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워라벨>

조선의 임금이 매일 고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5시에 일어나 1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럼 조선시대 공무원의 업무 시간은 어떠했을까요?
이들에게도 워라벨에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했습니다.
일단 관리들의 출퇴근시간을 봐봅시다. Image
조선은 기본적으로 탄력근무제였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랐죠.

경국대전에 따르면
평상 시에는 묘사유파라고 하여 묘시(5시~7시) 동안 출근하여 유시(17시~19시)에 퇴근하였으며,
해가 짧은 계절에는 진사신파라고 하여 진시(7시~9시)에 출근하여 신시(15시~17시)에 퇴근했습니다. Image
때문에 묘사유파 때는 최소 10시간, 최대 14시간 동안 근무하였으며,
진사신파에는 최소 6시간 최대 10시간 동안 원하는만큼 근무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평소엔 기본적으로 12시간 정도 근무했으니 실로 탄력근무제죠.

또 자율출퇴근이라고 설렁설렁 일했다간 인사평가가 박살나 좌천당했고요. Image
그럼 조선시대의 휴일은 어떠했을까요?

현대처럼 주5일근무제가 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삼가일이라 하여 매달 3번의 휴일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었습니다.

또한 상사(3월3일), 중오(5월5일), 중양(9월9일)에도 쉬었죠.
이외 단오나 칠석, 동지 같은 날도 규정엔 없지만 공휴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Image
조선에도 휴가는 있었습니다.

급가라고 하여 혼례를 치루거나 상사가 있는 경우,
아내나 처부모의 기일,
혹은 부모님을 뵙거나 간병 등 여러 사유로 유급 휴가가 나왔습니다.

부모, 친척, 외가 제사일에 2일에서 5일,
상을 치룰 때 7일에서 30일,
간병을 갈 때 30일에서 70일의 휴가를 받았죠. Image
이런 휴가는 정기적인 휴가로 연 1회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았습니다.
2년에 2번의 급가를 보장하여
총 2년에 3번의 휴가를 지급했죠.

이외 침을 맞거나 목욕을 할때도 휴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왕실에 경사나 국장이 있을때도 쉬었으니,
조선 관리는 매년에 50일 정도 쉬었을겁니다. Image
길게는 100일 넘게도 쉴 수 있었겠죠.
이렇게 계산하면 현대한국과 비슷합니다.

조선의 경우 결근일을 세는 것보다 출근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가가법이라하여 6품 이하 참하관은 450일,
6품 이상 참상관은 900일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죠.

이는 오히려 근무일수가 생각보다 적었음을 보여주는 Image
방증이란 생각도 듭니다.

숙종실록에
출퇴근은 법으로 지정한건데,
이를 관리들이 지키지 않아,
출퇴근 제대로 안하면 처벌하겠다는 대목도 있고요.

물론 야근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천당의 <시필>에는
술병나 죽을거라 말하는 지인에게 넌 야근하다 과로사할거라 말하는 구절이 나오죠. Image
뭐 그럼에도 누군가는 쉬었겠죠.

이렇게 휴일엔 쉬고 휴가도 받으면,
남은 시간엔 저희가 아는 것처럼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는 관리도 있었고,
불타는 퇴근과 함께 승전놀음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임금(이를테면 정조)한테 잡혀서 강제로 회식을 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워라밸이겠죠. Image
생각해보면 워라밸이란 건 실존하기보단 노력하는 것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조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야근을 했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오후를 위해 퇴근해 술을 마시며 글을 적기도 했죠.

저희가 보는 그림 속, 네모난 사방관을 쓴 사대부들의 풍류가 바로 조선의 워라밸아닐까요?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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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8
'애초에 종교가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다'라는 말은
비이성과 비논리를 종교라 명명한 것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를 비이성적이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기에 종교라 말하는 것이
논의에 있어 얼마나 유의미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종교와 과학은 상충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신앙적 해독은 양립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딱히 이율배반도 아니죠.

가령 중력의 작동방식을 알고 이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수식화한다면 이는 과학이고,
중력의 존재 이유를 신으로 설명한다면 이는 믿음이지만,
과학에서도 실증과 별개로 상정되는 것들이 적잖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암흑물질이라던지요.

이론의 완벽성을 위해 가정된 존재와
완벽함을 가진 존재의 상정의 본질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군요.

신이나 암흑물질이나 둘다 아직은 실증불가능/감각불가능의 영역에 있으니
그게 그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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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6
왜 조선은 한강에 다리를 놓지 못한 걸까요?

간단합니다.
한강 평균 강폭은 1km 이상입니다.
카이로를 관통하는 나일강의 강폭이 1km가 안되죠.
템즈강이 270m, 센강이 200m, 라인강이 400m입니다.

물론 한강은 꾸준히 확장공사를 해왔습니다.
때문에 과거에는 더 좁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Image
한강의 하상계수는 393입니다.
쉽게 말하면 비가 올때와 오지 않을때 물의 양이 393배 차이난다는 뜻이죠.

한강의 백사장은 모두 비가 오면 물에 잠기기 마련입니다.
실질적인 한강폭은 크게 차이가 안나죠.

