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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Oct, 151 tweets, 17 min read
Another Story _ 테스타의 이야기

! 최근화까지의 직간접적 스포가 포함 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정리하던 선아현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사슴 모양의 시계를 힐끔 보고는 붉은색으로 별표가 되어있는 12월 8일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지.
벌써 산지 5년이나 된 코트였지만 어찌나 애지중지 보관해온건지 코트는 바로 어제 산 듯 반짝이고 있었음.

🐰 ...나가십니까?
🦌 응, 다녀올게.
옆에서 헤드폰을 쓴 채 곡 작업을 하던 김래빈은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익숙하게 묻고는 힐끔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봤어.

이번에 테스타가 전속 모델로 발탁 되었던 음료수 회사에서 나온 테스타 달력에도 12월 8일에는 붉은색으로 별표가 되어있었지.
아니, 사실 그뿐이 아니었음.
테스타의 숙소 내에 있는 모든 달력에는 8일 그리고 15일에 붉은색 별표가 있었으니까. 누군가의 핸드폰 속 달력도, 심지어는 스케줄을 정리 해놓은 달력에도.

선아현은 김래빈에게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옆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음.
[ 박문대 & 이세진 ]

낯익은 두 이름이 적힌 팻말이 걸려있던 방 문은 금방 열렸지만, 그 안에 있는 건 이세진 혼자 뿐이였지.

다른 한 명의 행방은... 뭐, 알잖아.
방에서 나온 이세진은 익숙한듯 패딩을 고쳐입고는 쓰고 있던 캡모자를 더욱 꾹 눌러 썼음.

🐻 가자.
🦌 ...응.

두 사람은 목적지도 말하지 않은 채 그렇게 숙소를 나섰어. 그렇지만 다들 다녀오라는 말 뿐, 어디로 가냐거나 그런 건 하나도 묻지 않았지.
12월 8일, 12시 35분.

그 날은 네번째 박문대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다린다는 광고판이 걸린 날이었음.
홍대 입구역으로 가는 동안 선아현과 이세진은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음. 슬슬 이 방법이 맞는 방법일까, 그런 회의감이 들어서 그랬지.

이세진이 처음으로 이 광고를 걸자고 했을 때, 다들 반신반의하며 일단 광고를 걸었어.
돈 같은 건 아깝지 않았지.

박문대를 찾을 수만 있다면 당장에 계획 되어있는 테스타 콘서트를 전부 취소하고 갈 사람들이었으니까.

그 콘서트 위약금을 테스타가 전부 내야 한다해도 냉큼 낼 사람들이었으니까. 오히려 그것만으로 찾을 수 있다면 서로 낸다고 했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광고를 거는 것도 벌써 4년째인데 박문대를 직접 만나는 건 커녕, 박문대의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단말이야.

슬슬 지쳐가기도 한거야.
이 방법이야말로 성공 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이들이 계속 이렇게 광고를 거는 건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음.
첫번째 이유는 처음 광고판을 걸었던 날, 만났던 의외의 인물 때문이었지.
첫번째 광고판을 건 12월 8일, 그 날 광고판을 보러 간 건 선아현와 이세진이었음.

멤버가 사라진지 4개월, 활동을 시작한 테스타와 박문대를 기다린다는 생일 광고판.

팬들에게도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 광고판은 꽤 화제가 됐었으니까. 홍대 입구역의 광고판 앞은 늘 사람이 북적거렸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초조한 눈빛으로 하나 하나 살펴보던 선아현과 이세진은 발견하고 만거야, 익숙한 얼굴을.

🐻 대체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는거야?
🦌 저, 저사람도 문대를... 찾는걸까..

그래, VTIC의 청려를.
나름대로 가리려고 검은 모자에 뿔테 안경, 옷도 단촐하게 검은 목티 차림으로 왔지만 그게 어디 감춰질 외모와 몸인가.

슬슬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눈길로 힐끔 힐끔 바라보니 청려는 박문대의 광고판 앞에 서서 재밌다는 듯 웃는 걸 그만두고 뒤돌아 나왔음.
🦌 ...잠깐만요.

그런 청려를 붙잡은게 선아현이었고.

다급하게 청려의 팔을 붙잡은 선아현의 손길에 청려는 표정이 움찔 하는가 싶더니 선아현의 정체를 알아보곤 재수없는 (어디까지나 이세진의 표현에 따르자면) 웃음을 지었음.
🔨 볼일이 있어요?
🦌 저, 여기에 왜 오신거예요...?

선아현은 청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또박 또박 말을 이어나갔지.
사실 테스타 멤버들이 청려에게 연락을 안해본 건 아니었음.

아무리 찾아도 문대가 나타나지 않고 찾을 수 없자 어쩔 수 없이 청려에게 연락도 했었지. 그야 문대의 주변 사람들은 테스타 멤버 아니면 브이틱 멤버.

