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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Sep, 58 tweets, 14 min read
20년차 문구덕이 썰을 하나 풀까 함. 2000년대 문구덕들에겐 진짜 이 펜이 간지템이었다. 하이테크.
당시 하이테크는 좀 펜의 귀족이었음. 보통 다른 젤펜이 500원~1000원 하는데 얘는 2000원이었고 그나마도 가격이 계속 올랐다. 3000원까지 올랐었나? 여튼 당시 학생들에센 비쌌다. 그때 컵떡볶이가
500원이던 시절이었으니까.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데 그때 당시 하이테크가 존나 인기가 많았던 건 이 펜이 시중의 펜중 가장 세필이었어서임. 0.4에 이어 0.3 굵기도 있어서 필기할 때 가는 글씨 선호하는 학생들에겐 만한 애가 없었다. 지금도 나오나 모르겠는데 그때 파인테크라는 국내 펜도 있었는
데 나름대로 필기감 평타 치고 끊김도 펜바펜이지만 심하진 않았었다. 그치만 같은 0.4여도 하이테크가 더 세필이었던 것이다. 친구들이랑 공책에 그어가며 각자의 필압으로 실험도 다 해봤었음.
정말... 하이테크는 간지의 펜이었다. 미친듯이 가늘게 써지는데다 필기감도 당시로선 꽤 좋은 편이었음.
게다가 하이테크는 원산지인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헬로키티 콜라보 한정 제품고 나오고 한정 컬러 시리즈도 나오고 그게 국내에 수입도 되고 그랬었다. 그렇다. 내가 한정판인 벤가라, 베니후지, 사쿠라 샀었음. 얘넨 필기용으론 똥이지만 컬러는 진짜 존나 예뻤기에 미래의 잉덕은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집구석 뒤지면 얘네 나올 거 같긴 함. 여튼 이 하이테크 중에 한정 컬러로 퐁파두르 블루라는 파란색이 있었는데 이게 또 존나 진짜 대박이었다. 다른 파란색이랑은 달랐다. 쨍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탁하지도 않고 눈도 아프지 않으며 네이밍처럼 정말 퐁파두르 부인의 블루 드레스
연상시키는 색이 몹시 아름다웠었다. 왜 이 얘기 길게 하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음. 검정색 하이테크는 6자루 이상 썼지만 그 담으로 젤 많이 쓴 색임. 이 컬러는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한정템이었으나 통상으로 풀렸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까지가 존나 긴 두서였다. 지금부터가 하이테크 이야기를 꺼내는 골자다.
하이테크는 정말 극강의 세필에 잉크 잘 안 끊기는 간지템이었지만 존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한 번 떨구면 펜이 운명했다.
하이테크의 펜촉은 대충 이래 생겼었다. 가는 펜촉이 저렇게 끼워져 있는 형태였는데 떨구면 안으로 박혀서 펜이 운명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 하이테크는 그냥 뒤지는 거였다. 2000원(3000원)이나 하는 거금의 펜이 떨구면 뒤지는 거였다. 새삥인데도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경우도 존나 많았다.
이 트윗을 쓰는 인간도 하이테크 펜 몇 자루가 바닥에 떨어져 골로 갔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진 애들이 아까워서 보내지 못하고 모아뒀다.

그러다 나는... 하이테크 펜을 예토전생시키게 됐음.
펜 몇 자루 골로 보내고 돌아버려서 머리를 굴리다가 이 구조에 주목했고 박힌 펜촉을 끄집어내면 쓸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존나 집중해서 엄지와 검지 손톱으로 펜촉 잡아 끄집어내는 작업을 했고

하이테크 예토전생에 성공했다.

