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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2 50 tweets 7 min read
정치가X청부살인업자 #문기화진

☆숙제 털기. 엔딩에 대해선 다들 아무 말 않기로해😉
타고나길 머리가 좋았다. 학창시절 반장일을 도맡아했고 비상한 머리덕에 직업군의 선택지도 다양하다 못해 널려있었지만 좋은 직업을 선택하진 않았다. 착한척이라면 학생때 지겹도록 해왔으니 탁월한 재능으로 오히려 나쁜 직업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는 일. 나는, 소시오패스다.
- 법조인이라..

어둠의 루트로 들어오는 청부의뢰를 받은지도 5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점점 재미가 떨어지던 참이다. 애초 살인에 흥미를 느꼈던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위한 목적도 아니었다. 의뢰인들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도덕심과 죄책감따위를 느낄수 없는 내가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을리는 만무하고 그저 재미와 자극적인걸 쫓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다. 대부분이 치정문제나 돈문제로 인한 의뢰인데, 죽음앞에서 내게 빌며 목숨을 구걸하는 인간의 하찮은 모습을 보는게 재밌었다. 의뢰인에게는 한없이 콧대높았던 인간들이 내 앞에선 눈물 콧물 다 짜내며
처절하게 빌고 때로는 의미없는 반항도 하다 결국엔 소변까지 지리며 공포에 떠는게 볼 때마다 웃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은 스릴.

- 흐음.. 이번엔 좀 위험하겠지?

과연 경찰이 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에 대한 단서를 찾게될까 궁금하기도 했고 번번히 헛다리를 짚는 걸
보면서 짜릿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가 벌인 수많은 짓들을 한사람이 저지른 연쇄사건이라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 했다. 그러다보니 슬슬 재미도 스릴도 떨어지고 있던차에 들어 온 의뢰는 꽤 큰건이었다.

- 38세 장문기.. 죽이면 꽤나 시끌벅적 해지겠는데..?
스토리가 좋은 놈이다. 일찍이 부모에게 버려져 우리나라 시총1위 기업의 재단 후원으로 자라 고문변호사로 오래 일하다 몇년전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하며 유명세를 달리는 남자. 능력있는데다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잘생긴 외모. 똑부러지는 언변과 시니컬한 표정까지.
조물주가 외적인 것과 인생의 서사까지 몰빵해준 덕에 팬카페까지 여럿 존재할만큼 유명한 준연예인급인 남자. 현재는 법무부 소속으로 나랏밥을 먹으며 정치계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 그럴수 밖에. 서른여덟이래봐야 정치판에선 무시당하기 좋은 젊디 젊은 나이가 아닐 수 없는데 그는
법무부 차관 임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보통은 검사출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례적으로 그 일반화를 뒤집은 자. 그게 바로 변호사 출신 장문기였다. 선금으로 받은 돈만해도 지금껏 청부받은 의뢰비를 다 합친것만큼이나 값비싸지만 그만큼 까다롭고 위험이 따른다는 뜻일테다.
주어진 시간은 한달. 실행일 전까지 그의 모든 동태를 파악하는 게 첫번째. 티나지않게 멀리서 따라붙어 평소 루틴을 면밀히 관찰하고 타겟이 혼자있는 시간을 명확히 알아내야만 한다.

- 화면빨이 별로네.

운전석에서 노트북으로 보고있는 얼굴과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는 얼굴과 실물까지.
3단계에 거쳐 살펴보고 있자면 그 어떤 렌즈도 실물을 따라갈 수 없을만큼 우월한 외모에 때때로 감탄하곤 했다. 저 얼굴로 왜 재미없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차라리 연예인을 하지, 쯧. 혀를 차며 오늘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머릿속에 저정해둔다. 올라가는 입꼬리는 비지니스 미소외엔 볼 수 없는
차가운 마스크지만 집 안에 홀로 있을땐 그래도 좀 풀어진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 넌 기계냐 사람이냐..

