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치 이야기를 해봅시다.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김치입니다. 김치 문화는 이미 요리의 범위를 초월하여 별개의 카테고리로 독립해나갔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익숙한 '김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사진 출처 '셔터스톡'
이렇다 할 냉장 시설이 없었던 고대에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절임'이라는 개념이 생기는 건 무척 당연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소금이나 식초 담근 물에 음식을 절여 '피클'을 만들었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이 피클과 유사한(사실상 같은) '저'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소금물에 절인 채소를 뜻해요.
한국에서는 이런 '저'를 '디히'라고도 불렀습니다. 디히는 곧 '지'로 변했는데요, 지금도 '단무지' '장아찌' '묵은지'와 같은 단어에 '지'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찌개'도 이 '디히'에서 생긴 말이라고 하는데요,
절임이 시면 그대로 먹을 수가 없게 되어서 물을 붓고 끓여 신맛을 중화시키던 요리가 바로 '디히개' 곧 '찌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주장에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김치가 우리가 아는 형태가 된 계기는 1670년에 시작됩니다. 1670년부터 1671년까지 한국에는 전례가 없었던 대재앙이 닥칩니다. '경신대기근'입니다. 17세기에 소빙하기가 찾아와 전세계적으로 혼란이 빚어졌는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경신대기근은 전례 없이 끔찍한 재앙이었습니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넘쳐났으며 역병이 퍼졌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죽었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었습니다. 이 시대의 끔찍한 기록들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모티브가 됩니다.
이 시기에 한반도는 끔찍하게 추워졌는데요,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돌을 설치했습니다. 온돌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된 시기가 바로 이때인 겁니다. 온돌의 보급은 결과적으로 소금의 부족을 낳게 됩니다.
왜냐하면 온돌에 불을 떼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 땔깜을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산에 있던 나무들이 베어져 산들은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전통적으로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얻었기 때문에 땔깜으로 쓸 나무가 부족해졌다는 것은 소금을 만들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기근이 끝난 이후, 황폐화가 된 조선은 다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서 벼농사의 생산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결국 노력 끝에 이앙법 등의 도입으로 쌀의 생산량이 늘어났고, 늘어난 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량도 늘어나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근원은 바로 짠 반찬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돌의 보급으로 소금 생산량은 줄었는데 식사량의 증가로 소금 수요는 늘었으니 대체재를 찾게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고춧가루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고춧가루의 발견은 절임 문화에 어떤 혁명을 낳습니다. 이전까지는 김치에 젓갈을 넣으면 맛이 비려져 먹기가 어렵고 젓갈이 시어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젓갈이 제한적으로만 들어갔던 반면 고춧가루를 넣자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고춧가루의 살균작용 때문에 젓갈이 잘 시지도 않았습니다.
피클의 일종인 채소절임에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젓갈을 넣는다는 발상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김치는 이전에 없었던 뛰어난 감칠맛, '김치맛'을 얻게 되었고 폭증한 식사량을 책임지는 든든한 우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김치는 한국인들의 소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타래 끝
• • •
Missing some Tweet in this thread? You can try to
force a refresh
오늘은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문제작이자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컬트 애니메이션 <소녀혁명 우테나>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도입부는 생략하고, 이번 타래의 제목은 <세 가지 레이어로 읽는 우테나>입니다.
소녀혁명 우테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상대적으로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내용을 일일이 짚으면서 이야기하지는 않으려 합니다만, 그래도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도입부는 생략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도입부 없이 글을 쓸 수는 없으니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작품을 짚고 넘어가는 시간을 가집시다.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2기부터 총감독(시리즈 디렉터)까지 맡게 된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세일러문의 세계적 흥행에 큰 기여를 합니다.
이 말에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동의해요. 그림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에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고요. 저는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어떤 소재를 선택해, 관찰해서, 이야기를 뽑아내는 존재라 생각하거든요. 소재는 작가를 만들고 작가는 소재로 기억되어요.
경상도식 김치에 대한 이야기
경상도에서도 간혹 김치에 굴을 넣어 굴김치를 담글 때가 있습니다. 다만 굴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까 김장을 할 때 자기가 상대적으로 아끼는 사람의 김치에 굴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김치가 왔는데 굴이 들어간 굴김치라면 감사히 여기세요(?)
다만 김치는 집안마다 방식이 다 다르니까, 특정한 집안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겠지요. 굴을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만 굴김치를 담아준다거나 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