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유투브를 보다가 "일본 사람들은 왜 우리가 자기네를 알아서 돕는게 당연하다고 여기는거?"라고 물었습니다.유투브의 일본 댓글 반응에서 그런 내용이 자주나와서 그렇겠죠. 사실 이 점은 한국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반응일지도 몰라요. "왜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여기는거?"라고 말이죠.
물론 일본의 모든 반응이 그런건 아닙니다.하지만 그런 반응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죠.
그럼 왜 일본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돕는건 당연"이라는 반응이 나올까?그건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한국을 '가신의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봅니다.더 정확히는 한국은 일본보다 '낮은 자리의 나라'인거죠.
일본의 '자리'라는 개념은 계급이나 현재의 지위 같은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굳이 말하면 신화시대에서 결정된 무언가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겉에서 보는 일본 역사에선 별로 드러나지 않는 계급 "공가"입니다.공가란 천황을 모시는 신하 가문을 뜻합니다.
'공가'라는 이들은 굳이 말하면 신의 후손인 천황과 함께 내려와서 그를 보필하는 존재들.단군 신화로 말하면 환웅과 함께 내려온 풍사,우사,운사 같은 이들의 후손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들은 대대로 천황을 곁에서 모시고 보필했으며 그들 나름대로 권력 투쟁을 했죠.근데 실제 권력은?
오닌의 난 이후 일본의 권력은 한때 용병이나 다를바 없던 무장 집단, 사무라이, 다이묘에게 넘어갑니다. 이후 지금까지 그들의 후손이 일본의 권력을 쥐고 흔들고 있죠.
그럼 공가는? 공가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천황과 같이 교토에서 놀고 먹었습니다.항상 풍족한건 아니었고 힘들기도 했지만요.
사무라이, 전국 다이묘가 등장하면서 권력은 공가의 손에서 벗어나지만,공가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천황의 곁에 있는 자신들만이 일본을 다스리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죠.왜냐하면 공가들이 보기에 다이묘는 일시적으로 권력을 얻은 벼락부자 같은 존재니까요.
놀랍게도 무력과 권력을 지닌 전국 다이묘도 공가를 무시하지 않았어요.아무리 권력이,무력이 강해도 사무라이들은 공가에 비하여 '자리가 낮은 존재'입니다.그건 절대로 바뀔 수 없어요.
일본에서 '낮은 자리의 사람'은 '높은 자리의 사람'을 모시는게 당연합니다.지금은 거지꼴이어도 상관없어요.
그래서 '공가'는 오닌의 난 이후 역사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실제로 일본 역사의 중심에 존재했습니다.결정을 낼릴 권한도 권력도 없었지만,일본의 중심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힘들때는 다이묘들이 알아서 돕는게 당연했습니다.
공가들은 절대로 다이묘에게 '부탁'하지 않습니다.
공가들이 다이묘에게 손을 벌릴 때는 단지 이렇게 이야기하면 되죠.
"이번에 아들이 성례를 하게 되었네.가문의 후계자이니만치 큰 규모의 행사가 필요하겠지."
그럼 다이묘들은 알아서 돈을 바치며 행사를 후원하기로 합니다.대신에 한마디 정도 하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쪽에서..."
물론 이처럼 노골적인 부탁은 공가에게 실례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죠.보통은 선물을 받은 공가쪽이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렇게나 생각해주니 고맙구만. 그런데 요새 뭔가 힘든 일이 있나?"
뭔가 부탁을 받게 된 공가는 절대로 자기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들에게 언지시 이야기하는걸로 끝
공가의 우위는 권력이나 재력이나 무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단지 원래부터 정해진(것이라고 일본에서 믿는) '자리'에서 나옵니다.이건 계급과도 관련없습니다.굳이 말하면 출신이지만 역시 뭔가 다르죠.인도의 카스트제도와도 다릅니다.중요한 건 이 '자리'에 따라 명분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명분과 실제는 근본적으로 틀립니다.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명분은 가질 수 없습니다.여기서 생겨난 시스템이 '막부'입니다.
권력을 쥔 사무라이들이 자신들이 통치하는데 정당성을 얻기 위한 체제.
흔히 '천황 대신에 통치하지 위한 체제'라고 생각하는데,그렇지 않습니다.천황은 그냥 장식.
천황은 신의 자손(천손)이기에 속세의 일과는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속세인들에게 함부로 말을 해도 안 되죠.속세와 천황을 연결하는게 바로 '공가'.현재 일본의 궁내청이라는 기관이 바로 과거의 공가의 후예입니다.
