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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2 43 tweets 7 min read
클리셰12 #해성석호

딱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라 만화카페에 들어가 만화책이나 보면서 시간을 떼웠다. 수업은 시작했을 테고 주해성은 3주만에 단정한 모범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반듯하게 앉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할 시간이었다.

- 아, 배고파..
라면을 시켜놓고 다음권을 보기 위해 만화책을 들었다가 무심코 폰을 먼저 들여다봤다. 앨범에 들어가 유일하게 하나 있는, 몰래 찍은 주해성 사진을 들여다보며, "폰에서 좀 나와봐 새끼야." 중얼거리다, "안 나올거면 됐다." 하고 그냥 사진을 삭제했다. 배터리도 별로 없네..
깜박하고 충전을 안 했더니 20%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배터리를 충전시킬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내버려뒀다. 오랜만에 일탈이 하고 싶어지는 날이라 저녁엔 게이바 가서 실컷 놀아야겠다 생각하며 만화책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 오후엔 갈아입을 옷을 사기위해 쇼핑을 했고, 저녁이 됐을 땐,
- ..물이 왜 이래?

게이바를 갔지만 어딜 둘러봐도 눈요기가 되지 않아 그냥 술만 홀짝였다. 사귄 게 아니라서 차인 것도 아니지만 뭔가 실연당한 것 같은 마음을 유흥으로 날리려했는데 사실 생각보다 슬프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힘든 게 아니라서 오히려 허무하기까지 하다.
혹시 좋아한 것보다 가지지 못 할 주해성을 향한 소유욕 같은 게 더 강했던 건가..? 이렇게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건 잊으려 마음먹은지 하루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탓에 실감이 안 나서인 건지, 함께 했던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추억할 것도 많지는 않아서 인건지, 진짜 단순히
처음으로 가지지 못 하는 게 생겨 갖고 싶었던 거 뿐이었던 건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지나치게 평온한 내게 다가온 한 남자.

- 혼자 뭐해요?
- 보면 몰라요? 술 마시잖아요.

띠껍게 대답하며 얼굴을 봤는데, 아 시발 깜짝이야. 존잘이잖아..?
- 어려보이는데 일찍 다녀요.
- 그쪽이 무슨 상관?
- 상관은 없는데 내 첫사랑이랑 닮아서 신경이 쓰이네.
- 생긴건 반질반질한데 멘트가 너무 구린데?
- ? 진짠데. 저기 오네, 내 첫사랑. 지우야! 여기!

뭐야, 작업성 멘트 아니었어? 혼자 김칫국 퍼마셨네 쪽팔리게.
- 뭐해?
- 너랑 닮아서 일찍 다니라고 훈계 좀 하는 중.

어쩌다보니 셋이 술을 마시게됐다. 강서준과 한지우라는 아저씨들, 이라기엔 너무 젊고. 형들은 서로가 첫사랑이라는데 어쩐지 부럽다. 꼭 나와 주해성의 미래를 보는듯한 외모와 피지컬도 한몫하고.
- 우리 애기 고딩때 생각나네.
- 웩, 애기래. 형들 외모만 아니었으면 나한테는 삼촌뻘들이거든? 조카같은 놈 앞에서 그러고 싶냐?
- 부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 맞고.
- ㅋㅋㅋㅋ 성질머리는 더러운데 어려서 그런지 귀엽다 귀여워. 우리 지우는 이 나이때 순둥순둥 했는데. 그치?
- 나도 강서준 고딩때 모습 궁금한데 못 본 거 좀 억울해.
- 아 형들 둘이 놀아, 왜 혼자인 사람앞에서 유난이야 짜증나게.
- 미안, 자제할게. 근데 넌 왜 혼자 이러고 있어?
- 외로워서.
- 그 얼굴이면 다들 쩔쩔 맬 거 같은데 외롭다고?
그러니까 말이다. 내가 만난 남자들은 다들 쩔쩔 매기만 했는데 주해성 그 놈은 뭔데 날 제멋대로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두르고 난리였나 모를일이다.

