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Profile picture
전 세계가 빙글빙글 1930년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중심 잘 잡아보려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 경제 이야기들을 다뤄봅니다. (참고로 파딱 엑스러 아니고, 파딱 트위터리안입니다.)
Apr 9 5 tweets 6 min read
나만 이 정보 알고 죽을 수 없다 시리즈 31편

바티칸과 미국 국방부가 싸우고 있습니다(1)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교황한테 "우리 편 안 서면, 700년 전에 프랑스가 교황한테 한 짓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이것도 소설 같지만, 소설이 아닙니다.

이게 무엇이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등장인물입니다.
1. 교황 레오 14세입니다. 본명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이고, 미국 시카고 출신입니다.

작년 5월에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역대 최초의 미국인 교황입니다. 참고로 가톨릭 교회가 수백 년간 미국인 교황을 안 뽑은 이유가 있었어요. 미국 패권에 편향되어 보일까 봐서요.

미국이 충분히 약해졌다고 판단했을 때만 뽑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 뽑았어요. 트럼프 때문입니다.

2.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입니다. 하버드 학부, 예일 로스쿨 출신입니다. 엘리트에요.

8살 때 도쿄로 이사해서 일본 아메리칸 스쿨을 다녔고, 그로턴 스쿨이라는 미국 최상류층 기숙학교를 나왔어요. 중국을 최우선 위협으로 보는 realist를 자처합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정책 수장이에요.

3.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전쟁부라고 하지만..)입니다. 폭스뉴스 주말 진행자 출신입니다. 극우 복음주의 기독교인이에요. 펜타곤에 본인의 테네시 목사를 데려와서 월례 기도회를 열고 있고, 그 기도회에서 트럼프를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펜타곤에 초청한 목사 더그 윌슨은, 가톨릭 미사와 마리아 행렬을 포함한 공개적인 가톨릭 의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에요.

4.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 교황청 주미 대사이자 교황의 외교 대리인이에요. 펜타곤에 소환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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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올해 1월, 교황이 연례 "세계 현황"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대화와 합의를 추구하는 외교가, 힘에 기반한 외교로 대체되고 있다."

여기서 배경을 아시면 더 재밌습니다. 이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고,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납치했고, NATO 해체를 주장했고, 캐나다와 그린랜드를 "먹겠다"고 협박한 뒤였어요. 교황의 발언이 누구를 겨냥한 건지 해석이 필요 없었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알면 보이니깐요.

그리고, 콜비가 피에르 추기경을 펜타곤으로 소환합니다. 역사상 바티칸 관리가 펜타곤에서 미팅을 한 공식 기록이 없어요. 최초입니다.

이 보도는 The Free Press의 마티아 페라레시 기자가 이번 주에 터뜨렸고, 서브스택 Letters from Leo의 크리스토퍼 헤일이 추가 확인했어요. 참고로 The Free Press는 바리 와이스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보수 성향 매체입니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이유가 없는 곳에서 나온 거예요.

콜비 팀이 교황의 연설을 한 줄 한 줄 분석해서 추기경 앞에 펼쳐놓고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미국은 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미국 편에 서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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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과 미국 국방부가 싸우고 있습니다(2)

분위기가 격해지자, 미국 관리 한 명이 역사책을 꺼냈다고 합니다.
아비뇽 유수(Avignon Papacy)을 언급한 거에요.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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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역사 TMI를 해드릴께요.
1303년, 프랑스 왕 필리프 4세가 교황 보니파시오 8세와 충돌했어요. 이유가 뭐냐면, 필리프 4세가 전쟁 자금이 필요해서 성직자들한테 세금을 매기려고 했거든요. 교황이 "안 돼"라고 했어요.

그러자 필리프 4세가 "그래?"라고 하고, 군대를 보내서 교황을 물리적으로 공격합니다. "아나니 사건"이라고 해요. 돈 없는 머스크가 본인 말 안 듣는 트위터 이사회를 통째로 해고한 것의 중세 버전인데, 상대가 이사회가 아니라 교황이었던 거예요.

보니파시오 8세는 이 공격 이후 한 달 만에 사망합니다.

그 뒤 필리프 4세가 뭘 했냐면, 프랑스인 교황을 새로 세웁니다. 돈 없는 트럼프가 "내 말 안 듣는 검찰총장 짜르고 내 사람 앉히기"를 한 건데, 대상이 검찰총장이 아니라 교황이었던 거죠.

