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게임 프로젝트의 토크노믹스를 살피다가 문득 든 매우 랜덤한 생각.

대부분의 신생 프로젝트들은 토큰을 발행하고 그 토큰을 자신들이 구축하는 생태계 내 화폐로 사용하게끔 유도해 교환의 매개체라는 유틸리티성을 부여한다.
생태계가 성장하고 더 많은 유저를 끌어 모은다는 가정만 잘 맞아 떨어진다면, 토큰의 수요도 함께 올라가 토큰의 가격 상승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방안.

다만 이러한 모델에는 문제가 몇 가지 존재한다.

1. 제대로 규모를 갖춘 성공 사례 부재
2. 화폐 가치의 모호함
1번 문제야 너무 직관적일테고, 2번 문제를 뜯어보자면..

교환의 매개체(화폐)가 원활하게 사용되려면 해당 화폐의 가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화폐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자신의 구매력과 특정 소비활동의 비용을 비교할 수 있어야 소비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생활을 할 때엔 들어가는 비용이 어떠한지 감이 잡혀야 필수생활비를 제한 여유분을 온전히 소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급여를 받는 보통 사람이라면, 취미생활에 사용되는 구매력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지 생각할 수 밖에 없고

'과도하지 않은' 기준은 결국 화폐로 표기되는 가격이다.
그렇기에 화폐를 사용해 명시적 가격을 통일시키는 것이 (구매력 객관화) 소비 촉진을 위해 중요하다. 물물교환 경제의 모호함과 비효율성을 화폐 경제가 해결할 수 있음은 이미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런데 자체 토큰을 교환의 매개체로 쓸 때는 이 구매력의 객관화가 참 애매해진다.
골프를 하며 연습장 비용, 라운딩 비용을 돈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의 골프공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브랜드 골프공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할 수도 있을 뿐더러 (불확실성)
골프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구매력과 그 외의 다른 소비활동에 대한 (외식, 교육비, 주거비 등) 비용 비교를 하려면 결국 골프공의 현재 가격 기준을 가져와 법화로 환산해 보는 수밖엔 없다.

해당 소비가 비싼지, 싼지 판단하기 어려워져 발생하는 비용의 불확실성은 소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대다수의 웹3 토크노믹스도 이와 같은 상황이란 생각이 들었다.

궁극적으로 토큰의 수요 절대량도 늘어나고 수요층 스펙트럼도 넓어진다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화폐로서의 인정)

그 전까지 유저들은 게임 내 소비 활동을 하며 토큰 기준이 아닌 토큰의 달러 가치 기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P2E 프로젝트들이 토큰 가격 폭락을 맞게 되는 이유 중 한 부분에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토큰을 화폐로서 인식하고 보유하려는 게 아니라, 법화가 거쳐가는 통로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물론 게임이 재미가 없어서 토큰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가 더 크겠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민해보다 의식의 흐름이 쓰레드를 쓰게 된 이유에까지 닿게 되었는데

기존 게임 중

A) 게임 내 비공식 아이템이 커뮤니티에 의해서 화폐로 인정받고
B) 교환의 매개체로 쓰이며
C) 자체 유틸리티도 보유한데다가
D) 심지어 지속적인 소각까지 이루어지는

이런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블리자드가 만든 디아블로2. 나온 지 벌써 20년도 더 된 게임이다.

디아블로2 에선 공식 화폐 '골드'가 존재하긴 하는데, 이 골드는 드랍량도 많고 캐릭터 별 최대 보유수량도 정해져 있어서 유저 간 아이템을 거래하는 데 활용하기엔 제약이 많다.
그래서 유저들은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할 비공식 화폐를 마련했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가장 최근 기준으로는 게임 내 '굴 룬 (Gul Rune)'이란 아이템이 제일 많이 사용된다.

디아블로2 내의 룬은 일단 자체 유틸리티를 가진다.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룬 여러개를 조합해 장비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굴 룬은 꽤 상위권 룬이라 획득이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른 룬 대비 사용이 애매하다.

굴 룬 여러개를 합쳐 더 상위룬으로 만들거나, 굴 룬을 이용해 하위룬을 여럿 구매하는 게 아이템 제작 자체에는 더 유리하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굴 룬은 교환에 많이 사용되었고
결국에 다른 아이템도 굴 룬을 기준으로 교환되며 어느새 비공식 화폐의 지위까지 획득했다.

룬은 지속적으로 화폐로 쓰이기 좋은 성격을 가졌는데

1) 드랍률이 낮아 희소함
2) 자체 유틸리티가 있음
3)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짐 (소각)

웹3의 토크노믹스 기획자들이 원하는 특성이 죄다 붙어있다.
물론 요새는 디아블로2 내의 아이템들도 결국 원화나 원화 대신 특정 커뮤니티의 포인트를 활용해 트레이드가 진행되는 것 같지만..

굴 룬의 케이스는 상당히 흥미롭다. 개발사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위에 언급된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유저들이 자연스레 화폐로 사용했으니까.
당연히 게임의 재미요소가 기본적으로 존재했기에 커뮤니티가 대체화폐를 찾아 나서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었겠지만.

게임 프로젝트 토크노믹스를 디자인 하거나 효용성을 분석할 때 레퍼런스로 사용해볼 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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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3
자본시장 내에서 기관 단위의 큰 스케일 자산 배분은 생각보다 단순한 원리원칙으로 결정된다.

필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어떤 리스크를 져야 하는가?