- 좋아하는 놈이 있는데 잊으려고 방황 중.
- 방황을 너무 위험하게 하는 거 아냐?
- 내 몸 하나 지킬 힘은 있거든?
비웃음이 만연한 서준이형이나 날 슥 흝어보는 지우형의 못 미더운 표정이.. 뭔데 기분 나쁘지. 주해성도 나한테 팔랑거린다더니 내가 그렇게 약해보이나?

- 지우 닮은 얼굴로 짝사랑한다는 소리 하지마. 안 어울리니까.
- 어쩔 수 없더라. 걔는 이성애자라.
- 슬픈 일이네.
-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 슬퍼서 좀 허무해하는 중.
- 우리 애기만큼은 아니지만 매력있네 고딩ㅋㅋㅋㅋ
- 그 새끼가 내 매력을 알아줬으면 지금 이러고 있진 않았을 텐데.

키득거리던 형들은 그래도 나보다 인생 좀 더 살아봤다고 나름 위로같은 걸 건낸다.
- 짝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너도 괜히 방황하지 말고 그냥 니 인생에 그런 사람이 한명쯤 스쳐 지나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 지나갈 거면 조용히나 스쳐가지, 사람 심장 쿵하게 해놓고 존나 시끌벅적 난리법석 지나가네 개새끼가.
원래는 누구든 꼬셔서 원나잇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친해진 형들과 얘기를 꽤 오래 나누고 번호도 주고 받았다. 물론 배터리가 없어 꺼져있는 폰에 저장은 못 했지만 나중에 켜고나면 형들 번호가 부재중으로 뜰테니 가끔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다. 새벽까지 밖에 있는 내가 걱정이라도 된 건지
지우형은 재워줄테니 같이 가자고 날 설득했다. 괜히 이상한 놈이랑 엮여서 놀지말고 안전하게 자라며 본인들 집 작은방에 이불도 깔아준다. 무슨 어른들이 고딩앞에서 애정행각에 주저함이 이다지도 없는지 꼴보기 싫어서 방 문을 닫고 누워 주해성을 생각했다.
뭐하고 있으려나.. 자고 있겠지? 학교 안 간 거 신경이나 썼을까? 그럴리가 없지. 퍽이나 신경썼겠다 그 새끼가.
아침에 날 깨워 밥을 먹이는 형들은 학교가라며 태워줄까? 묻는데 안 간다고 하면 꼰대들처럼 굴 것 같아 그냥 가는 척 했다. 다음에 또 보자며 방황 하지말고 고딩답게 놀라는 잔소리까지 들었다. 정이 넘치는 커플이다. 게이바에서 만난 사람치고 저렇게까지 멀끔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
- 오늘은 뭐하지.

혼자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가고 폰이 꺼져있어서 그런지 주해성한테 연락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고 한번씩 머릿속에 얼굴이 동동 떠다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원래도 자주 그랬으니 대수롭지 않았다.
내 마음이 고작 이정도였나 싶어서 되려 스스로가 더 서운할 만큼 아무렇지도 않길래 한 일주일만 방황하다가 컴백해야지 싶은 가벼운 기분으로 하루하루 쇼핑도 하고, 찜질도 하고, 게임도 하고, 게이바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렇게 한 4일쯤 지났나..?
- 아저씨, 혼자 살아?

혼자 앉아있는 30대 중후반쯤 돼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등골 빼먹는 놈인 줄 알았는지 경계를 한다.

- 돈 뜯으려는 거 아니니까 안심해 아저씨. 딴 사람 뜯어 먹을 만큼 궁핍하진 않거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남자 옆에 앉으며, "아니라고. 혼자 온 사람끼리 얘기나 좀 하고 놀자는 건데 뭔 생각인거야. 싫으면 일어날까?" 했더니 주춤거리며 "아니야, 앉아." 한다. 그러다 좀 지나니 언제 경계 했냐는 듯 알아서 맥주도 대령하고 다정하게 얘기도 들어주길래 본론을 꺼냈다.
- 하루만 재워줄래, 아저씨?

다시금 의심 반, 기대 반인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선뜻 대답을 못 하는 남자가 답답해서 좀 짜증이 난다.