그리고 1309년부터 교황청을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강제 이전시켰어요. 68년간이요. 본사를 빼앗은 거예요. 돈 없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본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로 옮긴 것의 중세 버전인데, 옮긴 게 IT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의 정신적 수도였던 거죠.

이걸 "바빌론 유수(Babylonian Captivity)"라고도 부릅니다. 교황이 세속 군주의 포로가 된 거예요.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시기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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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리가, 2026년에, 교황 대사 앞에서, 이걸 꺼낸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요.

추기경은 조용히 앉아서 다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티칸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괘씸해서 더 세게 나간 것 같습니다. 타임라인을 보시면 됩니다.

- 3월 1일. 미군이 이란을 폭격합니다. 교황이 직접 비난해요.
- 3월 26일. 헤그세스가 펜타곤 기도회에서 "압도적인 폭력(overwhelming violence)"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 3월 29일,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응답했어요. "예수는 전쟁을 거부하신다." "하나님은 전쟁을 벌이는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으신다." 헤그세스를 이름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가 누구를 겨냥한 건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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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0 4 tweets 3 min read
트럼프는 정말 리더십으로 중국을 억제하고, 큰 그림을 밀고 나가고 있을까요? 깊게 분석해봤습니다. (1편)

"이란 전쟁은 중국 견제를 위한 grand strategy다"를 하나씩 뜯어봤습니다.

위 전략이 성립하려면 참이어야 할 전제가 6개 있습니다.
1. 이란 원유 차단으로 중국 에너지 공급망이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았어야 합니다.
2. 러시아 의존도 증가가 미국에 유리한 카드가 되어야 합니다.
3. 인도태평양 군사 억지력이 유지되고 있어야 합니다.
4. 타임라인의 일관성이 사전 계획의 증거여야 합니다.
5. 미국의 동맹국들이 결속하고 있어야 합니다.
6.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약화되었어야 합니다.

트럼프 편인 Heritage Foundation의 375페이지짜리 TIDALWAVE 보고서와 Atlantic Council, 그리고, 여러가지 보수 싱크탱크와 초당적 안보 매체들의 자료로 하나씩 위 명제에 대해 테스트해봤습니다.

그리고, 6개 중 충족된 전제 중 0개가 충족되었습니다.
하나씩 볼까요?

(계속해서) "이란 전쟁은 중국 견제를 위한 grand strategy다"라는 의견을 뜯어봤습니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네, 거의 다 우연입니다.

최근 제 타임라인에서 자주 보이는 문장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 이란 공습, 쿠바의 에너지 마비, 미중 정상회담 연기. 이것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패턴이 보이고, 패턴이 보이면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거대한 계획의 이름은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네러티브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네러티브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하나도 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에서 왜 그런지에 대해 하나씩 뜯어서 설명해드리고자합니다.

오늘 이 글은 보수성향의 싱크탱크들과 매체들의 분석을 중심으로 네러티브를 뜯어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라는 네러티브를 홀딩하시는 분들이라면,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와 기타 매체들의 분석이 가장 신뢰되는 소스로 반박하는 것이 가장 honest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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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9 4 tweets 4 min read
무언가를 분석한다는 것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네러티브를 세팅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발라내고.
2. 그 전제조건들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¹
납작하게 적었습니다만, 이 두 문장 안에 밸류에이션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분석이라는 행위를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돌리고, 숫자를 뽑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분석의 출발점은 숫자가 아니라 네러티브입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서사가 먼저 존재하고, 그 서사에 부합하는 숫자들을 찾아서, 스프레드시트에 넣어 만드는 겁니다.

성장률 25%라는 숫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이 회사가 그 성장을 포획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설득하기 위해 25%라는 숫자로 번역된 거죠.

그러니까 숫자를 의심하려면,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의심하려면, 그 이야기가 서 있는 전제조건이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제 조건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이걸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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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여기서 말하는 ‘전제조건을 발라낸다’는 것은, 결론을 곧바로 숫자로 두는 대신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하위 driver들로 쪼개어 보는 작업을 뜻하는데요? 첨부한 도표처럼 하나의 비용 항목도 다시 채널별 비용, 건당 비용, 거래 비중, 인력 수, 수수료율 같은 더 작은 변수들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분석은 바로 이 분해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이 진짜 핵심 변수인지, 어떤 가정이 전체 그림을 움직이는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가 이 단계에서 드러납니다. 결국 숫자는 출발점이 아니라, 잘게 분해된 전제조건들의 마지막 번역된 작업에 가깞습니다.Image 엔비디아라는 기업에 대한 상승이나 하락의 전제조건에 대해 한 번 볼까요?

