旭川伊沙耶秦忌寸愛(비티) Profile picture
역사 전공은 아닙니다. 아마도 언어도요. 비티라고 부르세요. 번역도 해요. 청탁도 받습니다. 트위터가 멸망한 세계관을 위한 비상 연락망입니다 https://t.co/1qw2Qa05Np kimjaehyun1352@gmail.com
Feb 12 14 tweets 3 min read
대충 일본에서 인도인 요리사한테 인도인이냐는 말 들은 썰

전 인도요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도 5끼 정도는 인도 요리집을 찾아가서 '외국의 인도 요리'를 맛보고,
친구집에서 직접 커리를 해먹는 그런 인간입니다.

2023년, 일본으로 여행을 간 저도 별반 다름은 없었습니다. 인도는 표면적만 남한의 33배,
인구는 10억명입니다.
통용되는 언어만 10개가 넘어가는 나라입니다.

인도 요리는 지역별로 나눠서 좋아해도
'전국팔도 모든 집안의 김치맛을 다 보겠다'는 말과 비슷한 다양성을 지닙니다.
오늘 먹은 비리야니의 쌀알수만큼의 요리가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죠.
Sep 14, 2024 12 tweets 6 min read
<싱글벙글 2024 이그노벨상>

올해도 어김없이 이그노벨상은 제34회란 이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느슨해진 석학들의 유머감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10개의 위대한 연구가 더운 2024년 가을을 빛내주고 있네요.

그럼 인류 지식의 보고와 학술적 유머 감각의 한계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Image 먼저 통계학상입니다.
네덜란드 외 6개국의 합동 연구진 50명은
동전을 던지면 처음 집어든 면과 같은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근소하게' 높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동전을 350,757번 던졌다고합니다.
대학원생분들께 무척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arxiv.org/abs/2310.04153
Image
Jul 19, 2024 26 tweets 9 min read
<조선의 과학수사>

정조 16년(1792) 봄,
지방에 살던 김 영감이 죽어있다는 하인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하인은 영감 아들에게 음식을 전해주고 돌아온 저녁, 목을 멘 김 영감을 발견했습니다.

자살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 내리기엔 찝찝합니다.
그럼 조선의 방식으로 수사를 해봅시다. Image 사건이 접수되면
관할 수령이 사람을 검시에 참여하는 응참각인應參各人을 대동합니다.
기록을 하는 사리司吏
의학적 자문을 하는 의생醫生,
현장을 경비하고 심부름을 하는 항인行人
그리고 시신을 직접 만지는 오작仵作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현장에 도착해 출발일시와 참여자를 기록하죠. Image
Jul 5, 2024 22 tweets 8 min read
미감, 내지는 미학이라는 가치는 많은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큰 착각을 일으키곤 합니다.
모든 사회에서 미美가 같은 방향을 추구할 것 같은 오해가 대표적이죠.

미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고전 한국 문학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문학의 수준이 낮고 재미없다는 것입니다.

설령 정철이 <관동별곡>으로 임금에 대한 사모심이나 드러내는 동안,
영국에선 셰익스피어가 4개 비극, 5대 희극을 적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때문에 조선의 문학은 수준이 낮다는 것이죠. Image
Jul 3, 2024 20 tweets 7 min read
무척 아름다움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나 타 예술을 비하하기 위한 도구로써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꽤나 불유쾌할 뿐더러,
예술의 함의를 매몰시킵니다.
요컨대 예술을 즐길 수많은 방법을,
시각적 비교로 납작하게 압축시켜버린단 겁니다.

단적으로,
이 그림의 이름을 아시나요?
Image 이 그림은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입니다.

목판화며,
<후카쿠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이란 풍경화 시리즈입니다.
이름은 후카쿠 36경이지만, 엄청난 인기로 10점의 작품이 추가 제작되어,
실제로는 46점의 작품이 존재합니다.
후카쿠富嶽는 후지산의 이명입니다. Image
Aug 3, 2023 20 tweets 7 min read
<흉기 난동 시 행동 강령>
흉기를 든 괴한을 마주쳤을 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며,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은 가능한 빨리 뛰어 도망가는 겁니다.