이번에도 올림픽과 관련해서 천황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죠.
"천황께서 불편하다"
막부란, 공가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권력을 장악하고자 만든 사무라이의 조직입니다. 권력의 핵심이라 교토에 거처나 공관을 마련했지만, 천황과 공가가 거주하는 곳과는 거리가 있었죠. 천황을 직접 만나서 뭔가 하거나 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앞서말했듯, 천황은 '아랫것'과 상통하면 안되니까요.
권력은 사무라이가 쥐었지만,명분은 공가에게 있는... 이런 체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듭니다.가령 영국에선 공가란 조직이 없었죠.권력을 쥔 귀족이 왕의 신하이자,영국의 중심이었으니까요.
이런 공가와 사무라이의 관계, '한번 정해진 자리(명분)은 바뀌지 않는다.'가 일본 문화의 바탕입니다.
자리의 개념은 공가와 사무라이에서만 정해지지 않습니다. 공가 사이, 사무라이 사이에서도 정해지죠. 여기서 '한번 다이묘면 계속 다이묘, 한번 가신이면 계속 가신'이라는 관계가 정해집니다.그리고 이 체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죠.아직도 다이묘 가문과 가신 가문이라는게 존재합니다.
공가와 다이묘라는 체제에 반발한 사람은 있었죠.우선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 공가가 있었지만, 상당 수의 공가는 '속세의 권력이 어떻든 나는 다이묘보다 위'라고 생각했기에 무시했죠.심지어 굶어죽기 직전에도 명분은 자기에게 있다고 여겼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문제는 권력을 쥔 다이묘입니다.당연히 공가의 오만함에 반발했죠.
대표적인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입니다.그는 공가의 권위, 자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했습니다.결국 미츠히데의 반란으로 몰락했는데,사실 여기엔 일본의 전통(자리와 명문)을 지키려는 뜻이 있었을 겁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다른 정책을 취합니다.그는 사무라이도 아니고 농민 출신. 자리는 가장 천하죠. 그래서 그는 공가를 잘 매수하여 족보를 위조합니다. 자신이 사실은 공가였다고 한 거죠. 관백이라는 직책도 이 과정에서 선택한 겁니다.히데요시의 권력이 유지된건 '공가'라는 자리덕분도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다른 방법을 택하죠.다이묘 가문 중에는 -오다보다도- 전통있고 공가에 가까운 가문 출신인 그는 천황과 공가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여느 막부와 달리 교토에서 멀리 떨어진 에도(도쿄)에 관저와 거처를 마련합니다.그로 인해 교토는 권력에서 멀어졌죠.
하지만, 교토인들은 자신들이 에도보다 높은 자리라고 생각했고.그 의식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합니다.
한 만화에서 도쿄에서 여행온 주인공들에게 교토의 료칸 주인이 말하죠.
"먼 시골에서 오셨군요."
실제로 이렇게 말하진 않겠지만,'한번 정해진 자리는 바뀌지 않는다'란 의식을 잘 보여주죠.
다시 돌아가 봅시다.일본인에게 '자리'란 '사람의 높낮이'를 뜻합니다.그리고 이건 한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습니다.
낮은 자리의 사람은 높은 자리의 사람을 공경해야 하며, 알아서 모셔야 합니다.
일본의 일부 사람에게 한국은 '일본보다 낮은 자리'입니다.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존재'라고 국민들에게 말했으며, 특히 조선과의 '자리 관계'를 바꾸는데 주력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조선보다 아래의 자리였던 만큼 이 상황을 바꾸는 게 중요했습니다. 아니면 조선을 침공할 수 없거든요. 그건 하극상이니까요.
결과적으로 현재 일본의 일부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의 아래 자리이며, 굳이 말하면 가신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본의 관습상 가신인 한국이 일본을 돕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도 일본이 도와달라해서가 아니라 알아서 도와야 하는 거죠. 일본이 베풀어서? 아니 그냥 그런 겁니다.
이런 인식에서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돕는 건 떠벌릴 게 아닙니다.동 일본대지진 때 한국이 지원한걸 일본에서 잊었다고 하는데, 일부 사람에겐 그건 잊어버리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잊지 않았더라도 낮은 사람인 한국이 한국이 꺼낼 얘기가 아니구요. 물론 일부 사람 얘기입니다.