2026년 3월 현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4.07조 달러입니다. 그런데 같은 회사를 놓고, 목표주가가 100달러부터 352달러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3배 이상의 차이입니다. 같은 매출, 같은 마진, 같은 블랙웰 칩 출하량을 보고 있는데 말이죠.

Bull 쪽 전제는 이렇습니다.
1. 빅테크의 AI CAPEX가 최소 3~5년 더 지속될 것.
2. GPU 의존도가 커스텀 칩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
3. Inference 시장이 training 시장만큼 커질 것.
4. 데이터센터 매출이 연 25% 성장을 유지할 것.
이 전제들이 모두 서 있으면, 2030년 시가총액 9조 달러도 합리적입니다.

Bear 쪽 전제는 다릅니다.
1. 구글 TPU니, 아마존 트레이니움이니, 저런 자체 칩이 GPU 의존도를 낮출 것.
2. AI 투자의 ROI가 검증 안 되면 빅테크 CAPEX 사이클이 꺾일 것.
3. 4조 달러 시총에서 2배가 되려면 독일과 인도의 GDP를 합친 규모가 필요한데, 그게 현실적인게 맞는지??

이 전제들이 서면, 같은 회사의 적정가가 1조 달러 이하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쪽 다 틀린 분석을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둘 다 논리적으로 정합적인 네러티브를 세웠고, 그 네러티브에 맞는 숫자를 넣었습니다. 차이는 전제조건의 선택과 가중치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분석의 품질은 숫자의 정교함이 아니라 전제조건의 명시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기에 정치적 변화든 기업적 변화든, 결론이 아니라 그 분석을 성립하게 만든 전제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제조건을 명시하지 않습니다. 왜 28%인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28%가 15%로 바뀌는지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귀찮은 것도 있지만, 인센티브의 문제입니다. 전제조건을 명시하면 틀렸을 때 드러나니까요.

이 프레임은 기업 분석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바이사이드에서 투자를 하건, 개인이 투자를 하건, 국가 단위로 투자를 하건. 가격과 가치를 환원시키려면 네러티브의 전제조건을 발라내야 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MAGA라는 정치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잡아볼까요?

(계속해서)
Mar 28 4 tweets 3 min read
트럼프는 정말 령도력으로 중국 억제 하고, 미국은 시간 벌며 방산 산업 재건을 위하여, 큰 그림을 짜고 밀고 나가고 있을까요? (3편)

두번째 Thesis: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정밀한 대중국 에너지 전략을 수행 중"

전략이라면 최소한 목표가 일관적이어야 합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해 이해하려면, 하나의 메커니즘만 알면 됩니다. 위에서 일단 지릅니다. 행동이 먼저, 이유는 나중. 그리고 그 이유는 고정되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이유가 추가되고, 이전 이유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기 시작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 관리 4명이 각각 다른 이유를 제시했습니다.¹

1.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문제라고 했고,
2.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위협을 언급했고,
3. JD 밴스 부통령은 또 다른 맥락을 제시했고,
4.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하려 했기 때문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5. 이 후, 트럼프는 그 다음 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아니, 내가 이스라엘의 손을 강제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을 뒤집었어요.²

정확히 먼저 폭격하고, 나중에 이유를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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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럼프 정부의 메커니즘은 간단합니다.
윗사람의 결정이 먼저 있고, 정보가 그 결정에 끼워 맞춰지는 겁니다. 그렇기에 "완전 궤멸"이 8개월 만에 다시 전쟁의 명분이 되었습니다.

2025년 6월, '오퍼레이션 미드나이트 해머'로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그리고 총체적으로 궤멸시켰다"고 선언했습니다. 미 국방부 자체 평가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약 2년 후퇴시켰다고 봤어요.

8개월 뒤인 2026년 2월 말, 같은 대통령이 같은 나라를 다시 폭격합니다. 이번엔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라는 이름으로요. 이유가 뭘까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

8개월 전에는 완전 궤멸시켰다고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뿅하고 나타났을까요.

참고로, 미 국방정보국(DIA)의 2025년 보고서는 이란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2035년은 돼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²

CNN에 따르면 이란이 현재 ICBM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었어요. 루비오 국무장관조차 이란이 미국에 도달할 미사일을 보유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Mar 28 6 tweets 4 min read
트럼프는 정말 령도력으로 중국 억제 하고, 미국은 시간 벌며 방산 산업 재건을 위하여, 큰 그림을 짜고 밀고 나가고 있을까요? (1편)

"의도된 전략"과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을 구분하지 않는 분석은 분석이 아닙니다.

