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해성이한테 맨날 못생겼단 소리 듣고 살아서 스물이 될때까지 지가 진짜 못생긴 줄 아는 지호성이 처음 그 말을 들었을땐 유치원때야. 다른 친구랑 잘 놀고있는데 해성이가 오더니 괜히 둘 사이 방해하면서 한 말.
- 못생긴게.
- 내가ㅇㅅㅇ?
- 응. 니가.
맨날 집에서 예쁘다 잘생겼다 귀엽다 부둥부둥 사랑받고 사는 유딩이 듣기엔 너무 충격적인거야.
- 물만두처럼 생겼어 지호성.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만두라니.. 내가 물만두라니...
충격에 휩쌓인 호성인 뿌앵 울음을 터트렸지만 해성인 "흥." 하고 가버려. 꺼이꺼이 우는 호성이 달래는 건 선생님이었지. 해성인 그냥 다른 친구랑 더 친해보이는 게 싫어서 심통부린 거였지만 호성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해성이가 제일 좋아하는게 물만두인것도 몰랐지.
- 우유 그만 마셔. 키만 멀대같이 큰게.
초딩때부터도 딴 친구들보다 길쭉길쭉 빨리 크던 호성이에 비해 작았던 해성이는 먹던 우유를 뺏어서 자기가 꼴깍꼴깍 다 마셔버려.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데도 해성이가 종종 잘해주고 챙겨주면 또 금방 풀려선 헤실헤실 웃는 성격덕에
둘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었어. 천성이 단순하고 밝은 덕이었을까. 같은 중학교를 가서도 둘은 여전했어.
- 나 고백받았어.
- 어떤 눈 낮은 애가 너한테 고백을 하냐?
설레보이는 호성이 얼굴은 만개했는데 해성인 심각해졌지.
- 야, 잘 생각해봐. 걔가 뭐가 아쉬워서 너한테 고백을 하겠어? 니가 순진해보이니까 이용하려는 거잖아.
- 날 이용할 게 뭐있다고?
- 니가 간 쓸개 다 빼줄 거 같으니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공주대접 받으려고 하는거지.
- 진짜..?
- 너 호구되고 싶냐?
- 아니.
- 그럼 빨리가서 고백 거절하고 와 멍청아. 넌 나 없으면 어떡할라 그러냐?
성격이 좋으니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호성이와 달리 해성이는 중딩때부터 이미 학교에서 주목받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서 자기와 다르게 여자애들 마음도 잘 알 거 같은거야. 게다가 그때 이후로는 한번도 고백을
받아본 적 없어서 '못생겨서 그렇다' 라는 해성이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지. 물론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해성이때문에 아무도 지호성한테 고백을 못 했단 건 호성이만 몰랐지. 둘은 고딩이 됐어. 호성이가 길거리 가다가 캐스팅 제안을 받은거야. 그 얘기를 들은 해성인 명함을 보여달라더니
그자리에서 좍좍 찢어버리는거야.
- 야악! 그걸 왜 찢어!
- 캐스팅은 무슨. 너보고 개그맨 시험이라도 보래?
- 아니 배우 오디션 보.
- 야야, 이거 다 사기잖아. 니가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니까 내가 속이 터지지. 너같으면 못생긴 애한테 배우 오디션 보라고 하겠냐?
- 아니.
- 아닌거 알면 이런 거에 혹하지마 쫌.
울상인 된 호성이지만 그 후에도 길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모델 제안이 들어왔을땐 또 이러는거야.
- 키만 크다고 다 모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긴 옷이 돋보여야되서 잘생긴 사람보단 너처럼 못난이 쓰는게 모델로썬 나을수도 있겠다.
- 씨...
- 억울하면 잘생기던가.
늘 듣던 말인데 오늘따라 유독 상처받은 호성이가 내가 못생기고 싶어서 못 생긴거 아니자나ㅠ 하면서 눈물을 퐁퐁 흘려. 하지만 주해성은 얄짤없지. 우니까 더 물만두 같다고 놀리기만 할 뿐.
스무살이 됐을땐 같이 자취를 하기 시작했는데 대학생이 되고 과가 달라서인지 호성이도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져서 못생겼다는 해성이 말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고 믿을때쯤.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해성이가 들어와 물끄러미 보더니 옆에 털썩 앉아서 중얼거려.
- 넌 대체 언제쯤 못생겨지냐.. 그만 좀 예뻐라 임마.
잠든 줄 알았던 호성이가 눈을 번쩍 뜨면서, 나 예뻐?! 하는 바람에 해성이 혼자 뜨끔해서 식겁잔치.
- 어우씨 깜짝이야 만두가 말을하네. 안 자고 있었냐?
지호성 방년 이십세. 유딩때 이후로 처음 예쁘다는 걸 알게되었으며 그 후로는
해성이 머리꼭대기 위에서 놀기 시작해.
- 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지호성.
- 왜 안돼, 난 이렇게 하고 싶은데. 난 예쁘니까 봐줘😉
- 미쳤냐 진짜...
- 오늘도 나 예뻐?
- 어후... 짜증나...
반박할 수 없어서 이젠 이겨먹지 못 하는 주해성의 한숨소리가 아파트를 꺼지게 한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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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길 머리가 좋았다. 학창시절 반장일을 도맡아했고 비상한 머리덕에 직업군의 선택지도 다양하다 못해 널려있었지만 좋은 직업을 선택하진 않았다. 착한척이라면 학생때 지겹도록 해왔으니 탁월한 재능으로 오히려 나쁜 직업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는 일. 나는, 소시오패스다.
- 법조인이라..
어둠의 루트로 들어오는 청부의뢰를 받은지도 5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점점 재미가 떨어지던 참이다. 애초 살인에 흥미를 느꼈던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위한 목적도 아니었다. 의뢰인들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도덕심과 죄책감따위를 느낄수 없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