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성 Profile picture
13 Oct, 202 tweets, 24 min read
류문대가 류건우로 돌아간 다음에 박문대는 류건우가 그랬듯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팬들은 박문대를 잊지 않았겠지. 그래서 매 박문대의 생일이 다가오면 지하철 광고를 걸었음.

그리고 그 광고는 늘 류건우의 생일 날 걸려서 박문대의 생일날 내려갔지.
테스타 멤버들은 편지 한 장 남겨두고 사라진 박문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가 싶었지만 한 달, 두 달, 석 달 그리고 넉 달이 흘렀을 시점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음

[ 여기까지 온 건 너희들의 힘이야. 내가 없어도 어디에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계속 노래해줘. ]

그게편지 마지막 줄이었거든
당연히 대중들의 반응은 어쩐지 미지근했음.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메인 보컬이 사라진 무대라니... 아무리 테스타라고해도 커버가 될까?

그렇지만 테스타는 늘 자신들을 여섯명이 아닌 일곱명이라고 부르면서 활동을 이어갔음
팬들은 둘로 나뉘었음. 테스타는 여섯명이다 그리고 테스타는 일곱명이다

전자는 자기 손으로 쓰고 나간 멤버인데 여섯명이 맞지 않냐는 쪽이고 후자는 영원한 일곱명이다. 뭐... 꽤 흔한 흐름이었음. 그 둘은 매번 싸웠지만 종래에는 여섯이든 일곱이든 박문대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모였지.
전자의 사람들도 뭐... 박문대가 싫은 건 아니었거든

게다가 이렇게 말도 없이 편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진다니 찝찝하잖아. 우리가 아는 박문대는 이럴 사람들이 아닌데...
그래서 그런가. 매년 12월 8일에는 지하철 광고가 걸렸음

[1215 문대야 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그 광고는 늘 박문대의 생일인 12월 15일에 내려갔음.

보통 생일 당일에 광고를 내리나? 하루 이틀정도는 조금 더 텀을 둬도 좋을텐데, 늘 광고는 12월 15일에 내려갔지
그 광고는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음. 처음으로 박문대의 지하철 광고가 걸렸던 홍대 입구역에, 악토버즈 셋의 광고가 걸렸던 그 자리를 매년 돌아가며 걸린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처음 광고가 걸린 날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고가 내려가는 날에. 12월 8일과 12월 15일마다 찾아오는 남팬이 하나 있었거든

누군지는 아무도 몰라. 검은 마스크에 검은 뿔테 안경, 그리고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채로 캐논 750D에 24mm 렌즈를 들고 온다는 것밖에.
매년 찾아와. 매년 찾아와서 포스트잇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냥 광고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사진을 하나 찍고 사라지는 그 남팬.

광고를 건 사람이다, 숨은 남팬이다, 심지어는 그 사람이 박문대일 것이다. 가설만 가득한 그 남팬.

그 남팬 덕분에 더 유명해졌어
옛날부터 아이돌 덕질을 해온 어떤 사람의 말로는 옛날부터 데이터 팔이를 좀 하던 사람 같다고,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뭐, 진실은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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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짜리 조그만한 옥상 옥탑방

그곳이 류건우가 지내는 곳이었음. 류건우의 몸으로 돌아온 이후에 처리할 일을 다 처리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버릴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어디 쉽나.
사실 서울보다도 다른 지역이 연고 없이 지내기 어려운 곳이잖아. 게다가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어 급하게 구한 직장은 서울의 한 사진 스튜디오였음.

결국 어쩔 수 없이 서울 어귀의 10평짜리 조그만한 옥탑방을 구해서 4년째 살아오던 차였음
자신이 다시 류건우가 되고 박문대가 사라진지 벌써 4년째인데, 테스타 멤버들은 여전히 박문대의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고 팬들은 종종 박문대를 찾곤 했음.

어느정도냐면, 테스타가 몸집이 커지면서 다시 한번 숙소를 이사 했는데 박문대의 짐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는
전 숙소에 있던대로 물건까지 똑같이 옮겨둔거야. 지독하지, 정말. 그뿐만 아니라 룸메이트 배정을 할 때도 늘 '박문대'와 함께 방을 쓸 사람을 정했음.

팬들은 처음에 왜 박문대와 방을 쓸 사람을 정하냐고, 연락이 됐냐고 물어봤지만
🦅 아뇨. 여전히 저희도 연락이 안 돼요. 그렇지만 짐도 그대로고… 문대라면 갑자기 사라졌듯이 갑자기 나타날 것 같아서요.

그런 대답이 전부였음. 류건우는 테스타의 영상을 전부 챙겨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

사라진 전멤버를 기다린다는게 아이돌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을텐데.
초반에야 팀워크니 뭐니 그런 말로 잘 통하겠지만... 그렇잖아. 이게 4년씩이나 되어가면 미련이고 멍청해보인다는거.

그런데도 멤버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음
🐰 문대 형은 자다가 안좋은 꿈을 꾸고 깨어나는 일이 종종 있으셨으니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박문대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존재였고,

🐻 듣고 있냐? 오늘 타이틀곡을 정하는데 부장이 또 말썽이다.

그들에게 박문대란 늘 의지가 되는 존재였고,
🐱 형….

그들에게 박문대란 늘 그리운 존재였고,

🐹 언제 돌아오냐. 차유진이랑 김래빈 맨날 싸워.

그들에게 박문대란 늘 해결사 같은 존재였으며,
🦅 [ 문대야, 애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 ]

그들에게 박문대란 늘 기다리고 있는 존재였거든

갑자기 사라졌듯 갑자기 나타나서 뻔뻔하게 굴어도 상관 없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음. 그냥, 돌아와만 줬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박문대는 더이상 없잖아. 류건우는 돌아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걸.

류건우는 안경을 고쳐 쓰고, 검은색 모자를 익숙하게 머리에 눌러 쓰고, 옆에 두었던 카메라 가방을 집어들었음.

류건우의 몸으로 돌아온 이후 가장 먼저 한 것이 갖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카메라를 사는 일이었음.
다시 데이터 팔이 노릇을 하려고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음. 그냥...

테스타 다음으로 좋아했던게 사진이었는데, 테스타는 이제 좋아하면 안되니까. 그래서 그랬던거지.

카메라 가방 안의 카메라를 확인한 류건우는 버릇처럼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음
12월 8일 오후 1시 27분

이날 류건우가 가는 곳은 단 한 군데 뿐이었음. 원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타입이 아닌지라 가는 곳이 정해져 있었지만 12월 8일, 자신의 생일날에 가는 곳은...

홍대입구역
1년만에 다시 찾은 홍대 입구역은 언제나 그렇듯 북적였음. 물론 이중의 1/10 정도는 박문대의 광고판을 보러 온 팬들, 그것도 박문대의 팬들이었지만.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익숙한 얼굴들을 훑은 류건우는 광고판이 보이는 역의 계단 앞에 기대 서서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였음
그들이 기억하는 건 박문대인거지 류건우가 아니니 사실 그들 사이에 섞여도 상관은 없겠지만 괜히 입이 썼거든.

