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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Nov, 274 tweets, 35 min read
얼마 전엔가 그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 '죽음' 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어쩌다가 나왔던 질문이었더라. 그래, 할로윈을 유쾌하게 다룬 모 애니메이션 시사회에 다녀와서 했던 인터뷰였었다.

🐺 슬프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 되도록이면 겪고 싶지 않은 것이요.
🐰 죽음이란 무섭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Umm... 마지막?
🐻 역시 가장 가깝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 더,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난 뭐라고 답을 했더라.
🐶 모두에게 잊혀지는 것이요.
X발, 말은 잘해... 욕지거리를 읊조린 박문대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바라봤음. 그러나 눈 앞에서 반짝이는 상태창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

[미션 실패]
박문대의 '죽음'이 진행됩니다.

남은 기간 : D - 29 20h 32m
참도 친절하다, 한 달이나 시간을 주고. 차라리 바로 죽여버리지 그랬어.

한참동안 천장을 바라보던 박문대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음. 상태창에 둥둥 떠다니는 대로 박문대는 죽어가고 있었음.

다만, 그 방식이 조금은 다르게.
처음 미션 실패가 떴을 땐 꼼짝없이 죽는구나, 죽음이 진행된다니 어딘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또 이틀이 지나도 박문대는 멀쩡했음. 죽어가긴 커녕 조금도 피로하지 않았고 여느때와 다름 없었고. 오히려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지
박문대가 죽음을 마주한 건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부터였음.

🐶 아, 이세진. 어제 할 말 있다면서. 뭔데?
🐻 할 말? 내가?
🐶 어. 할 말 있다며.
🐻 내가 그랬어? 기억이 안나는데... 별거 아니었나봐.

할 말이 있다고 분명히 그랬는데. 박문대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그때 뇌리를 스쳐가는게 그 인터뷰였지.

👤 '죽음' 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모두에게 잊혀지는 것이요.

X발... 아니겠지. 아니어야만 했음. 차라리 세상에서 아스라지는게 낫지 아무에게도 기억 되지 못하는 죽음이라니.
박문대는 다급하게 마침 옆에 있던 차유진을 붙잡았음

🐶 차유진, 너 어제 뭐했지?
🐱 Me? 어제는 하루종일 방에서 게임 했어요!
🐶 누구랑?
🐱 Umm... 혼자서 했어요.

아니잖아.
어제 차유진은 아침부터 같이 게임을 하자며 박문대를 졸라서 결국 점심을 먹고 저녁때까지 둘은 같이 게임을 했는데.
🐻 너 괜찮아?

어딘가 이상한 표정에 이세진이 걱정스레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음. 그저 한 순간에 발 밑이 낭떠러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음.
차라리 목숨이 끝난다면 그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 그야 한순간에 갑자기 미션 실패가 된게 아니라 줄어드는 날짜를 보며 각오했으니까.

그런데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
모두에게 잊혀진다니, 그것도 한순간이 아니라 조금씩 잊혀진다니.
🐶 어. 좀 피곤한가보다.

지금의 박문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무감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답을 하고 자리를 피하는 것 뿐이었음.

X발, X발, X발...!
이 상태창은 왜 끝까지 나한테 엿을 먹이는건데.
-

모두에게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박문대가 처음으로 한 행동은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었음.

기억을 잃는 건 박문대가 아닌 박문대를 제외한 사람들인데 정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기록을 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미쳐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지
[ 11. 11 D - 27
김래빈의 생일. 다같이 덥앱을 했음. 김래빈의 생일이니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차유진의 의견에 따라 김래빈을 작업실로 불러놓고 다같이 케이크를 만들었음. 결과는 엉망이었지만 김래빈은 좋아해줬음. 덥앱에서는 다같이 케이크를 먹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음]
무미건조한 글자들의 나열이었음. 하기야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쓴 기록이 무어 다르겠어. 그렇지만 박문대는 기록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입술을 짓씹었음.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질 않아서. 이 모든 기록이 결국 잊혀질 것이라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아서.
가끔 멤버들이 무언가를 기록하는 박문대를 이상하게 보기도 했음.

🦌 무, 문대야... 요즘 뭘 그렇게 적는거야...?
🐹 그러게. 요즘 밤마다 뭘 적는 것 같던데.
🐰 혹시 새로운 가사입니까? 만일 새로운 가사가 떠올랐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시면 그에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보겠습니다!
🐻 문대문대~ 설마 몰래 연애 하는 건 아니지~?

그렇지만 박문대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어떻게 너희가 날 잊어간다고 말 할 수 있겠어? 어떻게 너희가 날 전부 잊어버릴까봐 모든 걸 기록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어?

🐶 연애는 무슨. 다음 콘서트 구상이나 미리 하고 있었다.
[ 11. 12 D - 26
멤버들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음. 기록은 제대로 숨기는게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 아마도 기억은 사소한 것부터 사라지는 것으로 예상.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라지는 속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이다.]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멤버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잊는 것이 '박문대' 라는 존재라는 것에 안도를 할 뿐이었음.

가끔씩 이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 못하기도 하고 자신의 옷이나 흔적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모습들이 보였지만 아직 괜찮았으니까.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 박문대는 익숙한 글씨체로 적힌 글자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버릇처럼 핸드폰을 들었음. 그리고 도로 내려놓았음.

미션에 실패하고 미션의 '죽음'에 대해 깨달은 이후로는 SNS도 보지 않았음. 멤버들이야 박문대와 함께한 추억이 많으니 분명 디데이가 끝나는 그 날까지 박문대를 잊지 않겠지만
대중들은?

박문대는 덜컥 겁이 났음.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사랑해준다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한지 겨우 오년 남짓. 그 사이에 박문대는 이미 팬들이 자신을 잊는 다는 것에 겁을 내게 되어버린거임.

팬들은 자신을 그래도 오래 기억할지 모름.
그렇지만 대중들은?
박문대는 무서웠음.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이 이렇게나 두렵고 무서운 일일 줄 누가 알았겠어.

류건우는 늘상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류건우로 살적에는 가끔씩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 잊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음.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았음.
그냥 그저 정말로 그래도 상관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이렇게나 무섭다니.

헛웃음이 나왔지. 그리고 동시에 불쑥 욕심이 생겼음.
모두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그리고 만약에 잊혀지더라도...
다음날 박문대는 스케줄을 끝마치고 온 멤버들을 거실에 전부 모아두고 한참을 입을 열지 못한채 망설였음.

🐺 문대야?
🐻 문대문대~ 정말로 무슨 일 있어?
🐱 형...?

그저 박문대 하나를 위한 욕심인데, 이렇게 욕심을 부려도 되는걸까. 그렇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물러나지도 못한채
흔치 않은 기나긴 침묵에 멤버들이 의아하고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나 둘씩 박문대의 이름을 부를 때야 박문대는 조심스레 입술을 떼고 단어 하나 하나를 내뱉었음.

🐶 ... 저,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 콘서트를?

어린 아이의 아집 같은 말을.
어린 아이의 아집이라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음.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박문대는 모두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았고 만일 잊혀지더라도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사랑받고 동시에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었음.

모두가 자신을 잊어버리기 전에.
🐶 예. 최대한 빨리요. ... 안될까요.
🐱 콘서트 좋아요! 그렇지만 왜요?
🐺 연말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갑자기 왜?
🦌 무, 문대야...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왜, 냐고 묻는 말에 박문대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음. 모두가 저를 잊고 있어서요, 그렇게 어떻게 말해.
아니, 설령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믿어줄리가 없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고 싶지 않았음.

모두가 저를 잊어가고 있어요.

그 한마디가 불러올 파장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으면 스스로도 인정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박문대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만 꾹 닫고 있으니 멤버들은 걱정하는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내저었음.

박문대의 간절함과 멤버들이 보는 간절함에는 차이가 있어서,

🐺 문대야, 말을 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몰라.
🐰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콘서트를 열기란 무리라고 봅니다.
🐶 어떻게... 안될까요?

멤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음. 분명 이 반응은 박문대의 상황을 모르니 그저 현실적으로 생각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테지만 박문대는 달랐음.

지레 겁부터 먹어버린거야. 허황된 이야기라는 건 박문대도 잘 알고 있어. 그래, 그런데...
... 날 점점 잊어가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거라면?

조금씩 줄어드는 시간을 바라보는 박문대에게는 그런 냉정한 사고를 할 여유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었음. 그냥 무서운거야, 멤버들의 행동 하나가 말 하나가 전부 날 잊어간다는 걸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서.
🐻 아무래도 어렵지. 연말은 스케줄이 꽉 차있으니까.
🐺 세진이 말이 맞아. 콘서트가 하고 싶었어?

박문대는 또 다시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었음. 이젠 어떡해야하지…. 그저 눈 앞이 캄캄했지. 말을 할까? 어쩌면 모두가 날 잊어간다고 말을 한다면 내 의견에 귀기울여줄지도 몰라.
그렇지만 어떻게 그러겠어.

🐶 ... 괜한 말 해서 죄송해요.

여전히 그러고 싶진 않았음. 그냥 인정하기로 했지. 나의 욕심이었고 어리석고도 어린 아집이구나. 어쩔 수 없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해야지.

🐶 들어가볼게요.
그렇게 생각하고 또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음. 여섯 사람의 눈길이 자신에게 쏠리는게 느껴졌지만 대꾸 하거나 반응 할 여력이 없었음.

콘서트도 어려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지.

그냥... 이대로 잊혀지는 수밖에 없나?
[ 11. 13 D - 25
거실에서 모두에게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연말이니 잘 알고 있다. 또 멤버들이 늘 내 의견에 찬성을 했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덜컥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를 잊은거라면, 그래서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라면. 그럴리가 없는데. ]
그 날의 일기는 평소보다도 느리고 천천히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적혔지.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했지만 쉽지만은 않았음. 왈칵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음. 박문대는, 류건우는 쉽게 울지 않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왜이리도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은지.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온 건 모든 기록을 정리한 박문대가 다시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이었음.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간도 아닌데.

방문을 열어보니 문 앞에 서있는 건 이세진이었음.

🐻 문대문대, 자고 있었어?
🐶 아니, 아직.
🐻 그럼 얘기 좀 하자.
그렇게 말한 이세진은 먼저 걸음을 돌려서 거실로 향하더니만 미등을 켜고 소파에 털썩 앉았음. 박문대는 그저 그런 이세진의 뒤를 쫓았지.

뭔가 눈치를 챈걸까? 혹은 아까 잠깐 충전기를 빌리러 오면서 기록을, 일기장을 봐버린걸까?
박문대는 또다시 밀려오는 불안감에 입술을 짓씹으며 이세진의 옆에 앉았음.

🐻 너 요새 자꾸 입술을 씹더라. 그거 버릇 돼.
🐶 아.

불안한 눈으로 이세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세진은 오히려 박문대의 걱정과 다르게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말려들어간 입술을 빼냈음.
그리고 또렷한 시선으로 박문대를 바라보며 말했음.

