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로만 대화하는 사이의 문대청려 보고 싶다~ 신재현은 제법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지만 멤버 중 거진 절반이 가담해 단체로 클럽에서 마약 및 일반인 폭행으로 사회면 진출하는 바람에 패망했고... 자살 기도를 했지만 실패한 뒤 은둔한 채로 지내다가 외로워서 대화 어플을 깔게 되는 걸로 시작
리트리버를 프사로 해 놓고 이름은 그냥 C로 해 뒀는데, 고민 상담이든 성적인 대화든 다 받아주지만 상대가 사진이나 연락처,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순간 연락을 끊어버리고... 굳이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아도 신재현은 어떤 대화를 하든 리액션이 좋고 얘길 잘 들어 줘서 텍스트상으로도 꽤
매력적이었음. 그래서인지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어리든 나이가 좀 있든 불문하고 다들 며칠, 어쩌면 몇 시간을 못 가고 은근슬쩍 셀카 궁금하다, 몸 사진 보고 싶다, 통화하면 안 되냐... 이런 걸 요구하는데, 대중의 시선이 무서워서 숨은 신재현으로서는 이럴 때마다 소소히 스트레스를 받음
슬슬 어플을 지울까 고민할 때... 메시지가 옴
M - [안녕하세요.]
프로필 사진은 없고 닉네임은 자기처럼 알파벳 하나로만 해 뒀는데, 좋아하는 음악은 또 설정해 둔 특이한 프로필이었음. 어떤 인디 밴드의 곡이었는데... 신재현도 제법 좋아함.
C - [안녕. 음악을 좋아하나 봐요?]
그리고 한참 음악에 관해서 대화를 하고 서로 곡도 추천해 줬는데, 딱 보기에도 성격이 비슷하고 상성이 잘 맞는 것 같았음. 그리고 다른 상대들과는 달리 딱 노래 얘기만 하고 그 외의 사적인 얘긴 묻지도 하지도 않는 데다가, 대화 끝낼 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만 하고 내일 또 보자고는
안 하는 것까지 신재현의 마음에 들었음. 내일도 대화해 주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이런 랜덤 대화 어플을 자주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지. 아쉽다. 신재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잠들었으면서도, 일어나서도 왠지 미련이 남아 곡 링크 하나를 보냈음.
C - [좋은 아침이에요. ^^]
답장은... 없었음.
***
한편 박문대는...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의 대학생이었음. 얜 젊은 주제에 꽤 보수적이어서 사실 대화 어플 같은 거... 존재는 알아도 편견이 많았음. 보수적인 주제에 인터넷은 또 많이 해서(ㅋㅋ) 커뮤니티 같은 데서 워낙 어플에서 만난 변태 썰 같은 거 자주 읽기도 했고.
그럼 왜 이런 어플을 깔게 되었느냐... 댄스 전공 쪽 친구인 이세진 때문이었음 ㅠㅠ
🐻나 요새 연락하는 형이 있는데~
🐶어디서 만났는데?
🐻아, 어플에서.
🐶......어플?
🐻아니, 아니. 그렇게 이상한 대화는 진짜 하나도 안 했거든. 문대문대가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거 절대 아니다?!
사실 이세진도 성인이니 알아서 하게 두면 되는데, 박문대는 좀... 자기 바운더리 내에 들어온 사람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었음. 박문대 스스로도 그걸 알아서 사람에게 좀 벽을 치는 편이고 자연히 근처에는 박문대의 이런 성격을 애정이라 인식하고 받아 줄 수 있는 스타일만 남았음.
🐶폰 줘 봐.
🐻아~ 부끄러운데...
🐶너 만약에 아현이가 어플에서 만난 사람하고 연락한다면 어쩔래.
🐻...그건... 일단 말리겠지?(ㅋㅋ)
🐶거 봐라.
🐻아니 근데 진짜 건전한 얘기만 했거든? 봐봐.
이세진이 폰을 자진납세했음. 아무리 박문대가 통제광적 성격이 있더라도 나름 선은 지키기 때문에,
이세진이 한 사적인 대화를 다 본 건 아니고... 그냥 상대 프로필(몸 사진 같은 거 아니고 셀카임), 처음 말 걸 때 멘트(대뜸 성희롱 안 하고 그냥 평범하게 인사함), 어플 이름 정도만 체크하고 폰 돌려 줌.
🐶만날 땐 사람 많은 데서 만나고.
🐻문대야 넌 진짜 또래면서 친구들을 애 취급한다~
그리고 그 어플이 괜찮은 건지 검증해 보려고 직접 어플 깔아보게 된 거임. ㅠㅠ 지독한 통제광...
프로필 사진은 없이, 이름은 문대의 철자를 따서 M으로, 좋아하는 노래 정도만 설정해 놓고 추천 대화 상대를 뒤적거림.
프로필 사진이 셀카인 사람, 몸 사진이나 성기 사진인 사람(인상 찌푸림)
그리고 박문대처럼 공백인 사람, 하늘 사진 같은 게 프로필 사진인 사람 등등 많았는데... 우연히 리트리버 프사가 눈에 밟힘.
박문대는 티는 안 내지만(본인은 안 낸다고 생각하는데 티 남...) 동물을 좋아함. 그리고 닉네임도 자기처럼 알파벳 하나라서 한 번 말을 걸어봄.
답장은 빨랐고 이야기는 꽤 잘 통했음.
박문대는 어플에 대한 편견을 좀 버리고 이세진을 내버려둬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림...
그리고 박문대는 1교시 들으면서 통학하는 갓생러였기에, 모르는 사람과 길게 대화해 본다는 일탈을 해 본 날에도 일찍 잤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씻고 지하철 타서 등교함. 그래서 어플 메시지는 확인 못 했고... 그날도 보컬 레슨 받고 과제하고 집 올 때 간단히 1인 가구용 장을 보고 스스로 밥 차려 먹고 잘 준비까지 끝낸 뒤에야 어제 그 어플이 생각남.
이젠 볼 일 없으니 그냥 삭제하려다가... 삭제하기 전에 한 번 눌러나 봤는데,
메시지가 와 있었음. 박문대는 별 생각 없이 곡 추천 감사합니다, 하고 자기도 답곡 하나 보내고 어플 지우려 했는데 답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옴.
이 사람 여잔지 남잔지(말투가 사근사근해서 여잔가? 하고 무심코 생각했다가 뇌내의 편견을 한 대 치긴 했음) 나이가 몇인지는 몰라도...
얘기는 잘 통하는군. 그래서 그날도 한 시간 정도 더 대화하다가 어플 안 지우고 그냥 잤음. 어느 누구도 내일도 보자고는 안 했지만 어느새 C 씨와의 대화는 박문대의 소소한 일과로 자리 잡음...
늦게 답해도, 바쁠 땐 짧게 이야기하다가 자러 가도 귀찮게 안 하니까 부담도 없었고.