자그마치 4년이야. 4년이면 잊을 만도 한데 이렇게까지 매년 찾아와서는 혹여나 문대가 보러 오진 않을까 기웃대고 있으니까 말이야

내가... 무슨 낯짝으로 저들 사이에 섞이겠어.
한참 핸드폰을 만지작이고 있어도 얼추 낯익은 얼굴이 보이자 류건우는 이번에는 괜히 카메라를 손보는 척 카메라를 만지작였음.

캐논 750D에 24mm 렌즈

류건우로 돌아오기 전에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선물 받았던 카메라와 렌즈였음.
그즈음의 박문대는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걸 좋아했고 요즘 문대가 이것 저것 찍어 올린다는 걸 눈치 챈 팬들이 기민하게 준비해서 선물했던 거였음

물론 그 때의 그 카메라가 지금의 류건우의 손에 있는 건 아니었음.
그렇지만... 어째서였을까? 많고 많은 카메라를 두고 같은 기종과 같은 렌즈를 산 건.

한참동안 카메라를 만지작이던 류건우는 어느덧 줄어든 사람들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광고판으로 다가갔음
어느덧 남은 사람들은 광고판을 힐끔 바라보고 지나갈 뿐, 테스타에게는 관심을 가져도 박문대에 대해선 '아, 그 옛날에 사라진 걔?' 그정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뿐이었음

광고판은 분명 오늘 오전에 걸렸을텐데, 이미 광고판 위에는 이런 저런 포스트잇이 붙어있었음
[ 문대야 언제든 돌아와 ]
[ 건강하게 있다고만 말해줘 ]
[ 잘 지내고 있는거지? ]

닿지 않을 외침일텐데도 다들 꾹꾹 눌러쓴 글씨가 괜히 마음 아팠음
이번에 올라온 광고판의 문대는 마법소년 활동을 할 때의 문대였음. 아마도 마법소년으로 처음 음방에 올랐을 때의 의상 같은데...

어쩐지 눈에 익으면서도 낯선 자신 - 이제는 자신이 아니지만 - 의 모습에 류건우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고쳐 쥐었음
매년 이 곳에 와서 광고판 사진을 찍어가는 건 연례행사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생겨버린 버릇이었음

사진을 찍어가면 찍는 그게 전부고 어디엔가 올린다거나 하지도 않는데, 처음 광고판이 올라왔다는 걸 들은 날 무심코 가져갔던 카메라로 그냥 팬인 척 한다고 찍던게 지금까지 이어온거지
그래도 뭐... 가끔 정말로 너무 그리울때는 그때 찍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류건우의 생일날 그리고 박문대의 생일날 그 사이에 붙여진 포스트잇의 양으로 조금은 그리움을 달래기도 했고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는 날에는 사진을 확대하고 또 확대해서 포스트잇에 꾹꾹 눌려 적혀있는 글들을 읽기도 했으니 마냥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음

그래서 이번에도 박문대의 네번째, [ 1215 문대야 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 ] 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었을 때였음
🦌 무, 문대야?

류건우는 귀를 의심했음

그렇지만 지금까지 숱하게 들어온 목소리인데. 류건우가 되고 테스타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류건우의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을 때마다 흘러나오는게 테스타의 노래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 왜그래?
🦌 아, 아니야…. 순간 문대인 줄 알았어. 문대보다 키도 큰데….

류건우는 그대로 굳어버렸음. 선아현 혼자 있으면 그냥 모른체 지나가도 될텐데 이세진까지 있으니까, 그것도 하필이면 악토버즈 - 동갑즈 - 광고판이 걸렸던 여기에 있으니까.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올리지도, 그렇다고 내리고 도망가지도 못한채 그렇게 굳어 있었음

그렇게 굳어있자니 다시 한번 들려오는 건 이세진의 목소리였음

🐻 죄송해요. 사람을 헷갈린 모양이에요.
📷 아…. 괜찮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참 눈치 하나는 빠른 놈이지
류건우가 '선아현씨세요?' 하면서 호들갑을 떨거나 아니면 '뭔소리야?' 하는 얼굴로 바라봤더라면 그냥 선아현을 데리고 피했을텐데 가만히 있는 걸 보고 아, 갑자기 선아현이 나타나서 당황했지만 소란 피울 생각은 없나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거는 모양이었음
얘네도 이 광고판을 보러 온건가?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여길 왜 오겠어. 류건우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채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에 그저 집중 했음.

성격 만큼이나 터벅 터벅 호쾌하면서도 단정한 이세진의 발걸음 소리와 무용을 한 탓인지 사뿐 사뿐 거의 들리지 않는 선아현의 발걸음 소리.
자신이 이 둘을 발걸음 소리로 구분 할 수 있듯이 이 둘도 자신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안다는 걸 알기에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그렇게 멀어져가는 소리만 듣고 있는데

🐻 이 방법도 실패인가봐. 이제 그만할까.
🦌 아, 아까 그 사람 분명 문대가 아니었지….

귓가에 목소리가 울리는거야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엉켜들어가는 발걸음 소리, 지하철이 도착한다는 익숙한 안내 음성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목소리는 류건우의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음

방법? 아까 그 사람? 박문대를 찾고 있는거야?

류건우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선아현의 팔을 붙잡았음
갑자기 팔이 붙잡힌 선아현은 당연하게도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채로 류건우를 바라봤고 이세진은 그런 류건우를 경계하듯 노려봤음

한편 류건우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뗐다 붙였다 반복중이었음

다짜고짜 붙잡은 것 까진 좋단 말이야. 그런데 붙잡아서 뭘 할건데? 왜 붙잡은건데?
그렇게 입술만 뗐다 붙였다가 이번에는 깨물었다가를 반복하던 류건우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내뱉었음

📷 저…. 박문대에 대해 알고 있어요.
🐻 그러니까, 박문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신다고요?

되물은건 이세진이었음
이세진은 선아현의 팔을 잡은 류건우의 손을 잡아 빼며 되물었지. 류건우는 순식간에 사라진 선아현의 팔을 다시 잡을까 했지만 이내 포기했음

굳이 잡지 않아도 둘 다 가버리진 않을 것 같았거든
이세진은 동요하면서도 류건우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듯 또렷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선아현쪽은...

이미 사정 없이 흔들리고 있었음

선아현이 고작 이정도 일로 흔들릴 사람은 아니라지만 박문대라는 사람의 존재가 선아현에게 그렇게 작은 존재가 아니었거든
이미 테스타는 고자 편지 한 장 남겨두고 간 박문대를 4년째 기다리고 있었어. 테스타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단 말이야

처음 박문대가 사라진 걸 안 건 이세진이었음. 휴가라도 생기면 꼼짝 없이 앓아 눕던 박문대였고 사고 이후로는 부쩍 체력이 떨어진 모습도 보였으니까
그 날도 그냥 그런 줄 알았던거지. 모처럼 멤버 전원이 쉬는 날, 아침부터 청우가 운동을 다녀오고 유진이가 아침부터 넷플릭스를 보고 그 옆에선 배세진이 햄스터 쿠션을 끌어안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고,
전 날까지 곡 작업을 했던 김래빈이 뒤늦게야 일어나서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어제 곡 작업을 하느라...' 로 시작하는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고 그런 래빈이와 함께 선아현이 거실로 나와도 그냥 그런 줄 알았음

문대가 많이 피곤했나보다, 늦게까지 자게 냅두자.