🐻 그래서 너, 왜 콘서트가 하고 싶은건데?

박문대는 숨을 멈췄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은 복잡한데 전부 엉망으로 조각난 말들 뿐이라 내뱉을 수 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었음.
🐶 별 이유 없어. 그냥 하고 싶어서.

그렇기에 박문대의 답이 돌아온 건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였음. 그마저도 그다지 박문대 답지 못한 답변이었지만.

🐻 내가 바본 줄 알아? 이유가 있는거잖아.
🐻 ... 문대문대, 너 지금 꼭 5년 전 같아.
이세진은 박문대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세진이니 고작 '그냥' 같은 이유로 넘어갈 수 있을리가 없다는 걸 박문대도 알고 있었지만...

🐶 ...
🐻 5년 전에 우리 아주사 찍을 때 나도 그랬지만 너도 뭐... 썩 좋은 일을 겪은 건 아니었잖아.
🐻 너 꼭 그때 같아. 너 지금 겁에 질려있어.

자신을 또렷하게 바라보며 말하는 이세진의 말에 박문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음. 그렇지만 우습게도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음.

고작 '5년 전' 이라는 과거를 회상하는 그 말 한마디에.
그래서 그랬던건지도 모르지.

🐶 너 지난주에 나랑 어디 갔다왔지?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낸 건.

🐻 지난주에? 지난주에 너랑 외출을 했던가?
🐻 아현이랑 같이 래빈이 선물 산다고 백화점에 다녀온 것 말곤 전부 스케줄이 있었는데...
🐶 그 옆에 나도 있었어.
🐻 문대문대, 무슨 소리야. 너는...
🐻 ... 어라.
🐶 그럼 나는 뭘 하고 있었어, 그날?
🐻 너는... ...
🐶 ... ...

거실은 또 다시 침묵에 휩싸였음.

그것봐, 기억 못하잖아. 일주일 전에 나랑 선아현이랑 셋이서 백화점에 갔다는 건 잊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종래에 나를, 나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면...

🐶 이상하게 들릴거 알아.
🐶 그런데 너도 선아현도 김래빈도 차유진도 배세진형도 류청우형도.
🐶 ... 러뷰어들까지 전부 날, 잊어버린단말이야.

견딜 수 없을 것 같단말이야….
박문대는 어느새 주먹을 꽉 쥔채로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음. 모두가 자신을 잊어간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생긴 하나의 버릇이었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감정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고 덜컥 모두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다고 매달리고 애원할 것 같아서.
🐻 ... 그래서 콘서트가 하고 싶다고 했던거야?

이세진의 말이 돌아온 건 그로부터 또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였음. 이세진도 나름대로 이 모든 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겠지.

박문대니 거짓말을 할리는 없고 이미 박문대의 부재 - 기억의 소실 - 를 느꼈으니 거짓이라 생각 할 수도 없으니.
🐶 그래.

이세진보다도 먼저 감정이 정리 된 박문대는 이세진의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음. 그래도 한 사람에게라도 말을 하니 좀 나은 것 같다고 생각 되는 건 착각일까.

🐶 ... 멤버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너한테도 말 안하려고 그랬어.
이번에는 이세진이 박문대의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한참을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툭, 말을 이었지.

🐻 하자, 콘서트. 도와줄테니까.

어쩌면 박문대에게는 희소식이 될지도 모를.
🐶 그렇지만 연말이라 일정이 안된다고...
🐻 어떻게 구하면 어디 없겠어? 대학교 강당이라도 빌려서 하면 되는거잖아. 아니면 이참에 겨울 야외무대도 나쁘지 않겠네!

박문대는 얼이 나간채로 이세진을 바라봤음.
솔직한 마음으로 처음 거실에서 콘서트 얘길 꺼냈을때 내심 이세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줬으면 했던 건 사실이었음.

다른 멤버도 선뜻 오케이를 외치면 더 수월하겠지만 일단 이세진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지만 이세진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서 포기 했던 참이었는데...
🐻 문대문대, 너한테는 마지막 콘서트인거잖아.
🐶 ...
🐻 그렇지?

박문대는 말 없이 눈가를 훔치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마지막 콘서트. 그렇네, 마지막 콘서트가 되겠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이세진은 테스타 멤버들을 전부 불러 모았음.

🐻 저희 콘서트 하기로 해요!

그리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음.

🦌 세, 세진이도 하고 싶어...?
🐻 밤새 생각해보니까 재밌을 것 같더라고!
🐺 그렇지만 연말이라 자리가 없을텐데...
🐻 콘서트가 중요한거잖아요. 여차하면 대학교 강당이라도 빌리죠!
🐱 저는 좋아요! 콘서트!
🐰 저도 좋습니다...! 마침 콘서트에서 선보이고 싶은 편곡 방향도 있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질지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 좋아~ 그럼 유진이랑 래빈이는 오케이고...
🐻 세진이 형님은요?
🐹 다들 오케이라면 나도 뭐...
🐻 좋아요! 그럼 하는 걸로!

박문대는 그저 이세진의 옆에 앉아서 말 없이 이세진을 바라봤음. 나 잘했지? 그렇게 말하는 듯 윙크를 날리는 이세진을.
[ 11. 14 D - 24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어젯밤 이세진이 찾아와서 어쩌다보니 사실대로 네가 나를 잊고 있다고 털어놓았는데 편이 되어줬다. 솔직히 말하면 꿈만 같다. 마지막 콘서트가 되겠지만 그래도.

고맙다, 이세진 ]
그날부터 테스타는 본격적으로 콘서트 준비에 들어갔음.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3일. 공연장은 일이 틀어져 캔슬이 난 곳을 테스타에서 냉큼 잡아버린터라 그래도 그럴싸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콘서트를 23일만에 해내야 한다는 의미였음.
그렇다보니 그동안 콘서트에서 했던 레파토리를 따올 수 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멤버들은 그래도 하는거 조금이라도 다르면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박문대는 그저 꿋꿋하게 연습만 해나갔음.
이미 여러번 해봤던 공연이고 연출이니 그렇게까지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멤버들의 말에도 고개를 내젓고는 연습에 매진했지.

심지어는 연습을 해야한다며 SNS와 콘서트까지의 방송 출연을 전부 물리기도 했음. 뭐, 실상은 대중들에게 잊혀져가는게 무서운 박문대가 도망친거지만.
[ 11. 15 D - 23
콘서트 준비가 시작됐다. 지금은 이전과 같은 레파토리지만 분명 관객들에게는 콘서트날 보는 것이 난생 처음 본 공연일테니 최선을 다해야한다. SNS와 방송 출연은 당분간 멀리하기로 했다. 콘서트를 위해서가 이유지만 실상은...
괜찮아, 아직 다들 나를 기억해. ]
콘서트 준비는 생각만치 쉽지 않았음. '준비'야 쉬웠지. 어쨌든 테스타의 뒤에 있는 것은 T1이고 소위 말해서 돈으로 안되는 건 없었으니까.

갑작스레 뜬 공지였지만 티켓팅부터 공연 준비, 무대, 음향 돈 앞에서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은 건 없었음.
그러나 '안무' 만큼은 쉽지 않았음. 다들 점점 박문대를 잊어갔고 테스타는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그룹이기에 모든 안무는 합이 맞아야하는데

🦌 아, 미, 미안...!
🐶 아냐, 괜찮아.

🐱 Ohh... 여기서 문대형이 나와요?
🐶 응. 여기서 내가 나오고 넌 뒤로 들어가고.
기억하질 못하는거야. 무대 위에서 박문대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건 무리가 없었음. 여기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여기서 나오고. 그렇지만 몇 번씩이나 멤버들은

이 파트가 누구 담당이었지?
이 안무에서 이 자리가 누구였지?
여기서 엣날엔 어떻게 했더라.
구멍난 기억을 헤집어야만 했음. 떠올리고 또 떠올려봐도 생각나지 않는 그 기억을.

물론 연습을 하면서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갔지. 그러나 기억이란건 쌓는 것보다도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서 언제나 그들의 기억에는 구멍이 나있었음.
[ 11. 16 D - 22
모두에게 미안하다. 점점 기억이 사라져가면서 안무 연습이 쉽지가 않다. 이대로는 빠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은 아현이가 내 파트를 기억하지 못했고 유진이는 내가 중앙으로 나오는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오다가 부딪혔다.

그래도 해야만한다. ]
그래도 박문대는 포기 할 수 없었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포기 할 수 있겠어.

그런 박문대를 이해 해주는 건 이세진 하나뿐이었지만 그런 이세진마저도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혼자만의 싸움에 가까웠지.

그래도 박문대는 포기 할 수 없었음.
물론 포기하지 않으려는 건 박문대뿐만은 아니었음.

- 똑똑
🐻 문대문대, 자고 있어?
🐶 ... 아니.

이세진은 어느 순간부터 밤마다 박문대를 몰래 찾아오기 시작했음. 그리고 이세진이 박문대를 부르면 박문대는 말 없이 이세진을 따라 거실로 나갔지.
그리고 둘은 서로 마주앉은채로 종이 하나를 펴두고 생각나는대로 단어를 하나씩 적어갔음.

🐻 아주사때 나는 처음에 15위를 받았어. 그리고 너는 17위.
🐶 맞아. 그게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야.
🐻 그리고 마지막 순위에선 내가 20위. 그리고 네가...
🐻 ...
🐶 22위.
두 사람의 대화는 한 시간으로 시작해서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점점 길어져갔음.

🐻 너 자기 PR했을 때 아이템을 선아현하고 바꿨어. 맞지?
🐶 응, 나는 선아현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으로 했어.
🐻 그리고 그게...
🐻 ...
🐶 인스턴트 식품
🐻 아, 미치겠네...
대화가 길어질때마다 두 사람은 어김없이 얼굴을 구겼음. 평소에야 오래되고 사소한 기억이니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기억에 난 구멍을 마주하는 것도, 자신을 잊어가는 상대방을 보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 ... 슬슬 다들 일어나겠다. 여기까지 하자.
🐻 내일은 더 기억해볼게.

그래도 두 사람은 어김없이 다음날 밤에도 몰래 거실에 모여서는 흰 종이를 까맣게 매울때까지 기억을 더듬고 구멍을 메꾸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했음.
[ 11. 17 D - 21

콘서트 연습은 순조롭다. 밤마다 이세진과 서로의 기억을 맞춰보기로 했다. 구멍난 기억을 마주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닐거라 말렸지만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세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잊었다. 다행히 대부분이 과거의 것이지만. ]
점차 날짜가 다가올수록 멤버들도 하나 둘씩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음.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건 같은 방을 쓰던 류청우였음.

🐺 문대야, 잠깐 이리 와볼래?
🐶 네.

조금 이르게 그 날의 일기를 쓰던 박문대를 불러낸 류청우는 한참을 박문대를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음.
🐺 요즘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옛날 같지 않다고 해야할까….

