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시쿨 Profile picture
Dec 31, 2022 53 tweets 9 min read
클리셰18 #해성석호

아직 질투작전을 시작해보지도 못한데다 주해성은 절대 쉽게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예상치 못 한 시점에 너무도 빨리,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얼떨떨하다.

- 수전증이냐? 손 존나 떠네.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이게 방금 고백 한 사람의 태도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주해성은 그저 주해성답다. 제 마음을 고백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왜 이 모양이지.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심장마사지를 하며 후하후하 호흡했다.

- 주접떨지 말고 일어나. 가자 좀.
팔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우는 녀석에게 매달리며, 몸에 힘 다 풀렸어어.. 했더니, 손 많이 가는 새끼. 하며 날 질질끌고 테이블로 간다.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럼에도 주해성의 인정은 어쨌거나 내 기분을 구름보다도 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 손 씻고 올게.
날 테이블까지 데려와 앉혀놓고 본인은 케잌남 얼굴을 쳤을 때 주먹과 셔츠에 튄 생크림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화장실로 사라졌다.

- 무슨 일이었길래 이 난리야?
- 엄청난 일.
- 왜, 너한테 그냥 막 해코지 한 거야?

정신줄을 놓은 듯한 날 보는 노아에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성추행." 했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성추행이면 성추행이지 그냥 성추행은 도대체 뭐냐. 해성이가 별 일 아닌데 괜히 주먹질 하는 놈도 아니고 누구 때리길래 뭔 일이 나도 났구나 싶었더니.
- 추행이고 나발이고,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 뭔데?
- 주해성이..
- 응.
- 날 좋아한대.
- 응?
- 아니 시발, 주해성이 나 좋아한대, 미친 거 같지?
- 그래, 너 지금 좀 미친 거 같긴 하다.
- 아니 병신아, 나 말고 주해성이 미쳤다고. 나 좋아한다니까?!
- ? 뭔 소리야, 당연히 좋아하니까 사귀고 있겠지.

하.. 그래, 니가 뭘 알겠냐. 약점이니 계약이니 그런걸 모르는 노아는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고, 난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는 거 같아 화제를 바꿨다.

- 야. 저 새끼 미국에서도 살색 많이 드러내고 다녔냐?

뭔 놈의 셔츠를 매번 가슴팍 다 보일만큼 단추를 세개씩 풀어헤치고 다니는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눈길이 갈 것 같아 좀 거슬렸었다.
물론 난 좋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다른문제니까.

- 몸에 열이 많아서 그래. 예전이라고 뭐 달랐을까. 근데 왜?
- 주해성 보면서 침 흘리는 딴 년놈들도 있을 거 아냐 존나 짜증나게. 도장가면 맨몸에 도복만 입는다니까?!
- 그럼 도복을 맨몸에 입지 뭘 입어야 하는거야.
- 대련하다보면 어깨가 다 드러난다고!
- 싫으면 못 입게 하면 되고, 단추도 못 풀게 하면 되지.
- 얌전히 내 말 들을 놈이냐?
- ? 그런 걸 왜 말로 해.

이해 안 된다는 노아의 표정에 나야말로, 그럼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도장 박아놓으면 되잖아. 가슴골에 뙇, 어깨에 뙇.
- ..대박. 너 존나 똑똑하다..

와, 노아 이 새끼 난 놈이었어. 사고방식이 나와 다른건지 척척 대안을 내놓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네. 가슴골에 남기면 셔츠 단추는 당연히 못 풀테고, 도복입을때도 안에 티쪼가리 정도는 입겠지? 몸에 '나 임자있음' 새겨져있으면 딴짓 하고 싶어도 못할테고.
하, 왜 난 이런 생각을 못 하고 고민이나 하고 있었지?

- 근데 주해성이 그렇게 하도록 놔두겠냐? 갑자기 김 세네..
- 어차피 사귀는 사이에 허락이 왜 필요해?
- 저 놈이 허락이라도 안 해 주면 내가 그걸 뭔 수로 해.

