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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3 26 tweets 5 min read
한번만1 #해성호성

고백 비슷한 걸 받았다.

- 아무래도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예쁜 꽃다발부터 내게 한아름 안겨주기도 했는데.. 일단은 고백을 받았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게 인지상정인 거 같아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 그게 무슨 끔찍한 개소리야? ImageImage
왜, 어째서, 어떻게, 내게 고백하는 사람이 형제와도 같은 부랄친구일 수가 있는거지? 몰카인가? "좀 개소리 같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지호성이 다가온다.

- 말을 할까말까 고민도 해봤는데, 나도 사실 확신이 안 서서 차라리 터놓고 말 하는 게 좋을 거 같더라고. 나 새로운 꿈이 생겼어.
와아, 뭔지 진짜 하나도 안 궁금하다. 마침내 코앞으로 다가온 입술이 정점을 찍는 흉측한 말을 뱉어낸다.

- 일단 나랑 섹스해보자.
- ...뭐?

꿈인가? 지금, 방금, 이 새끼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거지?

- 내가 너랑 그딴 걸 왜 해?!
- 지금 내 감정이 오래 된 친구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널 좋아하는건지 모르겠으니까?
- 근데?
- 난 이 감정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나랑 자자.

대체 뭔 소릴 지껄이는거야. 지금 니가 하는 말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해가 안 되긴한데,
결론이 기승전섹스인 이유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고. 전에 사귀던 누나한테 덮쳐지고선 순결을 잃었다며 뿌에엥거리던 새끼가 나랑 뭘 하자고?

- 이건 내 인생이 달린 문제야.

그래, 뭔지는 몰라도 니 인생이 달린 문제지 내 인 생이 달린 문제는 아니잖아.
- 내 성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때가 온 거 같아. 그러기 위해선 너랑 자봐야 할 거 같고.
- 대체 왜?
- 아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먹어? 오래된 친구여서인지 아님 진짜 좋아하는건지 헷갈린다니까?!

뭐 뀐 놈이 승질낸다더니 황당한 건 난데 오히려 제가 더 큰소리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뭐? "모텔갈래?" 오늘 뭘 잘 못 쳐먹었나..

- 못 들은걸로 할 테니까,

쪽. ...응? 쪽? 쪼오오옥?! 아니 시발 방금 그 소리 뭔데? 뭐였는데?!

- 어? 야, 뽀뽀하니까 좀 설레는 거 같애.

아까 얼떨결에 받은 꽃다발을 든 손이 아닌 주머니에 꽂혀있던 내 손을 굳이 끄집어내서
지 가슴에 올리더니, "느껴지지, 심장 뛰는거." 말하는 이 또라이.

- 심장은 누구나 뛰거든? 안 뛰면 죽어 병신아. 근데.. 방금 너 뭐한거냐?

나한테 뽀뽀를 한 거였어?! 아 시발, 너무 놀라서 충격 받을새도 없었네. 분명 쪽 소리가 났었다고, 쪽! 내 입술에 뭔가가 닿았다고 이 씨발!
뭐가 닿았냐면 존나 낭창한 표정으로 나한테 섹스하자는 개소리를 당당하게 하고 서 있는 지호성 입술이 닿았다고 씨이이발!

- 괜찮아?

후우, 침착하자. 그래, 침착해야돼 주해성. 너무 순식간에 남자한테 당한 내 입술이 억울해 손에 든 꽃다발을 지호성에게 집어던지며 말했다.
- 머리가 어떻게 됐냐? 한번만 더 그런 정신나간 짓 하면 나 너 안 본다.

제 가슴에 팍 맞고선 떨어지는 꽃다발을 내려다보던 지호성이 순간 아무말도 못 한다. 발을 떼려던 찰나 찬찬히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내 눈을 쳐다보는 멍-한 얼굴이 마치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속으로는 욕을 천만번 쏟아붓고 얼굴에 수천번 죽빵을 날렸지만, 이것도 친구라도 좀 신경이 쓰이긴 한다.

- 알았어.. 내가 너무 좀, 그랬지..?

알긴 아네.

- 그렇다고 그렇게 울상일 필요는..
- 아니야. 내가 너한테 너무 성급하고 갑작스럽게 무리한 얘길 해버린 거 같다.
- 뭐.. 그렇긴 한데..
- 절차라는 게 있는데, 그치?
- ?
- 어휴, 키스부터 하자고 했어야 하는데 멍청하게 자자는 말부터 했으니 당연히 차이지. 미안, 그럼 우리 키스부터 할까 해성아?