박문대는 자기 일과가 우선이라 자기 스케줄에 따라 아무 때나 답장을 했음. 낮, 밤, 새벽. 랜덤이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C 씨는 답장이 빨랐음.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한 달 정도 대화가 이어지니 슬슬 의심이 들었음.
'이 새끼 혹시 백수인가?'
아무리 대화가 잘 통해도...
종일 폰 붙잡고 랜덤 대화 어플이나 보고 있는 백수랑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고 생각했음. (ㅋㅋ) 일상 챙기면서 대화 어플도 좀 쓰는 거랑 여기에만 매달려 있는 거랑은 다르니까.
사실 한 달 정도 꾸준히 얘기하니까 정이 들어서 슬슬 통제광적 성격이 나오기 시작한 건데 박문대는 자각을 못 함.
M - [궁금한 게 있습니다.]
C - [웬일로? 편히 물어봐요.]
M - [저는 대학생입니다만, 그쪽은 뭘 하시나 해서요.]
무슨 일 하는지까지 물어본 건 아니고 그냥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프리랜서인지 정도 물어본 거였고, C 씨는 몇 분 답장이 없었음.
C - [직장 다니다가 잘려서 좀 쉬고 있어요.]
몇 분 공백 끝에 온 대답이 그거였음. 박문대는 폰 그만 보시고 재취직 준비도 하고 그러셔야... 하고 잔소리하려다가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선 넘은 것 같아서 그건 지우고, 대신 이렇게 말함.
M - [새벽에도 안 주무시는 것 같던데.]
C - [불면증이 있어서요. ^^]
M - [식사는 잘 챙기십니까?]
C -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해서 잘 못 챙겨요.]
'이거 완전... 직장에서 무슨 일로 잘렸는진 몰라도 부당 해고였던 모양이군.'
박문대는 몇 마디의 대화로도 생활이 꽤 망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음. 잠시 고민하다가 박문대는 메시지를 보냄.
M - [앞으로 오전 10시까진 일어나셔서 한 끼 드시고, 저한테 사진 찍어서 보고하세요.]
......
선 넘었나? 꼬우면 그냥 메시지 차단하고 더 상종 안 하겠지.
보내고 나서 또 몇 분간 답이 없었는데, 박문대는 답지 않게 긴장을 좀 했음.
C - [그럴게요. 고마워요. ^^]
다행히 답은 긍정이었음.
***
신재현은 M 씨가 제법 분주하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음. 아마 자기 생활을 철저하게 챙기는 성격이겠구나, 나도 한땐 그랬었는데... 정도로 생각하며 M 씨가 답 줄 때마다 얼른 확인하고 회신함. 늦게 보고 늦게 답장하면 M 씨는 이미 자기 할 일 하러 가서 안 오기 때문에...
사실 무슨 일 하냐고 물었을 때는 이 사람도 슬슬 사적인 정보를 캐려는 건가, 아쉽지만 여기까진가 싶었는데... 자기 생활을 챙겨 주려는 사람은 아이돌 그만둔 이후로 처음이었음. 게다가 다른 개인 정보도 요구 안 하고 끼니만 찍어 보내라고 했고. 혹시 어느 음식점에 갔는지 특정해서 주소를
캐내려는 건가 했지만 샐러드나 배달시켜 먹을 거라서... 아마 그것도 힘들 거임.
처음 찍어서 보내는 며칠 동안은 답장이 이런 식으로 옴.
M - [잘하셨습니다.]
라거나,
M - [맛있게 드셨습니까?]
라거나. 혹은,
M - [샐러드 좋아하시나 봅니다.]
이렇게.
그런데 2주쯤 이어지니 이런 답장이 옴.
M - [뭔... 그쪽은 풀밖에 안 먹습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웃음이 터지는 답장이었음...
C - [풀 좋잖아요. ^^]
M - [밥도 좀 드시지. 저녁은 뭐 먹는데요?]
C - [저녁? 안 먹어요.]
M - [예?]
M - [아니 그럼 종일 저것밖에 안 먹는다고?]
C - [네.]
M - [앞으로 저녁도 드시고 찍어서 보내요.]
신재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함.
C - [알았어요. 대신 연락 자주 해 줄 수 있어요?]
M - [지금도 자주 하지 않습니까.]
음. 지금도 바쁜 시간을 쥐어짜서 날 챙겨 주나 보구나. 신재현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기울임...
C - [그럼 말 편하게 해 줄래요?]
M - [반말하라고?]
C - [응.]
M - [그러면 그러든가.]
M - [잘 챙겨 먹어. 그리고 이 말은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른 직장은 언제 구하게.]
M - [알바라도 하면 좀 생활이 나을 거다. 고정적으로 가야 할 곳 있으면 식욕도 돌고 밤에 잠도 좀 잘 오니까.]
말 편하게 하라고 하자마자 잔소리부터 실컷 했음.
재밌네?
신재현은, -상대가 혹시 기분이 상한 건가 걱정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냄.
C -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M - [찾아야지.]
왠지 그 답장이 마음에 들었음. 가슴이 일렁거릴 정도로...
C - [고마워.]
M -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나 그럼 이제 과제 좀.]
***
🐻문대문대, 요새 누구랑 그렇게 연락해? 커뮤나 인하트에 글 쓰는 건 아닌 것 같던데~
🐶어플에서 만난 사람.
🐻뭐? 와, 너 나한텐 뭐라 그래놓고서!
🐶근데 역시 어플은 쓸 게 못 되는 것 같다...
🐻응?
🐶밥도 제대로 안 처먹고 잠도 안 자는 인간한테 걸렸어.
🐻아~ 그런 사람들 있지.
🐶가까운 지하철역 물어보면 실롄가?
🐻뭐... 부담스러우면 대답 안 해 줘도 된다고 덧붙이면 되니까. 만나게?
🐶만나긴 뭘 만나.
어플 처음 켤 때 허용해야 하는 위치 설정을 바탕으로 랜덤 대화 상대가 뜨는 거니까, 그새 이사를 가거나 한 게 아니라면 멀리 사는 건 아닐 거였음.
박문대는 그냥 화끈하게 물어봄.
M - [너 가까운 지하철역 어디냐. 싫으면 대답 안 해 줘도 되고.]
C - [그건 갑자기 왜?]
M - [물품 보관함에 도시락이랑 반찬 몇 개 넣어 놓을 테니까 챙겨가라고.]
M - [네가 괜찮으면.]
.
.
.
C - [■■역이에요.]
M - [가리는 건 있고?]
C - [기름진 거 싫어.]
M - [그건 너 줄창 풀만 먹는 거 보면 대충 보여. 아무튼 알았고 내일 정오쯤에 가져다 놓은 다음 연락 줄 테니까 가져가서 밥 좀 먹어.]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이게 뭔 오지랖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슬슬 두 달이나 매일 연락하는 사람이었으니 이 정돈 해 줘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음.