제가 어제 트럼프의 2기 행보를 1) 팔란티어 도입부터 2)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3) 이란 공습, 4) 쿠바 에너지 마비, 5) 미중 정상회담까지 일직선으로 연결한 뒤, 6) "이 모든 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밀한 전략이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트럼프가 "단 3개월 만에" 중국의 에너지 버팀목을 끊어냈다고요.

새로운 시각이라 좋았습니다. 시야란 다양하면, 시나리오 빌딩을 할 때 더 좋으니깐요.

그런데, 저는 한 주 안에 전쟁 목표가 7번 바뀌는 행정부¹가, 중국 티팟 정제소의 생존 기반까지 내다본 장기 에너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글로 썼던, 위트코프와 쿠시너의 이란 협상 방식²은 웬디 셔먼(JCPOA 수석협상관)의 표현을 빌리면 "드라이브바이 네고시에이션"이었어요.

부동산 딜처럼 접근해서, 상대가 안 받으면 "그럼 말고" 하고 폭격으로 넘어간 겁니다. 그리고 부동산 업자 위트코프는 폭스뉴스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좌절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좌절했고, 항복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그들이 항복하지 않아서."

이 한 문장이 저 사람들이 이란과의 협상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아니 그냥 협상이라는 개념을 이해 못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그렇기에"트럼프는 정말 미친놈일까?"라는 질문은 틀린 질문 같습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겁니다.

Q.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것과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의 차이를, 우리는 구분할 수 있을까?"

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뒤에 정밀한 전략이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1. 하지만 관세를 올리면서 제조업 일자리 10만 개를 잃고,
2. 전쟁을 시작하면서 유가를 40% 이상 올리고,
3. 동맹국의 에너지 공급을 파괴하고,
4. 러시아를 다시 살리는 행동들을 하며,³
"대중국 정밀 타격"이라고 부르는 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사후적 합리화입니다.

지금 이 순간,

1.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걷고 있고,
2. 브렌트유는 105.32달러이고,
3. 트럼프의 지지율은 2기 역대 최저이고,
4. 미국 제조업은 3년 연속 고용 감소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숫자들 사이에서 "천재 전략가"를 읽어내는 건 자유입니다. FREE COUNTRY인데, 아닐 이유는 없죠. 그런데, 숫자는 해석을 골라주지 않아요. 숫자는 그냥 거기 있을 뿐입니다.

결과를 먼저 놓고, 원인을 나중에 배열하면 모든 것이 계획처럼 보입니다.

팔란티어 도입 → 이민 단속 → 범죄율 감소 → 마두로 체포 → 이란 공습 → 쿠바 에너지 위기 → 미중 정상회담. 이걸 일직선으로 놓으면 정말 정밀한 전략처럼 보여요. 마치 바둑의 포석처럼 말이죠.

앞으로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Mar 2 4 tweets 3 min read
[Unpopular Opinion]
이벤트 드리븐 투자를 반복하면, 세상의 모든 사건이 숫자로 환원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닙니다.

메뚜기 떼가 풀밭을 찾아 이동하듯, 이벤트가 터질 때마다 다른 종목으로 뛰어다니는 구조는 수 억원의 시드가 있지 않는 이상 돈 벌기 힘듭니다.

이란에 폭탄이 떨어지면 "방산주 몇 프로 오를까"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진이 나면 "건설주가 움직이나"를 봅니다. 전쟁이 나면 "원유 선물 어떻게 되지"를 생각합니다. 사람이 죽고, 도시가 무너지고, 삶이 뒤집어지는 사건 앞에서, 반사적으로 호가창을 여는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투자자이실 테니 투자 용어로 말하겠습니다. 감수성이 닳으면 엣지가 사라진다고 생각 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반복되면 뭔가가 마모됩니다. 사건의 무게를 느끼는 능력 등 여러가지가 닳아갑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를 온전히 느끼기 전에 "이걸 어떻게 수익으로 전환할까"가 먼저 끼어듭니다.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감수성이 적어요. 기관 투자자, 알고리즘 트레이더,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이 사람들은 직업적으로 사건을 숫자로 환원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전쟁은 변동성 지수이고, 정치적 위기는 리스크 프리미엄이에요. 그게 그들의 일이니까 탓할 건 아닙니다.