딱 이정도였으니까.
브이틱, 그중에서도 청려한테 연락을 하는 건 테스타 멤버들로서는 영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상황이 물불 가릴 때도 아니었고.

게다가 청려 얘기가 나오자 유진이가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툭,
🐱 문대형이 다쳤을때도 찾아왔었어요.
🐹 뭐?
🐰 교통사고가 났던... 그때 말하는거야?
🐱 Yes. 문대형이 비밀로 하라고 그랬지만요.
🦅 문대야...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니 이쯤 되면 멤버들은 청려랑 문대가 어떤 의미로든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인정 할 수밖에 없는거야.
그래서 매니저한테 연락처를 구해달라고 부탁해서 연락을 했지. 브이틱, 그중에서도 청려의 연락처를 구하는 건 생각외로 어렵지 않았음.

그야 미리 청려가 테스타 멤버들이 자기 연락처를 구하면 그냥 알려주라고 말해둔 덕분이었지만.
청려, 아니 신재현.
그가 박문대의 행방을 아냐고 묻는다면 신재현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곤 했음.

안다고 해야할까, 사실 박문대의 행방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건 신재현도 마찬가지였거든.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고, 사라지기 직전에 박문대가 남긴 말도 있으니 박문대가 있는 곳이 '류건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또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지만...

찾지 않았으니까 모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
박문대의, 이제는 류건우의 행방을 찾지 않은 건 의외로 간단한 이유였음. 박문대가 사라지기 며칠 전엔가 뜬금없이 신재현을 불러냈거든.

🐶 숙소에 있냐?
🔨 무슨일 있어요?
🐶 ... ... 좀 나와봐, 아래야.
🔨 알겠어요.
박문대의 연락을 받고 아래로 내려가보니 박문대는 숙소 문 앞에 기대서서는 괜히 땅만 툭툭 차고 있었음.

후드티를 푹 눌러쓴게 나름대로 숨기려곤 했던 것 같은데, 100m 밖에서 봐도 박문대라는 티는 팍팍 내면서 말이야.

🔨 문제가 생겼어요?
신재현의 물음에 박문대는 너털 웃음을 터트렸음.
문제?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지.

🐶 나 돌아갈 것 같다.
그 한마디에 신재현은 상황 파악을 했지. 박문대가 돌아갈 곳이라면 '그 곳'밖에 더 있겠어?

그렇다면 박문대의 몸은 어떻게 되는거지, 의문이 생겼지만 그 의문도 금방 풀렸음.

🐶 아마 '박문대'는 '류건우'가 그러했듯 사라지지 않을까 싶고...
🔨 축하한다고 해야할까요?
박문대는 그런 신재현의 말에 아무말 없이 검은 하늘만 바라봤음. 그 날따라 날이 흐린건지, 분명 이 시간대면 별이 꽤 보였었는데도 그 날은 별이 하나도 안보였지.

보이는 건 그냥 시커먼 밤하늘 뿐….
🐶 ...모르겠다. 그냥 테스타 멤버들이 내 행방 모르냐고 하면 모른다고만 해줘.
🔨 부탁하는거예요?
🐶 그래, 부탁이다.
🔨 그래요.
🐶 기왕이면 '류건우'도 찾지 말고.

찾지 말라니까 찾지 않은 것 뿐이었음.
신재현이 보기엔 박문대는 이젠 절대로 테스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일단은 박문대가 그렇게 부탁하니 그렇게 하기로 한거야.
테스타 멤버들의 연락을 받은 신재현은 '후배님과 관련해서라면 만나서 얘기하죠?' 라며 테스타 멤버들을 불러냈음.

사실 내심 조금은 기대하기도 했지. 테스타 멤버들은 벌써 박문대를 찾으러 다닌지 두달째니 뭐라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슬슬 신재현도 박문대, 류건우의 행방에 대해 궁금했거든.

🐹 너, 너... 박문대의 행방을 알아 ...요?
🦅 세진아, 그래도 연장자인데...
🐰 문대 형의 행방을 아신다면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 문대형... 보고 싶어요.

🔨 이렇게나 우르르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우르르 오자마자 묻는 걸 보니 박문대의 행방은 커녕 류건우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 ...정말로 아무것도 아는게 없으신가요?
🔨 후배님의 행방에 대해서라면, 알아도 제가 아니라 같은 멤버들이 알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 ... ...
🦌 그건...
🐹 ... ...
알면서도 숨기고 자기를 캐는건가 싶어서 답지 않게 미끼와 함께 도발도 해봤지만 테스타 멤버들은 정말로 모르는 것 같았음

신재현의 입장에서야 선택의 갈림길이었지.
이들에게 '류건우'의 존재를 알려주고 슬쩍 묻어서 류건우를 알아낼 것인가 혹은

류건우, 박문대의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
🔨 농담이에요. 저도 아는 건 없어요.