내 뒤진 하이테크들이 살아났다.
그렇게 나는 학교마다 전교에 한 명은 있다는 뒤진 하이테크 살려내는 장인이 되었다. 떨어질 때 충격이 너무 새서 펜촉 받치는 부분이 헐거워진 건 소생을 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진짜 웬만한 하이테크는 다 예토전생 시키는 손기술이 생겼다. 그리고 이게 소문이 나서 하이테크 쓰다 뒤진
친구들이... 심지어 별로 안 친한 애들마저도 초콜릿 같은 거 챙겨주며 펜 살려달라고 했었다. 하이테크 펜촉을 손톱으로 잡고 쑥 뽑아 수리할 때마다 저걸 어케 하냐 하면서 친구들은 하이테크의 부활에 기뻐했다. 하이테크 예토전생 시키면 그게 정말 짜릿했었음.
만년필 오랜만에 끄적이다가 간만에 문구덕질의 시초가 된 하이테크가 새록새록 떠올라 썰을 풀어봤다. 요즘은 하이테크보다 필기감 허배 좋은 펜 많더라. 하 진짜 라떼는 하이테크가 간지템이었음. 그거 뚜껑으로 앞머리도 넘겼었음.
하이테크의 비극은 그 외 더 있습니다.

1. 글 쓰다가 펜촉의 볼에 종이 찢겨 박혀 뒤짐 <- 예토전생 불가
2. 펜대 자체가 휨 <- 각도 조절해서 잘 눌러 펴주면 예토전생 됨
3. 필압 강하면 시필 하자마자 운명
4. 간지템에 고가가 쌔비는 도둑 겁나 많았음
생각해보면 하이테크는 살아남아라 개복치였음. 친구끼리 하이테크 빌려줬다가 망가져서 싸우는 일도 꽤 있었다.
그리고 하이테크의 비극(레어)인데 이거 떨어져셔 발등에 박히면 지옥을 맛 봅니다. 펜도 죽고 나도 죽음.
그리고 진짜 신기했던 건데 같은 하이테크 블랙 0.3이어도 써보면 내 건지 남의 건지 알 수 있었음. 쓰다가 뭔가 이 필기감이 아냐. 내 펜에서 낯선 필기감이 느껴진다. 이 거 내 거 아니다! 하고 알곤 했었다.
추억팔이 하는 김에 떠올리는 그때 당시 펜들

사쿠라 겔리롤.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사쿠라나 겔리롤이나 젤리롤이라 그랬는데 우리 학교는 겔리롤이었음. 필기감은 보통 부드러우나 가끔 뭔가 모래알 걸리듯 걸려서 안 나오는데 몇 번 툭툭 치면 잉크를 퉤 하고 뱉었다.
이 시리즈는 필기할 때
제목 적을 때 활약 많이 했다. 나는.
젤리롤이 인기 많았던 데엔 다양한 색깔과 바리에이션 때문이었다. 펄 들어간 글리터(트윙클인가?) 버전이랑 번개펜 등이 유명했고 반투명하게 써지는 종류도 있었음.
뱀발인데 당시 겔리롤이 파인과 메드가 있었는데 아마 파인이 네일아트에도 활용 됐음.
시그노

이 펜의 등판으로 하이테크의 아성이 무너졌던 걸로 기억남. 겁나 세필에 필기감이 하이테크에 비해 부드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난 하이에크에 너무 길들여져서 얘에 적응 못 함.
무시 못 할 장점: 개복치 같은 하이테크에 비해 강하다.
제트스트림

세필에 속하는 펜. 이 펜은 정말 필기감이 부드러웠는데 내 손엔 시그노에 비해 글씨가 덜 흐트러졌다. 단 종이를 좀 가렸음.

그리고 이 펜 다 좋은데 유달리 종이 껴서 죽는 개체가 많아서... ^^ 빠이 했다.
향기 나는 미피 중성펜

하이테크 모으기 전에 얘 모으는 테크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이 펜은 나름대로 학생이 구하기 저렴한 가격에 색도 많았다. 거기에 향기가 나잖아. 포도 같긴 한데 포도는 아닌 그 향기. 당시 향기펜은 비싼 일본산이 많았는데 미피펜은 학생들에게 정말 보배였다.
미피펜은 하이테크에 비해 글씨 쓸 때 획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가격에 준수했음. 그리고 내 기억에 따르면 컬러마다 잉크 농도가 달라서 밝은... 핑크 계열은 좀 콸콸이었음.
사라사

난 얠 2000년대 후반부터 접했는데 하이테크에 비하면 태필이었고 부드러운 필기감이 좋았다. 그리고 굵게 써지는데도 획에 따라 굵기 달라지는 게 없이 일정하며 부드러우면서도 각진 글씨체 내기 좋아서 꽤 좋아했는데.

