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오해범이면 선오랑 어릴 때부터 정략 관계인 해범이... 선오네 집에서 일하는 분들이 해범이 어릴 때부터 애기씨라고 부를 것 같음 가끔 아가 해범이 놀러오는 아침마다 아가 선오가 조용히 혼자 설레어하고 있어서 다들 귀엽게 생각할 듯 도련님은 애기씨 오실 때만 웃으시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해범이 오기로 약속되어 있었다가 선오가 아버지에게 혼나 못 오는 날엔 하루종일 침대에 웅크리고 우는 아가 선오... 부끄러운 아들 뒀다는 이야기 듣기 싫으니 처신 똑바로 하라는 소리를 고작 초등학생일 때부터 들어왔음. 밥도 안 먹고 종일 우는 선오 때문에 고용인들만 전전긍긍임.
몸도 약하신데 저러다 쓰러지시면 어떡하나. 주인님 훈육 방식이 바르지 못하다는 생각은 다들 해도, 반기 들지 못하는 처지니 도련님만 안됐지. 도련님 같이 산책 나갈까요? 좋아하시던 케이크를 만들어 드릴까요? 다들 달래보려고 애쓰는데 선오가 훌쩍이면서 겨우 하는 말이. 해범이 보고 싶어...
해범이와 통화라도 해보면 좋겠지만 주인님이 워낙 엄하시고. 고용인들이 함부로 전화를 걸어줬다가 오히려 선오에게 오는 뒤탈이 더 클지도 모르는 일이라. 애기씨도 도련님 많이 보고싶으실 거예요. 도련님 울지 마세요. 토닥토닥 달래주는 이모님 품에 안겨서 겨우 진정하는 아기선오.
그런 식으로 통제받으며 살아온 삶이나 보니 언젠가 삐딱선 타면 돌아올 줄 모르게 될 황선오. 선오 머리 굵어지고 아버지보다 키도 덩치도 훌쩍 커버린 고등학생 즈음부터는 이제 제멋대로 산다. 해범이 보고 싶으면 당장 새벽에라도 집 나가버리는데 고용인들이 말려봐도 전혀 소용 없음.
도련님 애기씨도 주무실 텐데... 내가 안아서 다시 재우면 돼요. 이러지 마시고 아침에 다시 약속을 잡으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도련님. 지금 내가 내 정혼자 만나러 가는 걸 막는 거야? 선오 얼굴이 곧장 예민하게 냉해지면 아무도 뭐라 입 못 열 정도로 커버린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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