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질투작전을 시작해보지도 못한데다 주해성은 절대 쉽게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예상치 못 한 시점에 너무도 빨리,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얼떨떨하다.
- 수전증이냐? 손 존나 떠네.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이게 방금 고백 한 사람의 태도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주해성은 그저 주해성답다. 제 마음을 고백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왜 이 모양이지.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심장마사지를 하며 후하후하 호흡했다.
- 주접떨지 말고 일어나. 가자 좀.
팔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우는 녀석에게 매달리며, 몸에 힘 다 풀렸어어.. 했더니, 손 많이 가는 새끼. 하며 날 질질끌고 테이블로 간다.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럼에도 주해성의 인정은 어쨌거나 내 기분을 구름보다도 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 손 씻고 올게.
날 테이블까지 데려와 앉혀놓고 본인은 케잌남 얼굴을 쳤을 때 주먹과 셔츠에 튄 생크림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곤 화장실로 사라졌다.
- 무슨 일이었길래 이 난리야?
- 엄청난 일.
- 왜, 너한테 그냥 막 해코지 한 거야?
정신줄을 놓은 듯한 날 보는 노아에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성추행." 했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 성추행이면 성추행이지 그냥 성추행은 도대체 뭐냐. 해성이가 별 일 아닌데 괜히 주먹질 하는 놈도 아니고 누구 때리길래 뭔 일이 나도 났구나 싶었더니.
- 추행이고 나발이고,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 뭔데?
- 주해성이..
- 응.
- 날 좋아한대.
- 응?
- 아니 시발, 주해성이 나 좋아한대, 미친 거 같지?
- 그래, 너 지금 좀 미친 거 같긴 하다.
- 아니 병신아, 나 말고 주해성이 미쳤다고. 나 좋아한다니까?!
- ? 뭔 소리야, 당연히 좋아하니까 사귀고 있겠지.
하.. 그래, 니가 뭘 알겠냐. 약점이니 계약이니 그런걸 모르는 노아는 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고, 난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는 거 같아 화제를 바꿨다.
- 야. 저 새끼 미국에서도 살색 많이 드러내고 다녔냐?
뭔 놈의 셔츠를 매번 가슴팍 다 보일만큼 단추를 세개씩 풀어헤치고 다니는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눈길이 갈 것 같아 좀 거슬렸었다.
물론 난 좋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다른문제니까.
- 몸에 열이 많아서 그래. 예전이라고 뭐 달랐을까. 근데 왜?
- 주해성 보면서 침 흘리는 딴 년놈들도 있을 거 아냐 존나 짜증나게. 도장가면 맨몸에 도복만 입는다니까?!
- 그럼 도복을 맨몸에 입지 뭘 입어야 하는거야.
- 대련하다보면 어깨가 다 드러난다고!
- 싫으면 못 입게 하면 되고, 단추도 못 풀게 하면 되지.
- 얌전히 내 말 들을 놈이냐?
- ? 그런 걸 왜 말로 해.
이해 안 된다는 노아의 표정에 나야말로, 그럼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 도장 박아놓으면 되잖아. 가슴골에 뙇, 어깨에 뙇.
- ..대박. 너 존나 똑똑하다..
와, 노아 이 새끼 난 놈이었어. 사고방식이 나와 다른건지 척척 대안을 내놓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네. 가슴골에 남기면 셔츠 단추는 당연히 못 풀테고, 도복입을때도 안에 티쪼가리 정도는 입겠지? 몸에 '나 임자있음' 새겨져있으면 딴짓 하고 싶어도 못할테고.
하, 왜 난 이런 생각을 못 하고 고민이나 하고 있었지?
- 근데 주해성이 그렇게 하도록 놔두겠냐? 갑자기 김 세네..
- 어차피 사귀는 사이에 허락이 왜 필요해?
- 저 놈이 허락이라도 안 해 주면 내가 그걸 뭔 수로 해.