감수성이 힘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느낄 수 있으면, "시장이 아직 반영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숫자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사건의 의미를 반영하는 데는 느립니다. 사건이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어떻게 바꾸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대다수가 사건을 숫자로만 볼 때, 사건의 무게와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판단을 합니다. 투자에서든, 커리어에서든, 글을 쓸 때든.

한 발 더 나가겠습니다.
(계속해서) 이벤트 드리븐으로 세상을 숫자로만 보는 습관은, 투자뿐 아니라 사람의 판단 전체를 오염시킵니다.

모든 사건을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나"로 먼저 보게 되면,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그 프레임이 스며듭니다. 동료의 실패를 "내 기회"로 보고, 타인의 위기를 "내 수익"으로 보는 시선이 무의식에 자리잡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작동할 수 있습니다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압니다. "얘가 상황을 자기 이득으로만 보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기회가 줄어들어요. 좋은 사람들이 떠나고, 신뢰가 쌓이지 않고, 결국 혼자 남습니다.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더 오래 먹고삽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이벤트 드리븐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거지, 이벤트 드리븐 지식을 쌓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의미냐면,
Feb 28 4 tweets 4 min read
클로드가 플러그인을 발표했더니, 기업 대출 시장이 여파를 받고 있습니다.
테크 회사에 투자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들여다보셔도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주식이 빠지는 건 "투자자가 무서워서 파는 것"입니다. 대출이 빠지는 건 "이 회사가 돈을 갚을 수 있느냐"가 의심받는 겁니다.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번주에 Anthropic이 Claude 에이전트 플랫폼의 산업별 플러그인을 발표했어요. HR, 투자은행, 디자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I 회사의 제품 발표는 매주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데서 반응이 왔습니다. 즉각적인 주식시장만이 아니라 대출 시장에서요.

다음 날부터 Avalara(세금 자동화), Citrix(가상 데스크톱), Dayforce(HR 소프트웨어), Proofpoint(이메일 보안)의 레버리지드론이 이차시장에서 1~3포인트 급락했어요.

12월 31일까지 액면가 근처에서 거래되던 것들입니다. 블룸버그 미국 레버리지드론 지수의 소프트웨어 섹터가 연초 대비 -4.09%, 2월 한 달 하락폭은 코로나 이후 최대예요.

이 네 회사의 공통점이 있어요. 전부 PE 바이아웃으로 비상장 전환된 곳이고, 레버리지드론으로 인수 자금을 조달했고, AI 자동화와 직접 경쟁하는 영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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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사의 제품 발표가 왜 대출 시장을 흔드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은 이렇습니다.

지난 10년간 PE(사모펀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사랑했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구독 모델이니까 고객이 안 떠나고, 고객이 안 떠나니까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고,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니까 레버리지를 높여도 안전하기 때문이에요. "반복 매출은 끈적끈적(sticky)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수천억 달러의 대출을 정당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클로드가 HR 업무를 자동화한다고 발표하면, Dayforce(HR 소프트웨어)의 고객이 "이 구독 정말 계속 필요한가?"를 처음으로 묻기 시작합니다.

다만 이 질문이 현실적인 여파로 그러니깐, 대규모 해지로 아직 이루어진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출 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보수적이에요. "해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스프레드가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대출 위에 CLO(담보대출증권)가 쌓여 있어요. CLO는 레버리지드론을 묶어서 리스크 등급별로 잘라 파는 구조화 상품입니다. 소프트웨어 대출이 흔들리면 CLO 포트폴리오 전체의 신용 리스크가 재평가돼요.
JP모건이 이번 주에 발표한 추정치가 이거입니다. CLO에 포함된 레버리지드론 중 AI 리스크에 노출된 규모가 400억~1,500억 달러(약 57조~215조 원)라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SFVegas 2026 컨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가 기업 CLO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화두였다고 합니다. CLO 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를 뒤지면서 "AI한테 먹히는 대출이 얼마나 들어 있지?"를 확인하고 있는 거예요.

(계속해서)Image
Feb 16 4 tweets 2 min read
밈이 운동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은 보통 누군가가 죽을 때 옵니다.