소지품은 버리고,
손이 잘 보이도록 뛰어서 탈출로를 찾아 대피해야합니다.
이후 112와 119에 신고합니다.

허나 탈출이 불가능한 경우, Image 괴한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야합니다.
이 경우 입구를 잠구거나 가구를 밀어 입구를 막아야합니다.

또한 휴대 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꿔 소음을 최소화해야합니다.
이 경우에도 경찰이나 소방서에 상황을 알려야하지만
만약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는 전화가 연결된 상태로 음소거하여야합니다. Image
May 27, 2023 4 tweets 1 min read
동시대의 쿠릴/사할린 아이누는 홋카이도로 강제 이주당합니다.

아이누인은 일본과 소련의 영토 분쟁 중, 일본국적을 택하는 이가 많았던 탓에
소련의 쿠릴/사할린 탈환이후 막론코 홋카이도로 추방 당한 방면,
사할린 한인은 종전 후 일본이 조선인이란 이유로 방치해서 사할린에 남게 됩니다. 당시 사할린으로 이주 당한 한인들은 고려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데,

사할린 한인은 제주도나 경상도, 전라도 등의 한반도 남부에서 왔다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고려인은 자발적 이민의 수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본제국 치하에서 노동자오 이주당했기때문에 강제로 징용되어
May 26, 2023 23 tweets 8 min read
<우리가 싫어하는 다나카>

세상에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불만은 밑도 끝도 없지만,
그중 가장 대두되는 문제라면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슬슬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왜 다나카는 맞고 타나카는 틀린 걸까요? Image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음성과 음소에 대해 아주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음성은 소리의 물리적인 소리를 의미합니다.
음소는 음운이란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분절 가능하고 추상화된 소리'입니다.

한국어 화자가 인식하는 소리와 실제 소리는 다릅니다. Image
May 25, 2023 6 tweets 3 min read
조선시대엔 왕실에 잔치가 있을 때,
모든 참석자가 머리에 꽂았습니다.

이를 비녀처럼 머리에 꽂는다고 하여 잠화簪花라고 불렀습니다.

비단이나 모시를 오려 만든 궁중채화처럼,
조선은 연화에 사용할 꽃이라도 생화를 꺾는 일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잠화도 종이로 만든 가화였죠. Image 조선시대 초상화를 아아아주 유심히 들여다보면 핀처럼 생긴 고리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귀 따라 올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죠.

잠화는 이 고리에 꽂았습니다. Image
May 25, 2023 22 tweets 8 min read
<사람들은 왜 맞춤법을 틀릴까>

안되, 웬지, 됬다, 어의없다, 칭얼되다, 일일이, 낳다...

세상엔 틀린 맞춤법이 끝없습니다.
이걸 틀리나 싶은 것도 많죠.

그릇된 맞춤법은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왜 맞춤법을 틀리는건지 고민할 기회는 도통 없습니다.

사람들은 왜 맞춤법을 틀리는 걸까요? Image 영어를 생각해봅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영어의 철자법은 정말 신기합니다.

왜 knight라 적고, 나이트라 읽는걸까요?
gnome는 왜 그놈이 아니라 놈인걸까요.
더군다나 climb이랑 limb은 크림브, 림브가 아니라 클라임, 림이고,
cou'gh'는 코프, throu'gh'는 쓰루인데 ghost는 고스트입니다.
왜죠? Image
Mar 8, 2023 10 tweets 4 min read
<조선시대 워라벨>

조선의 임금이 매일 고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5시에 일어나 1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럼 조선시대 공무원의 업무 시간은 어떠했을까요?
이들에게도 워라벨에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했습니다.
일단 관리들의 출퇴근시간을 봐봅시다. Image 조선은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였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랐죠.