좋은 생각이라고 번쩍 뜨였던 눈이 다시금 가라앉는다. 힘으로 밀어 붙여봤자
내가 밀릴 거고, 말로 했다간 멘탈에서 밀려 본전도 못 찾을 거 같고.. 술을 입에 털어넣는 날 보는 노아는 고민할 건덕지도 안 되는 걸 왜 고민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뭐가 문제여서 죽을상이야? 묶으면 되잖아.
- ?
- 손만 묶어도 도장정도는 백개도 더 남기겠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잔을 채우며 설렁설렁 대답한 노아는 채워진 알콜을 입으로 털어 넣고, 그게 고민할 정도의 일이야? 묻는데 또 한 번 감탄했다.

- ..와, 너 존나 천재.

그래, 지가 아무리 나보다 힘이 세도 손 묶으면 뭐 어쩔거야?!
물론 묶을 방법이 지금으로썬 없긴 하다만 오늘부턴 그걸 목표 삼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노아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됐다. 이거 진짜 보면 볼수록 존나 배운 놈일세.

- 근데 너 친구 맞냐? 주해성이 워너비라더니, 묶으라고?
- 친구니까 하는 말이지. 아끼는 친구가 죽을때까지 없을 거 같았던 첫사랑을 시작했다는데 옷 스타일 따위로 싸우는 것 보다 섹텐 올라가는 싸움이 더 낫잖아.

날 심쿵하게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주해성뿐인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로 노아 말에 심쿵했다.
- 첫사랑..? 첫사랑?! 헐 시바 나 주해성 첫사랑이냐?!
- 너 이상하다? 꼭 너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누가보면 해성이가 억지로 사귀고 있는 줄 알겠, 어어, 해성이 온다. 야 내가 해준 조언들은 쉿. 비밀.

좀 더 캐묻고 싶었지만 테이블로 돌아 온 주해성덕에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 석호 옆에 앉아. 나 비행하느라 몸이 천근만근이라 좀 퍼져있어야겠다.

제 옆에 앉으려는 주해성에게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하며 내 옆으로 보내는 노아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전했다. 새끼, 넌 존나 좋은 놈이야. 별 생각없이 내 옆에 앉는 주해성을 보며 베싯 웃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인간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배려를 의외로 꽤 많이 해 왔던 거 같은데, 그걸 내가 눈치채지 못 했던 이유는 티를 내지 않아서였다는 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은근히라도 티내고 싶어하고 생색내고 싶어 하기 마련일텐데 주해성은 지금까지 한번도 제 배려를 내게 생색 낸 적이 없었다.
뭔가 우직함이 느껴지는 성격이 와 닿아 또 한 번 반할 거 같다. 개차반인 주제에 의외로 진국이야 짜식이..

- 뭐야, 석호 우리보다 한 살 어렸어?

나이 얘기하다 당연히 동갑인줄 알았다는 노아에게, 꼽냐? 했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 위아래가 없어 새끼가.
- 형이라고 해줘? 해성이혀엉~
- 때리고 싶으니까 애교부리지 말라고 했다.
- 개새끼 그냥 좀 귀엽게 봐주면 될 걸.

주해성이 애정을 자각했다한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 했든 안 했든 주해성은 그냥 주해성인 한결같은 놈. 그래도 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 짐직은 했지만 석호 너도 보통아니다.. 그 남자가 운동 꽤나 한 놈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대포로 덤벼들어? 겁도 없이.
- 그럼 내가 뭐 희롱당해도 쭈굴거리고 있어야 되냐? 날 뭘로 보고.
- 겁이 없다기보단 성질이 더러운거지.
주해성 말에, "내 성질이 뭐. 뭐뭐뭐." 했더니 천천히 술을 마시곤 여전한 그 하찮은 시선을 내게 보내며 대답한다.

- 겁은 많잖아.

뭐래. 내가 겁이 많다고?

- 성질머리가 겁을 넘어설 만큼 드센거지.
- 뭔 소리야.
- 겁은 많고 성질은 더럽다는 소리지 띨빡아. 저번주에 나 때리고 놀라서 벌벌 떤 주제에 성질만 더러워선, 쯔.