-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한 마디면 될 걸 뭘 고민하고 난리야. 재워줄래, 말래?
대답할 듯 입술을 달싹이길래 시선을 거두며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고, 이내..

- ..놀고 있네.

하는 목소리가 들려, 응? 싶어 다시 남자를 쳐다봤다. 어째 목소리가 내가 아는 어떤 개새끼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

- 뭐하냐, 씹새야.

뒷통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휙 돌아봤다.
입에 문 담배도 떨어뜨릴 뻔 했다, 4일만에 보는 얼굴 덕분에.

- 와, 시발, 뭐냐? 존나 반갑네 주해성.

전에 내 머리는 머리카락 기르는 화분이냐더니 진짜 그런건지 뇌가 생각이라는 걸 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툭 튀어나왔다.
뭔데. 그동안 별 생각 안 들었었는데 막상 얼굴 보니까 존나, 존나, 조온나, 조오오오온나 반갑잖아, 시발?

- 허.. 반갑냐?

어이없어하는 주해성을 보니 그제야 아차 싶다.

- 아니, 그게 아니고.. 너야말로 내가 뭐 좀 해보기도 전에, 왜 여기 있냐?
되물었더니,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난데없이 등장한 주해성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 이 새끼 형이다, 왜. 아저씨 얘 몇살인 줄 알아? 열여덟이야 열여덟. 잘못 엮이면 인생 골로 간다?

내 나이를 들은 남자는 잘못 걸렸다 싶은 표정으로 기겁하며 자리를 떴고 난 짜증스레 말 했다.
- 갑자기 나타나서 뭐하는 짓이냐?
- 가출 청소년 선도하는 짓이다 18세야. 일어나.
- 니가 뭔데 날 선도해?
- 뭐긴. 학생회지, 돌대가리야.

한쪽팔을 잡고 일으키려는 주해성을 뿌리치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아니 이게 왜 갑자기 게이바에 나타나서 사람 놀래키고 지랄이야. 뭐 하냐, 내 심장. 멈추지 말고 일해라 좀.

- 여자랑 히히덕 거리기도 바쁠 시간 아니냐?
- 그래야 할 시간에 왜 여자라곤 1도 없는 게이바에서 이 짓거리 하게 만드는 지 설명해봐.
얼마나 반가운지 심장이 내려앉아 멈출 것만 같아서 순간 울컥 했다.

- 설명같은 소리하네. 신경 꺼.
- 신경 안 쓰이게 만들던가.
- 어이가 없네. 니가 언제부터 나 신경 썼다고.
- 좆같으면 니네 비서부터 조져, 씹새야.
그러고 보니 비서형을 잊고 있었다.

- 왜? 형이 너한테 나 데리고 오라든?
- 잘 아네. 니 보모가 학교까지 찾아와서 술마시고 노는 거 까발리기 전에 찾아오라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빡치니까 좀 일어나지?
그럼 그렇지. 그런게 아니면 나 때문에 움직일리가 없는 주해성인 거 알면서도 순간 찌질하게 기대하고 싶었던 거 같다.

- 알아서 연락할 테니까 신경 끄고 꺼져, 제발.
- 닥치고 조용히 따라 나와.
- ..너 나 좋아하냐?
- 개소리가 취미인 건 알고 있으니까 굳이 상기시켜 줄 필요 없고. 일어나라고.
- 아 그러니까 꺼지라고. 니가 이럴수록 나 혼자 또 심쿵하고 실망하고 내적 쌩쑈하는 거 좆같으니까.
- 마지막으로 말 한다. 좋은 말 할 때 일어나자?
- 좋은 말로 해도 안 일어 날 거니까 나쁜 말로 해, 시발.
- 하.. 살다 살다 너처럼 성가신 놈은 진짜 처음 본다.
어어어?! 무식하게 힘으로 팔을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손목을 잡고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아 시발 망했어. 망했다고, 젠장.

- 안 놔, 미친놈아?!
- 패대기치고 싶은 거 참고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라.
- 차라리 패대기쳐 시발. 이대로 나가는 순간 니 인생, 내 인생 다 꼬일 줄 알아!
- 아이고, 무섭기도 해라.