장문기의 일과는 내가 한달이나 공 들일 필요없을만큼 단순했다. 저를 키워준 재단 일에는 힘써주고 유명세와 이름값을 이용해 재단에 불리할만한 일은 적당히 티 안나게
원천봉쇄하며 중도를 지키는 정차가인양 민심을 다부지게 챙기는 척까지 퍽이나 잘 해내는, 훌륭한 나라의 인재. 일외에는 개별활동이 없기에 계획을 일주일정도 당겨도 괜찮을거 같단 판단이 들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그를 따라붙는 카메라도,
경호도, 팬과 안티도 없으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인 그의 홈스윗홈으로 침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근처 cctv부터 집의 보안과 카메라는 이미 오프상태로 만들어뒀고 정상적으로 작동이 될때쯤이면 난 이미 그의 집안에 숨어들어 있을것이다.
- 세상은 참 불공평해. 똑같이 부모없이 보육원에 있던 놈들은 죄다 사회적 약자가 되었는데 장문기는 재단의 선택을 받아서 이렇게 좋은 집에서 비싼 옷과 시계, 차, 명예까지 얻었다니.

불쌍도 하지.. 공평하게 약자로 살았다면 제명까진 살았을텐데.

- 곧 도착하겠네.
언제나 그랬듯 내 계획엔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집 주변에 있는 차량 블랙박스를 피해 모든 보안장치는 오류로 남겨둔채 집에 잠입한후 다시 복구시켰으니 내가 이 곳에 들어 온 흔적은 그 어느 기계적 장치에도 남아있지 않을거고, 그 과정은 장문기를 해친후 이 집을 벗어날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트북과 함께 집 안에 몸을 숨긴채 기다렸다. 이 집의 주인이 제 손으로 현관문을 열고 제 발로 죽음의 앞으로 성큼 걸어들어오기를.

- 네, 회장님. ...어차피 담화문은 제가 쓴대로 발표될테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1층 거실에서 통화를 하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 타겟을 2층에서 숨 죽인채
보고있자니 두근두근 오랜만에 설렌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아니기에 내일부터 뉴스며 신문 1면을 장식할 인물의 죽음을 상상하니 꼭 처음 살인을 했던 날의 긴장감과 맞먹는, 아니 그때보다 더한 흥분과 기대감. 통화를 끝낸 그는 곧 씻으러 들어갈테고 난 욕실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장문기가
다 씻고 욕실문을 여는 순간 손에 쥔 야구배트로 일단 가격을 하고...

- ...뭐야, 저 새끼는..?

1층으로 조용히 내려가려는데 천천히 열리는 현관문. 걸음을 멈추고 다시 2층 구석으로 가 내려다보고 있으니 익숙한 얼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게 보인다. 흐트러짐없는 까만 정장을 입고 발소리하나
없이 거실에 진열된 골프채를 조용히 집어드는 남자는, ..장문기의 경호실장이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써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내가 대기해야 할 욕실앞에 경호실장이 골프채를 든 채 대기하고 있는 이 언짢은 상황은 뭘까, 열 받게...?

- 크윽, 박실장 이게 무슨 짓..!
씻고 나온 장문기를 공격하는 경호실장의 기습에 본능적으로 팔을들어 막아선 장문기가 나자빠지며 다시 내려칠것 같은 골프채에 눈을 질끈 감은 순간 경호실장이 쓰러졌다. 내 손에 들린 야구배트에 머리를 맞은 채.

- ...감히 내 타겟을 건드려..?
골프채에 맞은 왼쪽 팔을 오른손으로 부여잡은채 장문기가 상황파악을 하며 주저앉아 있는동안 분이 풀리지않은 난 쓰러져 꿈틀대는 경호실장을 팔을 야구배트로 두세번을 더 내려쳤다.
머리를 맞았던 충격때문인지 머리와 팔의 고통때문인지 꿈틀대던 손가락의 움직임이 멈춘 채 기절한 놈의 등을 오른발로 꾸욱 짓밟으며 장문기를 향해 인사했다.