그런 생각 뿐이었음
이세진은 덥앱에서 몇 번 말하기로 처음 박문대가 사라졌던 날의 그 서늘한 감각을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음

🐻 점심때가 돼도 문대가 안나오길래 깨우러 들어갔는데, 어쩐지 서늘한거예요. 예감이 이상했어요.
🐻 애써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 ... ...

처음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일도 몇 번 있었음.

대부분 이런 이야기는 새벽의 덥앱에서 했으니 새벽 감성이겠지, 그렇게 말 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마냥 새벽 감성만은 아니었을거야.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던거겠지,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조금만 더 일찍 문대 방을 들어갔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까.

전 날에 문대가 자신한테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냥 캐물을 걸.

자다가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서 잠시 깼다가 별 일 아니겠지 다시 잠들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했어.
🐻 ... 문대가 없었어요. 신발도 그대로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이후로는 그 때의 이야기를 하면 더이상 울지 않고 얘기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슬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거야.

이세진의 말대로 숙소에는 박문대의 짐은 물론이고 신발도 그대로 있었음
그냥, 정말로 '박문대'만 사라진거야.

테스타 멤버들은 처음 하루는 그런 박문대를 그냥 기다렸음. 응답 없는 전화기에 전화를 걸고 또 걸면서 그렇게 기다렸지.

박문대가 어디 갈 곳이 있는 애도 아니잖아. 가족이라곤 테스타 멤버들밖에 없는 앤데...
🐻 걔가 어린애도 아니고 숙소엔 알아서 찾아오겠죠. 어쩌면 새벽 사이에 뭔가 일이 생겨서 저번의 차유진처럼 머리를 식히러 나갔을 수도….

편지에는 자신은 더이상 테스타로 있을 수 없을 거라느니 탈퇴 문제는 실종 처리가 되면 곤란해질 테니 내가 스스로 나간 걸로 해도 된다느니
심지어는 메인 보컬이 사라져서 타격이 크겠지만 지금 촬영하고 있는 아주사의 누가 노래를 정말 잘하니 캐스팅콜을 넣어달라고 해서 걔를 데려오라느니…

그런 말들이 가득했지만 이세진을 포함한 테스타 멤버들은 애써 무시하고 접어뒀음
다들 알잖아, 박문대가 얼마나 데뷔를 하고 싶어했고 노래를, 무대를 사랑하는지.

박문대가 얼마나 테스타를 아끼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인데.

갑자기 박문대가 테스타를 왜 나간단 말이야.
그 다음날은 근처의 CCTV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어. 숙소 안쪽에는 CCTV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엘리베이터부터 주변의 나갈만한 출입구에 설치 되어있는 CCTV를 전부 다.

그 전 날 테스타가 귀가한 새벽 1시부터 처음으로 잠에 깼던 차유진이 일어난 아침 8시까지.
박문대가 사라진 그 7시간 분량의 CCTV를 전부 살펴봤어. 수십 수백번을 보고 또 봤어.

그런데도 박문대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으니 출입구랑 관계 없는 곳에 설치 된 CCTV까지도 테스타 멤버들이 전부 달라붙어서 수십번을 돌려봤지.

그런데도 박문대는 어디에도 없었어.
그 다음 날, 그러니까 박문대가 사라진지 3일째가 되던 날에는 장난스레 테스타 SNS에 글을 올렸어.

🐹 박문대 걔 SNS 하나는 엄청 열심히 보잖아. 선아현이 말릴 정도로. 그러니까 분명 이것도 볼 거야.

배세진의 의견이었지. 테스타 멤버들도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어.
다들 아니까, 박문대가 테스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아니까, 그 애는 설령 테스타를 떠날지라도 테스타 없이는 살 수 없는 애라는 걸 아니까.

돌아오지 않아도 좋아, 테스타가 아니어도 좋아.
그냥 어디에 갔는지...

아니, 살아있단 것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
( [ 문대를 찾습니다. ] 라고 삐뚤삐뚤 적힌 쪽지 사진 )

TeSTAR_2U
안녕하세요, 러뷰어. 집 나간 박문대를 찾습니다. 문대야 잘못했다! 돌아와라!

댓글 104개 모두 보기
다소 장난스러운 SNS 글에 러뷰어들은 가벼운 반응이었음

- 막내들이 사고 쳤나봐ㅋㅋㅋㅋㅋㅋㅋㅋ
- 문대야~ 돌아와라~ 잘못했다~~!!
- 문대야 어딨는거야ㅠㅠㅋㅋㅋㅋㅋㅋㅋ
- 알고보니 큰세진이 사고 친거 아님??
- 글씨 적은 건 일단 큰세진인듯ㅋㅋㅋㅋ
- 선아현이 있으니까 금방 올듯ㄱㅋㅋ
하긴, 누가 그런 SNS 글을 보고 박문대가 정말로 사라진거라고 생각하겠어?

러뷰어들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받아들였지만 테스타 멤버들은 그렇지 못했지. 이렇게 하면 문대가 돌아오진 않아도 누군가가 길 가다가 문대를 봤느니 하는 글이라도 올려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는거야. 테스타가 이제 1군 아이돌로 올라서면서 박문대의 얼굴도 다들 어지간하면 알아볼텐데도, 없어.

박문대의 머리카락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 이후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 박문대는 자기가 사라진 건 무단으로 사라진 걸로 처리하라고 그랬지만 테스타는 박문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과감하게 언론에 밝혔지.

박문대가 사라졌다고.
그렇게 4년을 기다린거야.

박문대가 처음 시작했던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라는 인삿말은 언제부턴가 테스타 전원의 인삿말이 되었고 단체로 밤 늦게까지 덥앱이라도 하는 날은

늘 마지막이 같았어.
🐻 오늘은 여기까지. 저는 큰세진!
🐹 저는 작은… 세진
🦌 저, 저는 아현
🐰 저는 래빈
🐱 저는 유진!

🦅 그리고 저는 청우. 잘 자요, 러뷰어 여러분. 그리고 문대야.
진짜 미련하지. 이렇게 4년이 흘렀어.

근데 처음으로 박문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나타난거야.

박문대가 사라진 초반이라면 또 몰라. 그래도 가끔 있었거든, 박문대를 봤다는 허위 제보나 사칭이나... 근데 4년이나 흘렀잖아.
🐻 그러니까, 박문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신다고요?