일본에 이러한 본래부터 정해진 자리라는 개념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부라쿠민 차별, 원주민 차별, 이지메 같은 같은 것도 관련이 있죠. 그리고 이 인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가신단 체계가 존재하니까요.'국화와 칼" 책은 지금도 쓸 만 합니다.
일본에 가신단은 애니메이션 썸머워즈에서 잘 나오죠.할머니가 여기저기 전화해서 응원하는 장면. 별로 인상적인 장면은 아닐 거에요. 적어도 한국인에겐. 방해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일본인에겐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죠. 높으신 분 다이묘가 가신에게 직접 격려를 내리다니!,,, 뭐 그런 겁니다
원래부터 정해진 타고난 자리(본분,명분)에 대한 인식은 일본의 여러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물론 모두 그런건 아니죠.다양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매우 복잡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니까요.어디까지나 '한국이 일본을 알아서 돕는게 당연'같은 내용을 볼때만 생각하시면 될거 같아요.
일본이 타고난 자리(본분,명분)를 중시하는건 천황이 '천손'.즉 신의 자손으로 계승되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한국이었다면 단군의 후손이 아직 왕인 느낌?
즉,신화시대가 지속된거죠.카스트와 비슷하며 다른 것도 그 때문.
일본의 이런 체계는 판타지 세계관의 독특한 국가세계관에 활용하기 좋죠.
일본의 '자리(격, 본분,명분...)'이란 개념은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번역할 말이 없어요.그럼 그 자리(격)은 어떻게 따지나.가장 중요한건 출신이죠.여기서 '성씨(가문)'가 중요합니다.
이 가문의 자리(격)은 현재의 권력이나 과거의 업적과는 무관합니다.본래부터 타고난 무언가...
본래부터 타고난 것이고 바뀌지 않기에 일본의 자리(격)은 한국의 개념과 다릅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국격과 일본에서 말하는 국격은 다르며,이런 개념을 가진 일부 일본인이 보기에 한국의 국격은 천만년이 지나도 일본보다 아래입니다.설사 경제규모나 모든게 더 커도 말이죠.
이런 격(자리)에 대한 한 사례.다케다 신켄과 우에스키 켄신 얘기를 해보죠.켄신은 본래 성은 '나가오'. 그가 당시 관동관령직을 갖고 있던(이름만 관동관령이던) 사람을 돕고 그의 성을 받습니다.관동관령이란 자리를 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대대로 관동관령이던 가문이 되었다.'
여기서 켄신은 명분도 얻지만, 자리(격)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라이벌이던 다케다 신켄은 이를 인정할 수 없었죠.그래서 평생 켄신을 '나가오'라고 부릅니다.
왜냐면, 그를 우에스키라고 부르는 순간 자기보다 격이 높은 존재가 되니까요.
일본의 성씨(가문)는 이처럼 자리(격)에 중요한 존재입니다.
일본 창작물에서 성씨(이름)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도 타고난 자리(격)과 관련있습니다.일본의 역사드라마에서 다이묘에게 성씨를 받거나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도 그렇고,'전생하고보니 슬라임이었던 건'에서 마물에 이름을 붙이면 격이 높아지는 것도 비슷해요.
이처럼 일본의 타고난 자리(본분,격)에도 빠져나갈 자리는 있지만,이 경우도 자신의 주군을 무시하면 안됩니다.성씨를 바꿀때는 반드시 주군의 허락이 필요하죠.성씨를 바꾸는건 격을 바꾸고 그 성씨에 얽힌 인연을 끊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때로는 그 자체가 하극상이니까요.
일제강점기의 창씨 개명도 이런 개념에서 보죠.일제가 성씨를 바꾸게 강요한건,성씨가 가진 인연을 끊는다는 점에서 당연한 행위였습니다.어쩌면 '낮고 천박한 조선 성씨를 버리게 해주었으니 은혜'라고 여겼을지도?하지만 조선은 격이 아니라 조상을 공경한다는 점에서 성씨를 소중히 여기죠.
일본에서 백제로부터 문물을 받았다거나 하고 인정해도 고려,조선,한국과는 무관하게 여기는 이도 있습니다.
국제관계상 조선이 위긴해도 격에선 그렇게 여기지 않은 것도 있지만,일본이 보기에 백제,고려,조선은 통치자의 가문이 다른,전혀 다른 나라니까요.이씨조선이란 말을 괜히 쓰는게 아니죠.