Dark Woke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트럼프가 하는 거 우리도 하자. 기존의 예의와 규범으로는 관심경제의 끝판왕인 트럼프를 같은 세팅에서 이길 수 없으니, 공격성과 직설적 화법으로 미디어 공간을 점유하자."입니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게빈 뉴섬(민주당 대선 후보 주자)의 공보실 계정이트럼프를 겨냥해 "Good night, little piggy(잘자라, 아기 돼지야.)"라고 올립니다. 주지사 공보실이요.
이유가 뭘까요? Defense의 시간은 지났고, 이제 Offense를 해야 대선 후보가 되기 때문이죠.
Feb 9 4 tweets 2 min read
트위터에서 욕먹지 않고, 적당히 바이럴 터지며, 잘 사용하려면 아래 세가지를 하면 됩니다.

첫째, 여러 삶의 사람들이 소화하기 좋은 쉬운 이야기를 던집니다.
둘째, 아주 두꺼운 글 한 편으로 논문급 디펜스를 칩니다.
셋째, 층위를 아주 납작하게 심플하게 이야기 하면 됩니다.

더 자세히 써보면 퍼블릭 트윗을 한다는 건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당파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퍼블릭에 노출되는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세계관을 내보이는 것인데, 이게 어디서 어떤 방향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정치인의 발언이 왜 신중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유권자에게, 반대당에게, 외국 정부에게, 미래의 역사가에게 동시에 읽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에서 퍼블릭으로 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로워 500명에게 쓴 글이 리트윗 한 번으로 50만 명에게 닿습니다. 그 50만 명은 나의 맥락을 전혀 모릅니다. 280자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그 판단 위에 한 마디를 얹습니다.

사담을 하든, 내 직업 이야기를 하든 상관없습니다. 조각 콘텐츠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순간, 그 글은 내 손을 떠납니다. 내가 던진 조각이 누구의 타임라인에서 어떤 맥락과 만나 어떤 의미를 획득할지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Feb 8 6 tweets 1 min read
슈뢰딩거의 혐오: "농담인데요, 왜 진지해요?"
혐오 커뮤니티의 언어를 보면 아이러니 문법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은 “농담”입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발언조차도 meme이고, 드립이고, just trolling일 뿐입니다. 말의 표면에는 언제나 웃음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아이러니 층은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첫째는 방어막입니다.
누군가 “이거 인종차별 아니야?”라고 지적하는 순간, 즉각적인 반격이 가능합니다. “농담도 못 알아들어? 왜 이렇게 진지해?”라는 한마디로요. 이때 구도는 뒤집힙니다. 혐오를 문제 삼은 사람이 유머 감각 없는 인간, 분위기 망치는 사람, 혹은 검열자처럼 조롱당합니다. 공격받던 쪽이 가해자가 되고, 비판자가 방어자가 됩니다.
Feb 7 18 tweets 5 min read
사람이 하는 일이면, 사람의 마음이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이사, 웨딩 촬영, 배달, 식당.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사람이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면, 그 사람의 상태가 결과에 영향을 줘요. 이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인간이 하는 일에서 감정은 옵션이 아니라 품질 변수입니다.

이사 기사님 컨디션 좋으면 → 내 짐 더 조심히 다뤄줍니다.
배달 기사님 하루가 괜찮으면 → 음식 기울지 않게 더 신경 씁니다.
인테리어 시공팀 분위기 좋으면 → 마감 디테일이 달라집니다.
Feb 7 16 tweets 4 min read
이사, 웨딩, 배달, 인테리어 시공. 이 시장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가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25평 포장이사인데 업체마다 견적이 5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벌어져요. 소비자는 "적정 가격"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으니까요. Image 둘째, 서비스 품질의 최저 기준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삿짐이 파손돼도 보상 절차가 까다롭고, 웨딩 촬영이 기대 이하여도 다시 찍을 수 없고, 시공 후 하자가 생겨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된다"는 바닥이 없어요. Image
Jan 20 11 tweets 3 min read
[오늘의 지식 6화]
PC주의는 돈이 정말 안될까요? 천만에요.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흥행에 실패했을 때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거봐, PC(정치적 올바름) 묻으니까 망하잖아."라고 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게 아니라, 아예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진단입니다.
<타래에서 계속됩니다> Image 1. PC함은 똑똑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돈에 360도 돌아있는 미친놈들의 집단인 기업에서 시장 점유율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계산기를 수천 번 두드려보고 제품과 광고에 소수자를 등장시킨 것입니다.
Jan 19 5 tweets 4 min read
【오늘의 지식 4편】
반지성주의로 2,000억넘게 번 사람에 대해 알려드릴께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기네스 펠트로 입니다.
팰트로의 사이비 과학 브랜드 GOOP의 가치는 6,000억원($433m)이고, 30%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24년 11월 투자 기준)

팰트로가 어떻게 이런 기회를 잡게 되었을까요?
아래 글을 다 읽으시면 이런것들을 알수 있으십니다.

