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 아니 형. 형도 나 좋잖아. 아버지때문이면 내가,
- 전 제 할 일만 하면 됩니다.
- 그래? 도대체 아저씨가 할 일이 뭔데?
- 지키는거요. 박장군을.
- 나는 내가 알아서 지킬테니까 그냥 나 자체만 봐달라고!
- 스스로를 지키시기엔.. 아직 너무 어리네요.
언제까지 애 취급 할 건데.
- 도련님.
- 그 빌어먹을 도련님 소리 좀 하지 말라고!
나는 언제까지 당신한테 지켜져야 하는 사람인건데.
- ..제가 어떻게 해드리길 바라시는 겁니까?
- 계급 나이 다 떠나서 나도 그냥 아저씨랑 동등한 사람으로 봐줘. 나도 아저씨 지켜줄 수 있다고.
- 저를 지키고 싶으시면, 사랑타령 마세요.
- 나이가 어리다고 감정도 어린건 아니잖아!
- 치기어린 감정이 어른스러운것도 아니죠.
아닌 척 할거면 그런 눈빛으로 날 보지 말았어야지.
- 어른스러운 아저씨도 제어 못 하잖아.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거 다 느껴.
내가 끌어안으면 모질게 밀어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 부탁이야.. 내가 계속 널 지킬 수 있게 해줘 장군아..
아무한테도 안 들킬게. 아버지한테도 절대 안 들키면 되잖아..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좋다잖아..
- 널 떠나고싶지 않아서 그래 박장군.
그의 말대로 아직은 어린 난, 끝끝내 벽을 세우는 어른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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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을 추스리고 멍하니 샤워를했지만 조금도 정리되지 않는 감정에 다시금 흐르는 눈물이 속절없이 날 주저앉힌다. 머리도 말리지 못 하고 쇼파에 앉아 꾸역꾸역 억지로 참아보는 눈물조차 서럽게 느껴져 또 주륵 흘러내리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부운 얼굴에 열감이 돈다.
- 지우야. 한지우!
울리는 인터폰. 쿵쿵대며 두드려지는 문. 그리고 강서준 목소리.
- 문 좀 열어봐!
한밤에 신고라도 들어올 기세의 소음에 힘겨운 몸을 일으키다 휘청. 겨우 현관문을 열었는데 강서준이 다급하게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 톡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 한지우 너 왜 울어.
- 무슨 일인데 이 난리야.
- 눈 부은 것 좀 봐. 어디가 얼마나 아픈건데?
- 용건만 좀 간단히..
- 어떻게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몸 상태 안 좋아보였잖아. 너 그렇게 가고나서 걱정돼 죽겠는데 넌 전화도 계속 안 받고 혹시나 쓰러진 거 아닌가 싶어서 얼마나 놀란 줄 알아?
- 가.
- 서준이형 백수야?
- 뭐?
- 올 때마다 시간대가 다 다르길래. 회사원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사업하는 사람같지도 않고. 걸치고 다니는 거 보면 돈은 또 많아보이고. 부모님이 재벌이신가?
- 백수는 아니고.. 프리랜서.
- 일을 하긴 하는구나. 것보다, 너 그 형 좋아하지?
훅 들어온 질문에 그릇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 무슨 소리야, 갑자기.
- 첨엔 형한테 유독 까칠하길래 형이 뭐 잘못해서 사이가 틀어진건가 싶었는데, 뭔가 달라.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이며 그릇을 정리하다 이를 꽉 깨물었다. 내가 미쳤다고 강서준을..
솔직히 다시 만난후로 자꾸 내 앞에 알짱거리는 낯짝이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겠냐고, 4년 사귄 첫사랑을 5년만에 옆집 이웃사촌으로 만났는데. 불편하고 또 불편한 이 마음이 김형기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