혀를 한 번 차며 다시 술을 한 모금 하는 주해성 말에, 그런가.. 하고 말았다. 난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해도 팩트요, 진리니, 믿을지어다- 하는 상태니까.

- 맞았다고? 석호한테? 왜?
- 뭔 왜야, 맞을 짓 했으니까 맞았지.

그 날 주해성이 맞아 준 건 밑도 끝도 없이 화만 내는 내 버릇을 고치기 위함이었는데 다른 이 앞에선 그냥 제 잘못이었다는 듯 말을 해선 또 뭉클하게 만든다. 내가 이렇게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었던가.

- 와.. 많이 변했네 주해성.
- 서운해 하지마, 임마.
- 사실 지금이야 꽤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너 없으니까 미국에 혼자 남은 거 같고 재미가 좀 없더라고. 근데 막상 놀러와서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

노아의 서운함을 주해성은 무뚝뚝한 몇 마디로 달랬다. 두 사람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자랐고, 그만큼 유대감이 남달랐을 노아의 서운함을 질투하기엔 이들의 우정은 내가 끼어들 부분이 아니라 느껴졌다. 주해성 역시 노아가 있으니 내심 표정이 많이 편해보이기도 하고. 나와 둘이 있을 때 불편해 한다던가 표정이 굳어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편한 것과 노아가
편한 것은 아마 주해성에게도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늘 관찰하던 나로썬 평소보다 많이 풀어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야 정노아. 나 여기 아는 애들 좀 있는데 일주일간 놀만한 애 소개 시켜줄까? 어떤 스타일 좋아해?
- 솔직하게 말해도 되려나?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 평일엔 우리도 학교를 가야하니 혼자 심심해할 노아를 위해 주선이라도 좀 해줄까 싶어 물었더니 주해성을 흘끔거린다. 뭐야, 시선이 왜 이쪽으로 와..? 노아가 힐끔거리는것도 모르고 서비스로 나온 과일을 콕콕 집어 쳐 먹고 있는 주해성의 무방비함에 혼자 욱 해서 목을
콱 끌어안았더니 사례가 들렸는지 쿨럭거리며, 미친새끼야, 안 놔? 하는데 그 상태 그대로 노아를 째려보며 경고했다.

- 너 지금 이새끼 쳐다봤지? 내꺼야, 어딜 넘봐.
- 그게 아니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금 존나 힐끔거리는 거 다 봤는데.
- 적어도 니 애인이 내 취향은 아니니까 걱정 마.
- 그럼 주해성은 왜 쳐다봐.
- 니 애인 눈치본거지. 굳이 여기서 내 스타일을 찾자면 너니까?

아, 그런 거였어? 노아의 말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좋아, 이거지. 봐봐, 나도 한 인기 한다니까? 빨리 질투해봐.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거의 졸라매고 있던 주해성의 목을 놓아주며 반응을 살폈더니
눌려졌던 목젖을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포크로 수박씨나 발라내고 앉았다.

- ..넌 지금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먹기 좋은 크기로 조각나 있는 수박 하나를 입으로 쏙 집어넣는 주해성은, 왜?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고, 이건 일부러가 아닌데? 하는 삘이 팍 느껴져 조금 당황했다.
주해성은 지금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질투나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 애써 덤덤한 척 하는 것도 아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다.

- 스타일이 취향이라는거지 너 좋아할 일 0.1%도 없으니까 걱정마.

뭐지.. 절친이라 완벽히 믿어서 그런건가.. 복잡한 심경을 느끼던중 용기 있게 우리
테이블로 다가 온 남자 세 명이 내게 아는척을 하며 반가워한다.

- 오랜만인데 우리 기억나?
- 여어, 죽돌이들 어디 안 가네. 너희는 여기 지겹지도 않냐?

가끔 이곳에서 만나게 되면 같이 한잔씩 하던 놈들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셋은 트리오처럼 붙어다니나 보다.
- 혹시나 너 다시 올까 싶어서 다른데는 못 가지.