경국대전에 따르면
평상 시에는 묘사유파라고 하여 묘시(5시~7시) 동안 출근하여 유시(17시~19시)에 퇴근하였으며,
해가 짧은 계절에는 진사신파라고 하여 진시(7시~9시)에 출근하여 신시(15시~17시)에 퇴근했습니다. Image
Mar 8, 2023 5 tweets 1 min read
'애초에 종교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다'라는 말은
비이성과 비논리를 종교라 명명한 것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를 비이성적이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기에 종교라 말하는 것이
논의에 있어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종교와 과학은 상충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신앙적 해독은 양립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딱히 이율배반도 아니죠.

가령 중력의 작동방식을 알고 이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수식화한다면 이는 과학이고,
중력의 존재 이유를 신으로 설명한다면 이는 믿음이지만,
Mar 6, 2023 5 tweets 2 min read
왜 조선은 한강에 다리를 놓지 못한 걸까요?

간단합니다.
한강 평균 강폭은 1km 이상입니다.
카이로를 관통하는 나일강의 강폭이 1km가 안되죠.
템즈강이 270m, 센강이 200m, 라인강이 400m입니다.

물론 한강은 꾸준히 확장공사를 해왔습니다.
때문에 과거에는 더 좁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Image 한강의 하상계수는 393입니다.
쉽게 말하면 비가 올때와 오지 않을때 물의 양이 393배 차이난다는 뜻이죠.

한강의 백사장은 모두 비가 오면 물에 잠기기 마련입니다.
실질적인 한강폭은 크게 차이가 안나죠.

거기에 1m 넘는 조수간만의 차도 존재했습니다.

이런 곳에 다리를 만들려면 Image
Mar 6, 2023 15 tweets 6 min read
<조선 호랑이 이야기>

조선시대는 호랑이의 시대였습니다.
호랑이는 판매금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오누이의 어머니가 판매하는 떡을 독점하기도하고,
토끼와 담배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사업가죠.

근데 얘는 호랑이가 아닙니다.
표범입니다.

딱 보면 호랑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Image 여기있는 그림들도 호랑이가 아닙니다.
전부 표범입니다.

정확히는 아무르 표범, 한때 한국표범이란 이름을 가질 가능성이 있었던 동물입니다.

이번 타래는 호랑이(였던 표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 호랑이 이야기> ImageImageImageImage
Feb 17, 2023 22 tweets 8 min read
<한국어가 사라지는 시간에 대하여>

간단하게,
이번 타래에선 어휘가 사라지고 합쳐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현재,
현대 한국어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단어는
아마 사흘과 나흘이 아닐까싶습니다.

물론 더 일찍 잊힌 단어도 있지만,
이 두 단어는 자주 쓰인만큼 사라지는 것이 더 쉽게 체감될테죠.

먼저 어떻게 사흘과 나흘이 삼일과 사일 사이에서 살아남았는지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1. 며칠과 몇 일

한국어 맞춤법에서 가장 쉽게 괴리감을 느낄 부분을 고르라면
저는 며칠과 몇 일을 고르겠습니다.
며칠이 규범이고, 몇 일은 사문난적(웃음)이죠.
Feb 16, 2023 7 tweets 3 min read
바다에는 미친놈이 있습니다.
김갯가재라는 친구죠.

김해 김씨 김갯가재,
이 친구에겐 천적이고 뭐고 없습니다.
머리를 깨줄 수 있느냐 아니냐뿐이죠.

이번 타래는 바다의 미친놈
멘티스 쉬림프,
갯가재의 주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Image 갯가재는 두 종류로 분류됩니다.

개쎈 주먹으로 먹이의 명치를 찌르는 주먹형과
엄청난 속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갯가재의 위를 지나가던 먹이를 찌르는 작살형으로 나뉘죠.

둘다 연약한 생물학자의 갓가재 연구노트에 피얼룩을 남기는 주범이지만,
이번엔 갯가재의 핵주먹에 대해 이야기할겁니다. ImageImageImage
Jan 27, 2023 6 tweets 2 min read
<일제시대 언어탄압 이야기>

방언찰이란게 있었습니다.
일제가 일본어를 보급하기 위해 실시한 재도죠.