좋은 생각이라고 번쩍 뜨였던 눈이 다시금 가라앉는다. 힘으로 밀어 붙여봤자
내가 밀릴 거고, 말로 했다간 멘탈에서 밀려 본전도 못 찾을 거 같고.. 술을 입에 털어넣는 날 보는 노아는 고민할 건덕지도 안 되는 걸 왜 고민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뭐가 문제여서 죽을상이야? 묶으면 되잖아.
- ?
- 손만 묶어도 도장정도는 백개도 더 남기겠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잔을 채우며 설렁설렁 대답한 노아는 채워진 알콜을 입으로 털어 넣고, 그게 고민할 정도의 일이야? 묻는데 또 한 번 감탄했다.
- ..와, 너 존나 천재.
그래, 지가 아무리 나보다 힘이 세도 손 묶으면 뭐 어쩔거야?!
물론 묶을 방법이 지금으로썬 없긴 하다만 오늘부턴 그걸 목표 삼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노아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됐다. 이거 진짜 보면 볼수록 존나 배운 놈일세.
- 근데 너 친구 맞냐? 주해성이 워너비라더니, 묶으라고?
- 친구니까 하는 말이지. 아끼는 친구가 죽을때까지 없을 거 같았던 첫사랑을 시작했다는데 옷 스타일 따위로 싸우는 것 보다 섹텐 올라가는 싸움이 더 낫잖아.
날 심쿵하게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주해성뿐인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로 노아 말에 심쿵했다.
- 첫사랑..? 첫사랑?! 헐 시바 나 주해성 첫사랑이냐?!
- 너 이상하다? 꼭 너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누가보면 해성이가 억지로 사귀고 있는 줄 알겠, 어어, 해성이 온다. 야 내가 해준 조언들은 쉿. 비밀.
좀 더 캐묻고 싶었지만 테이블로 돌아 온 주해성덕에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 석호 옆에 앉아. 나 비행하느라 몸이 천근만근이라 좀 퍼져있어야겠다.
제 옆에 앉으려는 주해성에게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하며 내 옆으로 보내는 노아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전했다. 새끼, 넌 존나 좋은 놈이야. 별 생각없이 내 옆에 앉는 주해성을 보며 베싯 웃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인간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배려를 의외로 꽤 많이 해 왔던 거 같은데, 그걸 내가 눈치채지 못 했던 이유는 티를 내지 않아서였다는 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은근히라도 티내고 싶어하고 생색내고 싶어 하기 마련일텐데 주해성은 지금까지 한번도 제 배려를 내게 생색 낸 적이 없었다.
뭔가 우직함이 느껴지는 성격이 와 닿아 또 한 번 반할 거 같다. 개차반인 주제에 의외로 진국이야 짜식이..
- 뭐야, 석호 우리보다 한 살 어렸어?
나이 얘기하다 당연히 동갑인줄 알았다는 노아에게, 꼽냐? 했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 위아래가 없어 새끼가.
- 형이라고 해줘? 해성이혀엉~
- 때리고 싶으니까 애교부리지 말라고 했다.
- 개새끼 그냥 좀 귀엽게 봐주면 될 걸.
주해성이 애정을 자각했다한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날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 했든 안 했든 주해성은 그냥 주해성인 한결같은 놈. 그래도 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 짐직은 했지만 석호 너도 보통아니다.. 그 남자가 운동 꽤나 한 놈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무대포로 덤벼들어? 겁도 없이.
- 그럼 내가 뭐 희롱당해도 쭈굴거리고 있어야 되냐? 날 뭘로 보고.
- 겁이 없다기보단 성질이 더러운거지.
주해성 말에, "내 성질이 뭐. 뭐뭐뭐." 했더니 천천히 술을 마시곤 여전한 그 하찮은 시선을 내게 보내며 대답한다.
- 겁은 많잖아.
뭐래. 내가 겁이 많다고?
- 성질머리가 겁을 넘어설 만큼 드센거지.
- 뭔 소리야.
- 겁은 많고 성질은 더럽다는 소리지 띨빡아. 저번주에 나 때리고 놀라서 벌벌 떤 주제에 성질만 더러워선, 쯔.
혀를 한 번 차며 다시 술을 한 모금 하는 주해성 말에, 그런가.. 하고 말았다. 난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해도 팩트요, 진리니, 믿을지어다- 하는 상태니까.
