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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8 41 tweets 7 min read
클리셰16 #해성석호

내 성질이 스스로도 감당이 안돼 눈앞마저 핑 도는 것 같다. 주해성은 고개를 갸웃하고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 금방 입을 열었다. "아, 대충 감이 오네. 알겠으니까 차근차근 얘기해봐." 하는데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담담히 말하는게 너무 좆같아서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 ..다 때렸냐?

맞은 주해성은 여전히 차분한데 난 주먹에서 느껴진 타격감에 놀라 얼어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해성이라 당연히 피할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 했었는데 주먹이 얼굴을 치기도 전에 이미 눈을 감았던 것으로 보아 그냥 맞아 준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오히려 놀란 건 나였고
눈물조차 멈췄다. 손도 조금 떨리는 거 같다.

- 미,미쳤어? 왜 안 피하고 있어, 또라이새끼야!

입술이 터져 피가 맺히는데 주해성은 그저 볼 안쪽을 혀로 쓸어보다, "좀 가라앉았냐?" 묻더니 자박자박 걸어 쇼파에 앉아 날 쳐다본다.
- 이제 흥분하지 말고 얘기해봐. 말을 해야 내가 확실히 알아 쳐먹을 거 아냐, 병신아.
- ......
- 말을 하라고. 니 입은 소리지르고 욕 할 때만 열리냐?

지긋이 쳐다보는 시선에 아직 놀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왼손으로 잡으며 숨을 고르다보니 자연스레 가라앉는 마음.
- ..나한테 가족식사 한다더니 여자 만났더라? 그래, 니가 여자 좋아하는 거, 그게 너한테는 본능이고 당연한 거니까 여자 좀 만났다고 화내고 싶진 않았는데..
- 말 안 한 건 미안하다.
- ..뭐?
-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지 못 했다.
그냥 다른 날처럼, "그래서?" 하고 말 줄 알았는데..?

- 병신아 병신아 했더니 진짜 병신이라도 됐냐?
- ...?
- 여자 좀 만났다고 화내고 싶지않다니, 그런걸로 화 안내면 대체 뭘로 화낼건데?

화내도 되는거였다고...?
- 니 말대로 가족식사 있던 날 여자를 만난 건 맞고, 너한테 말 안 한 것도 맞는데, 니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만 일단은 나한테 먼저 물어볼 수 있는거 아니냐? 항상 앞뒤 상황은 생각도 안 하고 니 감정만 중요하지.
- ......
- 어떻게 된거냐 물었으면 바로 사과했을거야. 어쨌거나 사귀는 사인데 내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근데 넌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잖아. 아까부터 차분히 말해라, 차근차근 얘기해라, 내가 몇 번을 말해. 무작정 흥분하고 성질만내면 내가 무슨 수로 니 화를 알아주냐고.
2주전 가족들과 레스토랑에 갔는데 그 자리에는 T전자 가족들도 함께였다고 한다. 식사를 하는 동안 그 집 딸과 가까워지길 원했던 두 집안 덕에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사촌형과 형수도 그런 식으로 만나서 잘 된 경우가 있어 본인에게도 아주 가끔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곤 했단다.
두 집안의 어른들은 식사 후 둘이 후식이라도 하라며 둘만 남겨두고 가셨다고.

[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
[ 네? ]
[ 있었으면 해서. ]
[ ...? ]
[ 난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어서 이런 자리가 좀 불편하거든요. ]
[ 아..! 저도 실은 남자친구 있어서 좀 난감했는데 다행이에요.
부모님은 남자친구 있는 걸 아직 모르셔서.. ]
[ 잘 됐네. 그럼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고 일어납시다. 내가 차인 걸로 할게요. ]

배터리 나가서 폰이 꺼져있길래 집에가서 충전하고 켜 보니 나한테 전화가 와 있어서, 왜? 하고 연락했다는데, 그 여자와 따로 만날 일은 다시 없을 테니 굳이 나한테
얘기해줘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 했단다.

- ..진짜 그 여자한테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어?
- 어. 앞으론 이런 오해 안 만들도록 노력은 해볼게.

노력을 한다니.. 날 위해서 노력이란걸 하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주해성은 제 집인양 냉장고에서 음료를 하나 꺼내서 거의 원샷을 때리더니
멍하게 앉아있는 날 보며, "맞아도 줬고, 사과도 했고, 너도 화 낼 거 다 냈으면 간다." 하길래 다급히 입을 열었다.

