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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8, 2023 10 tweets 4 min read Read on X
<조선시대 워라벨>

조선의 임금이 매일 고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5시에 일어나 1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럼 조선시대 공무원의 업무 시간은 어떠했을까요?
이들에게도 워라벨에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했습니다.
일단 관리들의 출퇴근시간을 봐봅시다. Image
조선은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였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랐죠.

경국대전에 따르면
평상 시에는 묘사유파라고 하여 묘시(5시~7시) 동안 출근하여 유시(17시~19시)에 퇴근하였으며,
해가 짧은 계절에는 진사신파라고 하여 진시(7시~9시)에 출근하여 신시(15시~17시)에 퇴근했습니다. Image
때문에 묘사유파 때는 최소 10시간, 최대 14시간 동안 근무하였으며,
진사신파에는 최소 6시간 최대 10시간 동안 원하는만큼 근무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평소엔 기본적으로 12시간 정도 근무했으니 실로 탄력근무제죠.

또 자율출퇴근이라고 설렁설렁 일했다간 인사평가가 박살나 좌천당했고요. Image
그럼 조선시대의 휴일은 어떠했을까요?

현대처럼 주5일근무제가 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삼가일이라 하여 매달 3번의 휴일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었습니다.

또한 상사(3월3일), 중오(5월5일), 중양(9월9일)에도 쉬었죠.
이외 단오나 칠석, 동지 같은 날도 규정엔 없지만 공휴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Image
조선에도 휴가는 있었습니다.

급가라고 하여 혼례를 치루거나 상사가 있는 경우,
아내나 처부모의 기일,
혹은 부모님을 뵙거나 간병 등 여러 사유로 유급 휴가가 나왔습니다.

부모, 친척, 외가 제사일에 2일에서 5일,
상을 치룰 때 7일에서 30일,
간병을 갈 때 30일에서 70일의 휴가를 받았죠. Image
이런 휴가는 정기적인 휴가로 연 1회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았습니다.
2년에 2번의 급가를 보장하여
총 2년에 3번의 휴가를 지급했죠.

이외 침을 맞거나 목욕을 할때도 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왕실에 경사나 국장이 있을때도 쉬었으니,
조선 관리는 매년에 50일 정도 쉬었을겁니다. Image
길게는 100일 넘게도 쉴 수 있었겠죠.
이렇게 계산하면 현대한국과 비슷합니다.

조선의 경우 결근일을 세는 것보다 출근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가가법이라하여 6품 이하 참하관은 450일,
6품 이상 참상관은 900일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죠.

이는 오히려 근무일수가 생각보다 적었음을 보여주는 Image
방증이란 생각도 듭니다.

숙종실록에
출퇴근은 법으로 지정한건데,
이를 관리들이 지키지 않아,
출퇴근 제대로 안하면 처벌하겠다는 대목도 있고요.

물론 야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천당의 <시필>에는
술병나 죽을거라 말하는 지인에게 넌 야근하다 과로사할거라 말하는 구절이 나오죠. Image
뭐 그럼에도 누군가는 쉬었겠죠.

이렇게 휴일엔 쉬고 휴가도 받으면,
남은 시간엔 저희가 아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는 관리도 있었고,
불타는 퇴근과 함께 승전놀음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금(이를테면 정조)한테 잡혀서 강제로 회식을 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워라밸이겠죠. Image
생각해보면 워라밸이란 건 실존하기보단 노력하는 것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야근을 했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오후를 위해 퇴근해 술을 마시며 글을 적기도 했죠.

저희가 보는 그림 속, 네모난 사방관을 쓴 사대부들의 풍류가 바로 조선의 워라밸아닐까요?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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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2
대충 일본에서 인도인 요리사한테 인도인이냐는 말 들은 썰

전 인도요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도 5끼 정도는 인도 요리집을 찾아가서 '외국의 인도 요리'를 맛보고,
친구집에서 직접 커리를 해먹는 그런 인간입니다.

2023년, 일본으로 여행을 간 저도 별반 다름은 없었습니다.
인도는 표면적만 남한의 33배,
인구는 10억명입니다.
통용되는 언어만 10개가 넘어가는 나라입니다.

인도 요리는 지역별로 나눠서 좋아해도
'전국팔도 모든 집안의 김치맛을 다 보겠다'는 말과 비슷한 다양성을 지닙니다.
오늘 먹은 비리야니의 쌀알수만큼의 요리가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죠.
당연히 인도 요리를 즐기는 사람도 그만큼 다양하고
그 중에는 인도요리 먹을때마다 터번을 쓰는 사람이나
선반을 열면 우람한 향신료 통과 함께 가람 마살라를 비율별로 배합해 준비해두는 사람,

저처럼 '인도의 공영어로 메뉴 주문을 못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과격파가 있습니다.
Read 14 tweets
Sep 14, 2024
<싱글벙글 2024 이그노벨상>

올해도 어김없이 이그노벨상은 제34회란 이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느슨해진 석학들의 유머감각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10개의 위대한 연구가 더운 2024년 가을을 빛내주고 있네요.

