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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공은 아닙니다. 아마도 언어도요. 비티라고 부르세요. 번역도 해요. 청탁도 받습니다. 트위터가 멸망한 세계관을 위한 비상 연락망입니다 https://t.co/1qw2Qa05Np kimjaehyun1352@gmail.com

Mar 8, 2023, 10 tweets

<조선시대 워라벨>

조선의 임금이 매일 고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5시에 일어나 1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럼 조선시대 공무원의 업무 시간은 어떠했을까요?
이들에게도 워라벨에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했습니다.
일단 관리들의 출퇴근시간을 봐봅시다.

조선은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였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랐죠.

경국대전에 따르면
평상 시에는 묘사유파라고 하여 묘시(5시~7시) 동안 출근하여 유시(17시~19시)에 퇴근하였으며,
해가 짧은 계절에는 진사신파라고 하여 진시(7시~9시)에 출근하여 신시(15시~17시)에 퇴근했습니다.

때문에 묘사유파 때는 최소 10시간, 최대 14시간 동안 근무하였으며,
진사신파에는 최소 6시간 최대 10시간 동안 원하는만큼 근무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평소엔 기본적으로 12시간 정도 근무했으니 실로 탄력근무제죠.

또 자율출퇴근이라고 설렁설렁 일했다간 인사평가가 박살나 좌천당했고요.

그럼 조선시대의 휴일은 어떠했을까요?

현대처럼 주5일근무제가 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삼가일이라 하여 매달 3번의 휴일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었습니다.

또한 상사(3월3일), 중오(5월5일), 중양(9월9일)에도 쉬었죠.
이외 단오나 칠석, 동지 같은 날도 규정엔 없지만 공휴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에도 휴가는 있었습니다.

급가라고 하여 혼례를 치루거나 상사가 있는 경우,
아내나 처부모의 기일,
혹은 부모님을 뵙거나 간병 등 여러 사유로 유급 휴가가 나왔습니다.

부모, 친척, 외가 제사일에 2일에서 5일,
상을 치룰 때 7일에서 30일,
간병을 갈 때 30일에서 70일의 휴가를 받았죠.

이런 휴가는 정기적인 휴가로 연 1회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았습니다.
2년에 2번의 급가를 보장하여
총 2년에 3번의 휴가를 지급했죠.

이외 침을 맞거나 목욕을 할때도 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왕실에 경사나 국장이 있을때도 쉬었으니,
조선 관리는 매년에 50일 정도 쉬었을겁니다.

길게는 100일 넘게도 쉴 수 있었겠죠.
이렇게 계산하면 현대한국과 비슷합니다.

조선의 경우 결근일을 세는 것보다 출근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가가법이라하여 6품 이하 참하관은 450일,
6품 이상 참상관은 900일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죠.

이는 오히려 근무일수가 생각보다 적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란 생각도 듭니다.

숙종실록에
출퇴근은 법으로 지정한건데,
이를 관리들이 지키지 않아,
출퇴근 제대로 안하면 처벌하겠다는 대목도 있고요.

물론 야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천당의 <시필>에는
술병나 죽을거라 말하는 지인에게 넌 야근하다 과로사할거라 말하는 구절이 나오죠.

뭐 그럼에도 누군가는 쉬었겠죠.

이렇게 휴일엔 쉬고 휴가도 받으면,
남은 시간엔 저희가 아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는 관리도 있었고,
불타는 퇴근과 함께 승전놀음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금(이를테면 정조)한테 잡혀서 강제로 회식을 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워라밸이겠죠.

생각해보면 워라밸이란 건 실존하기보단 노력하는 것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야근을 했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오후를 위해 퇴근해 술을 마시며 글을 적기도 했죠.

저희가 보는 그림 속, 네모난 사방관을 쓴 사대부들의 풍류가 바로 조선의 워라밸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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