- 아직 하고 싶은 얘기 많아. 가지마.
- 머리 아프니까 빨리 얘기해. 뭔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다시 앉은 주해성에게, "니 마음이 헷갈려." 했더니 한숨을 쉰다.
- 예전엔 내가 너 싫어한다고 생각하더니, 얼마 전에는 비싼 척 하지 말고 솔직해지면 안 되냐고 했었고, 아까도 나한테는 니가 귀찮고 피곤한 존재라고 했었지?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니까? 전부 너 혼자 착각한 거잖아. 왜 그런 줄 아냐? 너무 니 감정만 생각하니까 그런거야 새끼야.
- ......
- 세상 모든사람들이 너처럼 일일이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지는 않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너랑 다른것 뿐이지 난 내 방식으로 언제나 솔직하게 너 대했다고.

주해성의 말들이 뒷통수를 때렸다. 우선 너무 내 감정만 생각해서 나와 같지않으면 다른것이라 여겨 자꾸만 안좋은
착각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게 맞는 거 같아서였고, 다음으로는 주해성이 언제나 솔직하게 날 대했다는 점에서였다. 나는 매번 사소한 다른것들에 꽂혀 그 솔직함을 똑바로 보려한적이 없었다.
- 물론 니 감정이랑 내 감정은 다르겠지. 난 애정이 아니라 우정에 가까우니까. 그래도, 애정이든 우정이든 어쨌거나 내가 너 안 좋아하면 전에 니가 잠수 탔을 때 게이바까지 찾으러 가지도 않았고 오늘도 이렇게 집까지 안 찾아왔지 멍청한새끼야.
처음으로 주해성을 똑바로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지랄병 도진듯 굴었을때를 생각해보면 한번도 주해성 얘기를 먼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늘도 그랬고 미국에서 술잔을 던져 주해성의 발등에 상처를 남겼을때도, 통화내용을 내 멋대로 해석해 짐을싸고 가려다 붙잡는
주해성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을때도. 알고보면 모든게 내 오해였는데도 불구하고 당장에 성질대로 굴기 바빴다. 망나니처럼 살긴했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주해성만 관련되면 이성이 왔다갔다해버린다.

- 그럼 앞으로 니가 여자 만날 때 화내도 된다는거지?
- 니가 내 애인이라며. 원래 그런 걸로 화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전에는 머리칼 다 뜯을거라더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냥, 이제서야 이 인간의 성격을 알 것만 같은 느낌이 확 들어찬다. 흥분이 가라앉고 대화를 하다보니 그동안 혼자 난리쳤던게 허무할만큼,
그렇게도 헷갈리고 모르겠던 주해성의 마음을 알 거 같다. 어쩌면 본인보다도 더 정확히.

- 이제 진짜 그럴거야. 머리칼이고 뭐고 다 잡아 뜯어놓을 거야. 진짜야.
- 어어.
-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너 죽고 나 죽자야. 성질머리 알지?
- 그래그래.

주해성은, 나를 애정한다.
- ..아까 왜 그냥 맞고 있었냐?
- 버릇 고치려고. 진정할 줄을 몰라, 미친놈이.

왜 화가 났는지, 어떤 기분인지 얘기도 안 하면서 왜 모르냐는 듯 감정적으로만 행동하는 내게는 후회할짓을 하기 전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계기같은게 필요하다 느껴 굳이 피할 수도 있는 주먹을 그대로 받았다는
건데, 그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이었다. 때려부수고 주먹 휘두르는건 많이 해봤지만 아까의 그 짧은 찰나가, 얼굴을 쳤을때 주먹에 전해진 타격감이, 그 상대가 주해성이었다는게, 지금도 손이 떨릴 정도로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이었으니까.
- 학교에서 맞은 곳은.. 괜찮아?
- 괜찮겠냐?
- ..아니.
- 또 그렇게 감정적으로 굴어라?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닌 그저 평소처럼 조용히 말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혼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며시 들춰 본 녀석의 교복 셔츠 안에는 뽀얀 살결 사이에 내가
팔꿈치로 찍어놓은 피멍이 진하게 보인다. 입술은 터져있고, 옆구리엔 멍이들고, 심지어 아까부터 머리 아프다더니 계속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는 주해성을 보니.. 병신같이 대화라는걸 해보지도 않고 발작한게 후회된다.