- 안녕. 잘생긴 오빠.
눈동자가 기절한 제 경호인과 내게 번갈아가며 닿다 이내 내 눈에 고정된다. 골프채에 맞아 뼈에 이상이 생겼을게 분명한 왼팔만 부여잡은채 누구냐, 뭐하는 놈이냐, 하는 상투적인 질문 하나없이 빤히 보고만 있는 무표정에 되려 내가 웃었다.

- 침착하네?
- 보다시피 한쪽 팔이 망가진 상태라 무기 든 널 제압할 방법이 없으니까.
- 냉철하셔라. 도망가는 척이라도 좀 해주지. 영 서운하네.
- 좀도둑은 아닐테고, 박실장한테 타겟 어쩌고 한 거 보면 내가 목적이겠지?
- 눈치는 빠르고.
- 원하는 게 뭐야?
- 타산도 빠르고.
경호실장의 피가 묻어있는 배트를 위협적으로 휙 어깨에 걸치는데 움찔하긴 커녕 눈 하나 깜빡않는 건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함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를 못 하는건지.

- 안 비네?
- 니가 뭔데 내가 빌어야하지?
- 너 죽이러 온 사람.
- 크큭, 근데 왜 안 죽이고 있을까?
여유만만한 자태앞에 마주앉아 시선을 수평으로 맞추며 얼굴을 뜯어보다 살풋 웃었다.

- 이기적으로 잘생겼네.

자주 듣는 얘기라는 듯 감흥없는 장문기의 표정이 이 상황에 맞는건진 모르겠다만 본인 잘생긴거 너무도 잘 아는 태도가 꽤나 재수없는데 제법 재미는 있다.
- 흐음, 죽이기 아깝네.

이런 유형은 처음 만나본다. 여지껏 내가 죽여왔던 사람들은 반항을 하더라도 결국은 공포에 질려 애걸복걸 해왔는데 장문기는 다르다. 이 집의 보안장치를 생각해보면 이 곳에서 한번도 위험에 처해본 적 없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저를 죽이겠다고 몰래 집 안으로
침입까지 한 괴한 앞에서 겁 먹거나 흥분하는게 아닌 조곤조곤하게 할 말 다하는게 꼭,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어봐서 두려울 게 없는 사람처럼 군다고나 할까. 탄탄대로를 살아왔을텐데 어디서 이런 대범함이 나올까.

- 얼마 받았어? 내 목숨 값.
- 누가 날 보냈느냐를 먼저 물어보는게 맞는 순서 아닌가?
- 그건 알만 하니까 딜하자. 얼마를 받았건 더 줄게.
- 돈 많다고 자랑하고 싶은건가?
- 싸게 먹히기엔 자존심 상해서 내 몸값 내가 좀 올리겠다는데 문제있나? 어차피 넌 돈만 더 받으면 그만이잖아.
아아, 간혹 비슷한 류의 인간들은 있었다. 자신을 살려주고 의뢰인의 정체를 넘겨주면 얼마가 됐던 돈을 더 얹어주겠다는. 장문기가 그들과 다른 점은, 비굴해보이지 않는다는 거?

- 안타깝게도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서.
내 말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장문기는 내게 의문을 던지는 대신 빠르게 대화의 흐름을 변경한다.

- 그럼 어떤걸로 딜이 가능하지?

재빨리 자신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것만 봐도, 보통 아니네 이 남자?
- 뭘로도 딜은 불가능하지. 내 얼굴을 봤는데 살려둘 거 같아?
- 목적이 있을 거 아냐. 개인적인 원한은 아닌거 같고, 돈 때문도 아니면 뭘 위해 날 죽이러 왔지?
- 재밌을거 같아서. 지겨워지려던 참인데 이렇게 큰 건이 들어올줄은 몰랐지.
- 뭐에 재미를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그 재미. 내가 줄게.
주저앉은 몸을 일으켜 유유자적 걸어가더니 푹신한 거실 쇼파에 몸을 깊에 파묻으며, "일단 박실장부터 해결해볼까?" 한다. 골때리네.

