엔터 대표 말하는 뉘앙스도 그렇고, 넌 마감도 안 하고 가더니 오늘 출근한 몰골도 그렇고.. 대충 서준이형이랑 관련있겠다 싶긴한데 물어봤자 대답 안 해줄 거 뻔하니까 굳이 안 묻겠다만, 동업자로써 말 할게.
- 뭘.
- 집에 가.
- ?
- 일하다 괜히 쓰러져서 더 힘들게 하지말고 가서 쉬어. 너 책임감 있고 고집스러운 거 아는데 이 꼴로 일하는 건 더 책임감없는 짓이야.

손님 많이 안 받으면 된다고 보내려는데 마음같아선 괜찮다고 고집부리고 싶지만 자꾸만 힘이 빠지는 내 몸은 고집을 부릴 수 없게 했다.
Read 33 t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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