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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9 29 tweets 5 min read
클리셰범벅3 #해성석호

- 진짜 원하는 게 뭐야?
- 말 했잖아. 내 개가 되어 달라고. 뭐해? 번호 안 찍고. 어려울 거 없어. 전화하면 받고, 부르면 달려오는 거 정도? 간단하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내 폰을 바닥에 툭 떨구고 발로 질끈 밟으며, "좆까, 미친새끼야." 조용히
읊조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뒤돌아 걷는다. 와, 이렇게 단호하다고? "그냥 가면 후회할텐데~" 터벅터벅 걸어가는 뒷모습에 대고 한 내 말에 뒤도 보지 않고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만 꺼내어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신 답하고선 골목을 빠져나간다.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 저 새끼랑 어떻게
하면 엮일 수 있을까.

- 어딜 간다고?
- 주해성네 집.
- 왜?
- 친해지려고.
- 뭔 소리야, 갑자기?

어제 결국 받지 못 한 주해성 번호는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있는 반장에게 전화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더불어 집주소까지 한큐에 말이다. 선전포고 좀 하러 가보실까?
- 즐거워 보인다? 너 뭐 있지? 똑바로 말 해. 갑자기 그 집엔 왜 가?

목적지를 들은 비서형은 시동을 걸다 말고 무슨 꿍꿍인지 불라며 불안해한다.

- 친목도모하러 간다니까?
- 걔 착하고 완벽해서 싫다며. 갑자기 무슨 친목도모야?

내 성 정체성까지 알고 있는 마당에 형에게 비밀을 만들 일이
없었는데, 그런 형에게도 주해성의 이중성에 대해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언제는 가깝게 지내라며?
- 그것도 단계라는 게 있지. 하루아침에 무작정 이러면 내가 불안해, 안 불안해? 뭔 생각인진 몰라도 그쪽 집안이랑은 척지만 안 된다 양석호. 마음에 안 든다고 괜히 쑤시고 다니지마.
건드려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알지?
- 쑤시긴 누가 뭘 쑤셔, 진짜 친해지려고 그러는건데. 생각을 바꿨거든. 나 이제 주해성 안 싫어.

주해성이 대단하기 하구만? 커밍아웃에도 덤덤했던 형이 이렇게 잔소리 폭격을 할 정도라니.

- 안녕하세요. 저 해성이형이랑 같은 반
학생 양석호라고 하는데 혹시 형 있나요?

거침없이 누른 인터폰에선 누구세요? 묻는 고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인사를 드린 후 무사히 주해성 집 안으로 입성했다. 누가봐도 기품있어 보이는 주해성 어머니는,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되길래 걱정되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다는 내 말에 직접 주해성에게 전화를 걸어주신다.

- J그룹 도움 많이 받고 계신다더라구요.

주해성이 오길 기다리며 우리 아빠 안부도 물으시기에 뻔한 대답을 해드리며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뛰어 들어오는 반가운 얼굴.

- 왔어, 형?
- 니가 여긴 왜! 후우.. 우리집엔 어쩐 일이야?
- 넌 동생 기다리게 해 놓고 무슨 말이 그래.

약이 올라있는 주해성을 보고있자니 기분이 좋아진다. 흐트러진 사복차림의 주해성은 오늘도 역시 취향저격. 아줌마가 도우미들이 요리중인 주방으로 발걸음을 하자 틈을 놓치지않고 내게 가까이 와 어깨를 꽉 그러쥐고 이를 간다.

- 따라와 새끼야.
키득거리는 나와 달리 날이 서 있는 주해성은 제 방으로 날 끌고 들어가더니 멱살을 잡고 주먹까지 들었다가 결국 치지는 못 하고 신경질적으로 날 팍 밀쳐낸다.

- 그러게 어제 얌전히 번호 줬으면 이 지경까지 안 왔을텐데 왜 쓸데없이 튕겨서 찾아오게 만드냐? 이제 감이 좀 와? 어제 내가 했던
말들이 다 진심이었단 거.
- 왜 이러는건지 이유나 좀 알자. 뭔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나한테 시간까지 쏟아가며 이 지랄 떠는건데?
- 오해하지마.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에 들어서 시간까지 쏟아가며 이 지랄 떠는 거니까.
- 아 시발, 뭔 개소리야.
크으, 넌 웬만하면 그 표정으로 욕하지마라. 내꺼 하자고 존나 조르고 싶어지니까.

- 너네 어머니께서 밥 먹고 가라던데 어떻게, 식사 좀 하고 갈까? 착한 청소년은 어른 말씀을 잘 들어야하지 않겠어?
- 좋게 말할 때 알아서 꺼져라?
- ㅋㅋㅋ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줄테니까
앞으로는 내가 이렇게 찾아오지 않도록 잘 좀 하자, 해성아?