'국화와 칼'은 오랜 책이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일본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죠.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 저자는 '은혜'란 개념에 주목했지만,이는 서양의 계약제 봉건제와 비슷해보여서 착각한게 아닌가 해요.
서양의 봉건제는 분명 계약에 의해 서로 주고받는 관계입니다.하지만 일본의 제도는 아니죠.
타고난 자리(격)에 의한 일본 계급제에서 실제론 옹(은혜)을 무시할수없지만,가신이 주군을 따르는건 은혜 때문이 아닙니다.가신이 주군을 모시는건 인간적 매력이나 실리나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자리(격)이 높기 때문이에요.이건 당연한거고.그래서 현재까지 가신단이 존재하는겁니다.
역사적으로도 몰락한 다이묘를 끝까지 따르는 가신들의 이야기가 미담으로 남지만,서양의 계약식 봉건제에서는 찾기 힘들죠.서양의 봉건제에서 주군의 계약 위반은 반란에 충분한 명분이었죠.특히 명예가 강조되면서는 모욕도 반란 명분이 되었죠.하지만 일본에선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선 주군이 가신을 모욕하는 장면을 매우 많이 볼 수 있죠.오다 같은 이는 부하들을 대부분 별명으로 부르며 놀렸으니까요.하지만 이는 반항의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일본의 자리(격) 체계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니.
미츠히데가 '모욕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라는건 조금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타고난 자리(격)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무시하고 맘대로 해도 된다는건 지금도 일본에서 계속됩니다. 블랙 기업이니 파워하라 같은 말의 근원은 사실 지극히 오랜 전통입니다.
중국의 봉건제는 일본보다는 서양의 계약제 봉건제에 더 가깝습니다.유교적 충의 덕목으로 좀더 강화했지만.
정리.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한국이 일본을 돕는건 당연"이란 주장에서 "우리가 너희를 도왔다"라는 근거로 제시되지만,내면엔 "한국은 우리보다 (타고난) 격이 낮은 가신같은 존재이다.너희는 알아서 우리를 도와야 하는 것이 본분이고 그것을 다행스럽고 고맙게 여겨야 한다."란 마음이 있다는 것.
다시 말하지만, 일본이라는 다양한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창작물과 달리 실제 나라는 매우 복잡하니까요.다만 일본에서 유독 자주 드러나는 이런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일본의 창작물과 세계관을 이해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얘기 나온김에 하나만 더.
서양의 왕권 신수설은 '신의 인정'으로 그치면 안됩니다.
"왕의 손은 신의 손"같은 은혜 개념이 더해집니다.단군 신화의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도 비슷합니다.
'귀족의 의무'도 비슷한 면이 있고,'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도 같은 맥락이죠.
일본의 천손강림에는 '홍익인간'이나 '왕의 손은 신의 손' 개념이 없습니다.천손은 일본을 다스릴 권리와 자격을 지닌 존재.타고난 격을 가진 존재입니다.천손이 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자 내려온게 아니라 천손이 내려와서 일본의 격이 올라갔으니 그에게 감사하고 모시는 것이 당연한 도리입니다.
일제강점기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죠.
"미개하고 (타고난) 격이 낮은 조선(및 아시아) 땅에 천손의 나라 일본 제국이 강림하여 너희를 가신으로 삼아 격을 높여주었으니 너희는 영원히 우리에게 감사하며 자발적으로 우리를 따르고 돕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일부에요.일부...^^
일본의 극우주의자가 한국을 미워하는 이유는 무진장 많지만, "가신의 도리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놈"으로 정리할 수 있죠.
그럼 가신의 도리는 뭔가? 주군(일본)의 뜻을 알아서 헤아려 돕는건 기본이지만,주군의 비위를 맞추고 주군보다 나서지 않는게 중요하죠.여기엔 '유행'도 포함됩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공가의 분노를 산 이유는 무수하지만,예술과 문화면의 가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오다는 공가가 주도하던 상류문화 유행에서도 자기가 주도하려 했습니다.(타고난) 격의 체계에선,문화가 매우 중요합니다.사무라이에 주목하면 일본이 무의 문화라 생각하기 쉽지만,공가 세계는 아니죠
일본은 본래부터 문화의 격식을 따지는 나라였습니다.오다의 행위는 공가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건드리는 것.도저히 용납못할 문화적 하극상이었어요.
