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처음으로 쇼거스라는 존재를 본 것은 그 꿈에서였고, 나는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 날 아침 ,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완전한 인스머스의 얼굴이었다.” - <인스머스의 그림자>,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여러분들은 ‘딥 원’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으십니까? 20세기 가장 주목 받는 소설가이자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낸 종족으로, 심연에서 온 괴물 인어를 뜻합니다.
태고적으로 바다에 살며 육지로 진출하려고 했지만 좌절했습니다. 그러다 ‘오벳 마시’라는 한 선장이 딥원들과 인간들의 혼혈로 이루어진 종족을 발견했다가 딥원들이 내려주는 금은보화와 생선들을 보고 끔찍한 발상을 떠올립니다.
자기가 사는 어촌 ‘인스머스’의 마을 청년들을 납치해서 인신 공양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이상한 걸 눈치챈 마을 사람들이 경찰을 불러 인신공양 행위가 중단되는데요,
인신공양이 멈추자 분노한 딥원들이 인스머스로 상륙하여 마을 사람들의 절반이 학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인간의 관념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학살이었이 때문에 전염병에 의한 것으로 발표됩니다.
이후 오벳 마시는 쇠퇴한 마을의 교주 같은 존재가 되어 살아남은 인스머스 사람들에게 (딥원들의 종교인) 다곤을 믿게 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간과 딥원들 사이에 교배가 이뤄져 혐오스러운 혼혈이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어렸을 적에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인어의 특징이 생겨나다가 종국에는 눈이 튁 튀어나오고 몸이 뒤틀리게 됩니다. 인스머스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유전병이라 해서 이를 ‘인스머스의 얼굴’이라 불리는데 사실 이는 고대의 존재인 딥원과 인간이 교배한 결과입니다.
오늘 이야기 할 작품은 이와 전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작품이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기획한 작품.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인어공주 이야기인 <벼랑 위의 포뇨>입니다. 노래 듣고 가시죠.
오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작품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지브리 타래는 끝이라고 말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질문이 넘치기도 하고. 도입부만 지금 써두고 일하고 와서 저녁에 마저 쓰겠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옥의 강행군이었습니다. 후배가 만들던 작품을 죄다 갈아엎어 다시 만드느라 히사이시 조가 상영 직전까지 촉박하게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요,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까맣게 불타올라 한동안은 단편에 집중하면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극장 다음으로 영화의 수요가 높은 장소가 어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비행기입니다. 비행기는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영화 감상의 장소였고 지금도 비행기와 영화는 관련이 깊습니다. 아시아나 항공 같은 경우엔 <국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트렁 르 응우옌(Trung Le Nguyen)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올해 최고의 수확 아닐런지. 이번에 새로 구한 타로 덱의 일러스트를 맡으신 분인데 이 타로 덱 오로지 그림 때문에 산 것이라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겨 책도 주문했습니다.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요.
제목은 <The Magic Fish>
베트남 난민 출신 소년 ‘티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만 이 이야기를 베트남어로 전할 방법을 알지 못하고, 부모님은 영어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티엔은 영어를 배울 때 쓰던 ‘동화’를 이용해 부모님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해나간단 이야기.
아직 책을 직접 읽진 못했습니다. 직구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림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런 그림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타로 덱까지 내주셨는지.
<벼랑 위의 포뇨>는 하야오 작품들 가운데 최종보스라 할만합니다. 귀여운 외형과는 달리 가장 난해하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든 말든 미야자키 하야오가 난생 처음 직접 작사한 포뇨 주제가는 이 애니메이션이 아동용이라는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합니다.
여러분들은 포뇨의 본명을 알고 있으십니까? 지나가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 포뇨의 본명은 ‘브륜힐데’(브륀힐데)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 ‘브륜힐트’를 모티브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바로 ‘브륀힐데’입니다. 넷플릭스 버전에서는 이를 브륀힐트로 오역했더군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그네리안(바그너의 추종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본인의 애니메이션을 바그너 오페라처럼 만들려 시도해왔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벼랑 위의 포뇨>가 그 시도를 가장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흔적은 영화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순수하고 생각보다 더 잔인합니다. 온실 속에서 착하고 순수하게만 키우려고 한다면 분명히 그 반발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저거든요.
동화의 내용을 바꿔서 읽게 한다면 아이들이 그 동화의 영향을 받아서 착하게 자라날까요? 글쎄요. 인터넷에 떠도는 ‘어른들이 들려주지 않는 동화의 잔혹한 진실’ 따위를 보고 읽으며 이 세상은 거짓으로 가득 찼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실제 동화 내용보다 훨씬 과장된 내용으로 이뤄진 건데.
m.joongdo.co.kr/view.php?key=2… 그리고 자극성에만 함몰된 이런 ‘진실’ 또한 작품을 왜곡시키어 결국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나도 이것이 좋지 않습니다. 픽션을 ‘바꿔서’ 가르치는 것보다 픽션을 ‘통해서’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