유달리 잉크가 잘 굳었음.
사라사는 굳은 잉크 녹이려면 라이터로 살짝 지져야했다. 그치만 그 타이밍 조절 못하면 볼펜이 녹아서 뒤졌으므로 그 또한 장인이 되기 위해 기술을 연마해야 했다.
모나미 라이브 펜

장담하는데 잉크 덕질 하는 사람들 과거 이 펜 모은 사람들 많을 것이다. 일단 난 모았었음.
색깔 스펙트럼이 넓고 양 쪽 굵기가 달라 활용도 높아서 형광펜 대신 쓰기도 했으나 형광펜에 그하면 예쁘게 긋기 힘들어 이 펜의 반려가 자였다.
마카 대용으로 쓰는 그림러들도 많았음.
그리고 라이브 펜은... 가는 쪽의 심이 쪼개져 갈라지거나 닳아 뭉특해져 안 나와 운명을 나눈 슬픈 쌍둥이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제브라 형광펜

다른 형광펜에 비해 단단해서 각이 잘 무너지지 않았으며 보통 연두, 노랑, 핑크, 주황, 블루만 있던 형광펜 업계에 돌풍을 불러 일으킴. 그때 당시엔 색 다양한 형광펜이 별로 없었다.
코끼리 색연필

옛날엔 걍 단색이었는데 디자인이 달라졌다. 세월이 느껴진다. 존나 크고 아름다운 색연필로 형광펜 잘 안 마르는 종이에 쓰거나 채점 할 때 자주 썼다.
파인테크

하이테크 얘기 나왔는데 얘를 말 안 할 수 없다. 저렴한 가격 생각하면 꽤나 준수한 펜이었다. 단 끊김 꽤 있고 하이테크보다 확실히 굵은 글씨였기에... ㅎㅎ. 하이테크 짭이란 별명으로 많이 불림. 그래도 색깔 다양하게 냈고 여튼 좋았음. 단 내 경우 얘 오래 쓰면 손 뒤지게 아팠음.
모나미 유성볼펜

태초에 모나미가 있었다.

모나미는 그 특유의 볼펜똥이 시그니처(?)인데 그 볼펜똥 닦는 재미도 있었다. 여튼 모나미 볼펜 잉크는 말라도 약간 붉은 테가 나는데... 그걸 예쁘다고 생각했던 어린이는 커서 테 뜨는 잉크 존나 지름.
플러스 수정테이프

수정테이프의 Zㅣ존간Zㅣ는 이 수정테이프였다. 밀림 없이 밀착 잘 되며 들뜨지도 않고 위에 필기 해도 가장 안 번지는데다 리필이 가능했다.
하이터치

구글링해도 이미지가 안 나옴.

정말... 하이테크의 짭이었다. 그치만 같은 짭 소리 듣던 파인테크에 비해 얘는 좀 뭔가 아니었다. 필기 할 때 심이 뭔가 불안정했으며 그립감도 구렸음. 잉크도 그어지는 게 불규칙적인 게 심했다.
색깔 샤프심

미래의 만년필 및 잉크 덕질 하는 꿈나무면 한 번 쯤 손 대봤음. 내 기억으론 일반 샤프심에 비해 내구성 별로였다. 나에겐 그냥 한때 스쳐 지나가는 간지템이었다.
제브라 두꺼운 샤프