X발 나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뭐 하는 짓이지.
그래도 다음날 보관함에 먹을 거 갖다 놓고, C가 맛있게 잘 먹었다고 도시락통 비운 거 찍어서 보낸 거 보니까... 좀 뿌듯하긴 해서 기분이 묘했음.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제까지 C는 샐러드 사진 보낼 땐 자기 신체 일부 노출 절대 안 되게 했는데
이번에는 실수도 아니고 일부러 노출한 듯이 사진에 손이 찍혀 있었음.
사실 성적인 이유로 연락하는 상대가 아니니까 성별은 아무래도 상관없긴 했는데... 사근사근한 말투나 지독하게 샐러드만 먹는 점 때문에 (편견인 걸 알아도) 뇌내에서 여자 쪽에 가까운 이미지로 굳어져 있었는데,
손 보니까 남자인 모양이었음.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박문대는 그렇게 종종 자기 생활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도시락이나 반찬을 해서 C한테 가져다 줬고, C는 그걸 받아먹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는,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생활이 지속됨...
***
신재현이 M 씨와 연락한 지도 어느덧 세 달... M 씨에 대해 아는 사실은 이 정도였음.
대학생, 바쁘다, 요리를 잘한다,
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굉장히 다정하다.
말투는 남자인 것 같은데, 사람 잘 챙기는 섬세함과 능숙한 잔소리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스러움(ㅋㅋ ㅠ)은 여자인가 싶기도 했고.
물론 편견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사실 성별은 아무래도 상관없기도 했음. 상대 또한 그런 타입일 거라고 생각해서 사진에 손을 노출 시킨 거기도 하고...
세 달 동안 잠이 안 온다, 입맛이 없다고 징징댄 적은 두세 번 있었지만... 외롭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안 자고 멍하니
누워 있으려니까 그날은 유독 쓸쓸했음. 그러고 보니 M 씨는 '잔다'가 아니라 '어딜 좀 가겠다'고 하고 답신이 끊겼으니까... 혹시 안 자려나? 기본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지만 가끔 바쁠 땐 새벽에 깨어 있는 것 같았음.
신재현은 제법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보냄.
C - [자요?]
C - [좀 외롭네.]
자기가 봐도 전남친 내지는 성적인 목적으로 개수작 거는 놈 같아서 좀 우습긴 했지만...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기분 나쁘면 욕이라도 할 거였음.
그런데 온 답장은 뜻밖이었음.
M - [통화할래?]
신재현은 자기가 꿈을 꾸나 했음...
답장을 안 하고 있으니까 메시지가 몇 통 더 옴.
M - [넌 말 안 해도 돼.]
M - [내가 지금 학교 녹음실인데 노래 부를 거라서.]
M - [목소리 내기 부담스러우면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
C - [할래요. 통화.]
신재현은 M 씨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답장부터 하고 생각을 정리함.
학교 녹음실이면... 성악과? 뮤지컬과? 실음과 보컬 전공? 어쩐지 음악을 잘 아는 편이다 싶었는데 그랬구나. 노래는 잘할까? 얼마나? 어떤 목소리일까? 성별도 모르는데. 어플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통화 기능이 있어서 폰번이나 톡 교환은 따로 필요 없었고...
전화를 먼저 걸어 준 건 M 씨 쪽
통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곡의 전주는 잔잔한 발라드곡이었음. 과제곡인가... 아마 실음과 보컬일 가능성이 높겠네. 하지만 M 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사고가 멈췄음.
너무너무 아름다운 목소리였음...
남자 인어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인어가 사람을 현혹하려고 노래를 부른다면 이렇지 않을까?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같은 건 다 셀 수도 없이 만났는데...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봤음. 그리고... 굉장히 졸렸음. 분명 잠이 잘 안 왔는데 꼭...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잠이 솔솔 옴... 노래 더 듣고 싶으니까 자기 싫은데... 진짜로 졸렸음.
노래가 끝나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림.
"잠들었냐? 아직 안 자면 박수 한 번 쳐 봐."
신재현은 몽롱해서 박수 같은 건 칠 상태가 못됐고... 잠잠하니까, 휴대폰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림.
"좋은 꿈 꿔라."
그 말 듣자마자 의식이 탁 끊겼고, 신재현은 그대로 푹 잠이 들었음.
신재현은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한 가지를 깨달음.
아, 내가... 반했구나?
***
박문대는 사실 노래 불러 주기까지 고민을 제법 했음. 1. '학교 녹음실'이라는 장소 정보. 2. '과제곡'. 3. 목소리.
이 세 가지 정보면 사람을 특정하는 게 무리도 아니기 때문임... 인터넷에 개인 정보 남기는 걸 싫어해서 커뮤니티나 카페도 눈팅 위주로 하고 글 자주 안 쓰는 박문대로서는
좀 부담스럽긴 했음.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세 달간 먼저 하는 일 물어본 것도, 가까운 지하철역 물어본 것도 본인이었고 C는 자기에 대해 캐내려 한 적도 스스로를 노출하려 한 적도 한 번도 없음. 그러니까 이제 와서 새삼 음침하게 박문대의 개인 정보를 추정할 것 같진 않았기에 큰 맘 먹고
통화하자고 해서 노래를 불러 준 거임. 그리고... 노래를 불러 준 다음날 C한테서 대뜸 이런 메시지가 왔음.
C - [재현이에요.]
M - [뭐가?]
C - [내 이름이요. 재현이니까, 앞으로는 이름으로 불러 줄 수 있어요?]
뜬금없었지만... 못 들어 줄 것도 없는 부탁이긴 했음. 문제는...
C - [M 씨는요?]
...박문대의 이름은 '문대'라는 거였음.
재현이? 대한민국에 족히 수천 명은 있을 것 같은 이름임. 동창 중에도 재현이가 하나쯤은 있는 것 같음.
근데 문대? 일단 박문대는 자기 외의 문대를 본 적이 없음. ㅠㅠ
문대 vs 재현이. 너무 불공평한 싸움 아니냐? 박문대는 조금 갈등했음...
M - [나는... 이름이 좀 특이해서.]
C - [그래? 그럼 가명이라도 지어서 알려 줘요.]
역시 부담스럽다는데 조르는 놈은 아니어서 편했음. 박문대는 잠시 고민하다가 적당히 실존할 듯 그럴싸해 보이고, 특이하지 않은 무난한 이름을 말함.
M - [류건우라고 불러.]
C - [건우 씨. 알았어요.]
C - [또 언제 새벽에 녹음해요? 노래 더 듣고 싶어.]
M - [어제 잠은 잘 잤냐?]
C - [덕분에요.]
M - [녹음해서 보내 줄 테니까 듣다가 자든가, 그러면.]