일부 극우파에겐 '격이 낮은 한국이 주군인 일본을 제쳐주고 문화에서 주목받는 것'도 도리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행위.당연히 질투가 아니라 증오..
책벌레의 하극상의 한 대목.
주인공이 만든 문물을 열심히 퍼트려야 한다고 말하는 가신(측근)에게 주인공이 "상급귀족을 무시하고 하급귀족이 유행을 마구 발신하면 좋지않게 보인다."면서 제지하죠.
일본 극우파에게 한류 유행은 이런 행위인거죠.격이 낮은 존재인 한국이 주군을 무시하는 행위...
타고난 격을 중시하는 내용은 일본의 창작물에서 다양하게 등장하죠.물론 이를 비판하는 작품도 꽤 있지만(원피스의 천룡인이나 와노쿠니 설정 등은 이런 체제의 비판 느낌도 있습니다.) 반대로 멋지게 그리는 작품도 많죠.
창작물에 어울리는 '낭만'이 있기 때문이까요?
하지만 비판이건 멋진 느낌이건 이를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일본인 세계관 중심이니까요.
"천손께서 친히 강림하여 은혜롭게 다스려주신 격이 높은 나라"
일본의 인식은 폐쇄된 섬과 지배자들의 의도가 낳은 결과겠죠.
고마츠 사쿄 같은 SF작가는 이러한 일본인의 의식을 바꾸려면 교류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외국과의 교류에 나서지만,보통 방법으로는 안된다라고 느끼고 "일본침몰"을 씁니다.
일본이 (천손이 선택한 땅) 일본열도에 묶여있는한 바뀔 수 없으니 일본을 없앨만한 재앙이 필요하다고 여긴거죠.
실제로 SF 작가 중에는 이런 일본의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SF에서 외국작품을 보고 외국과 교류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걸지도?
하지만 최근의 일본 웹소설 열풍(한편으로 극우주의자의 극성) 속에 창작물은 다시금 '일본침몰 이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일본에선 꿈이 없으니 이세계로 가자"
하지만, 그 이세계의 꿈은 '공가'가 되는 것.극우파가 좋아하는 히데요시처럼 어떤 방법으로든 하극상이라 불리지 않으며 격을 높이는 것...
아니면 안노 히데아키처럼 "세상이 어찌되건 나만의 세계. 나만의 세상"을 외치는거죠.(후자는 조금 줄었을까요?)
'격이 높은 사람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자.'(홍익인간? 슈퍼히어로?)라는 작품이나 세상과 미래을 밝게 보는 작품은 있지만, (타고난 격의 계급사회, 천손이 내려온 고마운 나라) 일본에 대한 고민은 찾기 힘들죠.도리어 당연하게 여기고 계승합니다.
일본 침몰을 쓰고 반세기가 지나 고마츠 사쿄는 일본침몰 2부를 씁니다.여기선 일본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변하지 않은 일본인이 그려지죠.
"이정도 재앙이면, 천손의 땅 일본 열도를 떠나면 달라지겠지?"라는 기대가 깨어진 겁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거죠.
일본만의 얘기는 아닐거에요.어느 나라건 그 나라만의 세계관이 있고, 그 세계관이 바뀌긴 힘드니.
하지만 한국과 일본.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세계관이 완전히 다른 두나라가 함께 마주할 가능성이 적다는건 아쉽습니다.
단지 서로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통해 교류가 늘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일본의 '타고난 격의 계급'은 한국이나 중국에 있건 귀족이나 양반 같은 계급 체계와 전혀 다릅니다. 그 기원은 카스트처럼 신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들의 역사에 따르면 천지창조부터 존재했던 것입니다.
"왕후 장상에 씨가 없다", "역성혁명"은 일본엔 없습니다. 속세의 권력자는 바뀌어도...
그래서 '천손강림'으로 시작된 일본적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든겁니다.세계에 하늘에서 내려온 왕족 얘기는 많아도 그 세계관이 현재도 남아있는건 일본, 그리고 북한 정도(김씨 왕조 신화)
온갖 독재자가 꿈꾼 이상적 세계관.물론 일본 천황은 통치자가 아니지만...
일본적 세계관의 이상적 형태는 '천손이 직접 통치하는 세계'죠.
많이 보셨을거에요. 영원한 수명을 지닌 신적인 통치자가 다스리는 이상적인 세계 이야기.
십이국기가 '중국적 세계'로 보이나요? 착각이에요.영생을 꿈꾼 통치자는 있었지만,중국의 영생은 신선이고 부처같은 해탈에 가깝죠.