그리고 선택한 건 박문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쪽이었음.
🐹 ...정말로 모르는거 맞아요?
🐰 만일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들은 쉽게 믿는 것 같진 않았지만.
아무튼, 이렇게 찜찜하게 끝났던 청려가 난데없이 박문대의 광고판을 보러 왔으니 선아현과 이세진으로서는 의심을 감출 수가 없었던거지.

게다가 찾아갔던 그때로부터 한 달 반쯤 지났으니 어쩌면 뭔가를 알아내고 이 곳에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
🔨 음... 후배님 보러?
🦌 ...!
🔨 아, 농담이에요.

선아현은 드디어 박문대가 왜 청려만 보면 주먹을 쥐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생각했음.
선아현의 옆에 서있던 이세진이 그 말에 청려를 날카롭게 노려보니까 의외로 청려는 항복의 제스쳐로 양 손을 살짝 들었음

저 놈은 진짜….
🔨 그렇게 노려봐도 여전히 후배님에 대해서 알아낸 건 없는데.
🐻 그럼 여기엔 왜 온건데요?
🔨 음... 글쎄요.
🦌 ... ...

잠시 고민을 하는 듯 고개를 들고 이세진과 선아현을 내려다보던 청려는 슬쩍 눈을 휘어 웃으며 말했지

🔨 누군진 몰라도 운이 좋다 생각해서?
운이 좋지, 이미 류건우의 존재와 류건우가 12월 8일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입장에선 12월 8일에 걸린

[ 1215 문대야 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 ]

라는 광고판이 류건우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예상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신재현도 한 가지 모르고 있던 점이 있었다면, 테스타 멤버들은 '운이 좋은'게 아니라 '머리가 좋은' 거라는 거였음.
그게 바로 이들이 지금껏 12월 8일에서 12월 15일, 류건우의 생일에서 박문대의 생일까지 광고판을 걸어오던 두번째 이유였고.
사실, 이세진이 8일부터 15일까지 광고판을 걸자며 콘서트 마지막 날 박문대의 생일을 축하해줬을 때의 박문대의 반응을 되새겨줘도 테스타 멤버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음.
🐻 확실한 건 아닌데, 이렇게 하면... ...언젠가는 올지도 몰라.
🦌 어, 어떻게...?
🐻 12월 8일에 광고를 걸어서, 12월 15일에 내리는거야.
🐻 그렇게 매년 반복한다면... 보러 올지도 몰라요.
🐰 확실히 화제성은 될 것 같습니다만...
🐱 But... 문대형이 외국에 있으면요?
🦌 나,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 그걸로 될까...?
한 사람만 빼고.

🦅 그렇게 하자.
평소에 멤버들을 배려하는 듯한 말투를 구사하는 류청우였기에 멤버들의 의견을 묻고 총합해서 이끌어 간다면 또 모를까 이렇게 멤버들이 반대를 하는데도 홀로 결정을 내리는 듯한 말을 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 나는... 좋은 생각인 것 같아. 하고 싶어.
🐹 정말로...?
박문대가 사라진 이후 류청우가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였나?

멤버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류청우를 볼때쯤에야 류청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음.

🦅 음, 그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류청우의 눈에 이채가 돌더니만, 멤버들로서는 조금 뜬금 없을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 됐음.

🦅 옛날에 문대가 세진이 집에서 명절을 보냈을 때, 둘이서 우리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던가?
🐰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 Umm... 저는 처음 들어요!
🦌 저, 저는 들어본 적 있어요. 문대가 말 해줘서...

갑자기 그 때의 이야기를? 뜬금 없는 이야기에 테스타 멤버들은 어리둥절해졌지만 류청우가 워낙 쓸데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타입은 아니니 가만히 들었지.
🦅 명절날 세진이랑 문대가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사실 세진이는 문대를 쫓아왔었고...?
🐹 갑자기 밤늦게 나가길래 쫓아갔지. 아주 형형한 눈을 해서 나가길래...
🐱 형...형하다?
🦌 piercing.
🐱 아~! 그래서요?
형형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레 제일 연장자인 세진이와 청우를 바라보는 유진이탓에 잠시 말이 끊겼지만, 류청우는 계속 말을 이어갔음.

🦅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내 어릴 때 사진을 보여달라는거야. 기왕이면 영상으로.
🦅 그... 사고때 문대가 날 구해준거나 마찬가지였잖아, 그때 얘기까지 꺼내면서 부탁하는데 그땐 어릴 때의 기억이라도 떠오른건가 해서 보여줬지.

멤버들을 표정을 살피면서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음. 사실 이렇게 박문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으니까.
박문대 그리고 류건우의 관계는 문대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밝힐 생각이 없었는데...