속으로 얼마나 줘패고 싶을까. 푸흐흐. '내 번호 저장해둬. 내일보자 범생아.' 문자를 보내놨지만 예상대로 답은 없었다.

- 주해성! 오늘따라 유난히 반갑다?

느지막이 교실로 들어서며 주해성을 향해 파이팅 넘치는 인사를 전하자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주해성과 날 번갈아 쳐다본다. 주해성은 재빠르게 표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찰나에 뭐 씹은 표정 지었던 거 다 봤다, 새끼야.

- 니들은 얘한테 꿀 발라놨냐? 뭐 심심하면 둘러싸서 짹짹대고 있어.
- 애들한테 시비 좀 걸지마. 너한테 피해준 것도 아니잖아.

늘 그랬듯 단정하고,
다정한 학교에서의 주해성을보니 소름이 오소소. 그 전에야 실체를 몰랐으니 짜증나고 재수없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이게 다 연기라는 게 역겨울 정도다. 놀라워, 짝짝짝.

- 수업 끝나면 내 차 타고 가자.

주변에 있던 애들은 주해성을 대하는 태도가 갑자기 바뀐 날 이상하게 보더니 끼어들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슬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주해성은 동그리 안녕 너머로 눈을 접어 싱긋 웃으며 누가 들을까 내 귓가에 속삭인다.

- 친한 척 하지마, 씹새야.
- ㅋㅋㅋㅋㅋ

주해성이 욕을 하면 괜히 웃음이 터진다. 아무도 모르는 가식 다 좆까고 어차피 걸린 거 내 앞에서는 성격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게 재밌다고 해야하나? 마치 나와 친해진 것처럼 비춰지기만 해도 저에게 해가 된다는 듯, 제 이미지에 먹칠하지 말라는 주해성에게 나도 소근거려줬다.

- 말은 똑바로해. 양석호 클라스면 먹칠이 아니라 24k 금칠이지 븅신아.

쉬는 시간에 내 자리를 지나가던 놈에게
만원짜리를 쥐어주며, "친구야. 매점 가고싶지 않냐? 우유 좀 사올래?" 했더니 주해성이 저지한다. 그렇지. 정의의 사도께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 저급하게 뭐하는 거야. 니가 다녀와.
- 왜 또 오지랖이야. 누가 너한테 갔다오래?

막아서는 주해성과 나 사이에서 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눈치만 살폈고, 주해성은 놈의 손에 쥐어 준 만원짜리를 내 책상위에 내려놓으면 애써 조근조근 입을 연다.

- 한 살 차이라도 내가 형인데 적당히 좀 맞먹자, 석호야.
- 니가 대신 다녀올래? 그럼 형 대우 해 줄게.

종일 날 없는 사람인양 개무시 하길래 일부러 아무나
붙잡고 셔틀을 시킨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지 유지를 위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막아선 주해성은 내 도발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응한다.

- 형 소리 안 해도 되니까 니가 다녀와. 그러면 나야말로 친구 대우 해 줄게.

역시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구만? 학교에서 주해성이 폭발하는 모습을
살짝 보고 싶은데, 개같이 실패.

- 그래? 그럼 다녀와야지. 황송하게도 주해성이 친구를 해주신다는데.

기싸움이라도 할거라 생각했는지 얌전히 일어나는 날 보는 눈들이 놀람으로 가득하다. 휘파람을 불며 매점으로 가는 동안 주해성에게 톡을 남겼다. '착한 척 연기 참 잘해 친구. 앞으로도 이미지
관리 잘 하길 바란다.' 물론 답은 없었다. 분명히 나한테 들켰을때 반응을 보아 백프로 약점이 맞는 거 같은데 뭐 이렇게 꼿꼿해? 초코우유를 사 오는 동안 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문을 열자 선생과 눈이 마주쳐 들고있던 우유를 흔들어 보였다.

- 해성이형이 우유 좀 사오래서요.
의아한 얼굴을 한 여선생이 주해성을 쳐다봤고 녀석은 이렇다 할 변명없이 그저 멋쩍게 웃고 만다.

- 마치고 쇼핑가자.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지만 역시나 한결같이 날 무시하는데 이쯤되니 나도 슬슬 인내심이 바닥을 향해가고 오기가 생긴다.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나 보자 주해성. 지루했던
시간이 지나 다시 쉬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초코우유를 집어들어 냅다 집어던졌다.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진 교실. 바닥에 부딪히며 터진 우유는 사방으로 튀었고 몇몇의 교복바지와 신발이 얼룩덜룩해졌다.