1. 기네스 팰트로가 의료 시스템 붕괴에서 얻은 기회
2. 우주 에너지가 담긴 스티커를 파는 기네스 펠트로 사업체
3. 구프가 비판을 받을 때마다 기네스 팰트로가 빠져나가는 방식

<타래입니다.>
앞으로 미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헛소리들을 조목조목 알려드릴께요! 관심있으시면 RT+팔로우 해주세요. 👀Image 1. 미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에 따라, 대체 의학이 발전했습니다.

도대체 왜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사람들은 의사의 처방전보다 유명 배우의 블로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을까요?
⍟ 팰트로의 비즈니스 GOOP은 블로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x.com/geopolythink/s…

과거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 강단에 선 교수, 뉴스 앵커들을 믿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이게 맞다"고 하면 우리는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책임없이 연 SNS시대 때문에 모든게 망가졌습니다. SNS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조차, 비전문가들이 올리는 글들과 같은 층위에서 소비 되어서 그렇습니다.

환자들은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유튜브와 구글과 네이버에 먼저 검색합니다. 불안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건조하게 말을 전달합니다. 유튜브보다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에 환자들은 불안합니다. 확실함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기네스 팰트로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현대 의학은 질병은 기가막히게 잘 치료하지만, 환자는 제대로 치유하지 못합니다. 진료 벨트위에 서있는 환자의 고통은 그저 데이터 값으로 치환됩니다. "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라는 말이 사실이더라도, 여전히 몸이 아프고 무기력한 환자에게는 폭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때 기네스 팰트로가 등장합니다. "나도 너처럼 아팠어. 의사들은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봤어."

사이비 종교가 힘든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듯이 공감의 언어로 현대 의학이 '근거 없음'이라고 폐기해버린 대안 요법, 영적 치유, 동양의 신비주의를 가져와서 "혹시 모르잖아? 한번 해볼래?"라고 권유합니다.

<계속>Image
Jan 19 6 tweets 3 min read
⦇알면 어디선가 써먹기 좋을 지식 3편⦈
캐나다 알버타 주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고 싶어 한다고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때문입니다.

오늘 글을 다 읽고 나면,
1. 저커버그와 캐나다 알버타의 독립청원의 연관관계.
2. 저커버그가 캐나다에서 뉴스를 없앤 이유
3. SNS 플랫폼이 쓰레기가 되는 이유
4. 공론장이 사유화되고, 알고리즘이 진실을 대체했을 때 생기는 것
에 대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타래>Image 1. 저커버그와 캐나다 알버타 독립 청원의 연관관계
원트의 영상은 캐나다 알버타 주의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입니다. 테이블링 예약을 안받아서, 맛집 웨이팅하는 줄이 아니라, 알버타 독립 국민청원에 서명하려는 줄입니다.

알버타 인구가 약 170만 명이니, 한국으로 치면 전라북도 전체가 "우리 이제부터 미국 할래!"라고 들고일어난 셈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제적 소외감이나 트뤼도 총리에 대한 반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길에 기름을 콸콸 들이 부은 건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정보의 진공상태를 만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팩트가 사라지면 음모론과 혐오, 그리고 자극적인 선동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진공 상태를 만든 사람은 메타(Meta)입니다.

⍟ 참고로 저커버그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60%에 가까운 메타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공론장을 사유화했을 때 벌어지는 재난인셈이죠.
Jan 18 4 tweets 4 min read
우유 마시는 게 인종차별이라니, PC(Political Correctness)충들의 망상 아닌가요? 라는 코멘트와 뇌피셜이라는 분들과 새로운 지식을 알면 도움 되실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해서 글을 써봤습니다.
짧은 트위터 글로 쪼개서 쓰려니 좀 짜증나서, 그냥 일론 머스크한테 결제하고 시원하게 적습니다.

🥛생우유(Raw Milk)가 어쩌다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 되었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회 현상은 '점'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되어 있죠.
실제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우유를 '정치적 도구'로 쓰고 있는 이유들과 그에 따른 사회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딱 세 가지, '혐오의 빌드업' 과정을 알게 되실 겁니다.

1.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왜 우유 심볼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2. 그리고 저 사람들이 어떻게 기존 제도의 틈을 파고 들어갔는지.
3. 생우유(Raw Milk)와 반(反)지성주의가 끔찍한 혼종이 되었는지.