- 비서형한테 학교에서 깽판 친 거 얘기하고 빨리 수습하라고 해.
- 응..
풀죽어 있는 내 이마를 아프지 않게 손가락으로 퉁- 튕기더니 제법 다독이듯 말한다.

- 지랄염병을 다 떨더니 중간이 없다니까. 어깨 안 펴냐?
- 어깨도 펼거고, ..나 이제 안 흔들리고 니가 나 좋아한다고 믿을거야. 착각이라고 생각 안 할거라고.
- 언제는 니 맘대로 생각 안 했고?
- 이제 안 헷갈릴거라고 병신아. 니가 의리니 우정이니 해도, 난 애정이라 믿을거라고.

비장하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자 갑자기 뭐냐는듯 인상을 쓴다. 찌푸려진 이마를 손가락으로 슥슥 문지르다 주해성의 눈을 가리고, "사귀는 사인데, 키스정도는 할 수 있는거잖아." 입술을 살며시 갖다 붙였다.
터진 입술에 저도 모르게 아.. 탄식하던 주해성은 내 행동에 대한 영문을 모르겠는지 눈이 깜박이는 게 손바닥으로 전해졌고 녀석의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가고서야 눈을 스륵 감는 게 느껴졌다. 눈을 가리고있던 손을내려 목을 살며시 감아안으니 주해성은 알아서 유연하게 혀를 움직이며 반응해왔다.
우리의 세 번째 키스는 피맛이 비릿하게 섞여있지만 여전히 달콤하고, 부드럽고, 나른하며, 날 야릇한 기분으로 몰아넣었다. 본능인건지 아니면 습관인건지 어느새 허리를 지분거리는 주해성의 손 덕에 원치 않는 비음이 흘러나오고 허리가 움찔 떨린다.

- ...누가 이렇게 야하게 키스하래..
- 니가 하자며.
- 야하게 해달라고는 안 했어 시발. 너 노아랑 키스 할 수 있냐? 방금처럼, 야하게.

간단한 내 질문에 끔찍하단듯 단번에 인상을 찌푸리는걸 보며 난 승리의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 차이가 느껴져? 친구랑은 이런거 못하지. 이래도 내가 노아처럼 그냥 친구냐? 이게 우정이냐고.
난 이제 주해성이 어떤 퉁명스런 말을 해도, 어떤 눈빛을 보내도, 어떤 욕을 해도, 녀석의 진심을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한동안 말없이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던 주해성은 이내 픽 웃으며, "그렇네." 한다.
- 노아랑 키스..를 할 순 없을 거 같으니까, 생각해 볼게. 내 감정이 우정인지 애정인지.
-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
- 싫냐?
- 아니, 좋아, 미친, 돌았나봐 주해성, 존나 좋아, 개 좋아.
- ..존나 피곤한 성격이야. 학교에선 깽판치고, 아까까진 울고 때리고 쌩지랄을 다 하더니 이젠 좋아죽겠다고?
- 너도 나중에 나처럼 될지 누가알아? 두고봐 새끼야. 니 마음 인정하게 만든다 내가.

그래서 난 주해성이 친구 이상으로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질투유발작전은 너무 뻔하려나..?
- 뭔 통화를 이렇게 오래 해, 죽여버릴까 진짜.

여느때와 같이 매일 학교, 과외, 학교, 집, 학교, 카페, 등등-을 하다 보니 질투작전이고 뭐고 시도조차 못 했는데 주해성은 하교를 하자마자 노아와 통화를 하며, "일단 나 먼저 간다." 하더니 기사 아저씨 차를 타고 사라졌다.
대체 뭐가 '일단'인데, 썅놈아..

- 오늘 피자 먹기로 했으면서 토꼈어, 개새끼가.
- 급한 일 있었나보지.
- 급한 일은 시발, 노아랑 통화하고 있었다고.
- 그건 또 누구야.
- 주해성 절친.
- 친구한테 일이 생겼나보지. 너랑 먼저 선약해놓고 혼자 가서 열 받아 있는 거야?
- 오늘 진짜 그 집 피자 먹어보고 싶었다고.
- ..설마 그거 못 먹었다고 열 받은 거?
- 개놈이 뭐 때문인지 말도 안하고 갔어.
- 그러니까,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 가서 열 받은 거?
- 저번부터 거기 수제피자 맛있다길래 일부러 날 잡고 있었던건데.
- ..그래서 피자 못 먹어서 열 받은거야, 먼저 가서 열 받은거야. 둘 중에 하나만 해. 아니면 둘 다 하던가.