부처는 깨달은 자이며, 영생이 아니라 세상에서 벗어난 자입니다. 깨달았지만 중생을 위해 세상에 남은 보살과 다르죠.
신선은 부처처럼 세상에서 벗어난 존재. 현세를 다스리지 않습니다.(봉신연의는 그런면에서 좀 특별하죠.신선들의 목적은 통치가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지만)
한국은 영생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선처럼 세상을 벗어난 존재지만, 그것을 즐기는 모습을 찾기 힘들죠. 영생은 도리어 고통이고 한국인이 가장 중시하는 현실에서 유리된 존재로 자주 등장해요. 영생속의 짧은 재회, 만남이 더 주목되죠.영생의 통치자는 한국인이 받아들이기 힘들 거에요.
근데 일본의 이상적인 통치자.영생을 사는 천손은 어떤 통치를 할까요?
아무 것도 안합니다.속세의 통치는 천손이 할 일이 아니죠.그냥 천손은 "나는 이런 세상이 좋다"라고 이상을 말하면 됩니다. 아랫것(공가,다이묘)들이 천손의 뜻을 받아(해석하여) 통치합니다.
어디서 많이 보지않았나요?
사실 일본의 신들이 원래 그렇습니다.
일본의 신사참배에서 소원을 빌죠.그런데 그 소원은 "부탁"이 아니에요.
"신이여.합격하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신이여.합격하고자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세요."가 정확합니다.
일본인도 아는 사람이 적지만 이게 격이 높은 신이 대한 올바른 예의죠.
격이 높은 이에게 직접 부탁하는건 예의에 어긋납니다.그들이 직접 명하는 것도 바르지 않습니다.
넌지시 암시하면 아랫것은 그 뜻을 파악하고 나서서 노력합니다.그 노력이 가상하면 높은 분이 조금(아주 조금) 응원해주실거에요.정말로 은혜롭기 이를데 없죠.
일본의 국민RPG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는 '용자란 무엇인가?'를 다룬 작품입니다.제가 좋아하는 5의 주인공은 왕자인데다 아버지를 잃고 노예생활이란 시련을 극복한 영웅이지만,용자는 아닙니다.그에겐 '용자의 격'이 없거든요.이는 신이 인정한 가문의 후손이자 신이 인정한 존재만 되는 특별직입니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용자(용사)'란 천손이며,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천손이 세상에 내려와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용자의 본질을 보여주려 했던 11은 그런 측면이 더욱 강하죠) '타고난 격'을 지닌 용자는 '시련을 극복하여 성장하는 영웅'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본의 타고난 격... 이건 '가문의 격'이라는게 중요하겠지만,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죠.
전국 시대 얘기를 다시 해보죠. 다케다 신켄의 후계자인 카츠요리. 그는 신켄의 4남이지만 본래는 '다케다'성을 받지 못합니다. 다케다가 멸망시킨 다이묘의 후예. 측실의 자손입니다.
카츠요리 이야기는 영화 [카게무샤]에서 등장하죠.신겐이 자신의 죽음을 3년간 감추라면서 카게무샤를 등장시키지만,그 사실이 드러나고 무능한 카츠요리가 후계자가 되어서 다케다 가문이 멸망했다는 스토리... 실제론 여러설이 있죠. 카츠요리가 무능했다 아니다. 타케다가 보급력이 떨어졌다 아니다
왜냐면 강대한 타케다 가문이 너무 쉽게 몰락하거든요. 아무리 오다와 철포가 대단해도 어떻게... 근데 사실 여기엔 '격'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카츠요리가 대 타케다 가문의 후계자로서 격이 낮았던 겁니다.
측실의 4남, 여기에 타케다가 멸망시킨(당연히 한참 격이 낮게 인정된) 가문 후예.
가신들이 생각하기에 카츠요리는 격이 낮았습니다. 후계자가 없었기에 임명되었을 뿐이죠. 신겐도 이를 인정했는지 카츠요리는 정식 후계자가 아닌 정식 후계자가 성장할때까지 맡는 '임시 후계자'였습니다.(일본엔 이런 통치자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대개는 '격'이 원인이죠.)
'카게무샤의 전설'은 사실 거기서 나왔던 것,카즈요리는 처음부터 후계자로 활동했습니다.문제는 '격이 떨어지는 것'은 그 자신도 알고 있다는 것.가신들의 인정을 받으려면 '능력으로 입증하겠다'고 생각하죠. (사실, 사무라이는 능력 위주로 보이겠지만, 주군의 격은 실력으로 메우기 힘듭니다.)