능글맞게 받아치는 놈들은 사이좋게 내게 호감이 있었고,

- 아직도 번호는 줄 생각 없고?

여전히 내 번호를 궁금해하며,

- 다른데 안 가고 여기있길 잘 했네. 혹시 다시 죽돌이 되기로 한 거야?

아직도 내게 관심을 표한다.
오늘만큼 이들의 관심이 반가웠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마음 같아서는 내 옆에 있는 이 까리하고 섹시하고 간지나는 놈이 내 애인이라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고 싶지만 그 마음 꾹꾹 눌러가며 괜히 반가운 척을 했다.

- 거의 반년만에 보는건데 너희는 아직도 나한테 관심 있냐?
- 그 반년동안 너보다 괜찮은 놈이 안 나타나더라고.

트리오는 다른 죽돌이들도 아까부터 계속 아는체하려고 눈치보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스타트 끊은거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난 화답하듯 다음에 예전처럼 같이 한 잔 하자며 기꺼이 번호까지 줬다. 문제는 내가 번호를 주는 그 순간에도, 번호를
주고 그들을 돌려보낸 순간까지도, 주해성은 아무런 반응없이 노아와 실실 웃으며 대화중이었단 거다. 그래서 처음엔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진심으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속은 안 그렇겠지, 일부러 신경 안 쓰는 척 하는 거겠지, 아무렇지 않을수가 없겠지,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트리오가 간 후로 봇물 터지듯 죽돌이들이 번갈아가며 찾아와 말을 걸고 친한척을 하는데도 주해성은 끝끝내 질투따윈 하지 않았다.

- 무슨 인기가 이렇게 많아, 완전 연예인인데?

오죽하면 주해성과 얘기중이던 노아가 자꾸만 날 찾아오는 남자들을 보다못해 언급을 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인간은 술만 즐기고 있다. 그래서 타겟을 바꿔 있는 칭찬 없는 칭찬, 외모부터 성격까지 정노아에 대한 칭찬이란 칭찬은 다 쏟아부어도, 맞아. 저 놈이 좀 그렇긴 하지. 하며 기분좋은 미소를 걸치고 받아친다. 허.. 이거 슬슬 진짜 열 받는데..? 언제까지 목석인거냐고 이 새끼는.
- 야, 해도해도 이건 좀 아니지. 넌 시발 나한테 추근덕대는 놈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렇지도 않냐?!

신경질을 내자 두사람은 동시에 날 쳐다봤고 주해성은 씩씩대는 내게 결정타를 날렸다.

- 아, 뭐 질투같은 거 하라고?

허.. 뒷통수라도 갈기고 싶어지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한다.
- 와, 존나 질투난다.
- ..영혼 어디갔냐? 아 존나 짜증나, 나 좋아한다며!
- 뭐 어쩌라는 거야.

가라앉는 분위기에 노아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우리를 구경했고 난 술을 들이킨 후 최대한 릴렉스를 하며 물었다.

- 너 나 가지고 노냐, 혹시?
- 앞 뒤 설명은 또 잘라먹지?
피곤하단 얼굴을 하는 주해성 표정에 불씨가 슬슬 타기 시작한다. 나랑 해보자는 거지, 지금?

- 또 뭐가 문젠데?
- 누가봐도 니 태도가 문제잖아, 시발. 아까 나 좋아한다고 했던 거, 니 마음 인정하게 된 포인트가 뭐야 도대체. 나 만지던 놈 때리고 전 애인한테 경고까지 했으면서 질투는 안한다고?
- 니가 한때 마음을 줬던 놈 보니까 짜증이 확 나더라. 그게 내 마음 인정하게 된 포인트고, 모르는 놈이 너한테 썅욕하길래 빡쳐서 때린거고. 다른 사람들한테 질투가 안 나는 이유는 니가 그 놈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거고. 또, 뭐?

더 할 말 있냐는 듯 내 눈을 빤히 보며 대답하는
주해성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본인의 생각을 확고하게 내뱉으며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는 단호한 말투에 꼭 내가 속 좁은 찌질이가 된 것만 같다. 이게 아닌데..?