오락가락 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쓰며 룸미러로 날 쳐다보는 비서형에게, "나도 존나 놀 거야 시발. 누군 친구 없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냐고." 했더니 시선을 거두며
그래라, 떨떠름하게 대꾸한다. 내일 노아가 한국 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서 뭐, 왜, 어쩌라고,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과외도 없는 금쪽같은 금요일을 감히 나 혼자 집으로 보냈겠다? 개새끼, 씻고 꽃단장 하고 존나 놀 거야 시발.
- 바쁘니까 할 말만 하고 끊어라.
- 니가 바빠봤자지. 어디냐?
- 집이다, 썅놈아.
- 한 10분쯤 있다가 나와.
- 내가 뭐 니가 나오라면 나가고 기다리라면 기다리는 애완견이냐?
- 왜 또 지랄이야. 피자 먹고 싶다며, 미친놈아.
- 됐거든? 이미 피자 생각 싹 사라졌거든?
- 그래. 그럼 쉬어라.
- 야야, 잠깐만, 니가 정 그렇게 나랑 피자가 먹고 싶다면 내가 넓은 마음으로 한 번 나가줄 수는 있긴 한데.
- 끊는다. 10분 뒤에 보자.

씻고 꽃단장도 했는데 까짓거 내가 같이 먹으러 가 준다, 쯔. 그래도 오늘 약속한 거 잊지는 않았나보네, 이쁜 새끼.
- ..넌 왜 여기있냐?
- 오랜만.

그 이쁜 새끼 옆에 다른 새끼가 하나 더 붙어있다는 것만 빼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텐데. 오붓한 데이트는 물건너갔구만 젠장. 아니 노아 이 새끼 분명 내일 온다 그랬는데 왜 내 앞에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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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6
클리셰15 #해성석호

소각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놈들과 대충 인사를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는데 전화가 왔다. 얘가 누구더라.. 약사 아들이었나..?

- 어, 왜?
- 전에 너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깜박하고 오늘 생각나서 전화했지. 방학때 너가 보내준 사진 있잖아.
- 사진?
- 응. 사진이랑 같은 인물 보게되면 조용히 연락 달라고 했었잖아. 혹시 그거 아직도 유효해?

방학 시작했을 때 주해성 사진을 뿌렸던 게 생각났다. 그 덕에 심심찮게 제보를 받아 곧잘 주해성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그 후엔 함께 미국에 갔고, 또 그 후엔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보는
일절 끊겼기에 나조차 잊고 있었다.

- 왜?
- 주말에 비슷한 사람을 봤거든. 여자친구랑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 갔다가 우연히 봤는데 낯이 익길래 니가 보내 준 사진 다시 봤더니 비슷하더라고. 근데 동일인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Read 34 tweets
Dec 26
요즘 슬픈 문기썰이 많아서 쓰는 가벼운
#문기장군

언제부턴가 도련님 친구가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표정이 삐뚜름한게 영 곱지가 않았어. 그래도 도련님한테 해가 되는것도 아니니까 처음엔 신경을 안 썼지. 근데 하루는 도련님 하교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다가오더니 번호를 달래.
내 번호가 왜 필요하냐 물었더니 ㅌㅐ용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어설픈 핑계를 갖다붙여. 이 꼬맹이가 왜 이러나 싶었지.
번호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사에 불만인 표정으로 자신을 힐끗거리던 꼬맹이한테 폭풍톡이 오기 시작하는거야.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있었고 뭐하냐는 안부연락도 있었고
답이 없음에 불만가득한 짜증도 섞여있었어. 근데 오늘은 좀 심각한 톡이 온거야.

[아저씨 나 아빠한테 맞아죽을까봐 도망나왔는데 갈데가 없어..]

하... 전에 부친한테 골프채로 맞아 멍이 든 걸 본적이 있던터라 신경이 쓰여.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잖아.
Read 24 tweets
Dec 23
TOP X TOP #서준지우

지우는 본인이 게이인것을 인지하기도전인 어렸을때부터 예쁘고 귀여운 남자를 좋아했어. 예쁘고 귀여운데 애교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텐데 눈에 찰만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지. 그럴수밖에. 일반인도 아닌 남자 연예인을 보며 이런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상을 할 정도로 눈이 높았으니까.

