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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6, 2022 58 tweets 10 min read Read on X
요즘 슬픈 문기썰이 많아서 쓰는 가벼운
#문기장군

언제부턴가 도련님 친구가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표정이 삐뚜름한게 영 곱지가 않았어. 그래도 도련님한테 해가 되는것도 아니니까 처음엔 신경을 안 썼지. 근데 하루는 도련님 하교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다가오더니 번호를 달래.
내 번호가 왜 필요하냐 물었더니 ㅌㅐ용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어설픈 핑계를 갖다붙여. 이 꼬맹이가 왜 이러나 싶었지.
번호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사에 불만인 표정으로 자신을 힐끗거리던 꼬맹이한테 폭풍톡이 오기 시작하는거야.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있었고 뭐하냐는 안부연락도 있었고
답이 없음에 불만가득한 짜증도 섞여있었어. 근데 오늘은 좀 심각한 톡이 온거야.

[아저씨 나 아빠한테 맞아죽을까봐 도망나왔는데 갈데가 없어..]

하... 전에 부친한테 골프채로 맞아 멍이 든 걸 본적이 있던터라 신경이 쓰여.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잖아.
- 도련님 저 외근 좀 다녀올게요.
- 이 시간에?
- 전에 도련님이 알아보라고 하신것도 있고.. 외출하실거면 전화주세요. 바로 복귀할게요.
- 아냐, 이 저녁에 외출은 무슨.

집을 나서며 전화를 걸었어. 어디냐 물었더니 ㅌㅐ용이네 집 근처 편의점 앞이래.
길쭉한 몸을 꼬깃꼬깃 접어 의자에 앉아 추위에 코를 훌쩍이는 조꼬딩이 매를 안 맞으려 뛰쳐나온게 좀 안쓰러워. 일단 도신호텔로 데려가서 몸부터 녹이라고 앉혔지.

- 아저씨 자고가면 안되나?
- 좀 쉬다가 집에 들어가. 부모님 걱정하셔.
- 어차피 아빠는 며칠간 안 들어오..헙.
- ......
- ......
- 분명 아버지한테 맞아죽을 거 같다고,
- 배고파!

거짓말한걸 스스로 까발리는 말실수를 하고선 아차싶어 화제를 전환해보지만 문기는 기가 막힌거지.

-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어른 가지고 노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거짓,
- 아 몰라몰라. 그러게 진작 나랑 만나줬으면 아무 문제 없었잖아.
- 그걸 말이라고.. (이마짚)
- 시간 좀 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 우리 도련님 일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하거든?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문기의 하루가 바쁘긴 하지만 장군이에게 시간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핑계를 대는거니까.

- 그놈의 뒈렌님 뒈렌님.
한대 쥐어박고 싶은 표정으로 비아냥대는데 매사에 진지한 어른인 문기가 상대하기엔 너무 어리고 유치해.

- 나도 우리집에선 도련님거든?
- 내 도련님은 아니잖아.
- 그럼 장문기 애인이라도 시켜주던가.

결국 꿀밤을 한대 먹고선 문기를 째려봐.

- 아 왜 때려! 내가 때릴데가 어딨다고!
- 나한테 억하심정 있어? 왜 이래? 볼때마다 불만가득한 얼굴로 쳐다보면서 왜 자꾸 시간 내달라고 난리야?
- 그거야 내가 아저씨 좋아하는거 딴 사람들이 알까봐 그렇게 쳐다본거지. 어른이 그정도 눈치도 없어?
- 쪼끄만게 진짜.
- 키는 내가 더 큰데? 뭐요. 왜요. 나 스무살되면 지금보다 더 잘생기고 멋있어질거야. 그때가서 만나달라고 해도 안 만나준다 아저씨?

이 대책없는 어린애를 어쩐다...
하루종일 일 외에는 하는게 없었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개인적인 용무가 생긴 듯 보이는 문기가 이상해서 ㅌㅐ용이 물어봐.

- 형 요즘 무슨 일 있어?
- 아뇨, 왜..?
- 그냥. 가끔 사라지길래.
- 아, 그게 처리할 일도 있고..
- 보고도 없이 처리할 일이 뭐가 있을까~? 연애라도 하는거야 우리 장비서님?
- 그럴리가요.
- 대답이 왜 그래. 형도 좋은사람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지.
- 도련님 다 크면요.