은퇴한지 벌써 한참이 되었는데도 체육인의 감은 감이라는거지. 혹은 리더로서 멤버들을 유심히 살피고 보살핀 결과일지도 모르고.

자신의 기억에 난 구멍을 정확하게 인지하진 못해도...
🐺 네가 바뀌었다는 소리는 아닌데 어쩐지 어색하다고 해야할까.
🐺 좀 뜬금 없는 소리지?
🐶 ... 괜찮아요.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음. 덜마른 자신의 머리를 마구 손으로 헝클어 털어내던 류청우는 어색하게 웃는 박문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음.
🐺 네가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줘. 팀이잖아.

박문대는 그저 그런 류청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음. 언젠가는 말해야 할 때가 오겠지, 그렇지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닐테니까.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견딜 수 있을 때 말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 11. 18 D - 20

청우형이 눈치를 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1/3정도 지났으니 청우형 말고도 다들 눈치를 채겠지. 점점 다가올 마지막이 두렵지만 물러서 있을 순 없으니 슬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잊혀지고 싶지 않아. ]
그 다음으로 이 모든 것을 눈치 챈 건 선아현이었음. 아무래도 박문대와의 기억도 추억도 많으니 그만큼 늦게 알거라 생각했는데, 기억이 많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잊혀지는 속도도 양도 많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콘서트 쉬는 시간, 조심스레 박문대의 옆에 다가온 선아현은 연습실에 늘어져 있는 기다란 천들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뗐음.

🦌 있잖아... 옛날에도 이런 연출을 했었지?
🐶 응. 콘서트에서 반응이 좋았잖아.

박문대는 아니었으면 하는 얼굴로 선아현을 바라보며 입을 뗐음.
🦌 그, 그때도 내가 위험하다고... 그랬던가?

그렇지만 늘 신은 잔인하기만 했음. 멤버들이 기억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걸 알고 싶지 않아서 부러 이번에도 이 연출을 택하면서 이런 말 저런 말, 과거에도 이런 연출을 해서 좋지 않았냐는 둥 말을 늘어놓았던 박문대였음.
지금 다시 기억을 심어주면 당장은 콘서트가 중요하니까 다들 잊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그랬던거였는데...

🐶 그랬지. 다쳤는데 그런 걸 하면 위험한데.
🐶 ... 라고.
🦌 그렇지...?

분명 그렇게 말했었는데.
자신의 기억에는 틀림이 없으니 분명 맞을텐데 원하는 답을 들은 선아현의 표정은 그다지 개운치 못하다는 표정이었음.

🐶 ... 기억 안나?
🦌 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잘 모르겠어서...
🐶 콘서트 준비로 바빠서 그런가봐.
박문대는 애써 외면을 하고 다시 연습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음. 그게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말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솔로곡이 꽃그믐이라서 다행이라고 박문대는 생각했음. 연습을 하다가 울어도 다들 곡에 심취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 11. 19 D - 19

콘서트 연습 중 선아현의 기억이 지워지고 있는 걸 확인했다. 얼만큼 지워졌는지 이런 저런 질문을 하려다가 그만뒀다. 오늘로서 벌써 12일째다. 다행히 멤버들과의 기억이 많아서 아직까지는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콘서트만 잘 넘기자. 그리고... ]
시간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가기만 했음.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나흘.

그리고 멤버들에게 박문대라는 구멍도 점차 넓어져만 갔음. 처음에는 인지 하지 못 할 정도로 작은 구멍이었지. 그러나 이젠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졌음.
🐹 이건 뭐지?
🐱 뭐가요?
🐰 냉장고에 들어있는지 꽤 된 음식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아마 일주일 전쯤에...
🐻 아, 문대가 해둔 반찬이요?

문대가 멤버들을 위해 일주일 전에 미리 해둔 반찬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가끔은 박문대의 옷을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 옷인지 찾는다거나.
대부분 매일 밤 박문대와 함께 기억을 되짚어보는 이세진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이세진이 눈치껏 넘어가줬지만 커져만가는 구멍을 외면 할 수는 없었음.
🐱 Umm... 이상해요!

다들 기분 탓이라고 생각 하고 있을 뿐이었지 그 구멍을 눈치채고 있었고,

🐰 요즘따라 유독 깜빡깜빡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청년 치매일까요?

생각보다 눈치챈지 오래된 사람도 있었으며,
🐹 ... 정말로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박문대?

다들 한 구석에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아무일도 없어요. 연습이나 하러 가요.

그러나 여전히 박문대는 멤버들에게 모든 것을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저 입만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음.
[ 11. 20 D - 18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알아보지 못해 소동이 벌어졌었다. 다행히 이세진이 재빠르게 처리했지만 다시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콘서트 준비는 순조롭다. 그나마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하나뿐인 희망적 소식이다. ]
지나는 시간만큼이나 박문대의 기록도 점차 쌓여갔음. 일상을 기록했던 무뚝뚝하기 그지 없던 말투는 조금씩 감정적으로 변했고, 하루 하루마다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이 보이는 듯 했음.

그렇지만 박문대는 모두에게 잊혀져갔음.
그리고 그 '잊혀짐' 에는 비단 멤버들만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었음.

[걔 누구였더라]
: 테스타 메보 누구였지? 노래 되게 잘하네

- 박문대?
ㄴ 써방좀
ㄴ ㅈㅅ
- 곰머
- 곰머 노래 잘하지
ㄴ 원래 이렇게 잘했나? 얘도 아주사 출신이지?
ㄴ ㅇㅇ 테스타는 전부 아주사 출신
[조회수도 꽤 되는데 왜 나 처음 보는 것 같지?]
: (영상) 테스타 메보 박문대 아주사에서 pop☆corn 췄었네... 근데 나 왜 기억 안나지

- 5년이나 됐으니까 그럴만도?
- 나도 어렴풋하게 기억나는거 보니까 오래돼서 그런듯
ㄴ 어제 점심에 뭐 먹었는지도 기억 안나는데
ㄴ ㄱㅇㄱ
[1위인데 이렇게 존재감 없기도 힘든데]
: 아주사땐 다들 단체로 미쳤나? 얘가 왜 1위였지

- 노래 잘하잖아
- 노래 하나로 1위 된듯??
ㄴ ㄹㅇ 노래 하나로 1위 됐지 일반인이었는데
ㄴ 연습생 아니고 일반인이었음?
ㄴ ? 첨부터 일반인이라 주목 받았잖아?
ㄴ 왜 난 기억 안나지
박문대는 대중들에게도 착실하게 잊혀져 가고 있었음. 그 속도는 서로 달랐지만 확실한건 사람들도 하나 둘씩 박문대를 잊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지.

🐶 ...

SNS 모니터링을 하던 박문대는 말 없이 핸드폰을 끄고 도로 자리에서 일어났음.
[ 11. 21 D - 17

대중들도 하나 둘씩 잊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아마도 박문대에 대해서 별다른 애정이 없는 사람은 존재 자체도 곧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콘서트 날짜를 당길 수 있나 문의를 해봤지만 무리라는 답을 받았다. ]
콘서트 날짜가 다가올수록 박문대는 숙소에도 들어오지 않고 연습실에서 연습으로 하루를 보내다시피 했음.

아이러니 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박문대를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지.
평소에는 연습에 몰두 할 수 있었으면,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아무도 찾지 않으니 박문대는 쓸쓸하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그런가 불쑥 불쑥 반항심이 들기도 했음. 이대로 숙소에 가지 않고 연습실에서 하룻밤을 보낼까, 하는 조금은 치기어린.
그러나 늘 뒤따르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콘서트 이후로는 멤버들을 보지 못할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음. 그래서 박문대는 매번 늦은 시간에도 숙소로 돌아갔지.

그 날도 평소처럼 새벽 늦게까지 연습을 하다가 숙소에 돌아간 날이었음.
멤버들은 이유는 몰라도 박문대가 이 콘서트에 진심이란 걸 알고 있고 또 어째선지 박문대가 전처럼 편하지만은 않아서 박문대가 늦는 날이면 먼저 들어가 자곤 했는데 그 날은 거실의 미등이 켜져 있었음. 그리고 그 아래의 인영이 하나.
난데없이 도둑이 들어서 거실에 불 켜고 앉아 있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누구지?

🐹 박문대.

머리를 굴리기도 전에 귀에 꽂힌 건 자신의 - 아마도 곧 남이 될지도 모를 - 이름 세 글자였음.

🐶 배세진 형?
배세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복잡한 표정으로 박문대를 바라보고 있었음. 마지막까지 콘서트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게 배세진이었으니 아무래도 그쪽으로 뭔가 일이 생긴걸까. 박문대는 여차하면 콘서트에서 빠진다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하고 소파 가까이로 다가갔음.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지.

🐹 내가... 자꾸만 너를 잊는 것 같다.
🐹 이상한 소리인건 아는데,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서.

박문대는 배세진의 앞에 우두커니 멈춰선채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밝힌다면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밝히고 싶었음. 이렇게 밝히고 싶지 않았는데...
🐶 ...
🐹 미안,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지.

박문대가 우두커니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배세진은 괜히 말했다는 듯 얼굴을 쓸어 올리며 소파에서 일어났음.

하기야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잊는 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부터가 놀라운 일이었으니까.
🐶 ...

박문대는 배세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쳐 지나갈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음. 아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그렇지만 배세진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박문대는 무의식적으로 배세진의 팔을 붙잡았음.
🐶 ... 맞아요. 도와주세요.

그리고 잠시 입을 달싹거리다가 목소리를 냈지. 자신도 모르게 간절한 목소리를.

🐹 ... 내 생각이 정말로 맞다고?
🐶 ...
🐹 하...

배세진은 자신의 팔을 붙잡은 박문대의 손을 감싸쥐어 풀어내고 대신 그 손을 맞잡은채 소파로 이끌고 가 앉았음.
🐹 이세진은 알고 있어?

박문대는 말 없이 옆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였음. 배세진은 그런 박문대를 보며 다시금 하, 하고 실소를 터트렸고.

🐹 ... 그런 것 같더라.
🐶 청우 형은 어렴풋하게 눈치는 챘어요.
드물게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말하는 박문대를 바라보던 배세진은 이마를 짚었음. 자신이 말하고도 말도 안되는 가정을 세웠다 생각했는데 자신보다 먼저 알고 또 눈치챈 사람이 있었다니.

🐹 계속 잊는거야?

박문대는 다시금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 콘서트도 그래서 하자고 한거고?
🐶 ... 네.
🐹 언제까지 숨기려고 그랬어?
🐶 ... 그렇지만 믿기 어려운 일들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이번에는 배세진도 반박을 하진못했음. 하기야 선뜻 믿을 수 있는 일은 아니긴한데.
거실은 또다시 침묵만이 흘렀음. 마치 이세진에게 처음 이 사실을 밝혔을 때처럼. 그리고 이번에도 먼저 침묵을 깬 건 배세진이었음.

