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험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순수하고 생각보다 더 잔인합니다. 온실 속에서 착하고 순수하게만 키우려고 한다면 분명히 그 반발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저거든요.
동화의 내용을 바꿔서 읽게 한다면 아이들이 그 동화의 영향을 받아서 착하게 자라날까요? 글쎄요. 인터넷에 떠도는 ‘어른들이 들려주지 않는 동화의 잔혹한 진실’ 따위를 보고 읽으며 이 세상은 거짓으로 가득 찼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실제 동화 내용보다 훨씬 과장된 내용으로 이뤄진 건데.
m.joongdo.co.kr/view.php?key=2… 그리고 자극성에만 함몰된 이런 ‘진실’ 또한 작품을 왜곡시키어 결국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나도 이것이 좋지 않습니다. 픽션을 ‘바꿔서’ 가르치는 것보다 픽션을 ‘통해서’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지요.
결말을 바꿔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아예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겁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동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녀의 나무꾼>의 결말을 바꿔서 들려주는 것보다야 더 새롭고 시대에 마땅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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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Nov
미야자키 하야오와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같은 정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같은 궤에서 탄생했기 때문일 겁니다.
“제 생각에 우리 세대나 어쩌면 다음 세대는 상상력이 부족한 듯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자살을 하는 거겠지요. 제 생각에 그들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거예요.” Image
“좀 잔인하게 말해서 부모의 시야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한 모티베이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행복해보이지 않죠. 아이들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겁니다. 아이들이 교류하는 어른이란 게 부모나 선생 정도잖아요?”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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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Nov
오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작품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지브리 타래는 끝이라고 말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질문이 넘치기도 하고. 도입부만 지금 써두고 일하고 와서 저녁에 마저 쓰겠습니다. Image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옥의 강행군이었습니다. 후배가 만들던 작품을 죄다 갈아엎어 다시 만드느라 히사이시 조가 상영 직전까지 촉박하게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요,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까맣게 불타올라 한동안은 단편에 집중하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Image
극장 다음으로 영화의 수요가 높은 장소가 어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비행기입니다. 비행기는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영화 감상의 장소였고 지금도 비행기와 영화는 관련이 깊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같은 경우엔 <국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ImageImage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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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Nov
<벼랑 위의 포뇨>를 다시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만 캡처한 결과:
절반 봤는데 394장 캡처해서 이대로면 영화 끝나고 800장이 넘을 것 같음. Image
돌겠네. 그치만 들어보세요. ImageImageImageImage
앞으로 제 지브리 최애캐는 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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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Nov
트렁 르 응우옌(Trung Le Nguyen)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올해 최고의 수확 아닐런지. 이번에 새로 구한 타로 덱의 일러스트를 맡으신 분인데 이 타로 덱 오로지 그림 때문에 산 것이라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겨 책도 주문했습니다.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요. Image
제목은 <The Magic Fish>
베트남 난민 출신 소년 ‘티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만 이 이야기를 베트남어로 전할 방법을 알지 못하고, 부모님은 영어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티엔은 영어를 배울 때 쓰던 ‘동화’를 이용해 부모님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해나간단 이야기. ImageImageImage
아직 책을 직접 읽진 못했습니다. 직구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림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런 그림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타로 덱까지 내주셨는지. ImageImage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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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Nov
<벼랑 위의 포뇨>는 하야오 작품들 가운데 최종보스라 할만합니다. 귀여운 외형과는 달리 가장 난해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든 말든 미야자키 하야오가 난생 처음 직접 작사한 포뇨 주제가는 이 애니메이션이 아동용이라는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합니다.
여러분들은 포뇨의 본명을 알고 있으십니까? 지나가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 포뇨의 본명은 ‘브륜힐데’(브륀힐데)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 ‘브륜힐트’를 모티브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바로 ‘브륀힐데’입니다. 넷플릭스 버전에서는 이를 브륀힐트로 오역했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그네리안(바그너의 추종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본인의 애니메이션을 바그너 오페라처럼 만들려 시도해왔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벼랑 위의 포뇨>가 그 시도를 가장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흔적은 영화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Image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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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Nov
“ 내가 처음으로 쇼거스라는 존재를 본 것은 그 꿈에서였고, 나는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 날 아침 ,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완전한 인스머스의 얼굴이었다.” - <인스머스의 그림자>,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Image
여러분들은 ‘딥 원’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으십니까? 20세기 가장 주목 받는 소설가이자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낸 종족으로, 심연에서 온 괴물 인어를 뜻합니다.
태고적으로 바다에 살며 육지로 진출하려고 했지만 좌절했습니다. 그러다 ‘오벳 마시’라는 한 선장이 딥원들과 인간들의 혼혈로 이루어진 종족을 발견했다가 딥원들이 내려주는 금은보화와 생선들을 보고 끔찍한 발상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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