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ad by @doodoong_bird

🐿️다람쥐 수인 히나타로 키타히나 로코 보고 싶다.이나리&카라스노 합숙하는데 히나타가 틈날 때마다 도토리 주워 먹는 거 알고 할머니께 씨앗이나 도토리 받아서 주머니에 몰래 넣어오다가 오해를 사는 거지. 키타가 지나간 자리에 하나둘 떨어진 나무열매 보고 아츠무가 중얼거렸음.

"....토토로?"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건 아는데, 그럼 왜 주장이 지나간 길마다 동글동글 열매가 떨어져 있고 카라스노가 쓰는 교실 창가에 열매 꾸러미가 놓여있냔 말이야. 누가 봐도 토ㅌ로잖아? 그게 아니라면 생으로 먹지도 못 할 도토리를 왜 들고 다니냐고.

뒤에 있던 스나는 알고 아츠무는 몰랐지. 그게 다 저 꼬맹이를 위한 것임을.

키타의 바지 주머니가 올록볼록해진 이유를 알려면 합숙 첫 날로 돌아가야 했어. 저 아가 다람쥐로 변할 수 있다더라~ 건너건너 듣기는 했는데 연습 땡 끝나자마자 다람쥐로 변해서 밖으로 뽀르르 뛰어나갈 줄은 몰랐지.

저놈 저거 또 간식 먹으러 간다고 카게야마가 뒤에서 소릴 질러도 개의치 않고 풀숲으로 쑉 사라졌음. 왜 아무도 말리지 않나 의아해 주윌 둘러보니 다들 익숙한 듯 제 할 일을 하는 거야.

웬만한 일엔 동요하지 않는 키타지만 문턱 너머로 사라진 다람쥐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어.

어깨에 져지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 풀숲 근처를 꼼꼼히 살피는데 저기 나무 아래에서 기척이 느껴서 가까이 다가갔어.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본 키타의 어깨에서 겉옷이 툭 떨어졌지.

애가 땅을 파먹고 있었어. 말 그대로 땅을. 파먹고 있었다고.

사실 이곳이 쇼요가 찾은 열매 노다지라든가 하는 건 키타가 알 바 아니었어. 한 줌짜리 다람쥐가 저를 보고 깜짝 놀라 후두둑 열매를 뱉어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나무 옆에 쭈그리고 앉은 키타는 충격에 빠져 저도 모르게 속으로 이름을 불렀어.

얘 쇼요야, 너 왜 땅을 파먹고 그러니...체육관 안에 음료수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많은데 왜 땅을 파먹고 다니니....

이렇게 키타의 머릿속에서 히나타의 이미지가 정해졌어. 쌀쌀한 가을날 남몰래 땅 파먹고 다니는 가엾은 아이(?)

한 편, 히나타는 이나리자키 주장이 왜 저리 자길 쳐다보나 싶었지.

'아.....혹시 여기에서 먹으면 안 되나?'

이나리자키 학교에서 합숙을 진행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열매 노다지와 숨겨둘 명소를 물색해뒀거든. 이곳도 그중 하나인데 얼굴이 창백한 걸 보니 실수한 모양이야.

'혹시 교감 선생님이 심은 나무라든가 교목(校木)은 아니겠지...?'

콩알 같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던 쇼요는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깨끗하고 예쁜 도토리를 골라 내밀었어. 한 번만 봐주세요.

뇌물을 바라보던 키타는 제 겉옷을 집어 다람쥐를 감싸 들었어. 부드러운 천에 감긴 쇼요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어. 그리곤 눈물을 삼키며 뒤에 남겨진 도토리들을 바라보았지.

여우신님도 무심하시지, 이 어린 다람쥐의 간절한 마음을 굽어살피지 않고 이렇게 홀대하시다니. 간식 좀 먹었을 뿐인데.

그래도 이 옷의 주인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얌전히 입만 쩝쩝거렸어. 키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다음날부터 이나리자키 주장님은 매일매일 씨앗이나 열매를 조금씩 들고오기 시작했어.

키타는 생수로 깨끗이 씻은 열매를 손수건으로 감싸 주머니에 넣었어. 합숙 첫날, 땅 파는 히나타를 손수 검거해 카라스노 주장에게 건넸더니 하하 웃기만 하는 거야. 땅에서 열매를 파먹던데 괜찮은거냐 물었더니 괜찮대. 우리 애는 고기만두도 땅에 떨어진 지 3초 안이면 아무렇지 않게 주워먹는대.

결국 키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지만 어쩐지 계속 신경이 쓰여 이렇게 히나타에게 먹일 간식을 챙겨오게 되었어. 아직 어색한 사이라 꺼릴 줄 알았는데 잘 받아먹어서 다행이지.