농담이랍시고 주고받는 대화 틈틈히 문기가 평소답지 않게 표정이 단정치못한 느낌이 들어서 ㅌㅐ용인 볼 일
있으면 가보라며 문기에게 눈짓을 해.

- 그럼 잠시만 외출 좀 하고 올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 나 신경쓰지말고 천천히 와.

차분한 걸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차에타선 급하게 시동을 켜고 경찰서로 밟아. 나갈 타이밍을 재다보니 경찰서에서 연락온지 벌써 한시간이 지났어.
- 하.. 박장군.
- 아 왜 이제 왔어 아저씨!

헐레벌떡 경찰서안으로 들어갔더니 평소보다 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반기는(?) 장군이가 뻔뻔해서 더 기가 막혀.

- 니들 다 뒤졌어. 이 아저씨 특전사 출신이라고. 아저씨 얘네가 나 때렸어.
뭐하다 시비가 붙은건지 장군이와, 또래쯤으로 보이는 남자 세명이 쪼롬히 앉아서 아가새들마냥 문기를 올려다보고 있어. 장군이가 맨날 밥 먹자 데이트 하자 술 마시자(?) 수작을 부려도 꼼짝 않던 문기를 움직이는 방법을 찾은거야. 무슨일만 생기면 미성년자다보니 자꾸 문기에게 연락을 해대는데
어른이돼서 안 와볼수도 없고 환장하는거지. 도련님한테 장군이 때문에 외출을 해야할 거 같다 말하기도 좀 그렇잖아? 요즘 최대의 골머리아픈 일이 장군이 뒤치닥거리야.

- 주의 시키겠습니다.

훈방조치 된 장군이 뒷통수를 눌러 경찰관에게 억지인사를 시키고서 같이 나왔어.
어린게 술 취해서 혀꼬인 소리로 못 걸어가겠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하는 것도 거슬렸고 반말 찍찍 해대며 예의없이 건방지게 구는것도 거슬렸고 가끔은 거짓말까지 해가며 불러내는 것도 거슬렸지만 어른의 아량으로 참아줬단 말이야. 근데 오늘은 화가 나.
- 술마시다 시비 붙었다고?
- 쟤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 난 한명이고 지들은 세명인데 치사하게,
- 그래서! 잘 했다고?
- ..뭐야, 아저씨 찐으로 빡쳤네..?

늘 조곤조곤한 목소리 톤이 평소와 달라서 장군이도 답지않게 살짝 눈치를 보지만 오래가진 않았어.
- 다음부턴 이런일로 나한테 연락오게 만들지마.
- 그럼 어떡해 보호자 부르라는데.
- 내가 왜 니 보호자야? 너희 실장님께 연락드려.

어른이 참아야지 어린애 상대로 화내면 뭐하나 싶어서 꾹꾹 참고 있는데 차에 타서도 이 대책없는 어린애는 문기의 심기를 살살 건드려.
- 시룬데 시룬데? 계속 아저씨한테 연락할건뒈?
- 너희 실장님한테 연락 넣을거야.
- 안돼 아저씨. 그럼 아빠귀에 들어간단 말이야.
- 사고를 안 치면 연락할 일도 없을 거 아냐.
- 그냥 아저씨가 나 보호자 해주는게 어때? 사고 안 칠테니까 나랑 연애하자.
결국 오늘도 꿀밤을 한대 맞고선 입이 댓발은 나와서 오동통한 입술로 나같으면 진작에 얼씨구나 받아줬겠다며 쫑알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그나마 운전에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화는 좀 수그러지는 거 같아. 이내 장군이 집앞에 도착했더니 애새끼 얼굴이 굳어.
석고상마냥 가만히 앉아있길래 안내리고 뭐하냐며 고개 돌려 굳어있는 장군이 얼굴을 보는데, 가라앉았던 화가 속에서 또 불쑥 고개를 내밀어. 아까 같이 경찰서에 앉아있던 누군가에 의해 터진 입술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짜증이나.
- 나 어디가서 맞은거보면 아빠한테 더 맞아. 이런날은 안 들어가는게 좋아. 차라리 노숙하는 게 속편하지.
- 무슨 소리를,
- 아저씨 내 이름이 왜 장군이겠어. 우리 아빤 사내새끼는 무조건 강해야한다는 주의야. 들어가면 못난 놈이라고 두들겨팰껄?
- 그러니까 아저씨가 내 보호자 겸 애인 좀 해주라. 나 아직 어리잖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할텐데? 말 잘 들을게 아저씨.