- 크큭, 탐나네 이 오빠?
- 탐나면 가지던가.
- 스스로를 너무 막 던지는데?
- 어차피 지금 내 목숨은 너한테 달려있는 거 아닌가?
쥐고있던 배트를 바닥에 질질 끌며 다가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마치 휴식을 취하듯 눈까지 감고 피곤하다 중얼거리는 장문기 앞에 섰다. 내 그림자가 얼굴앞에 드리우자 눈을 떠 날 빤히 보는데,

- 진짜 내가 가져버릴까보다.

배트를 옆에 던져두고 그의 어깨를 짚으며 얼굴을 가까이하자
흔들림없는 눈동자가 피하지않고 나와 마주한다. 너덜거리는 한쪽 팔로 대항을 하지는 못 할거고 할 생각도 없어보이는 이 남자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나는 도덕심이나 죄책감이 없는 대신 자극에 의한 흥분이나 갖고 싶은것에 대한 열망 따위가 남들보다 발달되어 있다.
이 남자는, 내게 자극적이다.

- 이렇게 근사한 얼굴로 날 똑바로 쳐다보면, 내가 흥분되잖아.

피식 웃으며, "키스라도 해줘?" 농담같지 않은 소릴하는데 도박을 한 번 해볼까. 손가락으로 얼굴을 살며시 쓸어보다 입술을 엄지로 스윽 문질렀다. 한쪽 무릎을 쇼파에 굽혀 올리고 스륵 다가가는
내 몸을 저지하지도 않는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던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손은 얼굴에서 목으로 내려갔고, 장문기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한술 더 떠 다친 팔을 잡고있던 오른손으로 내 뒷머리를 감싼다.

- 죽이진 않을게. 대신 날 즐겁게 만들어줄 뭔가가 있어야 할 거야.

내 뒷머리를 쓰다듬다
목 뒤를 주무르며, "네가 내 등에 칼만 안 꽂는다면." 대답하는 장문기의 입술을 물었다. 동시에 열린 입술사이로 오가는 혀가 진득하게 서로를 옭아매고 흥분됨에 따라 내 손은 그의 목을 졸랐다. 숨이 막힐수록 고개가 젖혀지는 장문기를 따라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숨통을 풀었다 조았다를 반복했다.
- 크읏, 하..

부드럽지 못한 키스의 마무리는 숨 막히던 그의 쿨럭거림으로 이어졌고 목에 빨갛게 남은 내 손자욱이 한층 섹시함을 더했다. 이 행위로 인해 알 수 있는 것은, 나는 원래 남들과 다르다지만, 장문기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그래서 제법 마음에 들었다.
- 얘기는 천천히 나누도록 하고, 신고부터 해. 경호실장 죽이면 수습하기 귀찮아지니까.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장문기의 얼굴을 알아봤고, 미리 맞춘 거짓말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얼마전부터 낌새가 이상해 개인경호원을 뽑았고 경호실장의 습격에 장문기를 지키기 위한 내가,
제압을 위해 어쩔수없이 공격한 상황이었음을 믿은 경찰은 구급대를 불러 박실장을 병원으로 이송한 후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물러났다. 남은 절차 역시 박실장이 깨어난후 진행될테니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 왜 경호실장이 널 공격한거지?
- 재단에서 눈치 챈 거지. 내가 경영진을 치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걸.
- 왜지? 당신을 번듯하게 키워 준 곳으로 아는데.
- 큭, 키워준 게 아니라 사육한거지. 목줄을 채우고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끔.
- 그래서 복수라도 할 생각이었나?
- 계획대로 였다면.

보아하니 재단쪽에서 장문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게 분명하다.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웠으니 탈이 나지, 쯧.

- 이제 목줄을 쥐는 주인이 나로 바꼈는데 소감은?
- 잘 쥐고 있는 게 좋을거야. 주인을 무는 개도 있거든.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하라고.
- 경고가 제법 설레네. 목에 내 손자국 남은 거 알아?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목줄을 이상하게 채우시네 주인님?" 키득거리는 장문기에게 나도 경고를 하나 보냈다.