- 전남친은 신경이 쓰이긴 했다는거네..? 근데 걔랑은 그냥 사귄거지, 마음을 주진 않았는데..
- 뭐가 됐든 좋으니까 사겼을 거 아냐, 씹새야.
- 하도 좋다고 하길래 그냥 사귄거였다니까.. 진짠데..
- 잤냐?
- 어?
- 아까 그 놈이랑 잤냐고.
- 어어, 그게, 어쨌든 사귀긴 했으니까, 한 번, 그냥 한 번정도-
-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되지 뭘 또 이렇게까지 솔직하냐, 좆같게..?
질투하는 주해성을 보기 위해서 지금까지 쓸데없이 번호도 뿌리고 정노아 칭찬도 쏟아붙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정작 생각지못한 지점에서 빡친 걸 보니, 분명 화를 내는 투는 아닌데 괜히 내가 잘못한거 같은 느낌이...?

- 그건 너 만나기 전이었고 현재 진행형이 아니잖아.
- 그러니까 별 말 안 하고 넘어간 거 아냐, 병신새끼야.
- 아니 현재진행형에 질투를 하는 게 정상이지, 과거에 질투를 하는 게 정상이냐?! 전애인한테는 질투나면서 왜 다른 놈들한테는 안 나는데?!
- 말 못 알아먹냐?
- 알아먹게 직관적으로 말하면 되잖아!
- 지금은 니가 나 좋아하니까 그런 거고, 그 놈은 니가 좋아했던 놈이니까 짜증난 거라고.
- 아니 좋아한건 아니었다니까?!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주해성의 질투는 내가 마음을 주느냐 안 주느냐, 혹은 줬느냐 안 줬느냐로 나뉘는 거 같았다. 플러스로, 질투는 아니지만 케잌남을 때린 거 보면 내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빡치는 거 같기도 했다. 까도 내가 까, 그런건가..?

- 사랑싸움은 둘이 있을 때 마저 하는게 어때.

그만하고 자제하라는 노아 말에 그사세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잔을 부딪히고 술을 한 잔 함으로써 분위기를 바꿨지만, 난 다시 발을 동동 굴렸다.
- 어쨌거나 질투한 거잖아. 방금 주해성 존나 질투한 거 맞지?
- 석호야 너 감정변화가 좀.. 무섭다, 야.. 얘 원래 이렇게 롤코야?
- 어. 존나 신기하지?
- 내가 뭐!

화냈다가 쭈굴거렸다가 들떴다가 북치고 장구치고 사물놀이가 한참인 내게 둘은 고개를 저어댄다.
내가 이상한거야? 사랑에 빠지면 원래 감정기복 심한 거 아님? 주해성이 더 이상한 거 아니냐고.

- 다 마셔가네. 2차로 편하게 호텔갈래?
- 너 우리호텔 잡았지?
- 당연하지?
- 그럼 안돼. 아버지 귀에 바로 들어가.
- 음.. 그럼 우리집 갈래?
가볍게 던진 내 말에 노아가, 그럼 석호집으로 결정! 매듭을 짓는다. 콜을 부르고 택시 뒷자리에 앉아 주해성 손을 슬며시 잡았는데 원래라면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치울래, 손가락 부러질래?" 했을텐데 얌전히 내게 손을 맡기고 있다. 하아.. 개좋아.. 이 새끼 이제 진짜 내가 존나 좋은가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때도 주해성 손에 깍지를 꼈는데 아무말 없길래 콧노래를 부르며 술도 마셨겠다 더 없이 기분이 업된 난 흐흐거리며 주해성을 보고 쪼갰더니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꾸욱 밀어내며, "왜 이래." 하는데 온몸이 간질거린다. 아 이 귀여운 놈. 오늘은 정말, 완벽한 하루다.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Keep Current with 쥬시쿨

쥬시쿨 Profile picture

Stay in touch and get notified when new unrolls are available from this author!

Read all threads

This Thread may be Removed Anytime!