🐹 애들한테 밝히자.
🐶 네?
🐹 애들한테 말 안했다며. 적어도 멤버들은 알고 있어야 할거아냐.
박문대는 흔들리는 눈으로 배세진을 바라봤음. 배세진은 생각했을거야. 박문대도 사람이구나, 무서워하는구나. 그렇지만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은 없었지. 대신...

🐹 도와줄게. 그... 내가 도와줄테니까.

박문대가 매번 그랬듯 이번에는 자신이 손을 내밀어주기로 했음.
[ 11. 22 D - 16

내일 멤버들에게 밝히기로 했다.
더 잊혀지지 않게 밝히는게 맞겠지. ]
다음날, 박문대는 아침부터 멤버들을 불러 모았음. 그나마 다행인건 콘서트가 보름 남은 시점인지라 고정 스케줄이 있는 멤버를 제외하곤 다들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어서 스케줄이 없었다는 것이었겠지.

🐶 제가 모두를 부른 이유는요.

박문대는 침을 꿀꺽 삼켰음.
그동안은 개인 연습을 핑계로 멤버들을 피해다녔고 멤버들도 더이상 전같지 않으니 자신을 피해다니는 박문대를 말리지 않았는데 막상 서로 마주하고 있으니 어색한 정적만이 흘렀음.

박문대는 확연히 느꼈겠지, 보름동안 자신을 보는 멤버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그렇지만 이젠 더이상 물러날 구석이 없었음. 아니, 이제는 물러날수도 없었음.

🐹 내가 말할까?

옆에서 배세진이 걱정스레 물었지만 박문대는 그저 고개를 내저었음. 여전히 이 사실을 밝힌다면 그 반응이 어떻든 밝히는 것은 본인이고 싶어서.
🐻 야, 너...
🐶 이세진.

뒤늦게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이세진이 당황해서 박문대를 바라봤지만 박문대는 그저 이세진의 이름을 부르는걸로 끊어내고 다시 한번 숨을 골랐음.
🐶 ... 제가 조금 예전 같지 않죠.
🐶 이해해요. 다들 저에 대해서 전부 잊어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떨리는 불안정한 목소리로, 근 보름을 속에만 넣어두고 앓아오던 이야기를 내뱉었음.

🐶 보름... 이제 보름쯤 됐을거예요. 보름이 더 지나면 저를 아예 잊을테고...
🐱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문대형을 왜 잊습니까? 확실히 요즘 깜빡깜빡 하는 것들 중에서 문대형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지만...
🐺 문대야, 그게 무슨 소리야?
🦌 무, 문대야...?
멤버들은 당연히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문대를 바라봤음. 그렇지만 박문대에겐 그런 목소리도 표정도 닿지 않았기에 박문대는 그저 이야기를 쉬지 않고 늘어놓았지.
🐶 다들 예전 같지가 않잖아요.
🐶 차유진, 내가 처음으로 아주사에 나왔을때 받은 등수가 뭐였지?
🐱 ... ...

차유진은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박문대를 바라봤음.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지. 당연한 일이야,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 김래빈, 아주사때 토끼팀의 인원이 누구였지?
🐰 저랑 아현이 형이랑 세진이 형이랑 하일준 형이랑...
🐰 ... ... 다섯명이었는데.

김래빈 역시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접히지 못한 마지막 손가락을 바라봤음. 그렇지만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는 일은 없었지. 당연한 일이야,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 청우형, 저희 쇼케이스때 청우형이 마법소년만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마이크 넘긴거 기억하세요?
🐺 기억하지. 그때 분명... ...
🐶 누구한테 넘겼어요?
🐺 ... ...

류청우 역시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흔들리는 눈으로 박문대를 바라봤음.
박문대에게 넘겼겠지,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는거겠지. 그렇지만 류청우의 기억속에는 분명 마이크를 넘겼고, 어디선가 물병이 날아온 건 기억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기억나질 않았음.

당연한 일이었지, 박문대는 지워지고 있었으니까.
🐶 ... 아현아, 비행기 무대 할때 인이어가 고장났던거 기억나?
🦌 으응...!
🐶 그럼 그때 인이어를 밟고 네가 다칠뻔 했던 것도?
🦌 그, 그때 세진이 형의 인이어가 떨어져서 줄을 내가 잘못 밟, 밟아서... 덤블링을 해서 넘어갔지...?
🐶 그때 네가 짚었던 팔은 누구 팔이었어?
박문대는 곧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하나씩 하나씩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멤버들에게 질문을 했음. 꼭 박문대가 아니어도 괜찮지만 멤버들로서는 기억하지 못할 그런 기억들을.

조금은 희망을 가졌는지도 모를 일이지.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매번 결과는..
🦌 처, 청우형이랑... ...
🦌 ... ...

선아현마저도 답을 하지 못했음.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지. 위치상 청우 하나만의 팔을 짚은게 아니었고 분명 두 사람이었는데. 근데 나머지 한 사람이 기억나질 않으니까.

분명 문대일텐데, 기억속의 문대는 없으니까.
🐶 이것봐요.
🐶 ... ...

모두를 위한 일이라곤 해도 하나둘씩 커져간, 그리고 이미 커져버린 구멍을 마주하는 일은 힘든 일이라 박문대는 허탈한 투로 말을 하곤 다시 말을 잇지 못했음.

그저 고개를 숙인채로 심호흡을 하며 눈물만 꾹 참아낼뿐.
다른 멤버들도 그런 박문대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질문이 이어지는동안 그 누구도 대화에 끼어들지 않은 것은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니까.

한 사람당 한 질문.
네 질문이 오갔지만 그 네 질문에 대한 답은 여섯 사람 모두 몰랐기에 끼어들고 싶어도 끼어들 수 없었으니까.
심지어는 매일 밤 박문대와 함께 기억을 되짚었던 이세진마저도.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번에는 박문대가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음.

🐶 ... 죄송해요. 저도 해결을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 안될 것 같아서요. 콘서트도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 문대야...
🐶 멤버들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았어요. 조금 늦은 것 같지만...
🦌 무, 문대야...
🐶 콘서트는... 제가 더 노력할게요. 서로 맞춰가는게 되지 않는다면 제가 모두에게 맞출테니까요.
🐹 박문대...
🐶 ... 저 먼저 연습실에 가있을게요.
박문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몇가지 짐을 챙기고는 도망치듯 숙소를 나왔음. 당분간은 연습실에서 지낼 생각으로.

멤버들은 그런 박문대를 보면서도 차마 잡질 못했음.
물론 모두가 박문대를 잊어간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것도 있지만 모두에게 잊혀져가는 박문대의 심정이, 상황이 감히 가늠조차 되질 않아서.

그냥 그렇게 박문대를 보냈지.
그리고 그 날, 멤버들 중 연습실로 향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 11. 23 D - 15

벌써 보름밖에 남질 않았다. 멤버들에게 모든 것을 밝혔다. 멤버들에게는 미안하고 또 미안한 감정 뿐이다. 기억을 붙잡으려하는 이 행동들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그조차도 잘 모르겠다. 잊혀지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기억을 붙잡으려는 행동조차 괴로워서. ]
그 날 이후로 박문대는 숙소로 들어가지 않았음. 그리고 멤버들도 그런 박문대에게 왜 숙소로 들어오지 않냐는 말을 하지 않았지.

자신들을 마주하는 박문대가 얼마나 괴로울지 또 자신들이 근래 숙소에서 가졌던 의문들의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숙소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겠어. 그렇지만 그것이 멤버들이 서로 서먹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기에,

🐱 형! 오늘은 나랑 자요!
🐶 넌 왜 숙소 냅두고 여기서 자려고 그래.
🐱 숙소 재미 없어요! 문대형 없어요!
🐶 ... 마음대로 해라.
가끔씩은 숙소에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와서 홀로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울 박문대의 곁을 지키기도 했음.

🐱 형
🐶 왜
🐱 그냥 불러봤어요. 히히.
🐶 싱겁기는... 심심하면 연습이나 해.
🐱 마지막이니까 나랑 유닛 해주면 안돼요?
🐶 저번에 해줬잖아.
🐱 Ohh...
물론 때론 그런 것들이 박문대에게 역으로 상처가 되는 일도 있었음.

🐶 미안하다는 말 할거면 연습해라.
🐱 네!

그렇지만 박문대는 여전히,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노력했고 그럴 때마다 연습에 더 몰두했지. 그것만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니.
[ 11. 24 D - 14

오늘은 차유진이 연습실에서 같이 자기로 했다. 그래도 같이 유닛 한 기억은 꽤 중요한 줄 알았는데. 언젠간 사라져버릴 기억 하나 하나에 괜히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기억은 언젠간 사라지는 법이니까. 그저 조금 빠르게 사라지고 있을 뿐이니까. ]
멤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문대를 더 챙기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지.

🦌 무, 문대야...
🐶 뭘 이렇게 잔뜩 가져왔어.
🦌 연습실이 나, 난방이 된다해도 추우니까, 담요랑 베개랑... 호, 혹시 몰라서 수면안대랑...
🐶 이런거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 그, 그렇지만 걱정이 되니까...
그리고 박문대도 그런 멤버들의 걱정과 보살핌을 차마 거절 할 수 없었음. 이 또한 욕심이었지, 이제 모두에게 이런 맹목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보름이 채 남지 않았다는.

🐶 ... 너도 자고 갈거야?
🦌 그, 그럴까?

그래서 때론 슬쩍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도 했음.
🐶 ... 선아현.
🦌 으응...?
🐶 그냥 불러봤어.
🦌 으응...

물론 여전히 멤버들은 전부 잘 지내고 있냐거나 세탁은 잘 하고 있냐거나 혹시나 밥을 굶거나 배달음식으로 지내고 있진 않은지 걱정이 가득한 말은 차마 건네지 못했지만.

그랬다가는 정말로 이별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 11. 25 D - 13

오늘은 선아현의 옆에서 기록을 남긴다. 선아현은 일찌감치 잠들었다. 멤버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청소나 세탁은 잘 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지만 잘 하고 있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로 이별을 준비해야한다. 비록 아무도 원치 않는 이별이어도. ]
물론 다들 박문대를 능숙하게 챙기는 건 아니었음. 점차 기억은 사라져가고 이런 일은 누구나 처음 겪는 일들이기에

🐰 저어, 문대형.
🐶 응?
🐰 혹시 오늘은 저와 함께 A&R팀에 좀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 뭐, 그러지.

때론 서툰 솜씨로 박문대를 챙기는 멤버도 있었음.
난데없이 늦은 시간에 프로듀싱실로의 동행을 부탁하는 김래빈의 말에 박문대는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텅 비어있는 프로듀싱실을 보고는 바로 눈치 챌 수 있었지.

🐰 작업이 조금 늦어질 것 같으니 문대형은 쉬고 계셔도 됩니다! 정말로 늦어질 것 같으니 한숨 주무셔도 됩니다!
딱딱한 연습실보다는 싸구려여도 푹신한 소파가 있는 곳에서 박문대를 쉬게 하고 싶어서 답지않게 핑계에 거짓말까지 하면서 박문대를 프로듀싱실로 데리고 왔다는 걸.