- 날 배신할 생각은 않는 게 좋을거야. 앞으로 넌 24시간 내 감시하에 살게 될거니까.
- 감시라, 지긋지긋 하군.
- 대신 네가 재단을 칠 수 있게 도와줄게. 내가 꽤 할 줄 아는게 많은 능력자거든.
- 댓가는?
- 글쎄. 천천히 생각해볼게.
- 몇살이야 주인님? 어려보이는데.
- 서른.
- 동안이군.
- 서른여덟에 이런 얼굴인것보단 덜 반칙이지.
기묘한 관계가 시작됐다. 내가 가진 기술들과 장문기의 능력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꽤 기대된다. 장문기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 남자를 더는 올라갈 수 없는 자리로,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옆엔 내가 있겠지. 목표를 이루기위해 무슨짓이든
할 수 있는 나와, 냉철하고 빠른 분석으로 계산이 탁월한 장문기의 콜라보도 기대되지만,

- 팔이 빨리 나아야 더 재밌는 걸 할텐데.

다른 것 역시 기대된다. 침대위에서 한참을 부비던 입술이 떨어지고 아쉬워하는 내게,

- 더디게 나아야겠는데? 더 아쉬워할 수 있게.
- 역시 재수없고 좋아.
- 사실 팔 안 쓰고도 할 수는 있지.
- 풉.. 뭘? 뭘 할 수 있는데?
- 재밌는거.

밤은 길지만 우리에겐 길지 않았던 그날 밤.

- 예쁘네, 민화진.
- 잘 모셔야겠지?
- 아무렴.

확실히 장문기가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 나중에 네 자서전에 나도 기록될거야. 장문기를 지킨 그림자로.

더럽고 불법적인 일 처리는 내가 할테니 당신은 발톱을 숨긴채 고고한 길을 걸어가. 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아는 사람은 나 하나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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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9
클리셰22 #해성석호

게장과 피자의 조화롭지 않은 식사를 끝내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커피를 사 들고 벌써 어둑해진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아를 쪽쪽 빨아마시다가,

- 야.
- 왜.
- 그냥. 사랑한다고.

한번씩 지금처럼 밑도 끝도 없이 표현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주해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 빈정 상할만큼 심심하게 대꾸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난 애초에 주해성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 ..어, 말고는 할 만한 대답이 없냐?
- 글쎄.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담백한 주해성 반응에 마음이 꼬깃꼬깃 구겨진다.
- 좋은데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다는 게 말이 되냐?!
- 그럼 좋다고 무조건 다 사랑하냐?
- 난 한다 왜.

귀찮다는 표정으로 날 보던 주해성은 며칠전 박살 낸 폰을 대체한 신상폰으로 게임에 접속하며 구겨진 내 얼굴에, 왜 또. 한다.

- 넌 아직도 내가 귀찮냐?
- 가끔. 근데 귀엽다니까?
Read 49 tweets
Jan 13
피에로의 눈물 #서준지우

아웃사이더 피에로의 눈물1, 2 가사에 살만 조금 붙인 썰
한적한 작은 마을에 몇해 전 아내를 잃은 한 사내가 살고 있었어. 항상 붉은색으로 과장되게 웃는 모양새의 입술을 얼굴에 그려놓고선 웃음을 팔며 살았지. 남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는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달리 그의 하얀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눈물이 고여있었어.
흐르지도 않고 늘 맺혀있는 눈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빛에 반사돼 사내의 큰 눈이 더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효과를 더해줬어. 사람들은 그의 노랫가락과 춤사위와 곡예를 보며 즐거워했어. 아무도 맺힌 눈물의 의미를 몰랐지. 그도 옛날엔 눈물자욱 하나 없는 맑은 눈을 가진 자였어. 사랑하는 이와
Read 21 tweets
Jan 12
클리셰21 #해성석호

- 야 씨발 주해성!

쾅! 소리가 요란할만큼 교실 문을 열며 소리를 질렀더니 당연한 듯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그 모두에는 주해성도 포함이고.

- 따라나와.