오키나와어 등의 언어를 사용한 학생에게 방언찰이라 적힌 나무패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방언찰을 벗기 위해선 다른 방언 사용자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 제도는 1960년까지 이어졌죠. 아이누는 북해도 구토인 보호법이라는 이름의 법 아래 언어와 문화를 금지 당했습니다.

아이누란 이름은 구토인旧土人으로 바꼈고,
동화란 명목 하에 땅을 빼앗기고, 차별을 받았습니다.
아이누어를 사용하면 처벌당하기도 했죠.

때문에 아이누인은 차별을 피해서라도 모어를 포기했습니다.
Jan 26, 2023 10 tweets 4 min read
<미안해요, 뽀빠이.>

요오즘 사람들이야 뽀빠이를 모르겠지만,
선캄브리아기엔 뽀빠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금치통조림으로 위촉오를 평정했죠.

거두절미하고,
아직도 철분하면 시금치라고 사람들은 믿습니다만,
사실 이는 오류입니다.
한 과학자가 소수점을 잘못 찍은 바람에 생긴 오해죠. 때는 1871년,
독일의 에리히 폰 울프는
자신의 저서
Aschen-analysen von landwirthschaftlichen producten에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을 적으며
실수로 소수점을 잘못 찍습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3.35mg/100g을 33.5mg/100g로 착각했고,
때문에 시금치는 철분의 제왕이 됩니다.
Jan 25, 2023 6 tweets 1 min read
그러고보면 이따금
어떻게하면 글 잘 적느냐는 질문을 받곤합니다.
왜 그게 저인진 모르겠지만.

여튼,
글을 잘 적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사전을 읽는겁니다.

매일 하루 30분이라도 사전을 읽고,
사전에 나온 단어 중 인상 깊은 어휘로 한 문장 글을 적으면
글 실력이 빠르게 늡니다. 결국 글은 문장의, 문장은 어휘의 짜임입니다.

나무를 짜 맞추듯,
단어를 예쁘게 꿰기 위해선 많은 단어를 알아 적재적소에 쓰는 능력이 필요하기 나름입니다.
자신이 아는 어휘를 벗어난 세상을 묘사할 순 없겠죠.

그 다음은 문장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글을 만들어야합니다.
Jan 24, 2023 4 tweets 2 min read
정조에게 근본없는 필체로 글 적는다고 욕먹던 이옥은 연경烟經,
'담배 경전'이란 이름의 책을 적습니다.

정조 때문에 출세길이 막혀 난 열불을 담배로 다스린건지,
4권으로 이루어진 연경은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그 목차를 대략 소개하자면...

권1
담배키우기
담배재배하기
담배보관하기 Image 권2
담배의 유래
담배와 관련된 한자
담배의 신
담배의 효과
담배 애호가 리스트
지역별 담배
가짜 담배 판별법
담배 가격
담배 맛있게 피기
담배 만들기
담배 불붙이기

권3
담배썰기
담배 써는법 심화
곰방대의 구조
곰방대 악세사리
담뱃갑
부시
등등 담배 피우는데 필요한 도구들 Image
Jan 24, 2023 7 tweets 3 min read
<조선 왕릉의 도굴이 어려운 이유>

왕과 왕비의 시신은 화강암으로 만든 석실에 안치되었습니다.
석실은 지하 3m 정도 깊이에 위치했죠.

그 위로는 석회와 모래, 황토를 섞은 삼물과 흙 등을 채웠으니 도굴이 어려운 건 당연한 겁니다.

오페르트가 남연군묘를 도굴하지 못한건 살짝 다른 이윤데, Image 세조 이후로 왕릉은 석실이 아닌 회격을 규격으로 하게 됩니다.

회격묘는 구멍을 판 뒤,
목곽과 목관을 넣고,
그 위로 삼물을 층층히 넣고 굳히고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묘를 만듭니다.
그 위에 또 삼물을 채웠죠.

이게 얼마나 밀폐력이 높냐면,
조선에 미라가 많은 이유가 회격묘 덕분입니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