류건우는 혹여나 '박문대'라는 이름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되었을까 주변을 빠르게 눈을 굴려 살펴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음

이세진은 아직까진 동요하면서도 믿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눈치였지
솔직히 말하면 류건우는 자신의 - 그러니까 박문대의 - 행방을 밝힐 생각이 없었어. 밝힌다고 해서 돌아갈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한 번 쯤은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거야.
그래서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들어보였음. 캐논 750D에 24mm 렌즈.

도박이었지. 같은 숙소에서 같이 일상을 공유한다지만 박문대가 이 카메라를 선물 받았던 건 자그마치 4년 전이었고, 받은거야 이세진도 선아현도 알고는 있지만...
사실 카메라라는게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냥 커다란 검은색 덩어리에 불과하잖아.

기종 이름이라도 말해야하나? 그러고보니 선아현이랑 이세진한테 카메라에 대해서 말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미 4년이나 지나버린 기억은 바래고 또 바래서 기억나지 않았음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온거야

🦌 아, 세진아 이거….
🐻 ... ...
🦌 어떻게 할까...?
🐻 일단은 자리를 옮겨요. 여기서는 보는 사람이 많잖아요.

카메라 때문에? 박문대가 사라지기 직전에 받은 선물이 카메라라는 걸 맞췄기 때문에?
그렇다기엔 이정도는 팬클럽에 가입 했더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일텐데. 류건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음.

이게 기회일지 함정일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잡은 이상 놓칠 생각은 없었거든. 카메라를 보고 왜 믿어줬는지는 자리를 옮겨서 물어봐도 늦지 않지.
앞장서는 이세진을 따라간 곳에 있는 건 테스타의 커다란 밴이었음.

4년 전의 것과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박문대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 아무것도 박문대의 흔적을 지우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린 테스타 멤버들 때문에 내부를 똑같이 꾸미는 조건으로 바꿨다는 그 밴.
류건우는 그 밴에 타길 머뭇거렸음. 왜냐면 그 '4년 전과 같은' 이라는게 언론에도 익히 알려져 있었거든. 그때 아마 테스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좀 나오고 그랬었지.

2년째 멤버를 기다리는 테스타, 같은 제목으로 기사도 좀 나왔고. 일부에서는 갑질 논란도 조금 일었던 것 같은데...
🐻 납치범 아니에요. 거기서 문대 생일 광고 보고 있었을 정도면 내가 누군지도 알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 앞에 가만히 서있으니까 옆에서 타길 기다리던 이세진이 툭 내뱉었음

누군지 알지, 알고말고. 목소리만 들어도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인기척만으로도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인데.
근데 어쭈, 슬쩍 반말이네?

아직 날이 선듯한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그 밴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류건우도 툭 말했음

📷 알아요. 그런데 말이 짧네요, 이세진씨.
나름 청우한테 들었던 그 대사를 따라한거였는데...

🦌 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나이를 몰라서... 그랬을 거예요.

생각해보니까 그 자리에 이세진이 없었지. 아차 싶은 류건우는 황급하게 변명하듯 말을 붙이는 선아현에게 장난이라고 말하고는 밴 안에 올라탔음.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던 밴 안은 정말로 4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음.

앞쪽 문 옆에 위치한 박문대의 자리를 포함해서.

주로 쓰던 목베개, 담요, 텀블러까지 전부 다.
또 다시 밀려오는 이상한 기분에 류건우가 자신의 것이었던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까 뒤에서 이세진은 류건우의 등을 툭툭 쳤고, 그제야 정신 차린 류건우는 밴의 안쪽으로 들어갔음.

📷 여기 앉으면 될까요?
🐻 예, 뭐…. 편한 곳에 앉으세요. 거기만 빼고요.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이세진한테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한 자리만 빼고, 라는 답이었음.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세진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 있는 건 박문대의 자리였음

애초에 거기엔 앉을 생각도 없었는데.
류건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음. 그제서야 이세진도 선아현도 앉았고.
그렇게 앉아서 괜히 눈만 굴리고 있으니까 먼저 말을 걸어온 건 선아현이었음

🦌 저, 저기... 문대랑은 관계가…?
📷 아, 음….

류건우는 당연히 고민했음. 얘네 둘이야 어릴 적의 류건우를 본 적도 없으니 류건우의 존재를 못알아차린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뭐라고 답해야하지?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음. 사실 내가 박문대고 너희가 그리워서 마지막으로 받았던 카메라를 샀다고... 분명 초입부터 헛소리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밴 밖으로 내쫓길게 뻔했음.
어쩌면 선아현이 욕하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답지 않게 그런 장난스러운 생각도 했지만, 그거 듣겠다고 이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할 순 없잖아.

애초에 믿어주지도 않을테고...
그렇다면 박문대의 친척 형? 차라리 류청우 친척 형이라고 하는게 더 신빙성이 있겠다. (사실이지만.)

그럼 모종의 관련이 있는 관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캐물으면 곤란해질 것 같기도 하고...

📷 아는 형이요. 문대가 옛날에 저한테 신세를 좀 졌거든요.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실제로도 박문대는 류건우에게 꽤 신세를 졌고 그 이후로도 연락을 했던 모양이니까.

게다가 '옛날' 이라고 하면 박문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이 둘은 적어도 이 이상으로 캐묻진 않겠지.
아니나 다를까 선아현은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이세진은 퍽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하기야 나 같아도 데뷔 이후 수소문을 해봐도 박문대를 사적으로 잘 안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오면 이상하겠지.
게다가 데뷔 한 이후에 아무런 교류가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 그럼 그 카메라는요?
📷 문대가 추천 해줬어요. 제가 사진을 좀 찍거든요. 걔도 좀 찍잖아요.
🦌 아, 그렇구나….
🐻 그거 말고는 별다른 말은 안 했어요?
캐묻듯이 나오는 이세진에게 류건우는 슬쩍 시선을 옮겼음. 대화가 딱히 어렵거나 그렇진 않았음. 뭐, 얘들이 아는 박문대가 나 자신인데.

이세진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음.
얘는 분명 이 카메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기종인지를 다 알고 있는 눈치였음.
류건우는 잠시 고민하더니만 슬쩍 다시 입을 열었음.

이미 이렇게 셋이서 밀폐 된 공간에 있는 이상 이제와서 발뺌하기도 그렇고, 차라리 확실하게 박문대를 아는 사람이라고 하고 교류를 하는 쪽이...

... 테스타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욕심이 나서.
보고 싶었잖아.
늘 귓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테스타의 노래가 나왔고 자기 전엔 한 번씩 검색창에 테스타를 쳐봤잖아.

자컨이 올라오는 날이면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기다리기도 했고 콘서트도 혹여나 누군가 자길 알아볼까 가지 못하면서도 미련이 남아서 콘서트장을 맴돌았잖아.
혹시나, 정말 혹시나 이젠 박문대의 목소리도 박문대의 가창 실력도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박문대의 버릇이라도 캐치할까봐 노래를 불러도 테스타의 노래를 부르는 법이 없었잖아.

