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밖이 소란스럽다 싶더니 옆 집에 누가 이사를 오나보다. 휴무라 여유롭게 집안일을 한 뒤 시원하게 맥주나 한캔 하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 없네.
마침 달걀도 떨어져가기에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서자마자 문 앞에서 마주친 이사 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한지우..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땡그래져 날 바라보는, 5년 전 헤어졌던 지독한 내 첫사랑.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던, 강서준.
- 지우야. 너, 어떻게.. 여기 살아?!
가위라도 눌린 듯 굳어버린 몸을 움직여 내게서 눈을 못 떼는 강서준을 그냥 지나쳤다.
뼛속까지 시릴만큼 추웠던 4년의 연애. 열아홉 무더운 여름에 시작된 사랑은 스물셋 뜨거운 여름 날 끝이 났다. 고3 여름방학때 서점에서 알바를 시작했고 시집을 보러 자주 오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도, 부드러운 음성도, 모난 곳 없이 밝은 성격도, 어디 하나 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