🐶 ... 그럴까.
🐰 예! 저는 작업을 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진즉에 끝난 작업을 괜히 하는 척 한다는 걸.
박문대는 그런 서툰 사랑까지도 전부 끌어안고 가기로 했음. 사실 멤버들이 박문대의 감정을, 생각을, 상황을 가늠하지 못할 만큼 박문대도 멤버들의 감정을, 생각을, 상황을 가늠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 상황에서 멤버들도 이 상황이 그저 편하진 않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노력해주는 멤버들의 사랑이니까. 설령 이 사랑이 끝에 자신을 해치게 되더라도 전부 끌어안고 가기로 했음.

멤버들이 준 것들이니까.
[ 11. 26 D - 12

김래빈이 날 프로듀싱실로 끌고 왔다. 농담이고, 김래빈의 배려로 오늘은 프로듀싱실에서 눈을 붙이기로 했다. 김래빈은 지금 이미 다 끝난 곡 편집을 괜히 더 만지고 있다. 그냥 냅두고 숙소에서 편히 자도 될텐데... 괜히 미안해진다. 정말로 미안해, 모두에게. ]
그렇게 박문대는 조금씩, 조금씩 이별에 익숙해지고 있었음.

🐹 박문대, 뭐해?
🐶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잠깐 생각을.
🐹 그러고보니까 너 몰래 술 먹는 건 아니지?
🐶 그건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때론 농담 같은 말도 던질 수 있게 되었음
🐹 다, 당연하지!! 너에 대한건 안잊을거니까!

그리고 말 뿐이어도 좋았지. 그냥 말뿐이어도, 그렇게 말하다보면 어쩌면 정말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 연습, 마저 할까요?
🐹 그래.
🐹 ... 힘든건 아니지?
🐶 ... 안힘들어요.
여전히 연습은 빈말로도 순조롭진 못했음. 멤버들도 박문대도 노력은 했지만 기억이 점차 사라지면서 박문대의 위치, 파트 모든 것을 잊어가니 전부 1부터 시작을 해야했으니까.

전에 찍어둔 영상을 보고 또 보고 기억하려 노력해봐도 쉽지가 않았음. 한계가 있었고.
그렇지만 멤버들은 그리고 박문대는 어느 순간부터 콘서트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것보다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에 집중을 하게 됐음.

이젠 다들 이 콘서트의 의미를 알고 있기에.
[ 11. 27 D - 11

힘든건 아니지?
순간적으로 힘들다고 말할 뻔했다. 그렇지만 꾹 참았다. 나 혼자만이 지금 순간이 힘든게 아닐테니까. 모두에게 오늘도 감사하다. 이제 곧 두 손으로도 남은 시간을 셀 수 있게 된다. 이젠 정말로 작별을 준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겁내지 말자. ]
남은 날짜를 두 손으로 셀 수 있게 된 이후로는 박문대가 먼저 손을 내미는 날도 있었음.

🐶 청우형. 오늘 시간 돼요?
🐺 오늘? 왜?
🐶 음, 같이 등산이나 하자고요.
🐶 콘서트가 얼마 안남아서 어려울 것 같으면 말고요.
🐺 아냐, 가자.
박문대 나름의 이별을 위한 준비였음. 하나씩, 하나씩. 점차 모르는 사이가 될 서로를 위한 준비.

🐶 여기도 같이 왔었어요.
🐺 ... 그랬구나.
🐶 종종 같이 왔었죠. 그래도 어렴풋하게 기억나지 않아요?
🐺 멤버들 중 누군가와 왔던 기억은 있네.
함께한 순간들이 서로 기억이 달랐지만, 이젠 더이상은 피하지도 않았음.

🐶 나중에도 멤버들이랑 같이 오세요.
🐺 ... 그럴까.
🐶 혹시 또 모르잖아요, 제가 여기에 왔다가 멤버들을 볼지도요.
🐺 그렇네. 애들이랑 종종 올게.

커다란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꼭꼭 씹어서 삼켜보기로 했지.
쉽지는 않았음. 이 날만해도 먼저 숙소로 가겠다는 류청우를 보내고 박문대는 심호흡을 하면서 겨우 울음을 참아내고 생각을 돌리려 연습에 열중해야만 했으니까.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음. 류청우와 함께 등산을 한 것을, 연습실로 오는 멤버들을 받아준 것을, 어설픈 사랑을 껴안은 것을. 모두.
[ 11. 28 D - 10

이젠 정말로 양 손으로 남은 날을 셀 수 있게 되었다. 청우형과 종종 다녔던 산에 다시 한번 다녀왔다.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멤버들과 함께 와달라고 했다. 그러면 언젠간 서로 마주칠 수 있겠지.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지. ]
어느덧 박문대가 연습을 하고 있으면 멤버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는 건 모두의 일상이 되었음. 멤버들은 다른 건 잊어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잊지 않았지.

🐻 문대문대~ 형님 왔다~
🐶 왔냐.

물론 그 모두에는 박문대도 포함 되어 있었음. 어느새 자연스레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정말로 숙소로 안돌아올거야?
🐶 ... 돌아가서 뭐하냐. 여기가 편해.
🐻 세지니가 이렇게 부탁해도?
🐶 어.
🐻 너무해~

그래도 박문대는 여전히 연습실 생활을 고집했음. 멤버들은 물론이고 연습실의 안무팀이나 다른 사람들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지만 박문대는 매번 고개를 내저었지.
사실 어떤 말도 박문대에게 먹힐리가 없었음. 더이상 무대에 설 것도 아닌데 몸이 망가진다는 말도, 불화설이 난다는 말도 소용이 없었지.

불화설이 났다면 이미 났을테니까. 대중들이 박문대를 잊은 탓에 종종 밖에서 멤버들과 목격 되면 박문대는 '일반인'으로 불릴 때도 있단 걸 알고 있었으니까.
🐻 문대문대~
🐶 왜, 또.
🐻 내일은 다들 바빠.
🐶 그래.
🐻 기다리지 말라고.

그래도 그 말은 조금 속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다른 말보다도 이 말 한 마디에 숙소로 돌아갈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 ... 알았어.
그래도 냉큼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답은 하지 못했음. 할 수도 없었지 이젠.

🐻 그럼 오늘은 세지니와 문대문대의 찐한 하룻밤을 보낼까나~
🐶 무슨 헛소리야, 연습이나 해.

숙소에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기에, 변화라는 건 한 눈에 보이면 더 아픈 것이라서.
[ 11. 29 D - 9

오늘은 이세진이 왔다. 와서 별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내일은 멤버들이 전부 바쁘다고. 하기야 다른 멤버들은 앞으로도 할 활동을 생각해야 하겠구나. 새삼스럽게 서로의 마지막이 다르다는게 실감이 나서 씁쓸해졌다. ]
그렇지만 다음날 버릇처럼 박문대가 멤버들을 기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바쁘다고 했지.
그렇지만 그래도 늦게라도 올 수 있는거니까...

물론 기다리고 기다려도 멤버들이 연습실에 오는 일은 없었음. 언제나 둘이었고 셋이고 또 넷, 다섯, 여섯 때론 일곱이었던 연습실은
어느새 박문대 홀로 남아서 춥고 외로웠음. 혼자 있는다는게 이렇게나 외로운 일이었던가.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던 박문대는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집어들었음.

🐶 ... 2시 42분.

멤버들이 오기엔 딱 봐도 늦은 시간이었음. 보통 스케줄이 있어도 한시쯤에는 들어오니 아마도 다들 자고 있을 시간.
몇 번 더 괜히 핸드폰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하던 박문대는 충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코트를 걸친채 연습실 밖으로 나왔지.

11월 30일, 박문대가 사라지기까지 8일이 남았던 그 날은 유달리 추운 날이었음.

🐶 춥네...
얼굴을 와그작 구기며 팔을 쓸어내린 박문대는 그렇지만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 타고 숙소로 가달라고 했지.

정말로 충동적인 행동이었음. 자는 멤버들의 얼굴을 봐서 뭐하려고. 이제와서 숙소에 가서 뭐하려고.

그렇지만 숙소에 가고 싶었음.
박문대를 태운 택시는 달리고 또 달렸음.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서야 숙소에 도착했고, 박문대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일주일만에 숙소로 들어갔지.

익숙한 숙소의 입구를 지나 익숙한 도어락을 누르고 익숙하게 숙소의 문 손잡이를 돌려 열면...
분명 다들 자고 있어 불이 꺼져 있어야 할 숙소에는 거실 미등이 켜져 있었음.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여섯장의 종이와 함께 멤버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지.
🦌 무, 문대야...!
🐱 형!
🐰 문대형!
🐹 박문대, 여긴...
🐺 문대야.
🐻 문대문대...

당황한 시선이 박문대에게 일제히 모이고, 박문대가 다가오면 종이를 숨기려 바쁜 손길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보다 박문대의 걸음이 빨랐음.
[ 박문대. 20살 데뷔. 테스타 메인 보컬. 생일 12월 15일. 키 177cm (이거 맞아? 몰라.) 인천 시정고. 'Hi-Five' 무대에서 검은색 머리. '비행기' 때는 백금발. 'Spring out' 때는 은발. Drill 때는 핑크색. 탕수육은 찍먹파. 그림 엄청 못그림. 사과를 좋아함. ]
그리고 종이에는 각자의 글씨체로 빼곡하게 박문대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었음. 군데 군데 기억나지 않은건지 펜으로 거칠게 지운 것들도 있었지만 하얀 종이가 빼곡해질때까지 적은 검은 글씨들이.

🐶 하...

박문대는 그 종이들을 보고 할말을 잃었음.
🦌 세, 세진이가 문대랑 이렇게 기억, 계속 했다고 해서...
🐹 너에 대한건 안잊는다 그랬잖아. 좀... 잊은 것도 있는 것 같지만.
🐺 우리끼리 잘 해보려했는데, 좀 어렵긴 하더라.
🐻 문대문대, 우리 정말로 노력하고 있어.
🐰 문대 형 몰래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혹시 부담을 드릴까봐...
그뿐만이 아니었음. 눈물을 참으려고 고개를 돌린 거실에는 군데 군데 메모지들이 붙어있었음.

[ 문대랑 같이 탄 신인상 ]
[ 문대가 그린 테스타 응원봉 디자인 ]
[ 문대가 좋아하는 채널은 12번 ]
[ 문대가 소파 위에서 과자 먹지 말랬음! 특히 차유진! ]

박문대의 흔적마다 모두.
박문대가 모두와의 이별을, 지워지는 기억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멤버들도 나름의 지워지는 기억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던거지.

🐶 ... ...
🐱 [ 우리 정말로 노력했어요. 형 잊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매일밤 모여서 서로의 기억을 모으로 검토했어요. ]
박문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미안하고 고맙고 또 미안하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기억을 붙잡으려 애를 쓰는 모두의 앞에서.

🐶 ... 미안하고, 고마워요 다들.