🦅 그러다가 한 영상에서 멈추더니 핸드폰으로 그 영상 속 누군가를 찍더라고.
🐻 누군가를 찍어요...?
🐰 두 분, 예전부터 알고 지내셨습니까?
🐹 ... ... 그 때는 아는 사람, 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멤버들의 의아한 반응을 뒤로하고 류청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음.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음.

물론 이제와서 말 못하겠다고 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사실 류청우는 이걸 밝혀서 문대를 찾아낼 수 있다면 문대의 질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음.
설령 자신이 멋대로 이 얘기를 했단 사실에 화가 난 문대가 자신을 보지 않겠다고 할지라도...

상관 없을 것 같았지.

살아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면, 다른 멤버들이라도 만나준다면 그걸로 괜찮을 것 같았어.
🦅 류건우.
🦅 그게 그 사람 이름이야.
🐹 류건우...
🐰 저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 저도요.
🐻 그 사람이랑 문대랑 무슨 상관이에요?

류건우. 석자를 내뱉고도 과연 이게 잘한 짓일까 고민하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류청우는 이세진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음.

그리고 말을 이어갔지.
🦅 어떤 관계인지까지는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냥 예전에 신세를 진 적 있다고...
🐹 ... 그랬었지. 너는 문중에 물어본다고 했고.
🦅 맞아. 우리 부모님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길래 문중에 물어보고, 그 이후로도 몇몇 정보를 얻었었는데...
류청우는 애꿎은 앞머리만 쓸어올렸다가 내리길 반복했음. 정황상 맞는 것 같긴한데, 확신이 없었으니까.

틀리면 어떡하지? 헛다리 짚은거면 어떡하지?
차라리 본인이 헛수고를 하는거면 하고 넘어가면 돼.
근데 이건 멤버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거잖아.

사실 세상 일이라는게 정말 모르는거니까, 양궁을 하던 류청우가 노래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게 우연일수도 있는거니까...
그렇지만 고개를 들어서 멤버들의 표정을 본 류청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휜채로 입을 뗄 수밖에 없었음.

다섯개의 얼굴, 열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거든.
그렇네, 내가 문대를 그리워하는 만큼 멤버들도 문대를 그리워하고 있으니까.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겠지.
🦅 그 사람, 생일이 12월 8일이었어.
그게 테스타 멤버들이 4년째 광고판을 걸어오던 이유이자 그 광고판이 12월 8일에 걸려서 12월 15일에 내려간 두번째 이유였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런 이유로 테스타 멤버들은 4년째 광고를 걸어오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의 기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은 어두운 동굴에 있는 기분이었음.

조금씩 지쳐가기도 했지.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 그리움이 그보다 컸기에 주저앉지 않을 뿐이었음.
🦌 ...오늘은 정말로 문대, 에 대해서 찾을 수 있겠지...?

선아현은 괜히 희망찬 말을 꺼냈지. 말에는 힘이란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는 걸 언젠가 들었던 것 같기도 했거든.

이세진은 그런 선아현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음.
그렇게 적막속에서 한참을 달렸을까, 두 사람이 타고 있던 벤은 홍대 입구역 근처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벤에서 내렸지.

8일, 그리고 15일.

테스타 멤버들은 매년 8일과 15일에 스케줄이 되는 사람끼리 홍대 입구역에 가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단체 스케줄이 잡힌 참이었음
테스타 멤버들이 12월 8일과 15일마다 홍대 입구역에 간다는 거야 매니저들도 알고 있으니 최대한 빼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대타로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잠시 다녀올 사람을 고르기로 했는데 거기에 자진한게 이세진과 선아현이었던거임
선아현은 문대가 보고 싶어서, 그정도였지만 이세진은...

두 사람은 벤에서 내려 홍대 입구역의 광고판까지 걸어갔음.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연신 둘러봤지.

12월 8일 1시 40분. 혹시나 박문대가 일찍 다녀갔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수도 있으니까.
물론 둘러봐도 박문대는 없었음. 사라진 박문대가 있을리가. 대신 홍대 입구역 앞의 익숙하고도 낯선 사람을 발견했지.

뭐라고 부르더라… 러뷰어들은 '문대남팬'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음.
매번 검은색 뿔테 안경에 검은 안경, 착장은 단정한 검은색 목폴라티에 손에는 카메라.

흔하지만 동시에 늘 같은 착장이니 이세진은 문대 남팬 - 그러니까 류건우 - 을 보자마자 저 사람이 러뷰어들이 말하던 그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지.

조금은 동질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어.
뭐... 그렇잖아. 누가 봐도 박문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근데 그때, 옆에 있던 선아현이 뭔가를 본 듯 튀어나갔지.

🦌 무, 문대야?

그리고 귀를 의심했음. 문대? 문대라고? 그렇지만 선아현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은 '문대남팬'에게였는데.
이세진은 서둘러 선아현을 따라갔지.