- 맞았다고? 석호한테? 왜?
- 뭔 왜야, 맞을 짓 했으니까 맞았지.
그 날 주해성이 맞아 준 건 밑도 끝도 없이 화만 내는 내 버릇을 고치기 위함이었는데 다른 이 앞에선 그냥 제 잘못이었다는 듯 말을 해선 또 뭉클하게 만든다. 내가 이렇게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었던가.
- 와.. 많이 변했네 주해성.
- 서운해 하지마, 임마.
- 사실 지금이야 꽤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너 없으니까 미국에 혼자 남은 거 같고 재미가 좀 없더라고. 근데 막상 놀러와서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
노아의 서운함을 주해성은 무뚝뚝한 몇 마디로 달랬다. 두 사람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자랐고, 그만큼 유대감이 남달랐을 노아의 서운함을 질투하기엔 이들의 우정은 내가 끼어들 부분이 아니라 느껴졌다. 주해성 역시 노아가 있으니 내심 표정이 많이 편해보이기도 하고. 나와 둘이 있을 때 불편해 한다던가 표정이 굳어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편한 것과 노아가
편한 것은 아마 주해성에게도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늘 관찰하던 나로썬 평소보다 많이 풀어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야 정노아. 나 여기 아는 애들 좀 있는데 일주일간 놀만한 애 소개 시켜줄까? 어떤 스타일 좋아해?
- 솔직하게 말해도 되려나?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 평일엔 우리도 학교를 가야하니 혼자 심심해할 노아를 위해 주선이라도 좀 해줄까 싶어 물었더니 주해성을 흘끔거린다. 뭐야, 시선이 왜 이쪽으로 와..? 노아가 힐끔거리는것도 모르고 서비스로 나온 과일을 콕콕 집어 쳐 먹고 있는 주해성의 무방비함에 혼자 욱 해서 목을
콱 끌어안았더니 사례가 들렸는지 쿨럭거리며, 미친새끼야, 안 놔? 하는데 그 상태 그대로 노아를 째려보며 경고했다.
- 너 지금 이새끼 쳐다봤지? 내꺼야, 어딜 넘봐.
- 그게 아니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방금 존나 힐끔거리는 거 다 봤는데.
- 적어도 니 애인이 내 취향은 아니니까 걱정 마.
- 그럼 주해성은 왜 쳐다봐.
- 니 애인 눈치본거지. 굳이 여기서 내 스타일을 찾자면 너니까?
아, 그런 거였어? 노아의 말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좋아, 이거지. 봐봐, 나도 한 인기 한다니까? 빨리 질투해봐.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거의 졸라매고 있던 주해성의 목을 놓아주며 반응을 살폈더니
눌려졌던 목젖을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포크로 수박씨나 발라내고 앉았다.
- ..넌 지금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먹기 좋은 크기로 조각나 있는 수박 하나를 입으로 쏙 집어넣는 주해성은, 왜?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고, 이건 일부러가 아닌데? 하는 삘이 팍 느껴져 조금 당황했다.
주해성은 지금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질투나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 애써 덤덤한 척 하는 것도 아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다.
- 스타일이 취향이라는거지 너 좋아할 일 0.1%도 없으니까 걱정마.
뭐지.. 절친이라 완벽히 믿어서 그런건가.. 복잡한 심경을 느끼던중 용기 있게 우리
테이블로 다가 온 남자 세 명이 내게 아는척을 하며 반가워한다.
- 오랜만인데 우리 기억나?
- 여어, 죽돌이들 어디 안 가네. 너희는 여기 지겹지도 않냐?
가끔 이곳에서 만나게 되면 같이 한잔씩 하던 놈들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셋은 트리오처럼 붙어다니나 보다.
- 혹시나 너 다시 올까 싶어서 다른데는 못 가지.
능글맞게 받아치는 놈들은 사이좋게 내게 호감이 있었고,
- 아직도 번호는 줄 생각 없고?
여전히 내 번호를 궁금해하며,
- 다른데 안 가고 여기있길 잘 했네. 혹시 다시 죽돌이 되기로 한 거야?