할 수 있는 건 주책맞게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그렇게 말하는 것 뿐이었음.
[ 11. 30 D - 8

멤버들은 '박문대'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모두에게 고맙고 또 미안해요. ]
그 날 이후로 박문대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음. 거실 뿐만 아니라 온 숙소에 붙어있는 메모들을 볼때마다 이 모든 것이 멤버들이 박문대를 잊어가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입이 썼지만 더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지.
대신 멤버들과 조금이라도 기억이 늦게 지워지도록 많은 추억을 만들기로 했음.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콘서트 준비에 모두와의 추억을 만들려니 시간은 촉박했지만 그 시간마저 박문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지.
멤버들은 마치 짠듯이 각자의 방 대신 거실에서 이불을 펴고 자기 시작했음.

🐻 내 자리 찜!
🦌 오, 오늘은 내 차례인데...
🐰 아닙니다. 세진이 형은 그제 문대형의 옆에서 잤고 아현이 형은 어제 문대형의 옆옆에서 잤으니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 너네들이 애냐.
🐺 그렇지만 따지면 문대의 룸메이트는 나니까 내가 문대의 옆에서 자는게 맞는게 아닐까?
🐰 ... !!
🐹 먼저 눕는 사람이 임자지. (누움)
🐱 Noooo!!!

박문대의 옆자리는 늘 멤버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곳이 됐음. 그렇게 다같이 이불 위에 누우면 멤버들은,
🐶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 무인도에 갔던 건 기억나?
🦌 기, 기억나. 태풍이 와서...
🐶 응, 그때 태풍이 와서 전기가 다 끊기는 바람에 셋 둘둘로 나뉘어서 두꺼비집을 찾아보기로 했었지. 나랑 이세진이랑 김래빈이랑 같은 조가 돼서 1층을 찾아봤었지.
모두의 기억을 짜내고 그걸 짜맞추는 대신 박문대가 해주는 기억의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곤 했음.

기억을 하는 멤버도 있었고 기억을 하지 못하는 멤버도 있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박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
[ 12. 1 D - 7

일주일이 남았다.
숙소로 돌아오고서는 멤버들과 다같이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그리고 자기전에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에게 하나씩 들려주기로 했다. 이것도 언젠간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모두와의 추억이 조금이라도 늦게 잊혀지도록. ]
🐱 형, 나 찍어줘요!
🐰 차유진은 이미 두 번이나 찍었습니다!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 문대문대~ 내가 찍어줄까?
🐶 뭐... 그럼 부탁해.

그리고 멤버들은 매일 순간 순간마다 사진을 남기기로 했음.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사진은 박문대가 찍었지만 사진을 찍어서 인화를 하면
[ 문대형이 찍어준 사진 - 김래빈 ]
[ 문대형 사진 잘 찍어요! 못생긴 김래빈과 함께 - 차유진 ]
[ 이세진 사진 엄청 못찍음 - 박문대 ]
[ 문대와 동갑즈♡ - 이세진 ]
[ 세진이가 찍어준 문대와의 사진 - 선아현 ]
[ 동갑 세진이와 함께. 문대의 사진 - 류청우 ]
[ 박문대 없으면 누가 사진찍어주냐 - 배세진 ]

뒷편에 매직으로 하나씩 하나씩 각자의 메모를 해서 거실의 벽에 붙여뒀지. 하나로 시작된 사진은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 다섯, 여섯...

어느새 거실 벽을 빼곡히 채울 정도가 됐고.
[ 12. 2 D - 6

(어설프게 찍힌 테스타 전원의 사진)
다들 사진을 엄청 못찍는다.
그래도 소중한 추억. ]
눈이 오는 날은 다같이 나가 놀기도 했음.

🦌 무, 문대야 일어나봐...!
🐹 박문대, 밖에 봐.
🐶 ... 아. 눈이 오네요.
🐱 나가서 놀아요, 다같이!!
🐺 그럴까?
🐻 장갑 꺼내올게요!

평소에는 눈이 와도 그 날의 스케줄이 당연히 우선시 됐지만 박문대가 사라지기까지의 일주일은 그렇지 않았지.
🐱 Let's have a snowball fight together!
🐶 그럴까.

그리고 박문대도 그런 멤버들에게 기꺼이 어울려주기로 했음. 콘서트만이 지금의 박문대에게 중요한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멤버들이었으니까.
🐰 차유진 바보야! 목도리 하고 나가!
🐹 김래빈, 너도 장갑 끼고 나가!
🐻 문대문대~ 이것봐 문대 눈사람~
🦌 세, 세진아 이건 문대가 아니라 여우 같은데...
🐺 다들 몸 녹이면서 놀아.

시끌벅적한 이 상황이, 일상이 소중하고 또 나쁘지만은 않았지. 이대로 이어졌으면 할 정도로.
[ 12. 4 D - 5

아침부터 눈이 내려서 다같이 놀았다. 콘서트를 얼마 앞두지 않고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날이었지만 내일은 열심히 하기로 했으니 하루쯤은 괜찮겠지. 요즘에는 이런 하루 하루의 일상이 그저 소중하다. 끝나지 않고 이어졌으면 할 정도로... ]
그렇지만 잔인하게도 기억이란건 붙잡으려해도 잡을 수 없는 것들이었음.

🐺 문대 목소리가 요즘 낯설게만 들려서 큰일이네.
🐻 ... 저도요.

박문대는 멤버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몇 번씩이나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을 마주해야만 했음.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여도 모두의 기억은 하루 하루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은 사라져가는 문대의 흔적에 괴로워했고 박문대 또한 그러한 흔적 앞에서 괴로워 할 수밖에 없었음.
박문대는 몇 번이나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그 앞에 멈춰섰고, 몇 번이나 잠에서 깼지만 깨지 않은 척 숨죽이고 있어야만 했지.

🦌 래, 래빈아 뭐하고 있어...?
🐰 자꾸만 기억이 지워지는 것 같아 생각나는대로 문대형에 대해 적고 있었습니다...!
모두의 앞에서 울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모두의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 형! 괜찮아요?
🐹 ...박문대에 대해서 다 잊어버리는 꿈을 꿨어.
🐱 꿈은 반대래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요!
[ 12. 4 D - 4

4일이 남았다. 애써 모든 걸 붙잡아보려고 하고 있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박문대에 대해서 잊어가고 있다. 콘서트까지만 버티자, 딱 콘서트까지만 모든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
멤버들이 이렇게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동안, 대중들은...

[근데 박문대가 누구냐]
: 테스타 멤버중에 그런 이름도 있었나?

- 테스타 메보래
- 걔도 아주사 출신이라던데
ㄴ 7위로 들어온게 걘가?
ㄴ 걔가 1위라던데
ㄴ 걔가 1위라고????
- 활동 쉬다가 합류했나? 왜 처음들어보지?
[무슨 괴담 같다 이거ㅋㅋ]
: ㅌㅅㅌ 메보 박문대 이름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서 그동안 활동 쭉 찾아봤거든? 근데 쉬다가 합류한것도 아니고 꾸준히 했었넹... 엋려랑도 꽤 친한듯?

- 헐 븨틱 엋려랑 친하다고???
- 븨틱 엋려랑 친한데 왜 안떴지??
ㄴ 꽤 뜬듯? 광고도 찍고 같이 예능도 나갔음
- 근데 난 왜 첨들어보냐... 나 셤별도 파지만 븨틱도 팟는뎅...
ㄴ ㄱㄴㄲ,, 나도 첨들어봄
ㄴ 그래도 난 이름은 들어본듯? 엋려가 몇 번 언급 했던 것 같음
- ㄹㅇ 괴담 같네ㅋㅋㅋ 아무도 기억 못하는 메보
- 근데 걔 노래 되게 잘하던데 왜 묻혔지??
ㄴ 이래서 더 괴담 같음ㅋㅋ
하나 둘씩 박문대를 전부 잊어가고 있었음. 러뷰어들 사이에서도 박문대라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박문대를 기억해도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았지.
그에 비해 인터넷상의 자료에선 박문대가 테스타 내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나오니 괴담이라며 웃어대는 사람들도 있었고.

박문대를 '곰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점차 사라져갔음. 애초에 '곰머' 라는 단어를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 마냥.
[ 12. 5 D - 3

대중들은 '박문대'를 대부분 잊은 것 같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씁쓸해서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으니 계획대로 하면 되는거겠지. 멤버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해뒀다. 이제 곧 콘서트다. ]
콘서트 전날, 박문대는 미리 세워진 무대 위에 서서 멍하니 관객석을 바라봤음. 급하게 구한 것 치고는 꽤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지.

🐻 박문대, 뭐하고 있어?
🐶 ... 어? 아냐.

이세진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박문대는 어쩐지 낯설게만 보이는 이세진의 얼굴에 고개를 내저었음.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도로 삼켜냈음. 말하지 않는 쪽이 나을거라는 판단에 따른 행동이었지.

이세진을 따라 돌아간 대기실에는 멤버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박문대를 맞이해줬음. 그렇지만 박문대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음.

🐶 숙소로 돌아갈까요.
그 날 밤도 여전히 테스타 멤버들은 거실에서 다같이 잠을 청했음. 그렇지만 이전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지.

그 누구도 박문대의 곁에서 자겠다고 서로 주장을 하지도 않았고, 모두가 누운 뒤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박문대를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음.
사실 거실에서 자는 것 조차도 '왜?' 라며 의문을 표하는 멤버도 있었음. 아마도 대부분이 어제도 그렇게 잤으니 오늘도. 같은 생각에 거실에 이불을 펴고 베개를 가져와서 누운 것 뿐이었겠지.

물론 박문대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음.
그렇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지.
이 또한 박문대의 욕심이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그런 욕심.
[ 12. 6 D - 2

내일은 드디어 콘서트 날이다. 멤버들은 아무래도 '박문대'에 대해서 대부분의 것들을 잊은 것 같다. 이세진에게 '박문대'라고 불리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박문대를 박문대라고 부른 것 뿐이었는데도.

괜찮다, 할 수 있다. ]
콘서트 당일, 갑작스럽게 잡힌 콘서트였는데도 콘서트장에는 팬들이 빼곡했음. 물론 개중에는 멤버 각자의 팬도 있었지.

김래빈의 팬, 차유진의 팬, 이세진의 팬, 선아현의 팬, 류청우의 팬 그리고 배세진의 팬.
분명 그 어딘가엔 박문대의 팬도 있었겠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손에 '박문대' 라는 세글자가 적힌 플래카드나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음.

슬쩍 무대 너머의 관객을 살펴본 박문대는 입이 썼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잊으려 했지.
콘서트 제목은 < A Mode On > 제목처럼 그동안 했던 노래들이 하나의 '모드'가 되어 켜고 끄는 것으로 연이어지는 그런 콘서트였음.

그리고 가장 먼저 등장할 모드의 '기본'은 아주사 시절의 테스타가 되기 전의 멤버들 본인들. 멤버들이 부르는 <바로 나> 였지.
🐰 박문대형! 여기 계셨습니까? 다들 찾고 있었습니다.