🐻 왜그래?

조금은 희망을 품었는지도 모르겠음. 선아현은 문대의 사소한 것까지도 잘 기억하고 있었거든.
예를 들자면, 청려를 볼때마다 박문대가 주먹을 쥔다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는 침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앞머리를 헤집는다거나.

심지어는 박문대는 사진을 찍을 때 파인더에 눈을 대고 반대쪽 눈을 감지 않은 채 찍는다는 것도.
그걸 봤던걸까? 선아현이라면 봤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며 이세진은 선아현의 옆으로 다가갔지만 선아현은 '문대 남팬'에게서 세 발자국 쯤 떨어진 곳에서 멈추더니 고개를 내저었음.

🦌 아, 아니야…. 순간 문대인 줄 알았어. 문대보다 키도 큰데….
확실히 '문대 남팬'은 박문대보다 키가 컸지.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워낙 테스타 멤버들이 키가 큰 탓에 늘 테스타 내에서 작은 키로 통했던 문대였지만 '문대 남팬'은 선아현보다 조금 작거나 크거나… 그정도로 되어보였거든.
이세진은 슬쩍 시선을 내려 '문대 남팬'의 신발을 봤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깔창이라거나… 그렇지만 신발은 운동화였고 깔창을 깐 것 같지도 않았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가설은…
이세진은 그것도 아닐거라 생각했지.
가설이랍시고 세우긴 했는데, 솔직히 말이 안됐거든. 그래서 선아현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박문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젠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보지. 그렇게 넘기며 이세진은 그대로 서있는 '문대 남팬'에게 다가갔음.

🐻 죄송해요. 사람을 헷갈린 모양이에요.
'문대 남팬'은 뒤도 돌지 않은 채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음.

📷 아…. 괜찮아요.

박문대랑 비슷한가? 빠르게 생각을 해봤지만 박문대가 음성 변조해서 내는 목소리라거나 그런 것 같진 않았음.

뭐랄까, 조금 더 낮고 차분한듯한 그런 목소리였지.
... 정말로 박문대가 아니네.

혹시나, 정말 혹시나 모를 기대를 걸었지만 박문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이세진은 김이 빠졌음.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이질적인 감정을 느낀거야.

그래서 선아현한테만 들리게 속삭였지.

🐻 ...사람들이 아직 있으니까 광고판이 보이는 입구에 서있자.
그리고 천천히 '문대 남팬'에게서 멀어지면서...

🐻 이 방법도 실패인가봐. 이제 그만할까.

다 들리도록 제법 큰 소리로 말했음.
모아니면 도였지. 주사위를 던진거야.

🦌 아, 아까 그 사람 분명 문대가 아니었지….

선아현이 옆에서 호응을 했지만 들리지 않았음. 이세진이 기다리고 있는 건...
그래.

'문대 남팬'이 다급하게 다가오더니 선아현의 팔을 잡아챘지.
선아현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었음. 본의 아니게 아현이한테 아무말도 못해주고 이용 하는 기분이라 이세진은 조금 미안했지만...

뵤에게 배운 필살 연기로 애써 기대감을 감추고 '문대 남팬'을 경계하듯 바라봤음.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문대 남팬'은 머뭇거리듯 입술만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더니, 이세진이 기다리고 있던 답을 내놓았지.

📷 저…. 박문대에 대해 알고 있어요.
🐻 그러니까, 박문대가 어디에 있는지 아신다고요?

이세진은 선아현의 팔을 잡은 손을 빼내며 바로 되물었음.

아차, 조금 빠르게 물었나? 조금 더 의아해하거나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보다가 물어야 했던게 아닐까?
기다리던 답에 망설임 없이 되물어버려 슬쩍 '문대 남팬'의 눈치를 봤지만 '문대 남팬'은 이세진을 슬쩍 보더니만 선아현에게만 시선을 고정했음.

야, 너는 4년만에 보자마자 또...
'문대 남팬'은 그렇게 선아현의 표정을 살피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카메라를 들어 보여줬음.

캐논 750D에 24mm 렌즈.
이세진은 숨을 참았음.

자신의 얼토당치 않다고 생각했던 가설이 사실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었으니까. 고개를 들어 바라본 검은 모자 아래의 '문대 남팬'의 얼굴은...

... 그래, 닮았어. 류청우를.
그렇다면 이 앞에 있는 사람은 '류건우'.

그리고 '류건우'는 아마도...
박문대의 현재 행방을 알고 있을 사람.

'문대 남팬' 아니, 류건우가 말한 박문대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소리였지.
🦌 아, 세진아 이거….
🐻 ... ...