완전 망했다고, 울고 싶네 시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더니.. 왜 이렇게 좋아 죽을 거 같냐고.. 심장보고 일 하랬더니 이번엔 과부하 걸릴만큼 미친듯이 뛰어대는데 아마 내가 심장마비로 죽으면 다 주해성 탓일거다, 망할.
유서라도 미리 써놓던가 해야지 이건 뭐..

- 비서한테 전화해.

입구를 나가고서야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내 손목을 놓은 주해성은 제 폰을 내게 건네주며 전화할 것을 강요했다.

- 지금 비서가 문제냐?!
- 그럼 뭐가 문젠데.
- 내 심장이 문제다, 개새끼야!
욱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근데 좋고, 짜증나는데, 그래도 좋고, 표정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몸도 좋고, 아 뭐래. 아무튼 사흘만에 보는 얼굴은 역시나 잘생겼고 옷은 또 왜 이렇게 간지나게 입어서 다시 매달리고 싶게 만드는 몰골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잊으려고 딱히 내가 뭘
노력한 건 없지만 괜히 억울하다. 아씨, 어차피 망한 거 모르겠다.

- 야. 딱 한 번만 안아보자.

대답은 듣지도 안고 무작정 주해성을 안았다. 실컷 신경질 내다가 다짜고짜 끌어안는 갑작스런 전개에 주해성은 그저 어이없어 하고 있지만 난 처음 안아보는 이 놈의 품이 이렇게 좋을수가 있나 싶어
계속 이러고 있을 수만 있다면 이 살인적인 더위에도 기꺼이 쪄죽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십초도 안 지나 주해성은 날 떼어내며 뭔 짓이냐 물었다.

- 난 나름 너 놓아주려고 했는데 니가 와서 방해한 거야.
- 너한테 잡혀준 적도 없는데 뭘 놓아 줘 병신아.
- 됐고. 나 방금 결심했다. 나랑 사귀자 주해성.
- ..존나 뜬금없이 박력터지네, 미친놈.

인상을 쓰는 주해성에게 마지막 딜을 제시했다.

- 나랑 연애하겠다고 하면 하나 남은 계정도 삭제할게. 기간은 3개월.
- 싫은데?
- 말 안 끝났어, 개새끼야. 키스나 섹스는 제안이었지만 이번엔 협박이거든.
상대방을 설득할 땐 Yes, No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1번 할래, 2번 할래? 로 질문할 때 성공률이 더 높다고 한다. 물론 이건 설득이 아니라 협박이지만.

- 거절하면 그 영상 학교, 온라인, 너희 부모님한테까지 뿌릴 수 있는 곳 어디든 다 퍼뜨릴 거야. 나랑 연애할래, 사방팔방 니 본색
알려져서 집에서 쫓겨날래?
- 내가 지금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내가 너랑 사귄다고 우리가 뭐 달라질 거 같냐?
- 아니.
- 근데?
- 적어도 주해성 소유권은 정식으로 나한테 있을 거 아냐. 뭔 소린지 알겠냐? 나랑 연애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넌 앞으로 3개월간 여자랑 손 한 번 못 잡게 될 거라는 소리라고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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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2
불완전1 #서준지우

- 지우씨. 일 조금만 도와줄래요?
- 네.
- 다른 분들은 퇴근해보세요.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서준팀장은 사람 좋기로 유명했다. 실제로 좋은 사람인것도 맞다. 하지만 6개월전쯤부턴가 조금씩,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강팀장에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부서 사람들은 "요즘 팀장님 너무 어두워지지 않았어요?" 소근소근 걱정할 정도.

- ...지우야.
- 네, 팀장님.
- 둘만 있을때 그렇게 부르지마..
- 회사잖아요.
- 하아.. 그래. 그럼 나가자.
내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는건 대부분 핑계다. 다른 이들이 퇴근을 하면 우리도 곧장 일어나니까.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자연스럽게 강팀장 차에 올라타 앉았다. 뭐가 그리도 심란한지 핸들에 팔을 얹고 이마를 댄 채 한숨을 쉬던 강팀장, 아니 강서준은 그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Read 21 tweets
Dec 11
셔틀 #서준지우
(유치+오글 주의)

지우는 오늘도 고단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어. 학교 친구들이 부탁을 했거든.