C - [진짜?]
M - [어. 메일 주소 좀. 듣고 싶은 노래는 있냐?]
C - [잘 때 들을 만한 거면 아무거나요. 그리고 끝에 잘 자라는 말도 붙여 줘요.]
이 새끼 은근히 요구사항이 많네... 그래도 자기 노래 들으니까 불면증이었던 놈이 잠이 잘 온다던데, 싫진 않은 기분이었음.
그렇게 박문대는 C... 가 아니라 재현이의 메일로 일주일에 두어 번씩 꼬박꼬박 잔잔한 노래를 녹음하고, 끝에 "잘 자, 재현아."까지 붙여서 보내 주게 됨.
당연히 도시락도 꼬박꼬박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어 줬고...
직접 요리도 해 줘, 식사하는지 마는지 체크해 줘, 틈 날 때마다 연락해 줘, 잘 때 들으라고 노래해서 보내 줘, 거의 유사 연애인데 박문대 본인은 별 자각 없었음. 그냥 내 거 만들면서 2인분 만드는 거고, 시간 내서가 아니라
시간 날 때만 연락 주고받는 거고, 지하철역까진 산책 겸 운동 겸 뛰는 거고, 녹음이야 원래도 해야 하는데 겸사겸사 뒤에 잘 자 재현아, 만 붙여서 보내는 거라고 생각을 했음.
***
신재현은 최근... 행복했음. 어느새 류건우(가명) 씨랑 연락한 지도 네 달이고...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데뷔하고 나서 한창 전성기였을 때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았음. 사실 신재현은 이제껏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온갖 사랑 노래 가사에도 공감을 못 했고, 또...
숱한 연예인들이 연애하느라 자기 커리어고 뭐고 망치는 꼴을 볼 때마다 전혀 이해를 못 했음. 그런데 왠지 류건우(가명) 씨랑 연락하면서 아주 조금은 사랑 노래의 절절한 가사도, 연애한답시고 다른 거 다 때려치우는 한심한 인간들의 마음도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음.
그만큼 매일이 설렜으니까.
문득 신재현은 지난 네 달 동안 궁금해해 본 적 없는 류건우의 얼굴이 궁금했음. 그러니까... 딱히 목소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얼굴이길 기대한 건 아니었음. 어떤 얼굴이든, 설령 객관적인 미와 많이 멀더라도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 그 사람이 해 준 음식을 먹을 때나,
그 사람이 불러 준 노래랑 잘 자라는 목소리를 들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았음.
신재현은 고민했음. 얼굴 궁금하다고 하면 싫어할까? 이제까지 자기랑 메시지 주고받은 상대들이 자신의 얼굴을 궁금해하면 다 차단했는데, 자기가 궁금해하는 입장이 될 줄은 몰랐음...
그렇지만 지난 네 달간 연락하면서 알게 된 이 사람은 부탁하는 건 거의 다 들어 주는데다가 상냥해서, 설령 싫더라도 그냥 거절을 하지 매몰차게 바로 차단하진 않을 것 같았음. 그래서 대화 도중에 불쑥 물어봄.
C - [사진 한 장만 보내 주면 안 돼요? 혼자 볼게요.]
대화 중이었는데 답장이 뚝,
끊겨서 십오 분 정도 안 왔음. 신재현은 한 통을 더 보냄...
C - [싫으면 안 보내도 돼요. 미안해요.]
이번엔 곧바로 답장이 옴.
M - [내일 보내 줄게]
M - [오늘은 좀 바빠서 이만 들어간다. 일찍 자고, 재현아.]
그러고 메시지는 끊김.
음, 화가 난 걸까? 그런 것치곤 밤 인사는 상냥했음.
***
박문대는 사진을 잘 찍는 편이었음, 그것도 굉장히. 친구들끼리 어디 맛있는 걸 먹으러 가도 음식 사진은 박문대가 찍어서 단톡방에 올리고 다들 박문대가 찍은 사진을 인하트에 게시할 정도였고, 종종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도 받음. 등록금에 보탤 때, 연예인 데이터 팔이
한 적도 있고... 노래하느라 바빠서 이제 안 나가지만 잠깐 사진 동아리도 했었고 사진 카페도 가입되어 있었음.
하지만 셀카는 찍어 본 적이 없었음... 하늘 사진이나 고양이 사진도 내키면 종종 찍는데 갤러리의 그 많은 사진 중 셀카는 한 장도 없었음.
재현이라는 애가 얼굴 궁금하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이놈이 이런 걸 요구할 줄 몰랐기에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박문대도 연락하는 동안 심적 가드가 많이 내려가서 뭐 한 장 정도야, 라고 생각했음.
그러다가 셀카가 없다는 걸 깨닫고 혼자 찍어 봤는데 영 마음에 들게 나오질 않아서 십오 분 동안 혼자 찍어본 거였음 ㅜㅜ
재현이가 메시지를 더 보냈을 때 차마 나 15분 동안 셀카 찍고 있었다고 솔직히 말할 수가 없기도 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현타도 와서 내일 보내 주겠다고 하고 얼른 대화 끝맺은 거였음.
'내 얼굴이 보기에 나쁘지는 않으니까.'
따지자면 호감이 플러스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안 될 거라고
박문대는 생각했음. 하지만 자기가 호감을 얻고 싶어서 애쓰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음... 당연함
연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음
다음날...
🐶이세진, 나 사진 좀 찍어 봐라.
🐻사진을? 문대 사진을? 내가~?
🐶내가 셀카는 잘 못 찍어서.
🐻찍어 줄 순 있는데 왜? 카톡 프사하게~?
🐶그냥. 뭐... 갤러리에 나만 나온 사진 한 장도 없는 것도 좀 이상해서.
🐻오케이, 접수~ 세진이 형만 믿어~!
이세진이 박문대의 폰으로,
박문대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대며 살짝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이세진이 이러라고 시킴 ㅠ) 사진을 찍어 줌. 채광이 좋아서 꽤 예쁘게 사진이 찍혔음.
🐻오, 레전드 샷~ 이 정도면 문대가 찍어 준 사진이랑도 비비겠는데?
🐶진심이냐?
🐻진심은 아니긴 한데 너무 꼽 준다, 문대야.
박문대는 그 사진을 잠깐 망설이다가, 재현이한테 메시지로 보냈음. 물론 이세진이 알면 시끄럽게 굴 것 같아서 이세진이 안 볼 때...
답장은 몇 분 뒤에 왔음.
C - [예뻐요. ^^]
...음. 따지자면 중성적인 얼굴이긴 하지. 박문대는 자기 얼굴에 대한 객관화가 은근히 잘 되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넘김.
C - [저장해도 돼요?]
M - [아니.]
