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 / 누해 Profile picture
영화를 만들고 글 쓰는 통 속의 뇌.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단편 영화 〈닫힌 세계와 그 친구들〉(2022), 도서 《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2024) & To be continued! 협업 제안 및 공적인 연락은 nuhae@inleminati.com 로 부탁드립니다.

Nov 20, 2020, 14 tweets

미야자키 하야오 얘기 그만하려 했는데 팔로워가 배로 늘어났고 늘어난 팔로워분들은 지브리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거란 생각에 오래간만에 지브리 영화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해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형적인 ‘노력하는 천재’로 초기작들을 보면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많이 따왔습니다. (독창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영향을 미친 작품은 뫼비우스의 <잉칼>입니다.

이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알게 된 뫼비우스는 ‘일본에서 자기 정통성을 이은 자가 나왔다’며 환영했고, 딸의 이름을 ‘나우시카’로 지었다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쇠퇴해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도 그런 모티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마녀는 대를 이어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묘사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습니다. 키키만 해도 ‘하늘을 나는 거’ 외의 재능은 없죠. 과거와 달리 마녀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사실 <이웃집 토토로>가 성공이라고 하기 힘든 결과를 맞은 이후 슬럼프에 빠져 본인은 연출에서 빠지고 후계자 양성에 힘을 쓰려 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도 신인에게 맡기려 했던 작품이고요.

하지만 신인이 작품 진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녀 배달부 키키>를 떠맞게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제작되었습니다. 결국 등 떠밀려 만들게 되었지만 이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키키에게 힘을 주는 화가의 이름은 ‘우르슬라’, 우르슬라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장 존경한다 밝힌 판타지/SF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오마주입니다. <어스시의 마법사>로 가장 유명한 작가기도 하지요. 캐릭터 디자인도 젊은 시절의 어슐러를 빼다 박았죠.

<모노노케 히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코다마 하나. 이 코다마가 훗날 <토토로>가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오랜 동료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미야자키 하야오가 수용했다고 하네요.

사슴신이 어째서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미야자키 하야오만이 알겠지만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마천의 서기에는 ‘진나라가 사슴을 놓치자 천하가 사슴을 쫓았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진시황에 대한 평이죠. 여기서 사슴은 ‘불로불사’의 은유리자 ‘권력’을 뜻하기도 합니다.

사슴신을 뒤쫓는 배후에는 사실 ‘천황’이 있습니다. 에보시가 대놓고 ‘미카도(덴노의 별칭)’를 언급하는데, 일본의 국왕이 신을 죽이고 그 신성성을 얻어 신이 되려고 하는 것이 <모노노케 히메>에 숨겨진 배후인 셈입니다. (그리고 왕은 사슴신을 죽이는데 기어코 성공하긴 합니다.)

이런 배경에는 무로마치 시대(하극상이 난무했던 시대) 이해 등이 필요합니다만... 우리는 거기까지 파고 들 필요는 없겠죠.

<모노노케 히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일본의 소수민족 ‘아이누족’의 기원 설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흰 개(늑대)가 인간에게 시집을 와서 자식을 낳으니 곧 아이누 족이 되었다는 것인데 한국으로 치면 단군 설화 쯤 되겠네요. 이걸 미야자키 하야오가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하여 영화로 옮긴 것.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사의 전면 부정이기도 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야마토족이 아이누족을 토벌하면서 영토를 넓혀온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야마토족에게 밀린 소수민족들의 관점’에서 일본사를 다시 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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