현실인가? 꿈이 아닌가?
4년만에 찾은 박문대의 흔적에 이세진은 선아현이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가만히 류건우를 바라봤음.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봤지.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 어떻게 할까...?
🐻 일단은 자리를 옮겨요. 여기서는 보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래서 일단 류건우를 자신들이 타고 온 벤으로 데려가기로 했음.
촬영장으로 늦지 않게 합류하려면 아마도 20분이 한계.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이대로 류건우를, 어쩌면 박문대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벤의 문이 열리자 류건우는 바로 올라타지 못하고 그 앞에 가만히 서있었음.
머뭇거리는 것 같은데….

이세진은 류건우의 등 뒤에서 슬쩍 류건우를 바라봤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짐작 가지 않았음. 그래서 툭, 한마디를 더 내뱉었지.

🐻 납치범 아니에요. 거기서 문대 생일 광고 보고 있었을 정도면 내가 누군지도 알잖아
📷 알아요. 그런데 말이 짧네요, 이세진씨.

그러자 돌아온건 류건우의 농담 같은 반응이었음. 이세진의 '설마'가 '어쩌면'이 되는 순간이었지.

🦌 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나이를 몰라서...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선아현한테도 슬쩍 말해줘야겠다, 생각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류건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앉은 선아현은 류건우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음.

🦌 저, 저기... 문대랑은 관계가…?
📷 아, 음….
📷 아는 형이요. 문대가 옛날에 저한테 신세를 좀 졌거든요.

아는 형. 이세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던졌음.
🐻 그럼 그 카메라는요?
📷 문대가 추천 해줬어요. 제가 사진을 좀 찍거든요. 걔도 좀 찍잖아요.
🦌 아, 그렇구나….
🐻 그거 말고는 별다른 말은 안 했어요?

심장이 목덜미에서 뛰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이 질문 안에 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으니까.
📷 음, 좋아하는 기종이라고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러뷰어분들께 선물 받은 카메라 기종이 이거라고.
🐻 ... ...

박문대.

📷 ...그런데 이 기종을 알아보셨네요? 보통 카메라는 잘 구분 못하던데.
이세진은 머리가 멍해졌음.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에 되려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음.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류건우. 청우 형의 먼 친척이자 박문대가 찾던 사람. 현재 박문대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 박문대 본인.
🐻 그...
🐻 그 기종 외웠거든요.

이세진은 선아현의 힐끔거리는 시선에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음. 말도 안되는 소리잖아, 그런데... 그런데...

생각 할 수록 이야기가 맞아 떨어지는거야.
박문대가 종종 말하던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라거나
가끔씩 맞지 않던 연도 계산이라거나...
🐻 문대가 사라진 이후에 문대 방에 들어갔는데 그 카메라가 보였어요.
🐻 생각해보니까 문대가 이 카메라를 받고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나서….
🐻 ...사진이나 볼까 하고 켰는데 우리 사진이 가득하더라고요.
🐻 문대는 하나도 없고.
이세진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음. 그렇지만 사실 생각을 정리 할 시간을 번 것에 불과했지.

침묵은 다시 한번 세 사람을 덮쳐왔음.

이세진의 말에 류건우는 다시한번 형용 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음. 이상하잖아. 박문대 본인이 아니면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 그, 그래서 문대가 사라진 이후로 세진이가 카메라를 배웠어요. 활동 하면서 틈틈이...
🦌 문대가 남겨두고 간 카메라랑 같은 기종, 같은 렌즈를 사서 나중에 문대가 돌아오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 문대는... 늘 카메라 뒤에 있었으니까요.
이어지는 침묵에 선아현이 눈치 빠르게 말을 이었지. 선아현의 이야기까지 들은 류건우는 심경이 복잡한지 카메라만 만지작이고 있었고.
🦌 그래서… 문대는 지금 어디 있나요?
📷 아, 그게….

이어진 선아현의 침묵에 어느샌가 고개를 숙여 시선을 내렸던 이세진도 고개를 번쩍 들고 바라봤음.

얘기... ...해주려나?
문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침묵만 이어졌음.

1초, 2초, 3초, 4초...
역시 괜한 걸 물어본걸까.
이대로 다시 사라져버리면...
🐻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세, 세진아...!
🐻 박문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거죠?

이세진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음.

이미 곧던 시선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목소리는 어느샌가 차오른 울음에 위태로웠지만 그런 건 신경쓰이지 않았지.
이대로 다시 놓치면 안되잖아.
다시 사라져도 괜찮지만, 다시 사라질거면...

잘 지내고 있다는 그 말 한 마디만 듣고 싶었음
이세진의 물음에 류건우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지.

🐻 ...그러면, ...그러면 됐어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세진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음.

안도감, 그래 안도감이었음.
옆에선 선아현이 울지 말라며 자기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달래고, 류건우는 머뭇거리다가

📷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지 말라고 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했지. 이세진은 그 말을 동앗줄 붙잡듯이 빠르게 화답했음.
🐻 ... 그럼 한 가지만 더 알려주세요.
🐻 찍으시던 그 사진은 문대한테 보여주는 건가요?