PDF

Twitter may remove this content at anytime! Save it as PDF for later use!

Try unrolling a thread yourself!

how to unroll video
  1. Follow @ThreadReaderApp to mention us!

  2. From a Twitter thread mention us with a keyword "unroll"
@threadreaderapp unroll

Practice here first or read more on our help page!

More from @wbtlznf7

Dec 31, 2022
클리셰19 #해성석호

거실 테이블에 앉아 비서형에게 전화해 양주와 안주 좀 조달해달라 했더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딴 걸 요구하냐고 짜증을 내던 형은 5분만에 뭔가가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손에 들고 우리집으로 왔다. 비번을 누르고 들어 온 비서형도, 형을 본 노아도 서로 물음표 상태로
날 쳐다봤고 간단히 서로를 소개했다.

- 아래층에 사는 경호하는 형. 얘는 주해성 친구 정노아.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 후 비서형은, "갈수록 도련님이 늘어난다..? 적당히 좀 마셔 양석호." 하면서도 주방으로 가 챙겨온 것을 늘어뜨리며 안주거리를 챙긴다.
말려봐야 어차피 의미없는 걸 아니까 속이라도 좀 덜 상하게 하려는 형의 걱정을 알기에, "많이 안 마셔." 누가봐도 믿지않을 거짓말을 던졌다.

- 참, 해성이 넌 일본 안 가?
- 일본을 왜 가.
- 리조트 세우던 거 완공되서 내일 너희 가족 다 행사 참석한다는 거 같던데. 넌 아직 학생이라 그런가?
Read 28 tweets
Dec 30, 2022
클리셰17 #해성석호

우리는 예정대로 피자집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서야 제대로된 안부를 물었다.

- 내일 도착한다더니?
- 실장이 날짜를 잘못 말해 줬더라고. 근데 너희 되게 친한가보다. 불금에도 만나?
- 아주 각별하지 우리는.

따끈한 피자를 한 조각씩 들며 대화하다 주해성에게 넌시지 물었다.
- 노아한테 말해도 되냐?

뭘? 하는 질문 대신 표정으로 묻는 주해성에게 눈짓으로, '너랑 나.' 했더니 피자를 베어 문다.

- 나한테 할 얘기 있어?
- 주해성이 괜찮다고 하면.
- 니가 언제부터 나한테 의견같은 걸 물었냐?
- 그럼 말 한다?

이제 주해성의 방식이랄지 성격이랄지,
어렴풋이 알게 된 나로썬 꽤나 만족스럽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가 사귄다는 얘길 노아에게 해도 되는 걸까 나름 생각도 해 보고 '주해성이 질색 하겠지?' 로 혼자 결론을 내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 나 주해성이랑 연애해.
- 컥, 뭐,뭘 한다고? What? 둘이 뭘 한다고?!
- 연애.
Read 54 tweets
Dec 28, 2022
클리셰16 #해성석호

내 성질이 스스로도 감당이 안돼 눈앞마저 핑 도는 것 같다. 주해성은 고개를 갸웃하고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 금방 입을 열었다. "아, 대충 감이 오네. 알겠으니까 차근차근 얘기해봐." 하는데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담담히 말하는게 너무 좆같아서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 ..다 때렸냐?

맞은 주해성은 여전히 차분한데 난 주먹에서 느껴진 타격감에 놀라 얼어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해성이라 당연히 피할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 했었는데 주먹이 얼굴을 치기도 전에 이미 눈을 감았던 것으로 보아 그냥 맞아 준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오히려 놀란 건 나였고
눈물조차 멈췄다. 손도 조금 떨리는 거 같다.

- 미,미쳤어? 왜 안 피하고 있어, 또라이새끼야!

입술이 터져 피가 맺히는데 주해성은 그저 볼 안쪽을 혀로 쓸어보다, "좀 가라앉았냐?" 묻더니 자박자박 걸어 쇼파에 앉아 날 쳐다본다.
Read 41 tweets
Dec 26, 2022
클리셰15 #해성석호

소각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놈들과 대충 인사를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는데 전화가 왔다. 얘가 누구더라.. 약사 아들이었나..?