그러면서도 지독하게도 꿈에 나와서, 숨죽여 울 떄도 있었잖아.
📷 음, 좋아하는 기종이라고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러뷰어분들께 선물 받은 카메라 기종이 이거라고.
🐻 ... ...
📷 ...그런데 이 기종을 알아보셨네요? 보통 카메라는 잘 구분 못하던데.

류건우의 말에 이세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지.
러뷰어에게 마지막으로 선물 받은 카메라가 이 카메라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거든.

이 사람은 정말로 박문대를 알고 있는건가?

머릿속이 복잡했고, 그래서 류건우가 되물은 것도 듣지 못했음. 차 안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지
🐻 그...

이세진은 선아현의 힐끔거리는 시선에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음. 이 정적을 어떻게든 해결 해보려고 했던 것 뿐이었는데

🐻 그 기종 외웠거든요.

본의 아니게 류건우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도 해버렸고.
기종을 외워? 대체 왜? 류건우는 당연히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이세진을 바라봤음.

이세진은... 무어라 형용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류건우의 목에 걸려 있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이미 직전의 경계심 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였음
🐻 문대가 사라진 이후에 문대 방에 들어갔는데 그 카메라가 보였어요.
🐻 생각해보니까 문대가 이 카메라를 받고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나서….
🐻 ...사진이나 볼까 하고 켰는데 우리 사진이 가득하더라고요.
🐻 문대는 하나도 없고.

이세진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음
그러고보니 이 카메라를 선물 받았던 날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겸 기분이 좋아서 하루종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던게 문득 기억이 났음

아마 그 날 골랐던 사진은 선아현의 사진이었지. 그리고 이세진은 그 옆에서,

🐻 문대문대~ 내 사진도 올려줘~
그렇게 앙탈을 부렸었음. 그래서 나는, 아니 박문대는...

🐶 네가 올려.

그렇게 말하면서 조작법을 간단하게 가르쳐 줬었고. ...그런데 그때 알려준 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냐.
류건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그때 그 일을 아는 체 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모른척 '그랬구나.' 능청스럽게 넘어갈 수도 없었음.

숨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들릴 침묵이 이어졌지.
그런 침묵을 깬 건 선아현의 작은 목소리였음

🦌 그, 그래서 문대가 사라진 이후로 세진이가 카메라를 배웠어요. 활동 하면서 틈틈이...
🐻 ... ...
🦌 문대가 남겨두고 간 카메라랑 같은 기종, 같은 렌즈를 사서 나중에 문대가 돌아오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 문대는... 늘 카메라 뒤에 있었으니까요.

그랬던거냐.
류건우는 이어지는 선아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 안의 카메라를 만지작였음. 나름대로 이 애들에 대해서, 테스타 멤버들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멀었네.

그런 생각을 하니까 괜히 눈물이 핑 도는 것 같기도 했음. 물론 이 상황에서 울면 모습이 이상해지니까 꾹 참았지만.

어쩐지 간질간질한 기분에 카메라만 만지작이고 있으니 선아현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음
🦌 그래서… 문대는 지금 어디 있나요?
📷 아, 그게….

밴에 덥석 탄 이상 언젠간 들었을 질문이었고 언젠간 해야 할 답이었지만 갑작스레 물으니 류건우는 눈만 데구르르 둘렸음.

어디 있냐고? 너네 앞에 있는데….
그렇다고 거기서 너네 앞에 있다고 그렇게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정말로 미친 사람 취급 당할 걸. ... 이젠 밴에서 내쫓기진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답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음
죽었다고 말하든 살아있다고 말하든 심지어는 '걔 미국 갔어요.' 그렇게 터무니 없는 말을 해도 당장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갈 애들이고, '시한부가 돼서 죽었어요.' 그렇게 말하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달라고 매달릴 애들이니까.
그렇다면 최선의 답이 뭐지?

류건우는 버릇처럼 최선의 답을 찾으며 눈을 굴렸음. 1초, 2초... 기분을 상하게 할 것만 같은 기분 침묵만이 흘렀지.

뭐든 빨리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3초, 4초...
그 적막을 깬 건 다음 아닌 이세진이었음

🐻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세, 세진아...!
🐻 박문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거죠?

고개를 들어 마주한 이세진의 눈은 이미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음. 그뿐일까, 말 하는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울 것 처럼 위태로웠음
류건우는 그런 이세진의 모습에 잠시 말 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지. 박문대로 있을 때처럼 통장에 많은 액수가 찍혀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정도면 벌이도 나쁘지 않고 생활도 나쁘지 않고.
테스타가 조금 그립고, 보고 싶고, 이따금씩 눈물이 날 것 같을 땐 옥탑 한 켠에 마련해둔 낡은 의자에 앉아서 테스타의 곡을 틀어놓고 모두의 목소리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면 그래도 견딜 만 했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주인인 이씨 할머니는 테스타를 모르는 탓에 몇 번 자신이 그렇게 노래를 틀어놓고 노래 부르는 걸 들켰지만 '총각 노래 잘하네, 트로트도 하나 불러줘.' 그렇게 말하고 넘어가셨으니까.
🐻 ...그러면, ...그러면 됐어요.

멀쩡하게 지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뭐라고... 이세진은 박문대가 멀쩡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끝끝내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그걸로 됐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음.
옆에 있던 선아현은 그런 이세진을 달래려는 듯 이세진의 등을 연신 토닥였지만 안도감을 감출 순 없었고.

류건우는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음. 박문대가 뭐라고. 그러면서 미안하기도 했음. 마음 같아서는 전부 알려주고 싶었음.
류건우도 알고 있었지. 이들이 박문대가 테스타로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그저 자신들 곁으로 돌아와 줬으면 한다는 걸.

📷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지 말라고 해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어떻게 그래. 할 수 있는 건 사라진 박문대를 감추는 것 뿐이었음
🐻 ... 그럼 한 가지만 더 알려주세요.

한참을 고개를 숙인채 훌쩍이던 이세진은 죄송하다는 류건우의 말에 고개를 들고 아직까지 눈물이 맺힌 얼굴로 류건우를 바라봤음

죄송하다고 하는게 아니었는데.
냉큼 한 가지만 더 알려달라고 하는 이세진의 말에 류건우는 속으로 짧은 후회를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여기서 안 되겠어요. 그렇게 말 할 수도 없잖아. 맨날 이시간쯤에 걸려오던 광고 전화나 걸려오길 빌고 있는데
🐻 찍으시던 그 사진은 문대한테 보여주는 건가요?

광고전화보다도 이세진이 빨랐지. 당연하지만.

얘네도 그 '8일과 15일에 나타나는 남팬'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가?
또 다시 류건우의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음.

그러고보니까 얘네, 아까 '방법' 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여기에 뭔가 박문대만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건가?