원래 랜선상에 자기 흔적 남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박문대는 칼같이 거절함. 솔직히 씹고 그냥 저장하면 모를 일이지만 그럴 놈 같지도 않고, 그런 짓을 한다고 해도 뭐 몸 사진도 아닌데 약점 될 건 없으니까...
C - [그래? 아쉽네요. 그런데 정말 예뻐요. 취향이야.]
박문대는 슬슬 낯간지러워서 주제를 돌림.
M - [네 얼굴은?]
C - [(블로그 포스팅 링크) 여기서 뭐가 내 얼굴일지 맞춰 봐요. ^^]
박문대는 포스팅을 클릭함. 근데 이 포스팅이 '주관으로 꼽은 비주얼 오지는 남연예인 15명'이었음 ㅋㅋㅋ
심지어 꽤 옛날 포스팅이라 사건사고로 터졌거나 더는 활동 안 하는 남연예인까지 섞여 있는.
이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미친 나르시스트 새끼였네... 박문대는 재수 없어서 학을 떼면서 답장을 보냄.
M - [보여 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라]
C - [진짜로 저 중에 있는데. ^^]
지랄한다.
하여간에 얌전한 척하면서 가끔 성질을 긁는 새끼였음.
박문대는 9시 뉴스 특보로 해체된 유명 아이돌 그룹 VTIC의 리더였던 청려의 본명이 신재현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설령 알았어도 저 포스팅에 있는 VTIC 청려가 지금 메시지 상대라고 쉽게 추측하진 못했을 거였음...
***
일단 예쁘고, 취향이라는 말은 진심이었음. 조금... 기대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잘생겨서(무려 아이돌이었던 신재현의 눈에도!) 괜히 속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류건우 씨는... 깨끗하고 단정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음. 하지만 단순히 잘생겨서 감탄한 건 아니고...
사진의 모든 요소가 좋았음.
무신경한 표정에 살짝 내리깐 눈빛, 앉은 자세는 반듯하고 곧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인데도 조금 긴장했는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붙잡은 손등에 힘이 들어가서 핏줄이 서 있었음. 보통은 못 알아봤겠지만 신재현은 연예인이었어서 알 수 있었음...
이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똑바른 자세로, 내가 들으라고 노래를 부르고 내가 먹을 요리를 해서 꼬박꼬박 가져다 줬구나.
마음 같아선 진짜 진심으로, 납치해서 감금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설렜음... 류건우 씨는 본인이 하는 게 유혹이라는 건 아냐고 따지고 싶기도 했고.
저장하지 말랬으니까, 한참 그 메시지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안 봐도 잔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여러 번 그려봤음. 정말로 좋았음...
그리고, 그러고 보니 류건우 씨는 많은 걸 해 줬는데 자긴 특별히 뭘 준 적 없다는 게 떠올랐음.
***
C - [건우 씨가 늘 도시락 두던 자리에 선물 뒀어요. 가져가. ^^]
C - [항상 고마워요.]
M - [뭘 또 선물을... 일단 알았고, 고맙다.]
뭐 그동안 노래 불러 준 거랑 밥 해 준 거에 대한 답례라도 되는 건가? 답례를 바라고 뭔가를 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박문대는 소박한 선물일 거라고
생각해서 적당히 기대를 했음.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에 오래 쓰던 앞치마 하나가 터져서, 그냥 대충 기워서 입는 것도 한계가 있어가지고 버렸는데... 앞치마였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음.
하지만 선물은... 적어도 수백만 원대의 고가 브랜드의 팔찌와 뭐가 들었는지 모를 USB 하나,
그리고 현금 500만원이 든 봉투였음.
미친 거 아니야? 이 새낀 무슨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
사진상으로만 한 번 본 상대한테 이딴 걸 줘?
박문대는 사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교양으로 대중 마케팅의 이해를 듣고 있었기에 연예인들의 광고 같은 걸 볼 일이 많아서 유명한 브랜드들 정도는
알고 있었음. 팔찌는 그렇다고 치는데 현금은 진짜 뭐냐?
M - [야. 돈만이라도 돌려 주게 계좌 불러.]
C - [싫은데?^^ 그냥 써요. 탈세해서 번 돈도 아니고 깨끗한 돈이에요.]
직장에서 잘리고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이 새끼? 왜 벌써 몇 달째 재취직을 안 하나 했더니 돈 많은 백수였냐...
M - [너 이런 거 막 주는 거 아니야.]
C - [건우 씨도 노래 같은 거 막 해 주는 거 아니에요. 누가 반하면 책임지기 힘들지도 모르잖아.]
M - [아니 좀]
M - [지랄 말고]
M - [너 이러다 사기 당해.]
C - [류건우 씨로부터의 결혼 사기?]
C - [사기는 나보단 건우 씨가 조심해야죠, 그리고.]
C - [나는 돈이 많으니까 주는 건데 건우 씨는 없는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 해 주잖아요.]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닌... 가? 묘하게 기분 더러웠지만 재현이라는 놈은 죽어도 돌려받을 생각은 없어 보였음...
M - [이거 절반은 기부한다.]
C - [마음대로 해요. 건우 씨 돈이니까. ^^]
드라마냐고.
박문대는 터덜터덜 선물들을 들고 집에 감... 그러고 보니 USB에는 뭐가 든 거지?
원룸에 가서 노트북(특징: 낡아서 오락가락함)에다가 꽂아서 확인해 봤더니, mp3 파일과 텍스트 파일이었음.
mp3 파일에는 MR이, 텍스트 파일에는 가사가 들어 있었음. 곡인가? 여럿이 부르는 걸 전제로 쓰인 곡 같긴
한데, 조금 편곡하면 혼자서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데다가... 박문대의 귀로 듣기에, 이 곡은 굉장히 대중성이 있어 보였음. 마치 인기 있는 아이돌의 차트 상위권 노래 같은... 제목은, <별 보라>?
M - [노래는 네가 작곡한 거냐?]
C - [작사는 내가 했는데 아쉽게도 곡은 아니에요.]
C - [일이 좀 있어서 내가 쓰진 못하게 됐지만... 저작권은 이쪽이 가진 곡이라 마음대로 써도 돼요. ^^]
C - [건우 씨 목소리에도 어울릴 것 같아서요. 마음에 들면 좋겠네.]
M - [마음에 들긴 하는데... 곡만 주지 그랬냐. 팔찌랑 현금은 대체 왜 주는데.]
C - [내 마음인데? 그냥 받아.]
어이없는 놈...
박문대는 반쯤 해탈해서 일단 돈의 절반은 말한 대로 기부했음. 박문대가 고아였기 때문에 기부한 곳은 고아 단체였음. 나머지 250만원으론... 일단 낡아서 맛이 가려는 노트북을 적당한 중저가 모델의 새 걸로 바꿨고, 자칫 밀릴 뻔했던 원룸 월세랑 관리비를 냈고,
맨날 몇 벌로 돌려 입기 중이었어서 가볍게 입기 좋은 캐주얼한 옷도 몇 벌 사고... 주방 도구 좀 더 산 다음, 남은 돈으론 당분간 식재료의 질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해 보기로 했음. 사실 박문대가 요리를 하게 된 데엔 최저가로 최대의 맛과 영양을 뽑아내려는 가성비의 이유가 컸기에...