- 피자빵이랑 콜라랑, 또..

맞아, 사실 부탁이 아니라 그냥 명령이야. 시키기만 하면 다행이지 돈도 안주고 사오래 나쁜놈들이.
일명 셔틀이라고 불리는 직함을 가지게 된 것도 벌써 반년째야.

- 서준아 초코빵?

지우는 한번도 셔틀이 될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사람 또한 상상으로도 해 본 적 없었어. 항상 그 중심에 있는 강서준.
초딩때부터 단짝이었고 무사히 중학교도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어. 아니 그건 그냥 서준의 일방적인 멀어짐이었지. 평범하게만 살아 온 단짝친구는 점점 일진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탈선이란 이런것이다 보여주려는 듯 나쁜짓은 빠지지않고 앞장섰어.
Read 15 tweets
Dec 11
첫사랑 (완) #서준지우

잠에서 깨 눈을 떴지만 방의 창문을 덮고있는 암막커튼 덕에 고요하고 어둡다. 머리맡에 둔 폰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 어젯밤 제딴엔 용을 썼는지 아직 곤히 잠들어있는 얼굴을 보며 비실비실 웃다가 문득 지우 몸이 걱정됐다.
오랜만이었는데다 무리했을텐데 몸살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싶어 약이라도 사와야겠다 생각하고 조심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기라도 할까봐 조용조용 옷을 걸치고 나왔다. 이상하게 얼굴에 자꾸 웃음이 걸쳐진다.
기분이 좋은것과 행복한 것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 휘파람이나 콧노래가 나오고 웃음도 새어나오는데 그저 기분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나 지금 행복한거구나 느껴진다.

- 몸살 약 같은 것도 하나 주세요.
- 감기몸살 약 드리면 돼요?
- 감기는 아니고 운동을 좀 격하게 해서요.
Read 33 tweets
Dec 9
살인마 X 목격자 #서준지우

퇴근시간인데도 지우는 나재수과장이 부탁한 업무로 인해 퇴근을 못하는 중. 말이 부탁이지 자기가 해야 할 일 지우한테 떠넘긴건데 말단회사원인 지우가 무슨 힘이 있겠어. 까라면 까야지.
홀로 남아 있는데 빗소리가 창문을 계속 때려. 오후부터 비가 계속 쏟아졌는데 밤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까지 온다는거야.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일을 대충하는 법이 없는, 요령없는 지우는 속으로 나과장을 씹어대고 한숨을 쉬면서도 끝끝내 일을 마무리 짓고 퇴근해.
- 오늘 날씨 참 험상궂죠?

피곤해서 조용히 가고싶은데 택시아저씨는 자꾸 말을 걸어. 아 네. 대충 대답하며 창밖을 보는데 뒷차가 택시를 콩 들이받아. 덜컹 몸이 앞으로 꼬꾸라져 놀라긴 했지만 크게 박은게 아니라 지우는 또 짜증이나.
Read 27 tweets
Dec 9
클리셰11 #해성석호

주해성은 선상파티 이후로 몇 번 혼자서 호텔밖을 나가 놀다 들어왔는데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지 잤는지 의외로 건전하게 놀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일이 쫓아다니기엔 나도 무리가 있다보니 주해성이 모르는 여자를 안는다던가 하는 애꿎은 상상력만 늘어난데다,
한 번 자봤다고 그놈이 섹시해 보일때마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자주 들어 힘든 것만 빼고는 그래도 꽤 수확이 큰 미국행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일주일을 붙어있는동안 알게 모르게 주해성과 많이 가까워진 거 같다. 그 전에는 한정적인 모습밖에 볼 수 없었는데
일주일간 조금 더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기도 했고 전보다 대화도 확실히 늘었다. 싸가지야 일관성 있게 없다지만 그래도 이제 말 걸면 대답도 그럭저럭 잘 해주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제 비웃음이긴 해도 피식 피식 잘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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