- 짜증나지 얘들아? 저 또라이가 왜 저러나 싶지?
- 뭐하는 짓이야?
- 뭐하는 짓이긴, 니 관심 끌려는 짓이지. 내가 꼭 이딴 짓을 해야 말을 걸잖아 넌.

기막혀하는 주해성을 똑바로 보며 큰소리로 말을 이었다.

- 잘 들어, 얘들아. 앞으로 내가 누구한테건 이딴식의 밑도 끝도 없는 유치한 괴롭힘을 시전한다면 원인은 무조건 주해성한테 있는 거니까 내 탓 하지마라.
웅성대는 교실과 별개로 할 말을 잃은듯한 주해성에게도 경고했다.

- 내가 애들한테 시비터는 거 싫으면 그 한 몸 희생해서 평화유지에 이바지하는 게 좋을거야. 니가 날 무시할수록 학교다니기 싫어질 놈들이 늘어갈거고 결국 넌 그 놈들의 원망을 사다 애들의 적이 될 테니까. 가릿?
베란다로 앞장 서 나간 주해성이 뒤돌아 안경을 벗고 피곤하단 듯 눈가를 꾹꾹 누르더니 입을 연다.

- 내 본색을 만천하게 드러내는 게 목표냐?
- 것도 아니라곤 못 하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지.
- 그럼 이유가 뭔데, 또라이 새끼야.
- 귀 먹었냐? 교실에서 말 했잖아. 니 관심 끌려는 짓이라고.
- 그러니까, 왜.
- 니가 존나 닮았거든.
- 누굴?
- 내 이상형.

주해성은 감정의 변화라곤 1도 없이 세상 하찮은 시선으로, 건조한 말투로 한마디 툭 던진다.

- 주접떨고 앉았네.
와 시발 억울하네. 주접 아닌데.

- 쇼필 갈래, 야자 할래? 선택 잘 해라. 니 선택에 따라 내 하굣길 방향이 백화점이 될지, 너희 부친 회사가 될지 결정 될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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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30
첫사랑4 #서준지우

- 늦었네?

누구 덕분에 손님이 늘어서 마감이 늦어졌는데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누구 때문에 피곤이 두배로 쌓이는 거 같다.

- 또 무슨 볼일이 남아서?
- 매일 십분씩 나랑 있어주기로 했잖아.

안 그러면 계속 레스토랑 찾아오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니까 그런거지.
- 일방적인 요구였잖아. 난 이제 너한테 1분도 나눠주고 싶지 않아.
- 오늘 레스토랑 찾아가서 화 난 거야?
- 하.. 그래, 그것도 싫고. 불편하고 몇번을 더 말해줘야돼? 다른사람 감정따윈 안중에도 없지?
- 애기야. 내 번호 차단했어?

이것봐. 대화자체가 안되잖아.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이
라도 해야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 나와, 피곤해.
- 차단한 거 풀어주면 비켜줄게.

무슨 자격으로 우리집 문 앞을 막아서서 버티고 있는건지..

- 애기야. 지금은 내가 진심이라고 말해도 못 믿는다는 거 알아. 그래도 나중에 내가 진심이라는 걸 니가 느끼는 날. 그때는 못 이기는 척 넘어와줘.
Read 27 tweets
Oct 29
사랑과 우정 사이6 #8998 #서준지우

아하, 우리 선배님 캠핑 한 번 야무지게 다녀오셨네? 같이 캠핑 가자는 얘기 나눈지 오래 됐는데 혼자 신나게 놀다 오셨겠다?

- 놀다 오느라 피곤하실텐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 응? 아, 캠핑 간 거?
- 나랑도 가기로 했으면서.
- 앜ㅋㅋㅋ 너랑도 가야짘ㅋㅋ
- 이제 제가 그냥 '너'가 된 건가요?
- 아니아니, 지우야 그게 아니랔ㅋㅋㅋ

내가 한지우인지 한지우가 나인지 가끔 자아가 왔다갔다 하는데, 나별 촬영때나 방영 당시에는 팬들이 좋아하니까 메이킹 찍고 있으면 서로 더 챙겨주는 척 해가며 몰입을 유도하는 행동을 많이 했었다. 시즌1때는 내가
어색해할까봐 강서준 그 잡채였던 형이 일부러 장난도치고 먼저 말도 걸고 번호도 먼저 물어봐주고 다가와줬지만 열흘 남짓한 촬영기간은 낯가리는 내가 형과 허물없이 지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오히려 방영이후 같이 하는 스케줄도 많이 생기고 팬미팅 준비도 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던 거
Read 8 tweets
Oct 28
첫사랑3 #서준지우

사귄 기간보다 헤어진 기간이 더 길고 그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에겐 사랑도 미련도 그리움도 심지어 미움마저도,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는데 강서준을 다시 마주한지 고작 이틀째. 심란함이 날 덮쳐와 밤잠을 설쳤고 단정했던 내 생활패턴이 일그러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썩
좋지않다. 예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사라졌던 미움도 다시 고개를 든다. 니가 뭐라고 또 내 일상을 망치려들어..