나오는 말과는 달리 자신만만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쳐다보는 건방진 어린애가, 좀 이뻐보인다면 미친거겠지..?
- 퍽이나 말 잘 듣겠다.
- 혹시 알아? 애인 말은 잘 들을지.

예쁜걸 보는 사람 눈은 다 똑같잖아. 금방 "아아.. 아파."하며,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고 울상이 된 장군이의 뽀얀 얼굴이 문기 눈에라고 안 예뻐보일까. 근데 것보단 하얀 얼굴에 대비되는 검붉은 피딱지가 아까부터 자꾸만 문기의 눈에
더 밟혀서 다친 입술로 손이 올라가려다 멈칫해.

- ? 그 어정쩡한 손 뭐야? 또 꿀밤 때리려고 했지?! 어른은 청소년을 보호해야한다, 몰라? 꽃으로도 때리지마.

허공에 멈춰진 문기의 손을보며 장군이가 눈을 흘겨. 고개를 내저으며 손을 거둔 문기가 다시 운전대를 잡고 장군이 집 앞을 벗어나.
- 어디 가는거야 아저씨?
- 노숙하게 둘 순 없잖아.
- 또 도신호텔?
- 응.

가다가 차를 세우고 이제 막 문을 닫으려는 약국에 급히 들러 연고를 사 온 문기가 바르라며 던져줘. 신경써줘서 사줬으면 됐지 뭘 바라는건지 빤히 아저씨만 보고있는 어린 얼굴에, 안바르고 뭐해? 했더니 다시 연고를
문기 손에 쥐어주는거야.

- 아저씨는 드라마도 안봐?
- 안 봐.
- 좀 봐.
- 바빠.

장군이가 뭘 원하는지 빤히 보이지만 그래서 더 퉁명스러워져.

- 짜증나. 이럴땐 사 온 사람이 발라주고 그러는거라고.
- 멀쩡한 손 놔두고 왜,
- 나 기도할 시간이라 손 없어.
제 양 손을 마주잡고선 눈까지 감고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까지 찾아가며 기도하는(?) 장군이 한번, 손에 있는 연고 한번 쳐다보며 잠시 고민을 해. 사실 약 발라주는 정도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지만 사소한 거 하나하나 들어주면 끝이 없을 거 같은거지.
- 장문기가 드라마 볼 시간 생길만큼 안 바쁘게 해주시고,
- 글러먹었네. 헛소리 그만하고 얼굴 대봐.

결국 문기가 졌어. 장군이 한쪽눈을 슬쩍떠서 문기를 봤더니 한숨을 쉬며 연고를 자기 손에 살짝쿵 짜. 그제야 언제 막무가내로 굴었냐는듯 온순한 얼굴로 문기를 향해 턱을 내밀어.
혹여 아플까 입술에 살살 연고를 바르는 손길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장군이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고 꿈틀꿈틀.

- 아저씨 의외로 섬세하네?ㅋㅋㅋ
- 안그러면 또 아프다고 엄살부리고 트집잡아서 땡깡부릴거 아냐.
- 내 성격파악까지 다 하셨고. 이제 나랑 사귀기만 하면 되겠다.
- 생각을 좀 하고 말해. 너같으면 한참 어린애랑 사귀고 싶겠어? 니 나이에 갓 입학한 초딩이랑 만날 수 있겠냐고.
- 나이만 아니면 괜찮다?
- 그게 아니라, 하아... 내가 이런 어린애랑 무슨말을 더 해.

호텔까지 차를 몰고가는 내내 장군이는 아예 몸을 문기쪽으로 반쯤 틀어서 반듯하니 잘생긴
얼굴을 감상하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려.

- 이렇게 생기지만 않았어도..
- ......
- 어릴때도 잘 생겼었나? 그랬겠지? 역시 얼굴믿고 튕기는건가..
- ..다 들린다.
- 속으로만 생각했는데 들렸어? 독심술 써?