"땅에 있는 거 잘못 주워먹으면 탈 나."

훈련 중에 아프면 안 된다고 열매를 건네주니 양 볼이 미어터지도록 먹는 게 기꺼워서 점점 많이 챙겨오게 되었어. 직접 줄 때도 있었고 혹시나 밤중에 출출하다고 땅 파먹을까봐 교실 창가에 두고갈 때도 있었고.

나름 잘 감싼다고 감쌌는데 주머니에서 한두 개가 떨어졌는지 아츠무에게 이상한 오해를 샀지만, 제 형제를 경멸하듯 쳐다본 오사무 덕에 금방 풀렸으니 뭐 어떤가 싶어.

아니 아직 로맨스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타래가 이리 길어질 일인가.....이 다음은 내일 잇겠어요 호호! 여러분 굿나잇🥰

매일매일 잊지 않고 히나타의 간식을 챙겨오던 키타는 옆자리에 앉아 먹는 걸 지켜보다가 물었어.

"왜 사람일 때 먹지 않고."

사람인 상태로 먹으면 먹기도 편하고 좋을 텐데 왜 항상 다람쥐 모습으로 간식을 먹나 궁금했지. 그러자 히나타가 퐁- 하고 사람으로 변해 답했어.

"그럼 맛없어요! 떫기만 하고!"

모습을 바꾸면 단순히 외양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입맛까지 바뀌는 모양이야. 사람일 때 먹어봤자 똑같은 양을 먹어도 간에 기별도 안 가고, 나무열매의 쓴맛만 잔뜩 느끼게 되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어. 열매를 찾아내거나 몰래 먹기엔 다람쥐쪽이 더 편했고.

조잘조잘 떠드는 히나타의 머리를 보며 키타는 멍한 표정을 지었어. 집어넣는 걸 깜빡했는지 복실복실한 귀와 꼬리가 툭 튀어나와 있었지.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살랑거리는 꼬리를 따라 눈을 휙휙 움직였어.
손바닥을 펴 남은 열매수를 세어보던 히나타가 이쪽을 휙 돌아봤어.

"한번 드셔보실래요?"

눈으로 꼬리를 좇던 키타는 제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손가락에 딱딱하게 굳어버렸어. 달그락. 입 안으로 떨어진 도토리의 매끈매끈한 표면이 혀끝으로 느껴졌지. 가까이 다가온 히나타가 말갛게 웃었어.

"어금니로 깨물어보세요! 이 다칠 수 있으니까 너무 세게는 말고!"

그 말대로 살짝 깨물어 보니 껍질이 깨지며 특유의 쓴맛이 올라왔어.

"어때요? 조금 쓰죠? 물에 담가두면 쓴 게 빠져서 그나마 먹을 만한데 그냥 먹기엔 좀 써요!"

키타는 시선을 여전히 동그란 얼굴에 고정한 채 오독오독 입에 든 걸 마저 씹었어. 글쎄. 그렇게 쓴 것 같지도 않아.

*

연습 경기를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르던 키타는 카라스노쪽을 바라봤어. 물통을 든 히나타가 츠키시마에게 뭐라 떠드는 게 보였지. 요 며칠간 지켜본 결과, 자신이 주는 간식을 잘 먹는 것 외에도 주위 사람을 잘 살피며 매사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보기 좋았어.

곰살거리는 성격도 마음에 들고 매번 고맙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
가끔 의욕이 과하다는 게 문제지만 그거야 차차 고쳐나가면 되지. 날이 춥다고 도톰한 후드집업을 걸친 친구와 다르게 얇은 반팔 티셔츠만 달랑 입은 걸 보니 열정이 과하다 못해 추위도 잘 안 타는 것 같아.

"여기서 물통 던지면 저 상자 안에 들어갈까?"

"괜히 매니저들 고생시키지 말고 얌전히 물이나 마셔."

"당연히 내가 정리할 거야! 카게야마, 넌 여기서 던져서 넣을 수 있어??"

"당연하지."

"그럼 먼저 성공한 사람이 점심 먼저 먹기 어때!!"

연습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장난을 치는 걸 보니 참 활기차구나 싶어. 명랑한 목소리에 살포시 웃으며 제 몫의 물통을 꺼내들었지.

내가 먼저 던지니, 니가 먼저 던지니 한참 다투더니 결국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물통 던져넣기 대결을 펼쳤어.

가위바위보에서 당당히 승리한 카게야마는 누가 세터 아니랄까봐 한 번에 물통을 골인시키며 박수갈채를 받았어. 그리곤 히나타를 스쳐 지나가며 음산하게 웃었지.

"먼저 간다."

