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넓고 돈 많은 백수 강서준 이럴 때 쓰지 어따쓰냐며 친구가 골든리트리버를 맡겼어.산책만 잘 시켜주면 별로 어렵지 않을거라며 무려 한 달동안이나!첨엔 친구 욕을 했는데 며칠 데리고 있으니 훈련이 워낙 잘 돼있어서 배변도 가리고 잘 짖지도 않고, 산책시켜주느라 하루 세 번 꼬박
꼬박 외출도 하다보니 사람답게 사는 느낌이야.오늘도 밤에 산책시켜주러 몽치(개이름)데리고 나왔는데 잠깐 벤치에 앉아서 운동화 끈 묶는 사이에 몽치가 어디로 뛰어가는거.한 번도 이런 일이 없어서 몽치야!부르면서 뛰어가는데 꼬리 붕붕거리면서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는 남자한테 달려드는거.
으악!소리내며 엎어진 남자를 올라타서 얼굴을 핥고 헥헥거리는 몽치를 간신히 떼어낸 서준이 죄송합니다!!연신 허리를 숙였어.
저 괜찮으니까 강아지 혼내지 마세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
정말 괜찮아요
보조개를 패며 미소지은 남자가 몸을 숙여 아직도 꼬리를 자기 다리에 감고 비비적거리는
몽치를 쓰다듬었어.
다른 사람한텐 그러면 안돼.알았지?
뭘 알아들은건지 왕!하는 몽치를 한 번 더 쓰다듬은 남자가 멍하니 서있는 서준을 의아하게 쳐다보다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어.몽치가 산책 계속 하자며 목줄을 끄는데 입을 틀어막은 서준이 내적 비명을 질렀어.
내 스타일!!
너무 갑자기 맞닥뜨려서 말도 제대로 못 걸고 그대로 보내버린 상대에 집에 돌아와서 아쉬움에 베개를 줘패던 서준은 매일 같은 시간에 몽치를 데리고 그 근처를 서성이기 시작했어.
몽치야 지난번 그 예쁜 형아 다시 좀 찾아줘라.응?
몽치는 그저 부르르 몸을 털 뿐이었지.오늘도 허탕인가,낙심해
터덜터덜 걷는데 몽치가 고개를 쳐들더니 꼬리를 흔들어.목줄을 꽉 잡고 몽치가 가는대로 끌려가니 앞에 그 때 그 사람이 보였어.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틀림없었지.서준이 일부러 큰 소리로 몽치야!소리치자 남자가 돌아봤고 몽치가 남자에게 발을 턱 얹고 서서 꼬리를 흔들었어.
어어…그 때 그..
하하.안녕하세요.몽치라고 합니다
…강아지…말씀하시는거죠?
네?…아!강아지!그렇죠.얘가 몽치죠.설마 사람 이름이 몽치일리가.강몽치 하하
황설수설한 서준이 속으로 망했다ㅠㅜ 하는데 피식 웃은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몽치를 쓰다듬었어.
몽치야,오늘도 형아랑 산책하고 있었어?형 맞나?
형 맞습니다.강서준,32세,남성…입니다?
망했다…꼬시는 게 전공,잠자리는 복수전공이라며 타고난 부와 미모로 화려한 연애경력을 자랑하는 강서준이 고장나서 자꾸만 삐걱거려.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준을 올려봐.살짝 벌어진 입으로 앞니2개가 보였어.토끼같아 너무 귀여워!내적 흥분중인
서준을 모르는 남자가 몽치의 목살을 주물주물했어.
몽치야 형이랑 산책 잘 해.저는 그럼…
저!
…네?
저-녁 드셨나요?
지금 밤 9시인데요
저-는 아직이라서요
배고프시겠네요.얼른 돌아가서…
저-랑 같이 드시겠어요?
네?
저-기 괜찮은 식당이…
풉,남자가 웃음을 터트렸어.
저-한테 작업거는거죠?
얼굴이 빨개진 서준이 뺨을 긁적였어.
맞으면 같이 저녁 드실래요?
지우가 피식 웃었어.
한지우예요
강서준입니다
서준이 몽치의 귀를 잡고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바꿔 장난스럽게 말했어.
저는 몽치예요
지우가 사르르 미소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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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형이면 현준이 밀어야되나. 뭐든 예쁜 게 좋고,그게 자기 손으로 만든거면 더 좋고.근데 사람중에는 그닥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캔버스엔 항상 풍경이나 추상화만 담기는데 어느 날 사진학과 사진전 갔다가 눈 하나만 크게 찍힌 사진에 사로잡혀서 매일같이 눈만 그리는.그 사진 찍었다는 사람
한테 모델 누군지 물어도 안밝히는 조건으로 사진찍은거라 안된다는 말만.사진 제목은 무제.전시회 주제는 슬픔이야.정말이지 어울리는 사진이었어.찡그리지도 눈물이 맺히지도 않았는데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먹먹했거든.매일 그 눈을 생각하며 캔버스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현준이 그 눈을 다시
마주한 건 화방이었어.화방주인이 주문한 물건을 갖다주러 온 택배기사.마스크에 모자를 써서 눈만 보이는데 마침 들어오던 현준과 나가려던 그가 스치면서 눈이 마주치는데 현준은 한 눈에 알아봤어.그 눈의 주인이라는 걸.하지만 붙잡을 새도 없이 그는 사라졌고 현준은 화방 카운터 앞에 쌓여있는
몸 만든다고 집에서도 계속 운동하는 강서준.헬스장 뺨치게 운동기구 모아놓은 방 있으면서 지우 옆에 있고싶어서 거실에서 지우 티비보는 동안 소파 밑에 발걸고 하다가 발등아파서 지우한테 잡아달라고 하겠지.그럼 강서준 발등에 앉아서 무릎에 팔 얹고서 티비보는데 드라마에 푹 빠진
지우가 야속해.
나보다 드라마가 더 좋아?
저거 너 나오는 드라만데
그러니까 실물보다 드라마 속 강서준이 더 좋냐고
너는 강서준이고 저 사람은 최상무고…
아예 드라마 속 인물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지우에 질투심 폭발한 강서준.윗몸일으키기 하면서 일어설때마다 지우한테 뽀뽀해가지고
신입생중에 과대 강서준 애인있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애들이 이번 신입생 중에 예쁘다는 a인가 하는데 a도 아니라고는 하는데 약간 즐기는 분위기.그러다가 중간고사 앞두고 단합엠티 하는데 과대가 늦게 합류해.등장만으로 환호하는 애들한테 여유있게 인사해준 강서준 두리번거리면서 지우는?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