뻔뻔함은 타고난건가 아님 내앞에서만 이런건가 싶고 어쩌다 조꼬딩한테 픽 당해서 팔자에도
없는 어린애한테 플러팅이나 받고 있는건가 싶고... 호텔앞에 도착해 발렛을 맡기고 들어가려는데 장군이가 문기 팔을 잡아.

- 아저씨.
- 왜?
- 지금의 나 말고 스무살의 날 생각해봐. 기대되지 않아?
- 뭐가?
- 그때의 내가 얼마나 예쁠지.
- ......
미래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당연히 자기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듯 씨익 웃는 모양새가 자신감뿜뿜이야. 문기가 할 말을 잃자, 호텔은 혼자 들어가 보겠다며 대뜸 입술에 쪼오옥! 소리나게 뽀뽀하더니 도망치듯 호다닥 들어가다 뒤돌아서 "나중에 봐 아저씨!" 인사하고 프론트로 달려가.
- 저 망할 꼬맹이가...

사람이 없는곳도 아니었고 밤이 늦은 시간도 아니어서 둘의 뽀뽀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도 있었어.

- 아.. 쪽팔려...

열이 오르는 문기 얼굴이 결국 귀까지 번져서 붉어져. 뽀뽀를하고 튄 놈 때문인지, 다 큰 남자 둘이 뽀뽀한걸 본 사람들이 덩그러니 서 있는 문기를 보고
쑥덕대는 시선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얼른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건 알겠어. 발렛을 맡긴 차도 놔두고 빠른 걸음으로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걷던 중 손에 쥔 폰 진동이 짧게 울려. 도련님일까 싶어 얼른 확인했는데 도둑뽀뽀하고 튄 문제 많은 애새끼 톡이야.
[ 너무 튕기기만 하면 매력없어 아저씨. 적당히 당겨도 줬음해. ]

...차단할수도 없고 참..

[ 아 그리고 입술은 폭신하고 좋더라👍 ]

이자식이 진짜... 터진 입술에 발라줬던 연고가 문기 입술에도 묻어 반질거려.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다 미끈한 연고를 닦아내며 피식 웃어. 조금쯤은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해. 그 아이의 스무살이 얼마나 예쁠지.
요즘 문기때문에 부쩍 태용이와 가깝게 지내려 노력하던 장군이 귀에 문기의 소개팅이랄지 선자리랄지 모를 소식이 들려와. 이 아저씨가 감히 날 가지고 놀아?!(그런적 없음) 부들부들 떨며 정보를 캐내는데 아마도 태용이가 아는 누나와의 만남을 주선한 거 같아. 장소는 자기네 호텔 레스토랑이래.
- 아씨 쓸데없이 잘생겨가지고 사람 불안하게..

혹시 잘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문기 이름으로 예약된 테이블 앞뒤로 미리 예약도 해뒀어. 대망의 그날 레스토랑을 찾아갔지. 참한 여성분 맞은편에 앉아있는 번듯한 뒤통수를 단번에 알아봤어.
그 옆을 지나 문기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앞테이블에 앉아 눈을 가늘게뜨고 흘겨봐. 장군일 마주 본 문기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여성분의 말에 귀기울여. 심사가 뒤틀린 장군이 문기에게 톡을 보내.

[ 나 상처받는다?! 웃어주지마! ]

분명 진동을 느꼈을텐데 이노무 아저씨는 확인도 안해.
음식이 나오던가 말던가 장군이의 이글거리는 눈은 오로지 '장문기 얼굴 내가 뚫어버린다.' 기세로 한곳만 보고있어. 어른스럽고 매너있게 여성분을 대하는 모습에 가서 아는척이라도 해버릴까 싶지만 좀 더 참아보기로 해. '난 나이스한 애인이 될거야.'라는 문기에게 씨도 안 먹힐 생각을 하면서.
근데 가만보니 저 아저씨 여성분을 신경써주고 잘해주긴 하는데 그닥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거 같진 않아. 계속 미소를 띄고 있긴해도 그저 매너있는 남자의 다정함 정도랄까. 몇개월을 장문기만 봐왔는데, 같은 표정을 해도 딱 보면 알지. 내가 이기겠는데? 싶은 순간 눈이 마주쳤어.
장군이가 손을 브이자로 만들더니 힘줘서 제 눈앞에 한번 문기를 향해 한번 찌르는 시늉을해. 제딴에는 '지켜보고 있다.' 이런 의미였겠지. 그걸 본 문기가 참지못하고 슬핏 웃어버려.
- 웃어?