그럼 인류 지식의 보고와 학술적 유머 감각의 한계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Image
먼저 통계학상입니다.
네덜란드 외 6개국의 합동 연구진 50명은
동전을 던지면 처음 집어든 면과 같은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근소하게' 높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동전을 350,757번 던졌다고합니다.
대학원생분들께 무척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arxiv.org/abs/2310.04153
Image
생리학상은 포유류가 항문으로 호흡할 수 있음을 발견한 일본-미국 연구팀에게 돌아갔습니다.
또 인간의 항문 호흡이 임상 진행 중이라네요.

코로나 유행 당시 인공호흡기 부족으로 고통받는 호흡부전 환자를 보고 시작한 연구라고 합니다.

좋은 연구 감사합니다!

doi.org/10.1016/j.medj…
Image
Read 12 tweets
Jul 19, 2024
<조선의 과학수사>

정조 16년(1792) 봄,
지방에 살던 김 영감이 죽어있다는 하인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하인은 영감 아들에게 음식을 전해주고 돌아온 저녁, 목을 멘 김 영감을 발견했습니다.

자살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 내리기엔 찝찝합니다.
그럼 조선의 방식으로 수사를 해봅시다. Image
사건이 접수되면
관할 수령이 사람을 검시에 참여하는 응참각인應參各人을 대동합니다.
기록을 하는 사리司吏
의학적 자문을 하는 의생醫生,
현장을 경비하고 심부름을 하는 항인行人
그리고 시신을 직접 만지는 오작仵作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현장에 도착해 출발일시와 참여자를 기록하죠. Image
이외에도 이웃 사람과 용의자, 목격자를 데리고 현장에 갑니다.

현장에 모였으니,
주위 인물들에게 이 사람이 김 영감이 맞는지 확인을 받습니다.
또, 하인이 집에 없던 사흘 동안 김 영감을 찾은 사람들에 대해 진술을 구했습니다.

박 영감, 오 신선, 한 의원
이렇게 3명의 사람이 오갔다하네요. Image
Read 26 tweets
Jul 5, 2024
미감, 내지는 미학이라는 가치는 많은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큰 착각을 일으키곤 합니다.
모든 사회에서 미美가 같은 방향을 추구할 것 같은 오해가 대표적이죠.

미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고전 한국 문학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문학의 수준이 낮고 재미없다는 것입니다.

설령 정철이 <관동별곡>으로 임금에 대한 사모심이나 드러내는 동안,
영국에선 셰익스피어가 4개 비극, 5대 희극을 적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때문에 조선의 문학은 수준이 낮다는 것이죠. Image
혹자는 조선 문학은 배울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대단한 글이었다면 이미 전세계에서 번역되어 읽혔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사람이 한국 고전문학을 재미없다고 느낄 겁니다.

다만 그 까닭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문학적 미가 그 당시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Image
Read 22 tweets
Jul 3, 2024
무척 아름다움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허나 타 예술을 비하하기 위한 도구로써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꽤나 불유쾌할 뿐더러,
예술의 함의를 매몰시킵니다.
요컨대 예술을 즐길 수많은 방법을,
시각적 비교로 납작하게 압축시켜버린단 겁니다.

단적으로,
이 그림의 이름을 아시나요?
Image
이 그림은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입니다.

목판화며,
<후카쿠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이란 풍경화 시리즈입니다.
이름은 후카쿠 36경이지만, 엄청난 인기로 10점의 작품이 추가 제작되어,
실제로는 46점의 작품이 존재합니다.
후카쿠富嶽는 후지산의 이명입니다. Image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후카쿠삼십육경>은 여러 지역에서 본 후지산을 그린 풍겨화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는 후지산이 그려져있습니다.
빨간 원 안에 있는 것이 후지산입니다.

즉, 이 그림의 주인공은 엄밀히 말하자면
파도가 아니라 후지산입니다.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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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3, 2023
<흉기 난동 시 행동 강령>
흉기를 든 괴한을 마주쳤을 시,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며,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은 가능한 빨리 뛰어 도망가는 겁니다.

소지품은 버리고,
손이 잘 보이도록 뛰어서 탈출로를 찾아 대피해야합니다.
이후 112와 119에 신고합니다.

허나 탈출이 불가능한 경우, Image
괴한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야합니다.
이 경우 입구를 잠구거나 가구를 밀어 입구를 막아야합니다.

또한 휴대 전화를 무음 모드로 바꿔 소음을 최소화해야합니다.
이 경우에도 경찰이나 소방서에 상황을 알려야하지만
만약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는 전화가 연결된 상태로 음소거하여야합니다. Image
작금의 범죄는 대개 무차별적인 살상으로 방향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때문에 잠긴 문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여 안전을 확보하였다면,
위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경찰에 신고하여 최대한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야합니다.
전화를 끊어서는 안됩니다.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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