이미지 찾을 수 없어 젤 비슷한 걸로 대체. 일반 샤프에 비해 두꺼웠으며 그립부에 고무가 있는데 이게 폭신해서 가뜩이나 연필 특이하게 쥐는데다 필압 존나 센 내겐 이 샤프가 천사였다. 친구가 쓰는 거 보고 신기해서 썼다가 대학 가서도 얘 썼는데... 찾으면 나올 거임.
문구덕 추억팔이를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짜 문구류에 미친 어린이-청소년-어른이 루트를 타 지금 만년필 모으며 잉크를 마시고 삽니다. 그리고 어릴 때 정말 망가진 펜 고치는 장인이었어요. 샤프심 잔뜩 낀 샤프심도 어떻게 가는 바늘 등을 이용해 살려내는 인간이었죠. 그래도 만년필은
고칠 수가 없었읍니다...

샤프는 제도 샤프가 가장 친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샤프도 진짜 별 게 많아서 흔들면 심 나오는 샤프나 펜대가 손 온도에 의해 색 변하는 샤프도 있었지요. 여러분은 어떤 펜을 쓰시며 즐거우셨나요? ☺️
지우개는 크게

아인파

잠자리파

가 있었습니다. 전 둘 다 좋아했습니다. 글구 잠자리 지우개는 지우개똥 모아서 아트하는 재미가 있었음.
그외 스테들러 사인펜도 나름 간지템이었습니다. 정말 부드러운 버터 사인펜이었지요. 홀홀.
모닝글로리 마하펜

이걸 이제 생각했네. 이 펜은 이 한 마디로 정의 된다.

마르지 않는 샘.

이렇게 잉크가 풍부하게 흐르는 펜은 처음이라 당황했었다. 진짜 콸콸콸이었음. 그래서 갱지에 쓸 땐 괜찮았으나 코팅 종이에 쓰면 데칼코마니를 즐길 수 있었다. 졸라리 부드러워 낙서 할 때 많이 씀.
파버카스텔 수채화 색연필

그땐 그랬었다. 얘가 있으면 내가 그림 잘 그릴 거 같았다. 그러나 도구는 인간을 가렸다. 그래두 이 색연필로 수채화 한다고 기를 쓰고 그랬었다. 추억임.
그리고 나이 먹어 어른이가 된 오타쿠는 어린 시절에 산 수채화 색연필로 구체관절인형 메이크업 해봤다가 전문가가 있는 데엔 이유가 있음을 깨닫고 본인의 손이 저주받은 똥손임을 슬퍼했다.
스테들러 형광펜

얘도 세월이 지나 디자인 많이 달라지고 색도 늘었구나. 나 땐 좀 투박한 디자인이었음. 다른 형광펜관 달리 존재감이 뚜렷한 얘도 꽤나 간지템이었다. 그치만 좀 레어였음. 쓰는 애들은 별로 없었다.
제 만년필 이야기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보시다시피 개손이라 눈물을 흘립니다.
만년필 얘길 조금만 하자면 제 손엔 세일러가 맞았답니다. 세일러 닙이 단단한데 필기감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버터는 아니라 맞더라고요. 게다가 제 필압이 무지막지하게 세서 펜촉 안 벌어지는 게 세일러가 젤 덜 했어요. 플래티넘도 맞는 편이나 이건 태필을 사야했다고 후회 중입니다.
노트 얘기를 하자면 2000년대 기준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1. 창조의 아침 미술학원에서 판촉 노트
: 종이가 질이 좋았음. 온갖 낙서 및 영어 단어 외우기 깜지 노트로 잘 씀

2. 이투스 판촉 노트
: 당시에 되게 드문 라인 좁은 노트였음. 필기 할 때 빡빡한 맛 살릴 수 있어서 최애였음.
자바 제트라인

음 이제 기억 안... 아 그거!의 그거. 유성볼펜이고 되게 부드러우면서도 아주 휘어지진 않음. 내 손엔 에이포용지랑 젤 궁합이 잘 맞음. 긁힘 없이 부드러워서 막 휘갈길 때 좋다. 굵어서 자주는 안 썼는데 요즘은 요 펜이 젤 편해서 자주 씀
제도 샤프