그러니까, 박문대 너는 지금까지 그 모든 광고판을 봐온거냐고.
📷 ... 그건 왜 물어보시는건가요?

물론 이런 질문이 다시 되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 그냥... 문대 광고판이기도 하고...

여기서 어떻게 사실 나는 네가 박문대가 곁에 있을 적에 찾던 류건우라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네 말이 전부 진실인걸 알며 동시에 박문대 본인이 아닐까 의심중이라고 말해?
그렇게 어버버한 상태로 어떻게 말해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돌아온 건 선아현의 목소리였음.

🦌 ... 문대가 봤으면 좋겠어서요.
어느샌가 또렷한 눈빛으로 류건우를 바라보며 말한 선아현은 잠시 이세진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음.

🦌 그 광고판... ...문대가 보러 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네?
🦌 작년에는 스케줄이 있어서 청우 형이랑 세진이가...
📷 ... 그럼 재작년에도?
🦌 ...처음 걸렸을 때부터요.

어쩐지 미묘한 단어 선택.
어쩐지 미묘한 상황.

모든 사정을 아는 상태에서야 자연스럽지만 이 모든 사정을 모르고 그 광고판을 단순히 '팬이 건 광고판'으로 알고 있다면 어딘가 이상했을 단어와 상황들.
류건우는 그런 단어와 상황들 사이의 괴리감을 빠르게 눈치 챈 것 같았음.

📷 ...왜?

얼나간 표정으로 한 단어로 형용 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으니까. 그런 류건우의 변화에 이번에는 선아현도 기민하게 눈치를 채고 이세진을 바라봤음.
아마도 이 모든 것을 처음 계획 했던 건 이세진이니 이세진에게 허락을 구하는거겠지.

🦌 ...
🐻 알려드릴게요. 대신에, 조건이 있어요.

그리고 이세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음.

의아함, 슬픔, 놀람, 기쁨... 그 어떤 단어로도 형용 할 수 없을 표정을 바라보던 이세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지.
🐻 ...만약에요, 정말 만약에요.
🐻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인거 아는데요.
🐻 문대가 그동안의 모든 광고판을 본거라면요, 보여준거라면요.

🐻 이번에는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사실도 같이 알려주세요.
🐻 이게... 맞는 줄 알았는데, 제가 헛짚은 모양이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반응할거야?
류건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이세진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음.

사실 이 상황에서 류건우가 택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이세진도 알고 있었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

이세진은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가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음.
🐻 ...문대가 사라지고 나서 다들 힘들어했어요.

다소 뜬금 없는 말로 시작된 이야기는 한참을 이어졌음. 박문대가 사라진 이후 테스타가 얼마나 그를 찾아 다녔는지, 다들 어떤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광고를 건 사람이 누군지, 왜 우리가 그 광고를 걸었는지...
이세진이 상상하던 그런 순간은 아니었음. 이세진이 상상하던 순간은 이런 순간보다는...

박문대의 생일 광고를 보고 있는 박문대를 찾아내고 와락 안겨서 어딜 갔던거냐고, 제발 사라지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다음에 벤으로 데리고 와서 드디어 주인을 찾은 자리에 앉혀두고
🐻 문대문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로 시작하는 긴 하소연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그 날 밤은 돌아온 박문대와 밤새도록 붙어서 자야지. 거실에서 테스타 멤버들이 다같이 자는거야.

그런 순간을 상상하고 있었지만...
... 이런 순간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음.
류건우는 이세진의 말이 이어질때마다 점차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종래에는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었음.

정말 이런데엔 눈치 없는 박문대…. 드디어 깨달은거야? 그 사진을 찍어준게 이 세진이 형님이란걸?

이세진은 조금 슬프게 류건우를 바라봤지.
그런 표정으로 이세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류건우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입을 열었음. 그렇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추지 못했지.

📷 ...광고를 건게 테스타 멤버들이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세진은 망설였음. 이 앞에 있는게 정말로 류건우 그리고 박문대라면 청우 형이 해준 말은 해선 안되겠고, 그렇다면...
🐻 옛날에요, 문대 생일을 조금... 일찍 축하 해준 적이 있었어요.
🐻계산을 해보니까 문대 생일날 비행기 안에 있을 것 같아서 다같이 마지막 콘서트가 성공리에 끝난 걸 기념 할 겸,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준 적이 있었거든요.

🦌 그 날이... 12월 8일이었어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선아현을 바라보니 선아현은 눈을 마주친채 살짝 웃어보였음.

