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시기 전에 이야기 하나만 더 듣고 가세요. 이번에는 <게드전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아닌 미야자키 고로가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한 짧은 이야기입니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스시 연대기>를 읽고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살아나게 됩니다. ‘용’의 독특한 묘사라던가, ‘이름’에 얽힌 신비로운 마법 등에 사로잡힌 게 아닐까 추측만 할 수 있죠.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슐러 르 귄에게 판권 구매를 요청하지만 어슐러 르 귄은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를 통해 망가질까 하는 마음에 판권 구매 의사에 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어슐러 르 귄은 어느 날 우연히 <이웃집 토토로>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가 작품에 완전히 반하고 맙니다.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 바로 이 감독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죠.
문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미 <게드전기>를 영화로 만들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는 겁니다. 이미 본인의 다른 영화들에서 <게드전기>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해버린 것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미 판권은 지브리에게 있었고, 어스시 연대기 영상화 기획은 붕 떠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표류하고 있던 기획을 신인 감독 양성에 쓰기로 결정하는데요, 아무도 몰랐겠죠. 그 작품이 빚게 될 참극을.
오늘 타래의 교훈은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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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ov
단편소설은 학창시절부터 써왔지만 2016년을 전후해서 소설 창작 흥미가 싹 사라져버려서 더 쓰지 않게 되었죠.
사실 근래에 소설을 하나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 제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컨셉과 스토리는 정해져 있어요.
포스트아포칼립스물이고, 구어체로 전개되는 소설입니다. 구성은 천일야화를 따르고 이야기꾼이 나와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이야기꾼에겐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래서 이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구석이 있어요.
이런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트위터 때문인데요, 소설 쓰는 게 트위터처럼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그럼 트위터 쓰는대로 소설을 쓰면 되는 거 아녀? 해서 이걸 스타일의 준거로 삼고 쓰고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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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Nov
어느 의대, 교수가 질문했습니다.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매독에 걸렸고 아내는 심한 폐결핵에 걸렸다. 이 부부에겐 아이가 넷 있었는데 하나는 며칠 전에 병으로 죽었고 나머지도 건강하지 못하다. 이 부인은 다섯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낙태 수술을 해야 합니다."
교수는 대답한 학생을 바라봅니다.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네."
90년대생까지는 익숙할 이 이야기는, 사실과 무관한 도시전설입니다. 분명한 의도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악랄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낙태 반대를 위해 거짓으로 지어낸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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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Nov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애니메이션은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느슨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캐릭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뒤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끔’ 하는 경향이 있었죠.
되게 이상적인 스타일이고 많은 감독들이 따라하고 싶어하지만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쿠하라도 원해서 이런 스타일을 갖게 된 게 아닐 텐데 아무래도 극한 스케쥴의 <세일러문> 때문에 생긴 스타일일 테니까.
그런 스타일이 작품의 주제와 시너지를 일으킨 작품은 단연 <소녀혁명 우테나>일 겁니다. 사실 자연인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생각대로만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지금보다 성취는 덜했을 것이고 한계는 더 뚜렷했을 테지요. 초기기획안만 봐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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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Nov
생각보다 아침 일이 수월하게 빨리 끝나서 말인데, 팔로워가 늘어난 김에 미야자키 하야오에 관해 얘기를 좀 해봅시다. 주말에 ‘인간,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하여’라는 타래를 쓰려 했는데, Image
그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소아성애자인가?’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잡고 시작합니다. ‘아니다’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결론을 확실히 잡고 시작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번 타래의 주인공.
미야자키 하야오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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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Nov
나기사 카오루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본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의 영향을 받은 기획이었기 때문에 <세일러문>의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를 공동 연출자로 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본인의 성미에 맞지 않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참고로 안노 히데아키가 얼마나 <세일러문>의 광팬이었냐면, ‘어떤 장면’을 본 안노 히데아키는 감동을 받아서 울었다고 합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왜 감동을 받아서 울었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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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Nov
다음 타래는 드디어 대망의 작품. 제 오랜 근원. 제 오랜 고향. 이쿠하라 쿠니히코 버전의 <은하철도의 밤>, 바로 <돌아가는 펭귄드럼>입니다.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과 달리 어디서 구해 볼 곳도 마땅치 않고 가독성도 좋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니 이 타래 때문에 보시는 건 비추합니다.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소녀혁명 우테나>를 만든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복귀작입니다. <우테나> 이후 ‘함께 하기 어렵단’ 평을 받으며 후원이 끊겼고, 이쿠하라 본인도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잃고 은퇴해버려 오랜 공백기를 가졌죠. 복귀작이란 타이틀만으로 화제가 됐어요.
‘백합’이라는 하위장르를 대중매체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면서 ‘백합의 아버지’로 거론되기까지 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실 이쿠하라는 애니 업계에 돌아오려고 꽤 오래 전부터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우테나> 때 보여줬던 난해한 스타일이 도리어 독이 되어 돌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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