식재료는 늘 마감 세일하는 걸 떨이로 사 오거나 같은 조건이라면 제일 싼 걸 골랐는데, 돈이 조금 생긴 김에 평소라면 눈여겨보지 않았던 값비싸고 독특한 이국의 조미료와 한우의 좋은 부위, 아보카도 같은 걸 사 봤음. 그리고 위튜브로 요리 레시피를 보면서 따라해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재현이한테 가져다주는 도시락의 질도 업그레이드 됨.
돈이 있으니 좋긴 좋군... 근데 진짜 팔찌는 왜...
사진까지 봤으니 아마 박문대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걸 고른 걸 텐데, 박문대가 걸치는 옷들은 다 브랜드 있는 비싼 옷이 아니라 칠천원짜리 후드 티 같은 거라서 안 어울렸음.
그래도 줬으니까 하긴 하고 다니는데... 늘 손등까지 덮는 긴 소매 아래에 팔찌가 감춰져 있어서 이건 뭐, 하나 마나였음.
장점은 단 하나,
C - [차고 다녀요?]
M - [차고 다니지.]
C - [그래요? 기분 좋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대화가 구라가 아니게 된다는 점 정도?
***
사람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열정과 성실함을 영원히 유지하지 못하고 금방 동내버리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다.
알고는 있었지만... 신재현은 그게 자신한테도 해당될 줄은 몰랐음.
류건우 씨와 연락한 이래로 내내 행복했던 신재현의 삶은 균열이 가고 있었다. 왜?
별건 아니었음. 이제 더 이상 류건우가 불러 준 노래에 잠이 오지 않기 시작했던 거임... 그러고 보니 류건우 씨랑 연락하게 된 지도 어느덧 반년을 더 넘겼음.
노래에 질린 건 아니었음. 당연히...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였음. 하지만 전에는 류건우 씨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 꼭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솔솔 잠이 왔는데, 이제 잠이 오는 대신 심장이 자꾸 두근두근하고 어딘지 모르게 갈증이 나서 다시 제대로 못 자는 불면의 날이 이어졌음.
혹시 몰라서 류건우 씨한테 녹음본 말고 직접 통화해서 노래 불러 달라고도 해 봤는데 그래도 별 의미는 없었음.
끌어안고 자고 싶다...
끌어안고 자면 잠이 잘 올 것 같은데. 한 번이라도 껴안아서 잘 수 있으면 평생 그 기억으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음. 그래서... 신재현은 류건우 씨한테 대뜸 앞뒤 맥락도 없이 이렇게 메시지를 보냄.
C - [만날래요?]
바쁜 건지 아니면 싫은 건지 한참 답장이 없었는데...
한두 시간 뒤에 답장이 옴.
M - [미안. 레슨 중이었다.]
M- [만나? 어디서?]
반 년 정도 연락했고, (그쪽만 일방적으로 보내 준 거지만) 사진도 보냈고, 선물도 주고받고(그쪽이 노골적으로 부담스러워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보통이었으면 진작에 한 번 만나서 밥은 먹었을 만큼 연락을 했으니
생각보다 흔쾌했음. 신재현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보냄.
C - [내일 우리 집에 와 줬으면 좋겠어요.]
C - [주소는 알려 줄게요.]
M - [뭔 첫만남부터 집에 불러. 내가 말했지, 너 그러다가 사기 당한다고.]
익숙한 잔소리였음... 노래는 정말 사람을 현혹하듯 감미롭게 부르는 사람인데,
잔소리하는 말투는 투박한 점도... 귀엽다고 생각했음. 신재현은 또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차피 만날 건데 털어놓기로 함.
C - [VTIC 알아요?]
M - [그 마약?]
하긴, 모를 리가 없지... 신재현은 씁쓸하게 웃다가, 박문대한테 선물해 줬던 팔찌랑 똑같은 팔찌를 손목에 건 채로... 셀카를 보냈음.
C - [사실 내가 청려라서요. ^^]
C - [나 자살 기도 했었다는 것도 기사 났었죠?]
C - [그래서 밖을 잘 못 나가요. 류건우 씨가 주는 도시락 가지러 가는 것도 제법 힘들었는데.]
C -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M - [?]
M - [아니 뭔]
M - [;]
M - [넌 무슨... 이런 걸 이렇게 뜬금없이 털어놔?]
늘 굉장히 차분한 사람인데 드물게 당황한 것 같아서... 신재현이 혼자 조용히 웃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음.
🔨^^ 여보세요.
🐶...여보세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내 영상 같은 거 되게 많을 텐데, 듣고 비교해 볼래요? 내 목소리가... 맞는지 아닌지.
🐶알았고 지금 지하철이니까 끊어.
***
...어쩐지 비범한 백수에 미친놈이라고 전부터 생각은 했더니만.
직장에서 잘렸다는 건 멤버들이 터뜨린 사건으로 강제로 아이돌 업계를 은퇴했다는 뜻이고, 계약이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종료당했어도 꽤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으니 벌어둔 돈이 적진 않을 거고... 직장도 없는 백수 주제에 고가의 선물을 주는 것도 그래서였고. 반 년 넘게 연락하면서,
도시락 가지러 가는 거 말곤 어디 나갔다는 말을 한 번을 못 들은 것도... 유독 개인 정보 노출을 철저히 숨겼던 것도... 가끔 좀 우울해 보이지만 음악에 대한 지식이 깊고 말투가 유독 사근사근한 데다가 남의 말에 리액션하는 게 익숙해 보였던 것도. 다 저 놈이 은퇴한 전직 아이돌이라면 설명됨.
바깥에 나가기가 힘들어서 집에서 만나겠다는데 거절하기도 좀... 그랬음. 생활이 말이 아닌 걸 보면 보나마나 집 꼴도 지저분할 것 같은데... 기왕 가는 거 청소나 한 번 싹 해 주고 밥해 놓고 가면 되겠다고 ㅋㅋ ㅠ 박문대는 머릿속에서 계획까지 다 세움.
M - [재현아.]
C - [마음 정했어요?]
M - [주소 불러.]
C - [고마워요. 나도 뭘 좀 준비해 둘 테니까, 내일 봐요.]
반년 동안 거의 익명으로 연락한 놈의 정확한 신원을 몇 분 만에 얼레벌레 파악하고 만날 약속까지 잡다니... 뭔가 기대된다거나 설렌다기보다도 기분이 묘했음.
그리고 아마, 다음날 그 새끼의 집에 간 건 박문대 인생 최악의... 실수였음.
