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해요, 혼자 있으면 자꾸 나쁜소리가 들려서, 진짜 들리는 소린지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린지도 모르겠고, 나는 미칠것만 같은데,
- 도훈아..
- 벌레가 온 몸에 기어다니는 거 같아서, 그래서,
- 서도훈! 정신차려! 괜찮아..
양쪽 어깨를 꽉 잡고 날 바라보게 만들자 안절부절 못 하고
흔들리던 눈동자가 차츰 고요를 찾아간다.
- 천천히 심호흡해.. 아무일도 없어. 안심해도 돼. 아무 소리도 안 들릴꺼야, 그치?
다신 보지않으려 했는데.. 분명 끊어내려 했었는데.. 일주일만에 걸려 온 "마지막으로 한번만 와 줘요, 제발. 부탁이야.." 울먹이는 목소리에 또 정신없이 달려와버렸다.
넋이 나간 듯 핏기없는 이 안쓰러운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오지 않을수가 없었다.
- 고마워요.. 덕분에 진정 됐어요. ...미안..
서도훈이 정신을 차리고 나 역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자 후회가 밀려온다. 난 왜 또 여기서 널 다독이고 있는걸까.
- ...그 사람은 어디가고 혼자야.
- 해외출장..
우연으로 시작 된 만남을 되돌리고 싶었다. 서도훈에겐 연인이 있었고 단지 그 날 하루, 자신을 안아 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나 역시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끝내려 했었지만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서도훈의 위태로움이 자꾸만 눈에 밟혀 쉬이 끊어내지 못 했다.
- 나 좀 안아줘요..
입을 맞추고, 떨리는 몸을 눕히고, 날 원하는 널 안고나면, 남는 건 늘 공허함이다. 나는 너에게 연인 대신 안아 줄 사람일 뿐이고, 너는 나에게 안쓰러운 연민일 뿐인걸까. 결국 우리에게 사랑은 없는 거니까,
- 이제 나 부르지마. 앞으론 전화도 안 받을거야.
더는 이 부적절한 만남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데,
- 거짓말 하지마요. 전에도 그래놓고 오늘 전화 받았았잖아요.
- 진짜야. 이제 진짜 안 받아.
- 부르면 또 올 거 알아. 나 사실 가끔 일부러 약 안 먹어요.
- 뭐?
- 증상이 생기고 내가 정신없이 당신을 찾으면, 분명 나한테 달려올 거 아니까.
너는 꼭, 나도 같이 망가지길 바라는 사람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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