대한민국의 학생은 한 번이라도 얘를 만졌을 것이다. 나 땐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얼만지 모르겠다. 제도샤프에는 추억이 하나 있음. 샤프 사느라 문구점 갔던 청소년 오타쿠는 제도 샤프 골라서 얼마예용 하고 물으며 퇴계 이황을 주섬주섬 준비 하는데 문구점 사장님이 8000원이랬나.
여튼 되게 비싼 가격 놀라서 네??? 했는데 그 가격이라고 하셨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비싸면 담에 살게용 하고 가도 될 텐데 어? 어? 하며 그 돈 주고 사며 저 사장님이 나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닌가 하고 존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근데 그 비싼 제도샤프는... 비싼 값을 했다. 위의 두꺼운
제브라 샤프 사기 전까지 온갖 샤프를 거치고 잃어버리고 그랬는데 걔는 정말 매우 몹시 좋았었다. 필기 할 때 뭔가 중심이 잘 잡혔고 샤프심도 잘 잡는 느낌이었음. 그래서 음 사기 당한 건 아닌 거 같아 하고 그 제도 샤프 잘 쓰다 잃어버려서 고3 때 제브라 샤프 샀던 거.
나아중에 알고 보니 내가 산 제도 샤프는 일본 거였음. 뭔가 디자인이 친구들 제도랑은 미묘하게 달라서 ??? 했었는데. ㅎㅎㅎ 결론은 난 사기 당하지 않은 거였다.
제도샤프는... 뒤에 지우개가 달렸었는데 그 지우개는 존재함에 의의가 있었으며 필압 강한 사람은 글씨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좀 많은 친구들이 제도샤프 뒤의 지우개 닳는 것을 매우 끔찍하게 싫어 했었다. 누구 빌려줬다가 지우개 닳으면 싸움 나기도 했음.
제도샤프는 그 특유의 가는 침도 달려 있어서 걸루 샤프심 걸려서 망가진 샤프 고치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 심으로 샤프 쑤시는 것도 나름대로 섬세한 기술이 필요했기에 학교마다 제도샤프에서 샤프심 빼는 장인이 있었고 나는 이 장인도 겸했었다.
또 제도샤프 쓸 때 샤프심 하나만 넣고 쓰는 타입과 샤프심 여러 개 넣고 쓰는 타입으로 갈렸었다. 근데 보통 전자가 많았음. 후자는 샤프가 샤프심 과식해서 파업하는 일 잘 일어나서.
에버그린 엔젤펜

미피펜을 맛 본 어린 문구덕의 다음 단계인 펜이었다. 컬러가 매우 다양해서 뭇 색깔 덕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펜이었다. 이제 보니 네이밍도 감성 돋는 게 시대를 앞서간 펜의 면모가 보임. 엔젤펜은 정말 색들이 하나 같이 예뻤다. 그치만 일기나 편지 외엔 잘 안 씀.
일단 그립감이 구렸으며 펜바펜이 무지하게 심했다. 친구랑 같은 색 펜 샀는데 누구 건 간신히 살아 있고 누구 건 수도꼭지였음. 그리고 엔젤펜 또한 미피펜처럼 잉크 색에 따른 흐름 편차가 있었다. 이 펜은 그래 예쁨이란 스탯에 모든 걸 몰빵한 듯한 펜이었음. 그리고 나는 엔젤펜 뚜껑에 달린 펜클
립 장식인 거 모르고 종이에 끼아보겠다고 발악하다가 부러뜨려먹은 전적이 있다. 물망초 색깔 정말 좋아해서 두 자루 이상 썼었는데 잉크 마시는 현재도 물망초에 가까운 파란 잉크 지분이 많은 걸 보니 취향 참 소나무다 싶음.
문구덕의 마지막은 결국... 잉크와 만년필입니다.

글씨를 쓰는 일은 어쨌든 제겐 꾸준히 즐거운 일이에요. 글씨를 쓰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을 글월로 새기기도 하죠.
문구류는 일상에 흔하지만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다 추억 하나 쯤은 있는 물건이라
이 타래를 보고 즐거운 기억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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