박문대는 청려의 본명을 검색해 봄. 본명은 '신재현'이었음. 진짜로 재현이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신재현의 집으로 간 박문대를 반겨 준 건 현관에서부터 갑작스럽게 덮쳐 오는...
손수건이었음.
다행히 손수건이 코와 입에 닿기 전에 명치로 신재현의 갈비뼈를 세게 치고, 정강이를 걷어차고, 엎어서 팔을 뒤로 꺾고 제압하긴 했는데...
손수건에는 약 냄새가 났음. 아니, 씨발... ...이 새끼 진짜 뭐야? 전직 아이돌이 장기매매하려고 반 년 동안이나 연락하면서 방심시켰다는 건가? 말이 돼?
일단 신체적으로 제압은 성공했지만...
🐶...설명해.
박문대는 이를 갈면서 그렇게 말함.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이유가 알고 싶었음.
🔨음, 실패할 줄은 몰랐는데... 겉보기보다 힘이 세네요, 류건우 씨는.
🐶진짜 미쳤냐? 씹새끼야, 설명을 하랬지 개소리하라고 한 적 없다.
🔨뭘 설명하라는 거죠? 변호사 누굴 선임할지? 아니면 약은 어디서 구했는지?
🐶아니, 이딴 짓을 왜 했는지를 설명하라고. 진짜로 신고 당하기 싫으면.
🔨아아.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왜' 그랬는지 궁금해해 주는구나. 역시 다정하네요. 조금만 덜 상냥했으면 서로에게 좋았을 텐데...
🐶자꾸 개소리할래? 이대로 팔 꺾고 경찰 부른다.
🔨음,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험한 짓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미친 새끼야, 약으로 사람을 기절시키는 게 험한 짓이 아니라고?
🔨내 말은, 류건우 씨를 강간이나, 살해나, 장기매매나, 인신매매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단 거예요.
말투가 덤덤해서 오히려 소름이 쫙 돋았음...
🐶그럼 뭘 하려고 한 건데.
🔨끌어안고 한 번만 자고 싶었어요...
🐶...뭐?
🔨끌어안고 한 번만 푹 자고, 잠에서 깨어나서는 당신에게 사과하고, 선물을 준 다음에 돌려보내고 싶었어요. 음, 두 번 다신 나랑 연락해 주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한 번만 안고 자 보면 평생의 불면증이 해결될 것 같아서?
차라리... 돈 없어서 장기를 갖다 팔려고 했다는 쪽이 납득이 될 만큼 어이가 없었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문제였음.
🐶부탁을... 한다는 선택지는.
🔨부탁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해요... 그런 건 싫었거든.
🐶일단 알았고...
🔨이제 신고하나요?
🐶마취약 구해 둔 거 내 눈앞에서 꺼내서 다 버리고, 너... 병원에서 상담 좀 받아야겠다. 메시지로 연락할 때도 느끼곤 있었지만 이 새끼 진짜 정신머리가 정상이 아니네...
🔨나 정상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 이상하다. 잘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안 챙겨 주면 스스로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는 새끼가 정상이겠냐, 그럼?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병이 깊을 줄은 몰랐는데 진짜 또라이네.
🔨약 갖다버리고 병원 상담 받으면요? 계속 연락해 줄 거예요?
🐶지금 그 소리가 나오냐?
🔨음, 그렇네. ...미안.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됐으니까 병원 다녀와서 진단서랑 약 받아온 거 찍어서 보내라.
🔨...계속 연락해 주게요?
🐶어.
🔨하하,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사기 같은 걸 조심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라니까. 너무 물러...
박문대는 참다 못해서 그냥 신재현의 얼굴을 한 대 갈겼음. 입가에 얕게 피가 맺혔음...
🐶간다.
🔨아프네...... 고마워요. 병원 꼭 다녀올게요.
🐶그래야지 이 씨발 새끼야 양심이 있으면... 이제 네 집으로 부르지 마.
🔨내 집만 아니면 만나 주나요?
박문대는 씹고 그냥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갔음... 그리고 애꿎은 이세진한테 전화함. ㅠㅠ
🐶이세진.
🐻문대 갑자기 왜~?
🐶너 어플에서 만났다는 사람이랑 연락 끊어.
🐻어? 아니, 벌써 밥 몇 번 먹고 그냥 친구로 지내는 중인데 왜?
🐶...널 마취약으로 기절시키려고 했다거나 그런 적은 없냐?
🐻문대야...... 뉴스 기사라도 본 거야? 아니면 뭔 영화? 보통 그런 일은 당연히 없지. 진정하자......
그렇지.
보통은 없어야 할 일인데, 신재현 이 씨발 새끼가......
......
6개월 날렸군. 재수가 없으려니까......
박문대는 그렇게 며칠간 신재현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신재현도 박문대한테 며칠간 연락을 하지 않았음. 그러다가... 먼저 연락한 건 신재현이었음.
약속대로 병원을 다녀와서 진단서랑 받아온 약을 찍어서 보내고, 심지어 박문대가 도시락을 가져다 주지 않았는데도 끼니를 같이 찍어 보냈음.
C - [병원 잘 다녀왔어요. 꾸준히 다닐게요. ^^]
C - [답장은 안 해도 돼요. 좋은 하루 보내고요.]
그런데 왜 또 샐러드야... 슬슬 밥 해 줘야겠다.
박문대는 무심코 생각했다가 그런 스스로에게 오소소 소름이 돋았음...
...
씨발, 나 스톡홀름 증후군인가? 병원은 나부터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M - [꾸준히 다닌다는 약속 지켜.]
M - [내일 보관함에 도시락이랑 반찬 가져다 놓을 테니까 내일부터는 그걸로 먹고.]
C - [스톡홀름 증후군이에요?]
이 좆같은 새끼도 알긴 아네......
M - [미안한 줄 알면 내 말에 토 달지 마라. 너 진짜 좆같으니까.]
C - [네. 사랑해요. ^^]
M - [진짜 또라이 아냐 이거? 난 너 싫거든?]
C - [알았어요. 내가 치료 다 받을 때까지 애인 만들지 말고요. 멀쩡한 인간이 되면 제일 먼저 꼭 류건우 씨를 유혹할게요.]
M - [너 멀쩡한 인간 되면 그땐 손절해야지 내가 널 왜 봐?]
C - [간병인 자처하다가 보상도 못 받고 떨어져 나가겠단 거예요?]
C - [류건우 씨 혹시 마조히스트예요? 혹시 그래서 닉네임이......]
M - [처맞았을 때 덜 아팠나 보지?]
M - [이름에서 따 온 거거든.]
C - [그러고 보니 아직도 류건우 씨 본명을 모르는구나. 알려 줄 수 있어요?]
박문대는... 좀 고민하다가 이제 와서 싫다고 하는 것도 우습다 싶어서 알려 줌.