무대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박문대는 뒤에서 들려오는 김래빈의 말에 아,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음.

보통 멤버들은 박문대가 사라져도 알아서 돌아오겠거니 그렇게 생각해서 잘 찾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김래빈을 따라 돌아간 대기실에는 다른 멤버들이 먼저 앉아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음.

그래도 다행히 멤버들은 '박문대'를 잊진 않았기에 박문대가 대기실로 돌아오자 한 마디씩 툭툭 내뱉었지.
🦌 문, 문대야, 어디갔었어.
🐹 준비 다 됐지?
🐱 YES!
🐺 콘서트 하려니까 오랜만에 떨리네.
🐻 즐기고 오면 되는거죠~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익숙하게 손을 모았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문대가 손을 올리려던 순간에
아! 테스타 오늘도 뭔가 보여준다!

구호가 먼저 터져나왔음.

물론 다들 구호를 외치고서 아차, 하는 얼굴로 박문대를 바라봤지. 그 누구도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그들에게 테스타는 일곱이 아니라 여섯이었을 뿐.
🐶 ... 저는 괜찮으니까 일단 무대에 올라가죠.

이렇게까지 될 줄은 박문대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재촉을 하는 현장 스태프의 목소리에 박문대는 표정을 갈무리하고 멤버들을 이끌고 무대 위로 향했음.
그 날의 테스타 무대를 말하자면 팬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한' 무대라고 말하곤 했음.

당연한 일이었음. 박문대의 존재는 멤버들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이질감' 이었을 뿐이니까. 그 자리에 박문대가 서있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었음. 다만, 박문대는 그들의 기억에 없었을 뿐이지.
뒤에서 춤을 추는 백댄서가 있는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 백댄서가 마이크를 들고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멤버들 앞에서 춤을 추면 이상하게 생각하듯 팬들에게 박문대의 존재는 백댄서보다 낮으면 낮지 결코 높지 않았으니까.

공연장의 반응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날카롭고 차가웠음.
단체무대를 하는 내내 연이어지던 함성과 흔들리던 응원봉은 박문대가 앞에 나오면, 박문대의 파트가 시작되면 사그라들었고 흔들리지 않았음.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박문대는 그저 입술을 꽉 깨문채로 감정을 참아낼 뿐이었음.

각오 했잖아, 각오하고 있었잖아.
입술이 붉어지고 애써 바른 립이 지워져도 어쩔 수 없었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울 것만 같았으니까.

콘서트는 어느새 흐르고 또 흘러 아주사의 파릇파릇한 연습생들로 시작했던 테스타는 데뷔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또 콘서트를 하며 자랐음.

그리고 정규 2집, 척호갑사.
🐻 잘하고 와, 박문대.

멤버들의 솔로 무대가 나올 차례였음. 박문대는 무대를 끝내고 돌아온 김래빈을 뒤로하고 다음 무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이세진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로 나아갔음.
무대도 관객석도 조용했음. 그 언젠가의 무대처럼 어두운 무대 위, 한 줄기 조명을 받는 박문대는 의자에 앉았지. 색색의 천들은 무대의 사방에서 뻗어 나와 의자와 박문대를 친친 동여매고 있었고.

반주도 흘러나오지 않는 고요한 무대 위, 박문대는 노래를 시작했음.
🐶 사월 그믐날 달도 보이지 않는다
🐶 님은 오지 않고 사랑은 썩어 간다

이전과 소름끼치리만큼 똑같은 무대였음. 그러나 관객석의 사람들도 멤버들도 처음보는 무대였고.

무겁게 목소리만 오롯이 울리는 첫번째 소절이 끝나는 순간 몰아치듯이 악기 소리가 들어왔고,
점멸하는 조명이 이상한 긴장감을 고조시켰음.

박문대는 습관처럼 관객석을 훑으며 카메라를 찾았지만 그 어디에도 박문대를 찍는 카메라는 없었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가 놓았음.

그래, 야유를 하지 않으니 그걸로 괜찮아. 그렇게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박문대의 <꽃 그믐> 무대는 여러 의미로 조용했음.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이상한 감정을 전해줬지.

익숙하지만 낯설고 혼란스러운 그런 무대였으니까. 이번에는 무대의 장치가 박문대의 왼쪽 폐를 사정없이 누르는 일도 없었고 박문대의 몸도 멀쩡했기에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음.
그렇기에 관객들은 더더욱 혼란스러우면서도 이상한 감정을 가졌음. 뭔가 생각날 것 같기도 한데 생각나지 않았고 분명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닌데, 그냥 테스타라는 그룹의 구석에 있던 - 관객들의 생각이지만 - 멤버인데 왜 거슬리지가 않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지.
그렇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콘서트는 순조롭게 이어져가 피크닉, 스프링아웃, 부름 그리고 휠과 드릴을 거쳐 마지막인 약속의 순서까지 이어졌음.

관객들은 이제 마지막곡이라는 말에 당연히 생각했지, 이제 나올 곡은 약속이겠구나.
그렇지만 무대 위에 등장한 건 테스타 멤버들이 아닌 박문대였음.

관객석은 당연히 술렁였음. 평소라면 - 그러니까 박문대를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면 관객들은 박문대로 시작을 한다거나 박문대가 마지막 곡을 부른다거나 그렇게 생각했을테니 술렁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박문대란 무대 위의 댄서만도 못한 잊혀져가는 존재였기에

👤 쟤가 왜 나와?
👤 뭐야, 마지막 곡인데.
👤 갑자기 쟤는 왜 밀어줘?

그런 말도 드문드문 들렸음. 박문대는 그런 목소리들에 그저 다시금 입을 꾹 닫았다가 여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
악의 없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속상하고 힘들었음. 그냥 차라리 박문대를 알고 있고 그래서 싫어하는 타 멤버들의 팬이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 언젠가 팬 사인회에서 살갑게 말을 붙이던 목소리고 저를 응원하던 목소리고 걱정하던 목소리니까...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잊혀져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걸 아니까 갈 곳 없는 원망은 그저 오롯이 스스로가 견뎌내야 할 몫이었지.

무대의 정중앙에서 한참을 홀로 빛을 받으며 선 박문대는 그렇게 웅성거림이 멎을때까지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견뎌냈음.
그리고 웅성거림이 멎을때즈음에야 쥐고 있던 마이크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음.

🐶 안녕하세요, 테스타의 메인보컬 박문대입니다.
🐶 지금까지의 콘서트 잘 즐겨주셨나요?
관객석은 조용했음. 군데군데 '네' 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콘서트의 그 우렁찬 소리가 아니라 질문에 답을 하는 그런 형식적인 목소리였지.

박문대는 쓰게 웃었음. 준비가 된 줄 알았는데 막상 마주하니 꽤... 힘들어서.

🐶 ... 영광스럽게도 마지막 곡은 제가 장식하게 됐어요.
🐶 다른 멤버들의 팬분들께는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 곡을 꼭 불러드리고 싶어서 제가 멤버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했어요.

관객석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음. 제일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던데, 박문대는 다시금 침묵이 두렵고 무서워졌지.

그렇지만 마이크를 놓진 않았음.
대신 잠시 마이크를 내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환하게 웃어보였음. 비록 다들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어쨌든 한 때는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들이니까.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니까, 그렇게 환하게 웃었음.
🐶 ... 그럼 시작할게요.

그리고 박문대의 목소리를 끝으로 낯선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음. 전자피아노의 상쾌하고 부드러운 미디엄 템포.

다시금 관객석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었음. 이 노래를 박문대 혼자 부른다는 것은,
🐶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관객들로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순서대로라면 초반에 나와야 했으니까. 그런데 나오지 않은 건 그저 맨 마지막에 다같이 부를 계획이라서라고 생각했는데.
🐶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 낯설지만 어쩐지 좋을 거야

박문대는 숨막히는 침묵에 박자를 놓칠뻔 했음. 이 곡은, 그러니까 <마법은 너>는 테스타가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였고 늘 이 노래는 테스타 일곱 뿐만이 아니라 관객들까지 같이 불러줬었는데.

너무나도 조용해서.
🐶 현실은 꿈처럼 빛나고
🐶 꿈에선 멋진 내일을 꿈꿔
🐶 내일 너를 만나면
🐶 반짝이는 꿈들만 말할게

조금씩 울음이 밀려왔지. 이 노래 만큼은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불러주고 싶어서 수십 수백 어쩌면 수천 번을 연습했는데.

밀려오는 울음에 점점 음정이 불안해졌음.
🐶 잠기지 않는 내 꿈들은
🐶 현실을 박차 달리게 만들어
🐶 Reality id breathing~ Yeh
🐶 YES breathing

이 뒤로 분명 관객들의 breathing! 하는 외침이 어김없이 들려왔는데 관객석은 조용했음.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결국 박문대는 목끝까지 차오른 울음을 참지 못하고 박자를 놓쳐버렸음.

분명 과거에 봤던 풍경은 수많은 목소리가 결을 이루며 불빛과 함께 별똥별처럼 온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었는데, 지금은 그저 고요해서.

숨이 턱, 막혔음.
야속하게도 반주는 계속 흘러만갔음. 보통은 가수가 놓치며 같이 노래를 불러줄텐데 그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음.

그냥 정적.
고요.

그 아래서 박문대는 홀로 서있을 뿐이었음.
🐶 ... 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와 함께 마이크를 들었지만 이미 놓친 가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지.

마지막 무대는 박문대가 멤버들에게까지 부탁해서 얻어낸 무대였음. 모든걸 밝힌 뒤 꼭 이 노래를 홀로 관객들에게 불러주고 싶다고.
점점 멤버들이 기억을 잃어가며 이걸 왜 박문대가 혼자 부르냐고 해도 드물게 '부탁' 이라는 단어까지 여러번 써가며 만든 무대였는데.

그런 무대를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박문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놓았음.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순 없어서, 그래서...
🐶 변하지 않는 건, 없어도...

공교롭게도 박문대의 파트였음. 자신의 파트라는 걸 알게 되자 또 다시 숨이 막혀와 노래를 할 수가 없었음.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고자 숨을 내뱉어보지만 나오는 건 숨소리 뿐이었음.
💜 ... 이 순간의 마법은

목소리가 들려온건 그 때였음. 아마도 공연장 저 끝에서 들려오는 그런 집중해야 들을 수 있는 그런 목소리.

그렇지만 그런 목소리는 하나가 둘이 되고 또 둘이 셋이 되고 셋이 또다시...

💜 Maybe it's YOU

수많은 목소리가 된 건 순식간이었음.
왜? 왜, 불러주는거지? 박문대는 얼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관객석을 바라봤음. 여전히 관객들은 어딘가 석연찮은 표정이었음.

무대 위에 있는 박문대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그런 표정. 기적이 일어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음.
그냥, 관객들은 박문대를 잊었지만 박문대가 남긴 그 흔적들은 남아있었으니까.