학교에서의 단정한 주해성은 그 나름대로 날 꼴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비서형 말로는 아직 연애초창기라
내가 지금 발정이 나서 그런 거라는데 그건 말도 안 된다. 왜냐면 주해성은 누가 봐도 존나 잘생기고 멋있고 귀엽고 꼴리게 생겨먹은 놈이니까. 옥상으로 앞장서는 동안 우리를 보는 눈빛들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다. 저 죽일놈의 양석호가 또 착한 우리 모범생 괴롭히는 구나.
솔직히 난 관심도 없고 1도 상관없는데 주해성은 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이미지 관리 좀 하라고 종종 간섭을 한다. 자기도 처음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이미지 메이킹을 했던 거였지만 날이 지날수록 미래를 생각하면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뭐, 어쨌거나.

- 왜 또?
Read 50 tweets
Jan 3
불완전4 #서준지우

방금전까지 서준을 먼저 유혹해 안겨놓고선 가느다란 목소리로 끝을 선언한 지우를 이대로 보낼수가 없어 옷을 챙겨입고 가려는 앞을 막아선다. 그동안 끊임없이 '이래도 안 떠나? 이래도 날 안 놔? 이래도 버틴다고?' 마치 서준의 한계를 확인하려는 듯 상처를 주면서도
그만보자는 말은 했던적이 없었으니까.

- 갑자기 내가 싫어진 건 아닐거잖아..
- 그동안 나때문에 괴로워하는 네 모습을 속으론 즐겼어.
- 뭐..?
- 무섭지 않아? 네 고통이 날 웃게한다는거.

지우 손목을 잡고있던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데 아프단 소리 한번을 하지 않는다. 늘 그랬다.
한지우 입에서 힘들다, 아프다, 괴롭다는 말은 허락되지 않은 금기어라도 되는 양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감각이 한지우를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완벽한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정서.

- 그런 말 듣고싶어서 묻는 게 아니잖아..
Read 21 tweets
Dec 31, 2022
클리셰19 #해성석호

거실 테이블에 앉아 비서형에게 전화해 양주와 안주 좀 조달해달라 했더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딴 걸 요구하냐고 짜증을 내던 형은 5분만에 뭔가가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손에 들고 우리집으로 왔다. 비번을 누르고 들어 온 비서형도, 형을 본 노아도 서로 물음표 상태로
날 쳐다봤고 간단히 서로를 소개했다.

- 아래층에 사는 경호하는 형. 얘는 주해성 친구 정노아.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 후 비서형은, "갈수록 도련님이 늘어난다..? 적당히 좀 마셔 양석호." 하면서도 주방으로 가 챙겨온 것을 늘어뜨리며 안주거리를 챙긴다.
말려봐야 어차피 의미없는 걸 아니까 속이라도 좀 덜 상하게 하려는 형의 걱정을 알기에, "많이 안 마셔." 누가봐도 믿지않을 거짓말을 던졌다.

- 참, 해성이 넌 일본 안 가?
- 일본을 왜 가.
- 리조트 세우던 거 완공되서 내일 너희 가족 다 행사 참석한다는 거 같던데. 넌 아직 학생이라 그런가?
Read 28 tweets
Dec 31, 2022
클리셰18 #해성석호

아직 질투작전을 시작해보지도 못한데다 주해성은 절대 쉽게 마음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예상치 못 한 시점에 너무도 빨리, 그것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얼떨떨하다.

- 수전증이냐? 손 존나 떠네.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 너 같으면 안 떨리겠냐?!

이게 방금 고백 한 사람의 태도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주해성은 그저 주해성답다. 제 마음을 고백한 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왜 이 모양이지.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심장마사지를 하며 후하후하 호흡했다.

- 주접떨지 말고 일어나. 가자 좀.
팔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우는 녀석에게 매달리며, 몸에 힘 다 풀렸어어.. 했더니, 손 많이 가는 새끼. 하며 날 질질끌고 테이블로 간다.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럼에도 주해성의 인정은 어쨌거나 내 기분을 구름보다도 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 손 씻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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