저 대원칙 위에서 예외사항 분석 (법률 리스크, 시장 쇼크 시나리오 분석, 체결 비용 분석) 정도가 추가되는 게 끝
물론 더 복잡한 모델링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우선 고려사항은 결국 필요 수익률과 리스크의 비교이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1) 은행

필요 수익률 : 예치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
획득 방법 : 예치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진 채권 (대부분 중/단기채) 매수
리스크 : 뱅크런
2) 보험사

필요 수익률 : 보험계약을 체결해 지급해야 하는 예상 보상금보다 높은 수익률
획득 방법 : 장기채 매수 (대다수 보험 계약은 계약 기간이 길기 때문에 수익률 맞추려면 이자 높은 장기채 필요)
리스크 : 모델링 실패, 채권 체결 비용 상승
Read 9 tweets
Aug 20
어렵진 않은데 의외로 정리 잘 된 자료가 드문 금융 상식 (3편)

자산군 (Asset Class) 에 대해서 알아보기

원자재/상품 + 외환 차례 (3+4)

1. 채권
2. 주식
3. 원자재/상품 (Commodity)
4. 외환
5. 기타 (코인, 부동산 등 대체자산)
이 시리즈 쓰레드가 그렇듯 항상 원론적인 얘기부터..

원자재/상품/외환은 이전에 소개했던 채권이나 주식과 일단 성격 자체가 다르다.

핵심적인 차이는 주식과 채권 (증권) 은 자금조달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산군인 반면, 원자재/상품/외환은 상품의 유틸리티 자체가 주가 되는 자산군이라는 점.
증권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이분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나머지 자산군은 그렇지 않으니 각 자산군을 규제하는 법안도 따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지 다른 자산군으로 여길지가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일단은 이 주제는 다음 쓰레드에서..
Read 21 tweets
Aug 19
시장이 출렁일 때, 혹은 한 방향으로 과격한 움직임을 보여줄 때마다 시장 전반이나 특정 종목에 대한 목표가 예측이 쏟아져 나오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구성요소가 빠진 예측은 예측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노이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측의 구성요소

1. 예상 결과
2. 확률
3.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4. 예상 실현 타이밍

위 요소들이 모두 존재해야 예측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가 마련되고, 예측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Bitcoin 가격 $100K 갈 수도 있다', 혹은 'S&P500이 꺾이면 2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 라는 주장은 예측으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엄청나게 긴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그러한 결과값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건 너무나 당연하니까요.
Read 5 tweets
Aug 13
시장 내 특정 역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건, 단순히 투자에 관심이 있는 개인이건 넓디넓은 금융 세계를 탐방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각종 꾼들을 많이 마주치게 된다.

쓰레드의 주제는 시장에서 가짜를 솎아내는 방법
당연한 소리지만 금융 시장에서 통용되는 단일 정답은 존재하지 않음. 저마다 전략과 기준이 다르고 금융이라는 큰 컨셉 내에서 수 많은 사업/수익 기회가 파생되기에 항상 열린 사고를 갖는 게 정말 중요하다.

누가 진짜인지 찾긴 힘드니 가짜를 걸러내는 법이 그만큼 유효하다는 뜻.
다만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어야 하는 점은, '가짜'라고 다 악의적인 건 아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자면

1.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는데도 전문성을 내세우거나 주변을 현혹하는 인지형 가짜. 혹은 사기꾼.
2. 확증 편향, 정보 부족 등으로 자신의 퍼포먼스 객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
Read 21 tweets
Aug 10
최근 The Merge 예정일이 다가옴에 따라 이더리움 채굴자 진영에서 언급하고 있는 작업증명(PoW) 포크. 포크 가능성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며 이더리움의 선물 가격이 흥미롭게 움직이고 있음.

조금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점은, 이 선물 가격을 통해 시장의 기대감을 계량화 해 볼 수 있다는 사실.
이자율 스왑/선물 가격을 통해 FOMC 가 이자율을 얼마나 올릴지 시장의 선반영 정도를 역산해낼 수 있듯, 이더리움 현물과 선물 가격을 통해 market implied probability 를 도출해낼 수 있음.

포크 내러티브가 시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지냐에 따라 머지 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도?
논리

1. 주식이 배당 후 배당락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듯, ETHPoW 스냅샷을 받은 직후 ETH 가격은 ETHPoW 가격만큼 떨어질 수 있음
2. 스팟과 선물 가격차이를 구한 뒤 (조달금리까지 간략히 계산) 예상되는 ETHPoW 가격으로 나누면 시장에 선반영 되어있는 포크 확률을 역산 가능
Read 9 tweets
Aug 5
어렵진 않은데 의외로 정리 잘 된 자료가 드문 금융 상식 (2편)

자산군 (Asset Class) 에 대해서 알아보기

저번에 다뤘던 채권에 이어서.. 오늘은 주식

1. 채권
2. 주식
3. 원자재/상품 (Commodity)
4. 외환
5. 기타 (코인, 부동산 등 대체자산)
채권을 가장 먼저 소개했던 이유는 부채 시장의 큰 규모와 각종 경제 정책의 구심점이 되기 때문이었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더 친숙한 자산군은 아무래도 주식이다.

주식은 거래소를 통한 뛰어난 접근성과 직관적인 자산 구조 때문에 개인이 직접 매매하기도,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쉽다.
따라서 자산군 자체의 구조적 측면보다는 주식 투자 트렌드와 개인이 알기 쉽지 않은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서 소개하고자 함.

먼저 살짝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위험 자산의 가격을 형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

A) 내재적 가치
B) 프리미엄
C)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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