- 곧 크리스마슨데 아직 솔로인게 말이 돼냐..

폰으로 남돌 사진을 보고있는 지우를 보며 혀를 끌끌차던 필현이, "눈을 좀 낮춰." 하며 지우가 보고있던 폰을 휙 낚아채 훑어봐.

- 내가 배우를 했어야 했어. 이제라도 준비해볼까?
- 지금 준비해서 연예인이 되는것보다 눈을 낮추는 게 더 빠를 거 같은... 음? 얘 나랑 아는 형이랑 되게 닮았다.

지우의 예쁜 남자 아이돌리스트를 보던 필현이 가르킨 사진에 콧방귀를 뀌며, "현실세계에 없는 얼굴이거든?" 믿지않는 지우 태도에 진짜라고 억울해하며 자기 폰 앨범을 뒤적거려.
Read 46 tweets
Dec 21
클리셰14 #해성석호

지가 마시려고 주문했다는 말에 골이 나서 주절주절 틱틱댔다.

- 존나 단거만 마시더니 왜 갑자기 아아를 쳐마신다고,
- 자, 자, 마셔라 애새끼야.

픽 웃던 주해성은 아아를 밀어주는데 기분이 묘하다. 아, 진짜 짜증나게 왜 자꾸 츤데레인 척 하고 지랄이야. 존나 좋게.
- 자꾸 비싼 척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내 앞으로 밀어 준 깔끔하고 시원한 아아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다 던진말에 주해성은 다시금 속 터질 만큼의 느릿함으로 눈만 깜박깜박 하더니 비싼 입을연다.

- 속 시원하게 니 마음 말해보라고.
- 비싼 척 한 적도 없고, 솔직하지 않았던 적도 없었는데?
주해성이 너무 당당하게 반응해서 뭐라 대차게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웬만한 일에는 워낙 흥분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평소에도 느긋하기 짝이 없는 성격인 주해성이기에 그동안 있지도 않은 벽에 나 혼자 헤딩을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Read 57 tweets
Dec 17
한번만#7 해성호성

- 야. 그림 집어치우고 좀.

날 보지도 않고 신명나게 내 누드를 잘도 그리고 있는 지호성의 스케치북을 뺏으며 노려봤다.

- 눈꼽 꼈어.

힘껏 야리고 있는 내 기분 따윈 관심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슥 눈꼽을 떼어주는 이 천진난한만 놈을 어떻게 해야 하지..?
- 눈꼽이고 뭐고 정리를 좀 해보자.
- 무슨 정리?
- 몰라서 묻냐?

고개를 갸우뚱하는 얼굴은 순도 백프로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있다.

- 넌 사랑이 손바닥 뒤집듯 그렇게 쉽게 뒤집어지냐? 그게 그렇게 한 순간에 돌변할 수도 있는 거냐고.
- 그런 건 아닌데,
- 아닌데 뭐. 어제까지만 해도 나 좋다고 졸졸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하더니. 거, 조금 아팠다고 순식간에 사랑이 아니었다? 너 그거 먹튀야, 나쁜새끼야.
- 조금 아팠던 거 아니고 많이 아팠는데..

...뭐, 어쨌든.
Read 66 tweets
Dec 15
클리셰13 #해성석호

영상 때문에 처음 엮이게 됐을 땐 양석호를 쳐 죽이고 싶었다. 그 후에는 그냥저냥 이상한 놈이려니 했다.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딱히 위협적인 짓도 안 하고, 뭣보다 계속 보다보니 그냥 양석호라는 놈이 좀 익숙해졌다. 이제는 미친 소리를 해도,
미친짓을 해도 그러려니 하게 되고 보면 볼수록 희한한 놈이라 솔직히 심심하진 않았다. 그래서 까불어도 봐주고 기어올라도 봐주고 말 한마디에 혼자 실실 쪼갰다가 빡쳐 했다가 약 올라했다가 부들부들 하는 게 웃기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매 초마다 오르락내리락 욹그락붉그락
파르르 변하는 감정의 변덕이었는데, 방학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도 그렇게 그냥 변덕을 부렸다.
내 침대에 누워 이제는 재미가 없다는 말을 툭 던지는 양석호에게 흘러가듯, 다행이네. 대답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이 짓도 그만해야겠다고 중얼대던 녀석은 집으로 돌아갔다.
Read 60 t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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