1.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우유 심볼의 연결고리
먼저 소스부터 드리고 들어갑니다. 뉴욕 타임즈(NYT)라서 못 믿겠다면, 가디언지나, 아니 진짜 본인 유튜브 알고리즘 망가뜨릴 자신 있으시면 틱톡 들어가서 직접 찾아보세요.

Source 1: "Why White Supremacists Are Chugging Milk" (NYT, 2018)
Source 2: "Milk is the New Symbol of Hate" (The Conversation, 2017)

2017년,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가 기획한 반(反) 트럼프 예술 퍼포먼스 "He Will Not Divide Us" 현장에 네오나치와 알트라이트(Alt-right) 사람들이 난입했습니다. 얘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우유 갤런 통을 들고 춤을 추며 몸에 붓고 마셔댔습니다.

도대체 왜? 뼈 튼튼해지라고?
그러면 좋겠는데, 우유를 선택한 이유는 '유당 분해 능력' 때문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특히 아시아인, 아프리카인)는 성인이 되면 유당을 소화하지 못합니다(유당 불내증). 반면, 북유럽계 백인들은 진화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유당을 분해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생물학적 차이를 "백인의 우월한 유전자" 의 증거로 삼았습니다.

"너네는 이거 못 마시지? 배 아프지? 우리는 마셔도 멀쩡해. 그러니까 우리가 더 진화된 인종이야."

얼마나 유치하고 1차원적인 논리입니까?
그런데 저 사람들은 진지합니다. 온라인 포럼에서는 우유 소화 능력 지도를 공유하며, "우유를 못 마시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If you can’t drink milk, you have to go back)"라는 같은 혐오 표현을 밈(Meme)으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저기 프로테스트에 나와서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즉, 우유 자체가 인종차별적인 게 아니라, 우유를 '순혈주의의 상징'으로 바꿔버린 그룹들이 존재한다는 것. 이게 첫 번째 맥락이죠.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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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도의 틈을 파고든 '식품 정의'의 왜곡필드

자, 이제 시선을 조금 더 깊게, 구조적 맥락으로 옮겨보겠습니다.

2017년 캘리포니아 주립대 롱비치 캠퍼스 학보(Daily 49er)에 실린 "우유는 새로운 증오의 상징인가?"라는 사설이 엄청난 악플 테러를 받았습니다. "숨 쉬는 공기도 인종차별이라 하지 그러냐"는 식의 비아냥이었죠.

(위에 첨부된 댓글들 보셨죠? "숨 쉬는 공기도 인종차별이라 하지 그러냐"는 식의 비아냥들 말입니다.)

하지만 안드레아 프리먼 교수 등의 연구를 보면, 여기엔 정책적 맹점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하루 3잔의 우유"를 권장했습니다.
국민 건강?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진짜 이유는 '잉여 우유 처리'와 '낙농업계 로비' 때문이었습니다. 정부는 학교 급식과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WIC)에 우유를 강제하거나 과도하게 포함시켰습니다.

문제는 흑인, 아시아계, 원주민의 70~90%가 유당불내증이라는 겁니다.

소화도 못 시키는 인구 집단에게, 산업 논리로 우유를 강요하는 시스템. 학계에서는 이를 비판하며 제도적 인종차별(Institutional Racism)과 식품 정의(Food Justice)를 이야기한 겁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아주 영악하게 이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정부가 억지로 먹이는 게 아니야. 너희 유전자가 열등해서 못 받아먹는 거지."라며 약자들을 조롱하는 도구로 쓴 겁니다.

이 복잡한 맥락을 다 자르고 "우유 마시면 인종차별주의자래 ㅋㅋㅋ"라고 소비하는 건, 너무나 게으른 태도입니다.Image
Jan 17 10 tweets 2 min read
오늘의 잡지식.
미국에서 살균처리 안한 생우유가 유행하는 이유는 유기농, 자연주의, 힙스터 감성 때문 아닙니다. 그 밑에 깔려있는 건 레이시즘 때문이에요.

“자연으로 돌아가자”가 아니라 “우리는 우월하다”는 정치적 신호에 가깝습니다. 네, 진짜로요. (띠용) 미국 알트라이트나 백인 우월주의 진영에서는 생우유를 “우리는 진화했고, 유색인종은 미개하다”는 증거물처럼 소비하고 있어요. 음식 선택으로 보여주는 정체성 선언인셈이죠.ㅋㅋ
건강 담론인 척하지만, 실상은 인종주의 패션 아이템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