나아가 가츠요리는 '신참 가신'을 대거 등용합니다.주군으로 인정받으려면 그게 가장 빨랐으니까요.문제는 다케다 가신단은 매우 탄탄하고 강대하다는 것... 여기서 신구 가신의 충돌이 격해집니다.신규 가신단 역시 실력을 인정받고자 공을 서두르죠.
실제로 신규 가신단은 공을 꽤 세웠습니다. 카츠요리 통치 초기 타케다 가문은 새로운 전성기처럼 보였죠. 하지만 점차 여러가지로 틀어지기 시작하는데... 특히 구 가신단들이 타케요리의 말을 듣지 않고 주저한거죠. 이 대립과 혼란이 나가시노 전투에서 폭발합니다.
나가시노 전투는 카츠요리의 지휘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만화 센고쿠에서는 타케다 4천왕 등이 카츠요리를 인정한 것처럼 연출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카츠요리는 퇴각을 명했지만, 도리어 구 가신단은 돌격을 반복. 전멸합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구 가신단은 물러서지 않았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타케다군 최강'이라는 격에 집착했을수도 있고, 격이 떨어지는 대리후계자가 내린 지시에 반항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나가시노 전투는 최악의 결과로 끝났죠. 구 가신단은 사실상 전멸...
이후 다케다 가문의 패망은 너무 빨리 전개됩니다. 항복이 수없이 쏟아져나왔죠. 전국시대에서 한 가문에서 이렇게 많은 배신이 나온 사례는 정말 찾기 힘듭니다.
물론 나가시노 전투에서 7년이란 세월이 걸렸지만, 일단 오다가 반격하면서 무너지는건 한 순간이었죠.
다케다의 가신단이 등을 돌린 것. 그건 카츠요리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나 오다가 제시한 이익이 아닙니다. 나가시노 전투 후 7년간 카츠요리의 다케다 가문은 더욱 풍요로워졌거든요.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죠.하지만,다이묘로서의 격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속 상관인 구 가신단은 전멸.
사무라이의 가신 개념은 직속 주군에 가장 관계가 깊죠.회장보다 직속 부장에서 충성...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물론 '타케다 가문이라는 격'은 중요합니다. 타케다 가문의 격이 높아질수록 내 격도...(일본 재벌도 비슷한 면이 있죠.회사의 격이 곧 내 격...)
하지만, 통치자가 가문에 어울리는 격을 지니지 못했고, 이를 무마하며 보다듬어줄 4천왕 등 구 가신단은 없고... "카츠요리는 따를만한 (자)격을 지니지 못했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 결과 온갖 치사한 배신이 판치죠. 목숨을 바쳐 충성할 척 하면서 가츠요리의 신뢰를 깨뜨리고...
노부나가와 가츠요리의 싸움은 경제를 손에 쥐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낸 오다의 승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전통적인 '타고난 격'에서 떨어지는 가츠요리가 실력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좌절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만일 가츠요리가 아니라 좀더 격이 높은 후계자가 있었다면?
가츠요리의 사례 이외에도 일본 역사 속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에 '타고난 격'이라는 것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 풀려나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문제가 100%는 아니겠지만...가령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같은 이가 시도 했던 개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도 바로 '격'이니까요.
일본인이 생각하는 '타고난 격(자리)'를 뭐라고 정의할까요? '품격'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좀 다르고... 신분이나 계급은 전혀 아니고... 일단 한국어로 번역하면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와(和)'라는 말을 번역할 수 없는 것과 같을지도? 아니, 일본인들조차 쉽게 표현못하고 이해못하니까요...
카스트에 가까운 것 같지만 그보다 복잡한 개념.
그냥 '신이 결정한, 한 인간이 본래 있어야할 자리(본분)'라고 하면 될듯.
이건 대개 출신으로 결정되지만, 반드시 그런건 아니고, 꼭 '신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드퀘의 용자가 대표적인 사례고, 이 과정에 시련이 따르기도 하지만, 자격이 더 중요.
격이 떨어지면 능력으로 메우는 수 밖에 없지만, 능력은 격보다 -특히 상류 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들고, 오직 신의 인정 같은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게 마련.