M - [박문대.]
C - [아하. 류건우가 낫네요.]
...이 새끼가? 지금 남의 이름 가지고... 박문대라는 이름도 나름 유니크하단 소리 많이 들었는데. 아니, 됐다... 일일이 꼴받아서 뭐하냐. 어차피 또라이 새낀데...
M - [약이나 잘 챙겨. 하루 몇 번 복용하냐?]
C - [두 번이요. 보고할게요.]
박문대는 깊이 한숨을 쉼. 이 새끼 탓에 어플에서의 만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게 생겼지만...... 정작 그 편견을 강화시킨 새끼와는 앞으로도 계속 연락할 예정인 게 스스로도 어이없었음.
조금이라도 약 안 챙겨먹거나 병원 치료에 비협조적인 것 같으면 바로 연락 끊어야지, 이 새끼랑......
그렇게 생각하면서 박문대는 소매를 걷고 2인분의 식사를 지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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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소에는 차려 주는 대로 얌전히 먹던 신재현이 그날따라 투정을 함
🔨입맛이 없는데.
🐶그래서 입맛 돌 만한 음식으로 차렸으니까 한입이라도 먹어라. 이거 입맛 없을 때도 잘 넘어가.
🔨음... 미안해요. 커피나 한 잔 내려 줄래요?
🐶넌 커피 마시면 입맛 더 떨어지잖아.
슬슬 짜증이 나는데, 다그쳐서 억지로 먹게 해 봤자 좋을 거 없을 것 같고... 문득 자기가 미래로 갔을 때의 경험을 떠올림
🐶...재현아.
🔨...?
🐶형이 열심히 차렸는데 딱 한입만 먹어 보지. 한입만 먹으면 더 안 먹일게.
문대청려~ N년 뒤의 박문대(특징: 신재현이랑 연애+동거 중 ㅠㅠ)하고 냅다 몸 바뀐 현재의 박문대(특징: 신재현이랑 안 사귐...) 보고 싶음...
[! 상태이상: 달콤한 휴가
연인과의 시간을 만끽하세요.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시간대'의 연인 곁에 체류.
D-3]
눈을 뜬 곳은... 신재현네 집 침대였음
당연히 박문대는 눈을 뜨자마자 경악함... 어제 분명 테스타 숙소에서 잠들었는데 왜 이 새끼 옆에서 자고 있는 거지? 이 와중에 신재현은 세상 모르고 편안하게 잠들고 있었음. 심지어... 잠꼬대까지 하는 것 같았음;
🔨으응, 문대야... 류건우...
🐶(미친, 씨발... 속 울렁거리네.)
원래라면 암만 그래도 곤히 자는 사람을 막 깨우진 않을 텐데,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신재현 어깨를 잡아흔들면서 부름
🐶야, 일어나.
🔨......야?
눈을 뜬 신재현은 굉장히...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음. ...저런 표정 지을 정도로 거칠게 깨우진 않은 것 같은데? 반말이야 자기가 하라고 한 거고.
난 원래 박문대한테 주어진 메리트는 상태창이 아니라 잠재력 무한 < 뿐이었는데 박문대가 "상태창."하고 부른 바로 그 순간 시스템이 박문대의 배경 지식과 요구를 파악해서 그 몇 초 동안 새로운 룰을 추가한 건 아닐까 요즘 추측하는 중임
원래 있었던 거라면 박문대가 부르기 전에 뜨지 않았을지
그리고 1화 보면 상태이상(데뷔가 아니면 죽음을)이 상태창 부르자마자 있는 게 아니라 돌발로 뒤늦게 떠오르는데 청려의 경우에는 미션을 '직감'으로 받았다고 했음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죽었다고... 그러니까 박문대가 상태창을 안 불렀다면 반드시 데뷔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직감의
형태로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그리고 신재현의 교정 < 도 신재현이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돌이키고 싶다'라고 생각한 걸 반영해서 생긴 상태이상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듦
시스템은 그 시대의 회귀자가 원하는 걸 최대한 해 주고 반영해 주는 호의적인 존재인데 그 방식이 너무 이질적이고
문대청려❤ 졸리거나 토라지거나 어리광 부리고 싶으면 원래 말투 튀어나와서 박문대한테 툭툭 반말하는 신재현? 오늘은 이거다
🔨기분 상했어.
🔨왜 신경 거슬리게 해.
🔨네가 뭔데.
🔨싫어. 내가 왜.
🔨말 걸지 마.
⬆️ 이제까지의 전적 보면 이런 말투 충분히 가능한 듯? 개연성 있는 것 같은데?
ㅜㅜ 신재현이 반말하면 박문대가 존대 써 주는 것도 좋음
근데 이게 신재현이 반말 듣고 싶은 기분인지 존대 듣고 싶은 기분인지 잘 맞춰야 됨
전자인데 존대하면 왜 말 편하게 안 하냐고 짜증 내고 후자인데 반말하면 박문대 후배님은 위아래도 모르나 봐요? 하고 성질 냄 👈 언젠 말 편히 하라더니
🔨기분 상했어.
🐶(X발, 또 시작이군...) 그러십니까. 어디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선배님.
🔨왜 신경 거슬리게 해.
🐶예. 죄송합니다.
🔨네가 뭔데.
🐶선배님 애인 되는 사람입니다만.
🔨싫어. 내가 왜.
🐶언젠 네가 사귀자며.
🔨말 걸지 마.
🐶진짜 안 걸면 더 지랄할 거잖아, 재현아.
청려가 븨틱깅한테 쓰는 말투 꽤 무뚝뚝한 편
"현실적이라는 뜻이지?"
"그래? 고맙다."
이런 식
평소 쓰는 살갑고 나긋한 투는 아이돌 nn년으로 다져진 코르셋(ㅋㅋ) 말투지 원래 말투가 아닌가 보다... 박문대한텐 편하게 말하라고 한 주제에 아직 자긴 편하게 말을 안 함 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얘 가끔 툭툭 투박한 말씨 튀어나오기도 하고(노래 잘하고 제정신인 어린 '놈' 찾기가 힘들다는 둥)
박문대한테 진심으로 사과했을 때 한 말도 "미안하게 생각해요."가 아니라 "미안." 👈 이거고 진실 확인에서 옥상에서 자살하기 전엔 담배 피우고 있었고... 나긋나긋 부드러운 이미지는
아이돌 경력으로 생성된 거고 리셋 증후군이랑 아이돌로서 형성된 아이돌 자아 밀어낸 원래 성격은 무뚝뚝&털털함&근데 마음 편한 상황에서는 쉽게 풀어짐&생각하는 걸 간결하고 짧게 툭툭 내뱉는 편&남들 듣기엔 엉뚱하거나 우스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마이페이스? 👈 느낌 아닐까 추측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