..개노답 지호성. 내가 다시는 널 상종하나 봐라 다짐했지만.
옆집에 사는 지호성네와 우리집은 워낙 돈독한 사이라 오늘처럼 창고정리를 한다던가 할 때에는 서로의 아들을 부려먹곤 했다. 지호성네 창고를 정리하며 하루종일 시달렸다. 더위에? 놉. 먼지에? 그것도 놉. "한 번만 하자니까?" 개노답 지호성 헛소리에 시달렸다. 이렇게 집념이 대단한 놈인줄이야.
- 싫다고 몇 번을 말해 병신아. 넌 옆집만 아니었어도 진짜.. 아우 확 쥐어팰수도 없고.
- 한 대 맞을테니까 뽀뽀할래?

몇 시간을 뽀뽀니 키스니 귀에 못이 박힐만큼 졸라대며 불쑥불쑥 제 얼굴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미는데 와, 내가 오죽하면 지호성한테 애원을 다 했다.
- 하.. 제발 그만 좀 해라 지호성. 내가 이렇게 사정할게.
- 그럼 일단 옷부터 벗고,
- 이 사정이 그 사정이 아니잖아, 이 미친 개노답새끼야!

이런 나의 사정(그 사정 아닙니다)도 모르고 아줌마는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에게 고생했다고 아낌없는 칭찬세례를 하셨다.
아줌마 아들은 오늘 1도 도움이 안 됐다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땀 흘리던 우릴 욕실로 밀어넣으며 말씀하신다.

- 시원하게 화채 만들어줄 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

아니, 난 그냥 집에가서 씻어도 되는데요 아줌마...

- 뭐해, 얼른씻고 화채 먹자. 담에 너희 집 창고도 정리 좀 할까?
지호성과 같이 샤워하는 게 별스러운 일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별스러운 일이 된 것만 같다. 내게 되먹지않은 고백 비슷한 것을 한 후로는 시도때도 없이 달라붙는 지호성이 날 너무 귀찮게 하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덜 귀찮으려면 최대한 둘만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답이니까 빨리 씻고
나가자 싶어 옷을 벗어던지고 물을 틀었다.

- 뭘 봐? 안 씻냐?
- 응. 구경 좀 하고.

뭘 구경해, 미친놈아.

- 나도 공수도 하면 너처럼 몸이 딴딴해 질 수 있을까?

납작하고 말랑말랑한 제 배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더니 내 배도 콕콕 찔러본다.
- 부럽다.
- 운동하던가.
- 숨 쉬기 운동으로 만족해 난.
- 그럼 부러워하지 말던가. 야.. 어딜 쳐다봐.

대놓고 내 소중이를 빤히 보고있는 미친놈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묻는다.

- 만져봐도 돼?

아,아줌마.. 아줌마 아들이 지금 저 성희롱 하고 있는데 좀 패도 될까요..?
- 너 죽고 나 산다.
- 아 왜 다 싫대. 키스도 싫다, 뽀뽀도 싫다,
-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실시.
- 내가 뭐 다른 거 하재?
- 실시.

울상인채로 할걸음 뒤로 몰러나는 지호성은 입술을 어디까지 내밀고 투덜댄다. "더럽게 비싸게 구네." 아니 이건 내가 비싸게 구는 게 아니잖아 미친놈아, 하..
- 어차피 방학인데 간만에 호성이랑 놀다가 자고 가. 아줌마랑 아저씨는 너희집에서 어른들끼리 오늘 한 잔 하기로 했거든.
- 아뇨, 전 약속이,
- 너 약속 없잖아.

이를 꽉 깨물고, "내가 약속이 있는지 없는지 니가 어떻게 알아." 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뭔가를 들어보인다.
...누가봐도 내 폰인데?

- 너 요즘 일진들이랑 안 놀아서 친구도 없잖아. 카톡보니까 공수도장 애들한테 심심하다고 징징거리더만.
- 야!
- 넌 왜 해성이 폰을 맘대로 보고그래. 친구여도 지킬 건 지켜야지.

진짜 아줌마만 아니었으면 처음으로 지호성을 한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미쳐버린 요즘의 지호성을 이해하기엔 난 너무 정상이고 이 새끼는 현재 너무 비정상이다.

- 다 먹고 그릇은 그냥 싱크대에 넣어둬. 게임 너무 오래 하지들 말구!
- 엄마나 술 너무 마시지마. 아줌마 아저씨께도 해성이 걱정 마시라고 말씀해 드리고.

결국 아줌마는 변태가 되어버린 내 부랄친구와
불쌍한 어린양인 날 남겨놓고 우리집으로 떠나셨다. 난 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우리집을 놔두고 내 몸을 불순하게 노리고 있는 변태의 소굴에 있어야만 하는 걸까.

- 다 먹었지? 치우자.

이건 뭐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거지?
내가 고작 키만 큰 말랑말랑한 이런 놈한테 당할 위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꺼림칙한 게 뭔가 불안하고 또 불편하다. 쇼파에 앉아 티비와 게임기를 연결하고 있는 지호성의 뒷통수를 노려봤다. 그래, 대화를 좀 해보자.