💜 울지마!

5년, 5년이라는 시간동안 박문대가 남겨둔 흔적을 하나 둘씩 밟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음.

🐶 ... ... 흐읍.

박문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숨을 들이마셨음.
방금까지 숨이 턱 막혀왔던게 거짓말처럼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음. 관객들은 여전히 어색하게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하고 있었고, 귀에서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가 들렸지.

🐶 오늘은 기분이 좋아 마치
🐶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그래서 노래를 불렀음. 아직 하루가 남았으니까. 아직 박문대가 남겨둔 감정의 조각들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 ... 너라면 다 괜찮아질 거야
🐶 Li, Life is strange, 가볍게...

끊이지 않는 관객들의 목소리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음.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중간 중간 노래를 날려버렸지만, 뒤늦게 들어간 말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간주가 흐르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박문대를 위해, 이전에 그러했듯

어떡해
울지마
괜찮아

그런 외침이 들려왔으니까.
박문대는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음. 마이크를 놓을 수 없었고 놓기 위해 이 무대를 만든게 아니었으니까.

🐶 ... 그래, 마법은 바로 너야.

마지막까지 마이크를 쥐고 관객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했지. 그러고서야 무대 아래로 내려왔음.
그 날의 테스타 무대를 말하자면 팬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한' 무대라고 말하곤 했음.

갑자기 잡힌 콘서트도 콘서트였지만 팬들에게 가장 의문이었던 무대는 마지막 <마법은 너> 였지.
자신의 행동임에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음.

그때 왜 그 멤버를 위해 노래를 불렀는지, 왜 멤버들은 그 멤버에게 마지막 무대를 준건지, 왜 그 멤버는 그렇게 울었는지, 왜 그 멤버가 울자 자신도 모르게 울지 말라고 외쳤는지...

마지막에는 그 멤버는 누구인지조차.
[ 12. 7 D - 1

고마워요 러뷰어
고마워요 세진이 형
고마워요 청우 형
고마워 아현아
고마워 세진아
고마워 유진아
고마워 래빈아

모두 정말로 고마워요 ]
...

박문대는 째깍이는 시계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덮었음.

[미션 실패]
박문대의 '죽음'이 진행됩니다.

남은 기간 : D - 20h 7m

그리고 자신의 앞에 둥둥 떠있는 상태장을 허탈하게 바라봤음. 모든게 다 끝났네. 이제 남은 건 고작 20시간정도였음.
이젠 아마도 멤버들이 아니고서야 '박문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룻밤. 딱 하룻밤이 남았음.
이미 멤버들과의 기억은 서로 달라져 있었고 이젠 정말로 미룰 수도 없었음. 배세진이 먼저 박문대에게 콘서트를 잘 끝낸 기념이라며 술을 권했으니 말 다했지.
거실에서 서로 마시고 즐기며 축하하던 멤버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문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정리했음.

여전히 박문대는 겁이 났음. 모두에게 잊혀진다는게, 모두를 잊어야만 한다는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는게 너무나도 겁이 나고 무서웠음.
그렇지만 다시 한번만 용기를 내기로 했음.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음.

그리고 멤버들이 붙여놓았던 메모를 떼는 대신 새로운 메모를 적어서 붙였음.
[ 어묵볶음
- 차유진이 좋아했어. 다른 건 싫은데 이건 맛있대. 많이 해뒀으니까 아껴먹어. ]

[ 진미채
- 청우형은 이상하게 이걸 좋아하더라. 그래도 너무 많이 먹진 말고요. 최대한 많이 해두고 싶었는데. ]
[ 연근조림
- 김래빈이 할머니의 손맛이라며 극찬 해준 반찬이에요. 레시피는 따로 적어뒀으니까 그렇게만 하면 돼요. ]

[ 파래무침
- 선아현이 좋아하는 반찬. 그래도 이것만 먹지 말고. 편식하면 못써. 체중 관리도 좋지만. ]
[ 멸치 볶음
- 이세진은 이상하게 이걸 좋아하더라. 여사님이 들으면 슬퍼하실테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어차피 이제 맛보지 못할테지만... ]

[ 장조림
- 배세진형은 여전히 어린애 입맛이에요. 반박하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말한거니까. 그래도 좋았어요. 이 요리 만드는거. ]
그리고 마지막으로 밥을 하고 자신을 위한 요리를 했음.

6시 39분.

아마 곧 있으면 청우형이 깰테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줄테니까, 여섯명분의 국을 퍼서 담고 여섯명분의 밥을 담고 여섯명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을 담아서 식탁에 올려뒀음.
그리고 메모 하나만 남긴채로, 미리 준비해뒀던 자신의 짐을 들고 조용히 숙소를 나섰음.
-

아침 7시, 벌써 국가대표 생활을 끝낸지 오래 됐는데도 새벽같이 일곱시만 되면 눈을 뜨는 류청우는 켜져있는 부엌불에 의아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다가갔음.

그리고 그런 류청우의 앞에 놓인 건 여섯명분의 밥이었지. 차린지 얼마 안된듯 온기가 남아있는.
누가 한거지? 추측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음. 매니저 형들은 이렇게 요리를 잘 하지 못하고, 사생이라고 하기엔 사생이 이렇게 차려두고 갔다고?

그러던 류청우의 눈에 들어온건 어쩐지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필체로 쓰여있는 메모 하나였지.
[ 12. 8

< A Mode On > 콘서트 고마웠어요. 이건 마지막 선물이자 욕심이에요. 냉장고에 모두가 좋아하는 반찬은 전부 채워뒀으니 아껴드세요.

P.S 다음에는 류건우라 불러주세요.

- MoOndAe ]
대문자와 소문자가 섞여있는 이상한 이름, 그 메모와 차려여 있는 흰 쌀밥 그리고 미역국을 바라보던 류청우는 메모를 내려놓았음. 그리고 중얼거렸지.

🐺 문... 대라고 읽는건가?

처음 읽어보는 이름을.
그리고 그 언젠가는,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 박문대요.
🐻 되게 특이한 이름이네요. 어릴 때 막 친구들이 문대문대~ 하면서 부르지 않았어요?
🐶 ... ... 그렇게 부르는 못생긴 애 하나 있긴 했어요.
정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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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Nov
같이 덥앱 하다가 져서 벌칙으로 ~냐 하는 문대 보고 싶다. 근데

🐶 이러면 되냐?
🦌 으응...!
🐻 뭔가 아닌 느낌인데...
🐶 이렇게 하는거 아니냐?
🦌 마, 맞긴한데...
🐶 그럼 된거 아니냐.

해서 이제 채팅창 뒤집어짐. 그리고 그렇게 끝까지 하는 문대
처음에는 그냥 아현이랑 세진이가 하는 덥앱에 잠깐 불려간거였음. 이유도 별거 없었음. 밖에서 박문대가 요리 하고 있는데 요리 하는 소리에 러뷰어들이

- 이거 소리 뭐야??
- 부엌에 누구 있음?
- 아현아 여기도 봐줘ㅠㅠ
- 부엌이면 문대 아님??
- 헐 문대 오늘 숙소에 있어?
하니까 그냥 딱히 뭐 숨길 것도 없어서 말했겠지.

🐻 네, 부엌에 있는거 문대예요!
🦌 저, 저녁 준비 하고 있을텐데...

- 문대도 불러와서 같이 놀자ㅠ
- 세진아 문대도 보고싶어~!!
- 아현이 이미 부엌 힐끔거리는데ㅋㅋㅋ
- 벌써 저녁준비를해???

🐻 문대 불러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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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Oct
갑자기 그거 보고 싶음 할로윈이니까

평범한 하루였고 테스타 멤버들은 평범하게 잠에 들었음. 그리고 다들 꿈을 꾼거야, 박문대가 죽는 꿈을.

분명 박문대가 아니었지만 박문대였음. 꿈을 꾸다보면 아무리 봐도 체격이나 키나 그런게 아닌데 어쨌든 저 사람을 박문대로 인식하는 그런거 있잖아.
꿈 속의 박문대는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 공허한 눈으로 뭔가 중얼거리더니... 얼마 가지 않아 움직임이 멎었음.

멤버들은 당연히 섬찟한 느낌에 잠에서 깼지. 시각은 6시 35분. 움직임이 멎자마자 깬 멤버도 있었고 움직임이 멎고도 잠시간 바라보다가 깬 멤버도 있었고...
각자 깬 시각과 시점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전부 다 박문대가 '죽은' 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깨어났다는거지. 그냥 그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린채로.

창 밖은 막 해가 떠오르고 있고 멤버들은 하나 둘씩 박문대의 방으로 모였음. 정말로 실감나는 꿈이었거든.
Read 139 tweets
18 Oct
류건우가 좋아했던게 사진이고 박문대가 사진 잘 찍는 건 다들 알고 있으니까 우연한 계기로 연말에 사진전 열게 됐으면 좋겠다...

사진전 제목은 <STAR>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건 테스타만이 아니었음.
처음 시작은 우연히 You퀴즈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서 였을 것 같음.

박문대가 사진 잘 찍는거야 옛날 옛적 데뷔 하자마자 알려진 사실이니까 팬들은 돈 모아서 박문대한테 DSLR 카메라를 선물하곤 했음.
박문대는 카메라를 받을때마다 멤버들 세워두고 인증샷 찍는 건 물론이고 종종 시간이 날때면 카메라로 이것 저것 찍어서 그중 잘 나온 걸 올리곤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홈마보다 사진 잘 찍는 아이돌 이미지가 잡혔고 말이야.
Read 86 tweets
16 Oct
Another Story _ 테스타의 이야기

! 최근화까지의 직간접적 스포가 포함 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정리하던 선아현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사슴 모양의 시계를 힐끔 보고는 붉은색으로 별표가 되어있는 12월 8일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지.
벌써 산지 5년이나 된 코트였지만 어찌나 애지중지 보관해온건지 코트는 바로 어제 산 듯 반짝이고 있었음.

🐰 ...나가십니까?
🦌 응, 다녀올게.
Read 151 tweets
13 Oct
류문대가 류건우로 돌아간 다음에 박문대는 류건우가 그랬듯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팬들은 박문대를 잊지 않았겠지. 그래서 매 박문대의 생일이 다가오면 지하철 광고를 걸었음.

그리고 그 광고는 늘 류건우의 생일 날 걸려서 박문대의 생일날 내려갔지.
테스타 멤버들은 편지 한 장 남겨두고 사라진 박문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가 싶었지만 한 달, 두 달, 석 달 그리고 넉 달이 흘렀을 시점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음

[ 여기까지 온 건 너희들의 힘이야. 내가 없어도 어디에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계속 노래해줘. ]

그게편지 마지막 줄이었거든
당연히 대중들의 반응은 어쩐지 미지근했음.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메인 보컬이 사라진 무대라니... 아무리 테스타라고해도 커버가 될까?

그렇지만 테스타는 늘 자신들을 여섯명이 아닌 일곱명이라고 부르면서 활동을 이어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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