테스타가, 그리고 러뷰어들이 그리울때마다 본 사진들이니 한 두 번 본 건 아닌데...
류건우는 한 번도 박문대만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애초에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날부로 그 광고판을 보러 더이상 가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그냥 순수한 의미로 물어보는건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데 답이 나올리가 있나.
📷 ... 그건 왜 물어보시는건가요?

결국 류건우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음. 지금 이 상황이 사실 류건우가 꼭 답을 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만일 류건우가 '음, 그건 비밀이에요.' 그런 말을 해도 이세진과 선아현은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음.
류건우의 반문에 이세진과 선아현은 당황한 듯 보였음. 아마도 이렇게 반문하는 건 예상 밖이었겠지.

🐻 그냥... 문대 광고판이기도 하고...
🦌 ... 문대가 봤으면 좋겠어서요.

의외로 명확한 답이 돌아온 건 선아현 쪽이었음.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선명한 눈을 하고 류건우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음. 물론 그렇다고 날카롭게 바라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 딱 간절한 눈빛이었음.

🦌 그 광고판... ...문대가 보러 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무슨 근거로? 사실 박문대는 아주사때도 광고판을 보러가긴 했어도 먼저 가자고 한 적은 없지 않았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선아현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에 류건우는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음.

🦌 부, 분명... 올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년 왔어요.
... 뭐?

📷 네?
🦌 작년에는 스케줄이 있어서 청우 형이랑 세진이가...

기껏해봐야 문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정도일 줄 알았는데, 선아현의 입에서 나오는 건 상상 그 이상의 말이었지.

매년 왔다고? 여기에?
선아현의 말은 미묘한 확신이 있어보였음.

'올 것 같았어요.' 도 아닌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년엔 류청우와 이세진이 왔다는 걸 보면 아마 이 박문대 생일 광고판을 보는 건 두 사람만의 행동이 아닌 것 같아 보였고.
또 다시 류건우의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음.

그동안 숱하게 마주쳤다는 소리인가? 아니, 그럴리는 없지. 만약 숱하게 마주쳤다면 들켰을지도... 그런데 자신은 지금까지 들키지 않지 않았나?

이번만해도 자신이 들킨게 아니라 이세진과 선아현을 자신이 붙잡은 거였잖아.
📷 ... 그럼 재작년에도?

류건우의 조심스런 물음에 선아현은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지.

🦌 ...처음 걸렸을 때부터요.
📷 ...왜?

류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말을 내뱉었음. 표정을 갈무리 하지도 못했지.

사실 테스타 멤버들이 박문대를 기다린다는 그 광고판에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음. 그야 테스타잖아, 게다가 4년째 기다리고 있는 애들이니까.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음.

류건우는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 대체 뭐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처음 이세진과 선아현을 만났을 때부터 느껴지던 무언가의 '이상한' 느낌은 점점 더 선명해져왔음
류건우의 얼나간 되물음에 선아현도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낀건지 보일듯 말듯하게 고개를 기울이더니 이세진을 바라봤음.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이.

🦌 ...
🐻 알려드릴게요. 대신에, 조건이 있어요.
류건우는 침을 꼴깍 삼켰음. 잠깐의 정적, 그 정적이 류건우를 피마르게 했음.

이건 기회가 아니라 함정이었나?
나는 함정에 빠진건가?

그렇다면 무슨 함정에 빠진거지?

아니, 아니지. 테스타가 날 함정에 빠트릴리는 없어. 그렇지만 '나'는 박문대가 아닌데.
시시각각으로 변하면 류건우의 표정을 의아함, 슬픔, 놀람, 기쁨... 그 어떤 단어로도 형용 할 수 없을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세진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음.
🐻 ...만약에요, 정말 만약에요.
🐻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인거 아는데요.
🐻 문대가 그동안의 모든 광고판을 본거라면요, 보여준거라면요.

🐻 이번에는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사실도 같이 알려주세요.
🐻 이게... 맞는 줄 알았는데, 제가 헛짚은 모양이더라고요.
류건우는 그런 이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이세진은 그런 류건우를 바라보다가 잠시 입술을 씹고, 이내 입을 열었음

🐻 ...문대가 사라지고 나서 다들 힘들어했어요.

다소 뜬금 없는 이야기였지만 류건우는 일단 계속 이어지는 이세진의 말을 경청했지. 힘들어 할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 정말로 걘 국정원 출신인가봐요. 정말로 열심히 찾았는데 머리털 하나 안보이는거예요.

이세진은 허탈하게 웃고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음
문대가 사라진 건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말이었음. 테스타 멤버들은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 않는 문대의 흔적에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힘들어했지.

🐱 문대형... 어디로 갔어요?
🐰 테스타로 돌아오지 않으셔도 좋으니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연락만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차유진과 김래빈은 서로 싸우지도 않았어. 사실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건 이세진뿐만이 아니었거든.

문대가 사라지기 일주일 전쯤에 차유진과 김래빈은 서로 말다툼을 했지. 그런 둘을 가운데서 중재하고 일단 화해시킨건 늘 그렇듯 문대였고.
그렇지만 말이 화해지 문대가 사라진 그 날까지도 둘은 사실 서로 말도 하지 않는 냉전 상태였음.

싸운 이유라도 거창하면 또 모르겠는데, 그 이유도 차유진의 초코바를 김래빈이 먹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흔히 말하는 막내들의 투닥거림이 조금 커진거였고...
차유진과 김래빈은 문대가 머리를 식히러 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이세진의 말에 처음에는 '돌아오면 사과를 하고 내키진 않지만 착한 내가 차유진/김래빈과 사이좋게 지내줘야지!' 그렇게 생각을 했지.
그런데 하루, 이틀, 삼일
그리고 어느덧 한 달, 두 달

계절이 바뀌고 곧 겨울이 오는데도 박문대는 나타나지 않았고 차유진과 김래빈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음.
박문대가 이정도 일로 테스타를 나갈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의,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있다는 건 아는데...

그 이유중에 우리가 있으면 어떡하지? 돌아오기만 하면 정말로 안싸울 수 있는데...
🐱 김래빈... 우리가 싸워서 문대형이 안오는거야?

차유진은 내심 김래빈이 '차유진 바보야?' 라며 반박 해주길 바라고 그렇게 말을 걸었지.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니, 그 말에 김래빈은 참아왔던 눈물만 뚝뚝 흘렸음

🐰 ...정말로 그런거면 어떡하지? 내가 차유진하고 싸워서..
🐱 김래빈 바보야? 초코바 매니저 형이 먹었다면서! 내가 김래빈을 안믿어서...
🐰 그렇지만...
이미 오해는 풀린지 오래였고 둘은 그동안 그래왔듯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 의지하며 이 상황을 버텨나가고 있었지만

박문대는 돌아오지 않았지.
이러는 건 비단 차유진과 김래빈만이 아니었어.

류청우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박문대에게 문자를 보내는게 어느덧 버릇이 됐지.

🦅 [ 문대야, 어디야? ]
그런 일상적인 문자로 시작했던 문자는 점점 더 그리움이 짙어지고 간절해졌음.