나름 살벌한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는 장군일 애써 못본체하며 여성분과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사실 집중이 잘 안돼. 맞은편 조꼬딩의 뚱한 얼굴이 웃겼거든. 아니 사실 귀여웠거든. 다행히 여성분은 장군이의 존재를 아직 눈치 못 챈 거 같아.
여차저차 식사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는 두사람을 얼른 따라 일어서. 문기가 계산을 하는동안 우연인척 장군이 아는척을 해.

- 삼촌!
- 사,삼촌..?
- 나도 방금 여기서 밥 먹었는데 삼촌도? 그럼 내꺼도 계산 좀 해줘.

찡긋 윙크까지 하며 손도 안 댄 음식값을 떠넘기는 장군일보며 여성분이 갸웃거려.
- 아, 혹시 데이트 중이었어? 안녕하세요. 문기삼촌 조카 장군희에요.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하고있는 여성분 앞에서 쥐어박을수도 없고 뻐근한 뒷목만 애꿎게 만지며 어색하게 웃는 문기에게 떼를 쓰기 시작해.

- 삼촌 나 태용이네 가기로 했는데 잘 됐다. 태워줄거지?
이를 앙다물고 계산을 끝낸 문기가 얌전히 집에 가라고 보내려 했지만 이 예의없는 조꼬딩은 물러서지 않지. 그뿐이게? 문기 차를 보자마자 냅다 조수석을 차지해버려.

- 버릇없이 굴지말고 내려.
- 괜찮아요 문기씨.

마음씨 고운 여성분이 자기는 택시타고 가겠대.
바래다 주겠다는 문기말을 사양하며 오늘은 조카분 태워주시고 우린 나중에 다시 보자는 에프터까지 먼저 하는걸보니 문기가 마음에 들었나봐. 혼자 차안에 있던 장군이 두사람 대화를 들으며 입을 삐죽대. 택시문을 열어주는 문기가 그렇게 꼴보기 싫을수가 없어.

- 소개팅도 하고 살맛나겠다 삼촌?
- 누가 삼촌이야?
- 나이로보면 맞지 뭐.
-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나한테 그러는건 이해한다지만,
- 그걸 이해한다는 것도 웃기는거 아닌가. 그럼 난 계속 장문기한테 예의없을래.
- 넌 내가,
- 베에에~ 잔소리 하지마. 나도 오늘 기분 나쁘거든?
- 하고싶은대로 굴어놓고 니가 기분 나쁠게 뭐 있어?
- 아저씨가 소개팅하는데 당연히 기분 나쁘지!
- 누가보면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 맞잖아.
- 맞긴 뭐가 맞아.
- 우리 뽀뽀도 한 사인데? 쪽! 소리도 났었는데??

순간 브레이크를 밟을뻔 했지만 이정도에 삐끗할 운전실력이 아니니까 스무스하게 넘어갔지만 장군이는 눈 하나
깜박않고 제 할 말을 똑부러지게 해.

- 아저씨 어차피 그 여자랑 잘해 볼 생각도 없잖아.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유심히 봤는데 계속 매너웃음만 하고있더만. 표정 다 읽었다고 내가.
- 심리학자 나셨네.
- 아. 딱 한번 찐으로 웃었지 참?
- ?
- 나 쳐다보면서.
- ......
신호가 걸려 멈춘 순간 문기 마음엔 되려 깜빡깜빡 작은 불이 켜지는 거 같아. 그저 어린애같은데, 아니 어린애가 맞긴한데, 그 애를 보는 횟수가 늘어날때마다 조금씩 예쁨이 보여.

- ...못생긴게.
- 내가? 와 존나 억울하네.
- 욕은 빼고.
- 아저씨가 먼저 욕 나올 소리 했잖아.
쨍알대는 다 큰 청소년을 안전귀가 시키고 도련님한테 갔더니 물어봐.