- 일하다 다치지 말고, 시간나면 내 생각도 좀 해주고.

출근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집 앞에 츄리닝을 입고 서서 잔뜩 졸린눈을 한 채 벽에 기대어 웅얼대며 손을 흔들흔들 인사
하는 강서준에게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 돈 많이 벌어와여~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강서준이 저러고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한테 뭘 원해서, 제가 얻을 게 뭐 있다고 이런 수고를 하는걸까.

- 넌 진짜 왜 그러냐. 꼭 다칠 거 뻔히 알면서 다치고 싶은
Read 17 tweets
Oct 26
#문기도훈

- 미안해요, 혼자 있으면 자꾸 나쁜소리가 들려서, 진짜 들리는 소린지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린지도 모르겠고, 나는 미칠것만 같은데,
- 도훈아..
- 벌레가 온 몸에 기어다니는 거 같아서, 그래서,
- 서도훈! 정신차려! 괜찮아..

양쪽 어깨를 꽉 잡고 날 바라보게 만들자 안절부절 못 하고
흔들리던 눈동자가 차츰 고요를 찾아간다.

- 천천히 심호흡해.. 아무일도 없어. 안심해도 돼. 아무 소리도 안 들릴꺼야, 그치?

다신 보지않으려 했는데.. 분명 끊어내려 했었는데.. 일주일만에 걸려 온 "마지막으로 한번만 와 줘요, 제발. 부탁이야.." 울먹이는 목소리에 또 정신없이 달려와버렸다.
넋이 나간 듯 핏기없는 이 안쓰러운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오지 않을수가 없었다.

- 고마워요.. 덕분에 진정 됐어요. ...미안..

서도훈이 정신을 차리고 나 역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후회가 밀려온다. 난 왜 또 여기서 널 다독이고 있는걸까.

- ...그 사람은 어디가고 혼자야.
- 해외출장..
Read 7 tweets
Oct 25
#문기장군

- 내가 아저씨 하나 가지려고 돈을 얼마나 썼는 줄 알아?
- ..도대체 왜 날,

갖고 싶으니까.

- 돈만 주면 충직한 개 노릇 잘 할 거 같아서?
- ......
- 그러니까, 기대에 부흥해주길 바래. 이리와. 더. 더 가까이.

발칙한 내 말을 절대 거역할 수 없을거다. 죽도록 일해도 제 부모가 진,
빚이 갚은 것보다 갚을 게 더 많은 장문기니까. 단정하게 메여진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다 풀었더니 내 손을 막으며 다시 정갈하게 메는데 이럴수록 난 더 재밌어진다. 이 반듯한 인간을 어떻게 길들여야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 키스해줘.
- ..도련님. 저는 경호를 담당하는,
- 아저씨.
- 네.
- 아저씨 부모님이 진 빚이 아직도 어마어마 하다지?
- 하...

잠시 망설이던 장문기가 천천히 내 아랫입술을 물어오는데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입술이 감촉이, 소름 돋을만큼 짜릿하다. 이내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혀를 밀어넣는데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릴 거 같다.

- 어리네요, 역시.
- 뭐,어..?
Read 4 tweets
Oct 24
첫사랑2 #서준지우

- 키가 더 컸, 너 왜 이렇게 커? 옛날에는 이정도까지 차이 안 났던 거 같은데.

출근중인 날 쫄래쫄래 따라오는 강서준은 어제 모른척하고 살자는 내 말을 머릿속에서 삭제한 게 분명했다.

- 여기서 일해?
- 꺼져줄래?
- 십분. 퇴근하고 하루에 십분씩만 나랑 있어줘.
-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 같이 있고 싶어.
-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 시간 안 내주면 나 매일 레스토랑 찾아온다?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강서준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지가 하고싶은 말, 하고싶은 건 무조건 하고보는 성격이니까.

- 하.. 일해야 돼. 방해하지마.
- 대답해주면 꺼질게.
- 알았으니까 꺼져.
- 응!

퇴근후에 한참을 망설이고 망설였다. 옆집의 벨을 누를까 말까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한숨 한 번 크게 쉬고선 벨을 눌렀다. 촬영이 있었는지 헤어와 메이크업을 한 채 튀어나온 강서준과 마지못해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맞은편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날 올려다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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