데릴사위처럼 결혼으로 가문의 일원이 되어도 격은 높아지지 않고(심지어 자식조차 '벼락부자'처럼 무시할 정도) 가문내에선 무시.
그래도 격이 높은 가문과 맺어지면 사업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지금도 '격이 높은 가문과의 정략 결혼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문에선 '돈줄'이 들어와서 환영하지만,돈만 환영하는 분위기가 더 강한 사례가 많다고 하죠.
격을 높일 방법이 없는 하층 계급은 격에 따른 관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실익 관계'를 더 중시합니다.
몽골의 침입때 싸웠던 사무라이들이 반항한 것은 용병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무라이가 다이묘가 되며 권력집단이 되면서 그들에게도 격이 생기고, 격을 중시하며 공가를 존중하게 되는...
격을 중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격을 높일 수 없는 일본의 일반인들이 가장 동경하는 건, 가장 하층인 농민이었지만, 사무라이가 되고 천하인이 되어, 결국엔 공가로 인정받고(족보조작을 할만한 권력을 지녔기에) 관백이라는, 공가의 최고 직책을 손에 넣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물론 '격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만한 권력을 휘둘렀던' 오다 노부나가도 한가지 동경의 사례가 되겠죠. 결국 일본 의 '격 문화'에서 배신으로 막을 내렸기는 했지만, '그만한 힘이 있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니까요.
일본 웹소설에 많은 이세계물에서 가장 쉽게 등장하는게 히데요시 스타일(낮은 계급이지만, 재능으로 최고의 격을 손에 넣는-물론 신의 인정은 필수?- 캐릭터), 또는 노부나가 스타일(무적의 치트로 뭐든 맘대로 캐릭터-역시 신의 인정 필수?-)가 많죠.물론, 세상이 어떻든 내맘대로...도 있지만.
하지만 근래 인기 높은 건 '천손 강림 캐릭터'인 것도 같습니다. 세상에 강림하여 사람들에게 은혜를 약간 내려주면, 그들이 알아서 따르며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을 말하면 부하들이 알아서 들어주며 격을 높여나가 천손의 자리를 얻는... 그야말로 더 없이 부러운 상황 아닌가요? ^^
어쨌든, 이 '타고난 격'에 따른 공가 같은 개념은 서양 중세의 귀족이나 근세의 신사 같은 계급과는 다릅니다.
능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없고 계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은 이 개념이 너무 익숙하고(그래서 자신들도 모를 정도로) 그러다보니 창작 작품에 쉽게 등장하죠.
일본의 여러 창작물을 볼때 이런 걸 어느 정도 생각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중세 서양풍의 세계'를 만들 때 일본의 작품에 익숙하면 실제 중세 서양과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일본식 세계관'을 답습하기 쉬우니까요.
물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홍익인간적 세계관과도 많이 다르지만...
반면, 이를 인식하고 활용하면 신화시대의 계급이 이어지는 독특한 봉건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도의 카스트와도 차별되는 흥미로운 세계관으로서 말이죠.^^

여기까지... 결국 세계관 창작 이야기로 끝나네요.^^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이 이야기를 보고 일본인이나 창작물 전부를 재단하거나 판단하지는 않으면 좋을 듯...실례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마법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 사건 주도형 작품이고 기술을 앞세운 제국에 맞서는 스팀펑크적 세계관이에요.일본적 세계관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죠
나아가 [일본침몰]처럼 일본의 변화를 촉구하고, 바라며 이를 창작 작품에 소개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타쿠적 도피 얘기나 이세계 천손강림만이 창작의 주류가 아니며, 무엇보다 독자들은 좀 더 깨어있는 이들이 많아요.[일본침몰]의 반성 이야기도 일본독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참고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해를 넓히고(받아들이자는게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세계관을 가진 이들과 교류를 늘려나가면서 이러한 내용들도 창작의 소재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것... 뭐 그게 하나의 의견입니다.^^
그럼 한국적 세계관이나 중국적 세계관(특히 도교적 세계관), 혹은 미국적 세계관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적 세계관 이야기만큼은 아니겠지만, 꽤 긴 타레가 될 것 같으니...^^

아니, 더 길어질지도?......^^
오해 없도록 말하면, 여기서 소개한 모든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에요.(모두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죠.) 여러 번 다시 한 드퀘5는 말할 것도 없고. 썸머 워즈도 블루레이를 샀으니까요.^^
이런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을만큼 격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고 뿌리깊다고 생각하면 편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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