- 야, 지호성. 앉아봐.
- 응.

아니 시발, 내 무릎에 앉으라는 말이 아니잖아.
- ...옆에 좀 앉아줄래, 병신아?
- 아. 진작 말을 하지.

하.. 이런 새끼랑 대화가 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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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4
영고필현3 #서준지우

영화 들어가쟀더니 싫다고 어깃장을 놓는 형을 어르고 달래가며 진땀빼서 캐스팅 ok했더니 해외로케 안 한다고 또 뻗대는데 진짜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게 사춘기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는 한지우의 "쓰읍!" 하나에 해결되는 걸 보며 대표자리에 한지우를 앉혀야되나 싶었다.
한달정도 해외촬영을 하고 와서는 뭔 이상가족도 아니고 두사람은 눈물의 상봉을 해댄다. 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지우를 보자마자 보고싶었다고 달려들어 쪽쪽대고 난리굿을 피우는데 눈꼴 시려워 못 봐줄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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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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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0
첫사랑7 #서준지우

겨우 몸을 추스리고 멍하니 샤워를했지만 조금도 정리되지 않는 감정에 다시금 흐르는 눈물이 속절없이 날 주저앉힌다. 머리도 말리지 못 하고 쇼파에 앉아 꾸역꾸역 억지로 참아보는 눈물조차 서럽게 느껴져 또 주륵 흘러내리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부운 얼굴에 열감이 돈다.
- 지우야. 한지우!

울리는 인터폰. 쿵쿵대며 두드려지는 문. 그리고 강서준 목소리.

- 문 좀 열어봐!

한밤에 신고라도 들어올 기세의 소음에 힘겨운 몸을 일으키다 휘청. 겨우 현관문을 열었는데 강서준이 다급하게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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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부은 것 좀 봐. 어디가 얼마나 아픈건데?
- 용건만 좀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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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8
10년 연애 #서준지우

곧 있으면 강서준과 사귄지도 10주년이다. 오래도 만났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사랑이라고 다를까.

- 우리 곧 10주년이잖아.
- 응.
- 하고 싶은 거 있어?
- 글쎄.
- 10주년 기념으로, 헤어질까?
티비를 보던 시선이 내게 닿는다. 물론 내 시선은 아직 티비를 향해 있지만. 열여덟부터 만나 이제는 스물여덟. 내 20대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강서준은 이미 30대다. 집에서 결혼 압박이 심해지고 선자리가 들어오기도 한다.

- 왜?
- 그냥.
딱히 헤어질만한 이유는 없다. 다만 계속 사귈 이유도 없을 뿐이다. 오래 만나면 가족같다고들 하는데 우린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 하진 않다. 지겨움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평온하달까. 서로에게 더이상 관심이 없으니 할 말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다.
Read 16 tweets
Nov 8
클리셰6 #해성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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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고있는 애들은 없는지 슬며시 눈동자를 굴려보던 주해성이 인상을 살짝 쓰고선 날 쳐다본다. 표정 존나 박제해두고 싶게 좋네. 여튼 내가 원한것도 아니고 니가 멋대로 내 취향을 저격 한건데,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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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자자. 그럼 하나 더 지워줄게.

주해성의 언짢은 인상이 풀리나 싶더니 물음표가 덕지덕지 붙는다. 오, 처음보는 표정. 사진만 찍어놓을 수 있다면 처음보는 표정마다 찍어서 도감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 자자고?
- 어.
- 슬립?
- 아니, 섹스.

아무리 쉽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주해성이라지만 이 정도면 동공지진 정도는 보여줘도 될텐데 되려 지겹다는 듯한 얼굴로, "하나 지우더니 약이 좀 올랐나보다? 나중에 얘기하자." 하는데 아니 이런 문제를 나중에 얘기하자는 것도 웃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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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6
첫사랑6 #서준지우

- 서준이형 백수야?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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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는 아니고.. 프리랜서.
- 일을 하긴 하는구나. 것보다, 너 그 형 좋아하지?
훅 들어온 질문에 그릇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 무슨 소리야, 갑자기.
- 첨엔 형한테 유독 까칠하길래 형이 뭐 잘못해서 사이가 틀어진건가 싶었는데, 뭔가 달라.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이며 그릇을 정리하다 이를 꽉 깨물었다. 내가 미쳤다고 강서준을..
솔직히 다시 만난후로 자꾸 내 앞에 알짱거리는 낯짝이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겠냐고, 4년 사귄 첫사랑을 5년만에 옆집 이웃사촌으로 만났는데. 불편하고 또 불편한 이 마음이 김형기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나보다.
Read 31 tw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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