아직도 내게 관심을 표한다.
오늘만큼 이들의 관심이 반가웠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마음 같아서는 내 옆에 있는 이 까리하고 섹시하고 간지나는 놈이 내 애인이라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고 싶지만 그 마음 꾹꾹 눌러가며 괜히 반가운 척을 했다.
- 거의 반년만에 보는건데 너희는 아직도 나한테 관심 있냐?
- 그 반년동안 너보다 괜찮은 놈이 안 나타나더라고.
트리오는 다른 죽돌이들도 아까부터 계속 아는체하려고 눈치보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스타트 끊은거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난 화답하듯 다음에 예전처럼 같이 한 잔 하자며 기꺼이 번호까지 줬다. 문제는 내가 번호를 주는 그 순간에도, 번호를
주고 그들을 돌려보낸 순간까지도, 주해성은 아무런 반응없이 노아와 실실 웃으며 대화중이었단 거다. 그래서 처음엔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진심으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속은 안 그렇겠지, 일부러 신경 안 쓰는 척 하는 거겠지, 아무렇지 않을수가 없겠지,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트리오가 간 후로 봇물 터지듯 죽돌이들이 번갈아가며 찾아와 말을 걸고 친한척을 하는데도 주해성은 끝끝내 질투따윈 하지 않았다.
- 무슨 인기가 이렇게 많아, 완전 연예인인데?
오죽하면 주해성과 얘기중이던 노아가 자꾸만 날 찾아오는 남자들을 보다못해 언급을 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인간은 술만 즐기고 있다. 그래서 타겟을 바꿔 있는 칭찬 없는 칭찬, 외모부터 성격까지 정노아에 대한 칭찬이란 칭찬은 다 쏟아부어도, 맞아. 저 놈이 좀 그렇긴 하지. 하며 기분좋은 미소를 걸치고 받아친다. 허.. 이거 슬슬 진짜 열 받는데..? 언제까지 목석인거냐고 이 새끼는.
- 야, 해도해도 이건 좀 아니지. 넌 시발 나한테 추근덕대는 놈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렇지도 않냐?!
가라앉는 분위기에 노아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우리를 구경했고 난 술을 들이킨 후 최대한 릴렉스를 하며 물었다.
- 너 나 가지고 노냐, 혹시?
- 앞 뒤 설명은 또 잘라먹지?
피곤하단 얼굴을 하는 주해성 표정에 불씨가 슬슬 타기 시작한다. 나랑 해보자는 거지, 지금?
- 또 뭐가 문젠데?
- 누가봐도 니 태도가 문제잖아, 시발. 아까 나 좋아한다고 했던 거, 니 마음 인정하게 된 포인트가 뭐야 도대체. 나 만지던 놈 때리고 전 애인한테 경고까지 했으면서 질투는 안한다고?
- 니가 한때 마음을 줬던 놈 보니까 짜증이 확 나더라. 그게 내 마음 인정하게 된 포인트고, 모르는 놈이 너한테 썅욕하길래 빡쳐서 때린거고. 다른 사람들한테 질투가 안 나는 이유는 니가 그 놈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거고. 또, 뭐?
더 할 말 있냐는 듯 내 눈을 빤히 보며 대답하는
주해성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본인의 생각을 확고하게 내뱉으며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는 단호한 말투에 꼭 내가 속 좁은 찌질이가 된 것만 같다. 이게 아닌데..?
- 전남친은 신경이 쓰이긴 했다는거네..? 근데 걔랑은 그냥 사귄거지, 마음을 주진 않았는데..
- 뭐가 됐든 좋으니까 사겼을 거 아냐, 씹새야.
- 하도 좋다고 하길래 그냥 사귄거였다니까.. 진짠데..
- 잤냐?
- 어?
- 아까 그 놈이랑 잤냐고.
- 어어, 그게, 어쨌든 사귀긴 했으니까, 한 번, 그냥 한 번정도-
-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되지 뭘 또 이렇게까지 솔직하냐, 좆같게..?