거기에 1m 넘는 조수간만의 차도 존재했습니다.

이런 곳에 다리를 만들려면 Image
장마철마다 공사장이 물에 떠밀려가는 모습을 봐야했을 겁니다.
만들었어도 다리가 잠겼겠죠.

때문에 한강에선 쉽게 다리가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정조 시절 만들어진 배다리, 노량주교의 길이가 330m 정도입니다.
가장 강폭이 좁은 노량진에 만들어졌죠.

그런데 홍수가 나면 강폭이 800m가 되죠. Image
Read 5 tweets
Mar 6
<조선 호랑이 이야기>

조선시대는 호랑이의 시대였습니다.
호랑이는 판매금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오누이의 어머니가 판매하는 떡을 독점하기도하고,
토끼와 담배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사업가죠.

근데 얘는 호랑이가 아닙니다.
표범입니다.

딱 보면 호랑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Image
여기있는 그림들도 호랑이가 아닙니다.
전부 표범입니다.

정확히는 아무르 표범, 한때 한국표범이란 이름을 가질 가능성이 있었던 동물입니다.

이번 타래는 호랑이(였던 표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선 호랑이 이야기> ImageImageImageImage
얘들은 호랑이가 맞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을겁니다.
맞습니다.
호랑이는 딱봐도 담배를 잘 피게 생겼지만, 표범은 아닙니다.

농담이고 호랑이 가죽은 줄무늬를 띄고 있는데에 반해,
표범은 점박이 무늬입니다.
딱보면 알 수 있죠. ImageImageImage
Read 15 tweets
Feb 17
<한국어가 사라지는 시간에 대하여>

간단하게,
이번 타래에선 어휘가 사라지고 합쳐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현재,
현대 한국어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단어는
아마 사흘과 나흘이 아닐까싶습니다.

물론 더 일찍 잊힌 단어도 있지만,
이 두 단어는 자주 쓰인만큼
사라지는 것이 더 쉽게 체감될테죠.

먼저 어떻게 사흘과 나흘이 삼일과 사일 사이에서 살아남았는지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1. 며칠과 몇 일

한국어 맞춤법에서 가장 쉽게 괴리감을 느낄 부분을 고르라면
저는 며칠과 몇 일을 고르겠습니다.
며칠이 규범이고, 몇 일은 사문난적(웃음)이죠.
며칠이 규범표기인데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음운 규칙과 어원때문입니다.
/몇 월/이나 /몇 원/은 명백히 [며둴], [며둰]으로 발음됩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죠.

1. /몇/은 [멷]으로 발음됩니다.(음절끝소리규칙)
2. [멷]의 종성이 다음 음절의 초성이 됩니다. (연음법칙)
Read 22 tweets
Feb 16
바다에는 미친놈이 있습니다.
김갯가재라는 친구죠.

김해 김씨 김갯가재,
이 친구에겐 천적이고 뭐고 없습니다.
머리를 깨줄 수 있느냐 아니냐뿐이죠.

이번 타래는 바다의 미친놈
멘티스 쉬림프,
갯가재의 주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Image
갯가재는 두 종류로 분류됩니다.

개쎈 주먹으로 먹이의 명치를 찌르는 주먹형과
엄청난 속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갯가재의 위를 지나가던 먹이를 찌르는 작살형으로 나뉘죠.

둘다 연약한 생물학자의 갓가재 연구노트에 피얼룩을 남기는 주범이지만,
이번엔 갯가재의 핵주먹에 대해 이야기할겁니다. ImageImageImage
갯가재는 주먹이 쌥니다.
개쌥니다.
25m/s, 주먹을 날리는 순간 잠시 빈 공간이 형성되는데 생기는데,
이 공간은 수축과 함께 4000도 이상의 열과 빛을 발생시킵니다.
음파발광이라는 현상이죠.

당연하지만 이런걸 급소에 맞으면 좀 많이 아플겁니다.
아니 아프면 다행이겠네요. Image
Read 7 tweets
Jan 27
<일제시대 언어탄압 이야기>

방언찰이란게 있었습니다.
일제가 일본어를 보급하기 위해 실시한 재도죠.

오키나와어 등의 언어를 사용한 학생에게 방언찰이라 적힌 나무패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방언찰을 벗기 위해선 다른 방언 사용자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 제도는 1960년까지 이어졌죠.
아이누는 북해도 구토인 보호법이라는 이름의 법 아래 언어와 문화를 금지 당했습니다.

아이누란 이름은 구토인旧土人으로 바꼈고,
동화란 명목 하에 땅을 빼앗기고, 차별을 받았습니다.
아이누어를 사용하면 처벌당하기도 했죠.

때문에 아이누인은 차별을 피해서라도 모어를 포기했습니다.
한반도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방언찰 대신 목에 일어상용日語常用이라 적힌 국어상용패가 걸어졌으며,
학생은 체별 등의 폭력을 당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벗으려면 조선말을 사용하는 다른 학생을 찾아야했죠.

동시에 일어를 모범적으로 사용한 가정에는 국어상용가라는 액자를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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