...눈치챘구나.
🦌 그, 그땐 다들 별 생각 없이 넘어갔거든요.
🦌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 그때 박문대의 표정이랑 반응이 뭔가 이상했거든요.
📷 ... 표정이랑 반응이 이상해요?
🐻아,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분명 박문대의 생일은 12월 15일이고 그 날은 8일이었으니까...
🐻보통 자기 생일과 다른 날에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 나오는 말은 오늘 생일이 아닌데 잘못 안 것 같다거나... 그런 말이어야하잖아요.

🐻근데 박문대는 그랬거든요.
🐻'어떻게 알았어?' ...라고.
🦌 그, 그때의 문대는 분명 놀란 얼굴이었어요. 그때는 그냥 갑작스런 파티에 놀랐나보다 했는데...
📷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했다는거군요.

류건우의 말에 선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류건우의 꽉 쥔 주먹을 바라봤음.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이세진을 바라봤지.
이세진은... 그냥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음.

응,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음.

🐻 ...네.
🐻 문대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결국 문대에게 듣진 못했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 ... ...
🐻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 ...이 이야기를 문대한테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끝까지 모르는척 하면서.
류건우 그리고 박문대에 대한 배려였음.
어디에 있냐는 말에 류건우가 대답을 하지 못했던 건 어쨌든 테스타로 돌아오는건 어려운거고 그러면서도 박문대의 광고판을 보러 온 건 류건우도 테스타를 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는 의미일테니까.

류건우가 게다가 자신의 앞에서 허탈하게 웃으며 눈물을 닦고 있었으니까.
류건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이후로 잠시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음.

더이상은 촬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다는 듯 핸드폰이 울렸지만 이세진은 받지 않고 그저 류건우를 바라봤지. 비록 앞에 있는 건 박문대가 아닌 류건우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서.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류건우의 입이 열리고 목소리가 들려왔음. 정확하게는 예상치 못한 말도 함께.

📷 문대... ...한테 연락, 하고 싶으신가요?

선아현과 이세진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음.
지금... 잘못 들은게 아니지? 서로를 마주보고 상황 파악을 하기도 잠시, 류건우가 말을 바꾸기라도 할까싶어 다급하게 대답도 했지.

🦌 네, 네...!
🐻 ...네.

류건우는 그 말에 웃었음. 꼭 박문대처럼.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 핸드폰을 내밀었음. 정말로 변화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이지, 류건우는 끝까지 몰랐을거야.

📷 번호 찍어주세요.

그들이 처음 아주사에서 만났을 때처럼 류건우는 또다시 오래된 저가 보급용 폰을 쓰고 있었고 이세진과 선아현은 그걸 보고 웃었다는 걸.
🐻 ...여기요.
📷 문대한테는... ...자기가 문대라고 먼저 문자 보내라고 할게요.

다시 한번 이세진의 핸드폰이 울린 건 그렇게 류건우의 핸드폰에 두 사람의 번호를 적어 내밀었을 때였음.

아마도 이젠 정말로 한계라는 매니저나 청우형의 전화 같은데...
류건우를 슬쩍 바라보자 류건우는 사정을 알 것 같다는 듯, 편하게 전화를 받으라며 고개를 끄덕였음.

🦅 ...세진아 찾았어?
🐻 ...네.
🦅 ... ... 그렇구나. 잘 지내고 있대?
🐻 네.
🦅 다행이야, 다행이네.
🐻 ...금방 갈게요, 형.
통화를 마치고 류건우를 바라보자 류건우는 그저 잔잔한 미소를 띈채로 자리에서 일어났지.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않았어.
대신에...

🦌 저... 안녕히가세요. 감사해요.
🐻 정말로 감사해요. 그리고...
🐻 ...안녕히가세요, 건우 형.

인사를 했지.
이정도면 박문대, 아니 류건우도 눈치 챌테니까.
그날 이후로 홍대 입구역에는 [ 1215 문대야 우린 널 기다리고 있어 ] 광고판이 설치되는 일이 없었지

대신에 매년 다른 광고 판이 자리했어.
[ 1215 박문대~ 형님 안보고 싶냐? ]
[ 1215 문대형! 언제든 돌아오십쇼! ]
[ 1215 Happy Birthday My Brother ]
[ 1215 문대야 우리 대상 받았어 ]
[ 1215 차유진이 초코바 다 먹기 전에 돌아와라 박문대 ]

그리고 가끔은 다른 광고판이 자리하기도 했지.
[ 1208 고마워요. 그리고 생일 축하해요, 건우형 ]
정말로 끝~~ #세성썰 #TeSTAR #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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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대가 사진 잘 찍는거야 옛날 옛적 데뷔 하자마자 알려진 사실이니까 팬들은 돈 모아서 박문대한테 DSLR 카메라를 선물하곤 했음.
박문대는 카메라를 받을때마다 멤버들 세워두고 인증샷 찍는 건 물론이고 종종 시간이 날때면 카메라로 이것 저것 찍어서 그중 잘 나온 걸 올리곤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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