- 어, 왜?
- 전에 너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깜박하고 오늘 생각나서 전화했지. 방학때 너가 보내준 사진 있잖아.
- 사진?
- 응. 사진이랑 같은 인물 보게되면 조용히 연락 달라고 했었잖아. 혹시 그거 아직도 유효해?

방학 시작했을 때 주해성 사진을 뿌렸던 게 생각났다. 그 덕에 심심찮게 제보를 받아 곧잘 주해성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도 했었는데, 그 후엔 함께 미국에 갔고, 또 그 후엔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보는
일절 끊겼기에 나조차 잊고 있었다.

- 왜?
- 주말에 비슷한 사람을 봤거든. 여자친구랑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 갔다가 우연히 봤는데 낯이 익길래 니가 보내 준 사진 다시 봤더니 비슷하더라고. 근데 동일인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Read 34 tweets
Dec 26, 2022
요즘 슬픈 문기썰이 많아서 쓰는 가벼운
#문기장군

언제부턴가 도련님 친구가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표정이 삐뚜름한게 영 곱지가 않았어. 그래도 도련님한테 해가 되는것도 아니니까 처음엔 신경을 안 썼지. 근데 하루는 도련님 하교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다가오더니 번호를 달래.
내 번호가 왜 필요하냐 물었더니 ㅌㅐ용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어설픈 핑계를 갖다붙여. 이 꼬맹이가 왜 이러나 싶었지.
번호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사에 불만인 표정으로 자신을 힐끗거리던 꼬맹이한테 폭풍톡이 오기 시작하는거야.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있었고 뭐하냐는 안부연락도 있었고
답이 없음에 불만가득한 짜증도 섞여있었어. 근데 오늘은 좀 심각한 톡이 온거야.

[아저씨 나 아빠한테 맞아죽을까봐 도망나왔는데 갈데가 없어..]

하... 전에 부친한테 골프채로 맞아 멍이 든 걸 본적이 있던터라 신경이 쓰여.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잖아.
Read 24 tweets
Dec 23, 2022
TOP X TOP #서준지우

지우는 본인이 게이인것을 인지하기도전인 어렸을때부터 예쁘고 귀여운 남자를 좋아했어. 예쁘고 귀여운데 애교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텐데 눈에 찰만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지. 그럴수밖에. 일반인도 아닌 남자 연예인을 보며 이런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망상을 할 정도로 눈이 높았으니까.

- 곧 크리스마슨데 아직 솔로인게 말이 돼냐..

폰으로 남돌 사진을 보고있는 지우를 보며 혀를 끌끌차던 필현이, "눈을 좀 낮춰." 하며 지우가 보고있던 폰을 휙 낚아채 훑어봐.

- 내가 배우를 했어야 했어. 이제라도 준비해볼까?
- 지금 준비해서 연예인이 되는것보다 눈을 낮추는 게 더 빠를 거 같은... 음? 얘 나랑 아는 형이랑 되게 닮았다.

지우의 예쁜 남자 아이돌리스트를 보던 필현이 가르킨 사진에 콧방귀를 뀌며, "현실세계에 없는 얼굴이거든?" 믿지않는 지우 태도에 진짜라고 억울해하며 자기 폰 앨범을 뒤적거려.
Read 46 tweets

Did Thread Reader help you today?

Support us! We are indie developers!


This site is made by just two indie developers on a laptop doing marketing, support and development! Read more about the story.

Become a Premium Member ($3/month or $30/year) and get exclusive features!

Become Premium

Don't want to be a Premium member but still want to support us?

Make a small donation by buying us coffee ($5) or help with server cost ($10)

Donate via Paypal

Or Donate anonymously using crypto!

Ethereum

0xfe58350B80634f60Fa6Dc149a72b4DFbc17D341E copy

Bitcoin

3ATGMxNzCUFzxpMCHL5sWSt4DVtS8UqXpi copy

Thank you for your support!

Follow Us on Twi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