- 형, 조카..가 있었어? 아니 있을리가 없잖아. 누나랑 마주쳤다는 사람 누구야? 우리집 오기로 했으니까 태워달랬다며? 군흰가 군인가 뭐라던데?

응. 장군희라고 오늘부로 조카가 생겼지 말입니다. 할 순 없으니 땀만 삐질대며
얼버무리자 요즘 진짜 이상하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태용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딴소리만 해대다 더 캐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주는 도련님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방에서 나와서 한숨을 쉬어. 지잉. 폰 진동에 한참 확인 못 했던 톡을 봐. 아까 레스토랑에 있을 시간에 온 톡이 첫번째.
[ 나 상처받는다?! 웃어주지마! ]

미치겠네..
그리고 방금 도착한 톡이 두번째.

[ 아저씨 잘생긴 거 알겠는데 나도 못 생긴거 아니거든?! 이 얼굴을 어디서 외모평가 절하 시켜?! ]
그러니까. 넌 왜 절하도 안 되는 외모로 나한테 목메냐고..
마지막으로 따끈따끈하게 실시간으로 온 톡이 하이라이트.

[ 소개팅 하지마. 장문기 애인 내가 할꺼야. ]

자꾸 귀여우면 어쩌자는 거야 박장군 조카샛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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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26 #해성석호

- 넌 나랑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냐..? 그냥 형, 동생이 되냐?! 난 죽어도 못해, 이제와서 내가 너랑 어떻게 그딴 걸 해! 사업 파트너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어정쩡한 관계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
- 일방적인것도 알고, 흥분하지 말고 들어달라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아. 근데, 언젠가는 끝이 있을 수 밖에 없잖아 우린.
- 왜 니 맘대로 끝을 정해 새끼야. 오지도 않은 끝을 니가 뭔데 정해!

언성이 높아지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줄곧 탁자만 보고 있던 주해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언제부터 생각해왔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혼자 결정을 내린 후 내게 통보를한 녀석의 미동없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이 날 더 미치게 한다.

- 양석호. 하나만 묻자.
- 넌 지금 나한테 묻고싶은게 하나밖에 없냐? 백개 물어봐, 다 대답할테니까.
- 니가 지금 게이라고 해서 결혼도 안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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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 2023
클리셰25 #해성석호

- 열 받은 건 좀 풀렸냐?

학교에서 보자마자 단정히 앉아있는 주해성을 쿡 찌르며 조용히 물었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난 너한테 거짓말은 한 적 없다.
- 어? 어, 알지.. 근데 갑자기 웬..?
-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둘 다.
뭔가 주해성답지 않은 말을 해대니까 나도 답지않게 주춤하게 된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답답하고 어딘가 막힌것 같은.. 어제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린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고, 그만큼 편하기만 했었는데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벽이 세워진 느낌.
- 과외 끝나고 집 근처로 갈테니까 얘기 좀 하자 주해성.

우리 사이에 세워진 벽이 어색해 이걸 어떻게 부숴야하나 고민이 된다. 차라리 싸워서 냉전상태였다면 2차전이라도 벌일텐데 그런것도 아니고.. 이대론 안되겠어서 원흉을 제거해야 할 것 같아 과외를 취소한채 선배와 잠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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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31, 2023
클리셰24 #해성석호

- 아는척하긴 좀 그런가..? 난 그냥 반가워서.
- 난 선배랑 꽤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연락 한 번 안 하더라?
- ..알잖아, 자퇴한 이유.
- 아는데, 뭐.
- 아무렇지도 않았어?
- 어. 조금도.

기분이 이상하다. 몇 년 전 기억들이 머릿속에 사정없이 뒤엉켜서 속이 울렁거린다.
- 그때는 모든게 무섭더라. 누구한테도 연락을 못 할 만큼.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친구의 아는 형이었을 뿐이던 3학년 선배와 안면을 트게 됐다. 제멋대로 살아온건 지금이나 그때나 별 다를 게 없었지만, 그래도 선배 앞에서는 꽤 얌전한 편이었던 거 같다. 내가 먼저 더 가까워지고 싶고,
더 친해지고 싶어서 선배 주위를 괜히 맴돌기도 했었다. 그렇게 친해질수록 깨달았다.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혼란스럽다기 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주해성에게 집착하고 찝쩍거리기 바빴던 것과 달리 그때는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도 괜찮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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