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행성의 모래바람을 뚫고 서준은 나아갔다.뿌연 모래를 헤치고 도달한 곳에 서준이 간절히 찾고자 했던 이가 있었다
"지우야..."
ver.1 흐릿한 시선을 맞춘 지우를 향해 서준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버석한 모래알갱이가 느껴지는 꺼끌거리는 입술. 초첨없던 눈동자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으나 서준은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도 알았다. 지우가 기억을 잃었음을. 강서준을 잊었음을.
그러나 살았으므로 서준은 안도했다. 그를 끌어안고있기 한참. 상성율이 완벽한 페어답게 지우의 몸은 언제 그렇게 넝마였냐는듯 본래로 돌아왔다. 지우는 말간 눈동자로 서준을 올려다보며 그의 뺨을 제 손바닥으로 감쌌다
나의 구원자. 벙긋거리는 입술 사이로 지우가 내뱉은 말에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나의 구원자는 너야... 네가 살아서... 날 죽지 않게 구원한거야"
다시 한번 입술이 맞물리며 숨이 교차했다.
ver.2
"지우야"
서준의 부름에도 지우는 답이 없었다. 센터에서 전해들은 지우의 사망소식을 믿지 못했던 서준은 기어이 무릎으로 기어 그의 시체에 고개를 묻었다. 온기가 사라진 나의 사람아, 너를 외롭게 둘 순 없으니 내가 가야하겠지. 서준은 서슴없이 혀를 깨물었다. 뜨겁게 흐르는 혈액을
머금은 입술을 지우의 입술에 겹치며 서준은 그를 꼭 끌어 안았다. 나는 네가 없는 생에서 벗어난다. 네가 있는 죽음으로 향해 간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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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보세요? 지우야, 나야 서준이... 우리 고3때 같은 반이었는데 기억나? 일년만인가? 필현이한테 네 삐삐번호 받아가지고 연락해봐. 어... 사실 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용기가 안 났어. 날이 춥다, 따듯하게 입고 다니고 내 삐삐번호 남겨놓을게. 연락... 줄래?
강서준이네? 되게 오랜만에 보네... 쟤는 여전히 잘 생겼구나. 강서준이 저런 얼굴도 하는구나. 널 그런 얼굴로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서준지우
ver.1
서준은 끝내 자신의 음성을 지우의 음성사서함에 남기지 못했다. 지우는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주저 앉아 머리를 헝크러트리는 서준을 바라보며 자신의 첫사랑이 저무는 것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서준은 지우의 결혼소식을 들었다. 안녕, 나의첫사랑. 숱한 연애에도 잊지 못했던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