🦅 [ 답 안해도 좋으니까 제발 읽기만이라도 해줘…. ]
🦅 [ 문대야, 다들 기다리고 있어. ]
🦅 [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걸까? ]
종래에는 자신이 리더라는 이유로 자책을 하기까지 시작했지

🦅 [ 나한테 리더 자격이 있는데 맞을까? 너 하나도 찾아내지 못하는데…. ]

🦅 [ 정말로... ]
🦅 [ 보고 싶어, 문대야. ]
양궁을 그만두게 된 적이 있으니까, 이미 소중한 걸 한 번 잃어본 경험이 있는 류청우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느끼는 소중한 것을 잃는 감정은 그 전보다 끔찍했던거지. 괴로웠고.
선아현은 잠시 멈췄던 상담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음.

🦌 문대야...

박문대는 선아현이 이젠 자신이 없어도 충분하다, 그렇게 말하고 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선아현은 내심 박문대를 많이 의지했거든.

왜,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고 힘이 나는 존재란게 있잖아.
선아현에겐 박문대가 그런 존재였거든.

그 당시의 선아현은 꼭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보였어.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일상을 이어가고 억지로라도 힘을 냈지만 선아현은 그러지 못했거든.
그러나 선아현이 끝내 무너지지 않은 건 박문대가 남겨둔 흔적들 덕분이었지.

선아현은 바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인터넷에 [ 박문대 선아현 ] 두 이름을 치고 가장 먼저 뜨는 동영상을 클릭하곤 했어.
아주사에 출연 했을 당시에 자신에게 '그냥 '이걸 해내겠다' 정도만 생각해.' 라고 말해주는 이제는 오래 된 그 짧은 클립 영상을.

그 영상 속의 박문대를 보면서 선아현은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었지.
배세진은 의외로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이상적인 존재였음.
본인 스스로가 맏이라고, 힘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혹은 오히려 몰리면 이성적이게 되는건진 몰라도 다른 애들이 자책을 하거나 우울해하면 툭툭 네 탓이 아니라며 논리적으로 말해줬고, 박문대를 이렇게 찾아보자며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기도 했지.
그렇지만 멤버들은 다들 알고 있었어.
새벽에 목이 말라 깨면 늘 배세진은 힘든 표정으로 소파 위에 앉아 있었거든.

이상할 것도 없었지, 배세진이라곤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았겠어? 멤버들이 그냥 모른 척 해준거였지.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테스타의 몰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음. 그야 테스타 멤버들은 문대를 믿었거든.

🐻 걔, 갑자기 사라졌듯이 갑자기 나타날테니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면 돼.

그런 이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 문대의 말대로 우리 목소리가 어디서든 들리도록 노력하자.

그런 류청우의 말에 마음을 다잡아 컴백 준비를 하며 박문대는 잊은 듯 전과 같은 생활을 시작했지.

그렇지만 늘 한 켠에는 박문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있었어.
그러던 도중 문득 뭔가를 깨달은 이세진이 테스타 멤버들을 모두 불러 모았던거야.

박문대가 사라진지 딱 세 달째가 되던 날이었음.
🐻 ... ...

답지 않게 비장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이세진을 보며 다들 조금은 긴장 했지.
문대한테 연락이 왔나? 이세진하고는 친했으니까 연락이 왔을지도 몰라.

혹시 문대 봤다는 사람을 찾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문대가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아스러졌나?

고요한 침묵, 다들 말은 안했지만 속으론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였음.
테스타 멤버들이 모두 모인 걸 확인한 이세진은 멤버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지.

🐻 ...지하철, 광고를 내볼까해요.

🦅 지하철 광고...?
🐰 팬분들이 종종 해주시는 그런거 말입니까?
🐹 사람 찾는거면 그런 것보단 SNS에 올리는게 낫지 않아?
다소 뜬금 없는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 갑자기 지하철 광고라니, 이상하잖아.

그렇지만 이세진은 그냥 고개를 젓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음
🐻 ...그냥 광고가 아니라 생일 광고를요. 장소는... 홍대 입구역이 좋겠어요.
🦌 ... ...
🐻 거기가 문대의 첫 지하철 광고가 걸린 곳이었거든요.
다들 처음에는 썩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봐도 나타나지 않은 박문대인데 그 지하철 광고만으로 나타나겠어?

게다가 사실 박문대는 러뷰어들을 사랑하고 아낀다지만 지하철 광고를 좋아해서 매번 일일히 찾아가고 그런 애는 아니었거든.
아주사때만해도 그렇잖아,

🐰 그렇지만... 문대형이 그 광고를 보러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주사 촬영때도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이 있어서...
🐱 그래서 김래빈이랑 둘이서만 보러 갔었어요.
거절 당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선뜻 내키지 않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지만 이세진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 마냥 확고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지.
🐻 확실한 건 아닌데,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올지도 몰라.
🦌 어, 어떻게...?
🐻 12월 8일에 광고를 걸어서, 12월 15일에 내리는거야.

🐻 그렇게 매년 반복한다면... 보러 올지도 몰라요.
이야기를 듣던 류건우는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만 어느덧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음.

왜 그렇게까지 박문대를 찾아 다닌거야.

다들 각자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도 미안하고 안타깝고 이젠 사라져버린 자신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음.
그게 아닌데...
그런 이유로 너희를 떠난게 아니었는데...

한참을 그 상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류건우는 고개를 들어서 이세진과 선아현을 번갈아 바라봤지.

류건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들어하던 이세진과 선아현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뒤바뀌었음.
자신의 표정이 얼마나 엉망인지, 이게 두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같은 건 감정에 파묻혀서 할 수 없었음

📷 ...광고를 건게 테스타 멤버들이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제야 알 것 같았지. 그 '이상함'의 정체를 말이야. 그동안 이걸 왜 몰랐지? 싶을 정도로...
지하철 역에 걸려있던 그 사진, 이세진이 찍은거였거든.

비단 이번 마법소년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부 다 테스타 SNS와 멤버들의 핸드폰에 있던 사진들이었음.
류건우도 모르고 있던 그 광고를 건 사람의 정체,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진이라고 웅성댔지만 류건우만큼은

📷 oO(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고 넘어갔던 그 이유.
모든 걸 알고 나니 허탈하기까지 했음.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테스타 멤버들은 어떻게든 이 곳으로 돌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거였구나. 나를...

이렇게나 기다리고 있던거구나.
이세진의 '이 이야기를 전해달라'는 아마도 박문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부탁이었겠지.

어쩌면 이 이상으로 귀찮게 굴지 않겠다, 너를 잊도록 노력해보겠다.

그렇지만 만일, 정말 만일 무엇인진 몰라도 8일과 15일. 그것이 네가 떠난 이유라면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류건우는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과 생각에 이세진의 답을 듣기도 전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음.