질투하는 주해성을 보기 위해서 지금까지 쓸데없이 번호도 뿌리고 정노아 칭찬도 쏟아붙고 별 짓을 다 했는데, 정작 생각지못한 지점에서 빡친 걸 보니, 분명 화를 내는 투는 아닌데 괜히 내가 잘못한거 같은 느낌이...?
- 그건 너 만나기 전이었고 현재 진행형이 아니잖아.
- 그러니까 별 말 안 하고 넘어간 거 아냐, 병신새끼야.
- 아니 현재진행형에 질투를 하는 게 정상이지, 과거에 질투를 하는 게 정상이냐?! 전애인한테는 질투나면서 왜 다른 놈들한테는 안 나는데?!
- 말 못 알아먹냐?
- 알아먹게 직관적으로 말하면 되잖아!
- 지금은 니가 나 좋아하니까 그런 거고, 그 놈은 니가 좋아했던 놈이니까 짜증난 거라고.
- 아니 좋아한건 아니었다니까?!
이해는 잘 안 가지만 주해성의 질투는 내가 마음을 주느냐 안 주느냐, 혹은 줬느냐 안 줬느냐로 나뉘는 거 같았다. 플러스로, 질투는 아니지만 케잌남을 때린 거 보면 내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빡치는 거 같기도 했다. 까도 내가 까, 그런건가..?
- 사랑싸움은 둘이 있을 때 마저 하는게 어때.
그만하고 자제하라는 노아 말에 그사세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잔을 부딪히고 술을 한 잔 함으로써 분위기를 바꿨지만, 난 다시 발을 동동 굴렸다.
- 어쨌거나 질투한 거잖아. 방금 주해성 존나 질투한 거 맞지?
- 석호야 너 감정변화가 좀.. 무섭다, 야.. 얘 원래 이렇게 롤코야?
- 어. 존나 신기하지?
- 내가 뭐!
내가 이상한거야? 사랑에 빠지면 원래 감정기복 심한 거 아님? 주해성이 더 이상한 거 아니냐고.
- 다 마셔가네. 2차로 편하게 호텔갈래?
- 너 우리호텔 잡았지?
- 당연하지?
- 그럼 안돼. 아버지 귀에 바로 들어가.
- 음.. 그럼 우리집 갈래?
가볍게 던진 내 말에 노아가, 그럼 석호집으로 결정! 매듭을 짓는다. 콜을 부르고 택시 뒷자리에 앉아 주해성 손을 슬며시 잡았는데 원래라면 인상을 찌푸리며, "조용히 치울래, 손가락 부러질래?" 했을텐데 얌전히 내게 손을 맡기고 있다. 하아.. 개좋아.. 이 새끼 이제 진짜 내가 존나 좋은가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때도 주해성 손에 깍지를 꼈는데 아무말 없길래 콧노래를 부르며 술도 마셨겠다 더 없이 기분이 업된 난 흐흐거리며 주해성을 보고 쪼갰더니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꾸욱 밀어내며, "왜 이래." 하는데 온몸이 간질거린다. 아 이 귀여운 놈. 오늘은 정말, 완벽한 하루다.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언제부턴가 도련님 친구가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표정이 삐뚜름한게 영 곱지가 않았어. 그래도 도련님한테 해가 되는것도 아니니까 처음엔 신경을 안 썼지. 근데 하루는 도련님 하교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쑥 다가오더니 번호를 달래.
내 번호가 왜 필요하냐 물었더니 ㅌㅐ용이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어설픈 핑계를 갖다붙여. 이 꼬맹이가 왜 이러나 싶었지.
번호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사에 불만인 표정으로 자신을 힐끗거리던 꼬맹이한테 폭풍톡이 오기 시작하는거야.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있었고 뭐하냐는 안부연락도 있었고
답이 없음에 불만가득한 짜증도 섞여있었어. 근데 오늘은 좀 심각한 톡이 온거야.
[아저씨 나 아빠한테 맞아죽을까봐 도망나왔는데 갈데가 없어..]
하... 전에 부친한테 골프채로 맞아 멍이 든 걸 본적이 있던터라 신경이 쓰여.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