히나타는 열이 바짝 올라 씩씩거렸어. 눈 한 쪽을 감고 거리를 가늠해보고 스냅 강도를 조절하는 게 어딘지 어설프고 귀여워 키타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지. 나름 진지한 대결일 테니 말이야.

"그냥 평범하게 밥을 먹는단 선택지는 없는 거냐, 바보들아."

저쪽 블로커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한숨을 쉰 츠키시마는 긴 다릴 휘적휘적 움직여 체육관 입구로 향했어.

잠시 후, 히나타가 제자리에 서고 오른손에 노란 물통을 꽉 쥐었어.

"롤링-썬더-슈우웃-!!!!!!!!"

오렌지빛 머리를 휘날리고 물통이 그 손에서 떠난 순간,

텅-.

누군가의 뒤통수에서 맑디맑은 소리가 울려퍼졌지. 시끌벅적하던 체육관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어.

"......아이고."

옆에 선 스나에게서 작은 탄식이 들려왔어. 무슨 피뢰침도 아니고 하필 저 멀대 같은 애한테 날아가 꽂힐 게 뭐냐고.

식당으로 형하던 츠키시마는 얼얼한 뒤통수를 감싸쥐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어.

"....니가 진짜 죽고 싶어 이러지?"

"히이이이익!!!"

이 다음이야 뭐 뻔하지. 츠키시마는 쥐 잡듯 히나타를 쫓아가고, 히나타는 날다람쥐처럼 도망가고. 체육관을 뱅글뱅글 돌던 히나타는 창고로 뛰어들어갔어.

"어어-!! 거긴 들어가지 마!"

카라스노 주장이 급하게 말려보지만 이미 츠키시마도 따라 들어간 뒤였지.

"어디 숨었어!!"

"너 당장 안 나와?!!"

"꼭 이럴 때만 다람쥐로 변하지, 어?!!"

좁은 창고 안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츠키시마가 짜증이 난 얼굴로 나왔어.

"히나타는?"

"몰라요, 저 안에 숨어있나 보죠."

다이치가 히나타를 찾으러 창고에 들어가고 츠키시마는 이를 까드득 갈며 다시 체육관 밖으로 향했어.

'....거기 먼지 많을 텐데.'

키타는 내심 히나타가 걱정됐지. 아무리 자주 청소한다곤 하지만 환기가 잘 안 돼서 먼지가 자주 쌓이거든.

고 1씩이나 돼서 설마 혼자 못 나올까 싶다가도 혹시나 벌레라도 만나면 어쩌나 초조했지. 그런 키타의 눈에 츠키시마 후드 안에서 무언가 꿈지럭거리는 게 보였어. 모자가 살아 움직일 리는 없으니 저건 분명.....

키타가 정체를 알아챈 것과 거의 동시에 후드 위로 밤톨만 한 얼굴이 나타났어. 며칠 전 땅을 파먹으며 키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바로 그 얼굴이었지.

역시 뒤통수 밑이 어둡다고 그 짧은 사이에 다람쥐로 변해 후드 안에 숨을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어.

입술을 꾹 깨물고 가만히 주시했더니 복슬복슬한 귀를 쫑긋 세운 다람쥐가 뒤통수의 주인을 돌아보며 비열하게 씨익 웃었어.

"하하하!!"

결국 키타는 웃음을 크게 터뜨렸어. 숨을 거면 끝까지 잘 숨어있지. 굳이 고갤 내밀어 있는 저렇게 웃을 건 뭐야.

작은 다람쥐가 조용히 하라며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자, 단정한 눈매가 휘어지며 시원한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어.
땅에 떨어진 밤송이가 통통 열리듯 잔잔한 가슴 위로 경쾌한 감정이 통통 퍼져나갔어.

".......!! 너!!!!"

키타의 웃음소리에 의아해하던 츠키시마가 제 후드를 묵직하게 만든 범인을 알아차렸고 체육관 안엔 애달픈 찍찍 소리가 울려퍼졌지.

열이 오른 츠키시마가 그 말랑한 볼을 잡아늘릴 때까지 키타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어. 순발력 있는 대처도 감탄스럽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모습도 즐겁고. 남들은 얄밉다 할 저 표정 마저 어여쁘게 보이니.

창밖에서 들리던 게 나무열매가 낙엽 위로 톡톡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낙엽이 아니라 내 마음 위로 떨어진 거였나봐.

허리까지 꺾으며 웃어대던 키타는 겨우 숨을 가다듬고 일어섰어.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 그의 얼굴엔 뒤늦은 봄이 찾아왔지.

※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산 도토리 함부로 주워먹으면 탈 난다고 합니다. 이것은 썰적 허용...for 쇼요의 잔망스런 달그락....우리 모두 도토리묵을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