잊을게 따로 있지, 그걸...
첫 무대를 올라가기 전에 다같이 셀카를 하나씩 찍어서 SNS에 올리자고 그랬는데, 살면서 셀카를 찍어본 적이 없으니 찍는 셀카마다 족족 이상하니까 그걸 보고 이세진이

🐻 문대문대~ 셀카 찍어본 적 없어?
🐶 너는 얼마나 잘 찍는데.
🐻 사진하면 이 이세진 형님이지. 내가 찍어줄까?
그렇게 말하면서 찍어줬던 리허설 무대 위의 박문대의 사진.
그걸 왜 잊고 있었을까...
류건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세진에게 질문을 하자 이세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음.
🐻 옛날에요, 문대 생일을 조금... 일찍 축하 해준 적이 있었어요.
🐻계산을 해보니까 문대 생일날 비행기 안에 있을 것 같아서 다같이 마지막 콘서트가 성공리에 끝난 걸 기념 할 겸,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준 적이 있었거든요.
🦌 그 날이... 12월 8일이었어요.

당시의 기억에 잠겨 이세진이 잠시 말을 고르는 사이에 선아현이 끊어진 이세진의 말을 이었지.
🦌 그, 그땐 다들 별 생각 없이 넘어갔거든요.
🦌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 그때 박문대의 표정이랑 반응이 뭔가 이상했거든요.
📷 ... 표정이랑 반응이 이상해요?
🐻 아,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분명 박문대의 생일은 12월 15일이고 그 날은 8일이었으니까...
🐻 보통 자기 생일과 다른 날에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 나오는 말은 오늘 생일이 아닌데 잘못 안 것 같다거나... 그런 말이어야하잖아요.

🐻 근데 박문대는 그랬거든요.
내가 뭐라고 그랬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던 류건우는 이어진 말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어떻게 알았어?' ...라고.

🦌 그, 그때의 문대는 분명 놀란 얼굴이었어요. 그때는 그냥 갑작스런 파티에 놀랐나보다 했는데...
📷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했다는거군요.

류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음. 잠시 선아현의 시선이 주먹에 닿은 것 같았지만, 지금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
선아현은 류건우의 주먹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돌려서 이세진을 바라봤음. 그리고 이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지.

🐻 ...네.
🐻 문대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결국 문대에게 듣진 못했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 ... ...
🐻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 ...이 이야기를 문대한테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류건우는 고개를 끄덕였음. 전하고 말고 할게 있나, 이미 너네가 다 전해버렸는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어느샌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기도 했지.

그동안 선아현과 이세진은 그냥 류건우를 바라보고만 있었음.
꽤 긴 시간동안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지. 어디선가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거나 말소리도 내지 않았음.

류건우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선아현과 이세진은 그런 류건우를 그저 기다리는 듯 했고.
한참 뒤에야 생각을 정리한 류건우가 입을 열었지.

📷 문대... ...한테 연락, 하고 싶으신가요?

선아현과 이세진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음. 류건우의 말을 기다리곤 있었지만... 둘이라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류건우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으니까.
🦌 네, 네...!
🐻 ...네.

류건우가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둘을 보고 류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었음.

박문대를 닮은 그 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음.

📷 번호 찍어주세요.
류건우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핸드폰에 번호를 입력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음.

📷 ...사정이 있어서 아마 만나지는 못할거예요.
🦌 ...네.
📷 그렇지만... ...음, 이젠 숨지 말라고는 할게요.
🐻 ... 그거면 충분해요.
만나지도 못하고 정말로 연락만 된다는건데, 두 사람은 그걸로도 넘치는 듯 기뻐했음. 선아현은 눈물까지 글썽였으니...

사실 누군가가 박문대인척 할 수도 있는 일일텐데 그 둘은 그런 의심은 하나도 하지 않는 것 같았음.

마치 류건우를 믿고 있다는 것 마냥.
🐻 ...여기요.
📷 문대한테는... ...자기가 문대라고 먼저 문자 보내라고 할게요.

이세진이 류건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을때야 다시 한 번 이세진이 울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난처한 얼굴로 류건우를 바라봤고, 류건우는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음.
🐻 ...네, 네. 금방 갈게요, 형.

보아하니 스케줄 땡땡이라도 치고 온 모양이지.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든 커버는 치고 있는 모양이지만...

류건우는 그렇게 4년만의 만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밴의 문을 열었음.
🦌 저... 안녕히가세요. 감사해요.

선아현은 여전히 예쁜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전화통화를 마친 이세진은 그런 류건우를 바라보다가 눈을 휘어 웃었음.

🐻 정말로 감사해요. 그리고...
🐻 ...안녕히가세요, 건우 형.

류건우의 패배였어. 어떻게 저 여우 같은 곰돌이를 이기겠어?
그날 이후로 홍대 입구역에는 [ 1215 문대야 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 ] 광고판이 설치되는 일이 없었지

대신에 매년 다른 광고 판이 자리했음
[ 1215 박문대~ 형님 안보고 싶냐? ]
[ 1215 문대형! 언제든 돌아오십쇼! ]
[ 1215 Happy Birthday My Brother ]
[ 1215 문대야 우리 대상 받았어 ]
[ 1215 차유진이 초코바 다 먹기 전에 돌아와라 박문대 ]

그리고 가끔은 다른 광고판이 자리하기도 했지.
[ 1208 고마워요. 그리고 생일 축하해요, 건우형 ]
일단 요 썰은 요기서 끝 ^-^)9 #세성썰 #테스타 #TeSTAR

외전 썰은 뉴 타래로 풀도록 하겠슴다
𝐴𝑛𝑜𝑡ℎ𝑒𝑟 𝑠𝑡𝑜𝑟𝑦, 𝑡ℎ𝑒 𝑠𝑡𝑜𝑟𝑦 𝑜𝑓 𝑡ℎ𝑒 𝑇𝑒𝑆𝑇𝐴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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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Oct
류건우가 좋아했던게 사진이고 박문대가 사진 잘 찍는 건 다들 알고 있으니까 우연한 계기로 연말에 사진전 열게 됐으면 좋겠다...

사진전 제목은 <STAR>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건 테스타만이 아니었음.
처음 시작은 우연히 You퀴즈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서 였을 것 같음.

박문대가 사진 잘 찍는거야 옛날 옛적 데뷔 하자마자 알려진 사실이니까 팬들은 돈 모아서 박문대한테 DSLR 카메라를 선물하곤 했음.
박문대는 카메라를 받을때마다 멤버들 세워두고 인증샷 찍는 건 물론이고 종종 시간이 날때면 카메라로 이것 저것 찍어서 그중 잘 나온 걸 올리곤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홈마보다 사진 잘 찍는 아이돌 이미지가 잡혔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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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Oct
Another Story _ 테스타의 이야기

! 최근화까지의 직간접적 스포가 포함 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정리하던 선아현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사슴 모양의 시계를 힐끔 보고는 붉은색으로 별표가 되어있는 12월 8일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지.
벌써 산지 5년이나 된 코트였지만 어찌나 애지중지 보관해온건지 코트는 바로 어제 산 듯 반짝이고 있었음.

🐰 ...나가십니까?
🦌 응,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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